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60년 되었다. 그래서일까. 예년과 다르게 특집극이 2편이나 방송되고 있다. ‘전우’(KBS)와 ‘로드 넘버원’(MBC)이 그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드라마외에도 ‘한국전쟁’ 같은 다큐멘터리 등 많은 특집물이 전파를 탔다.
사실 6·25 한국전쟁은 그 동안 너무 많이 소재와 주제로 다뤄져 식상할 정도다. 적어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 이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10여 년간은 휴지기(休止期)라 불러도 좋은 만큼 6·25는 방송에서 뜸했다.
그러고 보면 다시 활성화된 6·25는 단순히 60주년이라는 수치적 무게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불의의 천안함 사건이 터졌고, ‘주적’ 개념 부활 등 지난 10여 년과 달라진 대북관 내지 북한정세 등이 새삼 6·25를 다시 불러들인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정부의 의지나 제작진 의도와 아랑곳 없이 두 드라마가 시청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서 하는 말이다. 그 동안 개선된 화해무드에 맞게 남북의 대결구도를 피하겠다는 것이 제작진 의도지만, 본질이 전쟁인데 기본적으로 그럴 수 없게 되어 있다.
오히려 130억 원을 퍼붓고 100% 사전제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20부작 ‘로드 넘버원’의 경우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 중에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두 남자의 사랑, 그것도 “평생 한 사람만 그리고 사는게 내 꿈”인 이장우(소지섭)의 사랑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렇게 멜로를 지향할 것 같으면 왜 전쟁발발 60주년이라는 뜻깊은 시점에 거액을 들여 사전제작까지 했느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역설적으로 그 사랑놀음은 조국과 민족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수많은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어서다.
죽이기 아니면 죽기인 전쟁을 객관화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그 전쟁의 주인공 입장에서 사랑은 필수이고, 죽이기가 옵션이라면 더욱 그렇다. ‘로드 넘버원’이 첫회부터 방송내내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방송시기도 불만이다. 20부작 드라마를 6월 23일에 첫 방송하는 건 납량특집물을 9월에 하는 것처럼 어이없는 일이다. 단막극이 아닌 만큼 어려움은 있겠지만, ‘8·15 해방정국’에 6·25 한국전쟁을 보는 건 좀 그렇다. 종영 후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것을 깨고 지금 짚고 넘어가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제법 구체성을 확보한 정사신, 연적이면서도 생사를 같이 하는 가운데 싹트는 진한 우정의 전우애, 사실감 고양의 세트장, 수려한 영상미 등 장점까지 간과할 까닭은 없다. 그렇더라도 시대에 맞지 않는 용어사용(간호사) 따위가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