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처음 학생부장을 하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학창시절 학생주임 선생님들의 기억이었다. 모두 그랬던 건 아니지만 교문에서부터 위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기에 강압적으로 아이들을 대해서는 안 될 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교 규칙을 바꿔갔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교복 디자인을 세련된 것으로 바꾸고, 두발 규정도 완화했다. 대의원회의와 학부모 설명회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토론을 거쳐 내용이 풍성해졌다. 충분한 교감이 이뤄진 덕분에 바뀐 규칙의 시행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적었다. 좋은 정책도 강요하면 곤란 당시 가장 큰 혼란 중 하나가 급식 순서문제였다. (별거 아닌 문제 같지만, 남자 중학교에서 급식 순서는 매우 큰 일이다) 월별로 순서를 바꿔가며 운영해 불만을 줄여갔다. 하지만 월별로 일수가 다르고 학사일정에 따라 변경되는 경우도 생겨 아이들이나 지도교사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운 것이 현실이었다. 아이들과 회의를 통해 3학년-2학년-1학년을 고정으로 1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특정 학년에게 유리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른 식사 운영 시간을 산술적으로 계산했고,
2019-08-05 10:07칠월의 마지막 날 프로야구가 펼쳐지고 있는 창원 NC파크를 찾았다. 평일이지만 어스름을 쫓아내는 전광판의 조명 속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보며 방송으로만 보던 중계를 현장에서 느끼니 생동감은 더했다. 친구, 연인, 가족 등 테이블에 앉아 고기를 굽고 음료를 마시며 더운 속에 응원도 하는 망중한을 누리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타인과 타인이 한 공간에 모여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하나 됨을 느끼며 다양성을 추가하는 새로움의 발견이었다. 이 모습은 바로 하나가 되어 격랑의 물결을 헤칠 수 있는 저력이 될 수 있다. 경기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칠월을 마감하고 새로운 팔월을 준비하는 시간이지만 마음 한 곳은 무겁다. 알게 모르게 지금의 나라 상황을 알고 있기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더욱더 그렇다. 중국과 러시아 훈련 전투기가 독도 하늘을 날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북한의 미사일이 시시때때로 위협을 한다. 게다가 일본의 볼멘 목소리가 식을 줄 모르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할 것이라는 보도가 분노를 달군다. 아니나 다를까 팔월이 시작되자마자 일본 아베는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경제 전쟁을 선포했다. 이에 대통령은…
2019-08-05 09:46은행잎이 바람에 휘날리던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최영우(가명)올림이라는 보낸 사람 이름이 있었다. 이름을 보는 순간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30여 년 전으로 나는 금방 돌아갔고 영우 얼굴이 바로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흥분되고 떨리는 손으로 편지 봉투를 열었다. 편지 내용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 속에 성공과 좌절을 맛본 경험들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 끝에는 4학년 때 선생님이 담임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이다음에 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꼭 선생님에게 연락하거나 말을 하고 죽으라는 생각이 나서 편지를 썼다고 밝히고 있었다. 편지를 읽으며 30여 년 전 아이들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나는 광산촌 태백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같은 강원도 땅이지만 태백은 처음 가보는 고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생활하던 원주나 춘천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마치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과밀 학급에 대다수가 광업에 종사하는 부모 밑에서 집 구조가 똑같은 사택에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정 형편이나 환경들이 비슷하여 정이 많이 가는 마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영우 아버지가 사고로…
2019-07-31 17:02전국의 모든 초·중고·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전국의 학교 중 올 여름방학 기간은 짧은 학교가 10일, 긴 학교는 62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방학은 여름 혹서기와 겨울 혹한기에 일정 기간 수업을 휴업하는 것이다. 단, 방학 중 학교가 문을 닫거나 교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보통교육 기관인 초·중등학교의 매 학년도 수업일수는 초·중등교육법 제24조 제3항 동법 시행령 제45조(수업일수)에 의해 190일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방학 기간은 이 수업일수를 준수하면서 단위 학교의 여건과 실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한다. 방학이라지만 업무는 더 많아 과거에는 국가교육과정의 상세화(詳細化)가 대세여서 교육부의 지시대로 전국의 초·중·고교가 한결같이 여름·겨울방학 기간이 비슷했다. 대학들의 방학 기간도 엇비슷했다. 하지만 현대 교육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국가교육과정의 대강화(大綱化)가 안착되고, 학교교육과정이 보편화되면서 연간 수업일수를 준수하면서 학교의 여건과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방학 기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원은 방학 중 근무 안 하고 급여를 받는다”고 폄훼하기
2019-07-31 11:09시간을 뛰어 넘어 과거나 미래로 가는 상상은 언제나 즐거움을 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현재가 아닌 엉뚱한 시간 속에 떨어진다는 ‘타임 슬립(time slip)’이나 기계를 만들어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하는 ‘타임머신’은 영화나 소설에서 애용되는 소재다.시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역사 교과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간의 흐름을 배움으로써 오늘의 우리를 이해할 수 있다.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많지만, 어려워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 방대한 내용과 시간의 거리 때문이 아닐까여겨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역사의 내용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고민했고, 시간의 간극을 좁힐수 있는 타임 슬립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방법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올해는 임시정부와 3·1운동 100주년인 해로 그 어떤 해보다 의미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과정이 만들어져 아이들에게도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00년 전 나는?’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그 시대를 산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2019-07-30 15:09학창 시절, 필자에게 감화를 주었던 분들은 대부분 국어 선생님들이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무능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면 왜 국어 선생님들이 필자의 기억 속에 이처럼 오래도록 남아 있나 생각해 보면, 우선 국어 선생님들은 다른 선생님들보다 학생들에게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주셨던 것 같다. 우선 강의의 초점을 휴머니즘에 두셨고, 또 국어 교과서 자체가 인간의 삶을 다루는 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공감이 가고 재미가 있었단 생각이다. 또 솔직히 말해 국어 과목이 다른 과목들보다 비교적 부담도 적고 수업에 대한 융통성이 많은 것도 국어가 좋았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국어 수업 시간은 다른 과목 수업에 지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위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24시간 긴장만 하며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어 수업을 통해 긴장된 마음과 몸을 이완시키며 새로운 활력을 되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기운을 추슬러 어려운 수학이나 물리 같은 딱딱한 과목을 힘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역할을 국어 과목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필자는 지금도 가끔 학창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수업 시간에
2019-07-26 08:59“선생님~ 저 오늘 아침에 머리 감았어요. 샤워도 어제 작은 형이랑 했구요.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나서 아침밥도 못 먹고 왔더니 배가 고파요. 먹고 온 날도 배가 고프긴 한데, 오늘은 더 배가 고픈 것 같아요. 아침에 학교 왔더니 다목적 책상 위에 왕신이가 놀다 간 액괴 자국도 있었고, 어질러져 있어서 제가 다 치웠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아침마다 창문 열어 환기하라고 하셔서 제가 학교 오자마자 창문 열었다가 추워서 방금 닫았어요. 그리고, 금요일 장염 걸려 설사했었는데 주말에 다 나아져서 이제는 밥 먹어도 된대요. 그래서 엄마가 아침에 밥 차려 주셨어요. 반찬으로 계란찜을 해주셨는데, 작은 형이 거의 다 먹어서 저는 조금밖에 먹지 못했구요…” 오늘 아침 출근 후 가방 들고 교실 들어가는 나를 따라오면서 책상에 앉아 오늘 수업할 책을 정리하고, 컴퓨터 부팅할 때까지 내 옆에서 수환이가 5분간 한 말이다. 매일 아침 내 일상이 되어버린 수환이와의 대화? 아니, 일방적인 수환이의 말 들어주기이다. 키와 몸집이 2학년 정도 되어 보이고, 코끝에 걸친 안경 위쪽으로 힐끔힐끔 바라보며 연신 내 표정을 살피면서도 끊임없이 내 앞에서 자신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아…
2019-07-25 13:412021년부터 중·고교 학생들이 화장실, 빈 교실 등에서 체육복·실습복·교복 등을 바꿔 입는 불편이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교육부는 2021년 상반기까지 전국 모든 중·고교에 학생용 탈의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보장과 복지·편의 차원에서 중·고교 학생 탈의실 완비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이다. 학생 편의 시설인 환복(換服) 공간이 완비돼 교실 외 학교교육과정과 각종 교육활동 참여에 매우 편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총의 지속적인 활동의 결과 사실 이번 교육부의 전국 중·고교 탈의실 완비 계획 발표는 그동안 한국교총의 주도적인 활동과 노력의 결과이다. 교총은 초·중·고교 학생 탈의실 확충에 대해 지속적인 교섭·협의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촉구해 왔다. 교총은 교육부와 2002년, 2003~2004년 정기 교섭을 통해 전국 모든 학교의 탈의실 설치를 합의한 바 있다. 또 2012년 ‘여학생 학교체육 활성화 세미나’ 그리고 2015년 수행한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통한 스포츠 행복지수 개발연구’ 등을 통해서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학생 탈의실이 설치돼야 함을 강조해 왔다. 2019년 현재 전국 중·고교는 5690개교이다. 이 중 탈
2019-07-24 09:34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역사는 단순히 하나의 지식이 아닌 정신을 담고 있는 거대한 그릇과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며 이러한 정신을 전해주고 싶지만, 현란한 매체 속에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조금이라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수업을 채워가고 있지만 여전히 남는 갈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 수업으로 끌어들인 논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이야기 해주면, 감정적으로 화를 내면서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연하게 ‘일본이 나쁘다’, ‘억지를 부린다’정도만 이야기할 뿐 깊이 있게 접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여전히 진행형인 문제이기 때문에 독도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함에도 그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감정에만 호소하기에는 부족함이 컸다. 아이들에게 논리적인 근거를 이해하고,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여러 방법을 생각하던 중 ‘논술’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
2019-07-23 09:36PAPS(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는 과거 학교에서 학생의 체력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체력장의 단점을 보완해 실행하는 학생 체력측정 시스템이다. 체력장은 단순히 체력측정에 목적이 있었다면 PAPS는 측정 후 결과에 따라 지속적인 관리와 실질적인 학생의 건강 및 체력 증진을 위해 설계됐다. 측정 내용은 5개 부문 고정형 필수평가와 12개 종목의 선택형 평가로 구성돼 있다. 2009년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중학교(2010)와 고등학교(2012)에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학교체육의 근본적인 목적은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체력 향상에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PAPS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는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도입의 취지와 다르게 10여 년의 동안 적용되는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측정이 이루어지거나, 학생들의 체력에 맞는 개별적 체육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최근 학교현장에서 건강과 체력보다는 기능 또는 흥미 위주의 체육 수업이 이루어지면서 주객이 전도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의 본질이 잘 교육되고 지켜지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 간 융합과 화합이 더욱 중요하게 될
2019-07-23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