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진보교육감들이 자신이 공약으로 내 건 혁신학교를 앞 다퉈 신설,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도 지난달 27일 ‘2015학년도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형 혁신학교 55개교를 공모, 2015년에 100개를 만들고 향후 200개로 늘리겠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정 상황은 현재 최악이다. 학교운영비 삭감, 중등교원연구비 미지급, 9월 고교 학력평가 미실시 등 재정적 어려움으로 학교교육의 본질마저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혁신학교에는 없는 예산도 쓰겠다는 꼴이다. 여타 대다수 일반학교 입장에서 볼 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돈을 매개로 한 또 하나의 실험학교 정책으로 비춰진다. 과연 혁신학교가 성공적인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성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학생의 학력 수준 저하가 우려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에 비해 학업성취도와 학교향상도가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 만큼 효과성을 철저히 검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혁신학교가 시도한 교육과정이 예산지원 없이도 일반학교에 적용 가능한 것인지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다시
2014-11-04 10:04트라우마(trauma)는 전문용어다. 그런데 요즘은 일상어가 돼 버렸다. 별 좋은 현상은 아니지 싶다. 트라우마란 재해를 당한 뒤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으로서 외상(外傷)과 관계없이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요즘 잘 쓰이는 용어가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이다. 여기에도 트라우마란 단어가 사용된다. 그런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상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도 있다. 살을 에는 강풍이 휘몰아치는 해발 2000m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에 자생하는 나무가 있다. 이른 바 ‘깃발나무’다. 고지대에 부는 거센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한쪽으로 쏠려 있어 깃발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깃발나무는 그 어떤 나무보다 재질이 좋아 멋진 소리를 내는 현악기의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무척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깃발나무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고서 외상후 성장을 택한 경우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큰 재해와 장애를 입은 후에 좌절해 쓰러져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시련을 통해 더 크
2014-11-04 10:03전국의 교육감들이 201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에서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누리사업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교육디폴트’를 선언했다. 교육디폴트란 교육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행위로 누리사업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교육감들, ‘교육디폴트’ 선언 누리사업은 취학 전 아이들을 국가의 지원에 의해 가르치는 교육 사업으로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지원했다. 이렇게 지원하던 사업이 2012년부터 교육부로 이관해 교육감이 예산을 지원하도록 했으며 2012년은 만 5세, 2013년은 만 4∼5세, 2014년은 만 3∼5세로 확대하면서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던 누리사업비를 교육청이 부담해왔다. 누리사업이 확대되면서 증가되는 재원을 교육청이 부담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누리사업을 확대하면서 매년 2~3조원의 추가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국내 경기의 악화로 세수가 줄어 2015년에는 교육청 예산이 1조4000억원 감액됐다. 재원이 증액되어야만 가능한 사업이 재정이 줄어들면서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 부족한 재원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액되는 누리사업을 감당하기 어려워 교육감들은…
2014-11-04 10:01정부는 2012년부터 국립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기본연봉에 당해 연도의 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을 추가해 급여 총액을 정하는 제도이다. 이 중에서 성과급은 교육, 연구, 봉사 등의 실적을 상대평가해 정한 네 등급(S·A·B·C)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교수사회 파괴 ‘독소적 요소’ 내포 여기까지만 보면, 성과급적 연봉제가 어느 직종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급여체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대학과 교수사회를 파괴할 수 있는 엄청난 독소 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교수사회 내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마련된 두 가지 장치로서 ‘상호약탈식’과 ‘누적식’이다. ‘상호약탈식’은 낮은 등급(B·C) 교수에게 돌아가던 급여의 일부를 떼서 높은 등급(S·A) 교수에게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서,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성과급 지급을 위한 추가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기존의 호봉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누적 방식’은 한 해의 성과급의 일부(2014년의 경우, 17.55%)를 성과가산액의 형태로 다음 해의 기본연
2014-10-27 10:42최근 한국교총이 ‘살아 있는 교육, 실천하는 교사, 선생님이 희망입니다’를 주제로 대전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개최한 제45회 전국교육자료전이 성료됐다. 18일 개관식에서 교총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교사들의 연구 열정이야말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과 교육개혁의 초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전국교육자료전은 교직을 연구하는 교육공동체가 되도록 이끈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교육의 기본 토양인 연구 풍토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전국교육자료전의 예선 참가작이 줄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2008년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개정 때 연구 요소 만점 취득 부담을 덜어 준 역작용이지만 이 보다는 연구와 수업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현재 교원 직무 구조의 문제와 연구 역량을 소홀하게 여기는 교원정책이 근본 원인이다. 교사의 하루는 등교지도, 중식지도, 학생상담, 생활지도, 체험활동, 동아리지도, 방과후 수업, 심야심화수업, 야간자율학습지도, 공문처리 등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양질의 수업을 위한 교재연구와 자료개발, 교육개선을 위한 현장연구를 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의 능동적 주체자가 아닌 피동적인 연수의 대상에 머물 수밖
2014-10-27 10:32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 걸그룹 공연을 보기 위해 수십 명의 인원이 환풍구 위에 올라갔다가 덮개가 무너져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하는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을 살펴보니 두말 할 것 없는 총체적 인재(人災)다. 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걸까. 우선 사물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물과의 대화가 부족하다. 환풍기는 지하의 더러운 공기를 배출하는 것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과연 그곳에 올라가야만 하는가를 질문할 줄 아는 자세를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여기가 과연 안전한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시간이 지나도 과연 안전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안전의식을 기르는데 학교의 정식 교과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활동 중 이런 부분을 다양한 체험과 더불어 관련지어 가르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행사장에서 사회자가 환풍구 위의 관람객들에게 ‘위험하니 내려오라’고 방송을 했음에도 받아들이지 않아 참사로 이어진 부분은 매우 안타깝다. 날이 갈수록 학교교육 현장에서 이 같은 지시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많은 지시를 받으며 자라는데, 성장하면
2014-10-27 10:31최근 영어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절감을 이유로 수능영어 절대평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약 20년간 영어교사로 근무하다 6년 전부터 진로진학상담교사로 과목을 변경해 지도하고 있다 보니 이 제도 추진을 유심히 살펴보게 됐는데 여러 면에서 우려되는 점들이 눈에 띈다. 평가 변경만으론 교육정상화 한계 고교 교육과정은 대학입시가 결정짓는다. 평가내용을 중심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수능영어의 문제유형에 관한 것이 아니라 평가방법에 관한 것이다. 말하기와 쓰기 등 의사소통 중심의 교육방법이 중요한데, 이런 변화 없이 평가방법 변경만으로는 영어교육 정상화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본다. 또 수능문제 유형을 익히려면 EBS 수능연계교재로 대비를 해야 하는데 교육청에서는 정규수업 시간에는 교과서로만 수업하고 EBS 수능교재는 방과후수업에서만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수능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사교육 절감 효과도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수능영어 변별력 문제로, 이에 따른 연쇄적인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응시생 수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9등급제로 나눠 평가하는 상대평가에서…
2014-10-27 10:29올해 노벨 물리학상이 일본 출신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 광원인 푸른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 출신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19명이며, 일본 국적 수상자는 17명이 됐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 입장에선 부러울 따름이다. 많은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한일 노벨 과학상 수상자 차이를 스포츠경기 스코어처럼 빗대 ‘0대19’라는 용어를 쓰며 자조 섞인 푸념을 털어놓는다. 일본과의 경쟁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이 같은 현격한 차이가 가져다주는 아쉬움이 무척이나 큰 것 같다. ‘대한민국 노벨과학상 최초 수상자’ 탄생에 대한 기대는 이미 국민적 염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실제로 최초 수상자가 나온다면 과학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적인 투자 촉진, 많은 인재 유입 등 대폭적인 연쇄반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벨과학상은 오랫동안 과학연구에 헌신한 결과로 받는 것이지, 군대 작전이나 기업 사업계획처럼 비교적 단기간 승부를 걸어 성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절대 아니다. 노벨상은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딛고 이뤄진다. 노벨상을 국가 과학기술…
2014-10-21 10:2611월 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연금을 연금답게’란 구호로 100만 교원·공무원 총궐기대회가 열린다. 교원들의 정부 대상 항의는 지난 IMF 때 ‘교원정년단축’ 이후 처음이다. 그 때도 지금과 거의 비슷한 상황으로, 당사자인 교원을 배재한 채 졸속으로 밀어붙인 밀실정책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결국 그 때 그 문제에 대한 피해가 지금 학교현장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정부는 또 다시 교원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이 평생 국가를 위해 일한 대가이고 권리다. 국가는 이 약속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근본이 전혀 다른 국민연금과 단순비교를 통해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며 여론몰이식의 졸속진행을 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 봉급이 일반기업에 비해 얼마나 열악한지 , 국가의 공무원 연금 부담률이 선진국과 비교해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 제시를 거부하고 외면한 채 공무원연금이 국가의 '시한폭탄', '세금도둑'으로 호도하며 교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공무원 당사자와 협의 없이 연금학회에 ‘밀실 의뢰’로 개혁안을 발표한 것부터 온당치 못한 일이다. 개혁이 필
2014-10-21 10:25보건교사로 학교 현장의 첫 발을 내딛었던 12년 전 일이다. 쉬는 시간에 몰려든 아이들이 워낙 소란스러워 정신없는 가운데, 내 머릿속에 정적을 가져오는 한 마디가 들렸다. 학생 사고·죽음 겪으며 트라우마 “선생님, 너무 힘드시죠?” 어찌 보면 흔한 말 한마디 같지만, 학생들이 자신보다 힘 있고 권위 있는 어른을 헤아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기에 작지 않은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고3이었던 그 아이는 그 후 얼마 마주치지 못했는데, 그로부터 1년 후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한 선생님이 침통한 표정으로 졸업생의 장례식에 간다고 하는데, 그 졸업생이 바로 그 아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상냥하고 남을 돌아볼 줄 알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충격은 꽤 컸기에, ‘대체 왜’라는 분노 섞인 의문만을 남겨줬다. 이후 “선생님 힘드시죠?”라고 말하는 학생만 봐도 화들짝 놀라고, 그 말 뒤에 실린 모습을 살피려는 강박증까지 생겼다. 사실 많은 교사들이 제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소아청소년의 주요사망원인에서 알 수 있듯 그 죽음의 형태는 자살, 사고사가 주를 이룬다. 이는 사별의 충격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학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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