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저 너머에 있더니 어느 사이 내 곁으로 와 가자하던 11월 어느 날 이만 육천 원짜리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오천 원짜리 군밤을 옆 손님과 나눠 먹고 팔천 원 어치 택시를 타고 이천 원짜리 차를 마신다. 내 하루를 담는 그릇에는 오만원도 다 들어가지 않겠구나. 가을처럼 짧은 내 인생의 가을을 단풍 물드는 순간 떨어질 준비를 하던 결 고운 단풍들이 내게 말한다. "그대 시간도 나처럼 짧다. 그래서 가을은 '갈'이야." 미리 도착했더니 시간이 남았다. 30분 쯤. 내 인생의 시계도 이렇게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쯤 우리 반 아이들은 5교시 방과 후 피아노 수업 중일 것이다. 출장은 나와 있지만 내 시계는 교실에 있다. 그 방 안에서 보낸 내 인생의 늦가을이 한 자락 남았다. 교실 밖 세상이 낯선 인생으로 살아온 선생의 가을. 차창 밖 가을 나무들은 벌써 빈 몸으로 하늘을 우러른다. 저것들은 벌써 쉬는 중이다. 할 일을 다 했다며 바람과 노는 중이다.
2014-11-30 20:11"천국에 들어가려면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다른 하나는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었는가?'이다."(인디언 속담 중에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소설을 진득하게 읽어내지 못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독학을 하던 때 글의 핵심과 주제를 얼른 건져내는 기능적 책 읽기 습관 때문입니다. 주경야독하던 시절, 검정고시와 공무원 시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으며 시간에 쫓기고 다급했기에 두툼한 소설을 낭만적으로 읽지 못한 서글픈 청년기를 보낸 탓입니다. 자기계발서나 철학, 교육심리 분야 책을 편식하는 편이고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과 시, 에세이 중심의 책 읽기를 벗어나지 못합니다.이런 제 경험을 비추어 보며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행복한 독서를 못하거나 안 하는 요인이 구조적인 입시 환경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의 긴 호흡을 따라가며 몇 시간, 며칠을 작가가 그려놓은 지도를 밟아 여행하는 여유로움과 낭만을 누리지 못한 채 현실적인 독서를 숙제하듯 해야 했던 저처럼, 입시에서 고득점을 얻는 책 읽기나 논술에 집착할 수밖에 없으니. 어쩌면 즐겁고 행복한 책 읽기의 추억은 초등학교 시절에 끝나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
2014-11-30 20:11
가정에서 남자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해 본다. 요즘엔 남편도 가사의 일부분을 맡아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품 분리 배출 등은 기본으로 하고 있다. 맞벌이의 경우, 집안 청소를 남자가 맡아서 하는 집도 많다. 시대 흐름을 보니 보기 좋은 현상이다. 대개 가정에서 남편의 역할은 전문성을 가졌다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내와 같이 장을 보았을 때는 무거운 짐 나르기는 기본이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데 결정권한은 아내가 가지고 있다. 아내가 살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편의 역할은 운반꾼이다. 얼마전 아내가 집안에 고쳐야 할 것 몇 가지를 지적한다. 대학생인 아들과 함께 거주하는데 남성들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고쳐야 할 것은 빨리 고쳐야 하는데 게을러서, 하기 싫어서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어찌보면 남성의수치다. 그렇다고 아들을 탓할 수도 없다. 집안에 고장난 것은 무려 4개. 아파트 현관의 센서등 고장, 거실의 형광등 고장, 안방 형광등 고장, 화장실 바닥 배수 물막힘 등이다. 형광등은 새것으로 교체하면 된다. 그러나 센서등은 전문지식이 없다. 물막힘은 그 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면 되리라. 이 일 언제할까? 바로 해야…
2014-11-30 20:10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애들의 참고 기다리는 능력을 실험한 바가 있다. 네 살짜리 애들에게 사탕을 앞에 놓아두고 이것을 30분 뒤에 먹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애들이 3분을 넘기지 못하고 사탕을 먹기 시작했다. 나중에 30%의 애들만 30분을 참았다. 그리고 10년 뒤에 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알아보았더니 30분 동안 참고 기다렸던 애들이 모든 면에서 두 배로 뛰어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서 아하 교육은 역시 인내구나. 선생님이든 학생이든 참고 기다려 줄 줄 알아야 하는구나. 그래야 자신도 성장할 수 있고 애들도 더 성장할 수 있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37년 6개월의 교직생활 중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참지 못한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참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들이 죽을 때가 되면 세 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참을 것을 참지 못한 것, 그 다음은 잘 해 줄 걸, 또 하나는 좀 더 열심히 할 걸,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 중 처음의 교직생활 중 참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 같다. 지금도 교직생활에서 참아야 할 걸 참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
2014-11-28 09:47고교진학을 앞두고 입학원서를 쓰면서 이리갈까, 저리 갈까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 갈림길에서 정말 잘 선택해야 할 일이다. 시대가 장수시대이고 한국 경제가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하면서 학교 선택을 잘 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중학교 과정을 거의 마치는 마당에서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후회할 게 없다면 정말 잘 살아 온 것이다. 지금 정리를 하는 것은 어른이 된 나중에 덜 후회하기 위해서이다. '가방을 다시 꾸려라'는 내가 꼭 10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다시 읽으려고 찾았는데 아무리 서가 곳곳을 눈 뒤집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마도 지난 번 책 정리를 할 때 십 년 전 읽은 것이니 다시 볼 일 없을 것이라 생각해 이사를 하면서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이미 내 손을 떠난 그 책을 애써 다시 찾았던 까닭이 있다. 멀리 길 떠날 준비를 하며 배낭을 꾸리다 보니 10년 전엔 머리로 읽었던 그 책이 새삼 가슴으로 다가오고 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크건 작건 깨달음은 항상 뒤늦게 오기 마련인가 보다. 누구나 예외 없이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인생배낭을 다시 싸고 꾸려야 할…
2014-11-28 09:47
자동차 앞 범퍼 복원을 보면서 우리 국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우수한 인재다. 과연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국민답다. 특히 뛰어난 두뇌와 뛰어난 기술력은 다른 나라 민족에 비해 우수하다. 지나친 자화자찬일까? 우리 국민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가 있었다. 작은 접촉사고인 것이다. 상대방은 뒷범퍼, 내 차량은 앞범퍼에 사고의 흔적이 남았다. 당연히 보험회사에 신고하여 상대방 차량의 수리 편의를 제공하였다. 상대방에게 안부를 묻고 감사문자를 드리니 고맙다고 답신이 온다. 그럼 내 차량 수리는? 보험회사에 문의하니 내 부담은 최하가 15만원이란다. 범퍼를 교체해 상처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도 있다. 공식 서비스 센터에 교체 가격 견적을 받아보니 39만6천원이다. 내 돈 1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동네에 있는 단골 카센터에 물어보니 앞범퍼 교체 비용이 30만원이란다. 수리 시간은 4시간 정도 걸리니 차량을 맡겨 놓고 가란다. 이렇게 해도 내 돈이 들어가는 것은 15만원이다. 보험회사 부담은 조금 줄어드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러나 공식 서비스센터나 동네 카센터나 마찬가지다. 그 곳에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업체
2014-11-28 09:38학생은 선생님을 동일시 대상으로 삼는다. 한편으로 듣기 좋은 말이다. 나를 닮다니! 나를 모델로 삼다니, 나를 성장의 대상으로 삼다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마음이 뿌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스트레스가 된다. 좋은 것 닮으면 좋은데 꼭 안 좋은 것만 닮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안 좋은 행동, 한 좋은 말, 게으른 습관...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은 언제나 성인 군자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고 노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 중에는 불평을 자주 하는 이가 있다. 교실에서 수업을 할 때도 그러하다. 교장에 대한 불평, 교감에 대한 불평, 여러 선생님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불평하는 것만 남게 되고 자기도 모르고 불평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만다. 불평이 안 좋은 이유는 불평이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불평을 한다고 교장, 교감, 여러 선생님의 잘못된 행동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그런 사람으로 바뀌어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떠하든지 불평은 학생들 앞에서 하면 안 되겠다. 그게 쉬우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어려워도 아닌 것은 바꾸어가야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
2014-11-27 12:01오늘은 날씨가 포근한 편이다. 이런 좋은 날씨에 건강관리를 위해 산을 찾는 것도 좋고, 산책을 하는 것도 좋고 운동장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제 운동장을 찾았다. 얼마 되지 않지만 운동장을 열심히 돌고 있는 분들이 보였다. 그 중의 한 분에게 눈이 갔다. 손발이 마비가 되어 겨우 걷고 있음을 보았다. 이런 분들을 볼 때 마음이 편치 않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불편한 분과 같은 이가 되지 않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일흔 되시는 교장선생님의 일생을 자주 듣는다. 교직에 대한 이야기, 가정 이야기, 그 외의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배우게 된다. 이 교장선생님은 둘째 아들이었는데 시골의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서울에서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시험을 쳐서 인천 강화도로 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감동이 되었다. 대단하신 분으로 느끼게 되었다. 어디 장남도 아닌데 시골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서울에서의 교직생활을 마감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 모든 사람들이 반대를 해도 그렇게 해서 시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효의 교육에 대한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한번은 일흔
2014-11-26 11:54오늘 아침에 눈을 끄는 것이 붉게 물든 단풍나무였다. 자기의 때에 자기의 할 일을 아주 잘 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자기의 때에 자기의 일을 잘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 단풍나무는 어김없이 붉게 물들어 저물어가는 가을을 잘 알리고 있었다. 자기의 역할, 자기의 사명을 잘 하는 단풍나무가 같은 우리의 삶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종종 일흔 되시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어제 네 친구들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해 주셨다. 한 친구가 ‘아내가 아파트에서 17년 동안 개를 키웠는데 아내는 개를 너무 좋아하였다. 남편은 보이지 않게 날아다니는 털 때문에 개를 좋아하지 않았고 개를 키우지 말자고 하니 아내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개를 아파트 아래로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 키우는 것이 미웠지만 아내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개를 버렸다면 이혼을 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그 아내는 개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 개가 죽었는데 이 개의 죽음으로 인해 아내가 통곡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개를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 달라고 해서 파 죽었더니 개를 창호지로 싸서 묻어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2014-11-26 09:32금요일 저녁. 퇴근을 서두르는데 드륵 드륵 문자 진동음이 울렸다. 무심코 열어보니 학생부에서 보낸 벌점부과문자였다. 김용원(가명) 학생이 교내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어 벌점 25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용원이는 우리반이 아닌가. 순간 나는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큰 충격에 빠졌다. 우리반은 2학기에 들어 환경정리와 청소 상태, 수업태도 등이 27개 학급 중에서 가장 뛰어나 최우수학급 상패까지 받은 상태였다. 우선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자초지종을 들어보기로 했다. 용원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아직 학교라고 했다. “그럼 지금 빨리 교무실 선생님한테 와라.” 녀석도 내가 왜 오라는지 짐작이 가는지 겁먹은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용원이가 잔뜩 주눅 든 모습으로 교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용원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그러자 용원이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선생님, 죄송한데요. 저는 진짜 담배 안 폈거든요. 피우려고 막 불을 붙이려다 걸린 거예요. 정말 너무 억울해요.” 녀석은 얼굴까지 새하얗게 질린 채 진짜 억울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 좀 이리 줘 봐.” 녀석의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2014-11-26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