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상거래 웹사이트 중, 특히 이베이(e-Bay)나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의 경우 개별 소비자들이 중고 물품을 사고, 팔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준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상의 실제 개인의 삶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다. 파는 사람들은 애물단지 물건들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수입도 얻을 수 있어 좋은 반면, 이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온라인 상거래의 신풍속도가 최근에는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색깔을 입힌 동그란 초콜릿을 가지고 수의 개념을 익히는 간단한 놀이학습에 대한 것부터 셰익스피어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과 종류의 학교수업을 위해 개발된 교육기자재, 도구 및 교수 • 학습과정안이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비공식적 집계에 따르면, 이렇게 수업을 위해 개발한 교안 및 교구를 판매하는 교사는 수천 명에 이르는데, 이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의 사용처는 개별 교사에 따라 상이하다고 한다. 교실환경 개선이나 교구구입 등 교육적인 재투자에 그 수익을 사용하는 교사도 있고, 동료 교사들과의 회식이나 보다 간접적인 학교생활에 사용하는 교사도 있는가 하면, 대출금을 갚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치르는 등 지극히 개인적인 곳에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러한 신풍속이 유발할 수 있는 법률적인 이슈에서부터 철학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대립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 측 “교육자료 개인 소유 아니다”
거래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이렇다. 먼저, 공립학교 수업을 위해 개발된 교안, 교재 및 교구는 이미 교사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립학교 교사를 임용해 교안 및 교육자료를 개발해 수업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은 공적 자본의 투자로 이루어진 만큼 이를 통해 개인이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공적인 목적으로 개발된 자료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인용한 뉴욕 주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의 경우, 상급교사의 지시로 더 이상 교육관련 자료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반면,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교육구의 한 미식축구 코치의 경우, 연습용 책자 및 DVD를 197불에 판매한 일에 대해 학교 담당자에게 문제제기를 받았으나, 관련 법규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에 유사한 형태의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뉴욕대학의 문화교육 및 인적자원개발대학 조셉 맥도날드 교수는 이러한 교육자료의 상거래에 대해 “단지 그 수익의 향방 이상의 사회적인 함의를 갖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교안 거래가 결국 교사의 가르치는 일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음과 동시에 교사들 간 자율적으로 자료와 정보 및 경험을 공유해 학습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저해하는 등의 철학적인 문제를 수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즉, 교사 간 정보와 아이디어 공유의 활성화는 온당 지지받을 일이지만, 예를 들어, ‘단어시험 한 문제에 75센트’ 식의 금전거래는 궁극적으로 학습공동체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AGE BREAK] 찬성 측 “자료가 필요한 교사들에게 유용하다”
반면, 교육자료를 거래하고 있거나 이러한 경험이 있는 교사들도 할 말은 있다. 예를 들어, 초임교사의 경우 새로운 교수 • 학습과정안을 개발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이나 자료의 한계를 기존 교사들의 교수 • 학습자료를 참조해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처음 수업을 계획하고 실행함에 있어 위험을 안고 스스로 힘만으로 준비하는 것보다는 기존 베테랑 교사들의 노하우를 엿보아, 이미 다년간 교실 상황 속에서 검증되고 업데이트된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성공적인 교수 • 학습활동을 위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수년째 교수 • 학습자료를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린 한 교사의 경우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자료들이 과연 교실 밖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웹사이트를 통한 거래를 시도해 보았고 다른 교사들의 폭발적인 구매반응을 통해 그 답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사한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전에도 저는 무료로 제 수업자료를 공유했고 앞으로도 지인들과는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그러나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한 제 자료가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들려 있을 때 그 기분은 썩 좋지 않더군요. 더 많은 사람들과 제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과연 아무런 대가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이런 식의 친절을 베푸는 것이 좋은 일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어요.” 한편, 수업 및 교육자료의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교사들이 생기면서 예상되는 직 • 간접적 부작용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앞서 맥도날드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개별 자료에 가격을 매겨 교환하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자유로운 수업자료 및 정보 공유를 통해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판매왕’으로 등극한 몇몇 유명 교수 • 학습자료 판매 교사의 경우, 주중 일정시간을 떼어서 판매용 교수 • 학습자료를 제작하거나 기존 자료를 판매용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온라인 교수 • 학습자료 거래의 수익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만큼, 정작 본인의 수업이나 학생들을 위한 자료개발 및 수업계획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러나 유럽 여행이나 부엌가구 교체 등 평생의 숙원사업을 온라인 판매 수익을 통해 해낼 수 있었다고 인터뷰한 교사들의 얘기를 통해, 보다 풍요로운 물질적 안위와 누림에서 제외되어 있었던 미국 공립교사들의 삶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는 또한 미국 공립학교가 질 좋은 교사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교사에 대한 낮은 처우가 한몫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매 수업 창조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며, 교육과정 준비와 그것을 수행해 내는 일을, 대개는 외부적인 조력 없이 스스로 감당해내야 하는 ‘교사의 일’의 가치를 그에 맞게 평가하고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이 모든 현상의 근본적 원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교사의 성과와 업적이 값이 매겨져 거래되는 현상이, 현시대를 강타하고 있는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을 반영해 가르치는 귀중한 교직 본래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