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에서 은퇴를 하고 나니 집에서 나오는 재활용품 분리 배출은 내 몫이다. 얼마 전 플라스틱 바구니에 안경집 세 개가 보인다. 그 속에는 안경도 들어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급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의 안경이다. 딸의 방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 학생 시절 착용했던 것을 아내가 버리려고 내 놓은 모양이다. 딸은 서울에 머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퇴근한 아내에게 물었다. “이 안경, 왜 내 놓았죠?” “쓰지 않으니까 버리려고요.” “가영이가 알면 버리지 말라고 할 텐데一. “갖고 있으면 뭐해요. 사용하지도 않는데一.” 이게 나와 아내의 생활방식 차이다. 아내는 필요치 않으면 버리고 필요하면 구입하는 스타일. 나는 그 안경을 딸의 분신으로 생각하고 버리지 않고 유물처럼 보관하려 한다. 또 딸이 집에 와서 활용할 수 있게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생각이 맞고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나처럼 생각하면 물건을 버리지 못해 온 집안이 박물관이 된다. 아내처럼 하면 집안이 정리 정돈이 된다. 아내의 생각은 지금 쓰지 않는 물건은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잘 보관해 두면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거라는 믿음으로 사용하던 물건을 함부로…
2018-08-10 14:01얼마 전 아들과 함께 10만원을 벌기로 했다. 아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10만원 아끼기로 했다. 세입자의 빈 방을 부자(父子)가 힘을 합쳐 청소하기로 한 것. 부동산에 알아보니 청소비용은 원룸인데도 10만원, 15만원이다. 그러니 주인이 직접 청소하면 10만원을 버는 셈이다. 나의 요청을 아들이 받아들여 청소 함께하기가 성사된 것. 아들과 함께 청소를 하면서 세대 차이를 느끼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6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 말이 부자이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주고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사고방식이 다르고 세상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폭염 속의 아버지와 아들, 어떻게 청소를 할까? 준비물부터 다르다. 나는 비와 쓰레받기, 행주와 걸레, 솔을 챙겼다. 아들은 청소기부터 챙긴다. 원룸에 도착해 앞에 놓인 일거리를 확인하고는 고무장갑 두 개, 황사 마스크 두 개, 곰팡이 제거제, 세정제, 폐기물 스티커 4장,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챙긴다. 편의점에서 사오는데 2만 5천원이 들었다. 세입자를 잘못 만나 발생한 비용이다. 오늘의 일거리 어떻게 생겼을까? 퇴직 후 안정적 수입원으로 도시형생활주택 두 개를 분양받
2018-08-09 09:40제가 처음 시작했던 자원봉사는 오래 전 김포공항 국제선 제2청사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내, 외국인들을 상대로 공항내의 시설 이용에 대한 안내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자원봉사 모집 공고를 보았습니다. 서류 심사와 까다로운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지금처럼 외국여행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때라 티켓팅을 하고 여권 심사와 입국 절차에 서툰 분들이 많아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헐레벌떡 뛰어와서 당황한 적도 있었고 외국인들은 공항내의 화장실이나 편의시설 이용과 리무진 버스를 타는 방법 등에 대해 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서툰 외국어로 손짓 발짓을 하면서 알려주면 “Thank You”를 연발하며 활짝 웃어주는 모습을 볼 때 자원봉사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저 분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첫인상이 좋고 우리나라에 있는 동안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하고 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친절하고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공항은 그 나라에 대한 첫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곳인 만큼 화장실의 청결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에 갈…
2018-08-08 08:59인간이 존중받는 선진국, 교육의 역할 중요 학교현장, 교육의 기본에 충실 기해야 7월 19일 전남교육연수원의 2018. 학교 행정 전문 리더 과정에서 '선진국 교육 탐색'을 주제로 하는 수업을 하였다. 학교에서 재정을 중심으로 교육행정 담당자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교육이 어떻게 대처하며, 한국이라는 국가가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나라를 모델로 삼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우리 나라는 해방 후 척박한 환경에서 잘 먹고 살기 위한 노력에 모든 것을 쏟았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 영역을 소홀히 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인간 사회를 이루는 정신적가치를 소홀하게 여기는 면이 없지 않았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현재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하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시장의 갈등으로 많은 국민들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골몰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갈림김에서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찾는 해결책이 있다면 첫째가 통일을 이루는 것이요, 둘째는 품격있는 선진국으로 나가는 길이다. 통일의 문은 예전보다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통일은 완전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2018-07-30 11:09가마솥 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린다. 불볕 더위로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제 우리 아파트는 잠시 정전이 있었다. 전기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 과부하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KTX도 철로가 늘어나 서행한다는 소식이고 동해안 해수욕장은 낮엔 너무 더워 한산하고 야간에 붐빈다고 한다. ‘소중한 학교’라는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작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지정 받아 올해 2년차 지정을 받았다. 내일이 방학식인데 얼마 전 두드림 종강식이 있었다. 장소는 서호경로당. 종강식을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뜻 있는 행사다. 두드림 시간에 학생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사물놀이를 학습한 것이다. 그것을 발표회 형식으로 보여주는 시간이다. 오전 10시 경로당에 도착하니 사물놀이 리허설이 한창이다. 어르신과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총복습을 하고 있는 것. 잠시 후 무대와 객석이 만들어지고 종강식이 진행되었다. 이현숙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첫무대가 올랐다. 웃거리 사물놀이다. 상쇠의 신호에 맞추어 장구와 북, 징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어르신들은 흥겨움에 빠져 신명나게 장구를 두드린다. 학생들 표정을 보니 따라서 하긴 하나 멋 적은 표정이다. 주도적…
2018-07-25 11:002017 청렴 사연/수기 대상 수상작 군대에서 부하장교가 직속상관에게 충격을 드리다.는 군생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읽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28세의 늦은 나이에 입대를 했는데 당시만 해도 이런 일들이 일종의 관행이었다. 그러했기에 이 글의 주인공이 용감하고 청렴한 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하급자가 상관에게 충고를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에는 잠시 오해를 했지만 부하의 충고를 달게 받아들이고 행동을 수정한 대대장님의 용기 있는 행동이 청렴한 군대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정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나중에는 산더미같이 커져서 뇌물이 되고 사회를 좀 먹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청탁금지법연수를 받아보니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수를 들으면서‘ 이러다가 우리 사회가 삭막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하면 어느 누구에게나 떳떳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는 학부모 상담 주간 중 커피나 음료 등을 받을 때마다 늘 찝찝했다.
2018-07-20 16:41"선생님, 반 아이들이 너무 소극적이라 활동을 제대로 안 해요. 이제는 스티커 주고, 사탕 주고, 모둠 점수 올려주는 것도 통하질 않아요. 어쩌죠?" "음. 원래 주다 안 주면 아이들이 잘 안 하려고 해요. 또 먹는 거나 선물은 질리잖아요. 제가 하는 것처럼 주는 대신 빼주는 걸 해 봐요. 우리 예전에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시간에 배운 거 있잖아요. 활동 잘 하면 숙제나 청소를 빼주거나, 그 애가 싫어하는 활동 하나를 안 해도 되는 쿠폰 같은 거 쓰면 바로 통할 걸요." 몇 년 전 근무했던 학교에서 학년 부장 교사를 하면서 젊은 후배 선생님들과 아이들 수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초등학교 학령기 아이들의 특성상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고 담임교사 1명이 거의 모든 과목을 진행하다 보니 똑같은 수업 방식에 있어서 지루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아이들의 수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문제는 언제나 교사들의 고민거리였다.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방법 지난해부터 잠시 현장에서 떠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나의 교직 생활에 대한 다양한 반성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학기에 수강한 교육심리학 강의에서는 아이들과 교사의 미
2018-07-18 15:26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묻는 것 이제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기말 시험도 끝났다. 시험이 끝나면 시험에 대한 반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 학생에게 어떻게 공부하겠느냐고 질문을 하였더니 시험도 보기 전에 영어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것을까? 먼저 과목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지난 중학교 과정에서 해야 할 공부를 안하고 고등학교에 올라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학생들이 어디 한 두명이겠는가?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데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도 고등학교가 포기하고방치한다면 이해가 안되어 모르는 수업시간을 참아내는 것은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어떤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가는 학교 경영 책임자와 교사의 협력으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필자의 딸은 한자와 일본어 히리가나를 전혀 모른 채 일본 중학교에 들어갔다. 뭐가 힘드냐고 물었더니 아무 것도 모르니 잠이 쏟아졌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그렇다. 선생님은 열심히 언어를 통하여 학생에게 자극을 주지만 이건 자극이 아니다. 청각 장애, 시작 장에 아동에게 강의를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일본 학교에서는 이를 방치하지 않았다. 가장 기초부터 시
2018-07-11 16:22어릴 적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향기 넘치는‘멋’을 먹으며 자랐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도 해질녘 석양에 걸친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오월의 뻐꾹새 울음소리, 물총새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 등을 연상하며 향수에 젖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사할 때마다 아파트 1층을 고집하고 봄이면 시장에서 꽃을 사다가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주며 가꾸었다. 꽃을 심고 얼마쯤 지나면 작은 정원이 형성 되고, 어디선가 벌과 나비가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꿀을 사냥하는 모습이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눈으로 그 광경을 직접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평화롭다. 아마 경험해 본 사람만 그 즐거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따금 벌과 나비 말고도“아파트 화단에 꽃이 있어 참 좋네요.”라는 인사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만다. 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이웃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큰 보람이다. 몇 해 전에는 환경 감시원을 하면서 크린데이 봉사 활동으로 등산로 주변에 떨어진 휴지나 오물을 줍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저기 진짜배기 아저씨 있네.”라며 “껄껄”웃으셨는데 그 때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내가 하
2018-07-11 16:211교시 영어 시간. 다음 주 기말고사를 앞둔 교실은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정적이 감돌았다. 수업에 앞서, 모르는 문제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수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평소 수업 태도가 남달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학생이라 그 아이의 행동에 의구심이 생겼다. 수업이 끝난 뒤, 조용히 그 아이를 불렀다. 시험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꾸중 또는 잔소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어디가 아픈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어디 아픈 거니?” “선생님, 죄송해~요. 잠을 몇 시간 못 자서~요.” 녀석은 지난밤 기말고사 시험공부 하느냐 2시간밖에 못 잤다며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었던 것을 사과했다. 그리고 시험 때가 되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녀석은 자신의 공부 방법을 이야기한 뒤,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선생님, 제 공부 방법에 무엇이 문제인가요?” 녀석의 문제점은 시험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었다. 녀석은 나름대로 열심히
2018-07-03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