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랜드 사이에 있는 청풍대교에서 단양방면 금수산길로 들어선다. 굽이길이 이어지는 호반도로를 달리다보면 왼편 산중턱에 예쁜 건물들이 숨어있다. 이곳이 바람이 머무는 곳에서 삶의 빛깔이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클럽ES콘도다. 콘도가 바라보이는 능강교를 지나면 '한여름의 신비 금수산얼음골'이 크게 써있는 표석이 서있다. 이곳에서 능강계곡을 따라 오르면 여름에도 흙속에서 얼음이 나온다는 얼음골을 거쳐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는 금수산 정상에 선다. 금수산은 세계에서 최초로 3극점과 7대륙 최고봉에 오른 산악인이자 탐험가인 허영호 씨가 어린 시절 꿈을 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왼편의 산길을 따라가면 길 끝의 언덕 위에 풍경이 아름다운 정방사가 있다. 돌계단을 오르면 작은 해우소가 입구에서 반긴다. 이 해우소는 대변과 소변을 큰 근심과 작은 근심, 남자와 여자를 선남(善男)과 선녀(善女)로 표시해 찾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해우소가 어디에 또 있을까? 해우소의 창문 너머로 호수와 연봉들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범종각 옆에 겨울을 알리는 장작이 수북이 쌓여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암벽 의상대 앞
2010-01-07 10:48교육현장인 학교에는 여선생님이 많다. 본 리포터가 재직하는학교에도 많은 여교사가 근무중이다. 그래서 미혼 여교사에게 의 일독을 권한다. 결혼준비 지침서(?)의 저자는 젊은 방송작가 남인숙. 당돌하리만큼 확실히 짚어주는 이 책의 본문에서 저자는 인생의 2/3 이상을 차지하는 결혼생활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당장 관심 가져야 할 일은 결혼할 남자나 혼수, 신혼생활뿐이 아니라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아래의 제목들이 흥미롭다. 삶의 자세, 사랑과 결혼, 자기관리, 부부관계, 일과 미래, 인간관계 이런 6가지 주제를 가지고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여자는 망하고, 계획하는 여자는 흥한다/ 이 남자와 결혼해도 될까요?/ 결혼 36개월의 승부, 미리 알면 천국이다/ TV보다 쉬운 남편 사용법/ 남편은 미래를 공유하라고 있는 존재다/ 스스로를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라/ 라는 제목들로 되어 있다. 널리 알려진 적절한 명언, 결혼에 얽힌 다양한 일화와 친구 지인들에게서 보고 들은 결혼 성공/실패담, 자신의 경험들을 섞어가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때로는 친절하고 자상하게 우리 시대 젊은 여성들의 멘토 역할을 더 이상 잘해낼 수는 없지 않을까 싶
2010-01-06 10:32붙잡지 못하는 시간을 뒤로하고 2010년 새해를 맞이했다. 기기의 편리함에 맛들인 것 중 하나가 휴대폰으로 문자보내기다. 지인들에게 '☆2010년☆새해에는 복~ 많이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모두 이루세요.'라는 문자부터 보냈다.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2010 청풍호 선상해맞이'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이것저것 채비를 하고 제천의 청풍나루로 향한 게 4시 30분경이다. 차량들이 드물어 뻥 뚫린 새벽도로를 신나게 달려 제천 땅에 들어섰다. 그런데 박달재 터널 못미처에 차량들이 비상등을 켠 채 서있다. 졸음운전을 했는지 대형트럭이 방호벽을 들이받은 사고였다. 한참을 길에 서있었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새해 첫날 사고를 낸 운전자를 걱정했다. 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를 빠져나가 청풍나루로 가는데 금월봉 위에 보름달이 멋지게 걸려있다. 6시 50분경 청풍호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해 승선표를 받았다. 1, 2층의 선실은 추위를 피한 사람들이 꽉 들어차 들어설 틈이 없다. 찼다. 찬바람이 몸을 웅크리게 하는 3층의 갑판에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선착장을 빠져나온 배가 청풍호 한가운데에 자리 잡자 시
2010-01-05 13:36김유신 장군이 태어난 살기 좋은 생거진천. 농사짓기 알맞은 기후와 풍부한 수량으로 전국 최고의 쌀을 생산하며 희망과 활력이 넘친다. 충북의 진천에는 김유신탄생지 및 태실, 길상사, 정송강사, 진천농교(농다리), 종박물관, 보탑사, 베티성지, 토피랜드, 공예마을, 초정ㆍ백곡ㆍ연곡저수지 등 문화유적과 볼거리들이 많다. 17번 국도 주변에서 체험학습지를 찾아보자. 오창에서 가까운 원리교차로를 빠져나가 굴다리를 통과하면 오른쪽으로 샛길이 있다. 길 끝의 산을 바라보면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눈길을 끈다. 이곳이 쥬라기공원으로 알려진 토피랜드이다. 산에서 내려와 도하리로 가면 토피랜드를 또 만난다. 정자각이 있는 마을 입구부터 공룡들이 반긴다. 공룡들을 따라가면 주변에 학, 용, 공룡이 가득한 가정집을 만난다. 작고한 이상일씨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려고 향나무, 주목 등의 묘목을 심은 후 40여 년 동안 모양을 다듬어 지금의 작품을 만들었다. 동물 천국을 찾은 사람들은 700여 그루의 조경수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서있는 모습을 보며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신이난다. 도하리에서 진천방향으로 구 도로를 달린다. 옥성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옥동예술마을(진천공예마을)로 찾아
2010-01-05 13:35- 겨울산행을 반성하며 - 2010년 1월 2일, 새해 둘째날이다. 밖에는 눈발이 흩날린다. 광교산의 겨울 풍광은 어떠할까? 이번 겨울 산행은 위험하므로 사람들이 많이 다녀 등산로가 넓어진 코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경기대에서 형제봉으로 가는 길이다. 오전 10시 집에서 출발. 시내버스를 타고 광교공원에 도착, 반딧불이 화장실을 거쳐 경기대 능선을 탔다. 노는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북적댄다. 우리 부부는 배낭을 메지 않았다. 아내 손에는 피켓 하나와 접는 우산. 이게 초보라는 표시다. 배낭을 메고 양손 또는 한손에 피켈을 들어야 하고 불필요한 물건을 손에 들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능선 길에 접어드니 아이젠, 양말, 피켈을 파는 상인이 보인다. 그렇다. 눈길에 필수인 아이젠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길이 미끄럽지만 그런 대로 견딜만하여 그냥 지나친다. 그 대신 비탈길만 나타나면 엉금엉금 조심해 걸어야 한다. 천년수 부근에 이르자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한다. 배낭을 메지 않았으니 비상식량이 있을 리가 없다. 동동주 파는 사람이 보인다. 겨울 산행에 음주는 더욱 위험하다. 약수 몇 모금으로 시장기를 달랜다. 백년수 정상을 지나니 내리막길이다. 길
2010-01-03 09:00얼마 전에 김수업 교수는'우리말은 서럽다'라는 책을 통해 일상에서 소외되어가는 우리말의 모습을 바라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토박이말의 소중함과 함께 우리말과 남의 말들이 뒤섞여 사용되면서 우리말의 오염된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김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사용되는 청소년들의 말이나 대중가요 속에 언어를 보면 국적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 특히 토박이말 속살 속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말처럼 재미있고 다양함을 가지고 있는 말도 별로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 맛있는 우리말을 모른다. 조금만 들어가 보면 재미있고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생소한 딴 나라말처럼 느껴지는 게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런 우리말의 맛을 맛나게 찾아 밥상에 차려놓은 게 장승욱이 쓴 이다. 한 사람은 서럽다고 하는데 무슨 재미는 재미? 할지 모르지만 '모도리, 두매한짝, 외목장수, 강다짐, 밀푸러기, 단지곰, 뻘때추니, 사로잠, 시난고난하다' 등을 쉬엄쉬엄 읽다보면 '아하! 이게 이런 뜻이었네.' 하고 무릎을 치는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그럼 위 제시한 말들의 속뜻을 잠깐 살펴보자. '모도리'는 조금도 빈틈이 없이 야무진 사람,
2009-12-29 21:07절집은 늘 고즈넉하다. 특히 낙엽이 지는 무렵이면 그 고즈넉함은 쓸쓸함과 함께 묻어온다. 이따금 고즈넉한 고요함을 깨주는 건 처마 밑에 달려있는 풍경소리와 몇몇 관광객들의 목소리이다. 종교는 다르지만 조용하면서 살아있는 절집마당을 걷는 걸 난 좋아한다. 이따금 바람 따라 뎅그렁거리며 들려오는 풍경소릴 듣고 있노라면 마음의 때들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러나 산속에서, 산 아래에서, 길옆에서 산을 오르내리는 길손들의 짧은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는 절집에 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늘 평온한 시절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풍경과 모양에 취해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많은 절집들은 역사적 아픔은 물론 다양한 사연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서있음을 알 수 있다. 임꺽정의 숨결이 아직도 살아있는 안성 칠장사 역사는 반복된다. 500년 전에 일었던 일들이, 100년 전에도 일어날 수 있고 현세에도 일어날 수 있다. 500년 전의 임꺽정은 전봉준이 되었고, 성격은 다르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되었다. 그렇게 역사는 사람의 마음이 바르게 서지 않는 한 흘러가면서 반복된다. 임꺽정은 양주의 백정 출
2009-12-29 09:13어느 날 장애를 가진 조카아이가 들릴 듯 말 듯 혼자말로 이렇게 중얼거린 적이 있다.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아이는 침묵의 아이였다. 말도 없었고 웃음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할 일만 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게임에 몰입했고, 거대한 상상력의 바다로 공상만화를 그렸다. 때론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 넣으며 알 수 없는 음악을 만들곤 했다. 무슨 음악이냐고 물으면 그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생각은 하늘을 나는데 말을 잃어버린 아이가 된 것이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이야기인 는 조카아이와 같은 또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 아프게 그러나 그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있는 책이다. 정상적인 몸과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장애라는 단어는 나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더라도 당연히 정상아를 낳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자신의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설마 한다. 그리고 부정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한탄하다 현실을 받아들인다. "아이가 자애를 가지고 있으면, 부모들은 슬픔의 순차적인 단계를 모두 밟게 된다. 처음에는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신새를 한탄하고 슬퍼한다
2009-12-26 17:34벌써 16년 전인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지음)라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1993년 8월 출간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5백만 부 넘게 팔리면서 밀리언셀러는 못되었을망정 베스트셀러 소설로 한동안 군림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소설이 독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핵’ 때문이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북한의 협박과 겹쳐 핵무기 소재가 일반대중의 심리적 불안감에 불을 질러 그 소설을 너도나도 읽게 한 셈이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KBS 20부작 드라마 ‘아이리스’가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리에 방송된 것도 일단 그 때문으로 보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선 남 · 북한 합작으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일본을 향해 발사까지 하고 있다. 허구의 그 사실이 너무 통쾌하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 대리만족이거나 카타르시스다. 그 동안 남북정상회담이 두 번씩이나 열리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남북한이 공동의 적인 아이리스와 맞서 함께 싸우는 설정이 새로운건 사실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조성된 남북한 경색 국면에 그런 서사구조가 안타를 친 셈이라고나 할까. 물론 스피디한 화면전개라든가 할리우드식 스…
2009-12-24 15:08MBC대하드라마 ‘선덕여왕’이 12월 22일 62부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덕여왕’은 평균 시청률로는 2위를 차지했지만, 방송평론가 · 연출가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였다. 4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가히 국민드라마로 군림했다 해도 시비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실제로 지난 10월 마지막 일요일 ‘선덕여왕’ 세트장이 있는 경주신라밀레니엄파크를 갔을 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트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귀가하려고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데만 1시간도 더 기다려야 할 만큼 ‘고통’을 안겨준 ‘선덕여왕’이었던 것이다. 5월 25일 첫 방송부터 끝까지 한 번도 빼지 않고 드라마를 지켜본 나로서는 먼저 그 이전의 대하사극들을 떠올리게 된다. ‘선덕여왕’은 ‘자명고’ · ‘천추태후’ · ‘바람의 나라’ 등 최근 1년 사이 전파를 탔던 대하사극에 비해 진일보한 드라마라 할만하다. 그들 대하사극이 부진했던 것은 새로운 트렌드 개발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잠자던 민족적 자긍심을 일깨운 ‘주몽’(2006)이나 ‘대조영’(2007)과 ‘태왕사신기’(2007)…
2009-12-24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