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시설개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강제하는 법안이 발의돼 학교현장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효율적인 학교시설 활용’을 제안 취지로 밝혔다. 하지만 ‘교육활동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주민에게 학교시설을 개방해야 한다’고 하면서 ‘개방하지 못할 사유가 있다면 주민이 볼 수 있도록 사유를 게재하고 사유가 소멸하면 지체 없이 학교시설을 개방해야 한다’고까지 명시한 부분은 우려스럽다. 학습권 보장보다는 주민의 학교 시설 이용편의 제공에 무게가 쏠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교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업무를 관리·감독할 사람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역할과도 맞지 않는 ‘방과후 교장’이란 타이틀을 주는 것은 학교행정의 대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10여년 전만해도 학교는 교육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학생의 학습권 보호 우선이 당연시됐다. 그렇기 때문에 시설 이용이 필요한 주민은 학교에 조심스럽게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실시와 각종 선거로 인해 지금은 표를 가진 주민의 요구가 우선시되는 시대
2017-03-13 09:21올해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이 되는 해다. 고려인 동포들은 구한말부터 경제적 이유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구소련지역으로 이주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재외동포 역사상 유래 없는 강제 이주의 폭압 속에서도 중앙아시아에서 우리 민족의 혼과 정신을 꿋꿋히 지켜내는 등 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구소련 해체 이후 거주국의 심각한 경제문제로 인근 국가나 국내에서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국내에는 5만여 명 되는 고려인 동포들이 체류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중도입국고려인 자녀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고려인의 법적·사회적 위치는 외국인 노동자로 체류비자만 동포로서 인정해주고, 4세 자녀들은 성년이 되면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고려인 동포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의 이주 노동 환경 탓에 장기간 별거에 따른 심리적 상처를 갖고 있고, 가정이 해체돼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중도 입국 자녀들은 언어소통의 문제로 학습지체 현상이 누적되고 있다. 부모 역시 언어소통이 안돼 학습조력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장시간 노동과 늦은 귀가로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2017-03-12 17:16정유년 붉은 닭의 해 삼월 햇살 두꺼운 날 한데서 모이를 찾는 닭들은 본다. 긴 겨울을 보낸 털은 윤기를 더하고 볏은 더 붉어져 있다. 닭을 보며 사자성어 계유오덕(鷄有五德)의 의미를 새겨본다. 이 말은 닭이 머리에 쓴 관은 문(文), 발의 갈퀴는 무(武), 적에 맞서서 감투하는 것은 용(勇), 먹을 것을 보고 서로 부르는 것은 인(仁), 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고 알림은 신(信)을 의미한다. 이 다섯 가지 덕을 유교에서는 오상(五常)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살라는 가르침과 더불어 긴 적막과 추위로 깃든 밤도 닭 울음소리에 새날이 열린다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과 희망이 아지랑이처럼 비상하는 삼월의 봄. 매년 맞는 삼월이지만 올봄은 조금 더 특별한 출발과 희망의 알림으로 열어야 한다. 언제가 모 방송의 앵커 브리핑에서 던진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 깊게 베어온다. 지난 시간 긴 겨울의 한파를 이겨낸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기에 봄은 새싹의 자람 새순의 움틈이란 희망의 메시지로 답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2017-03-11 15:14지난 2010년 EBS 수능 연계 정책이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찬성과 반대 의견이 맞서고 있다. EBS 수능 연계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은 수능 연계 정책이 학교 공교육을 망치고 있고, 일반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데 기대만큼 기여하지 못했으며,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먼저 EBS 수능 연계 정책이 학교 공교육을 망치고 학교수업을 설명식과 암기식으로 변질시켰다는 주장부터 논해보자. 그런데 학교 공교육 수업은 EBS 수능 연계 정책이 도입되기 이전에도 설명식, 암기식으로 진행돼 왔다. EBS 수능 연계 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의 수능 시대와 학력고사 시대, 그리고 본고사와 예비고사 시대에도 학교 공교육은 설명식, 암기식이었다. 수능이 개선되면 방송도 바뀔 것학교 공교육이 설명식, 암기식 수업으로 진행돼 온 원인은 우리나라 대학입시 정책이 암기식, 설명식 교육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원인을 EBS 수능 연계 정책에 돌리는 것은 과도하다. 만약 대학 입학시험의 형태가 창의력과 독창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면 EBS 수능 연계 강의도 학생들의 창
2017-03-11 15:07평교사로 근무하다 이제 정년을 일 년 남겨둔 친구가 있다. 원로교사 대접 받으며 교직을 마무리해도 될 그 친구가 올해 담임을 자청해 맡았단다. 시한폭탄 같은 아이들, 선생님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학급경영을 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 학년말이면 서로 담임을 피하려고 핑계를 대는 게 일반적인데 그 친구는 기어코 담임을 자원했다고 한다. 평소 성품이 워낙 긍정적이고 성실한데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나 교육관이 남다른지라 능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은 걱정스러워 물었다. 이름 외우며 설레던 풋풋한 눈빛 “자네, 너무 욕심 부린 것 아닌가? 고등학교 담임은 밤늦은 시간까지 야간 자율학습 감독도 해야 하고 대학진학까지 책임져야 해서 건강에 부담이 클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 학부모들은 자네처럼 나이 든 선생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친구는 “환갑을 넘겼지만 아직 체력은 끄떡없다네. 아이들에 대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결심한 일이고. 애들이나 학부모가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결국 내 하기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 하고 되레 담담했다. 결국 새 학년 담임을 맡게 된 친구는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자기가 맡은 학생들의 인적사
2017-03-06 09:30사교육비 지출정도가 자녀의 대학진학은 물론 급여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듯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저출산 문제와 교육실태)에서 2002년 기준 월 사교육비 지출을 금액 크기별로 1∼5분위 5개 구간으로 분류한 뒤 각 구간 소속 학생의 대입과 취업 후 급여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5분위 학생은 가장 적게 지출한 1분위 학생에 비해 주요 10개 대학 진학은 2배 이상 높았고 취업 후 월급도 23만 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사교육비 지출에 따른 현재의 결과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한 이 보고서가 그동안 막연히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던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번 조사보고는 가뜩이나 불안한 학부모를 사교육 시장으로 더 내 몰 우려가 있다. 하지만 부모의 재력이 사교육을 통해 자녀의 미래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면 이 또한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학부모의 가장 큰 소망은 자녀가 ‘번듯한 직장’을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교육비를 비싸게 들여서라도 좋은 대학을 보내야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2017-03-06 09:16영양교사가 학교현장에 교육자로서 첫발을 내딛은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영양교사제도는 아침 결식, 편식 및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영양 불균형 문제에 직면한 학생들에게 바른 식습관 형성과 건강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영양·식생활교육을 하기 위해 도입됐다. 2003년 초·중등교육법과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실제 학교 현장에 영양교사가 배치된 것은 2007년부터다. 지난 10년 간 영양교사제도는 학교급식과 연계한 교육을 통해 실천교육의 새로운 장을 여는 등 학교현장에 많은 변화와 인식 전환에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 역사를 교훈 삼아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다. 영양교사들은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가 자신들에게 달려있다는 사회적 소임과 사명을 다시 한 번 명심하고,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영양·식생활 교육전문가이자 급식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효과적인 실천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영양교사는 급식관리 전문가로서 우수하고 안전한 급식을 학생과 학교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고, 또한 영양·식생활교육 전문가로서 학교급식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실천교육으로서의 이론과 행동이 병행된 급
2017-03-06 09:16소프트웨어교육은 코딩 기술 습득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기본원리를 이해해 컴퓨팅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과 논리력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소프트웨어교육을 필수화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17시간, 중학교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34시간 이상의 소프트웨어교육이 필수화된다. 소프트웨어교육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소프트웨어교육을 위한 충분한 수업 시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소프트웨어 수업은 5, 6학년 실과에 17시간 배정돼 있다. 1주일에 0.5시간 정도 배정된 셈이다. 그리고 중학교는 34시간 이상으로, 중학교 3년 과정을 고려하면 주당 0.3시간이다. 이 정도 시간으로는 컴퓨팅사고력을 배양하기 어렵다.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해 학생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미국은 1년에 3학점, 영국은 주당 50분 이상, 일본은 연간 55시간 이상 실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교과 역량을 갖춘 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전국의
2017-03-06 09:15갈수록 교원 간 침묵의 시간이 길어진다고 한다. 소통과 협력의 공간이어야 할 교무실이 마치 칸막이를 설치해 놓은 것처럼 단절돼 있다는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온다. 교실에서 늘 혼자 수업하고 지시 받은 업무와 행정 처리에 매몰되다보니 특별히 의견을 나눌 일도, 함께 고민할 일도, 공감에 도달할 일도 드물다. 교원들은 매일 꿈을 안고 학교에 가지만 교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무기력한 아이들과 수업하는 어려움을 의논하고 싶지만 저마다 바쁘다. 학교 밖 연수에 참여해보지만 학교 실정에 맞지 않아 공허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세대 간 장벽이 생기고 서로 상처 주는 교원 간 교권 침해만 늘고 있다. 새 학년 업무 분장 때마다 얼굴 붉히는 교단이 대표적 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미래 사회에는 소통과 협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도 이런 가치를 키우는 것이다. 불통과 단절의 교단은 결코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이며,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가르침을 줄 수도 없다. 지금 학교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성장하는 교직문화다. 동료, 선·후배 교사들이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교육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고 전문성을 높
2017-03-05 16:08우수를 지나 두꺼워진 이월의 햇살은 매화꽃 봉오리를 여는 우주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연의 시계에 맞춰 제 할 일을 다 하는 모습을 보니 스스로 평소 목표를 위해 얼마나 충실히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꿈꾸고 도전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런 자기 삶의 목표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비전이다. 어떤 꿈을 갖고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앞날은 그 모습을 달리해 자신 앞에 선다. 운명을 다스리려면 먼저 생각을 다스려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곧 미래가 된다. 중요한 것은 먼 곳의 희미한 것을 보려고 할 게 아니라 눈앞에 분명하게 보이는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소극적인 나날을 보내지 말고 자신의 비전을 담은 좋은 경구를 적어두고 매일 읽고 다짐해야 한다. 그러면 생각과 행동이 목표에 집중돼 읽는 글처럼 될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믿으면 정말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해낼 수 있다. 말은 신념을 낳고 신념은 행동을 낳는다는 진리를 꼭 되새겨야 한다. 또 긍정적이고 위대한 생각과 가까이해야 한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자기 삶의 중요한 열쇠다. 독일의 시인이
2017-02-27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