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존자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나라에서 눈부신 경제성장과 사회변화를 끌어내는 데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여 이들이 교육현장에서 훌륭한 인적자원을 길러내는데 일조한 것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교사는 교육의 질을 결정하고,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우수한 인재를 교직으로 유인하고 양성하여 자격을 부여하고 임용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다. 이런 이유로 교원정책에 관한 사항은 정부의 교육개혁방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왔다. 우리나라의 교사자격검정제도는 교사양성기관을 통해 자격증을 수여하는 것을 근간으로 해왔다. 해방 이후에도 문교부는 교사자격검정규정을 1948년 5월 10일 공포·실시하였고, 정부 수립 이후 1949년 12월 31일에 교육법을 제정하여 교원의 종류·직무·자격제도에 관한 사항을 담았다. 1953년 「교육공무원법」이 제정되어 교육공무원의 자격에 관한 법규를 명문화하였고, 1953년 10월에 교육공무원자격검정령을 공포하여 자격검정 종류와 대상을 구체화하여 규정하였다. 이후 1964년 교원자격검정령을 새로 제정하여 부분적인 변화를 보이며 변천하다가 1972년 12월에는 교원자격에 관한 사항을…
2021-06-04 10:30
마흔 무렵의 일이다. 불혹(不惑)에 들던 때이니,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함에도 기억은 생생하고 부끄러움은 선명하다. 나는 그때 교직(1974~1978)을 떠나, 연구소로 옮겨온 지 11년째 되던 해였다. 그러니까 내 자의식 속에 ‘선생으로서의 정체성’은 좀 희미해진 때였다. 그해 입동 무렵 어느 날, 절친한 고향 친구 S의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병석에 오래 계셨던 어른이시다. 빈소는 경기도 포천 이동(二東)이다. 고인이 사시던 집에서 조문받고 장례를 모신다고 한다. 그때는 지금과 달라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는 일은 드물었다. 대개는 집에서 장례를 모셨다. 오후 6시, 서둘러 퇴근하여, 사당동 어디쯤서 빈소에 갈 친구 몇몇이 모였다. 누군가 차를 가지고 나왔다. 간단히 저녁 요기하고 오후 7시가 넘어 출발한다. 어두운 지방도로, 길을 물어 도착하니 밤 10시가 넘는다. 빈소에 조문하고, 이쪽 방으로 건너오니, 오래 보지 못했던 옛 친구들이 한 방 가득 우르르 몰려 있다. 함께 섞여 앉으니 오랜만의 추억담으로 질박한 언어들이 오간다. 고향 친구, 허물없는 사이 아닌가. 문상객을 위해 술이 들어오고 밥이 들어오고, 그 술과 밥 위로 오래…
2021-06-04 10:30
코로나가 막 유행하기 시작했던 2020년 초, 어느 교수가 자신의 SNS에 공유한 이미지에는 냉소주의적 유머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편지글이 적혀있었다. 의료계 전문가들에게. 요즘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일에 관해 이래라저래라 오지랖을 많이도 부려대지요. 정말 유감입니다. 그리고 각종 매체가, 자기들은 이 분야에 관해 전혀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았고 경험도 없으면서, 여러 이론을 떠들어대는 꼴을 보아야 하죠. 이 역시 유감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괴로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럼 이만. 교사들 씀. 위 편지글은 물론 농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기도 하다. 교직은 전문직이다. 그러니까, 교사는 교육전문가이다. 그러나 교육학적 배경이 없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교사의 업무에 관해 말을 얹고 평가를 한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은 교육에 관한 진지한 통찰보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좇는다. 마치 자신들이 당사자이며 전문가인 교사들보다 더 많이 안다는 듯이 말이다. 교직은 그 어느 직종보다 일반인들의 삶 가까이에 있다. 우리는 아플 때 병원에 간다. 하지만 일 년의 절반 이상 병원에…
2021-05-06 10:30
교원의 보수체계 실태와 문제점 일반적인 공무원의 봉급체계와 마찬가지로 유·초·중·고의 교원들은 재직 중에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른 본봉과 각종 수당 등을 합한 급여를 받게 된다. 이 중 본봉은 인사혁신처에서 매년 발표하는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교원 등의 봉급표’에서 호봉에 따라 월 지급액으로 정해놓은 봉급을 말하는데, 2021년도의 봉급표를 보면 1호봉 약 167만 원부터 40호봉 약 549만 원까지 호봉별로 봉급액을 제시하고 있다. 교원의 호봉은 교육대와 사범대 졸업자를 기준으로 9호봉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교원만 특별히 높은 호봉을 적용받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1970년대에 교원수급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역대 정부는 임시교원양성소를 통해 교원을 배출하곤 했는데, 이를 통해 배출된 교원의 호봉과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원자격증을 받은 사람을 모두 호봉으로 정해 교원의 봉급표에 규정했던 것이 4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이다. 반면 국립대학 교원 등의 봉급표는 1호봉부터 33호봉까지로 정해져 있다. 유독 유·초·중등교원 등의 봉급표만 1호봉부터 40호봉까지로 정해진 것은 현직에 있지도 않은 임시교원양성소…
2021-05-06 10:30
교장공모제 시행이 10년을 넘어서면서 제도적으로는 안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지지 집단과 반대 집단으로 양분되어 정책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교장공모임용제를 제도로서 평가하고, 정책적 정당성에 입각하여 판단하기보다는 ‘교장자리’를 두고 대립하는 입장들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정책이 정책으로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정성에 입각하여야 하며, 좋은 교육을 실천하려는 철학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공모교장제가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교조직을 혁신하는데 긍정적이라면 우리는 이 제도를 가꾸고 보듬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한계와 문제점이 있다면 집단이기주의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숙의과정을 통해 이를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교장임용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교장임용방식을 확대하는 방안과 기존 교장임용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전에 왜 교장임용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은지 살펴보고자 한다. 교장은 교사만큼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교사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
2021-05-06 10:30
평가는 엉키고 수당은 묶이고, 발목잡는 교원정책 한국의 교원정책은 한편으로는 교원의 분발을 촉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양면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목표들 사이의 균형이 깨어질 때에는 혼돈을 경험하게 된다. 그 혼돈은 대개 현장 교원의 거부와 저항, 개혁정책 자체에 대한 피로감의 증대를 가져왔고, 정부당국에서는 개혁정책을 일관되게 집행하지 못하고 정책기조의 전환 혹은 후퇴를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원들이 보이는 거부의 양상은 다양하다. 특정 교원정책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명멸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식의 ‘회피’ 반응을 보인다. 또 교원평가와 성과급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장의 협조가 없이는 어떤 교원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교원정책은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한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내용상의 합리성을 갖춘 정책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적절하지 않고 현장 교원에 의해 수용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없다. 정책의 과정적 대응성이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2021-05-06 10:30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로운 기준과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는 뉴노멀 시대를 맞고 있다. 학교교육도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전방위적인 변화의 중심에 학교가 서 있다. 경험을 통해 얻어지던 지혜만으로는 불확실성의 이 시대의 교육을 이끌어 갈 수 없게 되었다. 스마트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 자양고가 그 길로 접어들고 있다. ‘자발과 참여’라는 핵심가치를 가진 교원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교사 간 세대를 뛰어넘는 리버스 멘토링, 수업방법과 자료의 공유와 수업나눔 등을 통해 뉴노멀 시대에 학교라는 아름다운 공동체의 정원을 가꾸어가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 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하여 코로나19 장기화는 정상적인 학사운영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 감염자 발생도 증가하여 긴급하게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원격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키며 학교급식 등을 연계하여 대응해야 하는 학교로서도 난감하기만 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고등학생 67.5%와 학부모 70%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늦게 자고 늦게 일
2021-05-06 10:30
#01 _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흑백 모노톤 화면의 텅빈 교실,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부드럽고 담담한 음색의 주인공은 가수가 아닌 교사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자 제자들이 보고 싶은 선생님의 마음을 노래에 담아 영상으로 연출했다. #2 _ “어린이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이번엔 공사현장. 안전모를 쓴 세 명의 출연자가 두 팔로 X자를 그리며 안전사고 위험을 경고한다. 급식 조리실에서는 빨간 고무장갑은 낀 채 음식 준비를 하며 고른 영양섭취를 강조한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초등학교에서 만든 ‘철산어린이 헌장’의 한 장면이다. 교장과 교감선생님이 상황에 맞는 분장을 하고 학교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학교가 책임져야 할 내용 열가지를 코믹하게 연출했다. 원격수업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자 보고 싶은 마음에, 또 그들에게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싶은 바람에서 지난해 어린이날을 맞아 제작한 것이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학생들이 빨리 학교에 가고 싶겠다” “열연하신 교장선생님,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남녘엔 벚꽃이 난분분하던 3월 말, 세월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복도를 따라가다…
2021-05-06 10:30
서울 시장 보궐 선거가 끝났다. 선거 다음 날, 언론은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20·30대의 표심이 1년 전 총선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그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걸까. 시장 선거이니 공약도 보고 정당도 보았을 테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 점에 주목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후보의 말이 거짓말이냐 아니냐, 저 후보가 하는 말의 끝에는 민주주의가 있느냐 전체주의가 있느냐. 사람보다도 정당이 더 컸던 선거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언제 피나 과거에는 지금보다도 더 폭력과 권력이 친했다. 나라 안에서도 그랬고 교실 안에서도 그랬다. 오래된 문학작품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 안에 있는 선생님들은 대개 폭력을 권력처럼 휘두르는 학생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는 이름처럼 단단하고 매서워 보이는 엄석대가 나온다. 30대 이상(소설은 1987년, 영화는 1992년에 나왔으니 엄석대를 안다면 그것도 중반 이상일 것이다)의 사람들은 급우들 위에 군림하다 몰락하는 엄석대의 모습에서 리더의 자질을 배웠다. 그러나 그 배움은 모델링의 배움이라기보다는 타산지석형 배움이었다. “저러면 안 되
2021-05-06 10:30
상자 속 친구 (이자벨라 팔리아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김지연 옮김, 이야기공간 펴냄, 32쪽, 13,000원) 평화로운 숲속에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상자, 구멍이 두 개 뚫린 커다란 상자를 발견한 동물 친구들. 상자 속의 누군가를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동물 친구들의 기다림과 배려, 따뜻한 마음은 진정한 배려와 소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2021-05-06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