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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글쓰기의 완성

논술은 주어진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능동적 행위이며 고차원적인 쓰기 행위이다. 논술에 대한 이해와 연구, 여기에 열정이 더해지면 세상을 자신의 철학과 안목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언어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입시의 도구로만 활용되는 ‘논술’의 현실
‘통합 논술, 수리 논술, 바칼로레아, 유아 논술’ 등.
한 때 학원가의 간판 대부분을 차지하던 문구들이다. 2003년에서 2008년 논술의 광풍(狂風) 시기로 불리던 이 시기에 교육의 핵심 키워드는 ‘논술’이었다. 각 대학에서는 논술의 비중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학교 교육의 포커스도 논술에 맞춰진 것이다. 고급 쓰기에 해당하는 논술을 초등학생은 물론 심지어 유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논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처럼 위상이 올라갔지만 현재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서 논술이 폐지됨에 따라 논술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논술은 이렇게 입시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 가치가 입시의 도구로만 활용돼야 하는 것인가?

논리적 사고과정을 거치는 고차원적 쓰기
 논술이 최초로 대학입시의 학생 선발 기준으로 채택된 것은 1987년부터로 25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쓰기 교육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가장 나중에 다루는 이유는 논술이 갖고 있는 고차원적 성격과 실제적인 영향력 때문이다.
논술은 현재에도 진행형이고 입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논의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논술은 객관식 평가가 아이들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입됐다. 이러한 관점은 지식 기반의 사회 변화와 맥락을 함께 한다.
논술은 주어진 문제를 분석하고 합리적 근거에 의해 논리적인 사고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능동적 행위이며 고차원적인 쓰기 행위이다. 상위 단계의 논술을 어린 아이들에게 유행처럼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쓰기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인 방법의 논술 교육이 시도되고 있지만 많은 경우 대학별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이거나 단편적인 내용에 대한 첨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는 일반 쓰기 지도에 논술이라는 이름만 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논술은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아이들의 고등 사고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 단편적인 지식과 관점만을 배우는 ‘논술’이라는 새로운 암기과목의 이름이 되고 말았다. 논술 전문 학원에서 모범 답안을 외우고 입시를 위한 일회용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은 논술을 도입한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논술은 학교 교육에서 충분히 준비를 시켜줘야 한다. 논술에 대한 이해와 연구, 여기에 열정이 더해지면 세상을 자신의 철학과 안목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언어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논술의 성격과 개념을 폭넓게 살펴보고 학교급에 따른 실제 논술 지도 방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논술의 개념과 평가영역
1. 논술의 개념
논술의 개념은 보통 ‘논리적인 쓰기’로 통용된다. 그러나 논술에 대한 정의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논술에 대한 이론적 연구도 1990년대 이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논술의 개념을 다루고 있는 내용을 오영주(2007)1)의 정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논술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지금까지의 논술 흐름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며 논술 교육의 시사점을 얻게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정의하고 있는 논술의 개념을 살펴보면, ‘논술이란 일정한 논점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활용해 이를 독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 가는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글쓰기 과정’이라고 정리될 수 있다.

2. 논술과 사고
논술은 단순한 쓰기 과정이 아닌 종합적 사고의 과정이다. 논술과 사고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논술을 통해 신장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동시에 이는 논술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할 사항과 논술의 평가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논술의 평가 영역은 보통 이해분석력, 논증력, 창의력, 표현력으로 나뉜다.
① 이해분석력
이해분석력은 제시문을 분석하고 요약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최근 대학 논술 시험의 경향에서 낯선 제시문을 주고 분석하는 능력을 첫 문항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와 각 텍스트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여러 교과 영역이 유기적인 얼개를 갖고 출제되는 통합 논술의 경우 이러한 능력은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서 이해분석력은 내용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논리적 구조에 대한 분석까지 포함한다.
② 논증력
논증력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제시해 입장을 밝히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논술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대부분 이러한 논증력에 관련된 것이고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 논증력은 주장하는 글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와 관련된다. 텍스트에서 핵심내용을 찾아 정리하는 이해분석력과 달리 논증력은 그 능력의 차이가 논술 속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논증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흔히 헤겔의 변증법을 활용한다. 제시문의 쟁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입장과 대립되는 반론을 생각하며 상반된 입장 모두에서 사고하고 종합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③ 창의력
창의력은 논술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제시된다. 하지만 창의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고 그에 따른 준비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논술에서의 창의력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제시문과 논제에서 텍스트의 내용을 융합하고 유추에 의해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이해분석력과 연장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다. 최근의 학문 경향이 통섭(Consilience)인 것처럼 논술에서도 교과의 영역을 넘어 사고를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논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바가 이러한 창의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④ 표현력
표현력은 세 가지 능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문장 수준의 국어 구사 능력으로 문법적으로 이상이 없고 의미가 중의적이지 않은 표현을 쓰도록 한다. 다음은 문단 수준의 내용 구성으로 하나의 문단에 하나의 중심 생각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예시가 조직적으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 끝으로 글 전체 수준에서 각 문단들의 연결 관계를 논리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학교급별 논술 지도의 실제
논술이 입시의 중요 전형이라는 점, 논술 그 자체가 고급 단계의 쓰기라는 점에서 고등학교 수준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쓰기 능력이 단기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논술에서 배경지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생애 발달 단계 전체에 걸쳐 점진적으로 갖춰나가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서는 학교급별로 적용 가능한 논술 지도 방법과 내용을 범박하게나마 제시해보고자 한다.

1. 독서 그리고 논술로 글과 친해지기(초등학교)
초등학교 단계에서 쟁점을 추출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구조화해 논술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들이 글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서와 논술의 기초적인 연계가 시도될 수 있다.

▲ 책 내용 정리하기 이해분석력과 관련된 활동으로 아이들이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게 한다. 기계적으로 내용을 정리하기보다는 본인이 이해한 내용을 자유롭게 정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접근한다. 저학년의 경우 그림으로 표현하기, 퀴즈와 같은 형태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례 - 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은 아이들에게 내용을 정리하게 했다. 학급에서 흥미 있는 활동을 위해 모둠을 나누어 10줄 요약, 5줄 요약, 1줄 요약을 했다.
▲ 논제 추출하기 독서 내용 중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소재를 찾아보는 과정이다. 아이들 스스로 찾기 어려울 경우 교사의 질문을 통해 답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논제를 찾고, 그것이 논제 추출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사례 - <모모>의 내용 중 깊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을 찾게 했다. 아이들은 모모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는 이유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싶다고 했다.
▲ 자신의 경험과 관련짓기 독서의 내용과 논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내면화가 이루어진다. 비슷한 경험이나 알고 있는 사례를 대입시켜 보게 한다.
사례 - ‘모모’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학급에서 가장 다른 친구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아이가 누구인지 찾아보았다.
▲ 자기 생각 글로 쓰기 앞의 활동을 실제 글로 쓰는 활동이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완성된 형태의 논술을 쓰기는 어렵지만, 스스로 찾은 논제에 대해서는 쓸 수 있는 글감을 갖고 있으므로 논술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쓰기에 무리가 있을 경우 공동 쓰기 과정으로 수업에 적용할 수도 있다.

2.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 마련하기(중학교)
중학교 단계의 논술을 문예 중심의 쓰기로 강조하는 경우가 있지만 문예문과 논술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문예 창작 지도에 대해서는 이전까지의 연재에서 다루었다). 초등학교 단계와 마찬가지로 독서 활동을 기반으로 논술 지도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이므로 문제 인식과 해결책 마련의 논술 활동을 진행해 본다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현실 문제 파악하기 현실에 상존하는 갈등 중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 대상을 정하고 어떤 문제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정리한다.
사례 - 일부 해외 수학여행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이 되고 있고, 중학교에서도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에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다고 밝혔다.
▲ 나의 입장 정리하기 논술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밝히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자신의 입장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사례 - A군은 수학여행의 본래 취지가 견문을 넓힌다는 점에서 찬성한다. 초등학교 때 다녀온 곳을 또 가고, 가족 여행에서 다녀온 곳을 또 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 상반된 입장 정리하기 자신의 주장만으로 끝난다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입장을 바꿔서 반대 측에서는 어떠한 근거를 댈 수 있는지에 대해 정리하게 한다.
사례 - 해외 수학여행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일부 학교는 수학여행을 나눠서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일들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불러오고 장기적으로 갈등의 위험성이 있다. 그리고 국내에도 의미 있는 수학여행 코스가 많이 있다.
▲ 토론하기 쟁점을 구체화하고 찬반 입장을 나누어 토론을 진행한다. 양측의 입장을 정리한 상태이므로 활발한 토론이 진행된다.
▲ 내용 보완과 논술 작성하기 토론의 과정에서 알게 된 상대방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정교화해 실제로 논술 작성을 한다. 체계적인 논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사는 논제를 정확히 제시하고 조건을 상세하게 풀어서 알려줘야 한다.

3. 철학과 사유의 쓰기(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의 논술은 깊이 있는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며, 입시에 대한 대비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풀이 방식의 논술에 대해서는 실제로 수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역으로 문제를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논술에 대한 접근과 배경지식의 폭넓은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본다.

▲ 텍스트에 대한 해석 깊이 있는 논술을 위해 텍스트 역시 수준이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고전을 한 권 정해 강독과 토론을 병행하며 논제를 추출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제한된 시간에 다루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교사가 정해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례 - E.H.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의 1장을 제시해 ‘역사의 주관성과 객관성’을 이해하게 했다.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했다.
▲ 관련된 자료와 사상 검색 텍스트의 내용과 관련된 다른 내용을 검색하고 철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을 연결시키도록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 전공 교사의 강의를 병행해 이해를 돕는다.
사례 - 관련 사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철학 전공 교사의 특강을 통해 카와 랑케의 사상적 차이를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책의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기 최근의 논술은 교과 간의 경계가 무너진 통합 교과형으로 제시된다. 본래 지식의 실재가 총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지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이들은 텍스트와 관련된 다른 영역의 자료를 찾아 연결한다.
사례 - 2008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시험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텍스트와 관련된 내용으로 <진화론>과 <논어>를 찾게 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연관성을 스스로 찾게 했다.
▲ 논제 만들기 논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텍스트의 내용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관련 자료들을 활용해 유기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아이들 수준에서 논제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면 모둠활동으로 진행하며 모범적인 논제를 제시해 응용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문제를 만들어 보는 것은 실제 시험 대비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 모범답안 작성하기 만들어진 논제에 대해 모범답안을 작성해 본다. 논술 시험에서 평가 후 제시하는 모범답안의 형식으로 작성하며 평가 요소가 무엇인지까지도 적어보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논술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알게 되며 두려움도 없앨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 관한 접근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경지식이 풍부해진다. | panda0324@naver.com 박정현
인천교수학습지원센터(Edu-i) 웹지원단 중등팀장, 학업성취도평가 중앙평가위원, 인천교육정책자문위원 학력제고팀장 등을 역임하고 독서토론 가이드북(중학교) 5차 개정본 집필, 2010 KEDI 탈북학생을 위한 독서 · 논술 자료 감수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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