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서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래된 삶의 등식이 됐다. 그만큼 행복은 사람이 가장 간절히 욕망하는 것이기에 이를 존중하고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물론 여기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에 대한 정의와 파급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 또한 철학자의 말대로 비록 미미하나 소유하는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에 만족하고 이로써 타인의 삶에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행복을 실천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누구나 원하는 행복보다는 평화를 얻기를 바라는 삶을 우선 제안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우리일상의 평화가 깨진 지 오래된 느낌이다. 그만큼 안정되고 평화로운 감정이 간절하다. 인류의 역사를 책이나 영상을 통해 되돌아보면 평화는 잠시 머물고 수많은 재난 속에서 고난과 함께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전쟁과 질병, 기아, 화재와 같은 인재(人災)를 비롯해, 태풍, 폭설, 지진, 해일 같은 자연재해와 더불어 다양한 불행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욕망과 탐욕, 부도덕한 행동, 지역 간 부족주의, 집단 간 이기주의 등 인성이 타락하고 치열한 적자생존의 투쟁은 다반사
2021-12-29 09:59매년 이맘때는 우리 사회 최고 지성 상징인 교수들이 선정하는 사자성어가 세상에 등장한다. 2019년은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라는 뜻의 '공명지조(共命之鳥)', 2020년은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의미를 가진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그럼 2021년은 무엇일까? 갈수록 세상의 가치와 도덕관념이 혼탁하고 게다가 코로나19와의 장기간에 걸친 사투로 민심이 악화하는 가운데 2022년 대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교수신문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선정한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득표율 29.2%로 올해의 사자성어에 뽑힌 것이다. 이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LH 사태와 정치권의 갈등, 연이은 부동산 문제 등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잠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는 중국 당나라의 '구당서'와 신당서'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한 지방 군인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빤다는 '묘서동유(猫鼠同乳)'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다. 원래 쥐는 굴을 파
2021-12-13 20:33앞으로 중등 교사 진입문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사범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 교사가 되기 어려워진다. 최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과잉 배출되는 중등 교원 양성 규모도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교원 양성과 임용 규모 간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는 중등 교원 양성 규모를 축소해 균형을 모색하기로 했다. 현재 중등 교원 자격증 취득자가 교원 모집 인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등학교 선택·전문교과는 일반학과 교직과정·교육대학원에서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예비교원의 교육 실습(교생 실습) 기간을 현행 4주에서 한 학기로 늘려서 현장 친화적 교원 자질과 역량을 함양하고, 1급 정교사 연수와 연계한 융합전공 이수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성 기관인 대학에서 배운 것을 발령 받은 초·중·고교 일선 학교에서 유용하게 활용토록 제도를 개선한다. 사실 2020년 기준으로 사대 등을 졸업하거나 교직과정을 이수해 중등 교원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은 1만9336명이었으나 올해 중등 임용시험 모집인원은 4410명에 불과했다. 중등 교원…
2021-12-13 09:52모든 세상사(事)는 우선순위가 있다. 예컨대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걷기 전에 기어 다니기가 먼저고, 달리기 전에는 걷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의 성장이 그렇듯이 자연의 만물도 마찬가지다. 모든 과일은 열매를 맺기 전에 꽃이 먼저 피고 역시 그 이전에 싹 트기가 있어야 한다. 이런 단순한 자연의 원리, 순서를 어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전 『맹자(孟子)』의 ‘공손추(公孫丑)’ 상(上)에 나오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중국 송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다. 농부는 논에 벼를 심었는데 남의 논에 심어있는 모보다 자라지 않자 궁리 끝에 빨리 자라라고 모를 하나하나 벼의 순을 뽑아주었다. 어리석은 농부는 집으로 돌아와 부인에게 ‘내가 오늘 벼가 자라는 걸 도와주고 왔소.’라고 말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 벼들은 모조리 말라 죽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렇다. 이를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 한다. 즉, 모든 일에는 순리(順理)가 있는데 이를 어기면 오히려 일을 망친다는 교훈이다. 이는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다. 어느 가족의 사례를 들어 보자. “아버지, 상황이 안 좋은데 아이들도 병원에 오라고 하시지 그러세요?” 암이 점차 말기로 향해…
2021-12-06 19:00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지난 10월 20일 1차 총파업에 이어 12월 2일 2차총파업을 했다. 이에 학교는 대안 마련에 술렁였다. 엄동설한에 빵과 우유로 대체급식을 해야 할지, 단축 수업을 할지, 학부모의 도시락에 의지할지, 재량휴업일로 운영할지 고민이깊었다. 노동자의 노동행위는 법으로 보장한 소중한 권리다. 그러나 학생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행위가 정당한지는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자라나는 미래의 학생들에게안정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면서 노동자의 권리 주장을 병행할 수는 없을까?학생들에게도 맛있는 점심을 먹을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방안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첫째, 총파업으로 근무가 어려운 조리종사자를 대신할 대체인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급식을 제공하면서 총파업을 하면 파업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노동자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모든 국민은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이다. 둘째, 학교급식을 직영급식과 위탁급식 중에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에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직영급식으로 운영되는…
2021-12-02 10:21그동안 중학교 1학년에서1년 동안 실시한 자유학년제를2025년부터한 학기로 축소 운영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이발표됐다. 자유학기제는 지난 2017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교장이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선택해서 운영할 수 있던 것을 한 학기 또는 두 학기를 지정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바꾼 후 자유학년제로 대폭 확대 운영돼왔다.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크게 줄이고 토의·토론식 수업과다양한 진로체험을 통해 바람직한 진로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교육과정에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학교 1년 동안 시험을 보지 않아 학력 저하 우려 및 사교육비 증가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작용을 유발했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 동안 지필평가를 보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학력 저하 우려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사교육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도시학원가에서는 자유학기제를 표적으로 삼아선행반·특별반 모집 등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광고가 계속 등장했다. 학생들은 자유학년제로 시험에 대한 부담감은 크게 줄었지만 학습 공백과 학습 정체로 인해 자기 실력과 수준을 점검하고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학생들은…
2021-11-27 18:53교직 경력 38년째다. 어느 순간부터 이 땅에서 교육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학생을 가르친다는 긍지와 자부심에서 학생들에 대한 동정과 측은지심,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부끄러움으로 가슴이 채워져감을 느낀다. 그 이유는 삶의 터전인 학교 현장에서의 현실을 두고 한두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굳이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땅에서 경쟁과 입시에 몰입돼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향한 어른으로서의 미안함과 그들에게 인간 본연의 권리인 행복을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자로서의 책임감, 사명감에 따른 무력감과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땅에는 과연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민주시민육성이라는 교육목표에 부합한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고뇌의 나날이 연속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끝난 2022학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문⋅이과 통합수능에 ‘불수능’, ‘용암수능’을 치른 아이들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일반고 교사들은 아이들의 가채점을 기반으로 언론에서 제공하는 각종 입시 관련 정보에 한숨만몰아쉰다. 그들 또한 아이들 못지않게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통스런 삶의 연속이다.
2021-11-25 12:51근대 대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훔볼트는 “교수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공동체”라고 대학을 정의한 바 있다. 그는 또한 대학을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이제 지성의 폐허, 정신의 황무지, 정치의 볼모지가 된지 오래이며 대학 밖의 세상보다도 더 흉물이 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과거 김예슬의 ‘자퇴선언’과 주현우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시작으로 이제는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도 정치의 공론장도 아닌 기업의 하청 업체이자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서글픈 현실로 변모했을까. 최근에는 대학을 둘러싼 입시비리 및 박사 학위 관련 연구 부정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조민 씨의 입시 부정과 윤석렬 전 검창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연구 부정 의혹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리 탐구와 정의의 표상인 대학의 위상이 날개가 없이 추락하는 것은 어느 한두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이 땅에 진정한 대학은 없다.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공동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처럼 대학을 죽인 것은 이 땅의 권력이다. 정치 권력과 재벌 권력에 예속되어 눈치를 보는 작
2021-11-16 21:13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신이 되려는 인간(호모 데우스) 세상에서 “변화만이 유일한 미래의 상수(常數)”라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은 첨단 과학⋅기술들이 4차 산업혁명이란 명찰을 달고 입학한 초등학교 아이를 눈을 비비고 알아보아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한 그 자체다. 이제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르는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3차원의 디지털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인류를 변화시킬지 상상의 끝을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국내와 미국, 심지어 자국산 물품에 대한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에서조차 판매 예약이 폭증하면서 초대박을 예상하게 했다. 그 기술의 무한 질주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과거 애플(Apple)의 그늘에서 초라하던 시절은 어디로 가고 이젠 당당히 초격차의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적같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 인류는 인간이 변화로 이루어 온 화려한 바벨탑에 잠시 멈춤 내지 주춤하는 시기에 봉착해 있다. 안타깝게도 1년 10개월 전부터 ‘코로나19’란 괴물이 인류를 볼모로 잡아 포로 생활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2021-11-07 19:56코로나19의 대란 속에서 감염병과 일상이 공존하는 위드(with)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상존한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 회복’이 과거의 생활로의 회귀가 아니라, 진보·발전적 기대라는 점을 전제하면 향후 의료, 방역, 교육 영역에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지난 11월 1일부터 제1단계, 오는 12월 13일 제2단계, 그리고 내년 1월 23일 제3단계로6주 텀(term)을 두고 추진된다. 하지만, 이 로드맵대로 원만히 운영될 지 매우 회의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우려대로'위드 코로나' 시행 후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다. 연일 2500명 내외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드 코로나19를 먼저 실행한 유럽의 확진자, 사망자 급증 사태가 한국에서 나타날 우려가 농후하다. 특히 학교와 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빈발해 10대 청소년층과 60대 이상 노령층에 확진자가 집중되자 방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감염병의 최후 보루여야 할 학교에서도 많은 학생, 교직원
2021-11-05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