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32,919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착시현상을 이용한 뒤죽박죽 상상의 세계 와카푸카 겨울 레포츠 중심지에서 떠나는 상상여행 겨울이면 겨울 레포츠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강원 평창에 작년 10월 문을 연 ‘와카푸카’는 착시현상을 이용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공간이다. 눈으로 보는 사물의 모습과 실제모습의 차이를 몸소 느껴볼 수 있는 전시존과 놀이를 통해 과학 원리를 깨우치도록 하는 체험존, 가족과 함께 착시현상을 이용한 조형물 사이에서 재밌는 사진을 찍으며 즐길 수 있는 야외존으로 구성돼 있는데, 유럽풍 대형 레저단지인 로하스파크 내에 위치하고 있어 이국적인 주변경관이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공은 왜 위로 굴러갈까요?” 1층 전시존은 착시현상을 이용한 여러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존 관람은 시간단위로 운영되는데 직원이 관람객을 안내하며 각 공간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유명한 제주도 신비의 길 비밀을 구르는 공과 놀이기구를 통해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중력의 정글’, 보호색 속에 숨어 있는 사물을 찾고 보호색으로 만들어진 옷으로 몸을 숨겨볼 수 있는 ‘보호색의 숲’, 각도에 따라 사물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에임즈의 방’ 등 다양한 체험공간이 관람객의 흥미를 자극한다. 즐겁게 뛰놀며 키우는 체력과 상상력 전시존과 달리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2층 체험존에는 유연성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플라워 클라이밍’, 공으로 가득 차 있는 풀에서 비가 내리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수증기의 원리’, 모션센서를 이용해 빛을 이용한 아트워크를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체험존 등 다양한 놀이형 체험시설이 있다. 체험학습장이라기보다는 놀이방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은 별도의 가이드가 없지만 각 시설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도하는 안내문구가 설치돼 있어 놀면서 자연스럽게 과학 원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층 전 구역에는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푹신한 인조잔디와 매트가 깔려 있으며, 햇살이 잘 드는 통유리벽 바로 옆에 마련돼 있는 휴식공간에는 조약돌 모양의 쿠션과 과학서적이 비치돼 있어 편안한 자세로 여유 있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기발하고 엉뚱한 물건 통해 상상력 키우는 별난물건박물관 “마음껏 만져보고 촬영하세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내 기획전시실에 위치한 별난물건박물관(이하 별박)은 전 세계에서 모든 기발하고 재밌는 물건들을 직접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전시물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모든 물건을 보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별박의 가장 큰 특징은 유리로 둘러싸인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모든 물건을 관람객이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촬영 역시 권장사항이다. 그래서 간혹 파손된 전시물들이 눈에 띄지만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하면 소소한 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품들은 소리 • 빛 • 과학 • 움직임 • 생활이라는 다섯 가지 테마별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귀차니스트 안경, 손가락 모양의 코털정리기 등 어른들이 봐도 재밌는 물건들이 가득차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으며, 매월 새로운 물건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다시 찾더라도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또 지나치게 정숙하지 않고 이것저것 만져보는 관람객들의 소리로 활력이 넘쳐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생활 속 상상력을 자극하는 엉뚱황당발명전 특별전시 중인 엉뚱황당발명전에서는 일본진도구학회 회장인 카와카미 켄지의 엉뚱하고 황당한 발명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섞어라, 차용하라, 통합하라, 상상하라, 개선하라의 다섯 가지 테마별로 전시돼 있는 수십 종의 황당한 발명품들을 직접 쓰고 만지며 장난치는 재미가 쏠쏠한데, 각 발명품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궁금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어 교육적 효과 역시 크다. 구경한 별난 물건들에 대해 복습해볼까요? 별박에서는 주말에 한해 하루 3~4차례 전시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사가 직접 전시물을 시연하며 질문 답변 형식으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전시물에 대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또 이 시간에는 아직 전시되지 않은 물건도 소개되므로 주말에 별박을 방문했다면 빼놓지 말고 들어보기 바란다. 단, 교육장에 한번 입장하면 다시 전시관으로 재입장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모든 관람을 마친 후 입장해야 한다. 공의 미학 속으로… 롤링볼뮤지엄 세계 최초의 롤링볼 전문 박물관 별난물건박물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롤링볼뮤 지엄은 세계 최초의 롤링볼 전문 박물관으로 공을 이용한 다양한 예술작품과 구조물이 전시돼 있는 공간으로 공에 대한 색다른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디디에 레그로, 메튜 골든, 스탠 베넷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재밌게 가지고 노는 공에 과학을 접목한 전시물들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예술적 • 과학적 호기심을 갖게 한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자세히 되어 있고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자유롭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롤링볼의 원리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는 가이드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관람 후, 직접 롤링볼 구조물을 만들어보세요 별난물건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롤링볼뮤지엄 역시 눈으로만 볼 수 있는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된 체험형 박물관이다. 여러 롤링볼 작품이 전시돼 있는 공의 미학(Art)관을 지나면 공의 체험(Try)관과 공의 즐거움(Play)관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롤링볼을 직접 굴려보거나 공이 지나다니는 구조물을 만들어볼 수 있다. 블록완구 같은 재료를 이용해 공이 굴러가는 길을 직접 만들며 ‘가속력’, ‘마찰력’, ‘위치에너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에너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한편, 현장판매 중인 롤링볼뮤지엄 속 과학이야기는 현직 교사들이 만든 체험과학보고서로서, 롤링볼 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과학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 놓아 활용가치가 크다.
경기 수원 영화초 이철규 교사 “창의성교육은 씨를 뿌리는 작업” “신문지 한 장으로 공룡이 먹이 먹는 모습을 표현해 보세요” “오늘의 주제는 공룡입니다. 지금 나눠주는 신문지로 공룡이 먹이를 먹는 모습을 표현해보세요.” 이 말과 함께 경기 수원 영화초(교장 오세건) 이철규 교사가 5~6명씩 짝지어 앉은 학생들에게 나눠준 재료는 신문지 한 장. ‘신문지 한 장 가지고 어떻게 공룡이 먹이 먹는 모습을 표현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다른 재료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며 논의 시간은 10분, 발표는 2분입니다”라는 더욱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여기저기서 불평의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학생들의 표정에서는 그런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오히려 이 교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논의에 열을 올린다. 교사가 말한 조건을 항목별로 메모해 놓는 아이, 서로 자신의 공룡흉내를 뽐내는 아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진 아이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방법을 궁리한다. 이 과정에서 교실이 조금 소란스러워졌지만 이 교사는 학생들을 특별히 통제하지 않는다. 금세 10분이 지나고 학생들의 발표시간. 연극 형식으로 진행된 발표 중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주목할 만한 점이 있었다면 어떤 학생도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야유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교사 역시 학생들의 발표내용에 대해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는다. 발표내용이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웃으며 받아들인다. 수업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규칙은 확실하게 학생들의 발표내용에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는 이 교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도록 놓아두는 것은 아니다. 이 교사는 “수업의 처음과 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수업주제가 가진 가치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 발표하도록 한 후 그것을 교사가 확실하게 정리해 주고, 수업과 관련한 규칙을 자세히 설명한다. 수업을 마칠 때는 토론과 발표를 통해 학생들이 어떤 점을 느꼈는지 스스로 환기하도록 유도하고 발표태도, 규칙 준수 여부 등에 관한 총평을 한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던 학생들도 이 순간만큼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교사의 말에 집중한다. 거창한 주제보다는 주변의 일상적인 것으로 이러한 방식의 창의력 수업을 진행하는 수원 영화초는 한국디자인진흥원 주최 한국청소년디자인전람회에서 으뜸디자인학교로 2년 연속 선정되고 세계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 학교의 창의력 수업 담당교사이자 경기도 창의성교육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이철규 교사는 이러한 성과의 비결로 특별한 것을 꼽기보다는 “주변의 일상적이고 친숙한 것을 소재로 삼아 학생들이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씨를 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원 영화초의 창의력 수업은 특별히 화려한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은 앞서 소개한 공룡이 먹이 먹는 모습 표현하기 수업에서도 잘 나타난다. 매달 수차례 다른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창의력수업을 공개하고 있다는 이 교사는 창의력 수업에서 이러한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수업 전에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등의 사전준비를 하지 않는다. 창의성교육은 통합학문적으로 접근해야 또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창의성교육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이라 하면 발명을 떠올리거나 다른 분야를 생각하더라도 각 영역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개인의 천재성이나 기발함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 교사는 21세기는 융합의 시대이기 때문에 각 미션은 협동을 통해 달성되어야 하며, 여러 학문을 통합적으로 접목해 창의성을 계발해야 함을 강조한다. 공룡 수업에서처럼 지구과학적인 주제를 연극으로 표현함으로써 학생들의 통합적인 창의력을 개발함과 동시에 어떤 학생이 어떤 분야에 재능을 갖고 있는지도 탐색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간혹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도 창의력 수업시간을 통해 자기 안에 담아두었던 것을 분출하고 나면 생활면에서 나아지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교사는 “기존 교육체계가 요구하는 틀 밖에서 좋은 재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창의성교육은 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좀 더 많은 학교에서 창의성교육이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PAGE BREAK] 서울 아주중 박인수 교사 “장기적 안목으로 창의성교육 바라봐야” 1997년 강동교육청 발명교실을 연 이래 발명과 창의성교육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둬온 서울 아주중(교장 김진철)은 올해 2009 대한민국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도 중등부 대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의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박인수 교사가 있다. “크게 늘어난 관심, 바쁘지만 뿌듯해” 아직 창의성교육이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창의성교육에 대한 지원이 늘고 관련 단체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어서 체계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과 특허청에서 행정인력과 운영비 약 5000만 원을 지원해 금전적인 부분은 많이 개선됐지만 내실 있는 창의성교육을 위한 자료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국내에 창의성교육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교사가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며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다. 창의성교육이 정규수업시간보다는 방과후수업 등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학부모의 상담요청도 크게 늘었다. 창의력올림피아드나 발명대회의 실적이 입학사정관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대회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발명교실 학생도 50%가량 늘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와중에 갑자기 늘어나는 관심이 힘들고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아휴, 요즘 정신이 없어요. 출장강의에 학부모 상담에…. 조금 전에도 학부모님들이 다녀가셨어요. 그래도 입학사정관제같은 제도를 통해 아이들이 숨겨진 재능, 창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어 뿌듯합니다.” 박 교사는 힘들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표정에서는 그 이상의 뿌듯함을 읽을 수 있었다. 창의성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답을 찾는 작업 지금까지 창의성교육을 해오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박 교사는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교사가 학생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창의성은 오히려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뛰어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창의성수업은 항상 함께 묻고 답하면서 보이지 않는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수업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갖고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모습을 보면 노력 이상의 보람을 느낀다. ‘차를 타고 장애를 극복하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표현하라’는 과제에 보통 어른들은 자동차로 세계일주를 하는 현실적인 선에서의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아이들은 작게 변신해 인체를 탐험한다는 등의 현실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또 독서실에서 짧은 수면을 취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고안한 ‘귀에 꽂는 5분 알람’이나 방문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옷걸이 같은 기발한 발명품은 일선 기업으로부터 사업제안을 받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렇게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학생들을 보며 박 교사 스스로 배우는 것도 많다고 한다. 학생들의 창의력 빼앗는 선행학습 박 교사는 해외연수를 받던 시절 한 학교의 수업이 참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다리(橋)에 관한 과학수업이었는데, 여러 종류의 다리에 대해 명칭과 간략한 설명만 하고 지나가는 우리나라 수업과는 달리 어느 다리가 더 튼튼하며, 왜 그럴까? 어떤 조건을 맞춰야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등 가설을 설정하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까지 2개월에 걸쳐 프로젝트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박 교사 역시 이런 수업을 하고 싶지만 우리 교육 현실상 실천에 옮기는 것이 어렵다. 교육과정에 정해진 진도를 맞춰야 하고 평가 시 다른 교사가 담당하는 반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그래서 박 교사는 외국사례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질문식 수업을 하고 있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입시위주의 우리 교육 현실은 창의성교육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 중학생만 돼도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받다가 새벽 1~2시에나 잠자리에 드는 상황은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성적만 놓고 봐도 많은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따라가지 못해 낙오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 학생들의 성적분포를 보면 중위권 없이 상위권과 하위권만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또한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은 창의성교육을 왜곡시킬 위험성도 있다. 아직 창의성교육은 공교육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주목받으면서 사교육 시장도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명대회 준비와 관련한 분야는 사교육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교육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사의 생각이다. 창의성교육자료를 지식재산으로 인정해 공유 유도해야 그래도 박 교사는 창의성교육과 관련한 전반적인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우수한 두뇌를 갖고 있는데다가, 교사의 질도 높고, 창의성교육 자료부족 문제도 제작자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해나가는 식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단기간의 결과보다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가 중요하다”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창의성교육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PAGE BREAK] 서울 보성고 정호근 교사 “창의성교육을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금물” 창의성교육의 본질 왜곡 말아야 “창의성은 쉽게 말해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창의성교육은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풀뿌리 교육이죠. 그런데 이런 풀뿌리 교육에 대해 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창의성교육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서울 보성고 정호근 교사의 이 말은 그가 이끄는 보성고 발명반이 각종 창의력 • 발명 대회에서 400여 차례 수상으로 일반고 중 유일하게 과학고를 능가하는 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순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창의성교육이 실적을 성취하는 방향으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정 교사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래서 발명반 학생을 모집할 때도 대회나 수상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창의력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잘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물론 대회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고 그것을 발판으로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시작하면 창의성교육도 분명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정 교사의 입장이다. 그래서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중에도 창의성교육을 다룰 때 수상실적과 지나치게 연계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교사가 연구하지 않으면 방법을 가르칠 수 없다 정 교사는 10년 전 보성고에 부임하면서 발명반을 만들었다. 1~2명의 학생과 함께 시작한 발명반은 처음 5년간 주변으로부터 거의 주목받지 못하다가 대입에 수시가 도입되면서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10년째 발명반을 이끌어오면서 자료구입 등을 위해 자신의 급여를 거의 전부 쏟아 부었고, 방학 등을 이용해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자료를 구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정 교사는 “저에게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가 미혼이었던 것도, 교육청, 학교 등의 도움도 있었죠”라고 웃으며 말한다. 정 교사가 이렇게 열정을 쏟는 이유는 교사 스스로 연구를 통해 방법을 찾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연구방법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정을 토대로 보성고가 창의성교육 분야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음은 물론, 정 교사 자신도 2003년도와 2005년도에 각각 교사부문 최연소 신지식인과 올해의 과학교사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창의성 발휘에 기초지식은 필수 입시전형의 다양화로 각종 대회의 수상실적을 갖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어느 정도 마련된 상황에서 보성고 정도의 실적을 내고 있는 학교라면 일부 학생은 진학을 위해 대회준비에만 매달릴 수도 있을법하지만, 수업시간에는 무조건 정규수업이 우선한다는 것이 보성고의 방침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치르더라도 일단 기본적인 성적이 안 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초지식이 튼튼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기 위해 영어는 필수요소다. 그래서 발명반의 모든 활동은 방과 후나 휴일, 방학 등을 이용해 이뤄진다. 수업은 발표중심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1학년의 경우는 전원이 발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협동연구를 중시해, 지금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학교를 찾아 후배들의 연구에 도움을 줄 정도로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다. 교사든 학생이든 여유가 필요해 창의성 관련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는 바로 ‘시간 부족’이다. 이런 시간 부족 문제는 비단 입시준비에 정신이 없는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을 지도해야 할 교사들 역시 수업과 행정업무에 쫒기다 보니 연구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 “이미 일반화된 내용은 더 이상 창의의 영역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바로 창의고 발명이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럴만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교사들에게도 연구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정 교사의 생각이다. 아울러 “건물 신축이나 시설개선 위주의 예산지원을 창의성교육을 위한 수업정보체제 구축이나 교사연수 등 학교교육에서 실제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쪽으로 개편하고, 노력하는 교사들(특히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고에서도 창의성교육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서울시 영재원에서도 강의하고 있는 정 교사는 창의성교육은 조기에 시작되어야 한다며 특허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차세대영재기업인 육성사업’을 좋은 예로 꼽았다. 어려서부터 관심을 받다 보니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창의성대회의 수상자를 보면 어려서부터 창의성교육을 받아 온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한 번 소외된 학생들이 이들의 틈을 파고들기란 쉽지 않다. 정 교사는 이런 소외된 학생들에게 창의성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정 교사는 “입시에 치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약이 많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창의성교육을 해 일반고등학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주제발표 1 교육법제의 형성과 배경(강인수 수원대 부총장) = 한국의 민주주의 교육제도 수용은 독창적 • 자주적이었다고 하지만 분명 미국군정이라는 외적 영향력 밑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주의 교육제도가 미군정기를 통해서 수용된 결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헌법제정에 있어서도 교육이 기본이념으로 규정되었고 헌법 → 교육법의 체제에 따라 교육법 제정에서도 헌법상의 교육이념이 교육법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현대국가에서의 입법은 정부에서 제안해 주도권을 갖게 되는데 우리 교육법은 문교부에서 법안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일반교육계, 문교부, 국회의원들의 일치된 노력으로 성안되고 심의됐다. 문교부에서는 처음 교육법을 교육기본법, 학교교육법, 사회교육법의 3개 법으로 제안했으나 국회 문교사회위원회가 일본법의 체계와 내용을 모방한 것이라며 별도로 이재홍 위원을 위촉해 교육법안을 만들게 했고 문교부에서 제출한 3개 법을 종합한 교육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단일법인 교육법안은 전문, 10장, 175조와 부칙으로 구성됐는데 국회 심의과정 중 2개조 신설 등으로 177개조가 됐다. 1949년 11월 30일 문교사회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합동회의에서 자구 수정을 거쳐 정부에 이송돼 1949년 12월 31일 법률 제86호로 공포해 대한민국의 민주교육법제가 탄생됐다. 입법과정상 부실한 점도 있었고, 일부 조문이 서로 모순되거나 일본법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민족의 백년대계인 민주교육의 좌표가 확정된 것은 제헌국회가 남긴 업적이었다. 특히 당시의 일정한 방향도 없던 교육정책에 교육법의 제정은 민주주의 교육이념을 뚜렷이 제도화시켰으므로 교육계나 사회에 크게 기여 했다고 본다. ■주제발표 2 교육법의 입법정책적 분석과 과제(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교육법의 입법정책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입법정책의 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교육입법정책은 정치 • 사회 • 경제적 고려가 아닌 교육 본질을 우선으로 고려해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최우선으로 지향해야 한다. 당장의 정치 • 사회 • 경제적 문제 해결 등을 이유로 전체 교육관련 법제를 어지럽히거나 교육적 원리에 따른 아동 •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어떤 입법정책도 용납돼서는 안 되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 교육관련 법 체제 전체는 물론 개별 법률에 대한 검증과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정책 생산자 중심의 입법정책에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입법정책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지금까지의 교육입법정책은 교육받을 권리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원을 위한 것이 아닌 정책 생산자인 정부 중심적인 경향이 컸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셋째, 헌법 제31조 제6항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제도법률주의’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 교육제도법률주의는 궁극적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의 중요한 사항들은 반드시 의회의 법률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교육입법정책에서는 교육에 관한 중요한 사항들이 법률이 아닌 대통령 이하의 행정법규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앞으로는 국회입법을 통해서 국민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제 • 개정된 법률이 당초의 취지대로 입법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또한 그 효과는 효율성도 겸비한 것인지, 의도되지 않은 기타 영향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사후평가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PAGE BREAK] ■주제발표 3 교육법의 헌법적 정당성(조석훈 청주교대 교수) = 교육법은 1949년에 구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1997년에 「교육기본법」, 「초 • 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으로 재편되는 전면적 변화를 거쳤다. 1997년 개편은 「헌법」 이념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법체계로 개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만큼 헌법적 적합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입법활동 못지않게 1988년 설립된 헌법재판소는 교육법의 헌법적 정당성을 사후 확인 또는 평가하고 미래에 새로운 입법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교육법 관계 위헌 판례를 중심으로 교육법 관계 위헌 판례를 중심으로 교육법의 과제를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2005년 3월 31일 선고한 헌재 판례는 무상교육에 대한 논의를 단순히 무상의 범위를 넘어서 무상교육의 재원이 확보되는 수단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판례에서는 무상교육의 재원이 일반재원에서 확보돼야 하며 일반 재정 중 다른 부분을 희생해서라도 의무교육재정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2000년 위헌 판례에서 헌재는 ‘아동은 학교교육 외에 별도로 과외교습을 받아야 할지의 여부와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 과외교습을 받을 것인가의 방법에 관해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했다. 학생이 단순히 교사나 학부모의 감독에 속하는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교육에 관한 일차적인 주체로서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셋째, 헌재의 판례는 학부모의 교육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정립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91년 판례에서 학부모를 교육의 실질적 당사자로 등장시켰고, 선택권과 참여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으며, 2000년 위헌판례에서 종합적으로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선언했다. 헌재가 밝힌 학부모 교육권은 1997년 제정된 「교육기본법」에 반영됐고, 「초 • 중등교육법」의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로 나타났다. 넷째, 헌재는 1990년 국공립 대학 교원양성 기관 출신자 우선 임용, 1998년 형사 사건 기소시 필요적 직위해제, 1999년 제대군인 가산점제도, 2003년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시 당연퇴직, 2004년 중등학교 교사 임용시 사범대 가산점 부여, 2006년 국가 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10% 가산점 제도 등에 관한 위헌 판례에서 공무담임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입장을 취해왔다. 아직까지 공립 초등교사 선발 시 지역가산점에 대한 헌재의 판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교사 채용과 달리 영구적으로 지역가산점을 부여하는 「교육공무원법」의 조항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헌재는 「헌법」 제31조 제6항의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대해 형식적 법정주의와 실체적 법정주의의 두 가지를 모두 중요하게 다뤘다. 교육제도 법정주의는 포괄 위임 금지의 원칙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헌재는 학교용지부담금 부과가 무상 교육의 요청에 위반된다는 판례에서 실체적 법정주의를 제시했고, 2002학년도 대전 공립중등학교 교사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시행요강 취소를 요구하는 헌법소원 사건에는 포괄적 위임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것은 형식적 법정주의와도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자율학교에 대한 입법 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율학교가 예외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널리 보편화 되는 상황이라면 교과부 장관에 의해 자율학교 특례의 범위나 특례 적용 여부가 좌우되도록 되어 있는 방식은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섯째, 헌재는 합헌 또는 위헌 판례를 통해 교육법의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지만 헌재는 판례의 빈번한 변경으로 인해 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6년 국가유공자 가산점에 관한 판례는 5년만에 2001년도 판례를 변경한 것이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재심 결정에 대한 학교법인의 소송제기권을 인정한 2006년 판례는 8년만에 1998년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주제발표 4 국제법적 관점에서 본 한국 교육법의 위상(박재윤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 = 지구촌화와 글로벌 스탠더드 확산 및 각국 교육제도의 통합화 현상 등과 관련해 한국교육법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방향은 첫째,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촌화 시대에는 새로운 교육수요가 지속적으로 분출하고 새로운 학습자 집단(외국인 등)들이 늘어나는 등 이전에 비해 특수한 교육 수요를 가진 집단들이 나타날 전망이다. 우선 다양한 수요의 구체적인 내용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국가 교육통계 차원에서 새로운 교육 요구에 대한 주기적인 조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경을 넘는 교육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이동하면서, 혹은 원격 교육을 수강하면서 공부하는 내국인, 외국인 학생들을 망라해 지원하는 국가 수준의 제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국가 수준의 기구가 설립돼 이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셋째, 대외 개방성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 교육제도는 종전처럼 폐쇄된 국내용 교육제도를 탈피해 세계인을 위한 교육제도로서의 면모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규 학교의 학제와 병존하고 연계된 세계인을 위한 교육제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해외 출국 및 국내 입국 유학생들을 적극 지원하는 열린 교육제도가 발전돼야 한다. 넷째, 국제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오늘날 교육은 서비스 무역의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유학수지 적자를 탈피하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경제적 과제가 됐다. 따라서 교육제도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정비돼야 하며 과도한 해외 의존 교육체제가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고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교육에 의해 해외소비를 대체시켜야 한다. 다섯째, 우리나라 교육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력 • 자격의 비교 및 호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없거나 호환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가지고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학력 • 자격의 비교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교육프로그램들을 분류할 수 있는 체계적인 틀이 필요하며 개별적인 교육프로그램들을 상세히 검토하고 그 결과를 축적시켜야 한다. 호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호환 여부 결정에 따라 우리에게 어떤 득실이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상거래 웹사이트 중, 특히 이베이(e-Bay)나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의 경우 개별 소비자들이 중고 물품을 사고, 팔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준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상의 실제 개인의 삶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다. 파는 사람들은 애물단지 물건들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입도 얻을 수 있어 좋은 반면, 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온라인 상거래의 신풍속도가 최근에는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색깔을 입힌 동그란 초콜릿을 가지고 수의 개념을 익히는 간단한 놀이학습에 대한 것부터 셰익스피어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과 종류의 학교수업을 위해 개발된 교육기자재, 도구 및 교수 • 학습과정안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비공식적 집계에 따르면, 이렇게 수업을 위해 개발한 교안 및 교구를 판매하는 교사는 수천 명에 이르는데,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사용처는 개별 교사에 따라 상이하다고 한다. 교실환경 개선이나 교구구입 등 교육적인 재투자에 그 수익을 사용하는 교사도 있고, 동료 교사들과의 회식이나 보다 간접적인 학교생활에 사용하는 교사도 있는가 하면, 대출금을 갚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치르는 등 지극히 개인적인 곳에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러한 신풍속이 유발할 수 있는 법률적인 이슈에서부터 철학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대립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 측 “교육자료 개인 소유 아니다” 거래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이렇다. 먼저, 공립학교 수업을 위해 개발된 교안, 교재 및 교구는 이미 교사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립학교 교사를 임용해 교안 및 교육자료를 개발해 수업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은 공적 자본의 투자로 이루어진 만큼 이를 통해 개인이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공적인 목적으로 개발된 자료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인용한 뉴욕 주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의 경우, 상급교사의 지시로 더 이상 교육관련 자료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반면,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교육구의 한 미식축구 코치의 경우, 연습용 책자 및 DVD를 197불에 판매한 일에 대해 학교 담당자에게 문제제기를 받았으나, 관련 법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에 유사한 형태의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뉴욕대학의 문화교육 및 인적자원개발대학 조셉 맥도날드 교수는 이러한 교육자료의 상거래에 대해 “단지 그 수익의 향방 이상의 사회적인 함의를 갖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교안 거래가 결국 교사의 가르치는 일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음과 동시에 교사들 간 자율적으로 자료와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해 학습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저해하는 등의 철학적인 문제를 수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즉, 교사 간 정보와 아이디어 공유의 활성화는 온당 지지받을 일이지만, 예를 들어, ‘단어시험 한 문제에 75센트’ 식의 금전거래는 궁극적으로 학습공동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AGE BREAK] 찬성 측 “자료가 필요한 교사들에게 유용하다” 반면, 교육자료를 거래하고 있거나 이러한 경험이 있는 교사들도 할 말은 있다. 예를 들어, 초임교사의 경우 새로운 교수 • 학습과정안을 개발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이나 자료의 한계를 기존 교사들의 교수 • 학습자료를 참조해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처음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함에 있어 위험을 안고 스스로 힘만으로 준비하는 것보다는 기존 베테랑 교사들의 노하우를 엿보아, 이미 다년간 교실 상황 속에서 검증되고 업데이트된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성공적인 교수 • 학습활동을 위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수년째 교수 • 학습자료를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린 한 교사의 경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자료들이 과연 교실 밖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웹사이트를 통한 거래를 시도해 보았고 다른 교사들의 폭발적인 구매반응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사한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전에도 저는 무료로 제 수업자료를 공유했고 앞으로도 지인들과는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그러나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제 자료가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들려 있을 때 그 기분은 썩 좋지 않더군요. 더 많은 사람들과 제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과연 아무런 대가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이런 식의 친절을 베푸는 것이 좋은 일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어요.” 한편, 수업 및 교육자료의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교사들이 생기면서 예상되는 직 • 간접적 부작용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앞서 맥도날드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개별 자료에 가격을 매겨 교환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자유로운 수업자료 및 정보 공유를 통해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판매왕’으로 등극한 몇몇 유명 교수 • 학습자료 판매 교사의 경우, 주중 일정시간을 떼어서 판매용 교수 • 학습자료를 제작하거나 기존 자료를 판매용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온라인 교수 • 학습자료 거래의 수익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만큼, 정작 본인의 수업이나 학생들을 위한 자료개발 및 수업계획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유럽 여행이나 부엌가구 교체 등 평생의 숙원사업을 온라인 판매 수익을 통해 해낼 수 있었다고 인터뷰한 교사들의 얘기를 통해, 보다 풍요로운 물질적 안위와 누림에서 제외되어 있었던 미국 공립교사들의 삶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는 또한 미국 공립학교가 질 좋은 교사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교사에 대한 낮은 처우가 한몫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매 수업 창조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며, 교육과정 준비와 그것을 수행해 내는 일을, 대개는 외부적인 조력 없이 스스로 감당해내야 하는 ‘교사의 일’의 가치를 그에 맞게 평가하고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이 모든 현상의 근본적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교사의 성과와 업적이 값이 매겨져 거래되는 현상이, 현시대를 강타하고 있는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반영해 가르치는 귀중한 교직 본래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다문화교육(Multicultural education)은 학자마다 개념의 정의에 있어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회를 이루는 민족 구성원이 다양한 다민족 국가에서 이들을 주류사회로 편입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돼 점차 이들에 대한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모든 사회계층, 성별, 인종, 그리고 문화적인 집단들이 균등한 학습기회를 갖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발전한 일종의 교육개혁운동이다. 국가와의 일체 강조하는 中 다문화교육 다문화교육과 관련해 중국에서는 다원문화교육(多元文化敎育)이라는 통일된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다민족문화교육’ 또는 ‘소수민족교육’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주로 문화적 배경이 다른 민족의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다문화교육은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해 중국 특색의 다문화교육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서구의 다문화교육이 문화다원주의(Cultural pluralism) 및 문화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를 추구하는 데 반해 중국의 다문화교육은 시종일관 국가와의 일체를 강조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의 다문화교육은 인류학자이며 사회학자인 페이샤오퉁[費孝通]이 제시한 ‘중화민족다원일체격국론(中華民族多元一體格局論)’에 이론적인 근거를 두고 있다. 이는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을 모두 포함하는 중화민족은 한족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중국 민족, 즉 중화민족으로 응집해야 함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이는 1990년대 중엽 중국 특색에 맞는 다문화교육 이론인 ‘다원일체화교육론(多元一體化敎育論)’으로 발전하면서 중국 특색의 다문화교육이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다원일체화교육의 핵심은 소수민족에게는 해당 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학습하는 동시에 주체민족의 문화를 학습함으로써 소수민족 젊은이들의 주류사회문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높임으로써 이들의 발전을 최대한 얻을 수 있도록 하며, 주류 민족인 한족에게도 본 민족의 문화를 학습하는 것 외에 소수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학습하고 이해함으로써 중화민족은 모두 평등하다는 인식과 중화민족은 하나의 대가족이라는 의식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통일 다민족국가 이루기 위한 소수민족정책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다원일체화교육은 한족과 소수민족은 각기 자기 민족의 문화를 학습하는 동시에 상대 민족의 문화도 함께 학습해 다민족국가 내에서 서로 다른 민족의 문화가 공존하도록 해 한족의 문화도 소수민족의 문화도 아닌 하나의 새로운 문화인 중화민족 문화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이는 56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에서 각 민족 간의 분열 없이 하나의 중국을 구성하는 중화민족을 만들어 내려는 의도에 부합되는 것이다. 즉, 다원일체화교육에서 ‘다원(多元)’과 ‘일체(一體)’ 교육은 서로 보완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다원(多元)’교육은 ‘일체(一體)’를 위해 실시되고, ‘일체(一體)’교육은 ‘다원(多元)’끼리 결합해 발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원일체화교육(다문화통합교육(多元文化整合敎育•Multicultural Integration Education)’으로도 불린다)은 다민족국가인 중국에 있어 통일된 다민족국가를 이루기 위한 것으로 주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민족교육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02년 7월 국무원이 발표한 ‘민족교육 발전을 가속하는 개혁을 심화하는 것에 관한 결정(關於深化改革加快發展民族敎育的決定)’에 잘 나타나 있는데, 이 결정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 소수민족교육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수민족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행정관리기구를 설치 •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및 소수민족 인구가 비교적 많은 성(省), 자치구(自治區)에는 모두 민족교육 관리 기구를 설치 • 운영하고 있다. 소수민족 교육 위해 다양한 제도 마련 둘째, 정부는 소수민족교육의 발전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동시에,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학교 운영과 교육방식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운영 방법으로는 민족소학(民族小學), 민족중학(民族中學), 민족사범학교(民族師範學校), 민족중등전문기술학교 및 민족대학교 등이 있으며, 일부 소수민족 집단 거주 지역에서는 기숙형 민족중 • 소학을 운영하고 있다. 셋째, 정부는 소수민족의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해주고 있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소수민족의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받고자 할 때에는 대학의 입학조건을 완화해주거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족대학 및 민족학교 외에도 일반 대학에 소수민족들로 반을 꾸려 운영하는 민족반(民族班), 소수민족 학생들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복습할 수 있도록 하는 1~2년제 예과반(預科班) 등도 운영하고 있다. 넷째, 민족자치지구의 초 • 중 • 고학생들에게 자민족 언어와 한어(漢語)를 함께 배우도록 하는 ‘이중언어교육(雙語敎育)’을 실시하도록 하고, 전국의 모든 초 • 중 • 고와 대학에서 민족단결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족을 포함하는 각 민족의 학생들은 ‘민족단결교육’을 통해 56개 중국 민족의 역사, 문화, 종교, 풍속 등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민족단결교육 통해 소수, 주류 학생 모두 교육해 이처럼 중국의 다문화교육은 주로 비주류집단인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민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주류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은 특별히 마련된 게 없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 집단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민족단결교육’을 통해 중국 소수민족 학생뿐만 아니라 주류 민족인 한족 학생들에게 중국 내에 존재하는 다문화적인 상황을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 호에 소개한 형사소송의 절차와 대응방법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민사소송의 절차와 대응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교총 교권국에 따르면 최근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고 교사들에게 형사고소를 제기한 후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승리한 경우 ‘한번 죄가 없다고 판결이 났는데 민사라고 해서 문제가 있겠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형사재판의 결과가 반드시 민사재판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 간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은 개인 대 국가의 관계에서 국가가 개인에게 벌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를 다루는 반면, 민사소송은 개인 간의 권리나 법률관계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국가에 분쟁을 해결해 줄 것을 청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친구들끼리 일상적인 장난을 치던 중 우연히 휘두른 팔에 이빨이 부러졌을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민사소송(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은 된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민사소송 절차 그럼 본격적으로 민사소송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민사소송은 원고가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시작됩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 소장심사를 한 후 소장의 부본(副本)을 피고에게 송달하는데, 피고인은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 피고가 답변서를 제출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거나 원고가 제출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피고에게 선고기일을 피고에게 통지한 후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에 피소되어 답변서를 작성할 경우에는 대략 12가지 내용을 기재해야 합니다. 기재사항은 소송당사자의 성명과 주소, 대리인을 지정한 경우 대리인의 성명과 주소, 사건의 표시, 피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방법과 원고의 증거방법에 대한 의견, 덧붙인 서류의 표시, 작성일자, 법원의 표시, 청구의 취지에 대한 답변, 소장에 기재된 개개의 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 항변과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실, 모든 입증자료, 입증이 필요한 사실에 관한 중요한 서증의 사본 등입니다. 피고가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면 법원에서는 변론기일을 지정하고 피고의 답변서 부본을 원고에게 송달합니다. 이어지는 변론준비절차에서는 소송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상호 서면공방 및 법정이외의 장소에서 출석조사가 이뤄집니다. 다음은 기록심사 및 사건분류 단계인데, 이때는 소송당사자가 특별히 준비할 사항이 없습니다. 다음 단계는 변론기일입니다. 변론기일은 ‘쟁점정리기일’과 ‘집중증거조사기일’로 나뉘는데, 쟁점정리기일에는 소송 당사자가 법원에 출석해 사건의 쟁점을 확인하고 변론과 반박을 진행하며, 집중증거조사기일에는 증인신문, 소송 당사자 신문 등 증거조사가 이뤄집니다. 집중증거조사절차를 마치면 재판장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화해 • 조정 시도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변론종결 후 재판장은 판결내용을 확정 • 선고합니다. 판결은 원칙적으로 소가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에 선고되어야 하며, 선고기일은 위 변론종결 단계에서 재판장이 지정합니다. 판결효력은 선고한 날부터 발생하며, 법원사무관 등이 판결서를 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당사자에게 정본을 송달합니다. 당사자가 제1심 법원이 선고한 판결에 불복하고자 하는 때에는 판결서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항소장을 제1심 법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소액 민사분쟁 해결을 위한 소액심판제도 한편, 2000만 원 이하의 소액 민사분쟁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소액심판제도가 있습니다. 소액심판은 대략 2~3개월에 걸쳐 진행되는데, 소장이 접수되면 즉시 변론기일을 지정해 통보하고 재판을 단 1회로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므로 모든 증거를 첫 재판일(변론기일)에 제출해야 합니다. 원고는 법원의 출석요구에 대해 2회 불출석하고 그 후 1개월 내에 기일지정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소송이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며, 피고의 경우 재판에 불출석하고 답변서도 제출하지 않으면 즉석에서 원고승소판결이 선고되므로 반드시 모든 증거를 첫 재판일에 제출해야 합니다. 변호사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민사소송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소송 당사자가 직접 대응할 수도 있지만, 비전문가가 충분한 법률적 지식을 갖추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가급적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고의 경우는 소장을 작성할 때 바로 선임하고, 피고의 경우는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은 뒤 변호사를 선임해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스타벅스로 간 은둔형 외톨이(이소베 우시오 저. 대숲바람)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는 더 이상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고 있다. 등교거부를 하는 학생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학생 중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 전조증상을 보이고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책 스타벅스로 간 은둔형 외톨이는 은둔형 외톨이와 청소년기 정신병을 전문으로 다뤄온 저자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설명과 탈출방법을 소개한다. 증상과 계기, 가족의 대응 방법, 의료기관 이용방법 등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예쁜아이(토리 헤이든 저. 아름드리미디어) 이 책은 특수교육 교사 토리 헤이든이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한 1년간의 여정을 생생히 담고 있다. 저자가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불굴의 노력과 서서히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성장해가는 특수학급 아이들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여기에 더해 그들의 생활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교육방식, 교육제도, 사회 시스템, 그리고 여기에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역학관계는 읽는 이로 하여금 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이승원 저. 휴머니스트) 글로벌시대의 도래로 언제부터인가 해외유학은 이미 특별한 것이 아닌,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처럼 여겨지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조선시대에도 생존을 위해 세계로 떠난 지식인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조선 지식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조선과 서구열강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 대한 역사 해석과 각각의 인물들이 남긴 기록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유길준, 민영환, 윤치호, 서재필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자신의 입장과 머문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르게 내놓은 세계에 대한 인식이 볼거리. 떠나든 머물든(베르나르 올리비에 저. 효형출판 1만 2000㎞에 달하는 실크로드를 두 발로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나는 걷는다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전하는 은퇴 이야기. 은퇴 후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저자는 걷기를 통해 은퇴와 인생의 의미를 재발견했다며 “그럼 도대체 언제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평생 동안, 사람들은 부모님을, 선생님을, 사장을, 배우자를, 자식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일했고, 이성의 이름으로, 집세와 국가의 이름으로 땀을 흘려왔다. 그만, 그만하면 됐다. 자신을 위해 일할 권리를 찾을 때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 모자란 남자들(후쿠오카 신이치 저. 은행나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쉽게 설명해놓은 대중적 과학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남자는 강하고 여자는 약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정작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여자에 비해 불완전한 존재라며 남자를 ‘모자란 여자’라고 표현한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과학서임에도 자신의 유학시절 에피소드나 17세기 아마추어 과학자인 레이우엔 훅, Y염색체를 발견한 네티 마리아 스티븐슨 같은 과학 속 인물이야기가 적절히 곁들여져 있어 에세이처럼 부드럽게 읽힌다. 문화편력기(요네하라 마리 저. 마음산책)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시대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세계문화에 대한 71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여러 나라의 문화를 유쾌하고 톡톡 튀는 문체로 소개해 놓아 많은 재미를 주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여러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통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기도 하고 개인신상과 관련한 애틋한 이야기도 풀어놓아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가지 감상에 빠지게 한다. 우리나라 역시 점차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1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좀 기다려 봅시다.” 그러면, 아버지는 또 노상 같은 대답으로 처받았다. “십년이 넘었어, 이제는 구정을 내버려야 해요.” 십년이라는 것은 윤정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버지는 딸 윤정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대학에서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짝을 만나는 것이라고 귀가 아프도록 그 얘기를 우겨넣었다. 대학 졸업식에 근사한 놈 하나 달고 와라, 그러면 졸업식장에서 혼례를 올려버리자 하는 게, 입에 붙은 구호처럼 돼 버렸다. 그런데, 아버지의 소원은 졸업식날, 그게 얼마나 허망한 소원인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사진 같이 찍자고 딸내미 곁에 얼씬거리는 놈팽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입이 건 아버지는, 딸의 남친을 놈팽이니 작대기니 그렇게만 불렀다. 아버지 강정구 영감의 놈팽이 타령은 집안일이 있을 때마다, 명절날이면 날마다 윤정의 감각을 어지럽히고 의식을 옥죄었다. 이제는 노이로제가 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새해가 다가오는 것이다. [PAGE BREAK] 2 지난 달, 할아버지 제사까진 그런대로 잘 넘겼는데, 설날이 만만치 않은 고비가 될 게 틀림없었다. 더구나 서른세 살을 헤아리는 시점이었다. 요새 그 나이 넘기는 처녀가 한둘이라고, 삼십삼천 꼭대기에 올라서기라도 한 것처럼 닦달이 말이 아니었다. 이제는 거의 막말에 가까운 이야기를 서슴없이 깔아놓는 아버지 강정구 영감이었다. “딸 시집 못 보내고 죽으면, 귀신이 눈도 못 감는단다.” 귀신이 뭔 눈이 있어, 감고 말고 할 것인가 싶었지만 그게 예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결혼이라는 것은 어차피 생애의 과업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내 눈에 흙 들어가고 난 뒤, 어떤 작대기를 골라다가 살겠다고 망설이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참아내기는 골치가 지끈거리고 머릿살이 내둘렸다. 남들은 아버지 성에다가 어머니 성을 이어붙여 별별 이상한 이름을 달고 살아도 아무 소리 없고, 허연 머리를 생머리채로 휘두르며 처녀라고 설치고 돌아가도, 그래 너 알아서 해라 하는 식인데, 이 집안은 결혼에 대해서만은 좀 유별난 구석이 있었다. 크리스마스까지는 하늘이 쨍쨍 개어 올라가고, 잔잔한 바람이 쌀랑하니 상쾌했다. 그런데 연말을 하루 앞두고 날씨가 돌변했다. 칼바람이 불고 하늘이 잔뜩 흐려 눈을 한바탕 퍼부을 것처럼 가라앉았다. 과연 밤사이 천지를 흰 눈으로 뒤덮고는 하늘은 맑게 개어 올라가고, 바람도 잠잠했다. 신년의 서설이라고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더구나 범의 해, 눈 덮인 산 능선을 포효하며 넘어 치달릴 호랑이를 생각하면 서설이 틀림없었다. 설은 눈이 푸근히 와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놈팽이 타령이 눈바람처럼 속을 휘저을 생각을 하면, 어디 외국여행이라도 떠날 걸 잘못했다 싶었다. 무엇보다 양력설을 고집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글로벌 시대에 무슨 음력을 찾느냐, 그런 귀신 붙을 소리 하는 작자들, 어딘지 머리가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일제시대도 아닌데, 양력으로 설을 쇠는 희한한 집안이 되었다. 윤정의 아버지 강정구 영감은 형제가 무려 일곱, 이른바 칠형제패다. 형제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거나 하면, 맏형의 불호령이 나기 때문에 설날은 온 집안이 모여들어 잔칫집처럼 북적거렸다. 옷은 한복으로 차려 입어야 했다. 차례를 지내는 데 필요한 제수를 장만하는 데만도 몇 백은 착실히 깨지는 모양이었다. 식구들이 떡국이나 끓여 먹고 만두나 빚어서 삶아 먹으면서 새해를 맞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삼촌과 조카들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는 데만도 하루를 꼬박 부엌에서 동동거려야 한다. 그런 어머니를 몰라라 팽개치고 휑하니 나돌기는 맘이 안 놓였다. 하기는 그렇게 나가도 막상 갈 만한 데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를 거들다가 방으로 들어온 윤정이를, 아버지 강정구 영감이 불렀다. 면도를 곱게 한 민틋한 턱을 슬슬 쓸면서, 저어, 거기 하다가 내놓는 이야기는 아니나 다를까, 그 단골메뉴 놈팽이 타령이었다. “새해에는 아주 구정을 내야지.” 윤정은 입을 다물고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면도를 곱게 해서 그렇지 피부에 검버섯 자국이 돋기도 하고, 머리털은 한결 성글어져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데, 아버지의 얼굴이 슬그머니 일그러지는 걸 보고는 참고 앉아 있다가, 주눅이 들어서는 한마디를 달았다. “구정을, 어떻게 내라구요?” 순간 아버지의 미간이 꿈틀하며 찌푸려지다가는, 버럭 화를 돋우었다. “지금, 어떻게 구정을 내느냐고, 나한테 구정의 방법론을 묻는 게냐?” 위기를 모면해 두는 게 상책이었다. 대들거나 말대꾸를 하다가는, 나 죽어서 눈에 흙 들어가지 전에, 그렇게 시작되는 장광설의 설법을 들어야 할 판이었다. 공연히 성깔을 돋우어 놓았다가는, 연휴 내내 구정을 내라고 시달려야 할 게 뻔했다. 친구들은 그렇게 얘기했다. 너도 삼십이 넘었으니 부모와 거리를 유지하라고. 마침 직장도 멀고 해서, 집을 나가 자취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번 했다가는 혼쭐이 났다. “시집을 가라구, 그러면 안 나간다고 버텨도 등을 밀어 내보낼 판인데, 자취를 해?” 그러면서, 늬 에미 성해서 돌아다닐 때까지는 에미한테 따뜻한 밥 얻어먹는 게 행복인 줄 알아, 무슨 청승으로 처녀애가 자취를 한다고 들뜨느냐, 오죽하면 처녀라는 게 제 손으로 밥 끓여 먹는다느냐, 이 한심한 화상아. 지청구와 구박이 자심했다. “잔꾀 부리지 말고, 딴 거 가릴 거 없이 신체 건강한 총각 하나 붙들어 와라.” “몸만 튼튼하다고 그게 단가요?” “그 말고, 무에 또 있길래? 네 속맘을 얘길 좀 해 봐라.” 옳거니, 아버지가 좀 누그러졌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건이 안 맞아서 총각 못 데리고 온다는 이야기를 하자. 화를 돋우지 않고 안추르면서 딸의 의견을 구하는 듯한 아버지의 표정은 우습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잔양스럽기도 해 보였다. 전에 타박을 놓았던 대안들을 들이대야 할 판이었다. “능력도 있어야 하고요.” “능력? 포텐샤 말이냐? 사회적 능력이야 필요하지.” 이건 말이 달라지는 게 아닌가? 전에 법대 졸업한 친구를 데리고 왔을 때는, 판검사 하는 사람들, 이른바 율사(律師)들은 생리적으로 싫다고 하던 아버지가 아닌가. 그렇다니까요, 내가 능력과 품위와 환경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내 나이가 몇인데, 신체가 건강하다고 아무나 만나면 되겠느냐고 슬그머니 질러 보았다. “말이 길면 쓸 말 별로 없는 법이다. 좌우지간, 금년에는 구정을 내자.” 사람이 늙으면,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자꾸만 되풀이한다. 지적인 자기통제력을 상실한 징조가 그렇게 나타난다. 자기통제를 못하는 인간의 되풀이하는 말은 멀미를 일으킨다. 달리는 버스가 굽이를 돌 때마다 몸이 옆으로 실리고 하기를 반복하면, 그것이 의식으로 파고들어 차가 다시 굽이를 돌려고 하면 울컥하고 넘어오는 것. 그것처럼 같은 말을, 요기쯤에서는 그 말 나오지, 하고 있으면 톡 내뱉는 그 말을 그 굽이에서 다시 들으면, 뱃속에서 멀미가 울컥 밀고 올라온다. 구정을 낸다는 말은, 결판을 낸다, 일을 마무리한다, 끝장을 낸다, 그런 뜻으로 아버지가 자주 쓰는 일테면 개인방언이다. 구정을 내자는 말을 들으면 이제는 그런 구역질이 밀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리고 딸을 향해 적의를 내뿜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멀미를 참으면서 아버지 겨드랑으로 파고들어 보기로 했다.[PAGE BREAK] 3 사람이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이용을 당하는 사람은 물론, 이용하겠다고 나서는 편에서도 기분 좋을 리가 없다. 본래 이용이라는 게 물질을 두고 하는 말이지 사람은 그러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정이 차홍걸을 만나기로 한 것은, 그를 이용해서 문제를 풀어 보자는 속셈, 아버지의 결혼 강요를 피해 보자는 내심이 없었던바 아니나, 전적으로 그러한 셈을 가지고 달려든 일만은 아니었다. 삼십이 넘으면서, 어떤 시인이 그 자발머리없는 말,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선언을 했기에 그런지, 삼십이 넘으면서 혼담이랄 만한 게 걸려오질 않았다. 윤정이 편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그야말로 몽달귀신 되는 게 두려워 쫓아오지 않는 한, 사방을 휘둘러도 작대기에 걸려들 총각이 없었다. 법대를 졸업하고 아직도 총각으로 남은 놈팽이 하나를 걸어다가 내놓았더니, 강정구 영감, 아버지가 한 마디로 불가야(不可也)라, 퇴자를 놓았다. 한번은 어수룩해 보이는 축산과 신출내기 교수라는 사람을 사귀어 천거를 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 편에서 불가 판정을 내렸다. 왈 그 집에 바람피우는 내력이 있어서, 네 생애를 초라하니, 공방살 낀 여자 만들기 싫다는 게, 딸을 끔찍이도 아끼는 어머니의 마련이었다. 신년하례식이 있던 날이었다. 사장이 신년사를 하는 가운데, 올해가 경인년(庚寅年), 범의 해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한자어로는 인사유명(人死遺命)이요, 호사유피(虎死留皮)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무엇을 남기지요? 잠시 말을 쉬다가, 이득을 남깁니다. 말이 되나 모르겠는데, 회사유리라고나 할까. 아무튼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득을 올려, 글로벌화에 동참하는 회사로 성장하게 노력을 배가합시다. 입을 벌리고 듣고 있던 사원들은, 한참 지나서야 흐물거리며 웃었다. 회사유리, 회는 죽어서 이득을 남긴다? 사장의 신년사가 우습게 끝나고, 맥주랑 음료수 같은 것을 들면서, 사장의 신년사를 두고 꿍덜대는데, 기획실의 차홍걸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호랑이 얘기 아무러면 어때요.” 하면서 금년도는 호랑이 해라고 해서, 특별히 호랑이 그림 민화를 컨셉으로 하는 달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지랖도 넓어, 평소 제비족이라는 별명이 붙은 차홍걸이었다. 어떤 친구는 제비족, 족제비…. 그러다가 어이 족제비씨 그렇게 부르기도 했다. 그럴라치면, 차홍걸은 제비도 내공이 있어야 하느니 하고 맘 좋게 웃곤 했다. 회사에서 나누어준 달력 1월 그림에 호작도(虎鵲圖)라는 게 있었다. 잘 자라 올라간 소나무 위에 까치가 앉아 지저귀고, 그 아래 호랑이가 느긋하게 나무 위를 바라보는 그림이었다. 어울리지도 않게, 왜 호랑이와 까치가 같이 있는지 윤정이 물었다. 차홍걸이 나서서 설명을 했다. 민화는 대개 민중들의 소망을 담고 있는데, 소나무는 장수를 비는 마음이, 까치는 기쁨이 넘치기를 소원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호랑이는 보은(報恩)의 의미라며, 그 뜻을 알겠느냐고 물었다. 그 대목은 맥이 닿지를 않았다. 기왕 이야기를 할 바에는 자세히 해 보시지. 차홍걸은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아득한 옛날, 어떤 가난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대관령을 넘고 있었답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산은 깊고 벼랑은 가파르고 해서 산세가 험하고 바람까지 웅웅대는 통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발이 헛놓이고 해서, 등에 진땀이 죽죽 흘렀죠. 그런데, 길 저쪽에 호랑이가 어흥 어흥 하며 이쪽을 향해 절을 하는 시늉을 하는 거예요. 가난했지만 담력 하나로 버텨온 선비는 호랑이를 향해, 잡아먹지 말라는 뜻으로 맞절을 했겄다요. 호랑이가 절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보니, 눈꼬리에서는 눈물이 지멀거리고, 그리고는 발로 자꾸만 입가를 더듬는 게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말 못하는 짐승 불쌍해요, 제가 산에서 왕노릇 해보아야 말도 못하는 주제에 별거 있나요. 암튼, 필시 무슨 연고가 있는 모양이라고, 호랑이에게 다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입가에 피가 묻어 있고, 입을 제대로 다물지를 못해요. 그래 죽을 각오로, 턱을 제치고 입을 벌려 보니 목에 사람 뼈다귀가 걸려 있어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 알게 되었고, 호랑이 입에 손을 넣어 뼈를 빼 주었대요. 속알머리 없는 친구, 그냥 놔 두고 구경하면 호랑이를 통째재로 잡는 건데, 츠츠츠. 호랑이가 굽신 절을 하고는 선비에게 등을 돌려대더랍니다. 호랑이는, 비호같이, 날개 달린 호랑이 날 듯이, 선비를 업고 주막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데려다 주었어요.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주막을 나서는데 댓돌 앞에 무슨 쪽지가 있기에 펴보니, “호랑이도 은혜를 잊지 않는다.” 한자로 虎君亦不忘恩(호군역불망은) 그렇게 여섯 글자가 선명한 거예요. 그런데 과거장에서 받은 글제가 “은혜를 아는 짐승들”, 즉 報恩之獸(보은지수)라는 것이 아닌가요. 그래서 일필휘지 갈겨써서 써억 냈는데, 금방에 이름이 터억 걸렸다는 이야그 옳습니다요. 사람들이 와글와글 박수를 쳤다. 차홍걸은 굽신 절을 하고는, 저 뒷장 12월에 너덜바위에 앉은 쌍호도 보이지요? 바위에 앉은 호랑이 두 마리, 그게 암놈과 수놈인데, 왜 그렇게 정이 뚝뚝 넘치는 시선으로 느끼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아세요? 제가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지요. 호랑이는 정력이 너무 세고, 성행위가 어찌나 격렬한지 여름에 교미를 하다가는 양근(陽根)이 흐물흐물 다 녹고 만다는 겁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 꽁꽁 언 바위 위에서 교미를 하는데, 한번 시작하면 보름은 거뜬히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력 좋은 분들 겨울에 결혼하세요, 하는 통에, 그래서 또 한바탕 웃었다. 호랑이 이야기 재미있게 잘 들었다, 그 턱으로 커피 살 테니 만나자는 윤정의 제안을, 차홍걸은 기다렸다는 듯이 좋지요, 해서 드림 커피집에서 단 둘이 어울리게 되었다. 윤정은 차홍걸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 사람이 겉보기와는 달리 속이 트이고, 지혜가 있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것은 물론 유머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아버지 앞에 한번 들이대 보는 것도 좋겠다는, 좀 아그똥한 발상이 뾰조록이 머리를 들었다. 뒤는 어떻게 판이 돌아가든지, 형편 돌아가는 대로, 감장을 하면 되겠거니 하는 심사였다. 윤정은 차홍걸의 어깨에 팔을 걸고 비주인사를 해 보냈다. [PAGE BREAK] 4 시간을 길게 잡고 충그릴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한 이야기를 어머니 편에서 퇴자를 놓는 경우는 없으니, 아버지에게만 이야기가 통하면 그걸로 대개의 일은 끝이었다. 다른 날보다 좀 일찍 퇴근을 해서, 식구들과 저녁을 같이 먹었다. 엄마의 생태 매운탕은 생태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 음식 뺨칠 정도였다. 그것은 아버지도 흔쾌히 인정하는 어머니의 실력이었다. 아버지 왈, 얼굴 예쁜 여자와 결혼하면 삼년 행복하고, 능력 있는 아내 얻으면 한 십년 잘 지내고, 그런데 음식 잘 하는 마누라 얻으면 죽을 때까지 잘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아버지가 여성을 평가하는 부동의 준칙이었다. 생태찌개에다가 반주를 한 잔 해서 얼굴이 벌개진 아버지가, 민틋한 턱을 쓸며 하는 얘기는, 또 그놈의 구정을 내는 일이었다. “신년초에, 구정이 좀 안 나겠느냐?” 어머니는 딸 편을 들었다. “애가 숨 쉴 틈도 주어야지 그렇게 닦달이래요, 닦달이.” 윤정은 아버지가 늘 하던 얘기, 건강하기만 하면 능력, 외모, 가문, 국적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버지를 슬근이 낚아 보았다. 제비족 차홍걸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였다. “건강하려면, 아무래도 젊어야 하겠지요?” “그야, 그렇지. 나이를 먹으면 몸이 마음을 배반하는 법이야.” “연하도 괜찮아요?” “대가리에 젖비린내 나는 것만 아니면.” 윤정은 쿡쿡 웃었다. 차홍걸이라는 친구에게서는 어딘지 모르게 젖비린내가 나는 느낌이었다. 치즈냄새 비슷하기도 하고, 잘 익은 바게트빵에서 나는 밀 향기 같기도 한 그런 냄새가 연하게 풍겼다. 차홍걸, 회사 신입사원 가운데 당차고 빠릿빠릿한 친구인데, 누나 누나 하면서 곁으로 파고드는 녀석이었다. 군대를 어떻게 어떻게 다녀와서 졸업하자마자 취직이 되었으니까 27세. 윤정은 아버지의 의중을 슬그머니 떠 보기로 했다. “이제 겨우 스물일곱인데, 괜찮을까요?” 아버지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고누어 보더니, 윤정에게 다시 물었다. “밥벌이를 뭘로 하는 애냐?”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싶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한번 어쩌나 보자는 식으로, 말을 조금 꾸며댔다. “대학원에서 창조공학을 공부한대요.” “창조공학? 내 처음 듣는 전공이다,” 요새는 융합학문이니 복합학문이니 해서 대학에도 퓨전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인간의 창조성에 대한 공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학문이라고, 윤정은 자기도 모르는 이야기를 꾸며댔다. 아버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는 셈이었다. 아버지는 안경너머로 윤정을 흘금 넘겨보았다. “아직 학생이라 싫으세요?” “직장도 없는 놈을 어떻게 하려고? 마누라 등쳐먹는 등처가라던가, 그런 작대기 아니냐?” “아버지 싫으시면 그만두지요, 뭐. 할 수 없지 않아요.” “꼭, 마다하는 건 아니다만, 정말 건강한 놈이냐?” 물론 아버지 뜻대로 건강하니까 내놓는 물건이라면서, 만날 것인가 말 것인가 확답을 재촉했다. 윤정이는 왜 자기가 차홍걸에게 빨려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버지에게 거짓을 가미해서 제안을 하고 있었다. 이건 완전히 지는 게임인데, 하면서 속으로 한편 웃음을 감추고 있었다. 윤정은 아버지를 흘긋 쳐다보며, 어느 사이 등이 굽어 있는 것을 눈치 챘다. 일을 서두는 품이, 아버지가 혹여 꺾이기라도 한다면? 눈앞을 아득하니 눈발이 날리는 느낌이었다. [PAGE BREAK] 5 기왕 만날 거면 근사한 데서 만나야 사람이 돋보인다는 것이 윤정의 계산이었다. 사실 차홍걸은 외모로 본다면, 윤정의 눈에 찰만한 구석이 요만큼도 없는 인물이었다. 얼굴은 볼품없이 작고 눈은 옆으로 찢어져 올라가서는 자주 깜박거리는 편이었는데, 사내가 눈가에 주름을 잡고는 눈웃음을 잘잘 흘렸다. 거기 비하면 윤정은 몸매가 훤칠하고 얼굴은 수려하기까지 했다. 삼십이 넘었다는 티는 한군데 눈 씻고 보려야 그런 구석이 없었다. 차홍걸이 누님 누님하고 따르는 속셈은 모르면 몰라도 윤정의 외모에 미혹된 것일 터였다. 서울시내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산 언덕에 자리 잡은 헌팅턴호텔 양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윤정이 차홍걸에게 가족들과 만나 달라고 했을 때, 차홍걸은 눈가에 잔주름을 잡으며 정말이냐고 몇 차례나 다짐을 받았다. 홍걸 씨한테 뭐 나온다고 거짓말을 해? 그렇게 만나는 거야, 알았지? 그렇게 어설피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정작 호텔에 도착해서는, 윤정 편에서 마음이 자꾸 졸폈다. 윤정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동하고 식당 홀에 들어섰을 때, 차홍걸을 언제 왔는지 먼저 와서 이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윤정이 다가가도 전화에 몰두해서 자세를 바꾸지 않고, 그게 논리가 서는 얘기야? 그렇게는 설명이 안 되는 거란 말야, 뭐어, 헤겔은 그렇게 설명한다구? 전화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네가 만난다는 애는 어디 있는 게냐?” 윤정은 전화에 빠져 있는 차홍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요새 것들은, 보이 녀석이 제 할 일을 모르누만.” “복장이 보이가 아닌데, 당신두.” 어머니가 신칙을 했다. 일이 묘하게 꼬일 조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차홍걸이 전화를 끝내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윤정은 아버지 어머니를 차홍걸에게 소개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어리뻥해 있던 차홍걸이 분위기를 알았다는 듯이, 눈웃음을 치면서 선배님의 어른들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인사를 닦았다. 윤정은 검정 싱글에 받쳐 입은 흰 와이셔츠가 눈부시다는 생각을 했다. 옷이야 어디 눈부실까만, 젊음이 눈부신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포크며 나이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긴장된 공기에 파장을 일으켰다. 조용한 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발물이 이리저리 바닥으로 구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벌써 와인을 석 잔째 비우고 있었다. 저런 작대기를 사내라고 데리고 왔느냐는 눈치였다. 보이가 저쪽으로 간 사이 차홍걸이 와인 병을 들고 아버지에게 권했다. “아버님, 제가 한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하, 자네 같은 자식 둔 내력 없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섭하지요.” “어디라고, 어디대고 말대꾸야, 말대꾸가.” “입이란 게, 말대꾸 하라고 뚫린 입이 아니던가요?” “이런 싸가지 봤나.” “그러셔도, 저는, 어른한테 화 안 냅니다.” 차홍걸은 부진부진 윤정 아버지 잔에다가 와인을 따라 부었다. 잔 가에 병이 부딪쳐 달강거리면서, 쟁그런 소리를 냈다. “내가 왜 네놈 잔을 받아, 너나 처마셔.” 윤정 아버지는 와인잔을 들었다. 벌컥거리며 단숨에 마시려니 하고 지켜보고 있던 윤정은,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 윤정 아버지는 차홍걸을 노려보다가는 눈가에 잔주름을 잡는 그의 얼굴을 향해 와인을 끼얹었다. 차홍걸의 얼굴이며 하얀 와이셔츠가 온통 피칠을 한 것처럼 뻘겅 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허허, 허허, 허허….” 차홍걸은 천정을 쳐다보며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그러다가는 생뚱맞게, 한잔 더 드릴까요? 하며 눈웃음을 흘렸다. “홧김에 오입질이라더니, 저년이 꼭 그 꼴이구먼.” 눈을 새초롬히 뜨고 앉아서 상황 돌아가는 것을 주시하고 있는 윤정을 보고 하는 얘기였다. 어디서 저런 작대기, 놈팽이를 끌고 왔느냐, 질책이 섞인 말투였다. “병자구입이랍디다, 그 입, 좀, 조심해요.” 윤정의 어머니는, 목소리는 낮았지만, 아예 내심으로 들들 떨며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 봤지 않소. 배알까지 병이 들었어요, 저 애가.” “고정하시고, 남은 와인 더 드시지요. 그리고, 식사 끝나면 제 옷이나 세탁해 주세요. 아버님.” “또, 또, 그놈의 아버님!” “피로써 세례를 베푸셨나이다, 아버니임….” 윤정의 아버지는 흐크, 흐크 그렇게 묘한 소리를 내며 헛웃음을 웃었다. 일순 윤정과 그의 어머니가 숨을 죽이고 윤정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좋다, 일단 식사는 끝내고, 사우나에 내려가자.” 식구들이 자리를 정돈하고 다시 식사를 하는 동안, 아무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차홍걸과 윤정의 아버지 사이에만 와인 잔이 오가며 부딪치는 소리가 쟁강 쟁강 침묵으로 휩싸인 공기를 흔들어 놓았다. [PAGE BREAK] 6 차홍걸의 와이셔츠를 세탁해 달라고 올려보내 놓고는, 강정구 영감은 달랑 한 손에 들릴 것 같은 놈팽이 하나를 끌고 사우나로 들어갔다. 젊은 놈이, 어른한테는 화를 안 낸다? 끝까지 참는다? 곱집어 생각할수록 기특하기도 한 일이었다. 그런데 윤정이란 애가 정신이 홀딱 빠져 달아나지 않았으면 저런 놈팽이를 달고 와서 소개를 한다고 납들 까닭이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온탕에서 열탕으로 옮겨 들어갔다. “어어, 시원하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차홍걸이 열탕으로 따라 들오면서, 말을 걸었다. “아버님, 아버님처럼 탕에 들어가서 시원하다고 하는, 그런 아버지를 따라간 아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애들한테야 뜨겁겠지.” “아버님도 신식 분, 아시는 모양이네요,” 강정구 영감은 그 아버님 소리를 막아야 한다면서도, 눈웃음을 살살 흘리는 얼굴에 들이댈 말이 달리 없어서 꾸역꾸역 참았다. 차홍걸은 윤정 아버지의 말투를 알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들놈이, 탕 안에 들어간 아버지가 시원하다니까, 풍덩 탕에 들어갔다가는, 으앗, 뜨거워, 씨팔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 욕질을 했고, 뿔이 난 아버지는 아들 대가리를 마구 쥐어박았겄다, 그러니까 아들놈이 한다는 소리가, 열라 조져 봐라, 아프면 제 새끼 아프지 내가 아파? 그러다가는 엉엉 울음이 터졌고, 그래도 자식이라 안쓰러워 빵집에 가서 빵을 세 개 사서 애비 둘, 아들 하나 그렇게 정 있게 나누어 먹었겄다, 애비 왈, 배부르지? 아들놈 대왈, 하나 먹은 놈이 배부르면, 두 개 먹은 놈은 배때지 꿰져 뒈졌겠네, 그랬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해서어? 나를 두고 믿을 놈 못 된다는 건가?” “아버님한테,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 말이 그렇다는 말씀이지요.” 강정구 영감은 크흐, 크흐 배를 쥐고 웃다가 탕을 나왔다. 등이 근질거려 이태리수건으로 등을 밀었으면 좋겠는데, 호텔이 워낙 고급이라 그런지, 사우나탕 안에는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샤워 앞에 앉아 비누질을 하는데, 차홍걸이 쫓아와 등을 밀어 준다고 달려들었다. 강정구 영감은 차홍걸에게 등을 맡기고 앉아서는 이놈이 어떻게 나오나 보자 하면서 기를 살피고 있었다. 차홍걸은 혼자말인 듯, 들으라는 듯 주절거리며 등을 시원하게 밀었다. 어느 때밀이한테 그렇게 시원하게 등을 맡겨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딸만 셋을 두어 목욕탕행은 언제나 썰렁한 혼자걸음이었다. 아버님은 젊어서 운동을 많이 하셨나, 등판에 근육이 탄탄하고, 어깨가 널찍한 게 보디빌딩을 한 분 같기도 하고, 대퇴부가 참나무처럼 탄탄하네요, 이런 체격은 정력도 끝내준다던데요, 새장가를 들어도 충분하시겠어요…., 요새 신문이니 텔레비전이니 남성의 자존심을 세우라고, 송이버섯이 동나게 생겼는데 아버님은 그런 걱정 저리가라 하고, 없어서 못 먹는다 하실 분입니다. 이놈 봐라, 어디까지 가나 보자하고 있는데, 자아 물 끼얹습니다, 가만 계세요, 하고는 강정구 영감의 머리에서부터 찬물이 동이째로 쏟아져내렸다. 강정구 영감은 기겁을 해서, 뛰쳐 일어났다. 술기운이 더해서 그런지 머리가 휭하니 휘둘렸다. 푸우 푸우 입으로 흘러드는 물을 품어대며 눈을 훔치는데, 차홍걸이 수건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강정구 영감은 못 볼 것 보았다는 듯이 얼굴을 돌렸다. 차홍걸의 물건이 한 자는 되어 보이는 게, 검으티티 하니 문자속으로 주장군이 되어 뻣대고 서 있는 것이었다. 강정구 영감은 자기 하초를 내려다보았다. 쪼그라든 곶감만한 게, 주름진 절벽에 가까스로 걸려 있었다. 머주하니 서 있는 강정구 영감에게 다가가, 등이며 겨드랑이며 수건으로 물을 훔쳐내 주는 차홍걸의 팔뚝이며 장딴지 같은 데에 불끈거리는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자네, 거어, 아래 좀 가리지 그러나?” “아버님도 옛날에는 이랬지요?” “하긴… 남자끼리 가리고 자시고….” 저런 정도면, 되었다. 사내가 사내구실 잘 하는데 마다할 며리가 있다던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인데, 세탁물이 다 되었다고 관리인이 연락을 해 왔다. 술이 말짱하게 깨고 정신이 말갛게 밝아오는 느낌이었다. 윤정이가 저놈 저런 속을 알았을까. 7 식구들은, 서둘러서 상견례를 하자고 나오는 강정구 영감의 속셈을 짐작할 수 없었다. 윤정은 윤정대로 차홍걸이 정말 자기 짝이 될 만한 인물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극단은 다른 극단을 부르는 법이 아니던가. 아버지가 널 찾는다고, 너 마음 단단히 먹고 아버지 말에 기죽지 말고 대답을 하라고, 거듭 당부를 하는 어머니로 봐서는, 아버지의 생각은 백팔십도 역전을 한 듯싶었다. “차홍걸이 그 총각 말이다, 창조공학인가 무시깽인가 그거 해서 먹고 살 수 있다더냐?” “별 걱정을 다 하세요. 먹고 사는 거야, 내가 벌어도 충분해요.” “그럼 되었다.” “그런데 무얼 보고 그렇게 쾌락을 하시는 거죠?” “너 호랑이란 놈이, 왜 한겨울 너덜바위 위에서 운우지정을 희롱하는지 아느냐?” “어? 모르겠나이다.” “모른다니 다행이다만….” 네가 겨우 그런 놈팽이 골라 시집가겠다고, 그 동안 속을 그리 썩힌 모양이라면서, 내가 보니 후회는 않고 살겠더라고 이야기하는 아버지 강정구 영감 앞에서, 윤정은 웃음을 속으로 구겨 넣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뒷골을 띵 하고 울리며, 눈앞에 아득한 안개 같은 것이 피었다. 정작 차홍걸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는 형편이 아니던가. 사람의 길이 이렇게 결정되는 구석도 있구나 싶었는데, 차홍걸 편에서 전화를 해 왔다. 어른께 사죄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집에 들르겠다는 것이었다. 윤정은 쌍호도를 떠올렸다. 때는 바야흐로 겨울이고, 너덜바위는 경진년 신년 추위로 꽁꽁 얼어 있을 터였다. | wookong@snu.ac.kr
교육감·교육의원의 교육경력 조항을 삭제하려던 국회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다. 교과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법안소위가 졸속 통과시킨 교육자치법 위원회 대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여야 의원과 교총 등의 강력한 반대로 추후 논의로 한발 물러섰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임해규 법안소위원장은 “여러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교육감과 교육의원의 교육경력 요구규정을 삭제하고, 교육의원은 정당이 추천하고, 교육감 후보자의 당원 경력을 입후보 등록개시일부터 과거 6개월로 완화했다”며 “1월 중순까지 이 법을 처리해야 선거가 진행될 수 있으므로 오늘 법사위로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위원회 대안의 처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 의원은 “장학행정과 관리행정의 총 책임자인 교육감에게 교육경력이나 교육경력을 합쳐 5년을 요구하는 건 정말 최소한의 기준이며 이미 헌재도 5년 경력 제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또 교육의원 정당공천제는 헌법 제31조 4항에서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정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이번 위원회 대안은 졸속적이고도 본질에서 벗어난 돌팔이 처방”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자격 없는 정치인들이 우리 교육을 좌지우지 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자치를 무력화시키고 훼손하는 법을 왜 우리 교과위가 다뤄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교총도 30일, 31일 잇단 성명을 내고 “국회는 선거를 불과 5개월여 남기고 교육자치를 더 개악시킬 게 아니라 지금껏 문제가 돼 온 기호방식 개선, 후원회 제도 도입, 교육의원 수 확대 등에 집중해야 한다”며 “교육계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개악을 시도한다면 모든 세력과 연대해 주도 의원에 대한 준엄한 평가와 함께 위헌 소송 등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외부의 반발로 교과위는 1월 중순 이후 교육자치법 대안을 다시 논의하고 자격요건 완화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총 등은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충돌이 불가피한 상태다.
아동인권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져온 필자는 제법 두툼한 관련 저서도 출간한 바 있고, 또 연구보고서와 적지 않은 발표문도 가지고 있다. 유학 당시 지도교수님의 주된 관심이 아동의 권리(Children's Rights)였으며 같은 제목의 저서도 갖고 계신 인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동안 이 분야의 논문이나 연구결과를 내지 않은 사연은 무슨 주장이든지 ‘권리’ 또는 ‘인권’을 붙여서 주장하는 그릇된 세태에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자책감 때문이었다. 이러한 우려가 이번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며 교육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봄부터 경기도 교육청은 교육감의 주도 아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계획을 세우고, 조례안을 마련해 지난 12월에는 그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해 오는 2월 초 조례안을 확정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인권 개선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학생인권 증진을 통해 아이들이 보다 더 좋은 여건에서 공부하게 되고, 인권 개선 자체가 사회의 선진화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안 제6조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제7조에 나와 있는 체벌과 집단괴롭힘(왕따) 금지 조항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교육청이 발표한 초안을 보면, 선뜻 수긍이 가질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이미 정치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필자는 정치적 보-혁(保-革) 대결을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권리 자체의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경기교육청이 발표한 48개항을 모두 검토하기보다는 몇 가지만을 살펴보자. 맨 먼저, 무슨 주장이나 ‘권리’를 붙여 내세운다고 해서 성립되거나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권리이론이 바로 권리실증주의이다. 권리실증주의 핵심인 즉, 과도한 권리주장을 막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초안 제16조와 제17조에 명기한 사상·양심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문제는 과도한 요구사항처럼 판단된다.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조항이다. 물론 헌법에 없다고 의사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의사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모든 권리가 성립된다고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이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빨치산 교육을 합리화하는 권리로 둔갑시킨다면 그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초안에 담긴 내용을 보면, 교육상황에 수용하기 어려운 조항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제12조에서 제15조의 내용은 ‘학교’의 본질이 망각된 조항으로 보인다. 노동법의 노동자의 권리는 기업의 본질과 사업장의 사정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권리는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현실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학교는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제13조4항은 학교가 사회계약론의 자연상태처럼 방임상태의 장소가 아니라 교수-학습을 위한 통제가 허용되는 기관이라는 점을 간과해 버렸다. 또한 제10조에 명시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을 강제해서는 안 되고, 그 선택이 학생들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제20조는 학생들이 교육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원리상 동의할 수 있으나, 교육의 실행과정에서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의 권리가 무시돼 버렸다. 제28조 내지 제32조의 인권교육 조항도 국민권리설을 무시한 채, 국가권리설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은 국가가 그 범주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대항해 성립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국가권력에 의해 그 범주와 속성을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권리주장을 담은 경기교육청의 초안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권리로 성립하는 데도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권리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에 수반하는 것이라는 점이 원천적으로 경시돼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규정에 따른 “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에 병설될 수 있다”에 의거 초등학교에 병설로 세운 학교다. 여기서 병설이란 지금 같은 학교 내 소규모 학급체제의 운영이 아니라 초등학교 내 유아학교로 해 나란히 운영한다는 의미의 병설이다. 유아교육법 제2조(정의)에 “유아”라 함은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까지 의 어린이를, ‘유치원“이라 함은 ’유아의 교육을 위해 이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라고 돼 있다. 즉 유치원은 3,4,5세 유아를 교육 대상으로 하는 학교기관이라는 것이다. 2004년 1월 유아교육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이제는 유치원이 명실 공히 제도권 교육으로 자리 잡고 학교 급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교육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그 중심에 공립유치원이 서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법 제정이 된지 6년이 돼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공립유치원의 95% 이상이 소규모 학급 체제로 있고 유아교육 중심 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아직 묘연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학급체제인 병설유치원이 실제 운영에서는 학급의 역할이 아닌 학교기관의 제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교육과정 운영계획 수립, 각종 공문서 처리, 종일반 운영에 따른 1일 5시간 이상의 수업운영, 유치원 대상 연수와 회의 참석, 입학식, 졸업식 외의 각종 행사 운영, 원아모집, 학부모 교육, 시설관리 그 외에 초․중등은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기관 평가를 유치원은 1학급 규모에도 시행하고, 이제는 학교회계시스템 도입에 따른 유아학비 지원 업무까지 공립유치원 교사는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유치원은 단위 학교이고 따라서 학교기관에서 수행해야 할 업무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학교의 체제를 갖추지 않고 1~2명의 교사에게 학교의 역할을 수행시키는 것은, 교사로서의 본연의 임무는 포기하라는 무언의 압력이고 압박이다. 유아교육법 제3장 21조(교직원의 임무)의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아를 교육 한다’로 돼있다. 법으로 정해진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가 유아와 함께 있다고만 해서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유아들과 함께할 시간을 위한, 교수․학습을 위한 준비 시간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더구나 놀이중심, 체험 중심의 유치원 교육과정은 준비된 교육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교무, 연구, 생활, 정보, 행정, 관리 등등 일인 다 역을 수행하는 교사에게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한 명의 교사가 일일 처리하는 공문은 평균 몇 건 될까 그로인해 일일 소요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 일까 통계를 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많다. 공립유치원을 국가에서 소규모 학급 체제로 해 방치하고 있는 동안 어린이집, 놀이방, 미술학원, 영어학원 등 유사 유아교육기관은 난립됐고, 유아들은 정규 유아 대상 학교교육 기관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유사 유아교육기관으로 내 몰리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가는 유치원이 생애 초기 교육기관으로서의 그 막중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공립유치원에 학교기관으로서의 제반여건을 갖춰 줘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고시한 유치원 교육과정을 모범적으로 운영할 기관이 필요하고, 내년부터 의무교육이 시행되는 장애유아 통합교육 기관으로서의 유치원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 농․산․어촌의 소규모 병설유치원은 통폐합하고, 중소도시, 대도시 유치원도 대규모 학급 체제로 확대 운영해야 한다. 특히 신설되는 유치원은 유아학교 체제를 갖추어 운영할 수 있게 제도적 보완을 마련해야 한다. 공립유치원의 제반 여건을 독립된 학교기관으로 조성해 줄때 교사들은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전국평균 30:1의 어려운 임용고시 관문을 뚫고 교사들은 교육에 대한 열정 하나로 현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 교사들이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나서서 뒷받침 해주기 바란다.
작년 한 해도 교육계는 많은 굵직한 이슈들로 어수선했다. 학업성취도평가 공개, 외고입시 개혁, 교육세 폐지, 입학사정관제 확대, 미래형교육과정 제정, 교원평가제 실시, 학원 심야교습 단속 등이 그것이다. 작년에 이루어진 이러한 정책의 초점은 대부분 사교육 억제에 맞추어져 있다. 즉 망국적 사교육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바람직한 교육을 위한 건설적인 조치라기보다는 교육외적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인 조치였다.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근간을 건드린 적이 없다. 다만 기존의 교육 틀로 인해 나타나는 그때그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새 정책으로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옛 책에 “한 쪽으로 휜 것을 똑바로 잡으려다가 다른 쪽으로 휘게 하는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 벌어진다.(矯枉過直, 古今同之)”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현재의 우리 교육정책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정권과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느낌을 갖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논어'에서 유약(有若)이라는 공자의 수제자는 “군자는 근본에 힘을 쓴다. 왜냐하면 근본이 바로 서면 길이 저절로 생기기 때문이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나온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성어는 말 그대로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본을 세워야하고, 근본을 세우면 목표에 이르는 방법이 저절로 마련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말과 같이, 미래의 나라주인인 학생들에게 보다 이상적인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적 처방이 아닌,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새로운 교육적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2010년에는 ‘누가 해도 안 풀릴 것’이라고 자조해왔던 교육문제가 속 시원히 해결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경천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감사실장 정영숙 △대외협력실장 진경애 △대외홍보팀장 피교철 △기획처장 신성균 △연구기획조정실장 박소영 △경영기획실장 김정훈 △교육정보분석실장 이상하 △교육과정연구본부장 조난심 △교육과정기초·정책연구실장 박순경 △교과교육과정연구실장 이경언 △교수학습연구본부장 이화진 △학교학습연구실장 박선화 △수업개선연구실장 홍미영 △교육평가연구본부장 남명호 △학업성취도기획분석실장 김성숙 △학업성취도평가출제연구실장 정은영 △국제학업성취도연구실장 김경희 △교육평가행정지원부장 김도균 △교과서연구본부장 이인제 △교과서평가연구실장 진재관 △교과서검정운영부장 김창환 △수능연구관리본부장 이양락 △기획분석실장 조지민 △출제연구실장 신일용 △문제은행연구실장 조윤동 △수능운영부장 연근필 △출제관리부장 경영호 △영어교육특임연구본부장 이의갑 △영어교육개선연구실장 임찬빈 △영어능력시험연구실장 이병천 △인재선발관리본부장 조용웅 △인재선발관리1부장 이병문 △인재선발관리2부장 왕미선 △사무국장 박종덕 △총무부장 최종교 △재무운영부장 심재목 △전산정보센터장 최정호 △채점팀장 황철현 △시스템 관리팀장 전윤산12월30일
앞으로는 교사나 교수출신이 아니어도 교육감이 될 수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정당의 당원 이었다가 일시적으로 당원이 아니면 교육감이 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30일 법안 심사소위를 열고 시도 교육의원 및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교육(행정) 경력이 10년 이상(교육의원) 또는 5년 이상(교육감)'으로 돼 있는 각 후보자 기준을 삭제 또는 수정했다(매일경제2009.12.30 21:01). 따라서앞으로는 교수나 교육 공무원, 교육행정직으로 재직한 경험이 전무해도 교육위원이나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게된다.현재는 교육위원의 경우는 교육관련 경력 10년이상, 교육감은 5년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입후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삭제하도록 함으로써 교육경력이 없어도 입후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개정안은 지난 9월 헌법재판소가 교육감경력제한 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지 3개월여만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 여기에 교육감은 후보 등록일로부터 과거 2년이상 정당의 당원이 아닌자만 입후보가 가능했지만, 이를 6개월로 대폭 완화하여 사실상 정당의 당원들도 교육감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헌법에서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을 지금 교과위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보다 더 위에서 법을 개정하는 교과위의 행위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헌법에 위배되는 법을 만든다는 것은 민주정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을 부정하는 해당의원들은 당장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헌법도 필요없는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면 교육계 전체는 묵과할 수 없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할 것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교육감 입후보자에 대한 교육관련 경력에 제한을 둔 부분도 분명히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이것도 무시하고 정당의 당원제한도 무시하고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면서 이런 행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앞으로는 의사협회 회장도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협회 회장도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이가. 상공회의소회장도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교수협회 회장도 교수가 아닌 일반인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니 이 모든 것들을 일반인이 아닌 정당인이 독차지하게 할 것인가. 교육감이 교육경력없이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당원들에게 교육을 맡김으로써 파생되는 일련의 문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나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사도 사범대학 안나와도 되고 교사 자격증없이 임용하겠다는 것인가. 교사도 정당인이 해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공무원, 교사 모두 정당인이 될 수 없도록 되어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장인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은 정당인이 되어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정당활동을 하다가 일시적으로 정당인이 아니면 된다는 논리가 과연 가당한 이야기인가 묻고 싶다. 헌법을 무시한 야합 그 자체가 위헌이다. 교육계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진정한 교육자치실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루빨리 이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 화합을 강조하는 국가적 요구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불손한 의도가 없고서야 상식선을 넘어서는 이런 법안을 심사할 수가 없다.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법안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들은 국회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책임져야 한다. 교육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하루빨리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을 폐기할 것을 엄중 경고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을 생각하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응시횟수 확대, 응시과목 축소 등을 포함한 수능 체제 개편에 본격 착수한다. 교과부 이주호 제1차관은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정착에 역점을 됐다면 내년부터는 수능 체제 개편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내년도 교과부 업무계획의 첫 번째 추진 방향이 `입시 자율화'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수능 체제 개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0월부터 대입선진화연구회를 구성해 중장기 수능 체제 개편안을 연구 중이며 내년 3월 시안을 내놓은 뒤 이를 토대로 6월 기본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교협이 연구 중인 개편안에는 수능시험의 근본 성격을 재정립하는 문제를 비롯해 현재 연 1회인 수능시험 횟수를 2회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응시 과목수를 줄이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은 "지난 수능 때 신종플루 문제로 고심을 많이 했다. 일생이 걸린 시험인데 모든 학생이 너무 많은 과목을, 그것도 한 날에 단 한 번 치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최근 발표된 외국어고 체제 개편안과 관련, "자율을 강조하면서 왜 외고의 학생선발권을 제한하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학생 선발권보다 앞서는 게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다. 외고가 지나치게 어려운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건 학생의 학교 선택권 차원에서 고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 `외고를 외고답게' 한다는 조건으로 학교를 존속시키는 것으로 결정했고, 대신 사교육을 철저히 없애려고 입시 개선안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를 전면 도입하고 내신은 영어만 보도록 한다는 내용 등의 입시 개선안에도 불구하고 외고들이 학교생활기록부나 학습 계획서 등을 통해 전 과목 성적을 간접 확인하는 등 편법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차관은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외고 지원서를 쓸 때 아예 영어 내신 성적만 쓸 수 있는 별도 양식을 마련하고 학생부를 출력할 때도 다른 과목의 성적은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며 "학습 계획서 역시 학생 마음대로 쓰는 게 아니라 일정 항목에 따라 쓰게 할 것이므로 과도한 `스펙' 등을 적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영어 인증 성적, 경시대회 실적도 적지 못하게 하고, 적더라도 점수에는 반영하지 않는다"며 "외고마다 구성될 입시위원회에 교육청 위촉 사정관을 1명 이상 두게 해 학교별 전형계획을 감독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이러한 외고 입시 개선 세부안을 내년 1월 중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2009년 한 해가 서서이 저물어가고 있다. 교육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감사와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가운데 우리에게 주어진 교육의 사명을 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자녀들을 둔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을 사랑하는 모든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새 정부가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 선생님들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진 분은 없다고 본다. 어느 누구보다 교육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분은 교단을 묵묵히 지켜온 우리 선생님들이 아닌가 싶다. 어느 누가 선생님만큼 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학교를 사랑했겠는가? 학생들의 학부모님이 선생님만큼 학교를 사랑했겠는가? 학교를 내 집처럼 사랑한 분은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들과 교직원들과 학생들이다. 학교를 청소하고 관리하며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해 애쓴 분이 바로 선생님들과 교직원들과 학생들 아닌가? 이분들은 한결같이 현장에서 손수 몸으로 실천하신 분들이다. 학교를 사랑한답시고 학교에 와서 손수 청소를 하며 관리 유지하신 분들이 있는가? 없지 않은가? 진정 학교를 사랑한다면 주인의식을 갖고 학교 안팎을 관리하는 분들이 아닌가? 학교를 향해 어떻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학교를 사랑하는 것이겠는가? 학교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조금 했다고 학교를 사랑하는 것이겠는가? 전혀 아니다. 학교가 내 집처럼 손수 아끼고 관리하고 잘 유지해나가는 자가 학교를 사랑하는 자이리라.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가 누구이겠는가? 부모님 외에 누가 학교에 맡겨진 학생들을 사랑했겠는가?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신 분이 바로 학교 선생님 아닌가? 학생들의 지적, 정의적, 신체적으로 조화롭고 균형잡힌 학생들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 힘을 쏟으신 분이 선생님 아닌가? 이렇게 학생들의 전인교육을 위해 힘쓰신 분이야말로 학생들을 사랑하는 분이고 학교를 사랑하는 분이고 교육을 사랑하는 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우리 선생님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 분도 선생님밖에 없다. 우리 교육의 장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도 선생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은 선생님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선생님들만큼 진정 교육을 사랑하는 이가 많았으면 한다. 진실된 마음으로 교육을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하고 학생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교육은 미래는 밝아질 것이고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 해를 말없이 묵묵히 수고하신 선생님들이 정말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학생들은 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한 가운데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새해에는 우리 선생님들이 지적, 정의적 수준이 더욱 높아져 존경받고 인정받는 선생님으로 자리매김되었으면 한다. 어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어느 누구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해도 사명감을 가지고 학교사랑, 학생사랑, 교육사랑했으면 한다.
올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한 일부 대학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정부의 예산 지원이 깎이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이달 중순부터 입학사정관제 선도 대학 15곳에 대해 현장 점검을 한 결과 5개 대학이 `미흡' 판정을 받아 예산을 감액할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조사 대상인 선도대학은 가톨릭대,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울산과기대, 이화여대, 중앙대, 카이스트, 포스텍, 한국외대, 한동대 등 15곳. 이중 서울대와 카이스트, 포스텍은 `우수' 대학으로 뽑힌 반면 동국대, 성균관대, 울산과기대, 중앙대, 한동대 등 5곳은 입학사정관제 운영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5개대는 입학전형 과정에서 입학사정관의 역할이 다소 부족했거나 예산운영 항목의 적정성이 떨어지는 점 등이 지적됐다"며 "전형의 공정성 부분에서는 모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당초 이번 점검에 나서면서 외고 등 특정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등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전형을 실시했거나 전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예산 중단, 감사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과부는 점검 결과를 토대로 미흡 대학 5곳에는 지원 예산의 일부를 삭감해 이를 우수 대학 3곳에 나눠줄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삭감액이 대학별 지원액의 3%에 그친데다 관심 대상이었던 `전형의 공정성' 부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들어 점검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인지언어학과의 조지 레이코프(George P. Lakoff) 교수가 쓴 '코끼리는 생각 하지마'란 책에 따르면 정치는 프레임 싸움이라고 한다. 미국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코끼리(공화당 상징)'를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순간 국민들은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리며 공화당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즉, 실재하는 현실을 이해하게 해주거나 우리가 현실이라고 여기는 것을 창조하도록 해주는 심적 구조다. 일종을 이데올로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느닷없이 웬 프레임 얘기를 하냐면 현재 돌아가는 사회 현실을 보면서 이런 것이 그대로 구현되고 있지 않나 해서다. 예를 들면, 대통령과 여당은 이른바 4대강 사업이 대운하로 가는 이전단계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반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보의 높이나 여러 정황을 들이대면서 대운하로 가는 기본단계라 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제 아무리 대운하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해도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이른바 '세종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것을 대통령 공약,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도 확정해 놓고도 이후에 손바닥 뒤집듯 하였으니 믿음을 쉽게 저버린 것에 대한 선행학습을 경험한 국민들이 지금 주장하는 4대강 사업 또한 믿지 않기 때문이리라. 곧 4대강 사업이 대운하가 아니라고 강변할수록 국민들은 더욱더 그것이 대운하일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곧 대운하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다. 필자는 대운하가 뭔지 4대강 사업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토목 전문가도 아니기에 그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함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순리(順理)라는 것은 알고 있다. 과거 치수(治水)라는 것도 물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거나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런 것만 그런 것이 아니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킨 교육정책 중에서 교원평가제, 학교평가제, 외국어고 문제 등이 그렇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러저러한 정책을 펼치며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국민은 이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정책들이 사교육을 더 강화시킬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프레임 싸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와 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말을 하건, 설득을 하건 간에 믿음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믿음은 말로만 해서는 효과가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대화해야 한다. 둘째, 정책에 대하여 공유할 수 있고, 명확하면서도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전망을 상대편에 제시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 측근의 사람들이 내놓는 설익은 정책들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이런 것이 부족해서다. 아무리 착안사항이더라도 사회에 큰 변혁을 일으킬 정책이라면 어느 정도 가다듬고 의견수렴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고 본다. 셋째, 주장을 하는 사안에 대하여 가치관, 소망, 사명 등을 담은 프레임을 구성하되, 맞은편에 대해서 섣부른 공격을 하지 않아야 한다. 공방이 있는 순간 맞은편 생각이 또 다른 공론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전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부터 참모들까지 반대편 세력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음으로서 그들의 실체를 더 견고하게 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낳았다. 넷째, 나 이외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실을 알고 이해하고 있다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렇지 않다. 사실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지금 세상은 한 사람의 생각과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인지체계를 갖추지 않은 존재이다. 그런 특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망적 사고'가 있는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것으로 'UFO 함정'이 있다. UFO에 관한 것만 믿고 보게 되어 반대 사례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를 보정하는 것이 바로 언어요, 대화다. 소통이라는 것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정책입안자 또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모든 것의 전문가는 아니다. 나머지 부족한 분야를 채워줄 수 있는 것, 그것은 바로 소통과 대화이다. 불통은 곧 정책실패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영어 교육에 대한 비판이 많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들이지만 영어를 잘 못한다. 여러 가지 영어 교육 정책이 쏟아지고 많은 돈을 들이고 있지만 영어 실력은 제자리이다. 가정에서도 많은 돈을 들여 영어 유치원부터 원어민이 가르치는 다양한 학원들이 있지만 마찬가지다. 수 십년을 영어 공부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영어에 자신감이 부족하고 어려워한다. 대책이 없다. 이러한 영어 교육에 새로운 방법을 제안해 본다. 이제까지 우리의 영어 교육은 우리가 배워야 할 영어가 있다. 이것이 흔히 미국식 영어니 영국식 영어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무시한 채 새로이 처음부터 배워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사고력 등을 무시하는 것이 영어를 빨리 배우는 지름길인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애써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최대한 잊어려 했다. 그래야 영어 공부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어 지식을 무시하자.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대신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 경험, 문화 등의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표현하고 있는 말, 쓰고 싶은 글, 말하고 싶은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자. 그것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하는지에 관심을 가져본다. 즉 이제까지의 영어 교육을 ‘영한식’ 방법이라면, 새로운 방법을 ‘한영식’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영한식' 방법은 아무리 우리가 노력을해도 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문화, 한글의 사고 체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한영식'방법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더 쉽고, 자신이 표현하고싶은 바를 말하고 쓰기 때문에 자신감, 성취감을 주게된다. 호주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HUGH의 ‘한글말로 영어하기’를 읽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분의 주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한글을 최한 활용하여 영어를 공부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더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제대로 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학원에서 죽도록 맞아가면서 암기하는 ‘단어’가 문제가 아니다. ‘영어식 사고(THINK IN ENGLISH)’를 해야 한다. 사고 체계가 영어화 되어 있다면 그 다음에 공부하는 어휘는 몇 배의 효과를 가져온다. 영어식 사고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어를 외우는 것은 산산히 흩어지고 금방 잊어버린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어식 사고를 갖게 되면 다르다. 영어가 재미있고 자신감있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한 가지로 예로, 영어를 공부하는 좋은 방법으로 영어 일기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영어 일기 쓰기는 영어식 사고를 훈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모르는 영어 표현을 있으면 어떻게 하나. 그때 이용하는 것이 ‘한영사전’이다. 한영사전을 활용하면 훨씬 더 고급스런 다양한 영어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매일 영어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어의 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다. 이러한 방법은 학원에서 죽어라고 외우는 단어 공부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당장 한영사전을 사고 영어로 일기를 써 보자. 어느새 자신의 영어 실력이 향상된 것을 보고 자신도 놀라게 될 것이다.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의 질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학교나 시ㆍ도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선발하는 원어민 교사 수가 늘어나고 선발 교사들의 국내 사전 연수가 의무화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초ㆍ중등학교의 실용영어 교육 강화 방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의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선발ㆍ관리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29일 밝혔다. 교과부는 우수한 원어민 선발을 위해 국립국제교육원의 원어민 선발ㆍ관리 지원팀(EPIK)이 모집하는 원어민 인원을 올 4월 1천339명에서 내년 9월 2천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개별 학교나 시도 교육청이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원어민을 선발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자질 검증 등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국립국제교육원이 학교나 시도의 수요를 파악해 원어민을 선발, 원하는 학교나 시도에 배치하는 인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자체 선발에 큰 문제가 없는 학교나 시도 교육청은 지금처럼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하지 않고 선발해도 되며, 교과부는 이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인터뷰 질문지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신규 선발되는 원어민 교사들은 사전 연수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연수는 한국 정착, 수업 전문성 제고 등에 대한 내용으로 최소 10일(1일 6시간 기준) 이상 받아야 하며, 시도 공통으로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중앙연수(30시간), 시도 상황에 따라 운영되는 지역연수(30시간)로 구분된다. 이미 학교에 배치돼 근무하고 있는 원어민 교사들을 위한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이와 함께 원어민 교사들의 사기진작, 교사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한국 교육과정, 문화 등을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우수 원어민에게는 문화체험 기회를 주기로 했다. 각 학교의 우수 원어민 활용 수업 사례를 발굴헤 시상하고 방학 중 원어민 활용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근무 기간 문제점이 드러난 원어민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E2비자 재발급 거부를 요청하고 원어민 교사가 다른 지역의 학교로 옮길 때 기존의 평가 결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문제 교사'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