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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사람을 그리워 해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워 목숨이 사위어 간 적이 있는가. 나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1년 넘게 머물며 사람을 갈망해 본 적이 있다. 파도와 바람과 갈매기 울음이 전부인 바다. 밤이 되면 악몽처럼 사람이 그리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멀리서 어선의 통통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눈물이 났다. 물고기는 물고기끼리, 갈매기는 갈매기끼리 어울려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사람 냄새에 굶주린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젊은 시절, 끝없는 전라도 길을 여행하면서 사람을 그리워 해 본 적도 있다. 어두운 밤 산 하나를 넘으면 또 산이 가로막고. 듣는 소쩍새 소리는 무섭다기보다 차라리 반가웠다. 정말이지 아무 집이나 숙식을 청하면 하룻밤을 재워 주었고, 초로의 집주인이 정갈한 밥상을 챙겨주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만 터치해도 아무에게나 연락할 수 있다. 그토록 바라던 사람과의 어울림이 이루어졌건만 왜 허망함이 앞서는 것인가.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섣부른 판단이었다. 사람이 늘면 늘수록 역설적으로 외로움이 깊었다. 어쩌면 ‘외로움’이란 단어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은. 언제부턴가 우리는 ‘서로 사랑하라’는 말 대신 ‘서로 잡아먹으라’는 말에 길들여져 살고 있는 듯하다. 정치하는 사람이나 지성인이라 자처하는 부류들도 돈과 권력과 명예에 중독되어 순수를 잊었다. 지극히 속물적인, 그리하여 김지하 시인이 ‘오적’을 다시 고쳐 써야할 판이다. 이민 간 친구의 말을 옮기면 한인회마저 예전 같지 않단다. 한국에서 건너온 사기꾼들이 동포를 등쳐먹는 바람에 서로 거리를 둔단다. 우리의 마지막 희망, 교직은 어떤가.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며 사는가. 아이들을 눈에 넣어도 아파하지 않으며, 선생끼리 만나면 반가워 손부터 내미는가? 씁쓸한 웃음이 먼저 나온다. 교직도 어느새 속물적인 관료주의와 개인주의로 변질되어 ‘아니올시다’이다. 선생끼리 편이 갈리거나 소 닭 보듯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 학생과에 대한 열정도 증발해 타클라마칸 사막이 되었다. 선생 상호간 배려하지 않고 더러는 견제하거나 무시하고 억압하는 관계. 어쩌면 교과부장관이나 교육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관리자의 경영철학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교장 되려고 몸부림했던 노력을 교장 되어서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대부분 안일무사하거나 교사들에 군림하고자 하는 그들이다. 선생 역시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는다. 또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참신한 의견이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문화에 길들이려는 행태들. 관료들이 사용하는 ‘혁신’이란 단어도 더 이상 혁신이 아니다. 그리하여 교직에 청춘을 바치고자 들어온 선생에겐 하루가 지루하고 답답하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육현장이 난장이 되어버렸다. 어떤 교장은 무능의 중심에 서있기도 한다. 그리하여 선생들이 복불복의 자유를 누린다. 학급을 멋대로 방치하고 집에서나 입는 차림을 하고 출근한다. 교무회의 시간에도 비스듬히 앉아 ‘카카오 톡’을 즐긴다. ‘너는 말해라. 나는 안 듣는다’이다. 교무실 책상도 너저분하게 해놓고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에 몰두한다. 그리고 집안에 사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결근한다. 그러고도 초과수당이나 성과급 같은 사안이 발생하면 눈에 힘을 주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선생이 바보취급 당하는 현장. 남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면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학교. 부단히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학생을 사람으로 만들려는 선생은 적다. 교사의 윤리, 부모의 윤리, 학생의 윤리가 실종되어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놀러오는 아이들 같다. 온갖 영상 매체에서 쏟아내는 오락과 연예에 중독되어 그런가. 나는 사람 사이에 살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특히 선생 사이에 머물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사이에 섬이 있었다. 그리하여 우울증과 강박증에 고개 숙인 선생이 늘고 있는 현실. 이제 우리도 바닷가에 나가 고도(Godot)를 기다려야 하는가.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자긍심 교육해야 3년간 우선 지원, 분교 거쳐 통‧폐합 절차 안양옥=거의 1년 만에 뵙지요. 11월12일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던 날, 교총이 전국교원배구대회를 용인에서 개최했습니다. 제주에서 부자(父子)가 선수로 참여하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제주의 경사 때문에 특히나 더 빛이 났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교육감님께서 주도적으로 활동을 하신만큼 감회도 남다르실 텐데요. 세계7대자연경관선정의 의미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성언=회장님께서 전국교원들과 제일 먼저 축하를 하셨군요.(웃음)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은 200만 년 전 생성된 자연과 더불어 긴 세월 동안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문화가 있는 세계 유일의 화산섬으로서의 가치를 전 세계인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또한 미래의 주역인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세계 자연 박물관-제주’를 물려주는 역사적 과업을 이루어 냄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의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알리는 환경․관광교육을 확대해 교육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창준=안 회장님 말씀하신대로 그날 많은 분들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변방이 아니라 국제적인 도시로서의 명성을 더해가는 제주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자부심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과 보조를 맞춰 제주교총도 노력하겠습니다. 안양옥=글로벌인재를 말씀하셨으니 짚고 가겠습니다. 지난 9월 한국 최초 공립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KIS, Korea International School Jeju)와 사립국제학교인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 Jeju)의 개교로 명실상부한 국제교육도시로의 출발점을 찍었습니다. 귀족학교 논란도 있었는데, 글로벌인재양성의 동북아 중심도시 제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감님의 플랜이 궁금합니다. 양성언=영어교육도시 내 시범국제학교 공‧사립 1개교씩(KIS, NLCS Jeju)을 지난 9월에 개교, 운영하고 있으며, JDC에서 내년 9월 캐나다 브랭섬홀아시아(BHA)와 미국계학교 1개교(St. Albans 와 Noble & Greenough 중 1) 유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어교육도시 내 6~7개 초중고 통합국제학교가 설립되면 9000여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학교에 내국인 학생은 물론 중국․일본․필리핀 등 아시아 학생유치에도 노력해 동북아 교육중심지, 국제자유도시로서의 기반조성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제적 수준의 교육환경과 우수한 외국인 교원 등을 활용한 공교육 체험프로그램과 교원교류 활동을 통해 제주 공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이창준=일부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주 영어교육도시 성공은 우리나라 전체 교육현장에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해외유학으로 발생했던 부정적 요인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글로벌인재로 성장한 이들은 동북아금융과 국제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제주지역 학생들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학하고 사회적 배려대상은 교육청에서 지원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양옥=국제학교 등 화려한 도약의 이면에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그늘도 존재합니다. 제주시나 서귀포시 외에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지난 9월 ‘적정규모 학교 육성방안’을 마련해 2014년까지 본교 기준으로 학생 수 60명 이하(분교장은 2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밝히셨습니다. 통폐합 과정과 그 이후의 교원 수급은 어떻게 풀어갈 생각이신지요. 양성언=회장님 지적하신 것처럼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여러 상황이 얽혀있습니다. 학생, 교원, 수업 및 교육환경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하되,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할 것은 학생들의 교육적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13개 대상학교를 2014년까지 통폐합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3년 유보기간을 둬 우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 후 성과 등을 감안, 매년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한 2~3개 학교를 선택해 인근 학교로 통합할 것인지, 아니면 분교장 개편으로 학교를 계속 존속시킬지 여부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의견을 존중해 반영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납읍초등교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임대주택을 짓는 등 초등생 유치에 나서 폐교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학생 수 20명이 넘으면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것이 교육청의 방침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2012년 이후 정년퇴직 예정자와 학교신설 수요를 감안했을 경우 교원수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창준=읍‧면 단위지역에서의 학교는 지역주민들에게 상징적 의미를 갖지만, 최근 12만 명이 넘던 학생 수가 9만여 명으로, 앞으로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도 도심 일부학교는 과밀학급으로 학교를 신‧증설하는 현상도 있습니다. 도시공동화 또는 이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이런 사회적 요인들을 교육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행, 재정적 지원을 통해 특색 학교로 거듭 날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안양옥=교육감님이 어느 시도보다 뚜렷한 의지를 갖고 계신만큼 특색 학교로 현장에도 거듭나려는 노력이 반드시 전파되리라 생각합니다. 교총도 ‘학교살리기 범국민운동’을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제주발 좋은 사례가 있으면 중앙으로도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제(11월28일) 교총과 전교조, 한국교육의원총회가 공동으로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법 개정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교육감 출마자의 교육경력 5년 이상, 교육의원제도 유지, 교육위원회 독립형 의결기구화 등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교총에서는 더 나아가 초중등 경력 포함, 학부모-교사 등 직접 당사자 직선제까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3선으로 다양한 선거제도를 경험하셨고 초등 출신이기도 한 교육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교육감 초‧중등경력, 교육의원 상임위 선출' 공감 토요일은 ‘음악‧스포츠데이’… 1인1기, 클럽활성화 양성언=교육감협의회에서도 용역연구를 했습니다만, ‘논의되고 있는 개정안은 헌법 제3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들어 교육경력자를 현행대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도출되어 있습니다. 저는 현행 선거제가 정치와 정당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모두 알면서도 이 조항을 들어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말씀처럼 출마자 경력은 교육감이 보통교육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초중등 경력포함이 필요하다는 점과 직접 당사자의 직선제도가 현실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는데 동의합니다. 또 제주도는 상임위에서 교육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교육의원제도가 무리 없이 유지됩니다. 다른 시도에서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창준=정당공천제도나 공동등록제는 안됩니다. 선거인단을 교육 주체로 한정하는 방법은 대안으로 제시 할 수 있습니다. 두 분 뜻이 일치 되는 것처럼 다른 시도의 생각도 일치되면 좋겠습니다. 안양옥=고맙습니다. 이렇게 화끈하게들 말씀해주시니 힘이 납니다. 제주를 모범사례로 삼아 하나하나 풀어나가기 위해 뜻을 모아가겠습니다. “실력 있고 인성 바른 건강한 시민을 육성하자는 교육의 목적에는 좌우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좌우, 진보‧보수 등 교육현장이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1학생 1교사 멘토링 활동인 ‘사랑의 끈 잇기 사업’을 벌이고 계시고, 간접체벌 허용 입장도 밝히셨지요. 이창준=최근 참으로 부끄러운 패륜적 교권침해 사건 발생으로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학생전출로 사태를 마무리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선생님들은 선진 교육제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경험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교육감님이 단호하게 교권옹호 조치를 취해 주신 것입니다. 학생인권조례안을 바탕으로 한 학칙개정 등으로 교권은 학교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만큼 추락해 있습니다. 핸드폰, 전자기기 사용을 규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두발, 복장, 흡연 등 학생기초생활 질서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학생자율권은 허락하지만 책임과 의무도 중요하다는 점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가 어우러지는 시대에 맞는 교권보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교사가 열정과 깊은 사랑으로 교육에 임할 때 중도탈락 학생을 줄일 수 있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양성언=모든 일간지가 ‘전북의 학생인권조례 부결’을 사설로 썼을 만큼 이 문제가 지금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 회장님 말씀처럼 제주도 일련의 전국적 현상에서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저는 교육은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성교육이 뭐겠습니까. 학생, 교사, 학부모의 3박자가 맞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주도 내 183개 모든 학교에 예산을 지원해 ‘사랑의 끈 잇기’ 사업을 통해 학습 및 생활지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안양옥=‘사랑의 끈 잇기’ 사업은 좋은 롤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교총이 앞장 서 홍보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청정’ 제주에서도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 걸보니 전국적인 현상이 맞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지난 달 제주교총 주최로 ‘제주어축제’도 열렸습니다만, 요즘 우리 아이들은 물론 교원들까지도 욕설, 수업시간의 이념성 발언을 하는 등 언어사용에 문제가 참 많습니다. 한국교총이 언어문화캠페인도 벌이고 있지만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워봅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 부탁드립니다. 양성언=인터넷 ‘선플달기’도 제주에서부터 시작된 운동이었습니다. 욕설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학교폭력의 주원인이라는데 더 큰 문제가 있고, 앞서 지적하신 교권침해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교총이 펼치고 있는 학생 언어문화 개선 캠페인이 그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창준=맞습니다. 사라져가던 제주어가 ‘제주어축제’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등 살아나고 있습니다. 조상의 얼과 함께하는 제주어의 보편적 사용은 한국교총에서 시행하는 언어문화캠페인과 일맥상통 합니다. 전자문자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올바른 언어사용은 바람직한 일이며 이런 책무는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이뤄내야 합니다. 안양옥=문화관광지가 많은 제주의 경우는 주5일 수업 정착이 다른 시도보다 빠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년부터 자율 실시되는 주5일 수업, 제주의 경우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양성언=격주 5일에도 걱정은 많았습니다만 이제 정착되지 않았습니까. 마찬가지일겁니다. 학생들이 다 학교로 오니까 어차피 출근해야하지 않나 생각하는 교원들도 많지만, 지역사회에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고 협조하면 잘 정착될 겁니다. 저희는 모든 학교에 악기를 구입하도록 하고 스포츠클럽에 10억을 지원했습니다. 토요일은 ‘음악‧스포츠 데이’가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창준=교육감님 말씀대로 악기와 스포츠를 통한 정서 함양이 토요일 프로그램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삼성초와 제주여고가 ‘전국학교스포츠클럽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교육감님의 클럽활동 지원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옥=교총은 문화체육관광부-교과부-교총 3자 MOU를 통해 주5일 수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 중입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 학부모, 기업, 관공서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오늘 귀중한 시간, 좋은 의견을 많이 주셔서 멀리 제주까지 온 보람이 큽니다. 교총의 정책에 앞으로도 관심과 힘 실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 양성언은 40여 년 동안 교육 외길을 걸어온 제주지역 대표 교육자다. 외유내강형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라는 평을 듣는 그는 초등교사 출신으로 제주도내 최초로 특수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구대 교육대학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 특수학교인 제주시 영지학교 교감과 교장을 지냈다. 제12대 교육감으로 재직할 당시 서귀포시 지역에 특수학교인 온성학교를 유치하는 등 제주지역 특수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쏟기도 했다. ▨ 이창준은 제주제일고, 경희대를 졸업하고 부산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러시아 국립게르젠사범대에서 명예체육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 체육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생활체육지도자연수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장, 대한민국 ROTC중앙회 부회장, 제주특별자치도체육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무더기로 적발돼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다. 기관경고로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지만 향후 교과부의 정책 집행과정에서 참고가 된다. 혁신학교 학생들의 대거 위장전입 묵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립고에 대한 설립인가, 교육전문직 부당 임용, 법적 근거가 없는 조직 관리 등의 사례가 지적됐다. 교과부는 6월27일부터 7월15일까지 전북교육청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한 결과 이런 내용이 드러나 교육청에 대해서는 기관경고를 하고, 교육청 직원과 관내 학교 관계자 등 업무를 잘못 처리한 24명에 대해 교육청의 징계(중징계 2명, 경징계 22명)를 요구했다고 1일 밝혔다. 중징계(파면·해임·정직) 대상은 부당한 설립인가를 받은 신설 고교의 행정실장과 회계 부정을 저지른 모 고교의 행정실장 등 2명이다. 부당 집행된 수당·보조금 등 7억3천524만여원은 회수 통보가 내려졌다. 전북교육청은 진보성향 헌법학자인 김승환 교육감이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및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추진, 교원능력평가 관련 지시 거부 등 교과부의 주요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교과부는 감사 결과 전북교육감의 핵심공약이었던 혁신학교 15개를 선정·운영하는 과정에서 '초·중등 분리심사'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업무담당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폐교 대상이던 진안 J초등학교는 혁신학교로 선정됐으나 재학생 57명 중 14명만 해당학구에 거주하고 나머지는 위장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3개 혁신학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재학생 215명 중 67.4%(145명)가 위장전입했다. 교과부는 해당 학생의 학부모에 대한 고발도 요구했다. 신설 J고의 설립을 부당하게 인가한 것도 지적됐다. 동일한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중학교 건물을 고교의 건물로 인정했으며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액이 기준보다 1억6천만원 미달되는데도 3년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토대로 설립을 허락했다. 교과부는 교육전문직을 뽑을 때 응시제한 대상을 인사기준과 달리 적용해 `시국선언'에 참여해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사립학교 교원을 편법 선발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조직 관리도 문제삼았다. 한시기구는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고 조례·규칙에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데도 이런 절차없이 '행복한 교육공동체 추진단'을 발족해 교원 12명을 출장·파견했고 추진위원 124명에게 회의수당 2400만원도 부당 지급했다. 결원이 없는데도 개방형 직위로 담당자를 임용하고 해외여행 등으로 연수에 빠졌는데도 교원 48명에게 이수증을 줬으며 시국선언으로 해임과 정직 등이 요구된 교원을 징계하지 않은 사실 등도 지적됐다. 감사 결과에 불복할 경우 재심의 청구 등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비속어 최초 사용 시기는 초등4학년. 절반 이상의 청소년이 하루 중 3회 이상 습관적으로 욕설을 한다. ‘○발’, ‘○나’, ‘미친○’ 등의 단어에 대해 욕설이긴 하지만 친구들과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웠다. 지난 달 30일 한국교총과 교과부, 충북교육청이 공동으로 서울교대에서 개최한 '학생 언어문화 개선 컨퍼런스'에서 법무부와 KBS·국립국어원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공개됐다.(그래픽 참조) 지난 5월 학생언어문화 개선 선포식 이후 학생 언어문화의 심각성을 되짚고 개선 모색을 위해 마련한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교사, 학생은 물론 청소년문화, 교육계, 법조계, 방송, 인터넷 매체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학생 언어사용 실태와 원인과 대안을 제시했다. 문수미 충북 청운중 교사는 사례발표를 통해 “표어박람회, UCC대회, 예쁜 손 글씨 대회 등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표어박람회의 경우 모둠토론, 액자제작, 교내 전시 등으로 연결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지금은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시대, 우리에겐 언어청정기가 필요합니다’라는 청운중 학생들의 우수표어를 소개해 갈채를 받았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은어, 욕설, 인터넷 용어의 실제 뜻과 순화어를 찾아 비속어 사전을 만들었다는 이예림 양(서울경희여중 3학년)은 “평소 사용했던 단어의 뜻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학교게시판 등에 노출된 사전을 보며 잘못 사용하고 있는 비속어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레 형성됐다”고 말했다. 법무부 설문결과에서도 비속어 사용 이유에 대해 ‘습관이 돼서’가 67.5%를 차지하며 무의식중에 형성된 언어습관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한국은 활력이 넘치는 나라인 반면 사회갈등지수가 OECD 27개 국가 중 4번째로 높다”며 신뢰와 협동사회 조건인 도덕과 소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인기 경인교대 교수는 “욕설, 비속어 등 언어순화 운동은 지난 1960년대 후반부터 매년 추진된 사업”이라며 “이제는 욕설과 관련된 각종 지표 개발 및 ‘언어문화진흥기본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와 다양한 감정훈련 실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배 법무부 부부장검사는 교육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꼽았다. 손 검사는 “법무부 설문결과 비속어 사용 개선을 위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이나 없는 학생이나 비속어 사용 정도가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교육프로그램의 개선과 그린마일리지에 비속어 항목 추가와 같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천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병철 선플달기운동본부이사장은 “운전 시 안전벨트 착용의 보편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꾸준한 캠페인과 함께 벌금과 같은 강력한 법적 장치가 병행 되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교총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전문가들의 분석과 제언을 토대로 개선방안 마련 및 언어표준 예시자료 발간, 선도학교·학급 운영, UCC 공모전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인천대화초등학교(교장 김선중)는 좋은 습관으로 칭찬받는 대화 바름이 수첩과 S · MART 공책 등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과 좋은 학습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하고 바른 습관이 보일 때마다 칭찬하며 이를 강화해 주고 있다. 김 교장은 “2009년 부임한 후 1년 동안은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계획하지 않고 여러 가지 상황을 지켜봤다. 이 일이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잘한 일 같다”며 “그 시간이 문제점을 찾고 환경을 고려해 새로운 계획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칭찬통장의 발전, 대화 바름이 수첩 2009년 시행된 칭찬통장제가 확대 · 발전된 것이 좋은 습관으로 칭찬받는 대화 바름이 수첩이다. 이 수첩에는 기존 칭찬통장제의 내용에 좋은 습관 형성을 위해 창의 · 인성 교육 관련 학습방법과 기초 체력 함양을 도울 수 있는 내용이 더해져 구성됐다. 김 교장은 “좋은 습관으로 칭찬받는 대화 어린이가 학교의 목표인 만큼 칭찬통장을 그대로 살리면서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구상했다”며 “창의 · 인성교육 및 학생들이 습관을 체크할 수 있고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복잡하면 사용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내용도 복잡하지 않고 간편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좋은 습관으로 칭찬받는 대화 바름이 수첩에는 자신을 소개하는 코너, 건강한 생활, 창의적 체험활동, 독서생활, 좋은 습관으로 칭찬받는 대화 바름이 칭찬통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자신을 소개하는 코너에 본인의 사진을 붙이는 등 수첩을 소중히 여기는 학생들이 많다는 김 교장은 “수첩 후면에 있는 대화 행복 은행 칭찬통장에 학생들이 바른 행동을 할 때마다 칭찬하고 칭찬 확인 도장을 찍어줘 학기별로 시상식도 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기 초에만 한 번 보고 안 보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사용하면서 소중하게 다루고 있어 더욱 기쁘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정리하는 대화 S · MART 공책 대화 S · MART(School-Moral, Active, Refreshed, Thinking) 공책은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 및 좋은 학습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실시하는 자기 주도적 예습 · 복습 공책이다. 김 교장은 “다큐멘터리 꼴찌탈출-습관보고서와 아키타 산골 학교의 기적을 보고 대화 S · MART 공책을 실시하게 됐다”며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상위 1%의 학생들의 특징은 공부가 습관이 되어 있었고 수업 시간이 끝난 뒤 쉬는 시간 몇 분 동안 그 시간에 배운 것을 스스로 정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따르면 학습 후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며, 1시간 뒤에는 50%, 하루 뒤에는 70%, 한 달 뒤에는 80%를 망각하게 된다. 이러한 망각으로부터 기억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복습이다. 10분 후에 복습하면 1일 동안 기억되고, 다시 1일 후 복습하면 1주일 동안, 1주일 후 복습하면 1달 동안, 1달 후 복습하면 6개월 이상 기억(장기기억)된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따라서 대화 S · MART 공책은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과 아키타 현에서 실시한 예습 · 복습 공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별도의 공책을 제작하지 않고 1차 복습(), 2차 복습(), 예습(), 호기심 충전소(), 교사의 한마디() 등 색깔 스티커를 붙여 작성요령을 통일하고 있으며 학기별로 시상도 하고 있다. 김 교장은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따라 학습 후 쉬는 시간에 그 시간에 배운 것을 스스로 정리하고 이해하면 큰 학습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초등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배운 내용을 정리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매 수업마다 수업종료 5분 전 학생들은 자신의 공책에 학습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그것을 선생님께 확인받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조언해 주는 한 줄의 글을 통해 보람과 자신감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아침 30분 독서와 졸업식 타임 캡슐 학생들의 기본지식 함양에 일조하기 위해 아침 30분 독서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 자습시간에 실시되고 있는 책 읽기는 처음 시작할 때는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김 교장은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을 힘들어했지만 이것이 습관이 되자 선생님 없이도 학생들 스스로 책을 읽었다. 아침마다 조용히 독서를 하다 보니 집중력이 생기고 지식도 늘어났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히 해나가면 곧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김 교장은 졸업식 날 30년 후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타임 캡슐도 만들었다. 현재는 2개의 타임 캡슐이 있지만 이것이 지속되어 타임 캡슐이 많이 만들어지면 멋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30년 후의 긴 그림까지 그리며 새로운 것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한다. 꾸준함이 큰 성과로 빛날 인천대화초등학교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체육인재육성재단(NEST, Korea Foundation for the Next Generation Sports Talent)(이사장 정동구)은 체육 분야 인재 육성사업수행을 통해 체육발전과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7년 1월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이다. 한국 스포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체육영재 발굴 · 육성 및 지역 체육인재 양성, 차세대 글로벌 체육리더와 핵심 인재 양성 등 국가 차원의 체육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 발굴 및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체육영재 양성’사업을 비롯해 지역의 전략종목별 우수 유소년을 선발해 선진화 모델을 제시하는 지역 체육인재 육성사업, 차세대 스포츠외교 인재의 외국어교육 및 해외연수, 국제체육기구 인턴십, 스포츠산업 · 스포츠코칭 석사과정 개설을 통한 글로벌 스포츠리더 및 핵심인재 양성 사업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차별화된 교육, 체육영재 육성사업 운동부가 있는 학교 지도자들에게 어려운 점을 꼽으라고 하면 한결같이 선수 수급의 문제를 말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체육인재육성재단은 2009년부터 ‘체육영재양성 사업’을 통해 체육영재의 조기 발굴 및 육성, 기초종목분야 선수 수급구조 개선 및 글로벌 체육인재 육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체육영재란 일반적으로 또래보다 신체적, 생리적으로 뛰어나거나 성숙하고 전반적인 스포츠 분야에 잠재력이 큰 유소년(초등학교 2학년에서 6학년의 비등록 선수)을 뜻한다. 이러한 잠재력을 가진 유소년을 과학적으로 발굴하고자 체육과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체육영재시스템(KOSTASS)을 활용하고 있다. 전국 16개 센터에서 매년 초 체육영재를 선발하는 가운데, 1단계 선발은 학교장의 추천으로 이뤄지며, 2단계부터 3단계까지는 KOSTASS프로그램과 심층면접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체육영재를 발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시 · 도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정동구 이사장은 “교사들은 학생들을 항상 지켜보기 때문에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 추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년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어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각 지역별 대학교 내에 체육영재센터를 지정해 체육영재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힘썼으며 올해는 16개 센터에서 700여 명을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 체육영재 육성사업의 프로그램은 주 1회 또는 2회, 매회 3시간 이상 주말에 실시하고 있으며, 동 · 하계 방학기간에는 2주 내외의 집중훈련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순환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육상, 체조, 수영 등 모든 종목의 경험을 유도하고 있으며, 저학년은 놀이 및 게임형식의 비율을 높여 초기 운동기능을 강화하고, 고학년은 기술 습득을 위한 전문기술의 비율을 높이는 맞춤형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체육영재 양성을 위한 원어민 영어교육, 인성 · 리더십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 체 · 덕 · 지를 겸비한 차세대 스포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체육영재사업 이외에도 지역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통해 지역별 우수 중 · 고등학교 학생선수들에게 스포츠과학을 적용한 진단, 측정, 처방을 제공해 보다 효과적인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배우는 지도자, 지도자 직무교육 이수는 필수 요즘 체육계는 지도자 폭력, 대학교 부정입학, 승부조작 등 많은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정 이사장은 “고질적으로 이어져오는 체육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학생’이라는 재단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지도자들도 배우는 입장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직무교육은 6박 7일간 6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농구, 럭비, 레슬링, 배구, 배드민턴, 복싱, 볼링, 사격, 사이클, 수영, 양궁, 역도, 유도, 육상, 정구, 조정, 체조, 카누, 탁구, 태권도, 테니스, 펜싱, 하키, 핸드볼 등 24개 종목의 지도자 1300명이 참가하고 있다. 지도자 직무 교육은 기존의 학문 위주의 교육이 아닌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필요하고, 활용 가능한 교육 내용으로 리더십 과정(코칭철학, 선수이해 및 교육, 코치전문 능력개발)과 경기력 증진 과정(선수 발굴, 훈련설계, 코칭과학)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종목별 특성에 맞게 진행되는 교육으로 지도자들을 위한 맞춤식 교육이다. 또한 같은 종목의 지도자들이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특히 학교운동부 지도자들은 앞으로 직무교육을 이수하지 못하면 학교에서 지도자로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며, 지도자들은 3년 주기로 계속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일주일동안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도자들에게 정 이사장은 “의무적으로 교육받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지만 이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될 것이다. 대학교에는 이론교수와 실기교수가 나눠져 있다. 중 · 고등학교 운동부 지도자들도 실기교사로 선생님 신분을 만들어 주는 등 제도가 필요하다. 그들의 적정한 대우와 신분의 보장을 위해 앞으로도 힘쓸 것이다”라고 밝히며 “현장의 지도자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선수들의 ‘거울’과 같은 존재다. 훌륭한 지도자 밑에 훌륭한 선수가 반드시 나타난다”며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제2의 도약 ‘비전 2020’ 체육인재육성재단은 한국 스포츠의 10년 앞을 내다보고 발전방향을 제시한 ‘비전 2020’을 수립해 지난 4월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비전 2020’은 체육영재를 발굴해 선수로 성장하고 은퇴한 뒤에도 체육계의 인재로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단계별 연계책을 마련한 것이다. 향후 몇 년 내에 재단 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활성화되면 선순환 시스템이 안정되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운동선수들은 운동만 했다. 그들에게 운동은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에 10년에서 15년 정도 운동을 하고 은퇴를 하고 나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큰 좌절을 하게 됐다”며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고 요즘 트렌드인 ‘공부하는 운동선수, 운동하는 학생’과 같이 공부하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특히 운동선수들이 은퇴를 하고도 지도자가 되고 지속적으로 체육계에 남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생을 더욱 살찌게 할 수 있는 것이 스포츠라는 정 이사장은 “선수들이 매달을 따는 등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도 중요하다. 그들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일을 찾아서 돕고 해결해주고 싶다”며 “외국에 나가서 자신의 의사표시와 인터뷰 정도는 할 수 있는 글로벌 스포츠 리더 육성을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의 체육영재들이 김연아와 박태환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비상하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의 또 다른 행보를 기대해본다.
4시간 동안 평균 194.3회…욕설의 저연령화 · 평준화 지난 9월 필자는 EBS와 함께 학생들의 언어문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간단한 현장조사를 기획했다. 우선 중 · 고등학교 학생들 중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 공부를 못하는 학생, 가정형편이 보통인 학생, 가정형편이 특별히 좋거나 나쁜 학생을 한 명씩 선정했다. 이들에게 보이스레코더를 장착하고 이들이 등교 이후 점심시간까지 말하고 듣는 모든 것을 녹음해서 그 말들 속에 욕설이 등장하는 맥락과 빈도를 분석해 보았다. 원래는 남녀 학생을 모두 조사하려 했지만 여러 제약 때문에 결국 남자 중학생 2명과 남자 고등학생 2명만을 조사했다. 그 결과는 주요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다. 이 4명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4시간 동안 나눈 대화 속에서 욕설은 평균 194.3회가 등장했다. 시간당 48.3회, 대략 75초에 한 번씩 욕을 한 셈이었다. 이들이 그 사이에 싸움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와 농담을 나누었을 뿐이었다. 물론 중학생들이 고등학생보다는 욕설의 빈도가 적었고, 욕설의 강도도 약했다. 보통 학생보다는 욕을 많이 한다고 지목받은 학생은 욕설의 빈도가 40.5% 더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111회와 156회의 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오십보 백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해보니, 초등학생들에서는 부모의 학력이 높으면 욕설을 하는 빈도가 낮았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은 오히려 반대였다. 대졸 부모를 둔 학생들이 고졸 부모를 둔 학생들보다 욕설을 더 많이 했다. 이런 결과들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현재 청소년들에게 욕설은 언어생활의 필수요소로 스며 들어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언어문화 실태에서 가장 많이 부각되는 것이 욕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욕설을 많이 사용하는 시기이다. 60년대에 태어난 필자도 걸쭉한 욕설을 주고받던 중 ·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 빈도나 심각성은 지금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요즘 학생들의 언어문제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욕설의 저연령화와 평준화때문이다. 예전에는 청소년의 연령과 계층에 따라서 생활영역이 서로 구분돼 있어 사용하는 어휘들이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서 모든 정보가 빛의 속도로 확산된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고등학생들이나 쓰는 험한 욕설을 초등학생들은 그 뜻도 모르고 쓰게 된다. 특정 지역에서만 쓰던 욕설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특정 집단에서만 통용되던 어휘가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확산된다. 그 결과 욕설이 평준화된다.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이나 쓰던 험한 욕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게 되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욕설이 청소년들의 흥미 끌어 하지만 인터넷만을 탓할 수는 없다. 청소년 어휘에서 욕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간다는 것은 청소년 언어 생태계에서 기존의 표준어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어휘든 사용자인 청소년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밀려난다. 고로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단어보다는 욕설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욕설이 주류가 되어간다는 뜻이다. 그 원인은 공급과 수요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공급의 측면에서 보자면 청소년들의 어휘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새로운 단어들을 소개하는 쪽이 욕설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욕설들은 최근 2~3년 사이에 새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뭐든 새로운 것은 청소년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기 마련이다. 반면에 어른들이 바람직하게 여기는 표준어는 그 정의에 걸맞게 표준에서 벗어난 새로운 단어들을 공급하지 못한다. 물론 표준어도 꾸준히 진화한다. 단지 그 속도가 21세기 기준으로는 너무 느리다는 점이 문제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지난 10년간 증가한 정보량보다 앞으로 1년간 증가할 정보량이 훨씬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5년 전의 정보도 이미 낡은 정보가 된다. 어휘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정보를 수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어휘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존의 언어들은 정체되어 있는데 욕설들만 계속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면 욕설이 언어의 유행을 선도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달리 말해서 청소년 언어 생태계를 순화시키려면 욕설이 아니면서도 참신하고 매력적인 단어들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존감이 떨어진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욕설과 친숙 그러나 단지 욕설이 새롭기 때문에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욕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수요를 만드는 것일까? 욕설은 존중하는 언어가 아니다. 비하하는 언어다.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욕설을 많이 교환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비하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그런 비하의 언어가 자신들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65.98점으로 OECD 23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스페인의 113.6점보다 47점 정도가 낮고, OECD 평균보다도 34점이나 모자란 수치였다. 특히 아시아권인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행복도는 크게 낮았다. 어째서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많은 학습시간과 지나치게 열악한 여가생활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행복도가 낮은 이유가 단지 현재 삶이 힘들어서만은 아니다. 행복과 직결된 심리적 요인은 자존감이다.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며 앞으로 지금보다 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때, 우리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행복을 느낀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좌절하고 위축되고 힘든 삶에 맞설 용기도 잃어버린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자존감도 낮아져 있다는 뜻이다. 현재 존중받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희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욕설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은 그것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들의 심리상태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현재 욕설은 청소년들끼리 서로의 동질감을 확인하고 서로를 위안하는 기능까지 하고 있다. 2010년 손봉희(계명대, 석사 논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욕설을 아주 적게 사용하는 집단과 아주 많이 사용하는 집단은 자아존중감이 낮고, 중간 정도로 사용하는 집단이 가장 자아존중감이 높았다. 욕설을 적게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자존감이 낮은 이유는 또래들과 잘 지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지나치게 욕설을 많이 사용하는 집단은 또래문화에서 통용되는 것 이상으로 욕설에 의존해야 할 만큼 자존감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른들의 욕설금지는 변형된 욕설로 진화시킬 뿐 욕설의 또 다른 기능은 차별화이다. 욕설을 포함한 언어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위치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표식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는 부모로부터 어휘들을 배우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새로운 말들을 배우게 된다. 그러므로 누가 어떤 어휘들을 주로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자라난 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알 수 있다. 교양 있는 언어를 써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좀 더 수준 높은 문화집단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기능이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사용된다. 청소년들의 욕설은 자기들이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혹은 자기가 조금은 나이 먹은 존재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혹은 같은 또래끼리라도 좀 더 잘나가는 집단에 속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사용된다. 여학생들이 교복치마를 줄여 입고, 남학생들이 특정 브랜드의 점퍼를 고집하는 것이 특정 하위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보여주기 위함인 것처럼, 어떤 욕설을 하느냐가 그 청소년이 어떤 집단에 속하고, 어떤 집단에는 속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나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욕설을 금지하려 들 때 어떤 결과가 생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어른들이 뭔가를 못하게 하려 들수록 그것은 더욱 더 멋진 것으로 보이게 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참신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지는 이유도 어른들의 금지 때문이다. 대개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어른들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입력 못하게 막아놓았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단어들을 발명하게 된다. ‘가슴’이라는 단어를 못쓰게 하니까 ‘슴가’로 쓰고, ‘병신’ 이라는 말을 못 쓰게 하니까 ‘ㅂㅅ’ 이라고 쓴다. 결국 어른들의 금지는 욕설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예측 못할 방향으로 변형하고 진화하게 만들 뿐이다. 청소년들의 삶의 질 개선 없이는 욕설 안 줄어 물론 욕설 자체의 문제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단어에 많이 노출되는 상황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좋을 리 없다. 그뿐만 아니라 욕설은 청소년들의 인지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욕설은 의미를 전달하는 주제어가 아니다. 단지 전달하려는 뜻을 강조하거나 조금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기능, 다시 말해서 장식의 기능을 한다. 평범한 물건에도 적절한 장식을 덧붙임으로써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평범한 문장에도 욕설을 섞으면 뭔가 특별한 문장처럼 들리게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청소년들이 욕설을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그런 특별함은 너무 손쉽게 얻어지는 겉모양뿐인 특별함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표준어들과는 달리 욕설은 대개 범용적이다. 어떤 맥락이든, 어떤 단어에 덧붙이든 욕설은 무난하게 장식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자기가 전하려는 뜻에 가장 적합한 어휘와 문장구조를 고안하기 위해서 고심을 하는 동안 우리는 생각을 세련되게 다듬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런데 미숙한 어휘들로 구성된 거친 문장에다가 몇 개의 유행하는 욕설을 대충 섞어 씀으로써 자기 뜻을 전달하는 최적의 문장이라 착각하게 된다면 청소년들의 인지발달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다시 말해서 욕설에 의존하면 할수록 전체적인 어휘가 단순해지고 미분화상태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언어는 사고의 도구이다. 단순한 언어에 의존하는 것은 그만큼 사고도 단순해진다는 뜻이 된다. 즉, 욕설은 정서적인 악영향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지능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좀 더 건강한 어휘를 사용하고 건강한 사고력을 발달시키기를 원한다면 청소년들에게 언어감수성을 키우는 훈련이나 교육도 해야 할 것이고, 욕설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계몽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청소년들에게 제공한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찬찬히 살펴보는 작업을 제외하면 이 모든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욕설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현실을 바꾸지 않고 욕설만 금지하려 들면 청소년들의 현실은 더 열악해질 것이다. 욕설로 범벅이 된 청소년들의 언어문화는 그 자체가 문제이기 이전에 청소년들의 열악한 삶을 반영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욕하는 청소년을 걱정하기보다는 욕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짜 책임 있는 어른의 역할일 것이다.
학교 언어문화의 특성 학교는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언어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의 소통 문화를 익혀 사회에 무리 없이 입문하게 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한편,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언어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우리 언어문화의 과거를 전하고 현재를 돌아보아 공동체를 형성하게 하며, 보다 나은 미래의 언어문화를 창조하는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주체의 면에서 볼 때에도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상이한 집단의 언어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곳이다. 교사의 관점에서 보면 학생의 언어는 불안하고 부족하며 일탈적이다. 반면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교사의 언어는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거나,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언어일 수 있다. 학교의 언어는 학생의 언어가 교사의 사랑 속에서 성장하는 곳이어야 하고, 교사의 언어가 학생들의 존경 속에서 진정한 권위를 가지는 곳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힘을 가지거나 힘을 잃을 때, 학교 언어문화는 급격하게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학교 언어문화는 복합적이며, 관점과 처지에 따라 학교 언어문화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학교 언어문화를 만들어 가려면 규범과 전통을 향하는 구심성과 발산, 새로움을 향하는 원심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리고 다른 주체를 향한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감의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학생 언어의 특징과 바람직한 학생 언어 학생들의 언어를 조사해 보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언어, 품격이 낮은 언어, 효과적인 소통을 막는 규범 일탈과 파괴의 언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어느 시대든 자라나는 세대의 말은 기성세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지만, 무한 경쟁 사회로 인한 인성 형성의 어려움과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언어의 급속한 전파 등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확실히 그 변화의 정도나 심각함이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그러한 말을 하게 된 데에는 학생의 심리적 요인, 학생이 처한 상황의 사회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그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불안한 가정에서 사랑을 못 받으면 자존감이 낮아져 남을 존중하는 언어 또한 사용할 줄 모르게 된다.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풀어나갈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욕설을 하고, 말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비속어를 공유한다. 그러므로 무조건 바른 말, 고운 말만 쓰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왜 그런 말을 쓰는지 헤아리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이 어떤 것인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 좋아하는 말이란 학생들이 원하는 사랑이 담겨 있는 말이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을 자꾸 들려주면, 그들의 언어 또한 그에 화답하는 사랑의 언어가 될 것이다. 2011년 충북 지역 학생 언어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넌 할 수 있어!”이고,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넌 어쩜 그러냐?”였다. 교사가 어떤 말을 자주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은 그렇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언어를 지도할 때에는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경우에는 욕설을 사용함으로써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심성이 파괴된다는 점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하면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익명성이라는 그늘 속에서 악성 댓글을 달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해하게 하는 것이 좋다. 얼굴을 마주 대하는 소통이든 다양한 매체를 통한 소통이든 간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와 기본적인 윤리를 내면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지나치게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고 지도할 때에도 무조건 하지 말라는 금지의 명령을 앞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떠들어서 불쾌했던 기억을 떠올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하게 지도하는 것이 좋다. 말이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고, 입 밖으로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기, 말을 듣는 사람의 처지 먼저 생각하기 등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교육에는 어른의 솔선수범, 학생에 대한 사랑이 앞서 있어야 한다. 교사 언어의 특징과 바람직한 교사 언어 교육의 주체이자 말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사의 언어에도 성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추락하고 있는 교권, 열악한 교육 여건,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배려와 존중의 미덕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 등이 교사의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본분에 충실하며 인내와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지만, 본인의 의도와 달리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학생이 편견이나 차별을 느꼈다거나 교사에게 제대로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낀 경우에도 교사는 그것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시대 학생들은 사랑에 결핍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교사에게 기대는 부분이 크며,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말 한 마디에 매우 고무되기도 하고,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언어 가운데에는 학생의 처지나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넘겨짚어 말하는 경우나 한 번의 실수를 매번 그러는 것처럼 나무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담은 발언을 하거나, 다른 학생과 은연중에 비교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잘하는 학생을 칭찬할 때에도 다른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는 것이 필요하며, 가급적 외모나 성격을 칭찬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노력과 행동을 중심으로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수업 시간에 학생이 용기를 내어 질문을 할 때에는 그 질문의 수준이 다소 낮더라도 격려해 주고, 질문이 수업의 진행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으며,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 별명을 부를 때에도 다른 학생들의 놀림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다. 교사가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성찰하지 않고서는 학생의 언어를 바른 언어로 이끌기 어렵다. 이를 위해 수업 일지 쓰기, 교사 상호 간의 참여 관찰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교사 스스로의 언어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려와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아야 바람직한 학교 언어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함께 생각하고, 그들을 배려하며 사랑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도덕적 감수성과 공감의 자세가 요구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공격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공격적인 존재가 될 것이고, 희망을 주는 언어를 사용하면 희망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어울려 배려와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을 때 우리는 보다 더 인간적이며 넉넉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 교사 대화 이렇게 해보세요” 교총, 학생 · 교사 언어 표준화 자료 개발 학생과 교사를 아우르는 ‘학생 · 교사 언어 표준화 자료’가 처음으로 발간됐다. 한국교총 학교 언어문화 개선연구팀(연구책임자 : 김정우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은 교과부, 충북도교육청과 공동으로 ‘바람직한 학생 언어, 사랑의 교사 언어’라는 제목의 ‘학교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용 자료’를 발간, 학교현장에 무료로 배포했다. 총 107쪽에 이르는 이 자료는 잘못된 언어가 쓰이고 있는 상황극을 삽화로 만들어 적절한 언어 사용에 대해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학생 언어 편에서는 학교와 집, 공공장소, 사이버 공간 등 학생들이 접하는 관계나 상황을 중심으로, 교사 언어 편에서는 등교시간, 수업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상담할 때와 같이 하루 일과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주위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상황, 잘못된 언어 사용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제시된 대화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내용을 비롯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로 바꾸어 보거나 상황에 대한 심화 활동 등을 제시해 체계성을 더했다. 이 자료는 학생언어문화 개선 홈페이지(kfta.korea.com) ‘교육 자료란’에 게시돼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받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 주요 활동 (2011. 5월 ~ 2012. 2월) Ⅰ. ‘선도학교’, ‘선도교실’ 운영 1 언어문화 개선에 앞장설 선도학교 20개교 / 선도교실 100개 ○ 교육 다큐 시청, 특별 수업 및 특화 프로그램 운영 ○ 운영비 지원, 우수 실천사례 표창 및 해외연수 제공 Ⅱ. 언어문화 개선 교수 · 학습 자료 개발 · 보급 1 가정 · 학교 교육용 동영상 및 매뉴얼 제작 (EBS 다큐멘터리 ‘욕해도 될까요?’) 2 교사 언어 표준화 및 원격연수프로그램 개발 ○ 교원원격연수(2학점 직무연수) 프로그램 무료 보급 · 수강 Ⅲ. ‘교육(한글날) 주간’ 행사 집중 운영 1 ‘교육(한글날) 주간’ 운영 2 언어문화 개선 교원 · 학생 UCC, 교육다큐 시청 소감문 공모 · 시상 Ⅳ. 범사회적 여론 조성 및 네트워크 구성 1 TV, 라디오 등 공익 광고 조성 2 범사회적 캠페인 추진
독일 교사 5명 중 1명 조기퇴직 예상 DAK(독일 고용자 의료보험)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상의 이유로 5명 중 1명의 교사가 조기퇴직을 할 것으로 예상. 연구에 따르면 16%의 교사들이 정년 퇴직을 할 만큼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응답. 2009년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65세에 정년퇴직한 교사는 40%이며 60세에 조기 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11%, 22%의 교사는 업무가 장기간 불가능한 상태라고 함. 영국 사립학교 재정 열악한 국 · 공립 초등학교 지원 영국 명문 사립학교 교장연합회(HMC)는 재정이 열악한 국 · 공립 초등학교를 지원해 달라고 252개 회원 학교에 요청. 이와 같은 지원이 빈부 간의 학업성취도 차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 현재 빈부차이에 따른 학력차는 4~10세(초등교육)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 이러한 지원요구에 대해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동참하겠다는 즉각적인 뜻을 보임. 핀란드 젊은이들을 위한 ‘미래 보장 정책’ 실시 예정 핀란드 노동부는 6천만 유로(한화 956억 원)를 투입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교육기관 등 미래를 보장하는 정책을 2013년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 이 정책의 주요 골자는 30세 이하 젊은이가 졸업 후 직장을 잡지 못하고 3개월 이상 실업상태로 있을 경우에 일자리, 인턴십, 교육 기관 등을 알선해 주는 것. 프랑스 중등학교에서 학교징계절차 개혁 학생들에게 문화적인 활동과 교육, 과제물 등으로 징계를 하는 책임교육을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징계절차 개혁. 8일 이상의 정학 제도를 삭제하고 8일 이내의 학급 유기정학을 신설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에 교내 안내실에 머물도록 함. 중국 학습교재에 대한 저작권문제로 법정 소송 최근 중국 절강성의 한 교사가 저작권 문제로 법원기소를 당해 법원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발생. 지식재산권 보호문제와 연결돼 있어 해당 사건은 교육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음. 일본 학력저하 막기 위해 AO입시제도 수정 고교생활을 통해 학생을 평가하고, 대학합격 여부를 결정하던 AO입시제도(Admission Office, 입학사정관제도)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확대. 국공립대학에서도 이를 시행하는 학부가 감소됐고, 사립대학 역시 축소 혹은 폐지하려는 움직임. 입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문제로 지적. 문부과학성은 대학교육을 위한 기초학력을 갖추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대학입시센터시험 결과나 고교 성적을 AO입시제도의 합격 여부 판정에 이용할 것을 요청. 미국 페어팩스 학교구,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대체 워싱턴의 페어팩스 학교구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온라인 전자책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 현재 미국의 온라인 전자책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의 10%로 크지는 않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 플로리다주의 경우 교재 구입비용의 절반을 온라인 교재 구입비용으로 쓰기로 결정하는 등 많은 주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할 예정. 호주 아시안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 증가 470억 원의 예산을 추가 지원해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대한민국 등의 언어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계획. 정부는 2020년까지 최소 12%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하나의 아시안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립아시안언어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결정.
1. 사람의 생애 리듬을 인식하는 말 중에는 재미난 것이 많다. 모범생처럼 인생을 살던 사람이, 마치 그렇게 살아온 것이 후회라도 되는 양, 늘그막에 바람나는 것, 그것이 얼마나 파괴적이고 그 정도가 맹렬했는지 ‘늦바람은 아무도 못 말린다’는 말로 경구를 삼았다. 중년 이후 잘못된 생애 리듬을 관찰한 데서 얻은 인식론을 극명하게 반영한 속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쪽의 말도 있다. ‘인생 초년의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말은 성실이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아주 건강한 통찰을 담은 생애 인식론이다. 사람마다 인생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變曲點)이 있다. 세속적으로 말하면 돈을 벌거나 명성을 얻거나 권력 자리에 나아가거나 승진하거나 하는 것 등을 그 변곡점(變曲點)의 자리에 놓을 수 있다. 그것을 나이로 말하면 ‘몇 살쯤 될 무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직업과 소득으로 말하면 ‘그때 그 일을 해서 돈을 좀 벌기 시작했을 때’였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인생 경로에 여러 번의 변곡점을 겪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내 인생의 분수령(分水嶺)’이라고 붙일 만한 것이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력이 좀 쌓이고, 돈을 벌고 지위가 좀 나아져서 조금은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살아가는 형편과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을 본인 스스로 느낄 때, 한국 사람들은 그것을 어떤 일상적 언어로 나타낼까. 여러 가지 표현이 있겠지만 ‘먹고살 만해지니까’라는 말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 표현만큼 한국적인 것도 없다. ‘먹고 산다’는 것은 인간 생존의 최저 지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먹고살 만하다’라는 표현의 경지로 오면 그 의미는 사뭇 달라진다. 생존의 최저 지표가 아니라, 자만(自滿)의 지표쯤으로 상승하고도 남는다. 이처럼 언어로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의 묘미란 신통방통하다. 합리적 인식과 초월적 직관이 ‘먹고살 만해지니까’라는 표현에 이처럼 기묘하게 녹아있는 것이다. 아무튼 인생을 하나의 긴 흐름으로 보았을 때, 그 변곡점(變曲點)을 나타내 주는 지점이 바로 ‘먹고살 만해지니까’를 느끼게 되는 지점이다. 2. ‘먹고살 만해지니까’라는 표현은 재미있다. 이 표현을 ‘먹고살 만해진 당사자 본인’이 하는 경우란 주로 어떤 때인가. 이 말이 쓰이는 구체적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먹고살 만한’ 상황을 조롱하는 듯한 운명적 불운이 찾아오는 때이다. 그간 온갖 고생 다하고 이제 겨우 먹고살 만해졌는데 아내가 죽을병에 걸리게 되었다든지, 이제 겨우 먹고살 만해져서 부모님을 잘 모시려고 했는데 그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었다든지 하는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즉 ‘먹고살 만한 형편’과 조화되지 않는 어떤 ‘부조리한 사건’이 생기는 것이다. 인생이 부조리하고 모순이라는 것을 한탄하게 되는 뉘앙스가 깔렸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행운과 불운이 숨바꼭질하듯, 릴레이 경주하듯 바통을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먹고살 만해지는 때’를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먹고살 만해지는 때’는 인생의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나를 괴롭혔던 가난, 배고픔, 남들의 천대 등 나쁜 것들이 좋아지게 되는 때이기도 하지만, 그간 좋은 상태로 누리고 있었던 것을 내어주어야 하는 때인 것이다. 그래서 가난했지만 건강했었는데, 이제 이 변곡점(먹고살 만해진 지점)에서 건강을 내주어야 한다.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부부 사이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 여기(먹고살 만한 지점)까지 왔는데, 이제는 부부의 사랑을 불운의 신에게 내주어야 한다. 세상에는 먹고살 만해지니까 바람을 피우고 가정이 망가지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먹고살 만해지니까’라는 표현을 남에게 하는 경우는 또 어떠한가. 이건 앞에서 살펴본 경우, 즉 본인 스스로 ‘먹고살 만해지니까’를 운위하는 경우보다 다소 고약하다. 먹고살 만해지니까 그 사람 자체가 나쁘게 달라졌다는 의미를 달고 다닌다. 예컨대 ‘먹고살 만해지니까 얼마나 거드름을 피우고 잘난 척하는지!’, ‘먹고살 만해지니까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야!’, ‘먹고살 만해지니까 배고팠던 시절 생각도 안 나는 모양이군!’, ‘먹고살 만해지니까 은혜도 모르는 인간이 되더라고!’ 등이 그런 맥락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오히려 성범죄는 더 늘어난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이혼도 늘어난다. 이혼이 온전히 불행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상처나 아픔이 없을 수 없는 일이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재판도 늘어나고 분쟁도 더 많아진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차별도 더 심해지고 다양해진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청소년의 일탈과 비행도 늘어난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학부모들에게 교권이 망가지는 일도 더욱 늘어난다. 먹고살 만해지면서 아이들의 욕설 언어도 더욱 거칠어지고 극성스러워졌다. 그 융성하고 위대했던 로마제국도 초기에 망하지 않았다. 제국으로서는 ‘먹고살 만해진’ 국세에 도달해 마침내 스스로 멸망의 길을 자초해 열어갔던 것이다. 3. 그렇다면 ‘먹고살 만해진다는 것’은 나쁘기만 한 것이란 말인가. ‘먹고살 만해지는 지점’이란 인생을 운명의 차원에서 볼 때도, 온갖 마(魔)가 끼는 지점이지 않았던가. 한 사람의 인성 차원에서 볼 때도 선하고 착하고 부지런하던 인성이 온갖 나쁜 인성으로 악화되는 지점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세상에는 ‘먹고살 만해진 지점’을 지나면서도 운명으로나 인성으로나 나쁜 인생의 경로로 빠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먹고살 만해진 지점’을 중요한 인생 경계(警戒)의 지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는 있다. 경계로 삼으면 지혜로 다가갈 수 있다. ‘먹고살 만하다’의 구체적 내용은 어떤 것일까. 사회적 경제 지표로서야 어느 정도 객관적인 제시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먹고살 만하다는 것’의 심리적 실체는 종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각종 무늬의 욕망과 충동에 휘말려 어느 한 곳에 절대로 고정될 수 없는 변덕과 허영의 에너지로 마왕처럼 돌출한다. 즉, ‘먹고살 만한 상태’를 일정하게 만족시키는 수준은 없다. 잠시 만족했는가 싶으면 금방 새로운 욕망의 지평선이 저만치 다시 등장한다. ‘먹고살 만하다는 것’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의 지표인지도 모른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만족을 당기려 하지 말고, 그것을 지연시켜 가면서 사는 법은 없을까. ‘먹고살 만해진 지점’을 인생의 의미 있는 변곡점으로 삼는다는 것, ‘먹고살 만해진 지점’을 인생 성공의 중요 지표로 삼는다는 것에 혹시라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먹고살 만해졌다’라는 지표 말고 다른 것을 인생 경로의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면 어떨까. 말을 똑바로 해야겠다. ‘먹고살 만해진 지점’에서 찾아오는 불행과 불운은 운명인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먹고살 만해진 지점’에서 우리가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4.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아폴론 신전의 전실에 새겨져 있다.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설도 있고, 탈레스가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고대 철학자들의 전기를 썼던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라는 사람에 따르면 그 말을 했던 사람은 탈레스였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가 탈레스에 대해 쓴 대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나온다. 탈레스에게 누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탈레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조한욱 교수의 서양사 이야기 중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먹고살 만해진 지점’이란 “너 자신을 알라”에서 벗어나려는 지점일지 모르겠다. 동시에 ‘먹고살 만해진 지점’이란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에 나서기 시작하는 지점일지 모르겠다. 가장 어려운 일에서 가장 쉬운 일로 옮아가는 쾌감이 어떠할까. 사람들이 이전 공덕을 다 싸들고 정치의 마력에 유혹되는 것도 아마 이 지점이 아닐까. 초심을 지킨다는 것이 이처럼 어렵다. | 경인교대 교수
첫 손님 아침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온종일 하늘이 흐리다. 4학년 선생님께서 자세한 사연을 적은 쪽지와 함께 아이를 보내시며 상담을 요청하셨다. 매우 치밀하고 남달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에서 존경심이 우러났다. 앞으로 담임선생님과 협력해서 문제 해결을 하는 데 도움을 받아야겠다. 작은 체구에 눈이 매서운 김강민(가명). 첫 시간이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겠다고 했다. 30여 분을 움직이지 않고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 성취욕구도 강하고 인내심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상담이 진행되었다. Q 강민이는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니? A 야구 선수요. Q 야구를 좋아하는구나. 어떤 팀을 제일 좋아하니? A 기아와 롯데요. Q 선수는 누구를 좋아하니? A 추신수요. Q 미국에 있는 선수? A네. Q 강민이도 자라서 추신수 선수처럼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길 바란다. 추신수 선수는 미국에서도 여러 친구들과 서로 도와주고 사랑하며 아주 친하게 지낸단다. 강민이는 학교에서 어떤 친구와 제일 친하니?” A ○○○요. Q 짝꿍이니? A 아니요. 다른 반 친군데요. Q 너희 반에는 없어? A 아이들이 모두 나를 미워해요. Q 왜? A 내가 마구 때리니까요. Q 왜 때리는데? A 아이들이 나를 미워하면 화가 나서 막 때리고 싶어져요. 다음에는 「인물과의 대화」(Talk to Men)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가상(假想)의 인물을 상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불만 등을 마음껏 토로하는 것이다. 내가 강민이에게 해보라고 권했더니 고개를 저으며 극구 사양한다.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를 위해서 내가 시범을 보였다. 그림 중에서 특정한 인물을 골라 그에게 외치듯이 말했다. 넌 남의 물건을 훔치는 나쁜 사람이야, 남의 물건을 훔치는 건 도둑질이라는 것을 모르니? 더러운 놈, 감히 남의 물건에다 손을 대? 도둑놈!! 그러면서 안했다고 거짓말까지 해? 난 너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 다시 그에게 권했다. 그는 마지못해서 아주 작은 소리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나쁜 놈!” 하면서 외마디만 뱉고 만다. 첫째 시간 상담을 마치고 자주 놀러 오라는 당부를 했다. 앞으로 몇 차례 대면(對面)을 해봐야 상담 전략(戰略)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비언어적 상담 (Nonverbal Counseling) 예정대로 오늘은 오전에 6학년 민조(가명)와 함께 인사동 나들이를 했다. 떠나기 전부터 그는 아주 들떠 있었다. 인사동이라고 하는 낯선 곳을 간다는 것과 학급에서 정규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프리미엄 때문인 것 같았다. 출발과 함께 인사동에 가면 많은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유명한 화가 선생님들도 만날 수 있다고 하면서 “민조도 나중에 훌륭한 화가가 될 사람이니까 가는 것”이라고 했더니 매우 흔쾌히 응했다. 교문을 나서면서 내가 담배를 피우려고 했더니 그가 갑자기 내 손을 끌면서 “선생님, 담배는 몸에 아주 나빠요.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돼요!”라며 만류와 함께 따끔한 일침을 준다. 교실에서는 고성을 지르며 물건을 마구 내던지고 발악을 하던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어 내심 놀랐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그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인사동의 환경과 특성(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사람들이 많고 복잡한 곳)을 설명하면서 나를 잃어버리면 큰일 난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인사동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됐다. 빈자리가 있어 녀석을 앉히려 했더니 “전 괜찮아요 선생님 앉으셔야죠!”하면서 극구 사양하기도 하고 도중에 자리가 많이 나서 그가 자리를 잡자 자기 옆자리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면서 계속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무척 부러워할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어떤 현신욕(顯身欲)과 함께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일종의 선민의식이 잠재해 있는 것 같다. 인정, 그것의 밑바탕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나는 문득 그가 애정결핍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 안에서 내가 스케치북을 꺼내어 그림을 그리니까 옆에 앉아서 빠진 그림을 낱낱이 지적해 준다. 관찰력이 매우 예리하다. 인사동에 도착했다. 그는 나와 밀착(密着)하며 행동했다. 조심성이 많고 세심하며 또 어른을 배려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이렇게 착하고 어진 아이가 어째서 나한테 ‘늙은 놈’이라고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몇 군데 갤러리를 들리면서 작품 감상을 했다.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일일이 주제를 읽어보기도 하고 작가 이름을 살펴보면서 나름대로의 평을 아끼지 않는다. 비구상(非具象) 앞에서는 작품에 잠재되어 있는 형상을 찾아 나에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시켰다. 식당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묻지도 않은 가족 이야기를 꺼낸다. 아버지는 자장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며 그것을 ‘고춧가루 짜장’이라고 한다느니 남동생이 있는데 어리광이 심하다느니 자기가 1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골반 뼈가 깨졌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그는 감정이 매우 풍부한 아이라는 것이다. 오늘 인사동 이야기를 하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사람들이 자기를 부러워할 것이라고 하면서 또 언제쯤 오게 되느냐고 묻는다. 돌아오는 길에 자꾸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다. 그는 빈뇨(頻尿)현상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화장실 문간에서 기다리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잠시 숨었더니 밖으로 나온 민조는 얼굴이 발개지면서 금세 울음이 터질 것만 같이 당황한 표정으로 “선생님! 선생님” 하고 부른다. 실내가 떠나갈 듯한 소리에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무척 당황한 모습이다. 내가 나타나자 어디 가셨느냐고 호되게(?) 나무랐다. 귀가 길 전철에서는 좌석이 생겨 나란히 앉았다. 녀석이 자꾸 현재 시각과 도착 예정 시간을 묻는다. 교실로 다시 가서 교과 학습을 하지 않고 집에 가고 싶어서다. “공부가 그렇게 싫으니?” 했더니 자기는 오로지 화가가 되겠다고 하면서 직답을 피한다. 학교에 거의 왔을 때 그는 약(ADHD 처방약)을 먹지 않았다고 하면서 당황한다. 내가 약을 먹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더니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자기가 잘 했다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오늘 그와의 인사동 데이트는 성공적이었다. 동시에 나도 비언어적 상담(Nonverbal Counseling)에 대해 느낀 바가 적지 않다. 보람 있는 하루였다. 두 친구 두 아이가 담임선생님과 함께 상담실에 왔다. 선생님이 두 아이 때문에 학급을 경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교우관계에 따른 문제였다. 학교에서 가장 많이 야기되는 것이 교우관계다. 최근에는 이 문제가 인간관계로까지 영향을 미쳐 이른바 ‘왕따’로 발전해 심리적 타격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송정효(가명). 학급어린이 회장. 모습도 단정하고 언어 구사력과 억양도 뛰어나서 야무져 보이는 인상이다. 김인가(가명). 학급어린이 부회장. 시선이 예리하고 모든 면에서 명석하다. 주관이 뚜렷하고 판단이 명확한 바른 아이다. 두 아이 중에 정효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문제는 같은 반 인가가 자기가 싫어하는 아이들과 친하게 놀면서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가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싶은데 정효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 전에도 정효의 할머니가 학교에까지 찾아와서 자기에게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야단을 친 적이 있어 억울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나는 두 아이의 격양된 이야기를 들으며 오래 침묵하다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 간의 사랑을 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우정이 시기(猜忌)로 바뀌면 여지없이 미움이 된다. ‘사랑’이라는 ‘열매’를 자세히 살펴보면 맨 겉에는 따사로움과 온화함으로 되어 있는데 좀 더 그 속으로 들어가면 ‘기쁨’이 있고, 다음에는 행복이 있다. 또 더 들어가면 ‘이해와 용서’가 있단다. 결국 그 우정의 열매 맨 끝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있는 줄 아니? 거긴 딱 하나밖에 없는 씨가 있는데 그게 바로 ‘희생’이라는 거란다. 두 아이가 다소 격양된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종종 눈시울을 붉힌다. 몇 번 더 대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사동 시너지 오늘은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평가(수학)를 했다. 아이들(주동, 모건, 민재, 민조(가명))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진단하는 평가였다. 민조는 특수학급에 있으므로 지필 평가는 하지 않고 정물화를 그리기로 했다. 그렇게 소란하던 아이가 Wee Class에 와서 그림을 그리면 그 시간만은 아주 침착해진다. 그의 스케치 솜씨는 섬세하고 남달리 뛰어나며 항상 집중한다. 그것은 이상하리만큼 의외의 행동이었다. 야단법석, 난장판을 피우고 반항을 하던 아이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른다는 것은 야생마(野生馬)가 갑자기 순한 양으로 바뀐 모습을 보는 듯해서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상담보다는 오히려 그림을 그리는 과업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얼마 전 나와 함께 인사동에 가서 구상과 비구상 등을 포함해 아주 다양한 미술 작품을 감상했는데 그것이 자극제가 된 모양이다. 이른바 인사동 시너지 효과였다. 그림 삼매경에 빠져 있는 그에게 나는 연신 잘한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연필 잡는 법이며 ‘데생’하는 법을 가르쳐 주며 그의 뒷바라지를 거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민조 대신에 주동이가 말썽을 피우는 것이다. 자기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왜 공부를 하라고 하느냐면서 연신 “짜증나- 짜증나-”를 반복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내가 그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민조(ADHD)와의 처지가 다른 점을 예로 들어 충분히 설득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계속 불만을 토로하다가 나중에는 “죽이고 싶다- 정말 죽이고 싶어!”하는 소리를 뱉는다. 지금 그는 초등학교 아이로서 한계를 넘고 있다. 국어, 수학 공부가 싫어서, 아니 공부 그 자체를 혐오해 설명을 듣지도 않고 눈을 부라리며 왜 이런 것을 시키느냐고 계속 노려본다. 녀석의 눈초리가 매섭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갈 때 그는 교실 문짝을 부서져라 걷어찼다. 주동이 평소에도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을 하면 아주 강렬한 시기(猜忌)를 한다는 것을 느끼곤 했지만 오늘은 아주 심했다. 그래도 그의 그런 난폭한 행동과 병적인 투기심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을 수용해주기만 하면 그의 이상행동심리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길, 그 녀석 생각에 발걸음이 무겁다.
최근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재정 위기를 한꺼번에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상황과 직면해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는 한국 사회에 고스라니 전달되어 고물가, 고환율 그리고 높은 이자 비용 부담 등으로 개별 가정의 고통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사회 구조의 바닥에 가까운 계층일수록 경제 위기의 파고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이라 그로 인한 물리적, 재정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설상가상으로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관련 규제 등으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이미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 관련 대출 및 신용 대출 이자비용도 적지 않은 가정이 태반인 상황에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 대부분의 생활비 지출을 신용카드로 연명하고 있는 서민 가정으로서는 신용카드 관련 규제가 사형선고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 신용 축소 때는 모르쇠 일관 우리나라는 카드 발급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소득의 몇 배 이상의 한도가 주어지는 카드를 여러 장 소지하는 게 가능하다 보니 이런 사실을 당연하게 여겼다. 소득이 불규칙하거나 거의 전무한 사람에게조차 신용카드 발급이 되는 세상이었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카드 발급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누구에게나 카드발급이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 그렇게 받은 카드를 열심히 사용하다보면 카드사는 한도를 늘려주는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었으며 카드론 한도까지도 주어졌다. 이미 여러 장의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결제일마다 돌려막기를 하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카드론의 유혹은 세상 그 무엇보다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카드론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또 다시 결제라는 문제와 직면하게 될 때에도 신용 공여를 늘리는 대신 리볼빙(자유결제 혹은 최소 결제)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또 다른 활로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물론 그 뒤에 숨어 있는 약탈적이고 탐욕스러운 고금리의 이자 부분에 대한 수수료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어차피 내 코가 석자인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자보다는 갚아야 하는 결제금 총액만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이유로 작용할 뿐이다. 결국 급여의 대부분을 카드사에 볼모로 잡히는 카드 부채 노예 생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된 현실만이 남는다. 일사천리로 토끼몰이식으로 진행되던 신용 공여와 확대가 경제 위기 상황과 맞물리게 되면 신용축소로 급물살을 타게 되는 것이 경제 순환 구조에서 버젓이 반복되어 왔음에도 카드사나 금융사 그 어디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 부채 문제의 결과와 그로 인한 역효과 모두 소비자의 몫으로만 남을 뿐이다. 물론 그 아무도 문제 해결 방법도, 공동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알려주지 않고 말이다. 오히려 신용 공여가 남발되던 시기에 카드사의 영업 행태 등에 대해 고발했던 소수의 의견을 가뜩이나 어렵고 팍팍한 지금에서야 실행에 옮기는 당국의 행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의 등을 떠미는 비열한 행동이라 여겨질 수밖에 없다. 재무 구조를 악성화로 유도하는 금융권의 재무 상담 당장의 생활비 해결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잘못된 금융 상품 판매를 위주로 한 재무 상담 서비스를 받은 대가로 인해 버는 소득의 절반 가까이가 모두 금융 상품에 매몰되어 버리고 있어 매월 들어가는 가정 지출은 실상 신용카드라는 편리한 부채와 빚으로 해결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재무상담은 주로 금융회사와 금융상품 판매 대리점들에 의해 이뤄져 왔다. 상담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빚에 대한 인식이 더욱 왜곡되고 가계 재무 건전성의 중요성이 지나칠 정도로 무시되어 왔다. 은행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왜곡된 재무 상담이 이뤄져 온 결과다. 대출 상품 판매와 펀드 판매 두 가지 판매 목적이 결합되면서 빚을 권장하는 재무 상담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금융권과 금융 상품 판매 대리점들은 소비자들에게 재테크와 재무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 증식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미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자돈 만들기는 당연히 저축이나 예금, 건강한 소비를 통해서는 불가능한 형국이었다. 결국 투자 상품을 통하거나 혹은 빚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주택 자산 설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재무 상담과정이 투자 설계에 편중되는 모순을 보여왔다. 재무건전성을 훼손하는 재무 상담이 금융권과 금융상품 판매 대리점을 통해 더욱 심화하여왔다. 지금의 가계 부채 상당 부분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하는 재테크 환상 부풀리기와 재무 상담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설계에서 더욱 늘어났다. 애초 건강한 재무 상담은 가계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 설계를 위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금융권이 소비자들에게 열심히 재무 상담을 제공한 결과 가계부채가 심각해지고 중산층들조차 재무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갖게 되었다. 위기 대처 능력 떨어지는 가계 재무 관리 해법은? 가계부채를 해소하고 개별 가구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여러 해법이 제시되어야 하겠으나 그 중에서도 과다 채무자에게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재무 상담이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 의식이 이미 빚과 저축에 대해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재무건전성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금융교육이 광범위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으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장 비상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부채가 많다고 해서 빚만 갚아서는 만에 하나 소득이 감소하거나 목돈 쓸 일이 발생했는데 신용경색 분위기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비상금부터 만들어 놓아야만 최악의 경우에도 가정 경제가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부채 이자에 비해 비상금 통장의 금리가 낮다는 생각은 불필요하다. 돈의 용도가 다르다면 금리는 중요하지 않다. 높은 부채 이자에 대한 부담감은 비상금 마련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고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가 심각하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때에는 고정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정 지출을 줄이면 비상금 마련을 조금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투자자산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여전히 예금 또는 적금 하나 없이 펀드투자만 하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다. 펀드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여유자금이란 막연히 어디에 쓸지 모를 돈이 아니라 예금과 적금으로 재무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는 돈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가계 재무 상황은 펀드 투자를 할 여력이 별로 없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흑자도산은 순식간에 보유자산의 가치를 땅으로 떨어뜨린다. 유동성은 이런 극단적인 위험을 보호해줄 안전판이다. 비상금과 적정수준의 고정지출, 저축이 가능한 안전자산의 비중이 높은 재무구조야 말로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재무 관리의 지름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 teresa_kim@hanmail.net
소홀히 하기 쉬운 고혈압, 시한폭탄과도 같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릴 정도로 고혈압은 증상이 별로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에 빠지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병이다. 고혈압은 피가 혈관 벽을 너무 세게 미는 경우를 말하는데,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혈압이 이렇게 높게 유지되면 서서히 혈관 벽에 손상과 변화가 생겨 합병증이 발병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가 생긴 혈관이 뇌혈관이면 뇌경색이나 뇌출혈, 심장의 관상동맥이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대동맥이 늘어나거나 터질 수 있으며, 심부전으로 숨이 차기도 하고 콩팥기능을 손상시킬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는 혈압이 급격히 올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혈압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혈압 점검과 꾸준한 혈압 약 복용이 중요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반드시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 복용을 중단했을 경우 중풍 등 뇌 손상의 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질 때는 고혈압 환자들의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안정적으로 적절한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혈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대개 혈관의 혈압 조절능력이 감소된 어르신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나 심부전, 전립선 비대증으로 약물투여를 하는 환자들은 실내외 기온의 차이가 많은 경우에 혈관의 혈압 조절 능력이 많이 감소하므로 더욱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항상 보온 유지하고 생활습관 개선해야 추운 날씨에 혈압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외출을 할 때에도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고,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올 때에도 지나치게 실내온도가 높아 체온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따라서 잠깐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반소매나 가벼운 옷차림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은 외출 시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면 도움이 되며, 외출 후 집안의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또한 고혈압 환자에게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높일 뿐만 아니라 혈압 약의 효과도 떨어뜨리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흡연도 혈압 상승을 유발하며 각종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살이 찌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되고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가지 호르몬이 많아져 혈압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짠 음식을 적게 먹고, 칼륨이 많은 과일과 야채를 먹으면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으므로 김, 해파리, 미역 등의 해산물과 사과, 토마토, 포도 등의 과일, 부추, 오이, 시금치 등의 채소류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운동요법은 고혈압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심폐지구력을 기르는 속보와 가벼운 조깅, 수영 등이 좋으며 하루에 30분 정도 1주일에 5일 이상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운동 전후에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이 필요하며 새벽운동보다는 기온이 올라간 오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서홍석 교수
A방학 중에도 학교장의 근무명령에 의해 출근해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서 정한 근무시간을 근무했다면, 정규 근무일로 간주하므로 월간 출근일수만큼의 정액분과 실적분 발생 시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보충수업 등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경우에는 해당 시간만큼 근무시간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학생을 인솔해 야영이나 수학여행 등으로 야간에 지도할 경우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여부는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출장 시에는 근무상황에 대한 직근 상급자의 감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외근무 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합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출장 시에는 시간외근무 명령을 내지도 않아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출장의 목적상 필연적으로 시간외근무의 발생이 예상돼 명령권자의 사전명령, 초과근무 승인 및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고 실제로 초과 근무한 시간에 대해 명백히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여비(출장비) 외의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는 매우 엄격하게 적용해야만 할 것입니다. ■ 참고사항 휴무 토요일 및 휴일 근무 : 1일 1시간 이상 근무한 공무원에 한하여 4시간 이내에서 매분단위까지 합산 ※ 1시간 미만 : 시간외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음 ※ 1시간 이상 4시간 미만 : 공제 없이 매분 단위까지 인정 ※ 4시간 이상 : 4시간만 인정 문의 | 한국교총 교권국(02-570-5615)
학교란 무엇인가 2 EBS 학교란 무엇인가 제작팀 저. 중앙북스 내 아이의 꿈이 살아나는 가슴 뜨거운 교육 이야기 공교육이 죽었다고 비판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여전히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비판과 문제제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과 선생님, 아이들, 부모의 목소리까지 세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학교에 대한 보다 생산적인 담론을 나누고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학교와 교육의 이상향을 제시했다. 앞서 나온 학교란 무엇인가 1권이 공교육 현장보다는 가정 내에서 현실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문제점과 구체적인 해법 등을 제시했다면, 학교란 무엇인가 2 - 내 아이의 꿈이 살아나는 가슴 뜨거운 교육 이야기는 ‘학교란 무엇인가’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가장 원론적인 문제 제기에 집중해 방송 10부작 중에서 소개된 내용을 다듬고 추가 구성해 좋은 학교와 교육의 조건이라는 의도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특히 현재의 교육 현실을 반영해 배움의 지표를 형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담았으며 보이지 않는 선생님들의 고민을 재조명했다. 또한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며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긍정적인 화학작용, 교사의 지원군이자 가정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의 역할을 되새겨 보고자 했다. 다양한 교육 실험을 통해 이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교육의 해법을 밝히고 있다.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역. 민음사) 잡스를 둘러싼 모든 것이 집적된 이 전기에는 실리콘밸리에서 보낸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애플의 창업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생애가 담겨 있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모든 서적 중에서 유일하게 그가 자신에 대해 직접 진술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 전기는 집필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작슨이 잡스에게 약속받은 대로, 그조차도 아직 읽지 못한, 그리고 끝내 읽지 못한,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유일한 기록이다. 엄마 수업 (법륜 저. 이순형 그림. 휴(休)) 자녀 문제로 괴로워하는 부모에게 법륜 스님이 주는 다정한 조언이자 지혜로 가득 찬 양육 지침서이다. 저자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 특성, 상황별 · 시기별로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 좋은 부모의 역할과 자격 등을 소개하며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미스터 퐁 과학에 빠지다 (송은영 저. 박수영 그림. 부키) 과학이라면 지레 부담부터 갖게 되는 청소년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다. 남다른 호기심과 과학에 대한 열정을 지닌 미스터 퐁과 함께 떠나는 창의력 여행으로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숨은 과학 원리와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의문, 궁금증 들을 1~4컷짜리 카툰을 통해 제시하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다. 만화와 해설이 한 페이지씩 짝을 이루는 독특한 형식으로 돼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도전 (김은의 글. 권송이 그림. 위즈덤하우스) 주인공 호걸이의 도전기를 통해 도전 정신이 무엇인지, 도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결과 중심의 사회, 일등만을 인정하는 사회 속에서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호걸이의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더욱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따라 나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값지고 즐거운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10여 년 넘게 연구회 운영하며 인성교육에 힘써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누구나 다 알듯이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 시기에 아이들의 인간성과 도덕성 등이 집중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그만큼 유아 교사들에게 인성교육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이다. 이는 서울 유아인성연구회(회장 이은숙, 빛나라유치원 원장)가 구성된 결정적 이유이다. 이 회장은 “10여 년 전에 인성교육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선생님 대여섯 명과 모임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운영되면서 100명에 가까운 회원들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 등 전국에서 유아인성연구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유아교육에서는 철새같이 다양한 교육법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하지만 인성교육에 대해서 만은 변함없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저희 연구회가 오랜 기간 활성화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유아인성연구회는 지난 2009년부터 서울유아교육진흥원에서 선생님들의 연구 모임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2009~2010년에는 연구회 활동 평가에서 두 번 모두 금상을 받기도 했다. 유치원에서 직접 실행한 현장밀착형 교수법 공유 유아인성연구회는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성교육 교수법에 대한 연구를 핵심으로 실행하고 있다. 회원들이 실제로 유치원에서 실시했던 교육 방법을 함께 공유하며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회는 현재 서울지역 25개 유치원의 교원들이 모여 운영되고 있다. 각 유치원별로 선생님들이 자체적으로 주제를 정하고 교수법을 개발, 그것을 어린이들에게 직접 적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직접 수업을 하고 나면 그 교수법에 대한 좋은 점과 보완해야 할 사항들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각 유치원별로 진행된 사항은 1년에 1~2차례 정기 연수를 통해 모든 회원들과 공유하게 된다. 다른 유치원에서 진행된 수업에 대해 벤치마킹을 할 수 있고 보충해야 할 사항에 대한 의견도 서로 나누면서 발전된 교수법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정기 연수를 하기에 앞서 원장 선생님들은 한 달에 한 번, 교사들은 두 달에 한 번씩은 모여 각 유치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교육법 사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울에 있는 회원들뿐만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전국의 유아인성연구회 회원들이 모여 이 같은 방식으로 인성 교육 방법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이 회장은 “이론상으로만 연구하는 인성교육이 아니라 유치원에서 실행해 본 교육방법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현장과 밀착된 실제적인 교육법을 배울 수 있어 회원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인성 함양이 중심이 된 프로그램 소개 이 회장은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인성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막연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면서 “유아 시기에는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 학문적인 인지적 특성보다는 인성적인 부분을 끌어들여 배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하계 연수에서 소개된 경희유치원의 ‘꿈꾸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아이들에게 직업에 대해 가르칠 때 직업에 대한 정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우리 생활을 도와주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도록 하는 것도 인성교육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동네의 가게와 기관, 부모님의 직장 등을 직접 방문하고 유치원 내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해 직업의 다양성은 물론 이들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엄마를 주제로 생명의 탄생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 세계의 다양한 소식에 대해 배우고 어려운 환경의 친구를 돕기 위해 기부를 유도하는 내용,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연수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연구회는 이같은 프로그램 수업안을 마련하고 진행하기 전에 교사들끼리 모여 ‘교사의 마음 열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를 주제로 수업을 하기 전에 교사들이 먼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적어 이야기를 나누고 신경숙의 소설 ‘어머니를 부탁해’를 읽으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내면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수업 전에 갖는 이 시간은 성인이 된 교사들이 좀 더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선생님들의 수업에 대한 몰입도도 높여주기 때문에 진행하는 우선적인 사항이다. 이 회장은 “교사의 마음 열기 시간을 하다 보면 선생님들도 눈물을 흘리시는 경우가 많은데 수업 주제에 대해 미리 이같은 내면화의 시간을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선생님들도 아이들과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아이들에 대한 교육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아 때 도덕성과 인성이 형성되는 전두엽이 발달 연구회는 또 유아교육 전문가를 초청해 인성교육과 관련한 강의를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교사들이 유아교육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교수법을 개발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창의적 인성교육, 부적응아 사례지도 등에 대한 전문 강연을 진행했다. 최근에 어린 나이에서부터 정서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ADHD를 앓고 있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교사들도 이들에 대한 지도법 교육에 관심이 높다. 그래서 이같은 전문가들의 강연에 대해 호응이 높다. 이 회장은 “최근에는 초 · 중등 교육에서 성적에 대한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이것이 유아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인성에 대한 부분이 소홀이 다뤄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는 순서가 있기 때문에 두뇌에 맞는 적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만 3~5세에는 종합적인 사고능력과 인간성, 도덕성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엽이 많이 발달하게 되는 시기이다. 그렇게 때문에 유아기에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바른 자세로 인사하기, 어른에게 존댓말 하기, 교통질서 지키기 등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이 회장은 “학부모들도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요즘 같은 경쟁사회에서 내 아이만큼은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이곳저곳 학원만 보내다가 정서상의 문제가 생겨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유아기 때 지나친 선행교육이나 과잉교육은 아이들의 두뇌를 지치게 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학습 거부반응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기피 등의 증세까지도 나타나게 된다.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조급해 하지 말고 아이들이 학습에 관심과 흥미를 가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인성교육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지속돼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연구회에서 우리 유아들의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며 교사들의 자기계발과 교수학습 방법 개선을 위한 전문성 향상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크리스마스의 신비, 만들어진 전통 이제는 산타할아버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아이들이 없다.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크리스마스가 우리 일상에서 이미 관습화되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유래에 관해서는 수많은 가설들이 있다. 그 어느 하나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라 말할 수 없다. 그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믿을’ 뿐이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크리스마스의 본래 의미가 아니라, 그날 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선물을 주고받아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와 국교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이후 이승만 정부 때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제정했다. 그 당시까지 국민의 대다수가 예수님의 존재를 몰랐지만, 국가에서 기념을 하기로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크리스마스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는 기념일로 익숙해졌다. 영국의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이란 사학자는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책에서 “모든 전통은 발명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책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전통들이 ‘허구’라는 것을 증명한다. 유럽 사례의 경우, 대부분 지금 전통(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19세기나 20세기 초에 ‘급조’된 것이라고 서술한다. 국경일 제정, 영웅만들기, 의례(ritual)를 만드는 작업이 국가의 기획에 의해 구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은 전통을 만드는 것을 국민국가로 통합하기 위해서, 현재를 위해 과거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전통을 발명하는 것은 단지 유럽만의 사례가 아닐 것이다. 전통이란 모호함 오늘 이야기하는 주제는 우리 역사에 재구성된 전통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전통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다. 사실 이것은 청소년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통이란 현재 사람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과거에 권위를 빌려 오는 것이다. 예컨대 역사가 오랜 학교마다 전통이 있으며,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이러한 전통은 실체가 없어 느껴지지는 않지만, 쉽게 설명되기는 한다. 물론 학창 시절에 그런 전통을 체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졸업한 이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맥을 만들어낼 때 사용되는 것이 학교의 전통이다. 전통은 이러한 점에서 쓸모가 있다. 그러나 전통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로서는 이해 안 되는 일들도 전통이라고 하면 합리화된다. 사실 의례 자체가 현재의 논리로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사실에 대한 답습이기에 논리적으로 이해하거나 설득 당하는 영역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전통과 현대가 부딪히면서 문화적 차이는 발생한다.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으며 또한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전통이란 말이 무서운 것은 비합리적이거나 잘못된 일도 ‘전통’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나 동아리 등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폭력을 하는 경우, 대부분 ‘전통’이라고 말한다. 과거 대학생 신입환영회나 집합 등 불합리한 일들이 전통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전통이라고 말할 때에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의 전통에서는 유래가 불분명하다. 언제부터 누구로부터 시작했는지 불명확해서 대부분 추측하거나 또는 유래 자체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위만 남게 된다는 의미이다. 전통과 의례를 만들어 내는 아이들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데이는 아마 밸런타인데이일 것이다. 이 날은 내가 학창시절이던 20여 년 전에도 유행하고, 지금도 유행(?)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의 여러 유래가 있기는 하나, 중요한 것은 여자가 남자한테 초콜릿을 주는 날이라는 것이다. 이미 현대 사회에 새로운 풍습으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밸런타인데이 이후, 여자만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라고 말하며,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 ‘발명’됐다. 그리고 애인 없는 서러운 사람들을 위해서 짜장면을 먹는 풍습도 만들어졌다. 가히, 전통의 변증법적 확장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매달 14일을 기준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고안했다. 도대체 왜 각 날짜의 이름이 지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왜 그 날짜에 그런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날짜를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나이 어린 연인(?)들은 이러한 날짜를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각 날짜를 기념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마치 놀이하듯이 그날의 의례를 따르는 것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서로의 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전통은 이렇게 발명되기 시작한다. 신종 데이의 재생산 최근에 유행하는 데이가 11월 11일 ‘빼빼로데이’였다. 빼빼로라는 특정 과자가 숫자 1의 모양과 닮았다는 단순한 이유로 유행하면서 이날만 되면 전국 편의점과 팬시점에는 빼빼로가 가득하다. 일설에 의하면, 이날 하루에 과자의 한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소비된다고 한다. 올해는 2011년 11월 11일로 “100년 만에 돌아오는” 빼빼로데이라고 과대 선전을 하기도 했다. 이날만 되면 나오는 뉴스는 젊은이들이 국적 모를 풍습에 빠져 있다는 풍토를 비판적으로 지적하면서, 과도한 상업주의 때문이라는 기사가 의례적으로 나오게 된다. 익숙한 비판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을 비웃듯이 유사 데이들은 많이 만들어졌다. 지식인 검색을 통해서 살펴보니 가래떡데이(1/1), 2%데이(2/2), 삼겹살데이(3/3), 오이데이(5/2), 아구데이(5/9), 핸드데이(5/24), 부채데이(5/31) 등 다양했다. 이러한 신종 데이의 특성은 어떠한 날짜의 필연성이 있거나 유래가 있다기보다는 대부분 숫자의 모양, 발음 또는 형상을 통해서 구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각각의 데이는 마치 상형문자와 같은 모양(1/1 데이)이나 발음의 유사 형태(5/2데이)를 차용한 것이다. 예컨대 9월 9일 99데이는 구구라는 닭의 소리를 연상하거나, 막대사탕의 모양을 연상하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몇몇 데이는 연유와 까닭을 추측하기 어려운 ‘데이’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 사이에서 이러한 신종 데이들이 억지스럽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청소년들 사이에 익숙한 이모티콘의 연장에서 언어유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신종 전통의 탄생 이런 신종 데이들을 대부분의 언론들은 간단하게 ‘상업적’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이 중 어떤 날은 특정 상품과 연계되어 상업적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언론은 상업적 무분별한 상술에 놀아나는 젊은 세대(청소년)들이라며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적인 기사 자체가 각종 데이들을 홍보하는 역설적인 효과를 가진다. 아이들 사이에는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미 언론 자체가 상업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마케팅은 언론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상술을 비판하면서, 상술을 홍보하는 것이 언론의 모순적 역할이다. 심지어 청소년도 이런 신종 데이가 상업적 마케팅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 생각할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 모든 일들이 결국 ‘비즈니스’에 귀착되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데이라는 신종 전통(?)이 발명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왜, 어떤 청소년들이 이러한 만들어진 전통에 열광하게 되는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데이는 홀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대부분 친한 친구)와 선물을 교환하거나 함께하는 날이다.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는 증여론이란 책에서 여러 문화에서 선물교환에 관한 비교연구를 실시했다. 순환적인 형태의 소비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관계망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모스의 시각에서 보면 청소년들은 이런 ‘데이’를 이용해 친한 친구들과 평소의 관계를 확인하거나 또는 강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행위는 호혜적인 인간 본성이며, 이를 통해서 계산적인 사회에서 획득할 수 없는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청소년의 또래문화에서 이러한 데이 마케팅은 자신들만의 또래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공리(Public Interest)를 추구하게 된다. 청소년들에게 신종 데이들은 이러한 또래 공동체의 결성과 강화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편리함만이 남은 순간적인 교환관계의 형성 각종 데이들이 또래 공동체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이다. 평소 선물을 주기에는 쭈뼛하거나 민망한 일들을 특정 날을 통해서 고백, 친분 과시 등을 한다는 것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차원에서는 권장할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호 교환들이 물질화되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들이 양화되어 교환관계로 구축될 수밖에 없는 속성은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적 한계이다. 신종 데이에 나누는 선물은 우정이나 사랑과 같은 정서적인 감정들을 교환가치로 교류하는 수단일 뿐이다. 인간관계에서 선물을 한다는 것은 사실 고민스러운 일이다. 어떤 선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관계의 양이 측정되어 물질화로 표출되는 것 같은 부담을 안는다. 무슨 선물을 주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물의 선택은 복잡한 고민이 필요한 행위이다. 오히려 이런 신종 데이들은 고를 필요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편리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 따라서 특정 날에 맞추어 특정 선물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대부분 가격이 비싼 물품이 아니라 사소한 물품이라 경제적 부담이 없다. 실제로 무슨 선물을 준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었다, 안 주었다는 결과론적 책임만이 남는 것이다. 이러한 선물 교환은 감동을 주기보다는 상투적인 결과만이 중요하게 된다. 실제로 선물을 주면서 마음을 담았다고 볼 수도 없다. 관계에 대한 ‘증거’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오히려 이러한 상호 교환은 관계 차원의 의미를 확장하기보다는 축소시키며 즉각적이고 즉시적인 ‘순간’으로만 남아 있게 만든다. 이러한 휘발적인 순간의 관계들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때로는 위로와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공허함을 준다. 결국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인 우리 모두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결국 앞으로 수많은 관계망 속에서 살아갈 청소년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리처드 세넷(Richard Senett)이 불평등 사회의 인간존중이라는 책에서 제기한 어떻게 ‘인간성’을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인스턴트화되어 가며 얇은 인간관계를 선호하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어떻게 신뢰하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교육적 의무이다.
진로의 의미 진로의 의미를 학자에 따라서 직업에 관련한 일의 총체로 국한해 정의하기도 하고, 가정적 역할, 여가활동 등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필자는 진로의 개념을 정의할 때 우선 그 어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진로(Career)의 어원은 ‘수레가 길을 따라 굴러간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Carro’에서 유래한 것이다. 영어 사전에서는 진로(Career)가 경력의 의미 외에도 ‘한 인생의 전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그 외에 진로를 의미하는 ‘a way’, ‘a root’, ‘a course’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인생의 길’, ‘인생의 경로’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자에서도 ‘進路’란 말 그대로 ‘나아갈 길’을 의미한다. 진로를 뜻하는 단어의 의미를 종합해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방향, 행로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는 일생 동안 한 사람의 출생, 학업, 일, 직업, 결혼 등 인생의 모든 경로를 포함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진로와 직업과의 관계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왜 진로 책에는 직업에 대해서만 나오나요?”라고 질문을 한다. 그러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진로 즉, 인생의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적성, 흥미, 가치관, 학력 등 다양한 대답을 한다. 그러면 필자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적성이 같은 두 사람은 인생의 방향이 같은가?”, “가치관이 같은 두 사람은 인생의 방향이 같은가?”, “흥미, 학력이 같은 사람들은 인생의 방향이 같은가?”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위의 사례들이 인생의 방향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인생의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인생의 방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필자는 인생의 방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요인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직업에 따라 버는 돈이 달라진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같은 경력,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보수는 비슷하다. 둘째, 직업에 따라 만나는 사람이 달라진다. 교사라는 직업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사나 학생들과 하루를 보낸다. 셋째, 직업이 달라지면 하는 일이 달라진다. 제빵사가 하는 일이 다르며, 판사가 하는 일이 다르다. 따라서 직업이 바뀌면 보수와 만나는 사람, 하는 일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의 방향과 그 내용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진로를 논할 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이 직업이다. 진로교육의 중요성 진로가 한 인간의 삶의 방향이라고 한다면 진로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올바른 삶의 방향은 한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이끌어갈 수도 있지만 방향을 잘못 설정해서 가는 경우에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삶을 힘들게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중 · 고등학교 ‘진로와 직업’ 교과활동이나 진로교육 활동 시간 등에 진로교육을 할 경우 대체적으로 진로교육의 목적과 중요성을 ‘행복’과 연결해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자면 진로와 직업 교과서의 첫 단원에서 ‘삶과 행복’이라는 소단원을 두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려면 인생의 설계를 해야 한다”는 요지로 설명하려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나 행복해지지 않기 위해 하는 일이 과연 있을까? 특히 우리 청소년들은 미래 설계를 세워 준비해 나가는 과정보다는 우선 현재 컴퓨터 오락을 하는 것이 더욱 즐겁다고 할 것이다. 친구와 노는 것이 더욱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미래 행복을 위해 현재를 견뎌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따라서 행복을 근간으로 한 진로에 대한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진로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하기 전에 ‘행복’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행복’의 관점보다는 ‘인생의 길’, ‘방향’의 관점에서 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의 관점에서 보면 진로교육이란 직업을 포함해 개인이 일생을 통해 갖게 되는 모든 활동과 경험,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특성 즉, 적성이나 흥미, 능력, 가치관 등에 맞는 일을 자각하고, 탐색하고, 준비하고, 유지하며,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의미한다. 집을 지을 때 설계가 잘못되면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신념과 계획을 가지고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진로의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직업에 대한 설계는 진로 설계의 필수 요소이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산업구조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직업의 생성과 소멸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산업사회 노동시장에서 요구되는 인재상도 크게 바뀌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삶의 목표를 정하고, 최신의 정보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자신에게 적합한 전공 분야, 직업, 진로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학생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고, 다양한 정보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직업을 통해 보수를 얻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직업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은 물질을 떠나 더 큰 행복과 기쁨을 줄 수 있다. 또한 직업을 통해 한 개인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에 우리 교육현장에서 진로교육은 중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르치는 한 아이가 일생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경로를 찾아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록 ‘독수리 이야기’의 활용 인디언 전설에 ‘독수리 이야기’가 있다. 한 농부가 독수리를 주워서 닭장에서 키웠는데, 결국 독수리는 닭의 생애를 살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그 독수리는 하늘을 나는 멋진 독수리를 보면서도 자신은 그와는 다른 존재라고 인식하며 단지 부러워만 하며 지냈다는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만화로 그려 새롭게 꾸며보는 작업을 했다. 학급 학생 35명이 만들어낸 독수리의 삶은 모두 달랐다. 여기서 35명이 그려낸 독수리의 삶의 방향이 바로 진로라고 생각한다. “엄마 저 새는 이름이 뭐죠? 하늘을 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요.” “저 새는 독수리란다. 우리 닭들은 절대로 저렇게 하늘을 날 수 없단다. 그러니 올려다보지도 말거라.” 김신영 교과부 진로진학 교육자문위원, 경기도교육정책종단연구, 경기도교육청 교실수업개선컨설팅위원 등을 역임하고 고등학교 ‘창의적체험활동’ 인정도서 및 워크북, 교사용지도서(2011, 두산동아)와 ‘진로와 직업’(2009, 중앙교육), 중학교 ‘진로와 직업’ 교과서, 교사용지도서(2010, 두산동아) 등을 집필했다.
올 한 해 생활지도의 달인이 되기 위한 주제로 여러 문제행동들을 다루었다. 1월부터 5월까지는 생활지도 전반에 걸쳐 교사가 미리 준비해야 할 필수요소로 감정조절, 공감대화, 코칭대화 등을 안내했다. 6월부터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6월엔 ‘반항하는 아이’, 7월엔 ‘나 안 그랬어요’하고 시치미 떼는 아이, 8 · 9월엔 ‘따돌림’, 10월엔 ‘입을 열지 않는 아이’, 11월엔 ‘충동적이고 산만한 아이’를 다루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우리 선생님들의 생활지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공동필자인 본인들에게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들 스스로에게 선의의 구속이 돼서 현장에서 그 원리대로 적용하려고 더욱 노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다양한 경험과 대처능력으로 교사들의 공감을 얻어낸 집필경험이 있고, 그동안의 대처능력이 노하우로 쌓여서 다른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본 집필의 동기가 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현장에서 생활지도가 더 잘되려면 우선적으로 지도돼야 하는 사실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달에 함께 나누고자 한다. 퍼즐 맞추기와 생활지도 생활지도와 퍼즐 맞추기?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 것 같지만 생활지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퍼즐 맞추기 작업의 원리가 유사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즐 맞추기를 해본 사람들은 쉽게 맞추는 원리와 방법을 알 것이다. 그 원리와 방법대로 적용하는 사람들은 퍼즐 작업을 하기 전에 퍼즐을 다 맞추었을 때의 전체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어느 부분에 어떤 모양이 어떤 색깔로 자리 잡았는지 그 특성을 먼저 확인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퍼즐조각을 맞추려면 매우 힘이 든다. 간단한 몇 개 조각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몇 백 조각 이상 되는 퍼즐을 맞추려면 시행착오와 실수도 잦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배가 항해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너른 바다를 항해할 때 나침반은 필수품이다. 출발하기 전에 목적지를 정하긴 했지만 방향을 잡을 만한 표지판이 없는 바다에서 나침반을 잃어버리면 불안하고 두려운 항해가 될 것이다. 혹여 맑은 날 낮이나 밤이면 해나 별이 표지가 돼 방향을 짐작하겠지만 날씨라도 흐린 날이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생활지도의 궁극적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과 소질을 발휘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 자아실현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병진(1999; 159)은 생활지도란 ‘개인생활의 어려운 순간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자기 자신의 감정과 성격을 알도록 도와줌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요구와 타인에게 반응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활동’이라고 했다. 따라서 생활지도는 모든 아이들을 포함하고 그들을 ‘돕는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생활지도란 말을 떠올리면 마치 문제행동을 지도하는 것만을 연상하게 되는 오개념이 형성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아이들도 생활지도란 말을 들으면 자기들의 욕구가 무시되는 교사의 일방적 지도를 먼저 떠올리면서 피하고 싶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욕구와 교사의 욕구가 상충되기 때문에 교사는 생활지도를 힘들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개념을 수정하고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를 반갑고 고맙게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고 싶은 것(욕구)을 모두 적도록 하는 ‘꿈목록 카드’ 쓰기를 제안한다. 꿈목록 카드는 한마디로 욕구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적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개인에게 있어 꿈목록이란 마치 퍼즐 맞추기의 전체 그림, 또는 항해에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제, 꿈목록 적기 활동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꿈목록 적기 활동과 생활지도 그동안 생활지도와 관련지어 진로지도를 할 때 주로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그 직업인 중에서 역할모델(role model)로 삼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어떤 전공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방식으로 지도해왔다. 그렇게 지도할 때에 초등학생들이 주로 말하는 내용을 보면 공통적인 것이 있다. 남학생들은 대개 축구선수를 꿈꾸며 박지성을, 여학생들은 근사한 피겨여왕 김연아를 모델로 삼는다. 그런데 희망하는 직업은 대중매체의 영향을 받으며 그때그때마다 수시로 변한다. 제빵왕을 다루는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파티쉐를, 파일럿을 다루는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파일럿을, 하얀 가운을 입고 수술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되면 외과의사를, 멋있는 의상을 자주 보게 되면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진다. 그런데 현실여건과 거리감이 있는 것이 늘 걸렸다. 그들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노력했던 고통의 가치가 함께 공유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소홀히 다뤄지는 것이 한계였다. 화려함과 결과만을 지향하다가 이룰 수 없음을 알고 나면 의기소침, 위축, 자기비하 등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이 생활지도에 걸림돌이 됐다. ‘난 안 돼요. 해도 안 되는데요 뭘, 해 보나 마나예요’라고 생각하며 성실한 노력의 가치를 미처 경험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그동안의 방법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그렇게 한가지만을 꿈꾸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하고 싶은 것을 다 적어보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지도하고 나니 좀 편해졌다. 왜냐하면 발달단계의 특성상 아직 당위적인 것보다는 욕구를 중시하는 시기이므로 그렇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시기,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인지라 꿈목록을 적으니 그 안에 아이들의 바람을 모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을 하나하나 이루고 났을 때 성취감을 한두 번 경험하더니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활지도에 도움을 받은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이 지면을 빌어 그 자세한 절차를 안내하고자 한다. 가능하면 이 활동을 학년 초나 학기 초의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전환기에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1) 미리 준비할 것 독서카드 또는 스터디 카드(12×8cm), 링, 꿈목록 관련 도서(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 존 고다드 저/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 김수영 저) 2) 동기부여 하기 꿈목록을 적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5~7분 정도 설명을 한다. 책을 직접 보여줘도 좋지만 스토리텔링을 하면 아이들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특히, 꿈목록을 적은 후 노력하고 집중해 많은 꿈을 이룬 사람들이 남긴 명언을 소개하면 더 도움이 된다.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간직한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고 말했고 김수영 씨는 자신이 꿈을 이룬 것은 ‘우연도 아니고 행운도 아니었다. 단지 꿈 때문이었다’고 했다. 설명이 끝날 즈음엔 아이들이 빨리 우리도 꿈목록을 쓰자고 안달을 할 정도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3) 꿈목록 적기 20분 정도 시간을 주고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을 자유롭게 적도록 한다. 이때 주의할 일은 혹시 엉뚱한 것을 적더라도 제한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혹시 부정적인 것을 적더라도 나중에 개인적인 기회를 만들어서 대화를 통해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계속 꿈목록을 추가해 채워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시도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지는 것이다. 4) 성취한 항목에 표시하기 아이들이 처음에는 꿈목록에 대해 막연하게 기록하지만 점점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적게 된다. 가령, 영어 시간에 level up 통과하기, 체육시간에 물구나무 서기, 부모님 생일날 미역국 끓여 드리기 등처럼 실천 가능한 항목들이 늘어간다는 말이다. 이런 방향으로 적다보면 이룬 날(성취란)에 표시할 항목이 많아지고 성취한 항목이 많이 쌓이면 자신감이 쌓이게 되고 자아 효능감이 높아진다. 효능감, 얼마나 귀한 심리적인 힘인가? 5) 활용하기 및 효과 필자는 교과 교사로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난다. 꿈목록을 처음 쓴 이후로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한동안 추가된 내용들을 확인하며 사인을 해주고 그동안 얼마나 시도했는지, 노력을 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교사가 무관심해지면 아이들도 이 활동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다. 그래서 교사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확인하고 지도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이 활동은 교과 교사보다는 매일 학급 학생들과 만나는 담임교사가 지도할 때 훨씬 교육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좋다. 바로 생활지도와 연결이 매우 수월해지는 것이다. 욕구충족적 행동, 퍼즐과 나침반으로 보기 2011년 한 해 동안 연재한 ‘생활지도의 달인 훈련하기’를 되돌아보면서 뭔가 한 가지 아쉽고 빠뜨린 부분을 보충해 보았다. 생활지도의 출발이 순조로우려면 아이들의 꿈부터 건드려야 함을 간과한 것이다. 간혹 아이들 중에서는 교사의 생활지도를 성가시고 귀찮게 생각해 교사 앞에서만 하는 척 시늉을 하거나 내면화되기도 전에 영악스런 전략만 늘어나서 진실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꿈목록 적기 활동을 통해 몇 가지 질문이나 학생을 지지하는 표현을 적절히 활용하니 교사의 스트레스를 훨씬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생활지도가 가능했다. 가까이는 문제행동을 고쳐야 하는 당위성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장기적으로는 꿈과 비전을 이루어 자아실현을 돕는 길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여러 상황에서 적절한 지지나 질문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음에 교사가 습관처럼 써야 되는 말들을 제시해본다. -똘똘이, 참 귀한 꿈을 가졌구나!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구나. 넌 참 의욕적인 아이구나! -이런 행동이 너의 꿈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될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아까 공부시간에 했던 너의 행동은 너답지 않더구나. 네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네 생각은 어때? -방금 전에 했던 너의 행동을 조금 바꾸어 본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한 직후에) -벌써 이렇게 이룬 것들이 있구나. 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아이로구나. (꿈목록 카드에 성취한 항목을 발견하고 인정해주는 말) -네가 지금보다 더 바른 행동이 필요한 이유는 네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거듭해서 할 때)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네 모습이 보이는구나. 장래가 든든한데? -그렇게 노력하더니 성취한 항목들이 늘어가는 네게 신뢰가 가는구나. -벌써 그렇게 이룬 것들이 늘어가는 것을 보니 넌 정말 큰일을 할 수 있겠는걸? 본 글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문제행동이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선생님이 시각을 바꾸면 생활지도에서 달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문제행동이 아니고 아이들은 욕구 충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욕구충족적인 행동을 시도하다가 시행착오를 일으켰을 때 크게 도덕적인 것에 위배되지 않으면 허용하는 것이 낫다. 긍정적인 기대가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해 보았으리라. 문제행동이라고 보는 시각과 욕구 충족적인 행동이라고 보는 시각은 정반대의 관점이다. 욕구충족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행동 하나하나를 퍼즐 조각으로 볼 수 있고 꿈은 바로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영진 숙명여대에서 아동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부모교육, 상담이론과 실제 등으로 강의를 맡고 있다. 2002년부터 전문상담교사-학교상담실을 운영하며 ‘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아이들Ⅰ,Ⅱ’를 펴냈다.
입시의 도구로만 활용되는 ‘논술’의 현실 ‘통합 논술, 수리 논술, 바칼로레아, 유아 논술’ 등. 한 때 학원가의 간판 대부분을 차지하던 문구들이다. 2003년에서 2008년 논술의 광풍(狂風) 시기로 불리던 이 시기에 교육의 핵심 키워드는 ‘논술’이었다. 각 대학에서는 논술의 비중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학교 교육의 포커스도 논술에 맞춰진 것이다. 고급 쓰기에 해당하는 논술을 초등학생은 물론 심지어 유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논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처럼 위상이 올라갔지만 현재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서 논술이 폐지됨에 따라 논술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논술은 이렇게 입시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 가치가 입시의 도구로만 활용돼야 하는 것인가? 논리적 사고과정을 거치는 고차원적 쓰기 논술이 최초로 대학입시의 학생 선발 기준으로 채택된 것은 1987년부터로 25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쓰기 교육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가장 나중에 다루는 이유는 논술이 갖고 있는 고차원적 성격과 실제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논술은 현재에도 진행형이고 입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논의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논술은 객관식 평가가 아이들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이러한 관점은 지식 기반의 사회 변화와 맥락을 함께 한다. 논술은 주어진 문제를 분석하고 합리적 근거에 의해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능동적 행위이며 고차원적인 쓰기 행위이다. 상위 단계의 논술을 어린 아이들에게 유행처럼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쓰기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인 방법의 논술 교육이 시도되고 있지만 많은 경우 대학별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이거나 단편적인 내용에 대한 첨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는 일반 쓰기 지도에 논술이라는 이름만 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논술은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들의 고등 사고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 단편적인 지식과 관점만을 배우는 ‘논술’이라는 새로운 암기과목의 이름이 되고 말았다. 논술 전문 학원에서 모범 답안을 외우고 입시를 위한 일회용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은 논술을 도입한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논술은 학교 교육에서 충분히 준비를 시켜줘야 한다. 논술에 대한 이해와 연구, 여기에 열정이 더해지면 세상을 자신의 철학과 안목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언어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논술의 성격과 개념을 폭넓게 살펴보고 학교급에 따른 실제 논술 지도 방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논술의 개념과 평가영역 1. 논술의 개념 논술의 개념은 보통 ‘논리적인 쓰기’로 통용된다. 그러나 논술에 대한 정의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논술에 대한 이론적 연구도 1990년대 이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논술의 개념을 다루고 있는 내용을 오영주(2007)1)의 정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논술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금까지의 논술 흐름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며 논술 교육의 시사점을 얻게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정의하고 있는 논술의 개념을 살펴보면, ‘논술이란 일정한 논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활용해 이를 독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 가는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글쓰기 과정’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 2. 논술과 사고 논술은 단순한 쓰기 과정이 아닌 종합적 사고의 과정이다. 논술과 사고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논술을 통해 신장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동시에 이는 논술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할 사항과 논술의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논술의 평가 영역은 보통 이해분석력, 논증력, 창의력, 표현력으로 나뉜다. ① 이해분석력 이해분석력은 제시문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최근 대학 논술 시험의 경향에서 낯선 제시문을 주고 분석하는 능력을 첫 문항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각 텍스트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여러 교과 영역이 유기적인 얼개를 갖고 출제되는 통합 논술의 경우 이러한 능력은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서 이해분석력은 내용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논리적 구조에 대한 분석까지 포함한다. ② 논증력 논증력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제시해 입장을 밝히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논술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대부분 이러한 논증력에 관련된 것이고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 논증력은 주장하는 글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와 관련된다. 텍스트에서 핵심내용을 찾아 정리하는 이해분석력과 달리 논증력은 그 능력의 차이가 논술 속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논증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흔히 헤겔의 변증법을 활용한다. 제시문의 쟁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입장과 대립되는 반론을 생각하며 상반된 입장 모두에서 사고하고 종합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③ 창의력 창의력은 논술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제시된다. 하지만 창의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고 그에 따른 준비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논술에서의 창의력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제시문과 논제에서 텍스트의 내용을 융합하고 유추에 의해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이해분석력과 연장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다. 최근의 학문 경향이 통섭(Consilience)인 것처럼 논술에서도 교과의 영역을 넘어 사고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논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바가 이러한 창의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④ 표현력 표현력은 세 가지 능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문장 수준의 국어 구사 능력으로 문법적으로 이상이 없고 의미가 중의적이지 않은 표현을 쓰도록 한다. 다음은 문단 수준의 내용 구성으로 하나의 문단에 하나의 중심 생각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예시가 조직적으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 끝으로 글 전체 수준에서 각 문단들의 연결 관계를 논리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학교급별 논술 지도의 실제 논술이 입시의 중요 전형이라는 점, 논술 그 자체가 고급 단계의 쓰기라는 점에서 고등학교 수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쓰기 능력이 단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논술에서 배경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생애 발달 단계 전체에 걸쳐 점진적으로 갖춰나가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서는 학교급별로 적용 가능한 논술 지도 방법과 내용을 범박하게나마 제시해보고자 한다. 1. 독서 그리고 논술로 글과 친해지기(초등학교) 초등학교 단계에서 쟁점을 추출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구조화해 논술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글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서와 논술의 기초적인 연계가 시도될 수 있다. ▲ 책 내용 정리하기 이해분석력과 관련된 활동으로 아이들이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게 한다. 기계적으로 내용을 정리하기보다는 본인이 이해한 내용을 자유롭게 정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접근한다. 저학년의 경우 그림으로 표현하기, 퀴즈와 같은 형태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례 -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은 아이들에게 내용을 정리하게 했다. 학급에서 흥미 있는 활동을 위해 모둠을 나누어 10줄 요약, 5줄 요약, 1줄 요약을 했다. ▲ 논제 추출하기 독서 내용 중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재를 찾아보는 과정이다. 아이들 스스로 찾기 어려울 경우 교사의 질문을 통해 답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논제를 찾고, 그것이 논제 추출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사례 - 모모의 내용 중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을 찾게 했다. 아이들은 모모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이유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싶다고 했다. ▲ 자신의 경험과 관련짓기 독서의 내용과 논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면화가 이루어진다. 비슷한 경험이나 알고 있는 사례를 대입시켜 보게 한다. 사례 - ‘모모’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학급에서 가장 다른 친구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아이가 누구인지 찾아보았다. ▲ 자기 생각 글로 쓰기 앞의 활동을 실제 글로 쓰는 활동이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완성된 형태의 논술을 쓰기는 어렵지만, 스스로 찾은 논제에 대해서는 쓸 수 있는 글감을 갖고 있으므로 논술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쓰기에 무리가 있을 경우 공동 쓰기 과정으로 수업에 적용할 수도 있다. 2.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 마련하기(중학교) 중학교 단계의 논술을 문예 중심의 쓰기로 강조하는 경우가 있지만 문예문과 논술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문예 창작 지도에 대해서는 이전까지의 연재에서 다루었다). 초등학교 단계와 마찬가지로 독서 활동을 기반으로 논술 지도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이므로 문제 인식과 해결책 마련의 논술 활동을 진행해 본다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현실 문제 파악하기 현실에 상존하는 갈등 중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 대상을 정하고 어떤 문제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정리한다. 사례 - 일부 해외 수학여행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이 되고 있고, 중학교에서도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에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 나의 입장 정리하기 논술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밝히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자신의 입장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사례 - A군은 수학여행의 본래 취지가 견문을 넓힌다는 점에서 찬성한다. 초등학교 때 다녀온 곳을 또 가고, 가족 여행에서 다녀온 곳을 또 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 상반된 입장 정리하기 자신의 주장만으로 끝난다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입장을 바꿔서 반대 측에서는 어떠한 근거를 댈 수 있는지에 대해 정리하게 한다. 사례 - 해외 수학여행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일부 학교는 수학여행을 나눠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일들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불러오고 장기적으로 갈등의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국내에도 의미 있는 수학여행 코스가 많이 있다. ▲ 토론하기 쟁점을 구체화하고 찬반 입장을 나누어 토론을 진행한다. 양측의 입장을 정리한 상태이므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된다. ▲ 내용 보완과 논술 작성하기 토론의 과정에서 알게 된 상대방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정교화해 실제로 논술 작성을 한다. 체계적인 논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사는 논제를 정확히 제시하고 조건을 상세하게 풀어서 알려줘야 한다. 3. 철학과 사유의 쓰기(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의 논술은 깊이 있는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며, 입시에 대한 대비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풀이 방식의 논술에 대해서는 실제로 수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역으로 문제를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논술에 대한 접근과 배경지식의 폭넓은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본다. ▲ 텍스트에 대한 해석 깊이 있는 논술을 위해 텍스트 역시 수준이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고전을 한 권 정해 강독과 토론을 병행하며 논제를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제한된 시간에 다루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교사가 정해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례 -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1장을 제시해 ‘역사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이해하게 했다.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했다. ▲ 관련된 자료와 사상 검색 텍스트의 내용과 관련된 다른 내용을 검색하고 철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을 연결시키도록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전공 교사의 강의를 병행해 이해를 돕는다. 사례 - 관련 사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철학 전공 교사의 특강을 통해 카와 랑케의 사상적 차이를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책의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기 최근의 논술은 교과 간의 경계가 무너진 통합 교과형으로 제시된다. 본래 지식의 실재가 총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지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이들은 텍스트와 관련된 다른 영역의 자료를 찾아 연결한다. 사례 - 2008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시험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텍스트와 관련된 내용으로 진화론과 논어를 찾게 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스스로 찾게 했다. ▲ 논제 만들기 논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텍스트의 내용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관련 자료들을 활용해 유기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아이들 수준에서 논제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모둠활동으로 진행하며 모범적인 논제를 제시해 응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문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실제 시험 대비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 모범답안 작성하기 만들어진 논제에 대해 모범답안을 작성해 본다. 논술 시험에서 평가 후 제시하는 모범답안의 형식으로 작성하며 평가 요소가 무엇인지까지도 적어보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논술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알게 되며 두려움도 없앨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 관한 접근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경지식이 풍부해진다. | panda0324@naver.com 박정현 인천교수학습지원센터(Edu-i) 웹지원단 중등팀장, 학업성취도평가 중앙평가위원, 인천교육정책자문위원 학력제고팀장 등을 역임하고 독서토론 가이드북(중학교) 5차 개정본 집필, 2010 KEDI 탈북학생을 위한 독서 · 논술 자료 감수 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