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대기업 인사팀 출신자가 썼던 ‘대기업 인사팀 18년차의 조언’이라는 글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는 취업을 하려면 ‘공대를 가라’, ‘문과를 가려면 ○○대 경영이 마지노선’, ‘틈새학과를 가세요’ 등 현실적인 제안을 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현실감 있고 꼭 따라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인사를 담당했던 사람이 썼던 내용이라 믿음이 가고 선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그 관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글에는 교육이 가지고 있는 본질,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과 잠재적 가능성, 학교 교육의 정상화 등을 고려한 채용 담당자로서의 고민은 빠져 있었다. 필자는 ‘대기업 인사팀 18년차의 조언’에 비춰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몇 가지 의미를 찾고자 한다.
첫째, 산업체의 채용 방식과 대학의 선발 방식이 유사하게 변화되고 있다. 산업체의 채용 기준은 학생들이 취업 준비 스펙으로 생각했던 해외어학연수, 공모전 등이 아니다. 또 취업 준비생들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토익, 토플 등의 높은 공인어학성적도 아니었다. 채용에서는 학교가 가지고 있는 교육적 환경과 역할, 학생 개개인의 성실성, 자기 스스로 성찰된 진로 설계와 실천 등이 중요했다.
대학도 2007년부터 입학사정관제(2015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 변경) 도입과 함께 성적의 수치적 개념에서 질적 평가로, 학업의 결과보다 과정 중심으로, 스펙의 실적 중심에서 진로 계획과 실천을 바탕으로 선발 관점이 변화되고 있다. 산업체와 대학에서 바라는 인재의 모습과 선발 방식이 함께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체와 대학의 채용 및 선발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인재상에 맞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했는지, 그리고 학교의 교육 활동과 성취가 적합하게 기록되고 신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여부다. 대학은 진리 탐구에 대한 중요한 명제를 뒤로 한 채 학생 취업에 열을 올리다보니 학생들의 성적을 상향 평준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체는 대학에서 제공하고 있는 학생들의 성취능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고 학생들의 대학 학업 성취가 적합하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도 고교 단계의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에 적합한 학생이 선발되고 있는지 피드백하고 있다.
셋째,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입정원은 약 55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직업의 수는 약 2만 개에 이른다. 많은 대학이 졸업생을 배출해내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인식과 함께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진로설계(career path)를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입학사정관제 실시 이후 고교 단계의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천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평가함으로서 학생들이 교과 수업뿐만 아니라 동아리, 진로, 봉사, 체험, 방과 후 활동 등 학교에서 개설된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신이 설정한 진로에 따라 학교에서 운영하는 각종 행사 및 대회에도 참여하고 활동 내용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개인마다 학교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고 기대하는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생각도 방법적인 면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참여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공통된 의견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교육의 본질적 목표와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도록 학교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들이 개개인에 적합한 진로를 계획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저마다의 꿈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