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한테 미술교사라고 얘기도 못해요. 평소 작품 한 점 하지 않는데 어떻게 떳떳하게 미술교사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미술교사들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어요.”미술교사로 정년퇴임을 앞둔 동료교사의 말이 떠오른다. 순간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미술을 가르쳐 온 내게도 늘 꼬리처럼 따라다니던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실기능력 향상 위해 유인책 필요 미술은 어느 교과보다 실기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실기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새내기 미술교사들은 상당한 실력을 겸비해 교육현장에 투입되지만 교직의 시작과 함께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포기하고 만다. 수업진행을 위한 수업설계, 수업방법연구, 학급운영, 성적처리, 행정처리, 교육과정 연구만으로도 교사들은 바쁘다. 이런 것만 잘 해도 미술교사로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데 굳이 작품 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미술교사들은 1년에 작품 한 점조차 제작하지 않는다. 시도별로 중등교원미전이 있지만 참여율이 너무나 저조한 게 현실이다. 설령 출품한다 해도 신작이 아니라 수년 내지 10년도 넘은 작품일 경우가 있고
2016-12-16 13:59교총 등 교육계가 지속적으로 인하를 요구한 교육용 전기료가 20%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8일 전체회의에서 동·하계 냉난방 전기요금 할인율을 현행 15%에서 50%로 대폭 올리고 기본요금은 당월 피크치를 당월 요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연 800억 원 가량의 전기료가 절감돼 학교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교육현장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전기료를 더 내려야 한다는 요구다. 첫째, 지속적인 전기료 인상을 감안할 때 20% 인하는 다소 부족하다. 비록 2014년 4% 인하와 지난해 동‧하계 할인율을 상향(연간 203억 원)했지만 교육용 전기료는 2008년부터 6차례에 걸쳐 총 31.1% 인상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둘째, 학교 전기료 부담을 더 낮춰야 실질적인 냉‧난방기 가동이 가능하다. 지난해 전체 학교 전기요금은 총 4806억 원으로 운영비 대비 평균 19%에 달한다. 시·도별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학교가 운영비의 4분의1을 전기료에 쓰고 있는 것이다.셋째, 학교의 전기 사용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현재 학교는 냉‧난방뿐 아니라 컴퓨터, 프로젝터 등…
2016-12-12 09:13교육부가 지난 달 돌봄교실을 방과후 학교에 포함하고 그 운영 주체를 학교로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화되면 일선 학교와 교원들의 책무는 더욱 가중될 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행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지자체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별도의 센터에서 주관해야 한다는 일선 학교와 교원들의 오랜 요구와도 정면 배치된다.물론 저소득층‧맞벌이 자녀, 학부모를 지원하는 돌봄교실과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를 추구하는 방과후 학교는 확대돼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 지나친 짐을 지우는 개정안은 재고돼야 한다. 현재도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 운영으로 교사들은 수업 연구, 자료 준비, 생활지도 등 본연의 직무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주말, 방학도 반납해야 돼 학교 기피 업무로 전락한 지도 오래다. 따라서 일본과 호주 등 외국의 사례처럼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의 운영 주체를 지자체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별도의 센터로 지정하고, 학교는 시설 지원과 운영 보조 등을 하도록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단지 교육 대상이 학생이고, 활동 장소가 학교라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현재 전국…
2016-12-12 09:13교육계의 노력 끝에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권보호법)과 시행령이 개정돼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갈수록 교권침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법령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예방적 차원의 법령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교권침해에 대한 교육감의 고발조치 의무화, 특별교육 거부 학부모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을 골자로 한 교권보호법 개정안이 다시 국회에 제출됐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보완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먼저 교권보호법에는 가해학생에 대해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게 할 수 있는 규정만 두고 있을 뿐, 전학 처분과 같은 징계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정한 5가지 징계만 가능할 뿐, 전학 처분이 불가능하다. 이는 전학 처분이 필요하다는 일선 현장의 요구와 배치된다.교권보호법 시행령에는 시‧도 교육감이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원의 치료, 전보(轉補) 등 보호조치’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학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의 보호
2016-12-11 16:51많은 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이미 여러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그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딩(coding)을 공교육에서 가르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생활언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계적인 언어, 즉 프로그래밍을 이해하면 개인의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해 교육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앞으로의 기술변화 속도는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윤곽으로 보면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지 일정 부분 예측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과연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일까?첫째, 비판적 사고능력(정보판별력)이다. 학생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무한한 정보환경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자신과 공동체에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의 함양이 요구된다.둘째, 통찰력이다. 이것은 현상을 총
2016-12-10 12:39“간격은 통로다. 둘 사이 간격이 있다고 서운하게 생각지 말라.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이 나무를 자라게 하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사랑하는 마음을 키운다. 간격은 무엇이든 흐르게 하는 통로다. 바람이 흐르고 햇살이 흐르고 물이 흐르고 정이 흐르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둘 사이 흐르는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다.”입담 좋아 보이는 방우달은 자신의 시집 ‘풍선 플러스’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 차간 거리를 잘 유지해야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듯이 사람 사이의 거리, 즉 ‘인간거리’도 잘 유지해야 한다. 침묵 속에 빠진 교무실 요즘 학교 안에서 교사 간의 인간거리는 적절한가. 너무 가까워져 생기는 갈등보다는 너무 멀어져서 야기되는 문제가 더 많은 듯하다. 사람들은 대개 침묵으로써 외부 세계와 자신을 단절시키고 스스로 고립된다. ‘내가 당신의 영역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지 않을 테니 당신도 나의 영역에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암시가 공기 중에 흐른다. 그래서 ‘당신 수업을 공개하라고 하지 않을 테니, 내 수업도 보겠다고 요구하지 마시오’ 그런 암묵적인 신호가 강하게 감지된다. 언제부턴가 교무실도 너무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 공적인 공간이지만 아무
2016-12-05 15:01최근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원평가를 독려하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또 나왔다. 교원평가의 계절에 단골 메뉴처럼 되풀이되는 일이다. 그 때마다 일반 국민들은 ‘어떤 평가인데 저렇게까지 하나’ 의구심이 들만도 하다. 교원평가는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취지와는 달리 2005년 도입 당시부터 교단의 반발을 사온 정책이다. 10년 넘게 그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해마다 형식적인 평가가 반복되고 있어 교원 사기 저하는 물론 교육현장의 혼란만 반복되고 있다. ‘깜깜이 평가’ 되풀이, 자존감만 상처 교원평가가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평가자가 교육전문가가 아닌 학부모와 학생이라는 점 때문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교수활동, 생활지도, 각종 교무업무 등 매우 전문적이고 다양한데 이런 교사들의 일상을 교육의 비전문가가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먼저 학부모들의 경우, 고작 한두 번 공개수업 장면을 보고 교사를 평가하라고 하니 그 자체를 매우 난감해 한다. 그러나 학교가 강요하니 의미 없이 평가할 수밖에 없고, 많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수업 참관은커녕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이 ‘깜깜이 평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2016-12-05 15:01지난달 28일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사회 각계가 폐기를 주장하는 가운데 교총은 절차의 투명성, 내용의 적절성과 중립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실제로 정부는 편찬기준과 집필진을 사전에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대사 집필자는 역사학자가 1명뿐으로 전문성을 의심받고 있다. 또 ‘대한민국 수립’ 표현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친일과 독재 미화 논란을 피하려는 듯 이승만 정부 독재, 5·16군사정변과 10월 유신, 민주화 운동의 성과 등을 중립적으로 서술하려 애썼지만 이 또한 한계를 드러냈다. 고교 한국사에서 근현대사 서술 분량이 절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을 정교하게 기술하는 등 비중을 높여 또 다른 편향성 시비를 낳고 있다.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의욕이 1년만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내놓는 무리수로 이어진 것이다.하지만 정부가 왜 그토록 조급하게 국정화를 추진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검정과 국정의 찬반 논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는지도 이제 되돌아봐야 한다. 그간 검정을 주장하는 역사학계와 집필자, 일부 교사들은 편향된 집필과 수업을 하지 않았는지, 반미와 종북 그리고 자학적 사관을
2016-12-05 12:01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4차 관계부처 합동 해석지원 TF를 열어 학생들이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주는 행위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제자의 꽃 한 송이까지 부정 청탁으로 봐야 할 만큼 교단이 부정적으로 비쳐진 현실에 학교 현장은 허탈을 넘어 자괴감에 휩싸였다. 교총은 즉각 성명을 내 “사제 간의 정을 범죄로 모는 경직된 해석”이라고 재검토를 촉구했고 권익위를 항의 방문했다. 권익위는 부랴부랴 “결정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이번 해프닝은 일명 ‘김영란법’ 제정 당시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된 것이다. 지난 60여 년 간 이어온 사제 간의 아름다운 전통을 법적 잣대로만 재단한 안타까운 결정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상징인 카네이션이 부정 척결의 대상이고 청탁 행위라는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국민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제자가 스승에게 드리는 꽃 한 송이를 처벌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경직된 해석은 결국 법을 희화화(戱畵化) 해 청탁금지법 전체의 입
2016-12-05 11:53얼마 전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의 배신(윌리엄 데러저위츠)’이란 책을 읽었다. ‘공부’와 ‘배신’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묘한 부조화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대체 공부가 뭘 배신한다는 건가? 공부는 노력한 만큼 우리에게 정직한 보답을 주는 게 아닌가? 이런 의문은 책장을 넘기자 자연스레 풀렸다.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 마케팅’이란 말이 있다. 학원을 하든, 병원을 세우든, 책을 출판하든 ‘하버드’란 말이 들어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엘리트 의식과 특권 의식이 만연해 있다.윌리엄 데러저위츠는 특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미국 명문대생들의 생활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작가는 하버드대를 비롯해 예일대, 프린스턴대 학생들을 똑똑한 양(羊)들로 비유했다. 머리는 비상하지만 소심하고 호기심이 없는 온순한 양들처럼 정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대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낙오이고, 낙오는 인생의 실패이며 패자가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감히 새로운 도전은 꿈도 꾸지 못한다.우리나라 명문대생들은 어떨까. 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대생은 꿈이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들은 이미 서울대 입학이라는 꿈을 이뤘기…
2016-12-05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