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77,189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더불어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윤영덕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박정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9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올해 우리 반에는 특별한 아이가 하나 있었다. 조금 생소하긴 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도 있는 아이, 바로 탈북 학생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 출생은 아니지만 북한 사람인 어머니가 중국으로 탈북하고 거기서 만난 조선족 아버지와 함께 낳은 아이라서 법적으로 탈북 학생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정민(가명)이는 남학생으로 중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다가 우리나라에 온 탈북민이었다. 외모는 한국인과 전혀 다른 점이 없었고 우리말도 잘했다. 단지 글자를 잘 쓰지 못했고 학업 성적이 많이 낮았다. 그 외에는 다른 학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쨌든 탈북 학생을 처음 만나 조금 긴장되었는데 교감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김 선생님, 학급에 탈북 학생이 하나 있지요? 그 학생이 탈북민인 걸 다른 학생들이 절대로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머니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어요.” 그 말을 듣자 긴장이 더욱 커졌다. 마치 대단한 특수임무를 맡은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엄청난 비밀유지와 보안을 요하는 일이 하필이면 내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었다. 우려했던 일은 없었다. 학생들은 늘 정민이를 자신과 똑같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교우관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학부모 상담주간이 되어 다른 어머니들과 달리 상담 신청에 묵묵부답이었던 정민이 어머니께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정민이 담임입니다. 정민이 어머니 되시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정민이의 학습 상황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정민이 기초 학력 평가 결과가 조금 낮게 나왔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방과 후에 공부를 좀 하면 어떨까 해서요.” 기초 학습 부진 학생은 방과 후에 학습 코치를 받을 수 있어 거기에 참가하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머니의 반응이 예상 밖이었다. “정민이는 초등학교 졸업하면 중국에 다시 와서 살까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로 공부 못해도 신경 안 씁니다.” 억센 북한 지방 억양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몇 번을 간곡하게 보충 학습이 필요하다고 설득하였으나 어머니는 완고했다. 결국 내가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며칠 후 다문화 학생 대상 대학생 멘토링 공문을 받았다. 정민이에게 좋은 기회다 싶어 알아보고 있는데 정민이 작년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대학생 멘토링, 저도 작년에 참 좋아 보여서 신청하려고 전화드렸는데 결국 거절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 지난번 전화에서 보충 학습을 거절당한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머지 공부’ 같아서 싫다는 말에 결국 지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솔직히 약간 오기가 생겼다. ‘그래, 이번에는 꼭 설득을 하고야 말겠어!’ 두려움과 망설임을 누르고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민이 어머니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대신에 외지 직장에 머물며 특히 야간에 일을 많이 하시는 형편이라 낮에는 전화가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결국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겨 연결이 되었다. 이번에도 처음은 비슷했다. “선생님, 저는 다른 아이 안 하는 특별한 것을 정민이한테 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이번에는 지지 않았다. 마치 중요한 시험처럼 예상 질문과 답변을 작성해 옆에 놔두고 보면서 통화를 이어갔다. 전날 교육청 담당자에게 전화해 대학생 멘토링의 장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정민 어머님, 이건 나머지 공부가 아닙니다. 보통 학생들도 학원 다니고 과외 많이 합니다. 돈을 많이 주면서 대학생 과외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이건 그렇게 좋은 대학생 과외를 학교에서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거예요. 돈 주고도 배울 것을 공짜로 하니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길고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진심 어린 상담을 이어가다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 정민이를 위해 정말 많이 수고해주시고 제 입장을 잘 이해해주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원래 탈북민이고 소득이 많지 않아 정민이네는 기초수급대상자에 해당되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들어온 정민이 아버지가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신청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서류상 이혼을 결심하고 정민이에게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했다는 것이다. 즉 아버지와 함께 살고 부부 사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불법체류자인 아버지 때문에 지원을 하나도 못 받고 남들처럼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도 못해 답답함과 억울함이 크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까지 학교에서 각종 혜택이나 신청을 권하면 혹시라도 아버지의 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 모두 거절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뭔가 퍼즐이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았구나! “저를 믿고 어려운 말씀 해주셨으니, 반드시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학생 멘토링이 시작되었고 뒤이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탈북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공문이 왔다. 이번에는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지난번 통화 이후 신뢰 관계가 좋아진 정민이 어머니는 나를 믿고 정민이의 상담에 흔쾌히 동의를 했고 전문 상담사가 정민이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나도 무언가를 해야 했다. 해마다 학생들과 책 쓰기 동아리를 하며 학생들의 책을 만들어왔기에 올해는 정민이와 함께하리라 마음먹었다.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정민이를 책쓰기 동아리에 넣고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민이가 싫어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또래 남자애들처럼 활동적인 정민이는 방과 후에 동아리 활동하는 것도 싫고 글쓰기도 죽기보다 싫다고 했다. 나는 그런 정민이를 설득하며 책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만화책을 좋아해서 만화책을 구해다 주고, 만화책으로 인해 책을 조금 더 친숙하게 생각하게 되자 글밥이 적고 재미가 있는 ‘윔피키드’,‘39층 나무집’ 같은 책을 추천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동시집을 같이 읽혔고 동시 쓰기에 대한 것도 가르쳤다. 물론 예산을 편성하여 정민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최대한 많이 사주며 즐거운 경험을 늘리도록 했다. 중국 태생인 정민이 입맛에 맞는 가지밥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시라는 게 특별하고 대단한 게 아냐. 그냥 평소에 늘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번쩍님’만 오면 그게 시가 되는 거야.” 문학적 창작 영감을 나는 ‘번쩍님’이라고 했고 그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다른 아이들처럼 정민이도 차츰 시의 재미에 물들어갔다. 그리하여 정민이와 함께 우리 반 아이들과 일 년 동안 써온 작품을 모아 책을 만들기로 했다. 올해는 인성교육 중에서도 특히 효도에 관한 것을 교육하여 그에 관한 시를 써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기 때문에 효도 작품집으로 결정했다. 결국 우리 반 작품집 『효도, 어디까지 해 봤니?』를 출간하게 되었다. “김 선생님, 아이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으니 내가 직접 격려를 좀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교장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직접 책을 건네주시고 준비한 간식도 나눠주셨다. 그러면서 아이들 작품을 하나하나 낭송하게 하시고는 여러분이 작가라고,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다.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부푼 마음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맞았던 탈북 학생, 그러나 정민이와 함께하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소중한 비밀을 지켜주며 내가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 그리고 그 비밀이 만든 보물이 여기에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그 결과로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그리고 정민이 덕분에 내년에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바로 우리 반 책을 또 만드는 것이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은상 수상 소감 다산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할 일을 하겠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모든 것인 정민이를 비롯하여 소중한 비밀을 주신 정민이 어머니, 아들이 철없는 불혹이 된 것도 못 보고 가신 나의 어머니, 그리고 책 만든다고 밤을 샐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야식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아내, 눈에 넣기에는 좀 큰 두 딸, 인생의 은사이신 서울교대 이재승 교수님, 대구교대 양선규 교수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타까운 것은 코로나 때문에 주인공인 정민이도 아직 만날 수 없어 기쁜 소식을 전하기만 하고 작은 보답도 하지 못해서 가슴에 빚이 남은 것입니다. 이렇게 목이 빠지게 기다릴 줄 몰랐던 개학이 오면 정민이를 찾아가서 “네 덕분에 쌤이 큰 상을 탔다!”며 꼭 안아주고 싶은데 그때도 사회적 거리로 2미터 떨어져야 하면 어떡하나요? 마스크 안 쓰고 가지밥도 같이 먹을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요? 가난한 사람의 가난하고 초라한 글이 큰 상으로 돌아와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길고긴 교직 생애에 다시없을 기쁨이자 크나큰 격려라고 생각하며 고맙게 받겠습니다. 늘 해오던 일인데다 살신성인을 보여주시는 위대한 선생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상까지 타니 정말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상을 받을 때 우리 대구 출신 세계적인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휩쓰는 쾌거까지 같이 겹쳤으니 대구가 이렇게 대단한 곳임을 세계에 드러내는 데 저도 한 몫 한 것 맞겠죠? 앞으로도 또다른 ‘정민이’를 수없이 만날 것이고 제가 할 일도 비슷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책이 쌓여가면서 계속 이 길을 가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거기에 이 상으로 더 큰 힘을 불어넣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제자들과 함께 책 만들고 글쓰고 기뻐하며, 그렇게 초당의 다산 선생을 따라 걷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한 담론이 한창이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사회 변화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마주 보고하던 교육 형태가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비대면 수업이 더 많아진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등교 개학이 어려워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온라인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은 생소했다. 교사나 학생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기우였다. 학생과 교사가 잘 적응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학교 시간에 맞춰 수업하고 있다. 활동 결과물을 제출하고 평가도 한다.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하고, 답이 온다. 교실에서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은 오히려 질문을 자유롭게 하며 수업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많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을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미디어 활용을 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높다. 학생들도 교육방송에서 학습 경험을 했기 때문에 수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학습 속도에서 차이가 오고, 집중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이 문제도 콘텐츠를 흥미롭게 꾸며 동기 유발을 한다면 차츰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방역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것처럼, 교육 분야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여기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교육 당국은 아직도 곰팡내 나는 20세기의 잣대로 교육 현장을 통제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사의 유튜버 겸직이 논란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이 유튜브로 모이고 있는데, 교육부는 교사의 유튜브 활동을 제지하였다. 다행히 교사의 겸직을 마지못해 허락했지만, 그 역시 조건부 허용으로 씁쓸한 부분이 많다. 경기도 내 학교는 카톡, 사설 메일 사용이 불가능하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와의 소통·교류·공유 등을 위하여 이용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개별적으로 사용 신청을 받아야 한다. 차단 이유는 중요 업무자료가 유출되는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이는 교사를 정보유출의 예비 범법자로 취급하는 격이다. 학교는 와이파이도 안 된다. 이 역시 같은 이유이다. 수업은 수시로 인터넷과 접속이 필요하다. 특별실에만 설치된 와이파이는 전교생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디지털 시대에도 학교는 사이버 세상과 차단되어 있다. 보안사고 예방 등은 연수로 가능하다. 음주 운전 등을 막는다고 개인 차량으로 출퇴근을 불허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교사들은 최고의 윤리성과 책무성을 지닌다. 교사를 믿고, 외부세계와 관계를 자유롭게 열어 줘야 한다. 학생 교육을 위해서도 그 길이 최선이다. 미래 교육에서는 리더십도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이 강대국이라 믿었던 미국은 감염병 하나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통령의 리더십이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다. 학교에서도 리더십은 교육의 효과를 좌우한다. 여전히 교장, 교감이 교사들을 연가나 조퇴를 불편하게 하고, 학사 운영에서 강압적인 횡포를 일삼는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과거의 모습에서 머물러 있게 된다. 미래 학교의 핵심 교육 내용은 친절, 겸손, 배려, 희생, 감사 등이 될 것이다. 이런 덕목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교육이다.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는 것도 그것으로 사회에서 성공하려는 것도 이런 것을 성실하게 실천해서 얻는 결과여야 한다. 이런 교육을 위해서는 민주적인 학교 운영이 답이다. 교육은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상호존중과 수평적인 민주적인 소통의 과정이 있을 때 교육의 결과도 왜곡되지 않는다. 학교 조직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지시로 움직인다면, 수업 문화는 바람직한 정착을 하지 못한다. 실제로 수업컨설팅을 가보면 선생님들이 수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학교 문화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학교 문화가 경직되고 고압적이다 보니 수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리자의 시각으로 수업을 강조하다 보니 외부로 드러난 교사의 행위에만 초점을 둔다. 수업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관리자는 감시자로 느껴지고, 그들이 하는 충고 역시 불편하기만 하다. 결국, 수업을 강조하는 지시만 있을 뿐 창의적인 수업 문화는 생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 개인 능력과 상관없이 수업은 어려워진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작스럽게 온라인 개학을 했다. 그 과정에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인터넷 강의를 해냈다. 교육 당국과 현장의 관리자들이 지원하고, 담당 교사들이 사명과 헌신으로 몰입한 결과다. 교사들은 전문가다. 지원을 하면 얼마든지 가치와 목적에 맞는 큰 성과를 낸다. 미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사람이다.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해낼 것으로 믿는다.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갖추고, 랜선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학교의 리더인 관리자들은 자기 성찰을 통해 의식을 고양하고 학교의 큰 모습을 조망하는 능력이 있는 것처럼, 교사들 역시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고 스스로 대처하고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연결보다 학교 구성원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연결이 필요하다. 이들이 경험에서 얻은 지혜와 통찰력을 나눌 때 미래 교육에 장밋빛 전망이 보인다.
저는 현재 교육경력이 39년 6개월 된 고교 교장입니다. 1981년 3월에 신규교사로 발령받아 교직을 시작한 이후 주로 고등학교 교사와 교감, 교장 그리고 교육청의 장학사, 장학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40년 전 초임교사 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학교에서 학급담임과 부장교사를 하면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했습니다. 이후 장학사, 장학관 시절을 거쳐 학교 관리자인 교감, 교장 재직 시에도 학생·학부모·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학교의 명품교육을 위한 학교경영 활동으로 바쁘게 생활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학교마다 좋은 구성원들을 만나 원했던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었기에 그 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갔다가 학생들이 하교하고 교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 학교에서 퇴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는 8월 말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인 만큼 3월 신학기에 학생들과 희망차게 생활하면서 교직 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예기치 않은 코로나 감염병으로 3월부터 학생들이 없는 가운데 지금까지 긴 시간이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고3부터 개학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연차로 2학년, 1학년이 개학을 합니다. 그러나 3개 학년 전체가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학교에서 생활한다고 해도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교직원과 학생들과의 생활이 예민해 무척 불편하고 힘들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교직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매우 큽니다. 또 매일 같이 나가던 학교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저에게 닥쳐올 상실감, 좌절감 등 퇴직 후의 일상을 생각하니 심히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퇴직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익숙한 생활에서의 단절, 갑작스러운 박탈감, 단절감, 상실감은 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퇴직 후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도움 주시기 바랍니다.(62세·남) 40여 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목전에 둔 선생님의 감회가 어떠실까 상상해봅니다. 오랜 세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해 오셨으니 마치 습관처럼,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한 정도로 익숙하게 해왔던 일이었겠지요. 하루 중 대부분 해왔던 일들이 어느 순간 통째로 사라지고, 예기치 않게 텅 빈 시간들을 대면하게 될 때, 때로는 막막한 걱정과 불안이, 때로는 묵직한 상실감과 박탈감이, 때로는 깊은 외로움과 세상과의 단절감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이는 은퇴를 앞두었거나 은퇴를 한 후에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난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남은 삶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하면 좋을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생 후반부의 방향키-지난 삶 돌아보기 은퇴 후, 즉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전반부를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참조해 인생 후반부의 방향키를 잡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질문을 드려봅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구성원들과 교육철학을 펼쳐오며, 명품교육을 위해 학교 경영에 매진하였던 지난 교직생활은 선생님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며, 선생님의 어떠함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볼 때, 아쉬웠던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개인적인 삶에서 중요하지만 놓쳤던 주요 영역(가족 및 대인관계, 여가, 취미, 건강, 교직 관련 외의 자기계발 등)은 무엇일까요? 교직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삶 동안 개인적인 꿈은 무엇이었으며, 그 꿈은 이루어졌나요? 지난 인생 동안 성취하고 싶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충분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준비하셨다면, 어떠한 방해도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위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천천히 써 내려가 보십시오. 며칠이 걸려도 좋습니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작성해 보시고, 작성한 내용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 보세요. 아마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입니다. ‘아하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나에게 이런 꿈이 있구나…’, ‘나는 이것을 잘 할 수 있구나…’, ‘이러한 부분을 놓치고, 하지 못했던 건 아쉽구나…’ 등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을 단초로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갈지 설계하신다면, 인생 전반부보다 더 나은 인생 후반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후반부 삶의 목적-의미와 가치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은퇴를 불안해하는 이유는 직업적 생활이 전부인 줄 생각하고 직업생활 중심의 제한된 삶을 사느라, 은퇴 후에 갑작스레 주어지는 여가에 당황해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급기야 외롭고, 무의미하며, 공허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은퇴 후의 삶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쉽고 편안한 쉼이 있는 삶일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가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삶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둘 다 일 수도 있겠지요. 성공한 각계 리더들의 후반부 삶을 지원하고 돕는 일에 매진한 밥 버포드(Bob Buford)는 그의 저서인 ‘하프타임’(Halftime)에서 ‘인생의 후반전은 직업적 성공을 넘어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밥 버포드의 견지처럼 은퇴 후에도 꾸준히 자신을 계발해 끊임없이 성장하며, 개인의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타인 및 지역사회의 문제에 기여하는 확장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 것입니다. 교직생활에 할애했던 많은 시간들이 줄어들면서 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그 시간을 더이상 교직생활을 할 수 없는, 공허한 시간으로 보지 말고, 교직생활 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 중요하지만 놓쳤던 삶의 영역들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전반부는 직업적 성공을 위해, 직업생활 중심의 삶을 살았다면, 인생의 후반부는 의미 있는 삶과 가치를 위해 살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성공적인 인생 후반부를 위해 인생 후반부의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첫째, 지극히 평범한 일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변화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은퇴는 직업적 활동과 자신의 역량발휘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하는 것입니다. 교직생활을 유지하고, 교직생활 속에서만 삶의 의미와 자기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직생활 동안 발견했던 선생님의 가치와 열정을 떠올려 보시고, 그동안 쌓아온 선생님의 강점과 재능,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더 큰 세계를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영역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그것은 꼭 경제적인 창출을 낳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같은 목적과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조직을 결성해 지역사회에 인적자원들을 발굴하고 촉진하며 성장시키는 일이거나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관련하여 후배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봉사하는 일일 수도 있겠지요. 만일 선생님께서 교직생활 외의 취미나 여가생활로 꾸준히 계발해 온 영역이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일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둘째, 부부, 자녀, 손주, 가족, 친구 등 이전에 소홀했던 대인관계를 재건해보세요. 직장에서 업무에 관련한 대화상대를 찾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제 직장이 아닌 다른 공동체에서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데 집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인생을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만큼 가슴 벅찬 감격과 축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셋째,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보세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 누구나 알지만, 참 절감하기 어려운 말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달려온 젊은 날을 떠올려 보면, 건강보다는 일에 무게를 두고 ‘바쁜 것만 끝나면…’, ‘이것만 이루고 나면…’ 등의 말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일은 미뤄 두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바쁘게 달려온 사람들일수록 은퇴 후에 급격히 저하된 체력과 건강상의 이상 징후들을 감지하면서 우울 및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지요. 이것은 건강을 염려하고 건강에 집착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웠던, 건강한 삶이 주는 기쁨과 활기를 누려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넷째, 내려놓음을 연습해보세요. 지금까지 지도자의 자리에서 의지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성취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리더로서의 힘을 거둬들이고, 미완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를 계발해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최근의 발달심리학적 관점은 인간의 발달을 전 생애발달로 봅니다. 즉 과거에는 인간의 인지, 정서, 사회성 등에서의 발달이 성인기 이전까지로 국한된 것으로 봤다면 이제는 노년기까지 인간은 발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지, 무엇이 발달하고 무엇이 쇠퇴하느냐의 문제이지요.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제는 경쟁과 성취를 위해 모험하고 도전하던 것에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에 도전하며, 삶의 지혜를 획득해가는 성장과 성숙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중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내려놓음과 수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화와도 같은 것입니다. 이제, 기꺼이, 새로운 희망과 도전으로 인생 후반부에 진입할 준비가 되셨을까요? 전반부보다 더 성공적인 후반부를 응원합니다.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의 기승은 여전하다. 고3, 고2에 이어 고1까지 등교했고 중학교와 초등학교 및 유치원도 속속 등교를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대입을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은 5월 20일에 등교해 벌써 4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학교 수업도 서서히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교실마다 마스크를 낀 선생님들의 열강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고3의 경우 한 달 가까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으로 교과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철저한 방역지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학생이나 교사 모두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학생들도 하루 8시간 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지방의 한 고교에선 고3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다 실신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동을 하더라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 1시간 수업에 흥건히 젖어 교사들은 교과지도, 생활지도, 진학지도에 각종 공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업무까지 맡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 그렇지만 교사의 본질인 수업지도에 어려움을 느낄 만큼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다. 성능이 가장 좋은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해 보니 온전히 한 시간을 마칠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목소리 자체가 작게 들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말할 때 내뱉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못해 금방 숨이 차올랐다. 게다가 비말이 쌓이며 통과하지 못한 수분으로 입 주변이 흥건해졌다. KF80 마스크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덴탈 마스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고 비교적 호흡이 편한 천마스크를 쓰면 상황이 개선되기는 하지만 한 시간 수업만으로 천이 흠뻑 젖는 현상이 나타나 시간마다 교체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천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나마 피로도를 줄일 수 있지만 비말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몇 시간 수업을 하면 목소리가 쉬는 현상이 나타난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산소가 약 21%, 이산화탄소는 약 2.23% 정도다. 그런데 숨을 내뱉을 때는 산소가 17% 줄어들고 이산화탄소는 4%로 높아진다. 마스크를 쓰고 숨을 내쉴 때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농도가 3%가 넘으면 숨이 차고 4%를 넘기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실신의 원인이 되고 1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교사 건강권도 생각해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면 원격수업처럼 수업 내용을 미리 제작해 방영하고 마무리 부분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19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마치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것처럼 일상이 될 것이다. 장기화에 대비해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를 진행하는 교사들의 건강권도 생각해야 한다. 마스크 강의로 피로가 누적되면 그만큼 학생 지도와 방역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교직 생활을 중학교에서 시작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어서 제자들이 모두 십대 청소년들이었다. 귀여운 중1부터 새침한 여고생들, 덩치가 크고 억센 남고생들까지 십대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래서 마음속에 내 자식이 십대가 되면 그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건강상의 문제로 교직을 떠나 자식 교육에 전념하는 엄마가 돼보니 전심전력을 다하는데도 자녀 교육이 쉽지 않았다. 중1까지는 심성 곱고 성실한 아이여서 호흡이 척척 잘 맞았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에게 반감을 드러내고 남처럼 냉정하게 행동했다. 교직에 있을 때 수많은 사춘기 학생들을 가르쳤건만 엄마로서 사춘기 자식을 대하기가 그토록 힘들 줄이야…. 사춘기 시작단계의 제자들, 절정에 이르러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던 제자들, 그리고 끝단에서 숙연해진 제자들…. 사춘기 청소년들과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내 자식 하나를 감당하지 못해 야단치고 다투면서 갈등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식에 대한 욕심·집착 때문 교사 출신 엄마로서 자녀 교육을 잘 할 것이라고 주변에서도 기대했고 본인 자신도 철석같이 믿었는데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자식의 돌변한 행동과 태도를 도저히 이해도 납득도 할 수 없었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하고 서운해 하면서 훈계하고 다그쳤다. 그러나 이런 훈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오히려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 원인이 무엇일까? 전적으로 자식의 태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부모가 자식에 대해 품어 왔던 욕심과 집착 때문일 것이다. ‘내 자식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해’ 혹은 ‘엄마가 교사 출신인데 우리 아이의 행동이 반듯해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등 자식에 대한 높은 기준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사춘기가 돼 자기 주관이 생기고 독립을 갈구하며 간섭과 감시를 거부하면서 부모의 눈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하자 기대가 무너지고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자식의 입장에서는 기대와 기준이 너무 높은 부모에게 부담감과 갑갑함을 느끼고 더욱 반항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야단·훈계보다 긍정적 수용을 자식과 숱한 갈등을 겪고 난 후에야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 사춘기에 변해 버린 자식의 행동과 반항적인 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에 대한 엄마로서의 반응이 문제였음을. 자식이 자유를 갈구하고 부모의 간섭이나 잔소리를 극도로 거부할 때에, 아이에게 자유의 범위를 좀 더 넓혀주면서 너그럽게 대해 주었어야 했다.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에서 우리 부모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너의 행동이 내 마음에 들지 않고 나를 화나게 해. 너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겼으니까 네가 바뀌어야 해’ 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갈등을 완화시킬 수 없다. 자식의 행동을 원래의 모범적인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야단치고 훈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자식에 대해 품었던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자식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긍정적으로 수용해 주면 반항적이던 자녀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소원했던 사이가 회복될 것이다.
연평균 약 3000건 이상 교권침해사건이 발생한다. 교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 악성 민원 등 그 유형과 침해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교총이 사활을 걸고 개정을 추진한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등 소위 ‘교권 3법’의 법제화가 마무리됐다. 아동복지법은 5만 원의 벌금형만 받아도 교단에서 영구 퇴출토록 했던 독소조항을 법원 판결 시 사건의 경중 등을 고려해 취업제한 여부와 기간을 함께 선고토록 개정됐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지역교육청 이관,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의 학교장 종결제 도입이 반영된 학교폭력예방법도 올 3월부터 시행됐다. 특히 교권보호의 기본법령이라 할 수 있는 교원지위법 시행령도 지난해에 이어 지난 2일 다시 개정됐다. 신체·정신상 4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대한 교권침해는 교육감이 즉시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도서·벽지 근무 교원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도 하게 된다. 또, 교총이 줄기차게 요구한 고교 교원의 교육연구비 지급근거도 마련됐다. 과거 중학 교원연구비 미지급 사태를 해결했던 교총이 이번에는 선제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정교한 법 체계 갖게 돼 돌이켜 보면, 교권침해 예방과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 장치는 부족했고, 사건이 발생하면 교육 당국은 민원인의 시각에 치우친 행정처분으로 현장의 많은 원성을 산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중대한 교권 사건도 교육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 고시를 통해 가해 학생을 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강제전학할 수 있도록, 고교의 경우 퇴학까지 가능토록 규정했다. 교권 3법의 정교한 법제화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교육법정주의 확립을 통해 교권보호의 안정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이 집이라고 한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집을 꾸미는 장식과 같다. 보이는 모습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는 데 편리해야 좋은 집이다. 그간 집이 허술해 교원들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어려웠고 사기가 꺾였다. 학생을 전학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 성희롱까지 당한 피해 교원이 되레 가해 학생을 피해 다른 학교로 전근까지 가야 했다. 입법화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교총은 이를 극복하고 교권보호 제도화를 완성했다. 이제부터 모두가 학교현장에 뿌리를 내리도록 힘써야 한다. 현장 착근 위해 노력해야 첫째, 교육감부터 우선 ‘교권 지킴이’가 돼야 한다. 교원지위법은 교육감에게 ▲법률지원단의 구성 및 운영 ▲교권 실태조사 실시와 교원치유지원센터 지정 ▲피해 교원치유와 교권 회복 조치 ▲중대 교권 사건의 교육부 장관 보고 의무화 등 교권보호 책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학생 인권과 교권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 각종 민원으로 시달리는 학교와 교원의 시름도 덜어주고, 피해 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등 교권보호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둘째, 교권침해 예방과 대응에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원지위법상 학교장은 ▲교권 사건의 은폐나 축소금지 ▲교직원, 학생, 학부모 대상 연 1회 이상 예방 교육 실시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물론 학부모, 지역사회의 각종 민원으로부터 학교와 교사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교권침해사건이라도 쉬쉬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사건을 원활히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고, SNS나 인터넷,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질 경우, 되레 책임은 커지고 수습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셋째, 학생, 학부모의 교권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곧 자녀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교육구성원이 함께 학칙을 마련해 숙지하고 반드시 지킨다. 지키지 않을 경우는 정한 기준에 따라 반드시 처벌하거나 제재한다. 서로의 권리를 보장하되 의무를 지켜야 학교분쟁을 막을 수 있다. 넷째, 교원 스스로가 교권을 지켜야 한다. 부여되는 교권은 한계가 있다. 교원은 학생에 대한 사랑과 교육 열정에 더해 깨끗한 교직 윤리를 실천하고 당당하게 교권보호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험난한 파고를 해치고 어렵사리 마련한 교권 3법이 학교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구성원 모두의 세심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코로나19 관련 교육당국 지침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방역인력 지원, 그리고 자가진단 매뉴얼과 보건소에서의 적용이 다른 점이 대표적이다. 우선 교육부가 학교방역인력을 4만 명 가까이 지원해준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보름 정도 지난 시점,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지원이 아니라 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류세기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경북교총 회장)은 “교육부 장관이 각 학교에 방역인력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현장에서는 인력배치가 된 적은 없다”며 “다만 도교육청 공문에 월 120만 원 정도의 금액 중 교육청 30%, 학교 70%로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는데, 방역물품 등을 구입하는 데도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불용 목적사업비의 학교 운영비 조기 전환이 시급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이 연이어 교육당국에 요청 및 건의를 한 상황이지만, 당국은 ‘일단 원칙대로’ 금액이 더 필요하면 추경을 통해 내린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학교는 하루가 다르게 발생되는 새로운 문제의 연속이다. 교육당국의 전향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력 채용 자체를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해당 방역인력의 채용, 연수, 교육 및 관리의 주체를 두고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원자 대부분이 의료 전문성이 떨어지는 하루 3시간 미만의 ‘초단기 파트타임’ 인력이고, 대부분 60세가 넘는 고령자들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오히려 학교에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업무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교총은 2일 성명을 내고 “방역인력을 지자체 주도로 채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증상 학생 발생 시 119구급대가 해당 학생을 선별진료소로 이송해 진료한다는 대책 가운데 보호자가 부재중일 경우 다시 학교로 이송토록 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또한 학교가 교육부 자가진단 매뉴얼대로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했음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거부당하는 경우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이는 보건소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뉴얼대로 잘 응대해주는 곳이 있는 반면, 정반대 반응을 보이는 곳 등 천차만별이다. 자가진단 매뉴얼에 따라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 어느 하나의 임상증상이 나오면 선별진료소 검사를 받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으로 왜 왔느냐”며 학생 등을 돌려보내는 곳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 학부모는 학교에 민원을 넣기 마련이다. “학교가 아무리 잘 해도 욕먹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박성은 경기 은행중 보건교사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 때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매뉴얼이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총은 교육부에 온라인수업 교권침해 증가에 따른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마련을 건의했다. 교총에 따르면 이달 초 교육부 교육정책과에 온라인수업 장기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각종 교권침해와 관련해 ‘사이버 교권침해 매뉴얼’ 제작·보급을 요청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초유의 개학연기 및 온라인 개학에 따라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사이버 교권침해가 드러나는 만큼, 이에 따른 온라인 수업시대에 맞는 적절한 매뉴얼이 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재 교총 교권강화국장은 “사이버교권침해 예방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홍보 강화가 요구된다”며 “사이버 교권침해로 교육자의 정당한 교육지도활동에 대한 위축이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생의 경우 원격수업으로 인해 우려되는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로는 △교사의 강의내용 등에 대해 단톡방 또는 SNS 소통방에서 험담하는 행위 △온라인 강의방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욕설 행위 △출석 확인 및 댓글달기 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 행위 △강의 중인 교사의 얼굴을 캡쳐 후 합성 유포해 모욕 또는 성희롱하는 경우 △교사의 강의 활동을 녹음 및 녹화해 다수에게 유포한 후 이를 비방하는 행위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의 경우에는 △교사의 가치를 폄훼·우롱하는 언행 △수업 방해 등 부당한 교육활동 간섭 행위 △강압적 위협이나 언어폭력 등이 발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된 ‘사이버 교권침해 사례’를 보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은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A고에서 학생이 교사 사진과 이름을 사용해 폐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학력과 생년월일, ‘동성애’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됐다. B중에서는 학생이 학교실명을 거론하며 네이트 게시판에 체육교사가 보건교사와 보건실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허위 글을 올렸다. C초에서는 6학년 남학생 3명이 안티방을 만들어 SNS 상의 교원 얼굴사진, 그리고 남편사진을 이용해 모욕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학부모가 카카오톡 단체톡방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하며 ‘선생님 실력이 없다’는 등 메시지를 돌리기도 했다. 모 유튜버는 교원에게 초등학생 때 촌지를 주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영상을 올려 1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선고가 이뤄진 사건도 있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에 한국교총이 올해 발표한 ‘2019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보고서에도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비율은 전년도에 비해 16.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학생 및 학부모에 의한 사이버 교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교생실습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과 양성기관 등에 따르면 교육부 ‘교육실습 운영 협조’에 따라 예비교사들은 협력학교와 함께 비대면 온라인 실습으로 진행 중이다. 경인교대 4학년생들은 1일부터 26일까지 경기도교육청 관내 협력학교로 지정된 11개교에서 4주 실습에 돌입했다. 2주는 비대면, 2주는 대면으로 ‘2+2 실습’으로 진행된다. 서울교대 예비교사들은 지난 달 18~29일 2주간 비대면 실습을 가졌다. 이들은 지도교사와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학생 지도, 상담, 교수학습 과정안 짜는 법 등을 배웠다. 광주교육청은 광주교대 4학년 48명의 실습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4주 동안 비대면 교생실습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에 한해 온라인 개학에 맞춰 교육실습생이 원격수업을 참관보조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지침을 각 대학에 통보한 바 있다.
일월공원 내에 있는 정원 ‘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수원시/송순옥)가 산림청이 선정한 「2020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공모전에서 100개 정원의 경쟁 결과 장려상(한국정원협회장상)을 수상했다. 산림청은 지난 2일, 금상 1개소, 은상 2개소, 동상 4개소, 장려 6개소를 선정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나의 정원 57점, 우리 정원 43점 등 총 100점이 응모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는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5월 26일 2차 현장 심사를 받았다. 행짓사(해와 달 행복을 짓는 사람들 약칭) 회원은 일월정원을 방문한 정원 분야 교수, 정원종사자, 정원정책자문위원, 정원작가 등 전문가 심사위원 7분을 맞이해 실사를 받았다. 이번 공모전은 산림청이 일상생활에서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정원문화 확산을 위하여 개인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마을의 숨은 정원 등을 찾았다. 개인 단독주택의 마당, 옥상, 벽면 등 실외공간에 조성된 나의 정원과 아파트, 연립주택, 마을,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에 조성된 우리 정원을 대상으로 정원의 개인 소유주와 공동체 대표가 신청하였다. 공모전에는 취미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다양한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심미적 가치와 더불어 식물의 특성에 따른 배식과 유지관리가 뛰어난 작품이 많았다고 심사위원회는 밝혔다. 심사기준은 ▲디자인 및 심미성 ▲ 창작성 및 독창성 ▲정원식물의 다양성 ▲ 정원의 완성도 ▲정원의 유지관리 실태 ▲주변 환경 및 문화의 조화성 ▲합리적인 공간계획 ▲외부공간과의 연계성 여부 등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은 상장과 상금 및 부상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인증하는 동판이 주어질 예정이다. 금상은 농림축산식부장관 상장과 상금 2백만 원, 은상은 산림청장 상장과 상금 1백만 원, 동상은 국립수목원장 상장과 상금 50만 원이 각각 지급되며 장려상은 주관기관인 사)한국정원협회, 월간가드닝, 서울경제신문 대표의 상장이 수여된다. 수상 작품의 시상식과 전시회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리는「2020 대한민국 정원산업 박람회 (10.16∼10.25)」기간에 개최될 계획이다. 금상을 수상한「숲새울 정원」(남양주시/신재열)은 20여 년 동안 정원을 정성껏 가꾸며 주변 환경에 어울리면서 휴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촌형 정원 모델로 인정받았다. 특히, 다양한 정원식물과 인근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과 나눔을 통한 정원 가꾸기 문화를 확장하는데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우리 정원’ 분야의 은상은「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정이 넘치는 정원」(구리시/김선미)이 수상했다. 심미성과 생태성을 고려한 교관목의 배치 등 정원 작품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파트에서 쉽지 않은 정원문화 활동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장려상을 수상한‘꽃보다 아름다운 행복놀이터’는 송손옥 대표(전 수원시농업기술센터 소장)가 주민들과 함께 작년부터 가꾸어 왔다. 달빛정원, 추억정원, 들꽃정원, 하늘정원, 무지개정원, 뿌리정원, 채소정원, 바람정원, 아이리스정원 등 10개의 테마정원이 있다. 행짓사 회원 20명은 매주 금요일 모여 정원을 가꾸고 있다. 지난 달 15일에는 정원 푯말만들기 실습으로 아름다운 푯말을 꽂았다. 연간 활동으로는 허브식물을 이용한 벌레퇴치제 만들기, 허브 음료 허브 까나페 만들기, 허브를 이용한 향신료 만들기, 허브 샴푸 만들기, 팜 파티, 허브 요리 만들기, 꽃 사진 콘테스트 등을 계획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일월정원이 전국에 숨은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시민 누구나 매주 모여 꽃과 나무를 가꾸면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들고 산책객에게도 행복을 선물했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아름답고 풍성한 정원을 가꾸겠다”고 말했다. 산림청 김원중 정원/조경팀 설립 TF팀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전국의 아름다운 숨은 정원을 발굴해 정원관광 기반을 확충하는 계기가 되었다"라며 "이번에 수상한 작품은 민간정원에 등록시켜 정원문화가 더욱 확산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도 민간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Q. 원로수당 지급 대상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요? A.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특수업무수당) [별표 11]에서 교직수당 가산금 1호(통칭 원로수당)의 지급 대상으로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 중 매달 1일 현재를 기준으로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유아교육법」 제20조제1항,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 「고등교육법」 제14조제1항 내지 제4항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55세(만 55세를 의미) 이상인 교사 및 수석교사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Q. 2020년 6월 3일에 55세가 되고, 교육경력은 이미 30년 이상인 교사의 경우 원로수당이 언제부터 지급되나요? A. 매달 1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6월 3일에 지급 요건이 충족됐다면 다음 달 1일인 2020년 7월 1일부터 교직수당 가산금이 매월 5만 원씩 지급됩니다. Q. 교장이나 교감의 경우에는 원로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나요? A. 원로수당의 지급 대상은 교사 및 수석교사로만 정하고 있어 교장이나 교감, 교육전문직원에 대해서는 해당 수당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Q. 사립학교에서 근무한 기간도 30년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30년 이상의 교육경력’은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에 규정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한다’고 되어 있고, 「초·중등교육법」 제19조제1항에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고등공민학교·고등기술학교 및 특수학교에는 교장·교감·수석교사 및 교사를 둔다’고 돼 있어 사립학교에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교육경력 30년’에 포함됩니다. Q. 교육경력에 기간제 교원으로 근무한 기간도 포함되나요? A.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하고 있어 임용 전 기간제 교원 경력은 30년 교육경력에 포함합니다. 그러나 시간강사 경력이나 대학 조교 경력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Q. 육아휴직 기간도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원로수당은 학교에서 교원으로 실제 근무한 장기 교육경력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 지급하는 교직수당 가산금으로 휴직기간에 대해서는 제외합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교육경력 평정을 위한 경력에는 포함되지만, 해당 수당에서는 제외됩니다. 다만 공무상 질병휴직,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3호의 ‘한국학교’ 근무를 위한 고용휴직, 법률상 의무수행을 위한 병역휴직(임용 전 군경력은 미포함)의 기간에 대해서는 원로수당 지급을 위한 30년 교육경력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Q. 교육청으로 파견 근무한 기간은 교육경력에 포함되나요? A. 초·중등교육법 제19조1항의 학교로 파견된 기간에 대해서는 30년의 교육경력에 포함하고 있지만, 학교가 아닌 교육행정기관 등으로 파견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에 대해서도 포함하지 않습니다. Q. 직위해제를 당한 기간은 교육경력에서 제외되나요? A. 직위해제나 정직으로 인해 실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견책, 감봉 등 징계로 실제 근무가 이뤄진 경우, 이 기간에 대해서는 인정됩니다. Q. 원로수당은 어떻게 신청하나요? A. 본인이 지급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교감에게 지급대상자에 해당되는지 경력 확인을 요청합니다. 지급 기준에 부합할 경우에는 대상자 선정 내부결재를 시행하고, 급여 담당자에게도 공람 등을 통해 안내해 수당을 지급하면 됩니다.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 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학교의 장이 작성·관리하는 문서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제25조). ‘제7호 그 밖에 교육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1조 제3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의 대부분은 객관적, 정량적 내용으로 작성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 다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작성자(담임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가장 크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수시로 관찰하여 누가 기록된 행동특성을 바탕으로 총체적으로 학생을 이해할 수 있는 종합의견을 담임교사가 문장으로 입력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학습, 행동 및 인성 등 학교생활에 대한 상시 관찰·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변화와 성장 등을 종합적으로 기재한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해당 연도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학년말에 입력을 완료하여 학교생활기록부가 마감된 이후에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 “주의가 산만하다”,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교사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다”는 등의 표현이 기재되어 있으면 학생 측은 해당 내용의 수정을 요구하고, 학교가 수정을 해주지 않으면 민원을 제기하고 결국은 소송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정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자. 1. 소송의 대상은 학교장의 거부처분이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사실행위다. 사실행위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행정소송은 예외도 있으나 ‘처분’의 취소나 부작위에 대하여 다투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 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말한다(「행정소송법」제2조 제1호). 예를 들어 어떤 이유로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은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다. 반면 학칙을 위반하여 생활교육위원회(선도위원회)에서 받은 징계는 처분이다. 담임교사에게 혼난 것이 억울하더라도 혼난 것에 대해서는 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행위 자체는 처분이 아닌 사실행위이므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사항을 정정하거나 삭제하라는 내용으로 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다.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을 위한 행정소송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 후, 정정 거부처분을 상대로 제기하여야 한다. 학생(또는 학부모)이 학교에 학교생활기록부의 정정을 요청하면, 학교는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에 따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한다.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첨부되어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정정을 결정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정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으면 학교장이 학생에게 정정 거부처분을 한다. 이에 불복하는 학생은 정정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 학교생활기록부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있을 때만 정정이 가능하다 학년도별 학교생활기록의 작성이 종료된 이후에는 해당 학교생활기록의 내용을 정정할 수 없다. 다만, 정정을 위한 객관적인 증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정정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2조 제4항).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제19조 제2항은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정정이 가능하며, 정정 시에는 반드시 정정내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정정의 사유, 정정내용 등에 대하여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친 후 학교생활기록부 정정대장(별표 10의 1조)의 결재 절차에 따라 정정 사항의 발견 학년도 담임교사가 정정 처리해야 한다. 다만, 제7조의 인적·학적사항의 학생정보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적이나 봉사활동 시간과 같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항목은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인성이나 행동특성과 같은 담임교사의 정성적 평가를 기재하므로 학생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담임교사가 악의적으로 학생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 한, 학생이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시하여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사항을 정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3. 관련 하급심 판례 가. 수원지방법원 2017구합6940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나. 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8349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다. 부산지방법원 2017구합22184 판결 ① 사실관계 ② 판결의 요지 이상과 같이 법원은 담임교사에게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의 기재에 관한 넓은 재량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담임교사가 특별히 고의적, 악의적으로 기재했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면 학교생활기록부 정정 거부처분은 적법한 것으로 판시하고 있어 아직까지 소송에서 정정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절대 감정적, 주관적으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작성하여서는 안 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로 기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에 대비하여 반드시 기재의 기초 자료(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인간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생각하게 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과도한 욕심과 오만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합성을 낳았고, 첨단 과학기술이라면 어떤 문제든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인간의 오만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영원할 것처럼 오만했던 미국과 유럽이 적절한 대응책을 못 찾고 허우적거리는 것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일선 학교로 시선을 돌리면, 이 정도로 상황을 안정시킨 공로는 수많은 혼란을 온몸으로 막아낸 현직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교육당국의 오만함과 무책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임진왜란 초반 무기력했던 관군을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영웅들 일리아스 서두에서는 갑작스럽게 창궐한 전염병에 트로이에 원정 온 그리스 연합군이 고통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역병은 아가멤논의 탐욕에 대한 아폴론의 징벌이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연합군의 총대장이자 부인을 트로이에 뺏긴 메넬라오스의 친형이다.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납치당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명분이었을 것이다. 역사를 썼던 헤로도토스의 말처럼 여자 한 명 때문에 대군을 이끌고 10년 동안 전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명분은 무엇이 되었건 이면의 속내는 식민통치를 위한 정복 전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용장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으로 납치한 여자 하나를 놓고 서로 갈등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 인근 도시를 약탈한 후 전리품 분배 과정에서 소외되자 아킬레우스의 전리품을 뺏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위대한 인물이라는 영웅들의 행태가 사실은 탐욕스럽고 졸렬하기 그지없다. 여러 이유로 플라톤은 일리아스 같은 작품을 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메로스는 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겼을까. 구비전승으로 시작되었을 이 서사는 어떻게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되었을까. ‘화려한 영웅들의 서사’라는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영웅을 자처하는 자들의 졸렬한 행태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표면이 아닌 이면을 읽어내려고 해야 한다. 호메로스가 아가멤논의 이야기를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서구 문학의 불멸의 고전이라는 생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여러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지만 호메로스가 영웅들을 진심으로 영웅으로 평가했을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전투에서 쓰러질 운명의 노잡이들에게 영웅들의 탐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메로스가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아가멤논은 예언자 칼카스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지 않는다며 맹비난한다. 칼카스는 아가멤논을 위한 예언자이고 지혜의 전달자인 예언자가 아가멤논에게 아부해야 할 이유는 없다. 칼카스는 아킬레우스에게 여자를 돌려주라고 설득하지만, 아가멤논은 거절한다. 99개의 선물을 가진 자가 1개의 선물을 받지 못했으니 동료의 선물을 뺏어야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아킬레우스는 더이상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아킬레우스가 느낀 분노의 연속이다. 그 분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고 타자에 대한 분노이기도 하다. 아가멤논의 졸렬함이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일으켜 그리스 연합군은 수난을 겪는다. 오디세우스를 비롯한 많은 영웅이 부상으로 이탈하여 진지가 함락될 위기에서도 아킬레우스는 꿈쩍하지 않는다. 보다 못한 파트로클로스가 나타나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트로이 병사들을 밀어낸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후 아킬레우스는 자신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하고 전장에 복귀해 트로이의 대장 헥토르를 죽인다.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모욕하고자 전차에 매달아 시신을 훼손하려고 한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에게 머리 숙여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른다. 헥토르를 모욕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것은 아킬레우스의 오만이다. 호메로스를 비롯해 우리는 모두 앞으로 전개될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알고 있다. 아킬레우스 본인만이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의 한계를 모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삶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헥토르와 별반 다르지 않을 상황이 될 것을 알았을까.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와 함께 망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 고대인들이라고 해서 역지사지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모두 고대인답게 자신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자신과 타자를 힘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품 전체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살육의 묘사가 일리아스에 담겨 있는 것은 그것이 영웅들의 가치관에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오디세이아의 데모도코스가 그랬듯, 가인들은 영웅들의 집에서 잔치가 무르익었을 때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를 불러야 했다. 따라서 일리아스의 내용은 영웅들의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영웅들은 자신들이 아킬레우스처럼 널리 이름을 알릴 불멸의 존재로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영웅들의 구미와 기호에 맞는 내용은 작품의 표면이 되어 오늘날까지 일리아스를 남아있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호메로스가 단란한 헥토르의 가족, 안드로마케와 아스티아낙스를 비춰주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아스티아낙스는 트로이의 함락 직후 죽을 것이고 안드로마케는 전리품으로 끌려가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농락당할 운명이다. 헥토르와 같은 강력한 영웅들의 삶이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음을, 그들 또한 고뇌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존재라는 사실이 구전되고 기록되어 영웅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게 되었다. 신들의 가호가 없는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리아스는 형식상으로는 영웅들의 서사처럼 보이지만 통상적인 영웅 서사와는 다른 반전이 남아있다. 삶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고전 일리아스가 서사문학이라면 서사는 자아와 세계의 대결이 되어야 하고 그것에 작품 외적 자아가 개입해야 한다. 일리아스가 영웅 서사라면 동명성왕 주몽의 일생에서 확인되듯 비범한 출생 때문에 차별받던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하늘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니면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고난을 이기고 대업을 성취하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혹은 오디세우스처럼 자아와 타자 때문에 고생하게 된 주인공이 귀향에 성공해서 구혼자를 물리쳐야 한다. 일리아스는 그 어느 면에서도 전형적인 영웅 서사와는 구별된다. 오히려 일리아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나 삶에 대한 각자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면이 확인된다. 테르시테스는 그리스 연합군에서 가장 못생기고 말 많은 사람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영웅들은 부유하고 지체 높은 미남들이다. 테르시테스가 못생겼다는 뜻은 그가 낮은 신분의 평범한 사람이었음을 의미한다. ‘마음속에 무질서한 말들로 아르고스인들을 웃길 수 있다고 생각되면 공연히 왕과 시비하려고 했다’는 말은 그가 영웅들의 관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반골 기질의 평민이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같은 귀족들의 미움을 산 것은 당연하다. 테르시테스는 아가멤논을 마구 비난한다. 99개를 가진 사람이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여자 하나를 더 갖기 위해 최고의 명장을 모욕하여 전선을 엉망으로 만드는 자를 위해 과연 어떤 사람이 희생할 수 있을까. 병사들이 도시를 약탈할 때마다 바친 미녀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어코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야 하는 소위 영웅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다. 아가멤논의 탐욕을 조롱하며 무의미한 전쟁을 멈추고 고향으로 떠날 것을 제안하는 테르시테스는 평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아킬레우스와는 달리 지혜로운 오디세우스는 테르시테스를 비난하며 매질한다. 겉으로는 오디세우스가 테르시테스를 정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테르시테스의 바른말에 사람들은 속으로 공감하며 괴로워한다. 매질을 한 오디세우스 역시 귀향을 바라는 존재였음은 오디세이아에서 잘 드러난다. 오디세우스는 태형(笞刑)으로 군기를 다스리는 동시에 테르시테스의 의중을 전달해준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이여! 이제 아카이오이족은 모든 필멸의 인간들 앞에서 왕이여! 그대를 가장 멸시받는 인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소이다. 그리고 그들은 말을 먹이는 아르고스에서 이리로 오는 동안 튼튼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일리오스를 함락하고 나서 귀향하게 해주겠다고 그대에게 약속했건만, 이제 와서는 그 약속조차 이행할 뜻이 없는 모양이오. 그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이나 과부처럼 저희들끼리 울며불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니 말이오(Iliad, II. 284-298).” 겉으로는 아가멤논에게 일부 병사들이 무례를 범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색에 빠져 전쟁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아가멤논을 비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트로이를 함락 시켜 전리품을 나눠주겠다는 약속을 병사들이 했을 리 없다. 아가멤논이 설득과 강제의 방법을 동원하여 병사들의 마음을 사 왔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아킬레우스와 감정싸움 하고 있는 아가멤논이 실제 비난의 대상이다. 테르시테스의 반란을 일단 힘으로 제압한 오디세우스가 특유의 언변으로 병사들을 다독거리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상황을 수습하고 있는 것이 대화의 형국이다. 신들에 대한 제사가 끝나자 “일이 끝나자 음식을 차려 먹었는데 공평한 식사로 마음에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표현은 테르시테스의 반발이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서구 교육의 교재로 쓰였고, 서구 사상의 고전이며 지금도 서구 고전교육의 핵심이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전이 지녀야 할 보편성과 시의성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영웅들의 졸렬한 대결이나 불쾌한 전투 장면은 그다지 대단한 교육적 의의를 가지지 않는다. 전투 장면은 표면적인 쾌락을 통해 작품을 후대에 전승하는 데 기여했다면, 칼카스와 테르시테스의 고발은 은연중 강자의 오만함과 약자의 지혜를 의미한다.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 고전의 기준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삶과 교육의 가치관에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기존 관념을 걷어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려워도 괜찮아 (밀라다 레즈코바 지음, 민혜숙 옮김, 홍순범 감수, 상수리 펴냄, 192쪽 1만5000원) 무서운 꿈을 꾼 날, 이유 없이 불안한 날, 학교 가기 두려운 날…. 불안하고 무서워하고 걱정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아이들이 친근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캐릭터화해서 마치 친구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며 두려움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알려준다. 또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두려움 극복 방법까지 담았다.
머릿속에 쏙쏙! 미생물 노트 (사마키 다케오 편저, 김정환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230쪽, 1만5000원) 인간에게 유익한 미생물부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작지만 강력한 미생물의 세계를 한 권에 담았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간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부터 우리 주위에 가득한 미생물 정보,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미생물 상식까지 과학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도표, 그래프 등과 사례까지 담았다.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구본권 지음, 북트리거 펴냄, 208쪽, 1만4000원) 우리나라 중고생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하루 평균 2시간 넘게 사용한다. 유튜브로 먹방 보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수다 떨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는 요즘 세대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 활용법 안내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청소년들이 건강한 미디어 사용 습관을 다잡도록 도와준다.
청소년을 위한 고전소설 에세이 (류수열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56쪽, 1만5800원) 영화 ‘장화 홍련’, 드라마 ‘쾌걸 춘향’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화,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다. ‘고전’이라 불리는 옛이야기들은 왜 세월이 지나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을까. 류수열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의 대표 고전 24편을 해설하면서 훌륭한 옛이야기가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 우리에게 말을 걸고, 지금 마주한 문제에 대한 해답과 삶의 지혜를 주는지를 풀어냈다.
조선 그림과 서양명화 (윤철규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378쪽, 1만8000원) 걸작〈모나리자〉가 그려질 때,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한 이 책은 동시대에 그려진 동서양의 그림을 색다른 관점에서 분석했다. 보티첼리·다빈치·미켈란젤로·세잔·마네·모네 등 유명 서양화가와 함께 안견·정선·김홍도·신윤복·김정희 등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온 화가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시대적 배경들을 분석해보면서 보다 풍성한 미술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기는 몸 (이동환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352쪽, 1만6000원) 일찍 자고 쉬었는데, 왜 다음날 일어나기 힘들고 피곤할까? 적게 먹고 운동하고 다이어트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려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요즘, 저자는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우리 ‘몸’이라는 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원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질병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