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착한 기기 변경’이라는 이벤트를 벌였다. 통신사를 옮기지 않고 휴대폰만 바꾸면 ‘착한’ 손님이라서 혜택을 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따져보니 휴대폰을 바꾸면서 통신사도 바꾸는 소위 ‘번호 이동’을 하면 혜택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이 그 통신사의 기대와 달리 기꺼이 ‘나쁜’ 고객이 됐다. 요즘 광고나 인터넷 기사에서 부쩍 ‘착하다’는 형용사를 자주 보게 된다. 착한 가격, 착한 몸매, 착한 먹거리 등 도처에 ‘착하다’는 말이 넘쳐나는 걸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착하다’의 의미가 바뀔 것 같다. 왜 이다지도 ‘착하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일종의 ‘형용 모순’ 어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달콤한 슬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모순되는 단어를 나란히 사용하면 의미 전달은 강력해질지 모르지만 논리적 연결 고리는 약해진다. 합리적 추론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얼마 전 방영됐던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보면 교실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에피소드는 세상살이의 판박이다. 권력과 주변, 인간의 이기심, 배타성 등을 고스란히 담았다. 주인공은 “차별은 당연한 사회의 규칙이고, 학교라고 예외는 아니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참…
2013-08-29 22:19교사들과 만나 종종 이야기를 나누면 학교 행정뿐만 아니라 학생지도와 관련된 불만들이 많은 것을 본다.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어디까지 학생들을 징계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기만 하단다. 그런 중에도 ‘머리박고 엎드려뻗쳐’는 안 되지만 두 팔을 올리게 할 수는 있다는 둥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모양이다. 또한 학생들의 무례한 행동들의 백태가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칫솔을 물고 교무실로 쑥 들어와 교사들에게 치약을 구하는 학생들은 약과에 속하는 편이란다. 심지어 문자 메시지로 교사를 끈질기게 위협하는 학생도 있고 더 나아가 교사에게 구타 행위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일전에 어느 대학에서 교수들의 무례한 행동 백태 사례집이 발간된 적도 있다. 교수나 교사의 무례한 행동 백태만 공개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무례한 행동 백태도 좀 모아봐야 하지 않은가 하는 이야기도 오갔다. 제6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랑 캉테 감독의 ‘벽 사이에서’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한 교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교사역을 맡은 주인공은 실제로 교사 생활을 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교사 연기는 몸에 밴 듯 아주 자연스럽다. 학생역도 기존 배우가
2013-08-29 22:14우리학교 교사가 장학사 연수를 마치고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시험 준비에 애쓴 결과 합격의 영예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장학사가 되는 일이 곧 교육전문직이 된다는 생각을 부추기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육전문직 임용예정자 직무연수’라는 이름만 봐도 그렇다. 장학사가 되는 일이 교육전문직이 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실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교육전문직이 아니라는 말인가? 의사나 판사, 검사들은 현장에서 자신의 전공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당당히 전문직이라고 부르고 존경해준다. 그런데 교육계는 가르치기에 힘쓰는 교원보다 장학사나 장학관이 돼서 교육행정을 하려는 사람에게 전문직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장학직에 종사하는 교원들에게 전문직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은 교육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안다. 교육부 직원 중 행정직으로 들어온 사람과 교실 현장에서 가르치다가 들어온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전문직’이라는 이름을 붙여 우대해줬다. 그러다보니 시도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장학사, 장학관을 전문직으로 구분해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 대신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교사, 교감, 교장이라는 명칭만 사용해왔다. 그간 정부와 교육부는 ‘수요자 위주
2013-08-29 11:38우리나라에서 지방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2012년 기준으로 학교의 66.2%, 학생의 61.6%, 교원의 60.5%로 수도권의 약 2배 가까이에 이른다. 이런 지방대학이 위기에 놓여 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투입·과정·산출요소의 차이를 지역 간 불균형 지수로 나타내면 지방대학의 상황은 불균형지수가 투입요소 0.87, 과정 요소 0.76, 산출요소 0.57로 수도권 대학과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하다는 연구도 있다. 학자들은 지방대학의 위기가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육성 필요성 사회적 공감대 확산 그런데 지금 지방대학 위기를 개선할 호기를 맞고 있다. 우선, 지방대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를 비롯한 많은 국민과 학생들이 일부 전문가들만 논의하던 지방대의 위기 현상을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박근혜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지방대학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육성에 적합한 방안을 내놨다. 현 정부는 지방대학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지역단위의 싱크탱크로서 지역발전의 중추기지이며, 지역의 문화 창달과 평생교육
2013-08-22 22:33교육부가 21일 ‘제4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계획의 비전은 ‘꿈과 끼를 키우는 특수교육으로 장애학생의 능동적 사회참여 실현’이다. 3대 목표는 ‘특수교육의 균형발전 도모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 ‘특수교육 전문성 강화로 교육의 질 향상’, ‘국가 책무성 강화로 장애학생의 행복한 학교생활 추구’로 정하고, 4대 분야, 11개 중점과제, 125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생애주기별 특수교육 기회 확대 분야별로는 첫째, 교육력 및 성과 제고를 위해, 장애영유아교육 내실화, 특수교육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 교원 전문성 강화를 한다. 둘째, 특수교육 지원 개선을 위해 장애발견 진단·배치 체계 고도화, 관련서비스 및 방과후학교 운영 내실화, 특수교육기관 확충 및 역할 강화를 하기로 했다. 셋째, 장애학생 인권 친화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장애학생 인권보호 및 인성교육 강화, 통합교육 환경에서의 장애학생 지원 강화를 하기로 했다. 넷째, 장애학생의 능동적 사회참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진로·직업교육 강화를 통한 진로 다양화 및 취업률 향상, 고등교육 접근성 및 교육인프라 강화, 장애성인 평생교육 기회를 확대 및 여건개선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장
2013-08-22 22:322012년 여름, 우연히 한국교육신문에서 해외 문화탐방 연수 소식을 보게 됐고 친구와 함께 일본 북해도로 처음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다른 나라의 자연과 문화를 경험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올해도 교총에서 주관하는 해외 연수를 기다리다 어머니, 언니와 함께 가기로 했다. 올해 연수지역은 일본 혼슈의 중앙 북부에 위치한 도야마현이었다. 이 곳에 있는 다테야마 산지와 구로베 협곡은 일본 굴지의 산악관광지다. 도야마현 서쪽에 위치한 이시카와현에는 후지산, 다테야마와 함께 일본 3대 명산이라 불리는 하쿠산이 있고, 일본의 삼대 명원 중 하나로 이름난 켄로쿠엔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돼 있는 사라카와고 갓쇼무라 등 아름다운 풍경의 명소가 있다. 초록의 기쁨을 만끽한 첫째 날 도야마현 동부에 위치한 구로베협곡은 일본에서 가장 깊은 V자 협곡으로 열차를 타고 1시간 20분을 올라가며 눈부신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절벽, 계곡, 온천, 암벽, 발전소 등을 볼 수 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열차를 타고 산 속에서 느끼는 초록의 기쁨이란… 저절로 눈이 감기면서 온몸으로 그 초록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다. 더운 여름날에 만나는 반가운 소나기, 그리고
2013-08-22 21:336일부터 9일까지 일본으로 ‘2013 한국교총 하계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가족과 함께한 첫 해외여행이어서 그런지 여러모로 마음이 설레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인천공항에서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아이들은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도야마 국제공항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이 일본 최고의 경승지라고 하는 ‘구로베 협곡’이었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V자 협곡으로 전기철도가 20.1킬로미터에 이르는 협곡 구간을 운행한다. 41개의 터널과 25개의 다리를 지나면서 협곡의 뛰어난 절경을 볼 수 있었다. 이틀째 여행지인 ‘다테야마쿠로베 알펜루트’는 일본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일본 알프스의 다테야마를 관통하는 다이내믹한 산악관광 루트다. 도야마에서 나가노현까지 표고차 2400미터를 버스와 케이블카, 로프웨이 등으로 갈아타고 이동하는 전장 약 90킬로미터의 산악루트였다. 구로베강 상류에 위치한 ‘구로베댐’은 약 2억 톤의 물을 담고 있으며 일본 제일의 높이(186m)를 자랑하는 거대한 아치형 댐이다. 웅장하게 뿜어져 나오는 방수(放水) 모습과 쌍무지개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또 해발 2450미터인 무로도의 자연호
2013-08-22 19:43민주당 이상민 의원 외 23명의 국회의원이 지난달 15일자로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에 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 발의는 여러 상징적 문제를 잘 지적하고 있다. 언론매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립학교의 채용관련 비리는 관련 법규의 모호성에서 비롯된다. 국·공립 초·중등교원의 경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교원임용고시의 형태로 채용절차를 일원화 하고 있으나 사립학교 법인의 경우 광역교육청에 채용절차를 위탁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법인 자체적으로 채용과정을 진행한다.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제9항에 의하면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교원의 신규채용은 공개전형에 의하도록 하며, 공개전형에 있어서 담당할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격요건과 공개전형의 실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사립학교가 공개전형에 의해 교원의 신규채용을 투명하게 진행하는데도 왜 채용비리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학법인이 교원의 채용절차를 공개전형에 의하기만 하면 일단 준법의 의무를 달성한 것인데, 역으로 이 규정을 사학법인에서 의지를 가지고 악용한다면 특정인의…
2013-08-22 14:53이집트의 피라미드,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의 에펠탑 등 전 세계의 유적지와 관광지를 돌며 외계의 침략자들과 겨루는 첩보원 이야기 ‘소년 007’은 만화가 김삼(본명 이정래)의 대표적인 만화였다.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를 장식한 이 만화는 소년동아일보에 장기간 연재된 최고의 히트작으로써 그 시대의 손색없는 아이콘이었다. 초등학교 5-6학년으로 기억되는 그 시절에는 ‘어깨동무’, ‘소년중앙’ 등의 월간지 외에는 읽을거리가 부족했기에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것이다. 당시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필자는 운 좋게도 이 신문을 구독하게 되었다. 시나리오 작가인 친구의 부친이 운영하던 동아일보 지사를 통해 어린이 신문이 배달된 것이다. 신문이 도착하면 서로 먼저 보겠다고 달려들던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내 자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자칫 신문이 찢어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매번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읽어 내려가는 그 눈망울들은 지면을 뚫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렬한 눈빛들의 경연장이었다. 어쩌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신문이 늦어지거나 배달이 안 되는 때도 있었으니 그 초조함이란 지금 생각해도 안달이 날 정도였다.
2013-08-22 14:52오늘의 우리 사회는 서로 간 가치와 사고의 차이로 원활환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내 목소리’만을 주장해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지나친 성적지향주의, 철저한 이기주의가 낳은 수많은 사회적 병폐들이 현실에 큰 우려를 낳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교육이 급한데 시국선언 웬 말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 생각해보면 그 옛날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집에서 키우던 닭이 방금 낳은 계란을 꾸러미에 역고, 갓 볶아 만든 참기름 병을 품에 안고 자칫 스승의 그림자라도 밟을라 조심했고 그렇게 스승의 은혜에 한없이 감사해했다. 그건 ‘정, 믿음, 사랑’이었다. 그리고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존경’이었다. 그런 교육의 바탕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그 옛말이 ‘개천에서는 지렁이만 나온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로 변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배움을 어떻게 얻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교육이 사라지고 정치만 교단에 남았다. 물론 개인의 정치적 이념에 따라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소신껏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주의…
2013-08-16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