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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청소년에게 왜 철학 교육이 필요한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인 철학(philosophy)은 일상에서 ‘인생철학’ ‘정치철학’ ‘교육철학’ ‘경영철학’ 등의 말로 자주 인용된다. 원래 철학은 어원적으로는 ‘지식이나 지혜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철학을 ‘보편적인 생각’이자 ‘인생관, 세계관’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 철학의 관계는 어떠한가?

 

일찍이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해서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말로 교육에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즉, 생각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굳건한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생각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모방과 관행에 의존하려는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의 중요성은 지식교육보다 더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배움의 형성과정에서 철학과의 만남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어떻게 철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 유럽의 엘리트 양성을 담당해 온 교육기관에서는 오래전부터 철학과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쳐 왔다. 정치·경제 분야에 무수히 많은 엘리트를 배출하고 있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간판 학부 PPE(철학, 정치학, 경제학 융합 과정)에서는 철학이 세 학문의 필두로 꼽힌다. 프랑스의 고등학교 과정인 리세(lycee)에서도 이과와 문과를 불문하고 철학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가 매우 잘 아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경우 첫날 첫 시간에는 전통적으로 철학 시험이 실시된다.

 

그렇다면 왜 철학을 배워야 할까? 첫째,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울 수 있다. 셋째, 혁신적인 아젠다(과제)를 정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도 철학 교육의 장점은 이렇게 열거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이런 사실 외에 또 다른 절실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역사상 같은 비극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신채호 선생은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를 겪으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한 일방적인 비극을 멈추려면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배가시키는 철학 교육이 필요하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원래 이 말은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 사상가인 폴 발레리(1871~1945)가 한 말이다. 이는 우리가 생각과 행동의 상관관계를 말할 때 단골처럼 인용하고 있다. 좀 더 분석해 보면 ‘나는 생각하는 대로 산다’ 즉, 생각하는 주체가 나이기 때문에 내 삶은 내가 가꿀 수 있다(주도적인 삶)는 것과 ‘나는 사는 대로 생각한다’ 즉,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의해 내 생각이 이리저리 좌우된다(수동적인 삶)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에서 사색은 생각의 습관이며, 생각은 삶에 생명과 가치를 더하는 실천적 행위다.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의 삶을 다듬는 것이고, 자기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다. 그래서 생각은 곧 삶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쳐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청소년들이 미래에 자신들이 꿈꾸는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자신들의 굳건한 철학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청소년 철학 교육의 실질적인 또 다른 이유다. 지금처럼 청소년들을 지식공부, 입시공부에만 몰아놓고 생각하는 시간조차 없이 학교생활을 강요하면 그들을 인공지능(AI) 로봇처럼 만드는 것임을 자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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