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말씀들 중에 일반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말들이 제법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문구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누가 내 오른편 뺨을 친다면 나도 반사적으로 상대방의 뺨을 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왼편 뺨도 돌려대라니 ‘참아도 너무 참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반발심이 생기기도 한다. 인내심과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당서(唐書)의 ‘누사덕전(婁師德傳)’에 보면 당나라에서 존경 받는 사부였던 종인(宗仁) 선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종인 선생이 하루는 제자들에게 참는 일에 관해 가르쳤다. 그러자 한 제자가 물었다.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다면 곧 닦아야 합니까?’ 종인 선생이 대답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침을 곧 닦으면 화를 내는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침이 얼굴에서 저절로 마를 때까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얼굴의 침이 저절로 마르도록 하라는 의미의 문구가 사자성어로 ‘타면자건(唾面自乾)’이다. 침뱉음을 당하는 일은 어쩌면 뺨을 맞는 것보다 더 모욕적인데, 그것까지 참으라니. 종인 선생도 예수 못지않게 인내심의 한계에 도전하도록 우리를 독려한다. 그런데 침 뱉음
2013-10-17 18:27서울시교육청에서 학교밖 청소년지원팀을 신설하고 학업중단 예방과 중단자 지원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학업중단자’는 학교밖 청소년으로 분류돼 학생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문화관광부나 보건복지부에서 학업중단자 지원사업을 관장하고, 교육부․교육청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뿐 아니라 교육청에서도 학업중단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교육의 바로미터, 학업중단 학업중단은 공교육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자발적인 경우 외의 학업중단은 사실상 공교육이 제대로 학생들을 보살피지 못한 결과다. 부적응에 의한 자퇴를 세밀히 들여다보면 교사와의 갈등, 학교규칙 부적응 등으로 나타나는데 그 책임이 과연 학생에게만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학생의 학교부적응뿐 아니라 학교의 학생부적응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체 학생 중 1/4 가량이 모여 있어 서울은 학업중단 지표도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발표는 매우 의미가 있다. 개인정보수집활용 동의서를 받아 학업중단이력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정보부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학업중단자 관
2013-10-10 15:18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서울 관악갑)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자 취업유지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신기루 같은 취업률 올해 1회 졸업생을 배출한 전국 21개 마이스터고의 졸업생 3372명 중 3191명(94.6%)이 졸업과 함께 취업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8월에는 21개교 중 2개 학교만이 졸업 당시보다 취업률이 올랐고 나머지 19개 학교는 취업률이 떨어지고, 졸업생 중 2873명만이 직장을 다녀 취업률도 9.4% 하락한 85.2%로 조사됐다. 1월 취업자 중 8월에도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취업유지자는 2614명(81.9%)으로 577명(18.1%)이 직장을 관두거나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스터고보다 특성화고의 취업유지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특성화고 중 26개교를 조사한 결과, 1개 학교만이 졸업 당시보다 취업률이 오르고 나머지 25개교는 취업률이 떨어졌다. 졸업생 6041명 중 3154명(52.2%)이 취업했으나, 8월에는 2013명만이 근무 중이고 취업률 33.3%로 18.9%나 떨어졌다. 1월 취업자 중 8월에도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취업유지자는 1651명(52.3%)으로
2013-10-10 14:56초․중․고교에서는 곧 중간고사를 끝내고 가을소풍을 간다. 그런데 최근 소풍이 의례적으로 치러질 뿐 별 의미가 없다고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다. 고등학교의 경우 소풍은 학교에서 목적지와 집결 시간을 정해 주면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소풍 장소에 도착해 출결상황을 점검한 후 약간 걷다가 자유 시간을 주고 점심을 먹고는 오후 1시나 2시경 해산한다. 만약 비가 오면 출결 점검하고 바로 해산하기도 하니 무성의하고 무의미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학교가 소풍을 가지만 본래 취지인 야외현장 체험학습, 자연보호, 체력단련 등은 외면한 채 별다른 프로그램도 없이 대충 시간을 때우고 끝내니 학생들에게 그저 '하루 수업하지 않고 쉬는 날'으로 인식될 정도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일찍 소풍행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영화관에 가거나 전자오락실, 유흥장, 노래방 등에 가기도 한다. 옛 시절 소풍은 원족(遠足)이라 하여 자연을 벗해 야외 자연을 관찰하면서 급우들과 오손도손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먼 거리를 걸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반별 노래 및 장기자랑, 수건돌리기, 닭싸움, 씨름, 보물찾기, 공놀이 등 다양하게 진행됐다. 급우들과 온종일 맘껏 뛰어놀던 기억은
2013-10-10 12:48몇 해 전, 국회에서 실시하는 시민 의정연수를 받았다. 국회 본회의장 견학을 위해 이동하다 우연히 잔디밭에서 무궁화를 보았다. 대한민국 입법부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에 무궁화가 핀 모습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았다. 연수기간 내내 오고 가며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봤던 무궁화를 보면 왠지 푸근해 고향에 와있는 느낌이 들곤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나라꽃 무궁화가 우리 마음속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벚꽃이나 장미꽃은 축제까지 열리지만 매해 무궁화는 누구 하나 자랑스럽게 봐주는 이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 꽃을 보며 아끼고 사랑할까? 초등학교 1급 정교사 연수에서 어느 교수님이 나라 꽃 사랑을 통하여 애국심을 길러야 한다며 열정적으로 강의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요즘처럼 학생들의 역사․안보의식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때에 무궁화에 대한 사랑 실천은 올바른 역사관이나 국가관을 심어주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란 꽃말을 지닌 무궁화는 여러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해온 우리 민족의 강하고 질긴 민족혼을 잘 나타내주는 소중
2013-10-10 12:46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사회에서는 선생님들이 ‘나라를 세운 사람들(nation builders)’로 존경받는다고 부러워했다. 선생님들이 존경받아왔던 이유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현대사에서 나라의 운명을 개척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발전에는 선생님만이 아닌 많은 공헌자가 있다. 그렇지만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는 가 잘살게 된 데에는 뛰어난 인재를 배출해낸 교육의 힘이 컸고, 그 중심에는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사랑과 헌신으로 가르침을 실행한 선생님들이 계셨다. 또 한 개인의 삶을 바꾸어 놓는 데에도 선생님의 역할은 빠지지 않는다. 대통령부터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선생님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들은 ‘선생님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얘기하곤 한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자칫 상투적으로 쓰이는 것 같지만 이는 진리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은 선생님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 선생님과 대화하며 ‘꿈’을 키우고, 그들의 가르침으로 ‘지식’을 깨닫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선생님에게서 들은 얘기를 쉴 새 없이 조잘댄다. 이 아이에게 선생님은 만물
2013-10-10 12:40어떤 농부가 좋은 씨를 자기 밭에 뿌려 곡식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농부가 자고 있는 동안에 농부의 원수가 몰래 밭으로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 씨를 덧뿌리고 갔다. 싹이 나고 결실할 무렵 가라지도 제법 자라났다. 집주인의 종들이 와서 가라지를 발견하고 ‘우리가 가서 가라지들을 뽑기를 원하십니까?’라고 주인에게 물었다. 종들은 분부만 내리면 얼른 달려가서 가라지들을 왕창 뽑아낼 기세였다. 그런데 주인은 ‘가만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된다.’는 예상외의 대답을 했다. 추수 때까지 기다렸다가 곡식과 가라지를 갈라내자는 뜻이었다. 위의 예화는 예수가 말한 천국 비유 중 하나이다. 이 비유가 어디 천국에만 해당하겠는가. 우리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영역에서도 가라지 같은 존재들을 뽑아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수시로 느끼게 된다. ‘가라! 이 가라지야!’ 하고 속으로 수도 없이 외친다. 그런 가라지들만 뽑아내면 나의 영역이 훨씬 안정되고 평온해질 거라 기대한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가라지들에 더욱 예민하여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비난과 험담에 빠르고 말들이 칼날처럼 표독스럽기 일쑤이다. 기어이 가라지를 뽑아내지 않고는 견디
2013-10-02 19:26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으로 살길 바라고, 또 한 부류의 부모는 본인의 흥미·적성에 따라 특성화고 진학도 좋으니 관심 분야에서 일하며 재미있게 살길 바라는 것 같다. 그 반증으로 매년 발표되는 통계치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세계 1위이고, 고등교육은 심각한 과잉상태에 있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의 대학진학률이 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1990년 33.2%에서 2008년 83.8%로 치솟았다가 2012년에 71.3%로 낮아진 상태이다. 최근에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고졸자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고등인력이 기업 등의 수요에 비해 많은 대졸자가 배출되어 청년실업자가 넘쳐난다. 대학은 이미 실업자를 양산하는 곳이 되버린 것이다. 반면 고학력 대졸자가 기피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여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제격이다. 개인이 원하는 만큼 공부한 고학력자라면 행복지수가 높아야 할 텐데 오히려 자살률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실
2013-10-02 19:20필자는 지난 8월 마지막 주 1주일간 영국의 스마트폰 정책을 파악하기 위해 런던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내내 많은 영국 사람들과 영국에 관광 온 유럽인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쓰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그만큼 최근 유럽시장에도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필자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영국에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전화를 사용하게 하도록 민간단체와 이동통신사가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영국의 경우 청소년의 60%가량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아동·청소년이 인터넷 사용을 안전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영국 민간단체인 UK Safer Internet Centre는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360 degree safe'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해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장치나 보안시스템 등 하부구조에서부터 학생, 교사 등에 대한 미디어 교육에 이르기까지 학교의 사이버상 노력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도구이다. 측정결과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e-safety' 마크를 부여하는 데 현재 60여 개 학교가 이 마크를 받았다고 한다. 온라인 상 집단 괴롭힘(이하 ‘사이버 불링’)을 예방하기 위한 대
2013-10-02 19:18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란 취지로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실시됐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기존의 근무성적평정과는 달리 동료교원의 상호평가,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에 의한 평가결과를 활용하여 수업 및 학생지도, 그리고 학교경영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평가기제이다. 퇴색된 전문성 신장 목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전면 시행이후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학교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일부에서는 교사간의 갈등과 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고, 평가결과가 좋지 않은 교사를 퇴출시키려는 일종의 음모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또 학생․학부모의 평가 신뢰성‧객관성․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문제로 지적하며 교원단체의 개선 요구도 거세다. 평가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이해관계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있어서 객관성·타당성이 매우 중요하며 평가결과의 신뢰성이 확보될 때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금부터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꺼리 몇 가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우리나라 학교가 처한 상황적 맥락 속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과연 ‘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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