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최근 기간제교사에게 2005~2010년분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1·2심에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 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물론 이번 판결은 옛 성과상여금 지침에 대한 판단으로 기간제교사를 성과급 지급대상으로 포함한 현 지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법 해석을 너무 엄격히 해 ‘기간제 교사를 두 번 울린 판결’이란 말이 나온다. 정부가 세월호 사태 때 기간제교사의 순직을 ‘공무원’이 아니 이유로 거부한 것 같이 지나치게 법리에만 충실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 기간제교사는 4만3472명에 달한다. 이중 담임교사의 비율은 해마다 늘어 절반에 육박하는 48.6%(2만1118명)다. 충북은 무려 60%나 된다. 이렇다 보니 기간제교사 없이는 학교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기간제교사의 현실은 열악하다. 학부모는 꺼리고 학생은 무시하는 등 교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경기 이천의 한 고교에서 기간제교사가 학생들에게 빗자루로 맞은 사건이 단적인 예다. 정규 교원과 같은 교육활동에 헌신하고, 되레 궂은일을 더 맡는 경우도 많지만 부당한 차별과
2017-02-27 09:14유력 대선후보들의 교육부 폐지, 기능 축소 공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적’,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국민의 저항이 별로 없다는 점은 그간 교육부의 역할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후보들의 공약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도 어렵다. 폐지와 기능 축소 주장의 이유 중에는 교육부가 그동안 정권의 시녀노릇을 했다는 것도 있는데, 교육부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대선 공약이라면서 특정 정책을 추진하게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교육부와 공무원에게만 돌린다는 것은 공약이 교육부 기능에 대한 고려보다는 보복성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교육부 폐지가 아니고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전 정부가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며 후유증만 남긴 선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단순한 폐지, 축소 공약은 교육계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교육부는 정치권과 시도교육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대선후보가 교육부 폐지를 주장하는 한편, 시도교육감은 유초중등 교육 권한을 시도에 넘겨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앙 정책에 반대하고 독립적 운영만을
2017-02-27 09:13최근 학교에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검토 공문이 왔다. 개정안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을 초등교 유휴교실을 활용해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육과 교육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저출산이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학교현장의 유휴교실을 활용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초등교의 유휴교실을 영유아보육시설 확충에 변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초등 현장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과밀학급 해소, 특별교실 확보 등 시급 먼저 초등교 유휴교실은 유아보육시설 확충 이전에 초등교육의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하며 초등교육의 본질적 질 제고를 위해 활용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초등 유휴교실은 무엇보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과밀학급을 해소하는데 쓰여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2017학년도 1학급 편성기준 인원은 26명으로 이는 2014년 OECD 평균 21.3명보다 매우 높은 실정이다. 개별화,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학급편성 기준인원을 낮춰야 한다. 초등 수업의 특성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별교실부터 확충해야 한다. 학생자치실, 음악실, 영어실, 미
2017-02-25 18:322월 아이들과의 이별을 앞둔 시간이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한 번 살펴본다. 학교폭력 문제, 왕따 문제로 세상이 시끌시끌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천진난만하다. 수업을 하다 우연히 예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며 화제가 됐던 초등생들의 답안을 다시 보게 됐다. 시간이 있으면 한번 찾아보길 권한다. 그리고 같은 시험문제를 받는다면 어떻게 답을 적을지 한 번 상상해보라. ‘지금’의 삶에 전력하는 아이들 1번. 초등 5학년 도덕문제. ‘부모님은 왜 우리를 사랑하시는 걸까요?’ 정답은 ‘나를 낳아 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같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등. 2번. 초등 1학년 바른생활 문제. ‘교실에서,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모두가 편안하게 잘 지내려면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정답은 ‘질서’. 어른 시각에서 이런 답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을 빗나가는 초등생들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답안지가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은 1번 답으로 "그러게 말이에요", 2번에는 ‘속력’이라고 적었다. 아이들의 엉뚱함과 기발함에 피식 웃고 말았을 것이다. 어른들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이 기발한, 아니 때론 엉뚱한 답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2017-02-20 09:20아이돌 춤·노래에만 열광하는 아이들 어린이들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아서 표현한 문학 양식에 곡을 붙여 부르는 노래가 동요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맑아지고 평안해진다. ‘섬집아기’나 ‘나뭇잎 배’, ‘겨울나무’, ‘노을’, ‘새싹들이다’ 같은 동요를 부르면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진다. 그런데 이런 동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까지 동요는 점차 퇴출되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학교 연례행사였던 ‘밝고 맑은 노래부르기 대회’도 슬그머니 없어진지 오래다. 대중가요는 템포가 빠르고 음높이의 변화가 심하며,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가사가 많다. 자극적이고, 비탄에 젖은 노래들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정서에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대중가요에 무방비로 노출돼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거리낌 없이 즐겨 부른다. 수련회나 수학여행에 장기자랑에서도 아이들은 으레 아이돌 노래를 부른다. 현란한 춤도 빠지지 않는다. 가수 지망생을 뽑는 뮤지션 선발 프로그램은 물론 일요일 정오 무렵 방송되는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도 코흘리개 유아들이 성인가요를 부르고 방청객들은 환호한다. 어린이는 어린이의 정서와 생각의 높이에 맞는 노래를 부르게 해야 한다. 그
2017-02-20 09:19조금씩 확대돼 왔던 학교자율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학교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다가는 말단행정기관 정도로 취급받았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교자율을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최근의 양상은 두 가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등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감의 독주다. 현재 공교육을 이끄는 중요한 엔진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다. 그러나 양자의 정책방향이 다를 때는 학교현장이 직격탄을 맞는다. 최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건도 그 중 하나다. 양자가 조율에 실패한 사안을 학교로 떠넘기면서 학교 자율 기능은 오히려 정지되고 무기력하게 돼 버렸다. 교육감의 독주는 교육자치 정신과도 배치된다. 교육감이 막강한 권한으로 학교가 자율 결정해야 할 것조차 관철시키기 때문이다. 9시 등교가 대표적 사례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수업의 시작과 끝나는 시각은 학교장이 정한다고 돼 있지만 교육감이 ‘권고’ 형식으로 사실상 강제했다는 비난이 높다. 최근에는 한 교육청이 ‘점심급식원칙 준수방침’을 수립하자 작년보다 4배 이상의 공립고가 저녁급식 중단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많지
2017-02-19 19:34대선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각 후보캠프에서는 본격적인 공약 수립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후보자들은 이미 학제개편, 사교육금지법,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의 교육공약을 제시했다. 전국교육감협의회는 물론 학부모·시민단체들도 나름의 공약과제를 제시하고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교육공약을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어느 후보 캠프에는 모모 교수, 어느 단체를 대표하는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들도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교육계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교육본질과 현장 실정을 무시한 공약으로 인해 교육현장이 더욱 피폐해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선 때마다 표를 의식한 후보들은 일부 학자들의 관념론적 이상과 포퓰리즘에 바탕을 둔 교육공약을 내걸었고, 당선 후 교육정책으로 강행해 학교현장을 갈등과 혼란에 빠뜨리고 교육을 오히려 퇴보시킨 측면이 강했다. 현재 우리 교육은 학교폭력과 세계 최고의 청소년 자살률, 사교육 부담과 저출산, 교권추락 등 난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교육개혁의 시급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는 교육의 미래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화두다. 이…
2017-02-18 15:48최근 대선정국을 맞아 대권후보자들의 학제개편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아젠다 선점용으로 명분 확보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교육의 문제가 과연 학제 때문인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고, 엄청난 여파를 해소할 대책이 모호해 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18세 선거권 ‘해결용’ 방안으로 거론하는 정치권을 보면 교육이 또다시 정치논리에 의해 재단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현행 학제는 1950년 초 제정된 이후 다양한 변화 양상에도 불구하고 대응 논리를 정립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정권 때마다 교육의 새 판짜기는 화두가 됐지만 말잔치로 끝났다. 정치권 중심의 논의에 그쳤기 때문이다. 학제개편은 시대적 과제이고 사회 전 분야에 파급력이 매우 큰 교육정책이다. 따라서 교육계가 중심이 돼 교육적 논의를 형성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학제가 미래사회 변화에 적합한지, 교육문제 해소의 걸림돌은 아닌지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해관련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해법과 단기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준비 및 실행방안이 수반돼야 한다. 따라서 학제개편은 조급하게 정해진 기간 내에 결론
2017-02-13 12:302010년 교원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출발했던 학습연구년제가 오히려 교직사회를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2017년도 시·도별 선발인원 전체 합계가 당초 목표했던 3500명에 한참 못 미치는 512명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습연구년제는 교단의 연구문화 조성과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제도로, 대학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교수의 연구 안식년제를 벤치마킹해 유·초·중등 교직사회에 도입됐다. 재직기간 10년 이상인 교원 중 특별연수 대상자를 선발, 학교를 떠나 교원 스스로 필요로 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서 1년 간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구를 한 뒤 그 결과를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자기 주도적 연수제도다. 그런 면에서 교육부나 교육청이 교원에게 일방적으로 부여하는 연수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제도인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선발인원이 적어서는 제도의 도입취지를 살릴 수가 없다. 교육부가 당초 목표한 '2018년 4000명 선발'을 달성한다 해도 모든 현직 교원이 이 제도에 참여하려면 10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런 추세를 방치한다면 교직 사회는 학습연구년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접어버릴 것이다. 선발인원이 적은 이유는 예산 부족과 선발기준 탓이 크다. 중앙
2017-02-13 12:30필자가 근무하는 전남 담양금성초는 학부모들 사이에 아침독서를 열심히 하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등교와 함께 전교생이 도서실에서 만나 하루를 시작한다. 몇 년째 하다 보니 이제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독서에 몰입하는 학생들이 참 예쁘다. 끝나는 시각이 돼도 누구 하나 보채지 않는다. 교실로 들어가 공부하자는 말을 꺼내기 미안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자식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 부모의 가장 즐거운 일이듯, 필자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아침독서에 몰입해 영혼의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 배가 부르다. 독서 통해 바르게 변하는 아이들 우리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틈틈이 읽은 책이나 집에서 날마다 읽은 책을 빼고도 대출해서 읽은 책이 100권을 넘긴 학생에게 독서인증메달을 준다. 지금은 전교생 대부분이 독서인증메달 수상자가 됐다. 좋은 책을 많이 읽으니 심성도 곱고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일도 별로 없다. 큰 소리로 싸우거나 선생님에게 대드는 모습은 당연히 없다. 책만 읽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변화는 매우 긍정적이다. 나는 독서교육에서 희망을 본다. 학생들은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힘든 순간에도 위로를 받을 것이다. 희망을 노래
2017-02-11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