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를 계기로 교육에 변화가 왔다. 교사들은 수업의 변화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첫째가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어떻게’ 배우느냐에 방점을 찍었다. 정보화 시대에 맞게 학습자중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 기술을 고민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낙후된 학교 시설·공간 그렇다면 19세기라고 낮잡아 본 학교는 어떨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학교는 변한 구석이 없다. 기껏 교실에 컴퓨터가 들어오고, 에어컨이 설치됐을 뿐이다. 여전히 학교에는 교실과 특별실(음악실, 과학실 등), 그리고 교무실이 전부다. 더 이상 휴게 공간이나 복지 시설이 없다. 학생들과 선생님이 마음을 나눌 상담실도 없다. 학생과 상담하기 위해서는 빈 교실을 찾아다녀야 한다. 어쩌다 학부모가 찾아와도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곳이 없다. 선생님들의 근무 공간인 교무실도 열악하다. 교실 크기의 공간에서 10명의 학년 담임들이 근무하다보니 복사기, 문서 파쇄기, 정수기 등을 놓으면 끝이다. 화분하나…
2017-11-06 09:59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재개를 권고하는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과 정부도 사회적 합의라는 관점에서 이번 권고안을 수용하고 공사 재개와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위원, 시민참여단, 정부, 여야 정당 등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국민 대부분도 큰 틀에서 공사 재개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숙의민주주의 가능성 보여줘 위원 9명과 국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한 이번 공론조사는 우리나라 정책 결정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첨예하게 대립된 사회적 갈등을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한 숙의(deliberation)민주주의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물론 국론 분열 의제를 공론조사에 부치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사회적 갈등을 공론화해 시민의 숙의로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갈등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상존한다. 정책 결정의 최종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라는 점에서 공론조사는 최소화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과정을 통해 흔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원전 문제가 일반 ‘시민의 관심사’가 됐고, 성별, 세대, 계층, 이념을 넘어선 공감의 계기가 됐다. 나아가 현대 정치의…
2017-11-06 09:59학교폭력대책자치위(학폭위)를 학교가 아닌 외부 기관으로 이관하자는 법안이 또 발의됐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에 이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학폭위를 폐지하고 그 기능과 임무를 시·군·구 산하의 ‘학교폭력대책기초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학교폭력 사태의 1차적 해결을 학교 밖 위원회에서 담당하게 함으로써 학교 부담을 줄이고 신뢰성을 높이자는 목적이다. 그동안 학폭위 업무로 인해 학교 현장은 갈등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소한 학교폭력 사건도 기계적으로 학폭위에 회부해 해결해야 하다보니 학교와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보다 학폭 처리 행정업무에 몰두하는 실정이다. 또한 교사들의 교육적 개입·중재 권한이 없다보니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들이 학부모들 간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갈수록 빈발하고 있다. 학교폭력 당사자인 아동·학생들은 서로 화해하고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데, 학부모들은 법정에서 소송전을 벌이며 학교와 교원을 곤혹스럽게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실제로 학폭위 결정에 대한 재심 건수가 2012년 572건, 2014년 901건, 2016년 1299건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더해 가·피해자…
2017-10-30 14:47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를 운영해 2년 동안 400시간 연수를 받은 교사·교감에게 공모 교장 지원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경기도교육청의 교원인사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아카데미 대상자에 대한 공정한 선발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교장 중 왜 내부형 교장만 심사위원이 되어야 하느냐’, ‘고등학교 학생회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타당한가’, ‘학부모·시민단체에 심사위원 문호를 개방하면서 왜 교감은 배제하느냐’, ‘2년 400시간 연수로 위기 관리 능력, 갈등 조정 능력, 교육행정·재정 전문가가 될 수 있는가’ 등등 심사·선발·교육과정 전반에 대해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성과 투명성 담보다. 현행 승진제도의 경우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변화해 오면서 승진준비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고, 예측가능성을 담보해 왔다. 하지만 학교장 양성 아카데미는 어느 하나 설득력 있는 검증시스템 없이 설익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자격 교장공모제 확대 방편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의구심만 낳고 있다. 당장 경기도 교원들 사이에서는 ‘불공정한 새치기 인사혁신’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
2017-10-30 14:47법적, 제도적 장치의 미흡으로 학교도서관만 있고 전문 인력은 없는 부조리한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사서교사 정원을 확보하지 못해 일반 교사 등에게 떠맡기는 현실이다.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한 학기 한 권 책읽기 교육과정 지원, 자유학기제 확대 등을 시행하는데 사서교사는 꼭 필요하다. 뿐만 아니다. 사서교사는 교과학습지원,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독서교육 프로그램, 전교생 대상의 정보서비스 등 교육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서교사는 단순 대출반납 업무만 하는 것처럼 인식돼 학교 배치 및 평가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도서 대출자 치부…배치율 6.2% 그 누구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서교사는 이런 대우를 1968년 첫 배치 이후부터 줄곧 받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초·중·고 전체 교원 가운데 사서교사는 겨우 720명으로 0.17%이며, 학교도서관이 설치된 전체 학교에 대해 배치율이 6.2%에 불과하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의 역할은 사교육으로 대체될 수 없으며 공교육에서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외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서교사가 배치돼 있고 수업활동
2017-10-30 14:46수능 개편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유예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 다시 치열한 논쟁에 들어갈 것이다. 논쟁의 핵심인 수능은 도입 초기 단편적 지식보다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한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주입·암기식 시험으로 전락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창의·융합적인 인재양성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유예 1년 동안 논쟁 재점화 될 것 그럼에도 수능 개편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는 바로 대입의 대세로 떠오른 학생부종합전형, 그 중 핵심인 학생부의 신뢰성 문제에 있다.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며 개인의 잠재능력을 수치로 획일화하는 일제고사 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우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이것이 수험생 개인의 유·불리와 맞물렸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수능 개편 1년 유예 기간 동안 각자에게 유리한 방법을 관철시키려 논란이 뜨거울 것이란 얘기다. 고교에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학생부와 수능으로 이원화돼 있다. 2000년대 들어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쉬운 수능 기조로 바뀌자 대학이 수능보다 학생부를 활용하는 비중을 높이며 두 평가 시스템이 충돌하게 됐다. 여기서 정량평가인…
2017-10-30 14:46교총이 최근 현장교사에게 실시한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교권 강화와 학생지도체계 회복이 매우 시급하다는 현실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전국 유·초·중·고 교원 1196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에서 거의 모든 교사(98.6%)들이 ‘학생생활지도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매우’ 어려워졌다는 교사들이 85.8%에 달해 생활지도체계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보여줬다. 그 이유로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인권만 강조함에 따른 교권의 상대적 약화’(31.3%), ‘체벌전면금지정책, 평가권 약화 등으로 문제학생에 대한 적절한 지도권 부재’(30.2%)를 지적했다. 교사의 학생지도권 붕괴 주범은 교육당국이 만든 제도에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특히 10명 중 7명(69.1%)은 ‘교육활동 중 신체 접촉에 대한 허용기준을 마련하자’고 답변해 ‘노터치’ 학생으로 인한 고충을 여실히 드러냈다. 교사들은 교육부 매뉴얼(42.0%)이나 법률(38.3%)로 기준을 정하자고 토로했다. 현재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성희롱, 아동학대 등으로 오인돼 가혹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여 있다. 전북 부안 송 모 교사의 자살사건은 다리를 흔드는…
2017-10-30 09:49최근 대조적인 두 이슈가 눈에 띈다. 하나는 학교 비정규직 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으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오는 25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원도와 용인시 등이 고교 무상급식과 중·고생 무상교복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기간제교사 및 시간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큰 홍역을 치른 지 얼마 안 돼 이번에는 이들 비정규직의 처우를 둘러싸고 또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현장은 혼란과 불편을 우려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처우와 근로조건이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만큼 적정 수준의 개선은 꼭 필요하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연대회의의 요구에 대해 재정이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근속수당 요구에 맞서 시급산정 월 기준시간을 축소하는 방안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 충돌을 초래했다.그런데 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교육당국의 호소가 무색하게 한쪽에서는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강원교육청은 내년부터 고교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했고, 성남시와 용인시, 광명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중·고교 학생들에게 무상교복을 지원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 편성에 나섰다
2017-10-21 00:17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학교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결국 교사들을 믿고 맡겨 줄 때 질 높은 학교교육이 실현되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각급 학교에서는 교원능력개발평가가 막 시작 됐거나 준비가 한창일 것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위해서는 사전에 평가 실시 및 운영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심의하고 평가와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원능력개발평가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혼란·갈등 부추기는 규제 지침들 이 평가위원회는 교원, 학부모, 외부인사 등으로 구성하되 ‘교원이 아닌 위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있다. 공평하게 33%씩 하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볼 때, 교원 비율을 50% 이하로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결국 교원들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올해 초에는 교육청 고시로 ‘의무교육단계 아동·학생 취학이행 및 독려를 위한 시행지침’이 내려왔다. 이 지침에서 초·중학교에는‘의무교육관리위원회’를 두고, 교육지원청과 교육청에는 교육장과 교육감 소속 전담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장과 교육감 소속
2017-10-21 00:16가을비 그친 다음 날 파란 하늘을 보듬은 하동 평사리 무듬이 들판. 짙은 겨자색 가을이 남해 섬 아이들의 가슴에 동화로 물들기 시작한다. 섬진강변 무듬이 황금 들판엔 말라가는 콩 이파리가 바람에 수런거리고 곳곳엔 바람의 흔적이 실루엣으로 남아있다. 무엇을 새기려고 했을까? 남해는 섬이다. 마늘농사로 인한 빠른 추수로 남해에서 넘실거리는 가을 들판을 보며 걷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햇볕 좋은 가을날 그늘 없는 넉넉함이 아이들의 얼굴에 배어난다. 공부, 학원, 스마트폰에 시달린 몸과 눈이 숨표와 쉼표를 찍는다. 익어가는 가을을 함께 걷는 길 넓은 들길은 엄마의 품 안이다. 형제봉을 바라보며 부부송과 동정호를 지나는 동안 아이들의 걸음은 느려진다. 친구끼리 도란도란 가을 이야기도 나누고 유리알보다 투명한 물길도 보고 앞서가는 친구의 어깨도 건드려 본다. 빠름이 잦아드니 모든 게 여유롭고 행복하다. 오늘 아이들은 무듬이 들 가을 무대에 주연이 된다. 허수아비가 늘어선 들길을 지난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보며 까르르 웃는 웃음이 옥구슬처럼 메아리친다. 조금 더 거닐고 싶지만 아쉬움을 달래며 박경리문학관으로 향한다. 오르는 길 양옆에는 배꼽부터 붉게 번져가는 대봉
2017-10-21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