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32,335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실습비 등 지원해 취업률 제고 독일어 교육 지원은 유아 포함 현재 25세 이하 독일 국민 4명 중 1명은 다문화가정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때문에 독일 사회도 이주민을 전통적인 독일사회에 융합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민자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계약직 노동자로 이 나라에 건너온 후 영구이민자로 정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저소득 하층민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2세 교육 역시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때문에 이주민 자녀를 뜻하는 미그란텐킨더(Migrantenkinder)는 항상 다양한 독일교육 문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지하기 시작한 때는 2000년 피사(PISA,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나서부터였다. 당시 독일은 OECD 선진국 중 하위권이었다. 이 결과를 다시 자체 분석해보니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독일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끌어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읽기 분야는 물론 수학, 과학 등 모든 과목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전통적인 독일가정에서 자란 아이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민2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피사(PISA)에서 저평가된 교육수준을 회복하는 데만 골몰하던 중 2006년 교육계에 큰 사건이 발생했다. 베를린 뤼틀리 학교 교사들이 극에 달한 학교폭력을 통제할 방법이 없자 ‘학교를 폐쇄하든지 교내에 경찰인력을 배치해 달라’는 내용의 구호요청 편지(브란트브리프, Brandbrief)를 교육당국에 보낸 일이었다. 뤼틀리 학교는 터키, 레바논, 세르비아, 폴란드 등지에서 이주해 온 노동이민 2세가 학생의 83%를 점유하고 있는 학교로 브란트브리프를 통해 다문화 교육의 필요성이 그대로 드러났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독일 다문화 교육정책은 주별, 혹은 자치단체마다 산발적으로 연구하고 투자되던 소극적인 단계를 벗어나 연방정부 차원의 국가적 대과업으로 전환됐다. 뤼틀리 학교 브란트브리프 사건이 일어난 2006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도 하에 연방과 주가 연합해 ‘국가 다문화융합정책’을 수립하고 중장기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방 내무부의 다문화코스를 보완한다. 둘째 가장 먼저 독일어교육을 독려한다. 셋째,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직업교육을 포함한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해 진학과 취업률을 높인다. 넷째, 다문화 가정 여성의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남녀평등을 현실화한다. 이밖에도 스포츠나 문화적 융합을 지원하고 다방면의 언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의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를 의장으로 연방 정부와 16개 주정부, 관련연구소와 사설단체 등 400여개의 기관이 자발적으로 이 계획의 추진에 동참해 매년 정기 컨퍼런스를 통해 진행상황과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 정책에 의해 초·중등학교의 방과 후 수업을 통한 보충수업과 독일어 교육, 유치원 전문 인력 보강, 취학 전 언어 교육, 양질의 직업교육을 위해 각 학교 실습장에 학생 1명당 500유로의 재료비 지원 등 다문화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추친되고 있다. ‘국가 다문화융합정책’의 시행과 함께 변화가 시작된 뤼틀리 학교는 이후 ‘베를린 노이쾰른의 테러학교’란 오명을 벗고 ‘독일교육의 오아시스’라는 찬사를 받게 됐다. 교육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학교 변화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성공적인 사례였다.
의사소통 위한 외국어연수 이중언어 상담교사 배치도 이민자 또는 그 2세들은 학업을 수행하는 데 내국인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언어에 관련된 어려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입시나 취업에도 수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미국에도 이런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이 많고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도 많다. 1990년에만 해도 2000만 명을 넘어서지 않았던 이민자 수가 2012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해 4000만 명을 넘었다.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오는 이민자의 수는 여전히 많다. 그 결과 미국은 백인국가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2014년 가을학기부터 백인이 아닌 학생들의 비율이 50.3%로 드디어 절반을 넘어섰다. 미국 내에서도 다문화 가정의 비율이 특히 높은 주가 있다. 30년 전부터 꾸준히 다문화 가정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주는 대도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와 뉴욕 주가 대표적이다. 뉴욕 주에서는 1985년 미국 내 첫 국제학교를 개교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돕고자 했다. 멕시코와 국경선이 맞닿아 있는 텍사스, 애리조나, 뉴멕시코 주에서는 불법이민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민자 수가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정책도 늘었다. 이민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라틴계 이민자다. 이들의 불법체류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국가 차원의 정책이 시급해졌고, 2001년 ‘드림법(The Development, Relief, and Education for Alien Minors Act: DREAM Act)’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 후 작년까지 총 15개 주에서 ‘드림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뉴욕 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여전히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이 법은 15세 이전에 미국으로 온 학생들이 최소 5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후 대학교에 들어가거나 군복무를 하면 시민권을 발급해주도록 하는 법이다. 이 외에도 불법이민 청소년을 돕는 정책으로는 추방유예법(DACA)이 있다. ‘드림법’에는 이민자 가정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는 목적도 있다. 미국 대학교는 대학 소재지 거주 학생과 다른 주나 외국에서 온 학생 사이의 등록금 격차가 크다. 이 부담을 덜기 위해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오게 된 이민 청소년들에게 해당 주에 거주하는 학생의 등록금을 낼 수 있게 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언어다. 미국정부는 다문화 아이들이 많은 학교의 언어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해당국가 언어를 사용하는 교사를 채용하거나, 영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학생·학부모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교사 연수를 하는 주도 있다. 최근 개교한 워싱턴DC의 카르도조(Cardozo) 학교 교사의 대부분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ESL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상담교사도 두 명이나 확보하고 있다. 이 학교는 미국 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인 학업중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09년에 개교한 샌프란시스코 국제고는 학생 수가 약 400명인데 대부분 최근에 이민 온 학생들이다. 이들 중 25%는 불법이민자의 자녀다. 이 학교 케슬러 교장에 의하면 학생들마다 처한 어려움이 다르고 이런 생활상의 문제들을 해결해줘야 학업에도 열중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한다. 미국의 다문화 가정 학생 문제는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과는 다르기 때문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야 할 것이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어머니만 외국인인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따라서 미국의 다문화 교육을 맹목적으로 가져다 사용하기보다는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학생들 간의 차이를 포용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우리 실정에 맞는 다문화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중점학교도 수요 비해선 인력부족 이중언어 강사·특별학급 확대해야 교원연수·양성과정 개선 목소리도 정부에서는 다문화 시대를 맞아 각종 교육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을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학생들의 언어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교사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서울이태원초는 다문화 학생이 52명이다. 다행히 중점학교라 이중언어 강사가 두 명 배치돼 있다. 다른 학교에 비해 많다고는 하나 1대1로 보충교육을 하는 것은 무리다. 사용 언어도 러시아어, 일본어, 영어여서 그 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은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서경수 교장은 “중점학교인데도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언어교육도 해결 못한 상황에서 체험학습 위주의 지원금이나 프로그램 운영비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교장은 용산구청에서 나온 프로그램 운영비도 반납하고 다시 강사를 구할 인건비를 지원받았다. 그래도 인력이 부족해 학부모를 위한 한국어교실은 교감의 재능기부로 운영하기도 했다. 그래도 중점학교는 사정이 낫다. 인천마장초는 다문화 학생이 16명 있다. 그러나 일반학교여서 이들을 위한 상근 이중언어 강사를 배치 받지못했다. 학교 자체 예산으로는 전체 학생에게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한두 차례 하는 것이 고작이다. 다문화 학생은 방과 후에 시에서 지원하는 대학생 연계 멘토링을 활용하거나 거점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서울도림초의 경우도 자체 예산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복지관 등 외부기관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이중언어강사를 100여 명 정도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당초 160명 정도를 양성했지만 경력이 쌓여도 보수가 오르지 않고, 매번 새로 계약을 해야 하는 어려움 등 때문에 근무를 지속하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중국어 등 몇몇 언어권 강사가 학교의 수요만큼 채워지지 않았다. 물론 교육청의 이중언어 강사 외에도 지자체나 외부기관에서 지원하는 강사들도 있다. 그러나 대졸에 6개월 동안900시간의 전문적 교육을 받은 교육청 이중언어 강사 만큼의 전문성을 갖고 있진 못하다. 교사들은 심지어 다문화학생을 멘토링하겠다고 나선 대학생들이 다문화 감수성이 부족해 문제가 된 사례도 종종 봤다고 한다. 소수의 이중언어 강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유나 서울용암초 교사는 “이중언어 강사가 하루에 몇 시간 도와준다고 해도 나머지 시간에는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 수업을 듣고 앉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경수 교장은 서울광희초에서 운영하는 다문화특별학급을 대안으로 꼽는다. 담임이 학급에서 다문화학생들을 일일이 따로 살필 수도 없고 지원인력을 학급마다 배치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한 명의 전문성을 갖춘 정규교사가 다문화학급을 운영하는 방법이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박화년 전 병영초 교감은 학교 단위 대응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언어소통이 안 되는 아이들을 따로 모을 필요가 있다”면서“일부 시·도에 있는 별도의 센터나 공립대안학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별도의 학급이나 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부분 교사가 어디에서든 다문화 학생이 있는 학급에서 수업을 할 가능성이 있게 된 상황에서는 일반 교사를 위한 다문화 연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교육부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 사업 지원’을 강조했듯이 교사들의 인식변화를 위해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연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승분 인천마장초 교사는“중점학교와 일반학교는 지원 예산 외에도 다문화 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원 연수나 학부모 연수에서도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다문화 학부모는 자신의 출신을 드러내기 꺼려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개설해도 참가하지 않기도 한다. 교사들도 다문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해나가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귀국학생 학급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이경림 서울남부교육지원청 장학사는 “이중언어 강사도 활용해야 하지만 초등은 생활 속에서 지도가 이뤄지려면 담임교사가 다문화교육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라마다 문화도 교육과정도 다르기 때문에 생활에서도, 교과학습에서도 적응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담임교사들을 위한 연수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에 더해 학교내 다문화교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리직을 위한 연수도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이 장학사의 생각이다. 교원양성교육도 다문화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양승분 교사는 “지금 교·사대에서 학생들도 다문화교육을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 배우는 것과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은 다르다”며 “실습 기간에 실제로 체험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다문화가정 학생이 전체 학생의 1.07%를 차지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학생 숫자와는 달리 내년 예산은 반 토막 날 예정이다. 이로 인해늘어나는 학생 수에 발맞춰 발전을 거듭하는 정책 기조와는 달리 현장의 상황은 답보 상태다. 최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6만 7806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1만 2026명(21.6%) 증가한 숫자다. 전체 학생 대비 비율은 1.07%로 처음 1%대를 넘어섰다. 다문화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추세를 감안할 때 3년 내 다문화 학생 수는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신국 별로는 부모 중 한쪽 또는 양쪽이 중국(조선족 포함) 국적인 경우가 34.4%로 가장 많았다. 일본(19.5%), 베트남(16.5%), 필리핀(14.3%), 태국(2.2%), 몽골(2.0%), 중앙아시아(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다문화교육 예산은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부의 다문화 학생 지원 예산은 2009년 65억 원, 2010년 62억 원, 2011년 88억원을 기록하다 ‘다문화학생 선진화 방안’이 추진된 2012년 188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2013년에는 155억 4000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215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인 135억 원을 차지하는 국고지원 사업은 대학생 멘토링 사업이다. 나머지 80억 원은 특별교부금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이 사업의 수혜 학생 수를 전년도의 4837명에서 6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예산도 늘렸다. 그러나 교육부 내년도 예산에는 67억 5000만 원, 올해의 딱 절반만 편성됐다. 수혜 학생 수도 2012년도보다 적은 3380명으로 줄었다. 올해 다문화 가정 고등학생만 6984명이다. 수혜 학생의 두 배가 넘는다. 현재 특별교부금 사업 예산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부족한 예산과는 달리 정책 기조는 다문화 시대에 발맞춰 변모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종전에는 교육복지 차원의 수혜적 관점에서 다문화 학생 교육지원에 중점을 뒀는데 올해부터는 통합·육성의 관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교육 사업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문화 학생을 위한 문화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예비학교 80개교, 한국어습득 지원을 돕는 KSL 학교 100개교, 다문화교육 중점학교 120개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다문화학생의 재능 개발을 위한 글로벌 브릿지 사업,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등도 시행하고 있다. 선진 정책 기조에 따라 나름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역시문제는 부족한 예산이다. 다문화학생들의 사회정착을 도울 수 있는 정책으로 해외 선진국이 중시하고 있는 직업교육 지원 예산은 여전히 3억 원에 그치고 있다. 전국의 모든 교원이 다문화학생을 교실에서 만나야 하는 상황인데도 교원연수 지원 예산도 5억 1000만 원 뿐이다.
지금 시대에 교사로 살려면 자존감 따위는 사치에 불과할지 모른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 상할 일이 많다는 말이다. 수업 중 떠들거나 잠자는 아이를 깨우면, 이런 말도 거드럭대는 듯 뱉는 아이들이 있다. “선생님, 가만 놔두세요. 선생님은 수업이나 잘 하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참을 인(忍)’을 마음에 새기며 수도자의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즉흥적이면서도 순간적으로 쏟아내는 말들은 대게 무례하거나 무시하거나 가르칠 동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교사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학생의 말투에 상처를 받아 명예퇴직을 하는 교사를 본적이 있는데 그 이유가 참담한 것이었다. 수업 중 떠들거나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면, 격양된 목소리로 절제되지 않은 말을 함부로 뱉는다. 상대방이 교사이든 학생이든 제 감정에 거슬린다 싶으면 막무가내 쌍욕을 해대며 안하무인격인 학생들도 가끔 있다. 혈기 왕성한 아이들끼리 다투어 심각한 주먹질이 오가는 경우, 가까이 말리려 하면 다칠까 두려울 정도의 액션에 역부족을 느끼는 경우도 더러 목격한다. 이런 경우, 교사가 지켜보는 데에서도 주먹질을 해대거나 욕지거리를 뱉는 등 눈 뜨고 보기 힘든 경우를 자주 본다. 각기 집에서 귀하디귀한 버릇없고 참을성 없는 ‘황제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교사직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내모는 학생들의 행태는 결국 가르치는 일에 역부족과 한계를 느끼게 하는데 이는 비단 소수의 교사들에게 닥치는 문제가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하지만 모름지기 교사란 학생들에게 바른 행동양식과 올바른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해주고,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가르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적 소양을 가르지는 일이 본분이다. 요즈음의 교사들이 이런 역할 행동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는 이 지점, 우리 교사들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본다. 우리 교사들이 과연 기본 소양 교육을 제대로 가르쳤는지 반성해야 한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거쳐 고교생이 되도록…. 학교에서 우리 교사들이 성적지상주의의 장본인이 아니었는가? 성적으로 아이들 순위를 매겼고 선행을 하는 아이들을 너무 가벼이 대하지는 않았는가? 입시 교육이 지상과제가 된 것도 교사들의 과오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가? 성적 독려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남을 배려하는 언행’을 하는 아이들의 상찬(賞讚)에 소홀함이 없지는 않았는가? 성적이전에 올바른 생활 태도를 갖추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가르친 교사가 그 몇이었는가? 결국 성적 열패감에 사로잡힌 아이들의 설 공간을 빼앗지 않았는가?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성적 열패감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잉여 학생으로 전락하여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감을 느꼈을 법하다. 왕따나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 잉여학생들의 몫으로 남아있게 한 건 아닌지… 더불어 ‘신독(愼獨: 혼자 있을 때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을 몸에 배게 가르치는 것도 간과하지 않았는지 반문해본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인격 완성을 위한 중요한 수양 방법’인 신독의 가르침에 소홀한 것은 아닌가 말이다. 우리 모두가 혼자 있을 때 몸가짐이나 마음가짐을 조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면 이렇듯 참담한 ‘마피아 공화국’이 되었겠나 싶다. 최고위직에서부터 말단 공무원, 국민 한 사람까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신독’하는 자세를 가졌다면 이렇듯 원자력 발전소를 위험 지경으로 빠트린 원전마피아가 생겼겠는가? 어쩌다 이러한 참담한 마피아 공화국 세상이 되었겠나 싶다. 그리고 ‘세월호의 비극’도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이런 부패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 성적은 감추고 선행은 드러내는’ 그런 교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희망이 있다.
새로운 교육감들이 집무를 시작한 지도 몇 달 지났다. 그래서인지 부쩍 새롭게 생산된 공문들이 날아들고 각종 정책들을 홍보하기 위한 연수와 교육들이 하달되고 있다. 때를 맞추어 교육에 관심이 없던 국회의원들도 학교에 ‘긴급’이라는 머리말로 온갖 자료들을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인지 빛 좋은 개살구를 만들고자하는 정치적 실험의 장인인지 분간이 어렵다. 업무경감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한쪽에서는 터무니없는 공문들을 내려 보내고, 예전의 혁신학교다, 교과 교실제다, 무상급식이다 하여 예산만 허비하더니 올해도 포장을 달리한 교육상품들을 재포장하고 있다. 말로는 ‘사람이 중요한 교육’, ‘참여와 소통의 문화’, ‘학교평가’, ‘혁신’ 그리고 ‘단 하나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구호 아래 ‘배움중심’이다, ‘교과 클러스터’, ‘선행학습금지’, ‘자유학기제’, ‘다양한 교육과정’ 등 현란한 상품들을 선보이는데 마음은 헛헛하다. 오랫동안 교육청에서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과교실제 또는 혁신학교, 연구학교 등에 많은 예산을 특별 지원했다. 그러한 사업을 신청한 학교는 시설 개선을 하고 인건비를 지급하며 예산을 풍족히 사용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다량의 물이 빠져나간다 하더라도 콩나물은 자라는 법인데, 그러나 학교현장에 투자한 막대한 예산에 비해 우리 학생들은 콩나물처럼 자랐을까. 결국 교육감들의 섣부른 교육철학과 고집이 빚어낸 얼버무림이 됐다. 최근에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9시 등교를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했다. 등교시간은 교장 재량인데 난처하게 됐다. 협조를 안 한다면 직간접적인 불이익이 따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진보 교육이라고 하지만 내용까지 진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 청소년은 9시에 학교에 간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건강한 수면을 취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등교를 한다. 정말 그럴까? 관료들이여,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에 사는 아이들이 과연 공부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생각하는가. 기특하게도 그러한 아이들은 소수이다. 아버지의 가난을 더 이상 물려받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아이도 있다. 또한 부모의 선견지명으로 철이 들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도 있다. 물론 개중에는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고 부모의 강요에 의해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문제는 다수의 아이들이 공부와는 담쌓고 정말 자율적으로 놀며 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 인권조례가 그러한 휘발적 감성에 불을 붙여 교육 현장이 타들어 가는데 관료들은 강 건너 불구경한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 꿈을 심어 준다고 해도 거부한다. 그들의 스승은 교실에 있는 게 아니고 TV와 스마트폰 속에 있다. 프로 게이머나 연예인처럼 즐기며 살고 싶어 한다. 9시 등교니까 밤늦게까지 이성친구와 놀다가 돌아와 동영상을 보고 ‘카톡’하다 늦잠 잘 수 있어 오히려 천국을 누리는 것 같다. 늦게 귀가하는 부모도 그러려니 하며 방관한다. 머리를 염색하고 피어싱하고 줄여 입은 교복에 화장하는 것이 추세니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니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것이니까, 그냥 되는대로 사는 무책임 무개념의 부모와 아이들. 9시에 등교해서도 1교시부터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선생은 어찌해야 하는가. 자는 아이를 훈계하면 도끼눈을 뜨고 짜증스레 째려보는 아이들과 전화로 협박하는 부모를 당신이라면 어떻게 응대하겠는가. 일부 학교에서는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에게 ‘제발 학교에서는 피우지 말라’고 사정한단다. 학교와 선생을 우습게 아는 사회에 미래가 있기는 한가. 교육의 문제는 다양한 가닥으로 꼬여 있어 진보라는 정책만으로 해법을 찾을 수는 없다. 일단 건강한 교육을 위해서 건강한 가정을 회복해야 한다. 부모가 아무런 철학도 없이 제멋대로 아이를 버려놓고 학교에 맡겨버리면 학교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교육문제는 사회문제, 가정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교육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타락한 가정이 타락한 아이를 키워내고, 부모의 폭력 또는 불륜으로 망가진 가정이 아이의 꿈도 망가뜨린다. 아이의 반항적 행동 또는 불신과 무기력한 성향이 애초부터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교육이 바로 서려면 범사회적인 ‘건강한 가정 만들기’, ‘부모 역할 제대로 하기’의 캠페인으로부터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 아이를 부추기는 왜곡된 성인문화나 연예 프로그램, 선정적 콘텐츠, 상업적 게임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포르노그래피와 쾌락이 노골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뿌리가 잘린 교육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 교육 관료들은 심각하게 고민하며 묵상해야 한다.
중도입국자녀 유입으로 상급학교 갈수록 취학률↓ 고교 미진학, 중도탈락 청소년 대상 서울다솜학교 직업위주 교육에 학생만족도·자격증 취득률 좋아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1%를 넘어섰다. 이제 본격적인 ‘다문화국가 시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는 정책방향 마련에 대한 요구도 높다. 현재 다문화가정 학생 교육에 있어 가장 문제시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중·고교 이탈 문제다.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평균 취학률은 66.8%로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이들의 취학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초등교 78.2%, 중학교 56.3%, 고교 35.3%다. 이는 중도입국자녀 유입에 따른 문제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교 미진학, 중도탈락 다문화 청소년 대상 교육기관 서울다솜학교(교장 문수남) 이춘근 교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성장한 학생들 중 가장 상위학급이 이제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도로, 이들의 경우 이탈하는 정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며 “최근 국제결혼 중 재혼가정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중·고교생 학령기의 중도입국자녀들의 교육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취학률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도입국자녀의 경우 일단 한국어 수업을 받기 힘든데 우리나라에는 이들만을 위한 교육기관이 전무하다. 중고교 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니 고등교육기관으로의 진학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예비학교(어학교육)와 직업교육 기관이다. 이들을 위한 예비학교 겸 직업교육 기관으로 서울다솜학교, 인천 한누리학교, 한국 폴리텍다솜학교(충북 제천 소재) 세 곳이 운영 중이다. 이 기관들은 무상교육을 통해 다문화 중도입국자녀를 가르치고 있다. 대상 학생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다. 인천 한누리학교는 예비학교만 운영하는데 초등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12학년 모두 갖춰져 있고, 기숙사 시설까지 완비돼 중도입국자녀 학습 부진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이다. 각 학교 내 다문화학생 중 한국어가 미진하거나 적응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일정 기간 교육 후 다시 원 학교로 돌려보내고 있다. 서울다솜학교의 경우 3년 전 설립 당시 첫 입학생의 졸업이 눈앞인데, 이들의 자격증 취득률이 95%에 이른다. 이 학교는 컴퓨터미디어과와 호텔관광과 두 개를 운영 중으로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시험에서 13명 중 12명이 합격했고, 조주기능사의 경우 14명 중 13명이 합격증을 손에 넣었다. 이 교감은 “정부와 사회 각층의 지원으로 중·석식 모두 해결해주고 문화예술 체험과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특히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방과후 방치되기 쉬운 학생들에게 방과 후 수준별 한국어 수업, 자기주도 학습실을 운영한 결과 학교에 잘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관들이 중도입국자녀들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주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적취득, 취업비자 등이 주요 걸림돌이다. 중도입국을 하다 보니 원래 국적을 그대로 갖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취업도 대학 진학도 어렵다. 대학에 가고 싶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기엔 무리가 따르며, 그렇다고 이들을 배려한 전형을 갖춘 대학들도 거의 없다. 또 중도입국자녀들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학습동기가 떨어지는 일이 많지만, 상담교사 미 배치로 인해 적절한 대처가 힘들다. 실제로 큰 사고가 없었음에도 갑자기 출석을 중단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시설의 안정화도 시급하다. 서울다솜학교의 경우 성동공고 실습실 일부를 빌려 쓰는 상황인데, 보다 안정적인 독립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보다 다양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신장시켜주기 위해 학과를 더 늘리고 전문교사도 확충하는 등 과제들이 남아있다.
올 4월 1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6만7806명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학생의 1.07%에 해당되는데, 2009년부터 매년 6000~8000명씩 꾸준하게 증가해온 결과이며,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가 110여만명 감소한 것과도 관계가 있다. 6~7년 내 다문화국가 접어들 전망 이제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 수가 전체 인구의 3%인 140만명에 이르렀으며, 2020년엔 5%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속에 이미 ‘다문화사회’가 형성됐고, 6~7년 내에 ‘다문화국가’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교육은 자고로 당대의 시대적 필요에 대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들은 미래 국민들이 다문화시대에서 잘 살아갈 ‘역량’을 기르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마디로 ‘다문화역량’의 함양은 매우 중요한 교육목표다. 인격의 세 측면인 지ㆍ정ㆍ의와 관련지어 볼 때 다문화역량은 다문화시대에 다양한 생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동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ㆍ태도ㆍ기량을 익혀야 함을 말한다. 우선, 다문화역량은 각 교과에서 배울 수 있는 바,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 특히 인권·개인성·민주주의·사회정의에 대한 바른 이해에 더해 동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하는 태도,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실현에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의식이다. 나의 생각, 신념, 태도, 행동방식 등이 내가 태어나서 자란 가정이나 사회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 자기중심주의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나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고 좀 더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개인적ㆍ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태도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등에 대한 건강한 질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또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역사에 대한 다중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역지사지’ 능력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른 민족이나 나라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도록 하자. 아울러, 우리 역사와 전통이 지닌 ‘공동체지향성’을 큰 가치로 여기는 태도다. 나라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단결함으로써 극복해 온 우리의 전통과 태도는 매우 소중한 것이고 21세기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이제 그 ‘우리’의 범위를 좀 더 넓혀 피부색이나 출신의 문제를 따지기보다 ‘홍익인간’의 이념에 따라 시민권을 지닌 모든 사람,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로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욕심을 절제하고 자신의 것을 이웃과 사회와 나눌 수 있는 태도와 가치관을 포함한다. 모든 학교활동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마지막으로, 이 다문화시대가 야기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기량이다. 문제를 찾아내는 비판적 문식, 상호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량,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다문화역량은 21세기에 요구되는 ‘융·복합역량’의 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이 역량을 수업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자치활동, 동아리활동, 교직원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 등을 포함한 모든 학교문화에서 자리 잡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경제ㆍ사회ㆍ국가 주체들의 물질 중심적 가치관이 나라와 사회를 공멸시킬 수 있음을 깨닫고, 사람과 삶에 대한 도덕적 가치를 회복하도록 하는 교육기회를 새 세대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한밭대에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기존 정량평가 중심의 상대평가체제에서 정성평가를 병행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구조개혁 평가지표(안)’도 발표했다. 고교졸업자의 급감이라는 ‘쓰나미’가 코앞에 닥쳐오고 있는 상황에서 단계적 구조개혁 방안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2023년까지 대학입학자원 대폭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현재의 대학정원을 그대로 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부실대학이 양산돼 국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충원 인원의 96.0%가 지방소재 대학이며 그 중 51.5%가 전문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위기는 지방소재 대학과 전문대학에 보다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대학 사회의 선제적 대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주도에 의한 대학 구조개혁은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공청회에 참석한 대학들이 제기한 ‘일방적 구조조정 방안’과 ‘하나의 잣대에 의한 평가’ 등 불만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 의한 일방적인 구조개혁 평가가 아니라 대학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대학체제를 위한 평가라는 점을 대학에 보여줘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공청회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고등교육을 구성하는 다양한 유형의 대학들은 여러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돼 상호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는 만큼, 생태계가 균형 있게 유지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재정지원사업 역시 구조개혁 평가 및 지표에 일관되게 반영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평가지표 및 평가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대학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평가체제는 가능할 것이다. 특히 대학의 질적 수준을 정량지표로만 파악하기 어렵기에 정성평가가 도입되긴 하나, 이에 대해 전문가의 면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정성지표 도입이 정치적 고려와 같은 교육 외적요인이나 평가자 전문역량 미흡 등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한글날이 제568돌을 맞았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아주 뜻 깊고 의미 있는 기념일로, 긍지로 맞이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천덕꾸러기가 된 한글을 만날 수 있다. 정보화 사회로의 급격한 전이과정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사이버 문화를 보면 아름다운 한글을 놔두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약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한글 파괴’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발표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화하면서 평균 20어절에 한 번꼴로 비속어·은어·유행어를 사용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욕설과 비속어 사용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으며, 이러한 잘못된 언어생활은 언어폭력을 넘어 학교폭력까지 낳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에 있다고 본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언어 환경에 아이들이 무방비한 상태로 놓이면서 그대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과 가요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표준어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상한 비속어와 유행어를 남발하는 것을 적잖게 볼 수 있다. 특히 청소년 대다수가 공유하는 문화이자 놀이수단으로 떠오른 대중가요에 외래어와 불필요한 비속어가 지나치게 많다. 이런 왜곡된 대중문화를 통해 청소년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한글 사용을 유행이라고 여기면서그대로 모방학습을 해 나간다. 더 웃기는 것은 모범을 보여야 할 성인들이 청소년들에게 은어와 비속어를 배워 일상생활에서 남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모습을 과시하며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신세대’임을 자부하기도 한다. 과연 누가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이제 청소년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 먼저 올바른 언어생활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나쁜 언어’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청소년들의 과도한 비속어·은어 사용 문제는 부모의 언어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평소 올바른 언어습관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한글사랑이자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정·학교·사회의 유관기간 간 협력체계가 절실한 시점이다.
■아하! 통합교육(전선주 지음|학지사)=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특수 학급이 설치 된 지 40여 년째. 하지만 최근 학교 현장에서 요구하는 건 ‘통합교육’이다. 통합교육은 장애아동을 특수 학급이나 학교에서 따로 교육하지 않고 일반 학급·학교에서 장애를 가지지 않은 또래 아동과 함께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 효과를 따져보면 통합교육을 지향해야 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선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통합교육연구회 소속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 통합교육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통합교육의 최근 동향과 교수법, 생활지도, 문제 행동 지도, 진로 지도 등으로 나눠 소개한다. 2만 원 ■김기연 교육장, 교육을 말하다(김기연 지음|솔과학)=‘유장(悠長)한 전통을 자랑하던 우리나라 교육에 중병이 들고 있다.…중략…교육의 본질보다 온갖 사이비 교육자와 NGO 같은 비교육자들의 전국구 놀이터가 되었다.후략’ 김기연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장의 일갈이다. 그는 책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교육의 가치와 본질이 무시됐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무자격 교장 공모제부터 무상급식, 교육감 선거, 혁신학교 등 교육계의 주요 이슈를 진단, 해결책을 제시했다. 2만 원
- 자유학기제, 학교폭력 예방, 진로특강 실시- 순천동산여중은 29일 2014학년도 2학기 교육과정 설명회 및 진로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연찬회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를 돕고, 학사력에 따른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학부모 의견을반영하기 위하여 마련한 것이다. 또한 원도심 지역의 급격한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육력 약화 문제를 극복하고 학교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학부모의 적극적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개최한 것이다. 필자는인삿말을 통해 학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학교란 옛부터 배움의 전당이지만 '지역사회의 꽃'으로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중심축으로 인성교육, 건강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기초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학교교육의 중요한 네 기둥은 교사와 학생, 시를 포함한 정부의 지원과 학부모의 동행이 조화를 이룰 때 교육력은 살아날 수 있다. 한편 학생들의 생활 상태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차량으로 등교를 할 때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학교 정문 앞에서 50미터 정도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 하차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하였다. 어서 초빙 강사로 순천교육지원청 소속 박행심 선생님의 자유학기제의 필요성과 미래교육을 연계한 진로지도 특강이 이어졌다. 이어서 강관원 3학년 부장의 3학년생 진학지도를 위한 안내 및 학교폭력 예방 안내가 있었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1학년 김민경 학부모는 “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으며, 오늘 설명회에 참여함으로 학교에 대한 신뢰가 한층 높아졌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낮고 맞벌이 하는 부모가 많아 다수가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에,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오후 6시 반시에 시작함으로 생계유지로 인하여 참여가 어려웠던 아버지가 모습을 나타내는 등 참여 열기가 높았다.
신자유주의 기조로 교사 권위하락 부채질 功過 따져서 교육발전의 토양으로 삼아야 문민정부시절 탄생, 지난 20여년간 우리 교육의 지향점 역할을 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5․31교육개혁)’은 교육의 양적팽창과 다양성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교육격차의 심화, 인성․창의교육 미흡, 교사의 권위하락 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5․31교육개혁 재조명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총에서 발행하는 월간 ‘새교육’ 10월호가 이 문제를 기획특집으로 다뤘다. 특집은 이신동 순천향대 교수, 안선회 중부대 교수, 한재갑 뉴시스 교육전문기자의 기고와 5․31교육개혁의 산파 역할을 담당한 이명현 전 교육부장관의 인터뷰로 꾸며졌다. 이신동 교수는 “5․31교육개혁이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쳐 현재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틀을 잡는 데 사상적 기초가 됐다”고 밝히면서도 “교육현장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한 원흉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5․31교육개혁은 비전과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자의적인 해석으로 최초의 교육개혁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게 하는 우를 범했다”는 이 교수는 “중등교육의 다양화 정책은 오히려 대입 명문고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안선회 교수는 “현 정부에는 문민정부 이후 유지돼온 대통령 직속의 교육자문기구조차 없다”며 “5․31교육개혁 이후 국가 발전을 위한 총체적인 중․장기 교육발전 전략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교육 공약의 진정한 실천을 기대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한재갑 기자는 황 장관이 5․31교육개혁의 재조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5․31교육개혁이 우리 교육에 미친 영향이 큰 탓도 있지만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기능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기본이념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나타낸 것이다. 한 기자는 “5․31교육개혁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교육정책을 쏟아냈지만 교사의 권위하락을 부채질한 정책으로 교원들에게 상당한 ‘개혁 피로감’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5․31교육개혁이 교사를 단순한 트랜스미터(전달자)로 전락시켰다”는 안양옥 교총회장의 평소 진단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명현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교육의 다양화․정보화․세계화를 추진한 것이 5․31교육개혁의 핵심 가치”라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교육예산 GNP 5% 확보를 이끌어내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교육개혁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장관은 “5․31교육개혁을 재조명,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황 장관의 발언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한편 ‘새교육’ 10월호는 이슈 리포트로 학폭위의 민낯을 해부하고, 스페셜 테마로 창체와 안전교육을 다루고 있다. ‘2014 서울 중등 교육전문직 시험 서술형 평가 기출문제 해설’도 교육전문직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구독문의=02-570-5774
01 중국의 ‘문화혁명’을 기억하는 젊은 세대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혁명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에는 오늘날 중국 인민은 물론이고 세계가 공감하는 것 같다. 나는 1992년 처음으로 중국을 여행하였다. 이 여행은 나에게 세계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의미 있는 충격도 주었다. 우리 일행은 북경대학교를 방문하여 그 대학 경제학과 교수에게서 특강을 들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얻고 온 사람이었다. 강의에 임하는 그에게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덕담에 가까운 조크를 했다. “교수님! 굉장히 젊어 보이는데요, 나이보다 한참 젊어 보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돌아온 그의 대답이 정말 기막힌 것이었다.“지난 시기 중국 현대사의 한 지점에서 약 10년 동안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니 저도 나이를 먹을 수가 없었던 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화혁명에 대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논평이었다. 문화혁명이 한창 광기를 뿜어대며 시작되던 1966년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이 미친 듯한 대소동을 국내 언론들도 연일 크게 보도했었는데, 나는 이것이 왜 ‘문화혁명’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사회 선생님께서 문화혁명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해 주시기도 했지만, ‘문화혁명’이 왜 문화혁명인지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이 소동은 내가 아는 ‘문화’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인들 이 광기의 문화혁명이 지닌 정치적, 역사적, 이념적 총체성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더구나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잘 정돈된 인식을 하기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뒤 국내 한 학자에 의해서 정리 기술된 문화혁명은 다음과 같다. 문화혁명은 중국에서 일어났던 공산주의 정치운동이다. 인민경제를 살린다는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권력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모택동을 중심으로 한 교조적 공산주의자들이 1965년 가을부터 약 10년 동안 중국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대규모 군중 운동이다. 수정주의 노선 및 자본주의 세력 제거에 목적을 두고 청소년으로 조직된 홍위병들을 혁명의 도구로 이용하였다. 문화혁명은 모든 분야에서 당과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중국사회에 대한 당 국가의 영향력을 저하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서진영, ‘현대중국정치론’, 나남 출판). 02 위의 내용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즉 문화혁명이 시작할 바로 그때,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문화혁명’이 왜 문화혁명인지를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아마도 문화혁명이라면서 왜 문화적이지 못한가, 문화혁명의 방식이 왜 저리도 반문화적이란 말인가 등 의문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문화’라는 것이 왜 이 대사변(大事變)의 소용돌이를 지칭하는 이름에 들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는 데서 오는 혼란이었기 때문이다. ‘문화’를 나타내거나 함의하는 수많은 의미 자질 중에 이념(ideology)이란 것이 들어간다는 것을 공부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마흔이 넘어서 ‘문화교육’ 등의 개념을 내가 자주 쓰게 되면서부터이다. [PART VIEW]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문화’를 나타내는 수많은 의미 자질 중에 하필 이데올로기를 문화와 동의어로 선택하여, 그것을 이름으로 가져갔을까. 그것도 기껏 권력투쟁을 위장한 이데올로기 투쟁에 불과한 것을 ‘문화혁명’으로 명명했을까. ‘문화’의 의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의미는 ‘인류가 남긴 가장 가치 있는 정신적 산물’이다. 또한 ‘문화’에는 ‘야만적이지 아니한’ 이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이런 괜찮은 의미들은 ‘문화혁명’이라는 명명법 속에 교묘히 이용되었다가 혹독하게 추방되었다. 대중들은 여기에 속는다. 모든 선전 선동은 특정의 이름을 배타적으로 선점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어떤 이름을 일방적으로 배타적으로 선점하게 되면 그것은 정의의 독점으로 이어진다. 좋은 이름을 배타적으로 선점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심리가 강하게 나타난다. 정의의 독점은 필연적으로 정의의 왜곡을 가져온다. 정의의 왜곡이 공동체 전체의 불행을 불러들이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시기에 있었던 그 대소동을 ‘문화혁명’이라고 이름 붙인 것에 대해서는 다시금 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렇게 이름을 붙임으로 해서 이 대소동(문화혁명)은 얼마나 그럴듯한 당위를 지니는 혁명으로 보이게 되었을까. ‘문화혁명’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 혁명의 대상이 되었던 중국 공산당 내의 수정주의자들은 얼마나 구차하고 옹색한 자리로 내몰렸을까. 사실 그런 효과를 고려하여 교조주의자들은 ‘문화혁명’이라는 이름을 선점하지 않았을까. 얼마나 당당해 보이는 이름인가. 대신 이 소동의 실체 내용에 부합하게 ‘수정주의 타도 운동’이라고 이름을 붙였다면, 그저 당파적 권력투쟁의 발동 정도로 인식되고 말았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 동원된 홍위병 청소년들도 이 ‘문화혁명’이라는 이름의 매력에 흠씬 빠져서 자신들의 광기에 가까운 파괴적 행패들을 정당화하는 심리적 기제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잘못된 말의 운용, 그 폐해가 극단에 이른 것을 여기에서 본다. 03 캠퍼스가 두 지역으로 나뉘어 있던 어떤 대학이 캠퍼스 분할 운영의 비효율과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두 캠퍼스 운영 계획을 새롭게 마련했다. 한 캠퍼스는 학부 중심으로 운영하고, 다른 한 캠퍼스는 대학원과 평생교육원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하였다. 이를 다년간 연구 검토하여 ‘??대학교 캠퍼스 특성화 발전 위원회’라는 명칭의 조직을 가동하려 했다. 이를테면 캠퍼스의 구조 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캠퍼스 부근의 가게와 학생들을 상대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촌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당장 ‘??대학 캠퍼스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 비상대책 위원회’라는 명칭의 조직을 만들었다. 대학 측의 새로운 캠퍼스 운영 계획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실과 현상은 하나인데 인식과 가치는 판이하다. 대학 측 위원회의 이름을 보면, 좀 더 나은 비전을 향해 가려는 의욕이 읽힌다. 이 대학은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하려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주민들이 조직한 위원회의 이름을 보면, 이 대학은 문제점이 엄청나게 많아서 정상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학의 발전 계획이란 것은 비정상(非正常)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마치 대학 캠퍼스가 큰 위기에 처해서 비상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정상화 비상대책’이라는 이름이 빚어내는 착시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정파 간 싸움의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이름들을 보면 정말 가관이다. 이런 이름들은 세상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불필요한 갈등만 계속 증폭시켜 간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자기 이름 알리기’라는 얄팍한 잔머리 수도 끼어든다. 일찍이 공자는 제자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겠느냐 묻자,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고 하였다. ‘정명(正名)’을 강조하여, 이름을 바르게 함으로써 세상을 바르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름을 어떻게 짓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문제 인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전략을 알 수 있다. 이름 부르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가는 곳을 알 수 있다. 바르게 이름을 짓지 아니하면, 바르게 이름을 불러주지 아니하면, 바른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 과도하게 이름에 집착한다는 것은 실체를 보지 못하고 헛된 것에 함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은 사기 당하기 쉽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나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편견의 감옥에 갇혀 있음을 뜻한다. 이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가히 득도(得道)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았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얼굴은 50대 초반처럼 부드럽고 탄탄했다. 다부진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함은 거칠 것 없어 보였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교육의 명가(名家) 대구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 뛰어든 그는 대구교육청을 3년 연속 전국 최우수교육청 반열에 올려놨다. 청렴도 평가 역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대구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전국에서 제일 적다. 지난 1년간 학교폭력 사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학교가 77곳이나 된다. 대학 진학 등 학력도 전국 최고 수준. 학부모들이 학교나 교육기관에 갖는 만족도, 즉 신뢰도는 교육부 평가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비결이 뭘까, 우동기 교육감은 ‘신뢰’라고 대답했다. 학교와 지역사회, 학부모, 교사, 학생 등 교육을 둘러싼 구성원 모두가 교육을 위해 힘을 모으고 아낌없이 희생한 대가라는 설명이다. 우 교육감은 또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현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했다. ‘9시 등교’는 학생들의 안전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높은 교육열과 치열한 입시경쟁 구도 아래서 경쟁 방식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사교육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계와 관련, 국정보다는 정밀한 검증을 전제로 검정화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우 교육감은 유권자의 무관심,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 정치 개입 등 부작용이 많다며 임명제나 100% 선거 공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부모 교육 교재를 만들어 모든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교사를 뽑을 때는 면접 비중을 높여 상담 능력을 평가하는 전국 유일의 교육청.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우동기 교육감. 그가 추구하는 꿈과 희망, 행복이 넘치는 대구 교육의 청사진을 들어본다. - 대구교육청이 3년 연속 전국 최우수교육청으로 뽑혔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교육청은 교육청 평가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현장 지원, 교육수요자 만족도에서 전국 최우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 결과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대구 교육공동체 모두가 교육의 본질적 가치 실현을 위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 온 땀과 열정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쉽지 않은 결과인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첫째는 교육행정의 기본에 충실했구요, 둘째는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의 신뢰를 얻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청렴하고 희생적인 교육행정과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모두가 대구 교육을 위해 믿고 힘을 모을 수 있었다는 게 원동력입니다. 저는 특히 교육구성원들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교육도 없습니다. 신뢰를 잃은 학교는 설자리가 없는 것이죠.” - 깐깐한 학부모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습니까. “얼마 전 한 학부모 단체 대표 분이 찾아오셔서 대뜸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했더니 이 단체가 만든 촌지고발 창구를 개설한 이래 단 한 건도 접수가 안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진보성향 단체인데다 촌지 고발로 유명세를 탄 곳이어서 긴장했는데 오히려 칭찬을 들었습니다. 제가 교육감이 된 뒤 일도 많아지고 요구하는 것도 많아 선생님들이 힘드셨을 텐데 이런 믿음을 주셔서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 교육청 평가 결과를 보니까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0.5%로 전국에서 가장 낮더군요. “올 4월 1일 기준 0.5%입니다. 아마 9월에는 이보다 더 낮아져 있을 겁니다.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하나도 없는 학교폭력 제로 학교도 77곳이나 돼요. 처음엔 초등학교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고등학교도 상당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불미스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폭력만큼은 뿌리 뽑자는 강한 결속을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 인성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신 것 같은데요.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우리는 초·중·고교가 월요일 1교시에는 수업을 안 합니다. 대신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는 ‘사제동행 행복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선생님들이 교재연구, 생활지도에 각종 공문처리까지 너무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아예 한 시간을 빼서 실컷 떠들고 이야기하며 서로 눈을 맞추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또 맨입으로만 아이들을 만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빵도 사먹고 영화도 보고 하라는 뜻에서 초등학생은 1인당 6000원, 중·고생은 9000원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학생 상담체계도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초·중·고교에 상담사를 배치한 교육청은 대구뿐입니다. 또 선생님들을 뽑을 때는 반드시 상담과목을 치르게 합니다. 그래서 대구의 임용시험은 면접 점수 비중이 다른 시·도보다 더 높지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의 상담 능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양성 과정에서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의미로 면접에서 상담 비중을 강화했습니다.” - 학교 인성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학교 폭력문제에 국한해서 말씀드리면 우선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간 교우관계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요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생들 사이가 원수처럼 달라져요. 잘못한 학생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고 은폐해서도 안 되겠지만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사이좋은 친구로 만들어주는 데 있다고 봅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운영도 이런 방향으로 갈 계획입니다.” - 대구를 대한민국 교육 수도라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시·도가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예로부터 대구는 교육도시입니다. 근대 교육의 발상지이기도 하구요. 그 뿐입니까. 학생들 공부 잘하죠, 심성 착하죠, 학부모님들 교육열 좋구요, 교육 인프라까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에 가려져 있습니다만 대구만한 교육도시가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에 관한 한 아무 걱정 않는 도시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우 교육감은 특허청에 ‘대한민국 행복교육의 수도 대구’를 내용으로 상표등록을 출원해놓고 있다.) - 현안 사항 좀 여쭤보겠습니다. 한국교총에서 교육감 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돼야 합니다. 유권자의 무관심, 막대한 선거비용, 정당정치 개입 등 분명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대통령과 교육부장관, 교육감의 정책 노선이 각각 다르다면 학교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개인적으로 프랑스와 같은 임명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굳이 직선제를 한다면 100% 선거 공용제로 가야겠지요.” - 교육부가 밝힌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경감하자는 출발은 좋은데 지금과 같은 입시 구도 속에서 이런 경쟁 방법 개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대학 문은 뻔한데 그 모양이 네모건 세모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풍선효과가 걱정입니다.” - 대안이 있습니까? “흔히 말하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지 과목 순서가 있잖아요. 그런데 뉴질랜드는 우리와 달라요. 그곳에서는 국어가 맨 처음이고 두 번째가 예술입니다. 음악, 미술, 드라마 즉 인문학들이죠. 세 번째는 체육, 네 번째가 소수민족 언어, 그리고 맨 마지막이 수학이더라구요. 이 같은 시스템은 싱가포르와 일본 등이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9시 등교 논란은 어떻게 보십니까. “실은 저도 한때 검토를 좀 해봤어요. 그런데 학부모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불안해하더라구요. 직장에 일찍 나가시는 부모님들은 아이를 7시 좀 넘어 학교에 보내는데 애들이 안전한지 걱정을 많이 해요.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 실상을 보고 현장 적용에 문제가 많겠다 싶어 생각을 접었습니다.” - 대구시민과 학생들은 어떤 교육감을 바라고 있을까요. “우리 대구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착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높습니다. 또한, 행복역량 함양에 대한 요구도 큽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적절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도덕적, 지적 역량을 함양하여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따뜻한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꿈과 끼를 가꾸고 펼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얼마 전 한국이 전 세계에서 온 수학자들로 들썩였다. 4년마다 열리는 ‘수학계의 올림픽’,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수학 성적을 내면서도 정작 수학에 대한 흥미도 조사에서는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던 우리나라다. 때문에 이번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각종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들을 연일 쏟아냈다. 한 달이 넘는 취재 기간 동안 가장 흥미를 끌었던 건 한 유학생과의 인터뷰였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 고등학교 때 한국으로 온 여학생이었다. 미국의 학교에서 수학 성적으로는 1~2등을 다투던 우수한 학생이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받은 그녀의 첫 수학 점수는 40점대였다. 가장 적응이 힘들었던 건 한국의 수업 방식이었다. 미국에선 철저히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수업을 했고 시험도 그렇게 출제가 됐으며 개념 하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교사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준비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학교에서는 개념과 공식을 짧게 가르치고는 계속해서 많은 문제들을 풀게 했다. 특히, 한국의 시험은 수업에서 배운 것과는 달랐다는 것이 그녀의 전언이다. 공식만 알면 풀 수 있는 예제 위주로 수업을 했지만 정작 시험에는 수업에서 배운 ‘그런’ 문제들이 절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던 수업 내용에 나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막상 시험지를 받아 들고선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라고 했다. 더 흥미로운 건 그녀가 어떻게 1년 만에 수학 점수를 98점까지 끌어올리게 됐느냐는 것이다. 그녀의 성공 비법은 철저한 ‘한국식’ 수학공부법이었다. 그녀는 시험을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수학 문제를 다 풀어봤다고 했다. 공식을 완벽하게 외운 뒤 숫자만 바꾸면 그냥 풀 수 있을 정도로 미친 듯이 문제만 풀어댔다는 것이다. 수학적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 따위는 아예 접어둔 셈이다. 때문인지 높은 수학 점수에도 그녀는 지금도 자신이 결코 수학을 잘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였지만 씁쓸하게도 나는 왠지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됐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절대적인 수학 학습량이나 수업시수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업 시간에 개념은 짧게, 문제는 많이 풀도록 가르치는 현재의 교육방식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자신감’이다. 취재 중 만난 한 교사는 아이들이 수학 60점을 받고 꼴등을 하는 것과 20점을 받고 꼴등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PART VIEW]바로 ‘자신감’의 문제 때문이다. 비록 등수가 낮더라도 60점을 받은 아이는 아쉬워하며 다음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지만 20점을 받은 아이는 다음을 기약하는 게 아니라 아예 수학을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중학생 시기에 ‘수포자’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갑자기 어려워지는 학습 내용에 절대적인 점수가 내려가면서 아이들의 자신감도 덩달아 바닥을 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고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까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흥미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이렇게 보면 절반이 넘게 엎드려 자고 있다는 일선 고등학교의 수학수업 풍경도 분명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올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수상한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수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도 어릴 때 수학을 싫어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니 자신감을 잃고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는 것이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국제수학연맹(IMU)의 잉그리드 도비시 회장 역시 한국의 수학교육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감’의 문제를 꼽았다. 그들의 말대로 수학 공부를 하다보면 누구나 도중에 지치고 두려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책을 잡고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자신감’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과정도, 교과서도, 수업방식도 이제는 최소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세계수학자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수학교육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고민은 DOWN! 연구는 UP! “당시 우리 대부분은 10년 이상의 교직 경력을 갖고 있었다. 그쯤 되면 교직 생활에 갈등이 일기 시작한다. 나 또한 교사로서 고민이 깊었다. 스스로 만족하는 만큼 아이들 또한 만족하는지. 그래서 친분이 있던 교사들끼리 같은 고민을 나누면서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대전초등수업방법연구회의 ‘원년멤버’인 김진호 교사(대전 글꽃초)가 연구회에 참여하게 된 이유다. 다른 교사들의 동기도 다르지 않았다. 수업, 궁극적으로는 아이들 교육을 향한 고민이 연구회를 꾸리게 된 핵심 동인이다. 연구회는 이중재 회장(대전 삼성초 교감)을 필두로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6년차를 맞았다. 10명이서 시작해 현재는 32명의 회원이 뜻을 모으고 있다. 처음에는 교수·학습과정안 작성 방법과 자기수업촬영물 분석, 서예와 배구 같은 예체능 활동 등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러다 연구회에서 공유한 것들을 보다 많은 학교와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각종 공모에 참여했다. 2009년에는 연구회가 개발한 ‘대전의 문화유적 체험학습’ 장학자료가 대전광역시교육청역사교육강화 교과교육연구회 공모에 선정됐다. 이 자료는 대전 관내 학교에 배부돼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2010년부터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서 지원하는 교과연구회에 5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회에서는 매년 국어, 수학, 과학, 창의인성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주제를 정해, 연구 및 교육 자료 제작·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10년부터 꾸준히 연구해 온 ‘실생활 주제중심’ 융합인재교육(STEAM)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STEAM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자료가 충분치 않은 학교 실정을 감안해 회원들이 직접 실제 학교에서 활용 가능한 주제들을 선정하고 수업방안을 개발했다. 아이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실생활과 가까운 주제들로 접근한 점이 장점이다. ‘비눗방울 이야기’, ‘우리는 환경 지킴이’ 등 과학교과를 중심으로 한 13가지 주제를 학년별로 나눠 교수·학습과정안 등을 개발해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전 소재 5개 초등학교 10개 학급 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수업에 적용했다. 이상부 교사(대전 글꽃초)는 “과학의 경우 실험과 이론이 분리된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과학교과를 어려워하고 지루해 한다. STEAM 교육자료를 수업에 적용해봤더니 아이들이 상당히 재밌어 하더라”고 전했다. 이 연구는 작년에 한국창의인성재단에서 공모한 전국단위 교과연구에 선정돼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전국단위로 사례를 발표하는 쾌거를 이뤘다.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연구회 교사들 초등학교 교단은 여초현상이 심하다. 학교에서 남교사들이 동료 교사들과 고민을 나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구회에 참여한 지 4년째가 된 복장순 교사(대전 노은초)는 “아무래도 학교에 여선생님들이 많다보니 소통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연구회에는 남자 선생님들만 있어서 평소 수업 방식에 갈증을 느꼈던 부분을 묻고 해소하는 데 수월하다. 선배들이 먼저 걸어 간 길이 후배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비단 후배들만 배우고 가는 모임이 아니다. 배움에 있어서 선후배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연구회 모임의 장점이기도 하다. “오히려 후배에게 배울 게 많다. 교단에 선 지 17년이 됐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정관념이 생기더라. 그런데 후배들은 창의적이다. 아이들을 다루는 스킬은 선배가 낫지만 후배들의 아이디어는 따라가기 어렵다.” 김대환 교사(대전 산흥초)는 선배와 후배가 서로 윈윈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실례로 김 교사는 스마트중앙선도위원을 하고 있는 연구회 후배교사에게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배워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선후배 간 배움의 벽이 없는 까닭은 연구회 회원들이 그만큼 동료로서 유대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적은 수의 교사들이 시작한 만큼 친목 다지기뿐만 아니라 연구에도 뜻을 쉽게 모을 수 있었다. 불어난 회원 수가 반가우면서도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깊게 다져온 유대감이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32명 회원 전체가 모이는 월 정기모임 이외에 연구 주제별 소그룹을 만들어 각각 상황에 맞게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유대감을 잃지 않기 위해 연구회가 마련한 대안이다. 이중재 회장(대전 삼성초 교감)은 “연구회를 운영하다보면 재정문제에 봉착할 때가 있다. 회비 없이 공모를 통해 받은 지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는 단단한 유대감으로 모임이 지속된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연구회의 가장 큰 장점인 회원 간 끈끈함을 유지해가며 수업연구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은 5·31 교육개혁이 추진된 지 20년 되는 해이다. 1995년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고등교육이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문민정부는 5·31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5·31 교육개혁의 목표는 ‘세계화를 위한 신교육 체제의 구축’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 교육개혁안을 기반으로 중등교육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가 설립되었고, 고등교육에서는 학교설립준칙주의에 입각해서 고등교육의 대중화 시대를 열게 되었다. 지난 20년을 지나오면서 5·31 교육개혁의 일부 내용이 수정되기는 하였으나 본래의 큰 맥락은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5·31 교육개혁안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쳐 현재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기틀을 잡는 데 늘 사상적 기초가 되어왔다. 2015년이면 20년을 맞게 되는 5·31 교육개혁이 현 시점에서 볼 때, 어떠한 성과가 있었고,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되짚어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5·31 교육개혁의 明 먼저, 5·31 교육개혁의 밝은 면을 살펴보자.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일은 5·31 교육개혁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한 글로벌 비전을 제시했으며,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 놓았다는 점이다. 5·31 교육개혁이 나올 당시의 한국사회에 대해 한 기자는 교육개혁이 불가피한 “교육병리 현상으로 인한 황폐화 상태”라고 언급했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교육의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입시위주 교육, 대학 병목현상 심화, 획일적 규제 위주 교육행정, 교육현장의 활력 상실, 교육투자 미흡 등 각종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5·31 교육개혁 이후에 초·중·고 및 대학들은 상당히 달라졌다.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이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013년 초등학교 15.3명, 중학교 16.0명, 고등학교 14.2명으로 낮아졌고 GDP 대비 교육예산 비율도 5%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런 데이터에 비추어 볼 때, 5·31 교육개혁은 한국교육의 여건을 한 등급 격상시켜 놓은 것이 분명하다. 둘째, 5·31 교육개혁은 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데 기여했다. 교육개혁으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교육은 수요자 중심 교육, 책무성에 기초한 교육을 강하게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측면이 강했던 우리 교육은 5·31 교육개혁을 통해 다양화와 특성화에 대한 강한 요구가 부각되었으며, 종래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었다. 통제 중심의 교육에서 책무성에 기초하는 교육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운영되어 종래 학교의 폐쇄성에서 탈피하게 되었으며,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의 주인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셋째, 5·31 교육개혁은 대학교육에도 엄청난 개혁의 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대학 제도의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와 대학정원의 확대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고등교육의 기회가 크게 확대되었다. 그동안 천편일률적인 줄세우기 대학입시 관행에서 벗어나 수능과 함께 종합생활기록부, 논술, 면접, 실기 등을 다양하게 반영하는 대학 자율 입시제도가 태동하게 되었다. 국·공립대학의 본고사가 폐지되었고, 수시모집을 통한 모집시기의 다양화로 학생들의 선택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BK21사업, 교육역량강화사업, 대학특성화사업 등 대학 특성화를 위한 재정지원 사업으로 고등교육의 변화에 촉매 역할을 했다. 5·31 교육개혁의 暗 지난 20년간 지속적인 교육개혁의 기초가 된 5·31 교육개혁은 학교와 대학 현장에 많은 변화와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31 교육개혁이 교육현장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한 원흉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학의 자율과 경쟁을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평가연계 재정지원 방식으로 정부가 여전히 대학을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고, 초·중등 교육현장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따라서 5·31 교육개혁이 우리 사회에 파생시킨 여러 어두운 면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첫째, 5·31 교육개혁은 비전과 목표를 적절하게 설정하지 못했다. 5·31 교육개혁안은 교육의 결과가 무엇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 임천순(2005)은 5·31 교육개혁안을 보면, 교육개혁의 비전과 목표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대한 대비’라고 말하고 있지만, 21세기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교육결과가 과거 것과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를 명확히 제시해주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교육개혁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성취준거의 제시와 이를 충족하기 위한 단계적 성과지표의 제시가 필수적인데 이들을 제시하는 데도 소홀하였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추진과정은 비전과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그 비전과 목표가 달라지거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최초 교육개혁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둘째, 중등교육의 다양화·특성화 정책은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 5·31 교육개혁의 근간이었던 중등교육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이루기 위해 시행한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의 설립은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고교유형 간 학력 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고교 다양화·특성화 정책은 원래 취지에 부합하기보다는 대학입시 명문고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상진(2011)에 따르면 특수목적고 간 교과영역별 학업성취도의 분포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결과는 특수목적고 간 교과과정 운영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우수한 학생의 선발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계고 학생들보다 확연히 높은 결과를 보였는데 만일 이런 사실을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게 된다면, 대학입학전형에서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고교 내신 성적을 일반계고 학생과 동등하게 평가하는 대학입학전형 정책은 모순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셋째, 일관성 없는 대학입시정책은 고교교육 정상화에 대혼란을 야기했다. 5·31 교육개혁에서 제안된 대학입학정책의 핵심 내용은 기존의 15등급 내신을 종합생활기록부로 대체하고 성적기록방식을 성취기준평가(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학생선발 방식으로는 수시모집을 허용하고, 대학과 전공영역의 특성을 살린 학생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대학에 부여한 것이었다. 특히 5·31 교육개혁 이후 특별전형, 추천입학, 특차 혹은 수시모집의 비율이 급격하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5·31 교육개혁 이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을 이유로 여러 차례 계속된 대학입시제도의 개편은 아직까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김신영 외(2011)에 따르면, 595명의 교사 및 교육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능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은 4.4%에 불과했으며 현행 대학입시에서 수능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의견은 80.1%로 나타났다.[PART VIEW] 5·31 교육개혁은 밝은 면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혹자들은 어두운 면을 더 부각시키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령인구의 감소가 예견되고, 과거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에 우리는 서있다. 따라서 지금은 5·31 교육개혁의 정신을 기반으로 다가올 20년을 위한 새 교육개혁을 준비해야 할 때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취임한 황우여 장관은 취임 직후 교육계에 큰 화두를 던졌다. 황 장관은 지난 8월 8일 취임사에서 “5·31 교육개혁을 재조명하면서 지켜야 할 교육의 기본적 가치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교육의 새로운 틀을 모색할 때”라고 밝혔다. 황 장관은 8월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5·31 교육개혁의 재조명과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또다시 강조했다. 당시 젊은 기자들은 ‘5·31 교육개혁’이 무엇인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20년 전에 있었던 교육개혁을 화두로 제기했는지 궁금해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황 장관의 언급은 정치인 출신 교육부장관으로서 예상된 행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교육계가 황 장관의 언급을 예상된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또 황 장관이 5·31 교육개혁을 언급한 배경은 무엇일까? 교육개혁에 관한 세계의 교육사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독일은 19세기 초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훔불트(Humboldt)와 피히테(Fichte)의 지도력으로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당시의 교육개혁은 다른 나라의 국민교육 제도의 발전에 중요한 모형으로 영향을 미쳤다. 미국도 1929년을 전후해 경제대공황을 겪었을 때 교육이 현실적인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진단하고,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당시에 나온 ‘지역사회학교’ 개념은 현대적 학교의 전형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 1957년 10월 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Sputnik) 인공위성 발사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국가 위기의 해법으로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가 교육개혁이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구한말 일본과 서방 국가들에 의해 국운이 풍전등화일 때 ‘갑오경장’이라는 개혁의 일환으로 고종황제는 ‘교육입국조서’를 공포했다. 이를 통해 수백 년간 이어져온 교육제도를 폐지하고 서양식 공교육 제도를 수용해 새로운 국민교육 체제를 수립하고자 했다. 교육개혁, 국가 위기의 돌파구 이처럼 세계의 교육사를 보면 사회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위기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교육개혁이 단행됐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 미군정기는 물론 역대 정권에서 끊임없이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다. 지난 1995년 5월 31일 김영삼 정부가 이른바 ‘열린 교육사회(Edutopia)’를 표방하는 교육개혁을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황 장관이 ‘5·31 교육개혁의 재조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5·31 교육개혁이 우리 교육에 미친 영향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나타났던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5·31 교육개혁이 지닌 원칙과 접근방법, 특징을 볼 때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5·31 교육개혁의 패러다임이 적절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5·31 교육개혁은 교육개혁의 방향으로 ‘신교육 체제’ 구축을 내세웠고, 핵심 내용으로 ‘열린 교육사회, 평생학습하는 사회’의 건설을 추구했다. 그러면서 교육 통제 구조의 개편, 소비자 중심주의, 시장논리 도입, 탈규제정책, 교육기관의 경쟁력 강화 등 방법론적 원칙을 제시했다. 이런 원칙들은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기능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했다. 이런 흐름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이 경제 우선 정책을 배경으로 하는 ‘경제를 위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데 공통점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5·31 교육개혁에 신자유주의를 반영했지만, 신자유주의 기본이념이 교육개혁의 원칙으로 적용되고 많은 부작용이 초래됐다. 시장논리가 무분별하게 도입되면서 ‘시장의 폭력성’과 ‘경쟁의 폭력성’이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기치 내건 5·31 교육개혁… 부작용 초래해 교육이 소비자, 공급자 중심 논리로 재단되다 보니 고령교사 1명을 퇴출시키면 신규교사 2.6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폭력적 주장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제기되고, 결국 정부 정책으로 현실화되었다. 정부는 교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작을 통해 ‘고령교사=무능교사’라는 등식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정년단축으로,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퇴직 교원의 증가는 공무원연금기금을 위협해 연금법 개정 논란을 촉발해 교단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원이 안정감을 갖고 학생교육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를 바 없었다. 교권은 철저히 유린당했고,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은 땜질 처방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학교현장이 떠안았고, 그 폐단은 학생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퇴직한 교원이 또다시 기간제 교사로 교단에 돌아와 학교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고, 기간제 교사조차 구하지 못하는 학교는 경품 제공까지 내세우며 교사 구하기에 나서는 촌극도 벌어졌다. 중등교사 자격자를 임시처방으로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중초교사’도 남발됐고, 교원 수급 불안정에 따라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심화되는 결과도 초래되었다. 학교에서는 교장의 권위는 물론 교사의 교육권도 위협받았다. 소비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학교의 담장을 걷어낸다는 이유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었고, 교권은 무너져 갔다. 학부모의 폭언과 폭력 등으로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급증했고,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장면이 공중파를 통해 여과 없이 TV 뉴스에 방송되는 일도 일어났다. 또 학부모는 물론 제자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교사에 대한 뉴스도 이제는 심심치 않게 전파를 타고 있다. 5·31 교육개혁 이후 역대 정권들은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산다고 외쳤지만, 교사가 살 수 있는 정책은 외면했고, 교사를 철저히 개혁 대상으로 몰아쳤다. 교육에 시장 경제적 관점이 적용되면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었고, 무분별하게 대학이 양산되어 지금은 대학구조조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정권의 가장 큰 국가적 과제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교육의 시장논리는 국가적 고민들을 만들어냈다. 학생,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학교를 세웠지만, 평준화의 기본 틀 속에서 외고, 특목고, 자사고 등은 입시 명문학교로 전락했고, 교육의 불평등이 확산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만족은 여전하고 사교육비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입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학습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자살, 학교폭력이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산되었고, 학생 안전도 국가·사회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우리 교육 현실 속에서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조차 ‘창의인성’을 내세우며, ‘창의’가 먼저지 ‘인성’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처럼 5·31 교육개혁은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교육정책을 쏟아냈지만, 부작용도 상당했다. 또한 경쟁 중심 교육과 인성교육 약화, 학교 불만족,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교육은 그동안 많은 성장을 해 왔다. 교육의 양적 성장 측면에서 보면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을 이뤄냈다. 이런 배경에는 국가의 역할보다는 국민들의 세계 최고 교육열이 큰 역할을 했다. 예전에 대학을 상징하는 ‘상아탑’은 부모가 가정의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아 자식 교육에 투자한다는 ‘우골탑’으로, 부모 등골을 휘게 한다는 ‘등골 브레이크’로 이어지며 자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자주 언급하는 것에도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에 대한 부러움이 담겨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와 국제 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주관하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TIMSS)에서 한국 학생들의 평가결과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장 교사들이 성공적 교육개혁의 열쇠[PART VIEW] 그동안 역대 정권은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다. 교육개혁을 추진할 당시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보면 국가 위기, 사회 위기가 강조되던 시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두환 정권은 과외 망국론 등 국가 위기를 강조하면서 과외금지조치 등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5·31 교육개혁이 발표된 것은 1995년이지만, 교육개혁을 한참 준비할 때는 김영삼 정권이 ‘신한국 건설’을 내세울 때였다. 5·31 교육개혁에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이라는 명패가 달린 것도 ‘신한국 건설’이라는 정치적 레토릭과 무관하지 않다. 이처럼 교육개혁은 정치와 깊은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은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실제로는 재정 투자에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말로만 개혁을 외쳤지 개혁을 실현할 예산 확보는 하지 않았다. 특히 학교 중심 개혁에 치중했지 학교 밖 교육에는 눈을 돌리지 못했다. 특히 교원을 교육개혁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대상으로 내몰았다. 돈이 없어도 교사들만 닦달하면 학교가, 교사가 교육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니 교육개혁 얘기만 나오면 학교현장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겠나. 5·31 교육개혁이 추진된 지 20년이 지났다. 우리 나라 교육은 그동안 많은 공과가 있었다. 학계나 전문가들이 그간의 교육개혁 공과를 평가하고 연구해 축적한 지식도 상당하다. 한국교육은 기로에 서 있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시대와 사회변화는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육은 사회변화에 부응하고, 선도할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개혁 얘기만 나오면 현장 교원들은 ‘개혁 피로증’을 호소하곤 한다.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 교육개혁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역대 정권의 교육개혁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밟았다. 답은 현장에 있다. 교육개혁이 화두가 된 만큼 각계가 중지를 모아 이번에는 백년대계의 기틀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식민 잔재였던 교육법 재정비… 교육기본법 등 교육 3법 제정 “5·31 교육개혁은 교육의 다양화·정보화·세계화를 추구한 문명사적 도전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미래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기르기 위한 응전으로서의 교육적 처방인 셈이죠. 도덕적이고 자율적이면서 창의성을 갖춘 인간교육, 즉 열린교육 체제로서의 ‘에듀토피아’를 추구한 것입니다.”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5·31 교육개혁을 주도했던 이명현 前 장관은 “산업화 시대를 극복하고 21세기 새로운 문명을 주도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체제가 필요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前 장관은 YS 정부의 교육 청사진을 만들었던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과 교육부장관을 역임, 5·31 교육개혁을 디자인하고 실천에 옮긴 인물이다. 김 前 대통령의 서울대 후배로 각별한 관계였던 그는 YS와 여러 차례 독대를 하면서 교육예산 GNP 5% 확보를 이끌어 내는 등 역대 가장 강력한 교육개혁을 주도했다. 5·31 교육개혁은 발표 당시 뜨거운 반응 속에 등장했다. 유아교육의 공개념 도입, 초·중등교육과정 현실화, 학교운영위원회 도입 등 긍정적 평가와 함께 수요자 중심교육, 수월성 강조, 경쟁과 평가, 성과급 등 신자유주의 교육 강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평준화와 자율경쟁, 공공성과 시장논리, 기초학문 육성과 산업적 논리 등 모순적 의제들이 과학적 검증 없이 대립되거나 혼합되는 바람에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건국 이후 한국교육사의 가장 획기적 결단으로 평가되는 5·31 교육개혁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교육법이 없었어요. 일제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교육법을 손질해 쓰는 정도였지요. 그러던 것을 5·31 교육개혁에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 교육 3법을 만들어 교육법 체계를 완전히 우리 것으로 정비했습니다. 법리상으로 보면 5·31부터 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은 셈이죠.” 이 前 장관은 이 같은 법적 기반 아래 교육의 다양화·정보화·세계화를 추진한 것이 5·31 교육개혁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교육 다양화·정보화·세계화에 가치… 평생학습시대 준비했다 “교육에 다양화 개념을 도입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저는 미래의 문명은 다양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것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다양성은 존중하고 학문의 칸막이를 없애자는 것이죠. 최근 들어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추진한다는데 5·31 교육개혁안은 이미 20년 전부터 융·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ICT 교육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교육정보화는 이 前 장관이 가장 애착을 느낀 정책이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보면서 머지않아 우리 생활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지금과 같은 학습 속도로는 미래 사회를 따라 잡을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ICT를 이용한 교육방법의 개선을 준비하자고 했지요. 교육정보화를 기반으로 한 평생교육 시스템을 주문했는데 제 뜻을 알았는지 안병영 前 장관이 교육부에 교육정보화국과 평생교육국을 설치하더군요. 지금 봐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니뭐니 해도 5·31 교육개혁의 가장 큰 성과는 교육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통한 교육여건 개선에 있다. YS 정부는 교육예산 GNP 5%를 약속했고 임기 동안 이를 실천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대통령 지시로 개혁안을 발표했는데 정부 부처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요. 특히 예산 확보에는 냉담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YS에게 독대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5% 확보가 어려울 것 같은데 장관 그만 두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장관에 임명된 지 한 2주쯤 지난 뒤였습니다. YS 얼굴이 확 굳어지시더니 입술을 꽉 깨무시면서 ‘알았어’ 한마디 하시더라구요.” “교육예산 GNP 5% 안주면 사표”에 YS 입술 깨물며 “알았어” 그 후론 일사천리였다. 교육개혁 추진을 위해 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10개 부처 장관이 위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어 5·31 교육개혁안은 대통령령으로 포고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육개혁 방안을 법으로 정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하지만 5·31은 미완의 개혁이다. 정권교체와 IMF가 겹치는 바람에 동력을 잃은 데다 교육현장의 컨센서스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5·31 교육개혁은 조금씩 잊혀져갔다. 이 前 장관은 “교원양성 체제 개편과 교육자치제 개선, 사립학교 체제 개편 등 핵심 사업을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사양성 체제는 주먹구구예요. 중등만 보더라도 사범대학은 왕창 만들어 놨지만 임용은 바늘구멍 아닙니까. 수요와 공급이 전혀 맞지 않으니 인력낭비도 심하죠. 제가 생각했던 것은 교육전문대학원을 만들어 그곳에서 정부 장학금으로 교사를 양성, 배치하고 싶었어요. 질적으로도 우수한 인력을 학교에 보냄으로써 교육의 질도 높이고 수급도 안정시키는 방안이었는데 워낙 (사범대학의)반대가 심해서 결국 못했습니다.” 교육자치제 개선도 의욕적으로 밀어붙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교육감은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임명제로 하되 교육자치는 시·군·구 기초단위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사는 게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교육자치를 해야 실질적인 자치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재정여건이 시·군·구마다 다를 수 있지요. 이 부분은 시·도나 국가가 지원해 주면 됩니다. 피부에 와 닿는 교육자치가 진정한 교육자치죠.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로 갈려 진영싸움이나 하는 교육자치는 자치가 아닙니다.” 교원양성 체제·사립학교·교육자치 개편 마무리 못해 아쉬워 이 前 장관은 특히 교육감 직선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제도예요. 시·도지사만큼 큰 게 교육감 선거인데 선생님들이 무슨 수로 그 많은 돈과 조직을 감당할 수 있겠어요. 많은 분들이 감옥에 가고 하는 것도 다 그 때문 아닌가요. 결국 정치꾼들이나 교육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게 무슨 교육자치입니까 난장판이지.” 그는 굳이 직선제를 하고 싶으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서 진정한 대표자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0~40% 받은 사람들이 교육감에 당선돼서는 마치 모든 것을 잡은 것인 냥 행세하는 것은 민의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립학교 체제 개혁 역시 사학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술회했다. “5·31 교육개혁팀의 구상은 재정자립 능력이 있는 사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립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자립형사립고 정책이 나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중등 사학 비중이 너무 큰데다 영세한 사학이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이 前 장관은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자사고 문제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소위 진보교육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평준화 정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걸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더라구요. 평준화라는게 뭡니까? 우리나라 산업 일꾼을 길러내는 데 기여하고 국민들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했지만 그것은 산업화 시대의 논리잖아요. 창의성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는 지금, 40년 묵은 평준화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 아닌가요.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보수 꼴통들입니다.” 이 前 장관은 현재 경기도 가평에 거주하면서 한국 철학을 집대성한 저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5·31 교육개혁을 재조명,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황우여 장관의 발언에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교육개혁을 꼭 완성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