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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비전으로 접근하는 생활지도

생활지도의 출발이 순조로우려면 아이들의 꿈부터 건드려야 한다. 꿈목록 적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문제 행동을 고쳐야 하는 당위성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아실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올 한 해 생활지도의 달인이 되기 위한 주제로 여러 문제행동들을 다루었다. 1월부터 5월까지는 생활지도 전반에 걸쳐 교사가 미리 준비해야 할 필수요소로 감정조절, 공감대화, 코칭대화 등을 안내했다. 6월부터는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6월엔 ‘반항하는 아이’, 7월엔 ‘나 안 그랬어요’하고 시치미 떼는 아이, 8 · 9월엔 ‘따돌림’, 10월엔 ‘입을 열지 않는 아이’, 11월엔 ‘충동적이고 산만한 아이’를 다루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우리 선생님들의 생활지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공동필자인 본인들에게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필자들 스스로에게 선의의 구속이 돼서 현장에서 그 원리대로 적용하려고 더욱 노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다양한 경험과 대처능력으로 교사들의 공감을 얻어낸 집필경험이 있고, 그동안의 대처능력이 노하우로 쌓여서 다른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본 집필의 동기가 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현장에서 생활지도가 더 잘되려면 우선적으로 지도돼야 하는 사실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달에 함께 나누고자 한다.

퍼즐 맞추기와 생활지도
생활지도와 퍼즐 맞추기?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 것 같지만 생활지도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퍼즐 맞추기 작업의 원리가 유사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즐 맞추기를 해본 사람들은 쉽게 맞추는 원리와 방법을 알 것이다.
그 원리와 방법대로 적용하는 사람들은 퍼즐 작업을 하기 전에 퍼즐을 다 맞추었을 때의 전체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어느 부분에 어떤 모양이 어떤 색깔로 자리 잡았는지 그 특성을 먼저 확인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퍼즐조각을 맞추려면 매우 힘이 든다. 간단한 몇 개 조각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몇 백 조각 이상 되는 퍼즐을 맞추려면 시행착오와 실수도 잦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배가 항해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너른 바다를 항해할 때 나침반은 필수품이다. 출발하기 전에 목적지를 정하긴 했지만 방향을 잡을 만한 표지판이 없는 바다에서 나침반을 잃어버리면 불안하고 두려운 항해가 될 것이다. 혹여 맑은 날 낮이나 밤이면 해나 별이 표지가 돼 방향을 짐작하겠지만 날씨라도 흐린 날이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생활지도의 궁극적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과 소질을 발휘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 자아실현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병진(1999; 159)은 생활지도란 ‘개인생활의 어려운 순간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자기 자신의 감정과 성격을 알도록 도와줌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요구와 타인에게 반응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활동’이라고 했다. 따라서 생활지도는 모든 아이들을 포함하고 그들을 ‘돕는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생활지도란 말을 떠올리면 마치 문제행동을 지도하는 것만을 연상하게 되는 오개념이 형성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아이들도 생활지도란 말을 들으면 자기들의 욕구가 무시되는 교사의 일방적 지도를 먼저 떠올리면서 피하고 싶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욕구와 교사의 욕구가 상충되기 때문에 교사는 생활지도를 힘들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개념을 수정하고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를 반갑고 고맙게 받아들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고 싶은 것(욕구)을 모두 적도록 하는 ‘꿈목록 카드’ 쓰기를 제안한다.
꿈목록 카드는 한마디로 욕구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적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개인에게 있어 꿈목록이란 마치 퍼즐 맞추기의 전체 그림, 또는 항해에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제, 꿈목록 적기 활동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꿈목록 적기 활동과 생활지도
그동안 생활지도와 관련지어 진로지도를 할 때 주로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그 직업인 중에서 역할모델(role model)로 삼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고 어떤 전공을 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방식으로 지도해왔다. 그렇게 지도할 때에 초등학생들이 주로 말하는 내용을 보면 공통적인 것이 있다.
남학생들은 대개 축구선수를 꿈꾸며 박지성을, 여학생들은 근사한 피겨여왕 김연아를 모델로 삼는다. 그런데 희망하는 직업은 대중매체의 영향을 받으며 그때그때마다 수시로 변한다. 제빵왕을 다루는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파티쉐를, 파일럿을 다루는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파일럿을, 하얀 가운을 입고 수술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되면 외과의사를, 멋있는 의상을 자주 보게 되면 의상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진다.
그런데 현실여건과 거리감이 있는 것이 늘 걸렸다. 그들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노력했던 고통의 가치가 함께 공유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소홀히 다뤄지는 것이 한계였다. 화려함과 결과만을 지향하다가 이룰 수 없음을 알고 나면 의기소침, 위축, 자기비하 등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것이 생활지도에 걸림돌이 됐다. ‘난 안 돼요. 해도 안 되는데요 뭘, 해 보나 마나예요’라고 생각하며 성실한 노력의 가치를 미처 경험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그동안의 방법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그렇게 한가지만을 꿈꾸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하고 싶은 것을 다 적어보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지도하고 나니 좀 편해졌다. 왜냐하면 발달단계의 특성상 아직 당위적인 것보다는 욕구를 중시하는 시기이므로 그렇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시기,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인지라 꿈목록을 적으니 그 안에 아이들의 바람을 모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그것을 하나하나 이루고 났을 때 성취감을 한두 번 경험하더니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활지도에 도움을 받은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이 지면을 빌어 그 자세한 절차를 안내하고자 한다. 가능하면 이 활동을 학년 초나 학기 초의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는 전환기에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1) 미리 준비할 것
독서카드 또는 스터디 카드(12×8cm), 링, 꿈목록 관련 도서(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 존 고다드 저/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 : 김수영 저)

2) 동기부여 하기
꿈목록을 적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5~7분 정도 설명을 한다. 책을 직접 보여줘도 좋지만 스토리텔링을 하면 아이들이 이야기에 빠져든다. 특히, 꿈목록을 적은 후 노력하고 집중해 많은 꿈을 이룬 사람들이 남긴 명언을 소개하면 더 도움이 된다.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간직한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고 말했고 김수영 씨는 자신이 꿈을 이룬 것은 ‘우연도 아니고 행운도 아니었다. 단지 꿈 때문이었다’고 했다. 설명이 끝날 즈음엔 아이들이 빨리 우리도 꿈목록을 쓰자고 안달을 할 정도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3) 꿈목록 적기
20분 정도 시간을 주고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을 자유롭게 적도록 한다. 이때 주의할 일은 혹시 엉뚱한 것을 적더라도 제한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혹시 부정적인 것을 적더라도 나중에 개인적인 기회를 만들어서 대화를 통해 수정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계속 꿈목록을 추가해 채워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시도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일들도 많아지는 것이다.

4) 성취한 항목에 표시하기
아이들이 처음에는 꿈목록에 대해 막연하게 기록하지만 점점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적게 된다. 가령, 영어 시간에 level up 통과하기, 체육시간에 물구나무 서기, 부모님 생일날 미역국 끓여 드리기 등처럼 실천 가능한 항목들이 늘어간다는 말이다.
이런 방향으로 적다보면 이룬 날(성취란)에 표시할 항목이 많아지고 성취한 항목이 많이 쌓이면 자신감이 쌓이게 되고 자아 효능감이 높아진다. 효능감, 얼마나 귀한 심리적인 힘인가?

5) 활용하기 및 효과
필자는 교과 교사로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난다. 꿈목록을 처음 쓴 이후로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한동안 추가된 내용들을 확인하며 사인을 해주고 그동안 얼마나 시도했는지, 노력을 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교사가 무관심해지면 아이들도 이 활동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다.
그래서 교사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확인하고 지도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이 활동은 교과 교사보다는 매일 학급 학생들과 만나는 담임교사가 지도할 때 훨씬 교육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좋다. 바로 생활지도와 연결이 매우 수월해지는 것이다.

욕구충족적 행동, 퍼즐과 나침반으로 보기
 2011년 한 해 동안 연재한 ‘생활지도의 달인 훈련하기’를 되돌아보면서 뭔가 한 가지 아쉽고 빠뜨린 부분을 보충해 보았다. 생활지도의 출발이 순조로우려면 아이들의 꿈부터 건드려야 함을 간과한 것이다.
간혹 아이들 중에서는 교사의 생활지도를 성가시고 귀찮게 생각해 교사 앞에서만 하는 척 시늉을 하거나 내면화되기도 전에 영악스런 전략만 늘어나서 진실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꿈목록 적기 활동을 통해 몇 가지 질문이나 학생을 지지하는 표현을 적절히 활용하니 교사의 스트레스를 훨씬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생활지도가 가능했다. 가까이는 문제행동을 고쳐야 하는 당위성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장기적으로는 꿈과 비전을 이루어 자아실현을 돕는 길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여러 상황에서 적절한 지지나 질문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음에 교사가 습관처럼 써야 되는 말들을 제시해본다.

-똘똘이, 참 귀한 꿈을 가졌구나!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구나. 넌 참 의욕적인 아이구나!
-이런 행동이 너의 꿈을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될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아까 공부시간에 했던 너의 행동은 너답지 않더구나. 네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네 생각은 어때?
-방금 전에 했던 너의 행동을 조금 바꾸어 본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한 직후에)
-벌써 이렇게 이룬 것들이 있구나. 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아이로구나. (꿈목록 카드에 성취한 항목을 발견하고 인정해주는 말)
-네가 지금보다 더 바른 행동이 필요한 이유는 네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야.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거듭해서 할 때)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네 모습이 보이는구나. 장래가 든든한데?
-그렇게 노력하더니 성취한 항목들이 늘어가는 네게 신뢰가 가는구나.
-벌써 그렇게 이룬 것들이 늘어가는 것을 보니 넌 정말 큰일을 할 수 있겠는걸?

본 글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문제행동이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선생님이 시각을 바꾸면 생활지도에서 달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문제행동이 아니고 아이들은 욕구 충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욕구충족적인 행동을 시도하다가 시행착오를 일으켰을 때 크게 도덕적인 것에 위배되지 않으면 허용하는 것이 낫다. 긍정적인 기대가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해 보았으리라. 문제행동이라고 보는 시각과 욕구 충족적인 행동이라고 보는 시각은 정반대의 관점이다.
욕구충족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행동 하나하나를 퍼즐 조각으로 볼 수 있고 꿈은 바로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영진
숙명여대에서 아동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에서 부모교육, 상담이론과 실제 등으로 강의를 맡고 있다. 2002년부터 전문상담교사-학교상담실을 운영하며 ‘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아이들Ⅰ,Ⅱ’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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