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러 차례 언론 보도로 알려졌듯,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여파가 계속됨에 따라 교육부는 세 번째 개학 연기를 결정했다. 기간은 4월 6일까지로 기존의 개학 예정일이었던 3월 23일보다 2주 더 연기된 것이다. 연기 결정 자체에 반대 의견을 낼 생각은 없다. 학습권 이전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에 필자 또한 동의한다. 다만 꼭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학 연기를 결정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기약 없는 연기에 지친 교단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 6학년 학생들과 함께한 미술 수업 하나가 떠올랐다. 조형 요소를 가르치면서 원근의 예시라며 보여줬던 터널을 통과하는 철로 사진 한 장. 그때 사용했던 소실점이라는 용어. 1점 투시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학생들은 생소한 용어에 관해 물었고, 필자는 "이 사진에서 철로가 사라지는 듯 보이는 지점이 소실점이다, 영어로는 배니싱 포인트, 우리나라에서는 소실점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줬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3주가 딱 소실점을 보며 걷는 느낌이었다. 끝이 있을 거라고 믿고 철로를 걷다 보면, 내가 애초에 봤던 그 소실점은 다시 도망가고 추가로 연장된 철로를 걷게 되는 것과 같았다. 기약 없이…
2020-03-30 16:11Q. 요즘은 아주 사소한 일도 아동복지법 위반이 되기 쉬워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아동복지법을 위반하지 않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을까요? A. 아동학대는 오해나 왜곡, 침소봉대에 대한 반박이 쉽지 않을뿐더러 피해자중심주의가 확산돼 법정에서 방어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신체접촉 자제(No Touch) 원칙을 지키셔야 합니다. 학생들은 성인보다 민감도가 높으므로 신체접촉은 자제해야 합니다. 자는 학생을 깨울 때는 직접 접촉하지 말고 말로 깨우거나 옆의 친구가 깨우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항상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다른 학생과 비교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정서적 학대로 고발될 수 있습니다. 또 상담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진행하고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은 피해야 합니다. 당연히 체벌은 어떤 경우라도 안 됩니다. 수업 방해나 태도 불량 등 교육활동 침해가 있더라도 화를 내지 말고 학칙에 따라 처리할 수 있도록 분노를 조절해야 합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문제 제기를 당했을 때는 지체하지 말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고소, 고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
2020-03-30 10:16어릴 적 사고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 인생을 살아야 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전 교생 중 장애인은 유일하게 나 혼자였다. 하지만 부모님의 헌신과 사랑을 통해 장애로 인한 나름대로의 고통의 기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장애의 과정을 겪어서인지는 몰라도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특수교육과를 지원, 졸업 후 지금까지 특수교사로 18년 넘게 생활해 오고 있다. 현재 양평에서는 8년째 특수학급을 담임하고 있다. 진경이를 만난 것은 2015년 3월 2일이었다. 어떤 학부모님이 상담을 받으러 왔다며 덩치가 큰 남자애를 데리고 전환교육실에 왔었다. 부모님께서는 이 녀석이 중학교 때부터 사고를 많이 쳐서 잘 지켜봐달라고 하셨다. 상담이 어느 정도 이어졌고 상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부모님들에게 ‘마지막으로 진경이에게 바라는 것이나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진경이가 중학교 때까지 기분이 나쁘면 학교를 자주 뛰쳐나가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담배도 피우니 선생님이 잘 지도해주세요. 그 외에는 진경이한테 기대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라고… 아버님 또한 ‘전혀 기대하는 것은 없습니다. 솔직히 지…
2020-03-24 16:41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신중하지 못한 페이스북 댓글에 전국 교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국교총·서울교총 등 각 교원단체에서는 조 교육감의 일탈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성명 발표, 항의 방문, 사과촉구서·요구서 접수 등으로 대응했다. 일선 교원의 분노와 성토도 심화·확산하고 있다.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조 교육감의 해명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조 교육감 사퇴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교권침해와 명예훼손까지 거론되고 있다. 교원들의 거센 반발과 논란이 일자 조 교육감은 본의가 왜곡된 오해라며 사과했으나 파문은 일파만파로 계속 일고 있다. 위로와 격려는 못 할망정… 최근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대란으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방과후 학교 강사, 조리사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여 문제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학교에는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고 월급 못 받는 그룹 등 두 그룹이 있다’고 게재했다.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의 함의는 방학 중 월급 못 받는 그룹은 공무직, 월급 받는 그룹은 교사로 유추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을 교원 대 비교원으로 편 가르기 하고, 전국의 교
2020-03-23 15:52선생님들을 만나면 학교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즘은 밤늦게라도 퇴근해 질문을 올리는 부모가 있으면 즉답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늘 대기하는 마음으로 지낸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경험하는 개학 연기 상황에서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들을 원격으로라도 지도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있는 선생님들을 통해 국난극복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사회 각계에 있음을 깨닫는다. 원격교육은 동기부여가 핵심 개학하려면 아직도 두 주를 기다려야 한다. 선생님들은 온라인 학습공간을 만들어 학생을 만나고, 학습자료를 탑재한 후 학생의 참여도를 확인하는 한편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상황을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원격 강의가 진행되는 대학과 달리 그런 노력이 수업시수에 포함되지 않아 조금 아쉽다. 차제에 초·중·고의 원격 수업 인정 기준도 만들어 일정 부분은 수업 시수로 인정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 좋을 것이다. 온라인 학급을 경영할 때 기억할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빨리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이끄는 것과 지적 갈증을 느껴 집에서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오프라인 교육에서와 달리 원격교육에서는
2020-03-23 15:48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다는 취지로 생활지도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학교 현장으로 보급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기대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현장 사례부터 수집해야 교총은 교권 보호를 위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최전방에서 헌신해왔다. 전문성은 물론 현장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주체이다. 그런데도 생활지도 매뉴얼의 제작 단계에서 교총의 자문조차 받지 않았다. 특히 시·도교육청의 경우 대부분 학생인권에 경도된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했던 인력이 투입됐을 것이기 때문에 우려는 더욱 크다. 최근 제작·배부된 ‘학교폭력 처리 가이드북’만 보더라도 현장에서의 고민보다는 법률적인 내용만 주로 담고 있다. 그러니 생활지도 매뉴얼에 대한 기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생활지도가 가능한지, 문제가 됐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매뉴얼의 핵심이어야 할 것이다.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요청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에 부합하는 특정 세력의 소리에만 반응하는 이들에게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힘겨운 투쟁
2020-03-23 15:46저녁 7시 40분. 문자가 와요. 지난 학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관련 학부모님이었어요. 장문의 문자, 4글자로 요약하면 ‘나 화났어!’ 작년 말, 학교폭력 사안이 종결되고 난 후에도 학교에 찾아와서 "교장 선생님하고 얘기할래요" 하는 통에 1시간 30분을 앉아서 이야기를 다 들어드렸어요. 그러고 나서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방학 중에 느닷없이 찾아온 문자. 몇 번 문자를 주고받았더니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러 그 학부모님의 담임선생님께는 말씀도 드리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전해드려봤자 기분만 나쁘실 테니까요. 학교폭력을 담당하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어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지요. 마치 새우처럼 교사는 아이들 싸움 때문에 양쪽에서 쏘아 올린 감정의 화살을 맞게 돼요. 감정싸움에 휘말리다가 궁금해져요. ‘내가 뭘 잘못했지? 왜 나한테 그렇게 막말을 하지?’ 요즘 교직 생활은 감정 소모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학교폭력 업무를 맡지 않아도 단지 담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감정 소모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아이가 친구들끼리 속상한 일에도 전화를 해서 선생님에게 상한 감정을 쏟아붓는 학부모님들. 저녁 시간에 좀 쉬려…
2020-03-23 09:18‘코로나19’가 전국에 퍼진 가운데, 교육 당국과 교원들은 연기된 개학에 맞춰 학생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한 개학 연기는 전례 없는 일이기에 현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속하고도 합리적인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바뀌는 지침과 복무상황에 교사들은 우왕좌왕했다. 수업자료 활용도 안 하는데 각 시·도교육청은 개학을 3주 미룬 상황에서 학생 수업 손실이 생기지 않게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학습 관련 피드백을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긴급 예산도 편성했다. 개학이 늦춰지면 방학도 같이 늦춰지고, 수업일수는 거의 변함이 없는데 교사들은 어느 부분이 수업 손실인지, 또 무엇을 수업해야 하는지 의아했다. 개학이 늦어지면 학습 진도가 중간부터 나가는지 묻는 민원이 있었지만, 학교의 대답은 진도는 처음부터 나갈 것이고 수업일수도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교육청 공문에 첨부된 연수 자료는 유튜브 라이브, 카카오 라이브 톡,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온라인 수업 플랫폼들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교사가 카메라를 통해 수업자료를 보여주면 학
2020-03-18 15:302016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둑 대국이 있었다. 이세돌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으로,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그 이후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을 급변시키는 인공지능의 활약과 발전이 기대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두려움이 기회가 된다. 교육부에서도 인공지능 기초 원리를 가르치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거점형 일반고 34개교를 선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보여주기식 장비 구매 안 돼 거점형 일반고로 선정되면 첫해 학교당 1억 원의 예산지원과 향후 3년 동안 매년 5000만 원씩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왜 인공지능 관련 내용을 전체 교과 수업의 15% 내외까지 확대하면서 시행하려는 것인가? 예산 지원이 끝났을 때 현장의 모습은 상상해 봤는가? 우선,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과정에는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교육이 급증하고 있다. 일반교과 시수보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수가 증가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만, 성적으로 진학하는 현실 속에서 지나친 이상주의에 빠지지는 않는지 걱정이 앞선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교육과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재를 육성
2020-03-18 14:48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란으로 각급 학교 개학 연기와 추가 연기 사태가 이어졌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당국의 행정과 정책에 현장의 현실과 유리된 관료주의적 탁상공론이 많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원 재택근무와 보안서약서 제출, 20∼30% 인원 근무, 2∼3일 간 근무조 편성, 긴급 돌봄 시간 연장, 마스크 수거 등 교육 현장의 의견 수렴과 현실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행정에 교원·교직단체와 일선 교원의 반발이 심화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인 교원의 안전·건강·교육권을 도외시한 채 탁상공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보다 형식 앞세운 당국 특히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등을 거론하며 현장과 동떨어진 복무와 서류를 요구한 것도 문제다. 교원들은 교육 당국이 형식논리에서 탈피해 현장에 부합하는 정책, 교원의 사기와 자긍심을 살려주는 행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마이동풍으로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의 각급 학교 개학 추가 연기 방침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교원복무지침을 시달했다. 재택근무·보안서약서 제출, 20∼30% 근무조 편성 운영, 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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