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1일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6만7806명에 이르렀다. 이는 전체 학생의 1.07%에 해당되는데, 2009년부터 매년 6000~8000명씩 꾸준하게 증가해온 결과이며,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가 110여만명 감소한 것과도 관계가 있다.
6~7년 내 다문화국가 접어들 전망
이제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 수가 전체 인구의 3%인 140만명에 이르렀으며, 2020년엔 5%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속에 이미 ‘다문화사회’가 형성됐고, 6~7년 내에 ‘다문화국가’가 될 것임을 의미한다.
교육은 자고로 당대의 시대적 필요에 대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들은 미래 국민들이 다문화시대에서 잘 살아갈 ‘역량’을 기르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한마디로 ‘다문화역량’의 함양은 매우 중요한 교육목표다. 인격의 세 측면인 지ㆍ정ㆍ의와 관련지어 볼 때 다문화역량은 다문화시대에 다양한 생각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동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ㆍ태도ㆍ기량을 익혀야 함을 말한다.
우선, 다문화역량은 각 교과에서 배울 수 있는 바,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이해, 특히 인권·개인성·민주주의·사회정의에 대한 바른 이해에 더해 동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하는 태도,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실현에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의식이다. 나의 생각, 신념, 태도, 행동방식 등이 내가 태어나서 자란 가정이나 사회의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 자기중심주의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나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고 좀 더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고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개인적ㆍ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태도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등에 대한 건강한 질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또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역사에 대한 다중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역지사지’ 능력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른 민족이나 나라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도록 하자.
아울러, 우리 역사와 전통이 지닌 ‘공동체지향성’을 큰 가치로 여기는 태도다. 나라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단결함으로써 극복해 온 우리의 전통과 태도는 매우 소중한 것이고 21세기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이제 그 ‘우리’의 범위를 좀 더 넓혀 피부색이나 출신의 문제를 따지기보다 ‘홍익인간’의 이념에 따라 시민권을 지닌 모든 사람,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로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욕심을 절제하고 자신의 것을 이웃과 사회와 나눌 수 있는 태도와 가치관을 포함한다.
모든 학교활동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마지막으로, 이 다문화시대가 야기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기량이다. 문제를 찾아내는 비판적 문식, 상호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량, 그리고 개인과 집단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다문화역량은 21세기에 요구되는 ‘융·복합역량’의 한 부분임이 분명하다. 이 역량을 수업 뿐 아니라 학생들의 자치활동, 동아리활동, 교직원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 등을 포함한 모든 학교문화에서 자리 잡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경제ㆍ사회ㆍ국가 주체들의 물질 중심적 가치관이 나라와 사회를 공멸시킬 수 있음을 깨닫고, 사람과 삶에 대한 도덕적 가치를 회복하도록 하는 교육기회를 새 세대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