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가 일반에 공개되었다.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9일 동안 열리는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자유·독립·소통’을 슬로건으로 18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지난 해의 209편(장편 131,단편 78편)에 비해 약간 줄어든 수치다. 우선 전주국제영화제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독립영화(비상업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장(場)이다. 특히 오리지널 필름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가치이기도 하다. 전주시민 등 도민 말고 서울 등지에서 많은 이들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오는 것도 그 때문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필자는 일반 극장에서 ‘함부로’ 볼 수 없는 여러 영화들을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예컨대 ‘로망스’(2000) ‘이쿠’(2001) ‘개 같은 나날’(2002) ‘켄 파크’(2003) ‘야수’(2004) 등이다. 한국영화로는 박진표 감독의 데뷔작 ‘죽어도 좋아’(2002)가 오래되었지만 기억에 남아 있다. 70대 노인들의 ‘이층집’을 통한 인생의 활력찾기를 그린 ‘죽어도 좋아’는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이다. ‘죽어도 좋아’는, 그러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2011-03-09 09:33아득한 옛날 전장(戰場)에서 부서진 뼈를 오롯이 되돌려서 골리수(骨理水)라 하였다나. 폭염, 장마, 추위 견디면서 그리움일까, 애절함일까 가슴에다 담아놓은 그 순결한 사랑 새 봄 문턱에서 되돌려 내는 것이 비움일까, 채움일까 제 몸을 베이지 않고서는 사랑의 그 풍당 한 방울도 비울 수 없는 법 상처의 아픔을 잊고 감로수 그 신선함으로 남을 기쁘게 하니 이는 또 다른 채움 아닐까.
2011-03-08 17:19지난 목요일날 부산충렬사에 다녀왔다. 매화를 좋아하는 필자가 우연히 알게된 충렬사의 매화나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동에 자리한 충렬사(부산광역시유형문화재 제7호)는 임진왜란 때 순절한 동래부사 송상현을 비롯해 부산에서 순절한 호국 선열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주차를 하고 경내로 들어서자 외삼문 주변에 매화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부산충렬사의 매화는 다른 나무와 달리 잘 전지가 되어서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매화를 쫒아다녔지만 이렇게 전지된 매화는 처음 본다. 충렬사에는 10그루가 조금 넘는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 중 외삼문 오른쪽에서 자라는 2그루가 가장 빼어난 자태를 선보인다. 보름달처럼 둥글게 다듬어진 두 나무에 매화가 만개해 절정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높이 2.8m, 폭 4.5m, 근원직경 38㎝로 수령은 약 70~80년 정도로 본다. 1978년 7월에 심은 나무라고 한다.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중수와 보수 공사를 했는데, 대부분의 나무들이 이때 심어진 것이다. 이 매화나무가 있는 외삼문 오른쪽 입구에는 수령 150~200년으로 추정되는 육송이 자라고 있다. 단아한 자태가 한국인의 기품을
2011-03-08 08:50여행의 맛 중에 하나가 그 지방만이 갖고 있는 지방색이 아닐가 싶다. 지난 2월 하순 전라북도 지방을 1박 2일로 여행한 일이 있었다. 수원에서 정읍까지는 새마을호 열차로, 나머지는그 지방 버스를 이용하였다.정읍역에 내리니 관광안내센터가 있다. 초보 여행자에게는 반가운 곳이다. 선운사 가는 방법과 차 시긱을 물으니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답하여 준다. 고창을 가서 갈아타라고. 출발시각도 알려준다. 인터넷 정보가 정확할까? 그렇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정읍터미널에 가니 고창행 버스가 곧바로 이어진다. 인터넷 정보가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것이다. 정읍에서 흥덕을 지나 고창에서 내렸다. 다시 선운사행 버스를 탔다. 버스 안을 보니 여행객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이 고장 사람들이다. 초행길이라 말을 건넨다. 선운사까지 소요시간과 동백곷에 대해 물었다. 정읍에서 흥덕을 지나왔다고 하니 흥덕에서 내려 선운사로 가는 것이 가깝다고 알려준다. 그렇다면 정읍에서의 안내가 적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구태어 고창읍까지 올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필자와 대화를 나누던 60대 후반쯤 보이는 어르신이 답한다. "안내를 잘못한 것에 대해 고창군민을 대신하여 사과드립니다."
2011-03-06 14:46지난 2월 19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대청호반에 자리잡고 있는 청남대(http://chnam.cb21.net)에 다녀왔다. 청주와 대전에서 가깝고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문의IC를 나서면 청남대 가는 길과 연결되어 찾아기기도 쉽다. 겨울이라 날씨가 을씨년스러웠지만 자가용 출입을 제한하는 제1문을 지나면서 대청댐이 만들어낸 풍경과 구불구불 이어진 백합나무 가로수길이 인상적이다. 청남대에 도착하니 휴일인데도 관리사업소 장화진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옥상에 하늘정원이 있는 대통령역사문화관 앞에 모여 탐방에 관한 안내를 듣고 하나라도 더 보고 느껴 청남대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자는 다짐을 했다. 잘 알고 있는 청남대에 대해 알아보자. 청남대는 대청댐 부근 약 55만 평에 지은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남쪽의 청와대를 뜻한다. 제5공화국 때 지어진 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며 여러 가지 소문으로만 존재하다 1999년 7월 1일 전경이 사진으로 처음 공개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기도 하다.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며 공식휴가나 비공식적인 휴식을 위해 다섯 분의 대통령이 88회 이용했을 만큼 자주 찾았고, 휴가기간이…
2011-03-02 10:57단풍이 지면 겨울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이때쯤의 수목원은 휑하니 비어있다. 회색빛 세상과 낙엽을 떨어뜨린 나무들이 만든 풍경도 을씨년스럽다. 그래서일까? 수목원에서는 겨울이 사색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면 수목원에 볼 것이 없다고 속단하지 마라. 진주시 이반성면에 위치한 경상남도수목원은 겨울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있다. 북쪽보다 남쪽의 겨울이 따뜻하다. 2번국도, 남해고속도로, 경전선철도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다. 역 주변 풍경이 동요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닮아 추억과 낭만을 누리기에 최고인 진주수목원역이 가까이에 있다. 수목원역은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간이역이라 기차 내에서 표를 구입하는 재미가 있고, 겨울바다로 떠나는 여행길에 들르기에도 좋아 늘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의 첫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남수목원은 화목원, 활엽수원, 대나무 숲, 열대식물원, 난대식물원, 생태온실, 무궁화공원 등 우리나라 온대 남부지역의 수목이 산림박물관, 산림표본관, 야생동물원, 연못과 어우러지는 자연학습 휴식장소로 남부지방 사람들에게 사시사철 사랑받는 명소다. 정문에 들어서면 넓은 잔디 광장과…
2011-02-28 09:38"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가수 송창식의 노래로 대중에게 더욱 알려진 선운사. 그러나 나는 이번 아내와의 방문(2.25~26)이 처음이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교직생활에 바쁘다보니 이제서야 찾았다. 선운사의 동백꽃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한 번 보고 싶은 것이다. 여행 분위기를 만끽하고자 수원에서 정읍까지는 철도로, 정읍에서 고창, 고창에서 선운사까지 버스를 이용하였다. 자가용보다는 자유로운 여행 스케줄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정주(1915~2000) 시비가 눈에 띈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선운사 동주'라는 시다. 그는 현대인들이 난해하여 접근하기 어렵다는 시를 쉽게도 쓴다. 아니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쓰고 있다. 시를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이 정도의 시라면 몇 번 읽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고 외울 수도 있겠다. 동백꽃을 먼저 보려는 욕심에 절 구경은 하는 둥…
2011-02-28 09:36집 떠나면 고생이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잠자리도 불편하다. 그런데 왜 돈 버리고 몸 고생하며 여행을 떠날까? 짧은 기간이지만 짊어진 짐 훌훌 벗어던지고 자유를 누리는 그 자체가 인생살이고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고생을 해도 즐겁다. 11일 저녁 1박 2일 여행을 하기 위해 처가 식구들과 청주에서 울산으로 향했다. 여행지를 정한 뒤 동쪽 바닷가 지역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신경이 쓰였지만 따뜻한 기후가 눈을 비로 만들어 가는 길의 도로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청주에서 울산까지는 먼 거리라 밤늦은 시간에 이질녀가 살고 있는 울산 남구의 세양청구아파트에 도착했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남매 간에 정을 나누며 핏줄을 확인하는 자리라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내륙도 사람들이 바닷가 도시에 왔다고 회와 대게가 푸짐하게 차려졌다. 안주 좋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니 창밖이 온통 눈 세상이다. 다른 곳에서는 흔한 적설량이지만 눈이 내리지 않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구경거리란다. 찬바람 때문에 볼이 따가웠지만 밖으로 나가 아파트 주변과 태화강변을 거닐었다. 눈길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량들,
2011-02-27 20:44세상은 학교가 무너졌다고 입을 모은다. 선생은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고, 학생은 교권을 무시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말하기 좋아하는 언론은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엄청나게 촌지를 주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졸업식을 앞두고는 학교 근처에 경찰을 배치하며 졸업 후 일탈 행위를 못하게 한다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영 딴판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가 너무 좋다. 졸업식에 저희들 1학년 때 담임을 찾아와서 이별을 아쉬워했다. 2년 전에 담임을 했던 놈들이 작년에도 몰려와서 꽃다발에 케이크까지 안기더니 졸업을 앞두고 눈물을 찍었다. 밖에서 보면 녀석들은 순진하다 못해 바보였을 것이다. 이번 졸업식에 녀석들이 한참 울어대기에 나도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자리에 돌아와서는 다시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녀석들이 책상 위에 예쁜 난과 케이크, 그리고 책까지 놓고 갔다. 책은 엄홍길 대장의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이었다. 보통 책은 작가를 먼저 보고, 장르도 소설을 읽는데 치우쳤다. 엄홍길은 전문 작가도 아니고, 책의 내용도 내 취향이 아니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놀랐다. 나를 돌아보는 지침서가 되었다. 엄홍길은 히말라야에 도전하기 시작하
2011-02-18 11:41모 야당이 당사에서 창당 3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당 대표가 한 말이 일간지에 일제히 표제어로 올랐다. 그 말은 ‘곁불 쬐는 정치는 안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 대표는 “어떤 변화가 올 때 중심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느냐, 주변부에서 태풍에 휩쓸려가는 역할을 하느냐는 오직 자신의 결단과 의지에 달려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당 대표는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는 변수가 아니라 정치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이뤄지면 이 당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전망에 일침을 가하는 일성이라고 판단된다. 여기에 ‘곁불’은 주변인으로 남지 않고, 상황의 중심에 선다는 의미로 썼다. 특별히 잘못이 없다. 그러나 이를 다음과 같이 쓰면 잘못이다. ○ 무엇보다도 백미(白眉)는 “진정한 무사(武士)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는 대목이었다(광주일보 2002년 1월 19일). 여기에 ‘곁불’은 잘못이다. 이는 의미상 ‘무사’의 지조와 체면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겻불’을 써야 한다. 이처럼 ‘겻불’과 ‘곁
2011-02-14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