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들은 점잖다. 속마음을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는 안 드는 일도 속으로 삭이며 참곤 한다. 교권 사건의 증가로 이러한 경향성은 더 강해졌다.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교사 패싱’을 참아내며 묵묵히 교단을 지켜왔다.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사회적 의지와 방향에도 공감했다. 많은 교육자가 위법,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한 공직자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23만 명인 재산등록 대상을 교원·공무원 150만 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에는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무엇이 이처럼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가? 정부의 책임 전가에 분노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를 모든 교원과 공무원의 책임으로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촘촘하지 못한 부동산 투기 예방과 적발 시스템, 이를 악용한 일부의 도덕적 해이와 범죄 행위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 분노의 화살을 전체 교원과 공무원에게 돌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부동산 투기는커녕 개발정보와 무관하거나 땅 한 평도 없는 선생님과 공무원이 대다수다. 그나마 가진 재산도 세금을 착실하게 내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정당하게 장만한 것이다. 죄를 지으면…
2021-04-12 09:34‘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라고 한다. 하물며 누군가 계속해서 만나자며 연락이 오고 뒤를 밟고, 지켜본다고 하면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하겠는가. 나아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협박한다면 인간다운 삶은 영위하기 어렵다. 남이 일이 아니다. 교단에서 일어난 일이다. 스토킹은 ‘교육 악(惡)’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제자가 짝사랑한 여교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 지난해 ‘박사방’ 피의자로부터 8년 동안 딸은 물론 가족까지 살해 협박을 받은 여교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학교에 흉기를 들고 찾아와서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교실 게시판을 칼로 긁고, 교실에 걸린 액자 유리를 깨서 안에 들어 있던 교사의 사진을 꺼내 얼굴을 훼손, 집 앞에 두고 가는 상황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학교생활이 가능했겠는가. 스토킹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어졌다. 오죽하면 해당 여교사가 국민청원까지 했을까 싶다. 교사들이 남몰래 눈물 흘리는 상황을 멈추기 위해 누군가 나서야 했다. 교총은 이런 교사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과 교육 현
2021-04-01 09:53교권 사건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 사건 발생 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총에 접수되는 사건 중에 안타까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별일 아닌 줄 알았다. 설마 무슨 일 있겠나”라는 순진한 마음으로 대처했다가 수습하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 학부모 등에 의한 교원 대상 고소, 고발 사건이나 체벌, 정서 학대, 성희롱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피소 건이 대표적이다. 안이한 대처… 추후 수습 어려워 2020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7069건의 교원징계가 있었다. 아동복지법에 해당하는 학생 체벌과 아동학대 관련이 488건, 성 비위는 881건이나 된다. 교육자로서 해선 안 될 행위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고 등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 교원은 세 가지 책임이 따른다. 첫째는 행정적 책임, 즉 징계다. 둘째, 사법적 책임. 즉 민·형사상 책임이다. 셋째, 도덕적 책임, 즉 교육자로서 자격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시각이다. 징계와 형사책임은 깊은 연관성이 있다. 형사처벌은 곧 징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
2021-03-18 19:06인천교육청에서 인사 비리의 결정판인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전교조 출신으로 현 도성훈 교육감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인물이 무자격 공모 교장 선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면접시험 문제를 빼돌린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2017년 전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이후, 채 5년도 되지 않아 터진 대형 인사 비리 사건이다. 인천 교육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인사 비리 결정판… “터질 게 터졌다” ‘이념 교육감’들이 전교조에 몸담았던 교사를 교장으로 앉히기 위해 ‘끼리끼리’ 사전 모의를 하고, 온갖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왔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공모학교 지정부터 학교 구성원 설문조사 결과 조작, 특정 후보가 유리하게 공모 심사 절차와 내용 변경, 같은 성향의 심사위원 선정까지 계획된 각본대로 내 사람을 심어 왔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두고 ‘짜고 치는 고스톱’, ‘맞춤형 선발’, ‘내 사람 심기’, ‘코드·보은 인사’, ‘현대판 음서제’라고 회자 되는 표현에서 인사 비리가 응축돼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모 교장을 둘러싼 인사 비리와 전횡으로 잡음과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2021-03-11 15:51최근 세종시교육청에서 반민주적·정치 편향적 도서를 일선 초·중·고교에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정치 편향적 도서인 ‘촛불혁명’을 출판사에서 기증받아 관할 99개 초·중·고교(개교 예정교 포함)에 배부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도서는 박근혜 정부 탄핵 촛불집회가 시작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까지 역사적 장면과 의미를 총 484장의 사진과 글로 묶은 450쪽 분량의 책이다. 민주시민교육 원칙 ‘강요·주입 금지’ 세종시교육청은 이 도서를 배부하면서 교원·학생들의 민주시민교육 공감대 확산을 내세웠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반민주적 행정독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원·시민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배포 중지와 회수를 요구했다. 학부모들도 이념·정치에 치우친 비교육적·반민주적 처사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세종시교육청은 해당 도서를 학교에 배부하기 전 도서의 성격, 기증 목적, 내용 등을 검토해 ‘역사적 사실을 자료 중심으로 서술한 도서’, ‘헌법의 기본가치와 민주주의 제도 실현을 위한 도서’로 분류했다는 아전인수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 이념과 민주시민교육의 목적에 정면 배치되고 일반적인 상식
2021-03-04 16:0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다. 오랜 기간, ‘이념 교육감’들이 ‘교육자치’가 아닌 ‘교육감 자치’를 통해 교육을 오로지 해 온 사이 진정 교육이 추구해야 할 본질은 외면받아 왔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호도된 ‘평등’, ‘인권’, ‘노동, ‘민주’ 등 자신들만의 교조주의적 정책을 프로파간다(Propaganda) 식으로 쏟아 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념적 궤를 같이하는 특정노조 소속 교사들을 무자격 교장으로 임명하고, 교육청 장학관 등 요직에 두루 앉혔다. 혁신 교육의 민낯 드러나 이들은 교육신념 체계 실현의 장이 돼줄 모델 학교가 필요했다. 2006년, ‘혁신학교’가 탄생한 배경이다. 기존 공교육을 학력 중심의 획일적 교육이라고 평가절하하고, 학생 중심의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배양하겠다고 했다. 탈(脫) 학력 중심의 전인교육을 표방하며 교육청에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우선 지원해 일반 학교와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 전국 곳곳에 혁신학교를 세웠고, 학교 운영의 이념을 공유한 특정 정치 성향의 공모 교장과 교사를 보냈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이념 성향의 무자격 공모 교장을 70% 가까이 임용했다. 2013년
2021-02-25 15:18전국의 모든 학교가 방역과 등교수업 확대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안고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뉴스 보고 알았다”라는 교사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수시로 바뀌는 학사 운영에 온갖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산전수전 다 겪어 내성도 생겼지만, 등교수업 확대로 챙기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방역은 기본이고 학습, 생활지도, 관계 형성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교에 자주 오지 않다 보니 과거보다 교우관계, 사제 간 신뢰가 많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도 늘 것으로 보인다. 학기 초, 학교폭력은 물론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할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비위 보호받을 수 없어 이를 대비하기 위해 최근 교총이 현장에 배포한 ‘2021년 1월 최신 교육 관련 사건·사고 및 판례 안내(교총 홈피 교권·교직 상담란, 교권예방 뉴스 제13호 참조)’는 교직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총 1만7765건의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지위법에 명시된 교육활동 침해 사안은 당연히 보호받고 구제돼야…
2021-02-18 15:26전 세계인이 일상을 잃고 숨 막히는 고립을 견뎌온 지 1년이 지났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는 3월 2일 전국 유·초·중·고교가 일제히 개학하고, 대입 수능도 계획대로 11월 18일에 치를 예정이다. 특히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생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까지 밀집도 기준에서 제외돼 매일 등교가 가능해진다. 최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1학년도 학사 및 교육과정 운영방침’을 공동 발표했다.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의 등교 확대는 돌봄 공백 해소, 대면 수업 효과, 신체 능력·사회성 발달 등을 고려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감염 위험도가 학교 내부보다 학교 밖과 가정에서 더 높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수용한 조치로 풀이된다. 등교수업도 ‘안전’이 우선 신학기부터 학생들의 등교·면대면 수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안전한 학교다. 안전한 학교의 열쇠는 교원들을 비롯한 학교 근무자(교육종사자)들의 백신 우선 접종이다. 교원들은 학생 등교와 면대면 수업이 확대되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직군이다. 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행정실 직원 등 학교 근무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2021-02-04 16:13최근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최대 5년의 징역형으로 형사처벌 할 수 있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스토킹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ㆍ신체적 고통을 초래하는 중대 범죄임에도, 경범죄로 분류돼 1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미약한 처벌에 그쳤다. 그사이 참혹한 스토킹 범죄는 날로 증가하고, 학교와 교육 현장에서도 크게 확산하는 추세다. 해마다 증가하는 스토킹 범죄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경범죄 처벌법상의 ‘지속적 괴롭힘’, 즉 스토킹 처벌 건수는 2016년 390건, 2017년 333건, 2018년 43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교육 현장의 피해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3년 짝사랑한 여교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사건, 지난해 ‘박사방’ 피의자로부터 9년간 살해 협박을 받은 여교사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문제는 학교폭력의 한 양상으로 학생 간의 은밀한 스토킹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약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스토킹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10.6%를 차지했다. 더
2021-01-28 16:29새해 벽두 사회 각계는 신년회를 개최하고 한 해의 목표와 의지를 다진다. 신년회에는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인사들이 참석하는 것은 물론 언론의 관심과 취재 열기도 뜨겁다. 신년회를 통해 해당 분야의 시대정신과 지향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한국교총과 17개 시‧도교총은 ‘2021년 교육계 신년교례회’를 개최했다. 교육계 신년교례회는 교육 분야 최대 신년 행사로, 매년 교육계뿐만 아니라 각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육 발전의 의지를 함께 나누는 자리다.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줌(zoom)과 유튜브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전국에 실시간으로 방영됐다. 우리 교육의 버팀목은 선생님 행사를 주최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우리 교육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교직 사회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로서의 선생님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재확인시켜준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육 환경 변화로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교육 불평등이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에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당부했다.…
2021-01-18 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