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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가족친화 힐링캠프 ‘패밀리가 떴다’ 운영 2박 3일 동안 부모-자녀 간 유대감 강화 토요스포츠클럽 등 소외학생 활동도 인기 매년 2만2600여명 참여…인성교육 앞장 “자, 이번에는 자녀와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을 맞춰볼까요?” 화이트보드와 마카를 든 아버지들이 쉽게 이름을 적지 못하고 망설였다. 곳곳에서 “아…어렵다”, “예전에는 알았는데…!” 탄식소리도 들렸다. ‘자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자녀 학교 담임선생님의 성함은?’ 등 사회자가 문제를 낼 때마다 아버지와 자녀들이 답을 적고 확인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정답을 맞춘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부자도 있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달 24일, 서울올림픽유스호스텔이 주최한 군가족 힐링캠프 ‘패밀리가 떴다’의 ‘가족 소통지수 알아보기 스피드게임’ 시간에 펼쳐진 풍경이다. 군인 아버지와 사춘기의 자녀가 2박 3일 캠프를 떠나 소통의 시간을 갖고 유대감과 결속력을 강화하는 가족친화 프로그램으로 올림픽유스호스텔이 2012년부터 시작한 대표 사업 중 하나다. 군 가족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일반가정을 대상으로도 운영돼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캠프 동안 아버지들은 자녀가 좋아하는 아이돌가수의 춤을 연습해 공연하기도 하고, 올림픽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둘만의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2박 3일간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소중함을 확인하게 되는 것.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철우 씨(해군 정비관)는 “나름대로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담임 이름이 무엇인지,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기본적인 것조차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캠프를 계기로 자녀에게 더욱 관심 갖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정한 군(도곡중 3)도 “아버지만큼 나 역시 부모님께 관심을 갖고 챙겨드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번 캠프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유스호스텔은 ‘패밀리가 떴다’ 이외에도 도서‧벽지 청소년 문화체험, 진로탐색 ‘미술관 속 사람들’, 자원봉사 리더양성 ‘청소년 나눔‧희망학교’, 글로벌 매너교육 ‘맛있는 테이블 매너’ 등 20여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청소년은 매년 2만26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행복한 토요스포츠클럽은 매주 토요일 사회 소외계층 초등생들이 스포츠를 배우고 경기를 관람하며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돼 인기가 높다. 하성수 올림픽유스호스텔 청소년팀장은 “대부분 전문 교육을 받은 멘토들이 지도하며 국가공인인증을 받은 프로그램도 많아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 팀장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수익금의 일부를 소외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며 “도서‧벽지 청소년, 다문화가정 자녀, 저소득 가정과 시설보호 아동을 위한 무료 초청 프로그램 등 공익사업 확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유스호스텔은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의 성과를 기념하고 대회 유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설립한 유스호스텔로 233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올림픽공원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문화예술, 생태, 국제교류, 진로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매년 국내‧외 청소년단체 및 수학여행단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밤낮 온도차가 심하다. 하루 같은 온도에도 체감온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아직도 덥다고 짧은 옷을 입는 이도 보인다. 어떤 이는 적당한 온도로 견딜 만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춥다고 교복 위에 덧옷을 입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덥다고 교실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이도 있고 공부하기 적당하다고 기쁘게 생활하고 있는 이도 있고 다른 이는 춥다고 옷을 덧입기도 한다. 심지어 난방기를 털기도 한다. 학교마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학교의 난방규정을 만들어 지키도록 애쓴다. 정말 천차만별의 학생들을 보면서 선생님들은 힘들어한다. 자기 몸도 가누기도 힘든데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의 통일된 난방규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생님들은 학교의 난방규정을 지키고 학교의 규칙을 지켜나가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더위를 타든지 추위를 타는 이는 이럴 때 조절해 나가면 된다. 무엇보다 전체의 정상적인 흐름을 위해 자신이 참아야 한다. 더위를 타는 이는 참는 연습을 하고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 몸을 조절해야 한다. 추위를 타는 이는 역시 참는 연습을 하고 밖에 드러나는 옷보다, 규정을 벗어나는 겉옷보다 보이지 않는 속옷을 여러 겹으로 입어서 체온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자꾸만 학교에 요구만 한다. 난방을 틀어 달라, 겉옷을 입게 해 달라, 학생들 감기 들면 어떻게 할 거냐? 이와 같은 요구들이 들어온다. 그렇게 하면 학교를 운영하기가 참 힘들어진다. 요구를 하기 전에 우리 애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학생들은 얇고도 따뜻한 속옷을 여러겹 입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보온도 잘 되어 남에게 나쁜 인상도 주지 않으면서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된다. 기숙사생활을 하는 학교는 더욱 힘들다. 밤낮의 온도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난방문제가 보통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의 기숙사 난방규정을 잘 지키면서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이는 따뜻한 속을 많이 준비해 놓고 겹겹이 입으며 이불도 가볍고 따뜻한 이불을 준비해서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몸이 약한 학생들은 무엇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고 추위를 이겨내는 강인한 체력도 길러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온도를 높여달라, 방바닥을 따뜻하게 해달라, 창문에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 커텐을 달아달라....등을 요구만 하면 학교 기숙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학생들보다 더 힘들게 생활하는 이가 있다. 그분들이 학생들을 지도하시는 사감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이다. 이런 선생님들도 추위를 이겨가며 견뎌내는데 젊은 애들이 이런 추위를 견뎌내지 못하면 안 된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이 보완되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잘 대처해 나간다. 선생님을 믿고 학교경영방침을 따라 추위를 잘 이겨내는 지혜로운 학생들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민선교육감들이 무분별하게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이들의 교육복지 포플리즘은 지방선거 공약으로 한꺼번에 온 나라가무상급식, 무상교육을 쏟아내었다. 특히 무상 급식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방선거에 이용하여 당선되었다. 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선별적 교육복지를 주장했지만 눈칫밥, 차별화, 낙인이론을 들추면서 모든 지역과 학생들에게 동시에 실시한폐해가 이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급기야는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경기도와 인천교육청도 누리과정 지원비를 줄이는 예산을 편성한다 예고하고 있다. 충격적이다. 무상급식이 채 몇 년도 못가파탄 지경에 이른 것이다.물론 무상급식 지운중단이 경상남도만은 아니다. 모든 시·도가 무상급식으로 인해 예산부족의 현상을 겪고 있다. 이미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내년도 누리과정의 보육예산 편성 거부를 발표한바도 있어 무상교육이 위기를 맞고있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진작 이런 사태를 예견 못했단 말인가?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탕발림의 무상 공약들을 무차별적으로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당선만 되면 그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태도는 정말 잘못된 행태다. 우리보다 몇 배나 잘 사는 수 많은 선진국도 무상급식을 하지 않은 이유를 꼼꼼이 살폈어야 했다.이젠 너무 일찍 삼페인을 터뜨렸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이 위기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지난 주 경기도교육청에선 초중고 교장선생님들에게 경기교육재정 설명회를 가진 적이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년도 경기도교육예산이 1조1천억이 부족하니 금년보다도 학교예산을 줄인다는것이다. 예산부족의 원인은 과다한 국책사업과 누리과정 예산 때문으로 돌리고,도교육청의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학부모 사업에 대해선무책임한 태도에많은 교장선생님들이 불만을 터드렸다. 사실 교육재정은 재입세출의 원리로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을 잘 쓰면 되는 것이다.이번 교육재정의 부족 문제는민선교육감 시대가 겪는 공통된 일이며 그 원인은 특정사업에 무분별하고 과다한 예산투입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관선 교육감 시대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현상은 찾아볼 수없는 일이다. 바로 민선교육감들의 과도한 선심성 교육정책이 빗어낸 결과가 보다 풍요로운 교육이 아니라 궁핍한 교육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 폐해가 이렇다면 민신교육감 시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는가. 무상교육은 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경비 부담을 일절 가하지 않고 무료로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재정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음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면 민선교육감들의 선심성 교육정책과 무상교육 공약은 우려할 수준을 이미 넘었다. 학생교육이 중심이면 모든 교육예산은 학생교육에 집중되어야 한다. 먼저 시도교육청의 홍보성, 행사성 예산부터 과감히 줄여야 하고 교육행정 조직도 대폭축소하여 절감한 예산을 학교현장에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지향적인 교육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아울러 헌법 제31조에 규정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금 우리 교육은 정치에 예속화라 할 만큼 중림성이 훼손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국정감사를 비롯한 시의원, 도의원의 행정감사 자료가 도를 넘을 정도로 학교를 힘들게 하고 있다. 학교교육이 이들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조용한 교육을 희망하는 것이다.
지역교육지원청 과장으로 근무하다 보니 교육청 각종 회의나 모임에서 인사말씀을 할 기회가 자주 생긴다. 맨 처음엔 긴장도 되고 준비도 하니 재미가 있었다. 듣는 사람도 귀 기울여 들으니 말하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말하기와 듣기는 이렇게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인사말씀도 한 두 번이지, 대상은 같은데 자주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지니 밑천이 동난다. 이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새로움도 사라졌다. 주위집중도도 낮아진 게 사실이다.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한 두 달 사이에 서로가 친숙하다고 여겨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때는 화제를 바꾸어야 한다. 교감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교직선배로서 인생선배로서 삶의 지침이 되는 5적(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른바, 긍정적인 생각,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 자율적인 통제 능력, 창의적인 업무추진력 등을 이야기하니 청중의 시선이 다시 집중이 된다. 얼마 전에는 학업중단 예방을 위한 학생, 교사들과의 힐링 캠프가 있었다. 담당실장이 출발한 버스에서 소개를 하면서 간단한 인사말을 하란다. 예고 없는 무대다. 이런 땐 머리 회전 속도가 빨라야 한다. 마이크 잡으면서 마치 준비된 사람처럼 능숙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 무슨 말을 했을까? 오늘 하루 동안 학교와 목적지를 오고 가면서, 현지에서 치유활동을 하면서 학생과 선생님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였으면 한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흉허물 없이 털어놓으면 가슴이 후련하다. 다만 사전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세상번뇌와 학교 일, 공부 모두 다 잊고 마음 치유에 푹 빠졌으면 한다. 필자의 예를 든다. 두 학교에서 교장하고, 교육청 과장을 하면 행복하고 아무 걱정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마음의 상처가 많이 있다. 이 상처 누가 치료해 주지 않는다. 내 스스로 치유하려고 애써야 한다. 마음 공부와 마음 다스리기를 해야 한다. 학생상담자원봉사자들 월례회의에서는 상담교사 자격연수 때 배운 것을 떠올린다. 상담하려는 학생들은 지금의 자기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려는 학생들이라고. 대개 상담실 들락거리면 문제학생으로 본다. 과거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상담 받으려면 일정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세상이다. 어느 때는 인사말씀을 생략하기도 한다. “오늘은 지난 번에 인사 드렸기 때문에 말씀은 생략합니다. 과장의 서론 생략하고 담당 장학사님은 오늘 회의의 본론으로 들어가 주기 바랍니다.” 회의는 짧은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훈화 말씀은 지루한 것인가? 참석한 몇 분은 박수를 친다. 필자는 명색이 국어 교사 출신이다. 교장 첫발령을 받아 취임식에서의 부임인사 걱정을 하고 있었더니 교직선배 한 분이 충고를 한다. “국어 선생님 출신이 무슨 말하기 걱정을 다 해?” 국어교사라고 말하기에 모두 능숙한 것은 아니다. 말하기는 순발력도 필요하지만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과 상황에 맞는 말하기가 필요하다. 모임 성격을 올바르게 파악해 핵심을 짚어야 하고 방향안내와 제시가 정확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용에 정통해야 한다. 말하기의 처음과 중간, 끝을 미리 구상해야 한다. 자신이 없는 사람은 메모를 활용해도 좋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자기 것으로 소화시켜 청중을 보고 하는 자연스런 말하기가 좋다.
교육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 우리 나라의 장래를 예측하려면 지금 학교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나를 잘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도 장래를 알려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나를 잘 살핀다면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의 모든 관심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하여 고등학교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모두가 다르다. 이에 학교의 현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모 신문사가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 160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교평가 결과 자료를 공표하였다. 한마디로 공립고 부진 현상이 심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공립고는 사립고에 비해 교사 인사이동이 잦고 학교 운영 제약도 많다. 이에 비하여 사립고는 대학입시를 전담하는 입시전담 교사가 10년 이상 꾸준히 노하우를 쌓아가며 학생들을 관리하고 지도하지만, 공립고 교사들은 학교에 익숙해질 만하면 다른 지역, 다른 학교로 떠난다. 이런 탓에 학생과 학부모 선호도 조사에서도 공립고는 사립고에 뒤처지고 있다. 이같은 공립고 후퇴 현상 속에서도 일부 공립고는 사립고를 제치고 순위가 올랐다. 1년 사이 대학진학과 학력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거나, 교육환경을 눈에 띄게 개선한 곳도 있었다. 여러 나쁜 조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공립고들의 성공 열쇠는 ‘동아리’와 ‘교사의 열정’이었다. 동아리 활동은 교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활동하는 배움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설득하는 교사의 열정이라 할 수 있다. 경남 일반고 가운데 지난해 19위에서 올해 7위로 뛰어오른 밀양고는 동아리 활동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학생들이 모여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하는 차원을 넘어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되도록 범위를 넓히고 학생들이 활동하도록 지원했다. 이 학교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동아리 ‘블루밴더’는 교육부가 선정한 최우수동아리에 뽑혀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학생들이 직접 학교폭력 예방 동영상을 만들고 교사들과 함께 시내에 나가 홍보 활동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경험과 기록은 학생들의 대학입시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경북 영주여고 역시 동아리 활동을 키우면서 학교 순위가 31위에서 9위로 뛰었다. 영주여고 교장은 “동아리 활동 기록은 학생들이 수시 지원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며 “학생부 전형도 교내 스펙을 강조하고 교내 활동을 대학이 중점적으로 본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영주여고의 동아리는 단순한 학생 자치 활동이 아니라 연구 스터디 그룹 형태로 운영된다. 수학동아리 학생들은 세계 수학대회에 참가해 수상을 하기도 했다. 충남 홍성고는 교내 동아리만 140개가 넘는다. 각 동아리에서 특색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 이를 대입 포트폴리오로 준비하는 식이다. 김선완 홍성고 교감은 “우리 학교는 농어촌 지역에 있지만 농어촌 전형 이외에 입학사정관제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는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충남 지역 9위였던 홍성고는 2위로 올랐다. 지난해 경기 지역 일반고 중 12위였던 서현고는 올해 3위로 뛰어올랐다. 서현고는 신입생이 입학하기 전부터 교사가 달라붙어 대입까지 지도하는 일명 ‘V3’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V3는 비전 아카데미, 비전 컨설팅, 비저너 프로그램을 총칭하는 말이다. 입학 전에는 공부의 목표를 설정해주고, 입학 뒤에는 교사의 컨설팅을 통해 학생의 진학을 꾸준히 관리한다. 질 높은 방과후 학습도 교사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서현고 방과후 수업은 입시전문 학원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원처럼 교사가 자기 이름을 내걸고 수업을 개설하면, 학생들이 그중 원하는 강좌를 선택한다. 때로는 인기 없는 수업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되기도 한다. 허왕봉 서현고 교장은 “폐강은 교사 개인적으로도 명예 실추이고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수업의 질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광주고도 교장과 교사들이 합심해 학생 맞춤형 수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22위에서 올해 5위로 뛰어올랐다.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천차만별이고 필요한 부분도 다양한데 수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 것이다. 광주고는 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기초실력 향상반을 만들고, 중위권 학생들을 위해서는 등급 향상반을 만들었다. 수업 난이도가 세분되고 추가 수업도 생기면서 교사들의 부담은 늘었지만 결국 이를 감내한 결과 학교 경쟁력은 눈부시게 좋아졌다. 또, 지난해 울산 지역 7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선 울산 방어진고는 수준별 선택수업과 심화수업을 다양하게 개설한 것이 순위 상승의 비결로 꼽혔다. 방어진고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소수정예 심화반을 열어 학생들이 시내 학원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학교가 살아나려면 그 중심에 교사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 열정은 어떻게 나오는가.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지금 나라의 일반고 문제는 학생의 질을 탓하기에 앞서 교사의 자발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인사 원칙 등 사립고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해 내지 못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학교의 존립이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공적연금 개악 결사반대한다! 공무원연금 개악 말고, 국민연금 개선하라!” 대회가 시작되자 백여 개의 깃발을 중심으로 거대한 함성이 들렸다. 이어진 공투본 대표자들의 당찬 결의, 여의도를 뒤덮은 우리들의 구호! 이 날 참가자들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여의도문화마당을 가득 채우고, 주변도로까지 점거했으니 그 분노를 가히 알 만하다. 우리나라 100만 교원‧공무원이 여의도문화마당에 결집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만큼 그동안 참아왔던 정부에 대한 실망이 극에 달한 것이다. 연금 하나 바라보고 묵묵히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우리 교원과 공무원의 목소리가 꽉 막힌 정부와 여당의 귓속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낮은 보수에 대한 후불임금, 권리제한에 대한 보상, 후생복지 기능까지 포함해 1960년에 도입됐다. 공무원의 사용자인 정부가 재정악화를 핑계로 약속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정부와 여론은 마치 지금까지 공무원들이 일반 국민들에 비해 부당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공무원은 현재 연금 불입기간이 일반 회사원의 최대 2배에 이르고 퇴직금도 민간기업의 40% 수준이므로 한 달 연금액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공적연금 개혁만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언론을 호도하여 국민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과 국민을 불신하게끔 하여 갈등 국면으로 내모는 것은 대국민 사기에 가까운 작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은 전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노후보장이다. 그리고 공적연금의 재정안정화는 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함은 당연하지 않는가. 공무원연금 축소를 통한 공적연금 하향평준화가 아닌 기초연금보완, 국민연금 취약계층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정부가 할 일이다. 뉴스에서는 1일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 했다. 하지만 행사 시간 내내 날은 맑고 투명했다. 교원과 공무원들이 당사자의 권익 문제를 정부와 공식적으로 협의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염원에 대해 하늘도 공감하고 있다는 듯 말이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을 위한 ‘교육공무원임용령’을 의결했다.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도입하고자 하는 취지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그 출발점이 교육계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장경제 차원에서 접근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년단축을 통해 ‘내보내기 위한’ 명분이 시장경제 논리였는데, 이제 이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쓰고 있다. 혼란스러웠던 과거가 재연될 조짐이다. 시간선택제 교사 고용으로 일시적 지표는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궁극적으로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간제선택제 교사는 말 그대로 시간을 선택해서 수업 중심으로 근무하는 교사다. 그러나 요즘의 학교는 수업뿐만 아니라 인성교육, 진로교육, 상담 활동 등 다양한 교육활동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수업 4시간을 선택해 근무하는 교사가 학교의 전반적인 교육활동에서 책무성을 다하기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위한 본연의 업무보다 학생 교육과 무관한 공문서 남발로 인한 업무 과중이 심하다. 시간선택제 교사가 과연 이러한 업무들을 충실히 할 수 있을까. 시간선택제 교사가 도입된다면 이들의 몫까지 일반교사들에게 더 전가될 것이 분명하다. 학교조직 문화 형성에 심각한 갈등이 초래될 뿐더러 학습의 질 저하까지 우려된다. 정부는 수업만 잘 하면 학교교육이 잘 이뤄질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수업의 질과 교육의 질은 다르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가 하는 모든 말과 행위는 곧 교육과정이다. 그래서 교사를 움직이는 교육과정이라고도 한다. 수업 중심의 시간선택제 교사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학부모,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서 학생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책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다수 교사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연금으로 어수선한 교직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트라우마(trauma)는 전문용어다. 그런데 요즘은 일상어가 돼 버렸다. 별 좋은 현상은 아니지 싶다. 트라우마란 재해를 당한 뒤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으로서 외상(外傷)과 관계없이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요즘 잘 쓰이는 용어가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이다. 여기에도 트라우마란 단어가 사용된다. 그런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상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도 있다. 살을 에는 강풍이 휘몰아치는 해발 2000m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에 자생하는 나무가 있다. 이른 바 ‘깃발나무’다. 고지대에 부는 거센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한쪽으로 쏠려 있어 깃발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깃발나무는 그 어떤 나무보다 재질이 좋아 멋진 소리를 내는 현악기의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무척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깃발나무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극복하고서 외상후 성장을 택한 경우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큰 재해와 장애를 입은 후에 좌절해 쓰러져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시련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누구는 시련 때문에 주저앉고, 누구는 시련을 활주로로 삼아 오히려 비상할까. 그것은 개인의 ‘회복 탄력성’에 따라 달라진다. 회복 탄력성이란 물리학에서는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탄성을 뜻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시련을 이겨내고 더 단단해지는 긍정적 힘을 의미한다. 전북대 강혜정 교수는 ‘비행청소년의 비행 촉발요인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청소년이 비행을 저지르는 위험 요인 중 가족 요인으로는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 혹은 가출’이 41.2%로 압도적인 반면, ‘친부나 친모의 사망’(8%)이나 ‘생계를 책임지는 보호자가 없는 경우’(2.9%)는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하면, 부모가 없어서 문제가 되기보다는 부모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뜻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부모의 부재는 깃발을 힘차게 나부끼게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회복 탄력성만 있다면 오히려 고난이 유익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는 그 깃발나무를 말라죽게 해버린다는 뜻이다. 저 유명한 성 프란시스는 이렇게 충고했습다. "길을 가다 거지가 당신에게 돈을 달라 하면 아무 소리 말고 그냥 주십시오. 그는 지금 당신의 것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을 달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것을 그 거지가 갖지 못했으니 그가 소유해야 할 몫의 일부를 우리가 움켜쥐고 있다는 자각을 갖자는 뜻인 듯하다. 마찬가지 원리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문제 가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학생이 선생님께 불손하게 대하면, 너그럽게 받아주십시오. 그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아이들이 자신의 충동적이고 모순된 감정을 품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이 세상을 살 가치가 있다고 느껴서 뿌리를 더 튼튼히 내리지 않을까. 그래야 그 아이들이 회복 탄력성을 갖게 되지 않을까. 그래야 그 아이들이 해발 2000m 고지에서 부는 칼바람을 이겨내고 힘차게 펄럭이는 나무처럼 자라나지 않겠는가.
전국의 교육감들이 201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에서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누리사업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교육디폴트’를 선언했다. 교육디폴트란 교육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행위로 누리사업에 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교육감들, ‘교육디폴트’ 선언 누리사업은 취학 전 아이들을 국가의 지원에 의해 가르치는 교육 사업으로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지원했다. 이렇게 지원하던 사업이 2012년부터 교육부로 이관해 교육감이 예산을 지원하도록 했으며 2012년은 만 5세, 2013년은 만 4∼5세, 2014년은 만 3∼5세로 확대하면서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던 누리사업비를 교육청이 부담해왔다. 누리사업이 확대되면서 증가되는 재원을 교육청이 부담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누리사업을 확대하면서 매년 2~3조원의 추가 재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국내 경기의 악화로 세수가 줄어 2015년에는 교육청 예산이 1조4000억원 감액됐다. 재원이 증액되어야만 가능한 사업이 재정이 줄어들면서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 부족한 재원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액되는 누리사업을 감당하기 어려워 교육감들은 국가의 지원 없이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항거하고 있다. 교육감은 누리사업이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국가가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하고, 재정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누리사업은 교육감의 관할 사항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해결해야 하며, 별도의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누리과정은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육감이 지원해야 할 사업이다. 누리사업 중 유치원은 교육감이 지원하고, 어린이집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소아적 견해에서 벗어나 우리 지역의 아이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와줘야 할 사명이 교육감에게 있다. 교육감이 이런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예산은 교육청에서 지원하고, 관리는 보건복지부에서 하는 이원적 체제를 교육청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선심성, 낭비적 예산 절감해야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재원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원확보는 국가의 경제활동과 관련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임의적으로 조정하거나 바꿀 수 없다. 살림이 어려울 때는 모두가 다 함께 허리띠를 동여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제가 어렵고 살림이 힘들 때에는 모두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하여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교육청은 선심성 예산, 낭비적 예산을 줄여야 하고,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국고보조금을 등을 활용하여 교육청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유·초·중등 교육의 문제는 교육감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는 추가적인 지원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극단적 자세나 적대적인 사고는 우리 교육을 멍들게 하는 요인이다. 교육은 국가와 지방이 따로 없고, 건전하고 바람직한 시민을 육성해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마련하는 국가와 지방의 공동과제이다.
폐교 직전까지 간 시골 학교 원동중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폐교를 막을 방책으로 만든 야구부가 창단 3년이 채 못 돼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우연’ ‘기적’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원동중은 이듬해에도 다시 한번 전국대회를 재패하며 실력을 입증해보였다. 명문 야구팀에 들어가지 못해 모인 학생들이 전국 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들로 성장했다. 그 이유는 선수들의 열정, 격려하는 조직문화, 차별화된 원칙 등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원동중은 서울에서 35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높고 빽빽한 건물 대신 평평한 논과 밭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광경이 계속됐다. 울퉁불퉁한 작은 길을 몇 차례나 지났을까. 서서히 학교 운동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부터 내린 비 때문에 질퍽거리는 운동장 구석에는 태풍으로 무너진 비닐하우스가 초췌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 대통령기 전국 중학 야구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한 경남 양산시 ‘원동중’의 첫인상이었다. 원동중은 야구계에서 유명한 학교다. 전교생 50명의 작은 시골 학교에서 야구부를 창단한 지 3년도 안 돼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승 때는 ‘깜짝 우연’ ‘뜻밖의 행운’이라는 평가절하도 있었지만 올해 또다시 우승을 차지하면서 실력을 입증해보였다. 아무도 주시하지 않던 신생 야구부의 놀라운 성과는 학생들을 변화시켰고, 학교를 폐교 위기에서 구했고,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람들은 원동중 이야기를 ‘꼴찌들의 기적’이라 부르기도 한다. 2010년 원동중의 전체 학생 수는 31명이었다. 다음 해 3학년들이 졸업하면 신입생을 받아도 25명. 문제는 2012년이었다. 졸업생을 배출하면 학생 수가 19명으로 줄어드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원동중은 폐교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도교육청의 통폐합안에 따르면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는 통폐합 유도, 20명 이하는 즉각적인 통폐합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양산야구협회에서 야구부 창단을 제안했다. 2010년 전국 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양산시에서는 야구 인재 육성을 위해 골몰했는데 양산시의 다른 중학교가 모두 거부해 마지막으로 학생 수가 가장 적은 원동중에도 그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다른 학교에서는 ‘운동부가 생기면 면학 분위기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많아 야구부 창단이 어려웠다. 하지만 원동중은 달랐다. 최윤현 체육부장 교사는 야구부원 신규 유입을 통해 학교를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양산시야구협회로부터 야구부 창단 제의를 들었을 때 온 몸이 전기를 맞은 것처럼 찌릿했다”고 회상했다. 가장 먼저 학부모를 대상으로 야구부 창단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행스럽게도 야구부 창단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이 98%가 나왔다. 하지만 폐교 위기에 몰릴 정도로 작은 시골 학교에서 야구부를 창단한다는 것에 대한 주변의 우려에 맞서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 시교육청과 도교육청은 허가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야구부를 운영하려면 계속해서 예산이 들어가는데 원동중처럼 작은 학교에서 운동부를 지속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주만 교장과 최 교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관계기관을 찾아가 담당자를 설득했다. 거절당해도 계속해서 교육청의 문을 두드렸다. 원동중이 왜 야구부를 창단해야 하는지, 선수모집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운영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매일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찾았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에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과 양산시야구협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원동중의 사정을 안 허 해설위원과 양산시야구협회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지역 주민도 성원했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언제부턴가 고요해진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지역 주민과 학교, 학부모가 힘을 합해 관계기관을 설득했고 결국 원동중은 야구부 창단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2010년 31명이던 학생 수는 야구부 창단으로 2011년 39명이 됐다. 2012년에는 46명, 지난해에는 60명이었다. 원래대로라면 20명 미만 학교로 폐교 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학생 수가 늘면서 원동중은 폐교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한적하고 고요하기만 하던 동네에도 활기가 돌았다. 그런 의미에서 야구부 창단은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축제였다. 그동안 젊은이들이 떠나고 고령화되던 동네에 어린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마을에도 활기가 돌았다. 어르신들과 마을 주민들은 꽹과리를 치고 피리를 불며 원동중 야구부 창단을 축하했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원동중 출신이었기에 애정이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시는 문양수 교장선생님은 재일 한국교육원 원장 파견시 나와 인연을 맺었다. 함께 파견되어 함께 귀국하는 등 삶의 궤적을 같이 한 분이시다. 운영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이를 잘 헤쳐나갈 지도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갈등들이 분출되고 있다. 이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많은 비용이 들고, 또, 이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이 상처는 곧 불행으로 연결된다. 요즘 가정에서도 갈등이 심해져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가정폭력이다. 흔히 안식처라고 생각하고 싶은 가정에서 끔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세상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세상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폭력 말이다. 얼마 전 고교 3학년 우등생이 ‘전국 1등’을 강요하는 엄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반 년 넘게 방치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공부를 더 잘해야 한다며 잠을 재우지 않고 공부를 강요했으며, 성적이 떨어지면 밥을 주지 않거나 채벌도 서슴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학대를 받으며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하다가 ‘부모 살해’라는 끔찍한 결말을 맺게 된 것이다. 이처럼 분노를 마음속에 쌓아놓았다가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을 때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주위에서는 “말 없이 착하고 조용한 아이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하면서 의아해 한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착한 아이’가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부모는 흔히 자녀가 말 잘 듣고 말썽 안 피우고 반항하지 않는 ‘착한 아이’이기를 바란다.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전에 스스로 알아서 교과서를 펴고, 부모가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는 그런 아이를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착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더 아이의 내면을 살피고 아이가 불안감에 쌓여 있는 것은 아닌지 눈여겨 봐야 한다. 모범생인 척 연기하는 ‘착한 아이’는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힘이 부치도록 착한 행동을 할 뿐이다.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자기주장도 못하면서 마음속에 분노를 꾹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아이가 반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에 대한 신뢰가 없으므로 부모의 눈치를 보고 마음은 항상 불안하고 외롭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야무지고 성실하게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은 늘 궁지에 몰린 것처럼 초조하다. 무척 열심히 해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도 마음먹은 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밝은 모습인 척 꾸미고, 마음속에 증오심을 품고 있으면서도 좋은 사람인 척 연기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사는 게 즐겁지 않고 하루하루가 괴롭다.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으로 내면의 공허와 외로움을 메우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성장기 환경은 중요한데 사람들의 적절한 관심과 사랑이 요구된다. 11월은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다. 이같은 시험을 앞두고 많은 학생들이 성적문제로 고민에 빠진다. 절망하고, 분노하면서 하루를 힘겹게 사는 자녀도 있을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는 부모의 눈이 필요하다. 또 선생님의 관심이 필요하다. 공부가 전부가 아닌데 모든 아이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희망을 붙들도록 안내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어떤 사람은 과학자로, 교사로, 운동 선수로, 그리고 가수, 무용수로 살아갈 수 있는데 오직 공부만 하도록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달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달이다. 중요하고 큰 시험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평가 받는 날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시험을 통해서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도 수험생들은 잠을 줄이고 쉬는 시간을 아껴 가며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앞으로 며칠 동안은 공부를 더 하는 것보다 몸과 뇌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깊고 충분한 잠이다. 잠을 충분히 잔 경우와 4시간만 잔 경우에 대해 기억력 테스트를 하면서 뇌영상검사로 뇌가 주로 활동하는 영역을 본 연구가 있다. 잠을 적게 자면, 테스트를 하는 동안 뇌를 깨어 있도록 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 정작 기억하는 과정에는 집중하지 못해 테스트 성적이 떨어졌다. 따라서 시험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알고 있는 것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험 전날 밤에만 깊고 충분히 자면 될까? 잠이라는 것이 마음을 먹는다고 하루 만에 달라지지 않는다. 또 그동안 잠을 줄여서 공부했다면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적어도 2주 전부터는 하루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야간에 적게 자고 낮잠으로 보충하는 습관이 있다면, 낮잠을 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낮잠을 자던 시각을 뇌가 기억하고 있고, 시험 당일에는 그 시간에 깨어 문제를 풀고 있더라도 뇌는 자려고 하기 때문에 자연히 뇌기능은 떨어진다. 뇌가 최상의 상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각성 뒤에 적어도 2시간은 걸린다. 그러므로 시험 시작 2시간 전에는 기상해야 한다.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라면 기상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기상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데 적어도 1주일은 걸린다. 또,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난 뒤 뇌를 완전히 깨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침에 밝은 빛에 노출되면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급감하면서 뇌가 깬다. 또 기상 후에 당분이 많은 아침식사를 하면 혈당이 상승하면서 뇌가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아침을 제대로 먹는 것이 낮 동안 뇌 기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공부를 하는 시간 확보를 위해 카페인 음료를 마신 습관이 있었다면 시험 1~2주 전부터는 뇌를 자극하는 카페인 함유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당장은 뇌를 자극해서 깨어 있는 것을 쉽게 해 주고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나중에 쓸 뇌 자원을 끌어다가 쓰게 하고 뇌를 지치게 만든다. 공부하는 데 에너지를 다 쓰고 정작 시험은 지친 뇌로 치르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몸이 건강해야 뇌도 건강해진다. 유산소 운동은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뇌 활동에 필요한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시험 준비로 바쁘겠지만 하루 1시간 내외로 수영, 달리기, 빠르게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시험을 앞두고는 지나치게 긴장하면 뇌가 피곤해 진다. 평상시 습관을 시험 당일에도 유지하기 위한 마음 가짐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에 대한 말을 많이 듣고 자라나는 요즘 아이들이 큰 나무를 보기 원하지만, 돌이켜 보건대 지금껏 우리는 세분화에 몰입해 나무의 가지만을 보도록 가르쳐왔다. 분업화, 자동화가 곧 산업 발달의 척도였고, 분석적 이해야말로 학문 분야에서 인정받는 일이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시대에는 분석이나 분해보다 통합이나 통찰이 더 중요한 능력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질적으로 보이던 것을 합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창의라 하면서 미래 사회를 대비하여 개인이 갖추어야 하는 주요 역량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이를 창의·융합형 인재라고 부른다. 창의·융합형 인재 길러내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미래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창의·융합이라면, 우리 교육이 그러한 역량을 우리 아이들에게 길러주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의무이다. 교육을 통해 창의·융합적 역량을 효과적으로 길러줄 수 있는 길을 찾아내기 위해 내가 근무하는 부서에서는 밤낮 연구 인력들이 지혜를 모으고 있다. 그 지혜를 살찌우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기도 한다.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문·이과 칸막이 없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인문사회,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여러 방안을 고민하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신설하게 되었다. ‘통합사회’는 초·중학교 사회 교과의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사회 과목인 지리, 일반사회, 윤리, 역사의 기본적인 내용을 주제 중심으로 통합하여 구성하는 과목이다. 그 동안의 교육이 압축된 지식을 전수하는 데에 무게를 두어왔다면, 이 과목은 토의와 토론, 프로젝트 학습, 탐구 학습 등을 통하여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될 것이다. 학습하는 내용도 사회 현상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목표로 할 뿐 아니라 학습하는 과정도 상호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다. 학습자는 자신의 삶과 학습 내용 사이의 맥락을 이어봄으로써 의미 있는 학습을 해나갈 것이다. ‘통합과학’도 초·중학교 과학 교과의 기본 개념과 탐구 방법을 바탕으로 한다. 현행 고등학교 과학 교과에서 배우는 내용과 난이도에 비해 약 30%의 수준으로 내용을 다시 엮어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학습하도록 할 생각이다. 단원을 주제 단위로 구성할 계획인데, 다루는 주제도 ‘자연 현상과 인간의 관계’라든가 ‘과학기술의 발달과 미래 생활의 예측’처럼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으로 삼을 생각이다. 이 과목은 교수학습 방법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동료끼리 협력하여 다양한 교과 내용을 연관지어 탐구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학교 밖 현장 체험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교육을 거름삼아 아이들은 합리적인 판단과 윤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대입제도 방향 제시할 것”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대체적인 성격은 설정했으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내년까지 이 교과목들을 충실하게 채울 내용과 방법을 마련하여 각론으로 내놓아야 하고, 학교현장의 교사들이 쉽게 읽으면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설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교육과정 및 교육과정 해설서에 따라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교과서를 개발해 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입제도 개선 정책 연구’를 통해 이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전인 2017년에 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수능 등 대입제도의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과도하게 어려운 수능은 지양하고 학생들이 시험과목만 공부하여 고등학교 교육이 부실화된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입제도에 대해 학부모, 전문가, 현장 교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종합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에도 능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다음 세대에게 길러주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이에 필요한 능력과 태도를 길러주려면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하고, 그 교육과정을 학교현장에서 실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교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공통과목에 대한 궁금증 (Q A)[PART VIEW] ?? 『공통과목』은 무엇인가요? ○『공통과목』은 모든 학생들이 고등학교 단계에서 배워야 할 필수적인 내용으로 구성하여 학생들의 기초 소양 함양과 기초 학력을 보장하는 과목입니다. -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를 『공통과목』(8단위, 한국사 6단위)으로 신설하며, 사회와 과학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개발합니다. ??『통합사회』의 성격 및 과목 구성방안 ○ 통합사회는 초·중학교 사회의 기본 개념과 탐구방법을 바탕으로 지리, 일반사회, 윤리, 역사의 기본적 내용을 대주제 중심의 통합적 구성을 통해 사회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과목입니다. - 특히, 복잡하고 급변하는 사회 현상에 대한 종합적 이해 그동안 다양한 사회 과목을 수능 시험 위주로 선택 이수함으로써 지식 편식과 인문, 사회적 소양 부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됨 와 사회적 갈등 해결 능력 등을 함양하기 위해 토의?토론학습, 프로젝트 학습, 탐구 학습 등 다양한 체험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 『통합사회』는 사회 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주제 인간?사회?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행복한 삶의 의미, 자연환경과 인간 삶의 관계, 정의와 사회 불평등, 시장 경제와 인간의 삶, 세계화와 인간 생활, 국제 분쟁과 평화, 미래와 지속 가능한 삶 등 를 선정하여 사회 현상의 특징, 사회 문제의 발생 원인과 해결 방안,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 사회적 갈등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 『통합과학』의 성격 및 과목 구성방안 ○ 통합과학은 초·중학교 과학의 기본 개념과 탐구방법을 바탕으로 현행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30% 정도의 내용과 난이도로 재구조화하여 자연 현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과목이다. - 이를 기반으로 자연 현상과 인간의 관계, 과학기술의 발달과 미래 생활 예측과 적응, 사회문제에 대한 합리적 판단 능력 등 미래 사회에 필요한 과학적 소양 함양을 목표로 한다. ○ 과목 구성방안은 아래와 같다. - 자연 현상과 관련된 통합 개념 이해와 미래 사회 대비 핵심역량 창의적·합리적 문제해결력, 통합적·창의적 사고력, 비판성/개방성/정직성/객관성/협동성, 의사소통능력 을 반영한 대주제(Big Idea) 에너지와 환경, 신소재와 광물자원, 우주, 태양계와 지구, 생명의 진화, 인류의 건강과 과학기술 등 중심의 융합형으로 개발한다. - 여러 분야 기초 개념의 융합과 동료 간 탐구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 및 역량 습득이 가능한 대주제 학습 현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융합?복합적 주제(에너지, 물질, 생명, 우주 등)의 수준을 적정화하여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등 다양한 교과와 관련지어 이해함으로써 통합적 사고가 가능하도록 함 , 학교 밖 현장 체험을 통한 실생활 학습 이론적 기초 지식들을 학습자의 선행 경험과 친근한 상황 속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연계시킴 , 전통적인 과학-기술-사회 연계 STS 학습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 및 합리적 가치 판단력을 지닌 민주 시민으로 육성함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프로필_ 남부호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복고등학교, 개포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국제협력관실, 공보관실 교육부 연구사, 초·중등교육과, 편수과, 교육과정과 연구관을 거쳐 서울공업고등학교 교감, 자유학기제 담당장학관을 역임했다. 현재 교육과정정책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 9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육성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안을 발표하였다. 제시된 교육과정안 가운데 학교현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은 안전교과 신설과 SW 기초 소양 교육 실시이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안전교육과 SW 기초 소양 교육은 다음과 같다. ○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실시 - 초등학교1~2학년에 ‘안전생활’ 교과를 신설(68시간)하고, - 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까지 관련 교과에 ‘안전’ 단원을 신설 ○ 창조경제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사고력 및 문제해결 능력 증진을 위해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해결 능력을 함양하는 소프트웨어(SW) 교육 실시 - 초등학교는 실과교과의 ICT 활용 중심의 정보 관련 내용을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 교육으로 확대 개편 - 중학교는 선택교과의 ‘정보’를 소프트웨어 내용 중심으로 개편하고, ‘과학/기술·가정/정보’ 교과군에 필수과목으로 포함 - 고등학교는 심화선택 ‘정보’과목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내용 개편하고, 일반선택 과목으로 전환 안전교육: 새로움 강조보다는 내실 있는 보완으로 사회적 요구는 교육과정 편성에 있어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증폭된’ 안전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학교교육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생존’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안전은 자유권, 사회권, 행복추구권에 전제되어야 할 기본 권리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학생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교육이 복지적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안전’이라는 기본 권리는 필수적인 교육 내용으로 다루어질 충분한 내재적 가치 또한 지닌다. 즉 안전 교육은 학교교육의 교육 내용으로서 당위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 내용으로서 정당성을 갖는다는 것이 곧 교육의 실효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취지로 도입된 혁신적 교육 내용들이 실행에 있어 그 본의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강조와 일방적인 시행 강요로 인해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했던 경험들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안전교육 역시 실행 방향과 구체적인 적용 방법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판단과 논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교육의 내재적인 측면에서 ‘안전’이 교과로서 편성되는 것이 타당한가의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PART VIEW]교과를 인류의 지적 전통의 유산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교과는 교과만의 특수한 지식의 구조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즉 지식의 내용과 특성 측면에서 교육과정에 편성된 타 교과와 구별되는 고유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교육과정이 제시한 안은 이점을 명확히 규명하고 있지 않다. 단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독립 교과로, 그 외의 과정에서는 타 교과의 교육 내용 안에 편성되어 있다는 점에서부터 안전교육의 정체성은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융합교육을 강조하는 차기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맞춰 각 교과에 분절적으로 편성돼 있는 안전교육 내용을 융합해 지도해야 한다면 안전교육은 교과로 간주하기보다는 범교과 교육으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 안전이 갖는 교육적 가치는 여타의 가치들(예를 들어 용기, 정직, 소통, 사랑 등)과 같은 수준에서 교육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이 모든 면에서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하는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68시간의 시수를 배정하는 것은 교육적 가치 배정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68시간 배정에 따라 추가되는 교과 시수의 확보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과 같이 시수가 증가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저학년의 교육시간을 늘리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 또한 제기된다. 우리나라 교육 여건에 대한 현실적 고려 없이 외국의 사례만 가지고 수업 시수를 무조건 증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교육의 실천적 측면에서도 고려할 사항은 있다. 안전에 대한 원론적이고 공통된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제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관련 교과 모두에서 단원으로 편성하여 다루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이라 판단된다. 교육 내용의 중복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안전의 교육 내용이 분절적으로 다루어 질 수 있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은 사고 혹은 위협과 대비되는 일상과 상존하는 개념이다. 언제 어디서든 안전사고는 발생할 수 있으며 교육의 모든 맥락 속에 안전 문제는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안전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각 교육 상황과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각 교과에 안전 관련 단원을 편성하여 지도하는 것보다는 수업, 생활지도 등 다양한 상황에 적합한 형태로 안전 관련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지도하는 수준에서 교육과정 문서상의 지침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세부 매뉴얼을 보급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습관화 위해 생활 속에서 지속적 지도 필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제시한 안전교육 강화는 새로움이 주는 혁신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 안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겠으나 교육 내적으로는 교과라는 지위 부여의 문제, 실천적인 측면에서는 인위적인 단원 구성에 따른 맥락과의 분절 문제, 내용 중복 등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안전에 대한 보편적이고 원론적인 내용들은 교과 간 통합을 통해 범교과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각 교과의 세부 교육 상황 그리고 생활 전반에서 지속적이고 자연스럽게 교육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학교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관점에서 안전교육이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체육 수업이나 과학 수업, 실과 수업, 학교 행사, 체험 학습 및 수학·수련활동, 평소 생활지도까지 각종 수업과 교육 행사 등에서 안전지도는 당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보다 보편적인 안전 관련 지식과 원리 등은 체육 교과의 건강 활동 영역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학교현장에서 안전교육은 이미 교과, 범교과, 생활지도를 아우르며 지속적으로, 맥락적 상황을 반영하여 이루어져 왔던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안전 교육의 방향과 방법들이 안전의 습관화 그리고 교과의 특성, 교육의 효율성 측면에서 크게 문제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각종 안전사고들은 학교의 안전교육에 대한 부족함이 원인이었다기보다는 부실했던 사회 전반의 안전 관리 시스템의 문제에 기인한다. 따라서 안전관리 시스템과 안전의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새로움을 강조하는 것 보다는 현재의 교육 방향과 방법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편이 학교현장의 혼란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소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라 사료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행 안전교육의 방향을 유지하되 교육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안전교육에 대한 지침을 강조하여 제시하고, 관련 세부 매뉴얼 등을 보급하여 안전교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SW교육: 기초 소양 교육 내용의 융합과 균형 창조경제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사고력 및 문제해결 능력은 핵심적인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15 교육과정안은 컴퓨터를 이용한 자료와 정보의 수집 및 분석, 문제해결 절차 설계를 위한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 함양, 소프트웨어 기초 소양 함양 및 설계 체험 등의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 소양 교육으로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확대 개편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선 기초 소양 교육은 소프트웨어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초’라는 말에 함의되어 있는 전이가능성으로 볼 때,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기초 소양 교육에는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다양한 핵심 역량들이 융합적으로 조직되어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안이 제시한 바와 같이 컴퓨터 활용 능력은 미래에 필요한 중요 역량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확대됨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함께 고려할 필요는 있다. 우선 특색 있는 학교 운영을 강조하고 있는 시기에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소프트웨어(SW)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교육의 자율성이 침해될 여지가 있으며 나아가서는 융합을 강조하는 교육과정안의 근본적인 취지와도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정 교육 내용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기 보다는 기초 소양 교육이라는 취지에 맞게 다양한 교육 내용들이 개방적으로 균형 있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한정된 시간 및 자원 안에서 이루어진다. 소양 교육에 있어 특정한 교육 내용이 집중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다른 여타의 소양 교육 내용이 축소됨을 의미한다. 편향된 내용의 강조는 편식과 같이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만약 소프트웨어 교육과 같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강조될 교육 내용이 있다면 반영에 앞서 그것이 교육 내용에 차지하는 적절한 비중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소프트웨어 교육 강조에 있어 교육계의 화두인 인성교육 강화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범죄가 증가하고,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사회부적응 학생들이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에 이를 보완하는 프로그램이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내 정보통신윤리 교육 외에도 자연과 접하는 체험중심 활동의 증대, 생명존중 교육, 인권교육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학교현장에서 교사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이며 효과적인 소프트웨어(SW) 교육이 되기 위한 실제적인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공감할 수 있는 수업 방안 제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은 연구와 개발 과정에서의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구현됨에 있어서의 실효성 역시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논의와 검증 작업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으며 교육과정을 구현할 충분한 환경 조성과 지원이 다소 부족했던 면이 있다. 이에 교육의 주체인 교사의 의견뿐만 아니라 교육의 직접적인 대상인 학생, 학부모 등의 의견을 반영하여 교육공동체의 공감을 얻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실천을 가능케 하는 환경 조성과 후속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생과 현장실천을 중심에 둔 의미 있는 교육 변화 2007,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교육과정 개정은 학교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개정 방향에 맞춰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교육 정책이 수립되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체감도는 매우 높다. ‘수시 개정’ 본연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지나친 혁신을 추구하는 교육과정은 학교교육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보다 양질의 교육을 선사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이 단지 새로움을 위한 대안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학생이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변화인가’를 개정 과정에서 항시 되물어야 한다. 또한 학교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과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대단한 혁신이라 할지라도 안정적인 현장 착근은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면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고, 전문적 식견과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인사들이 모여 협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교육과정안이 제시한 안전교육과 소프트웨어 교육 역시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적 가치와 의미 판단 기준을 학생과 현장의 실천성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학교 예술교육은 인간애(人間愛)의 이념을 기본 바탕으로 기능적인 면을 다루어야 한다. 예술교육은 기본적으로 개인과 공동체적 활동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원만한 인간을 육성하고 예술적인 감각을 키워줌으로써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2, 3년 사이에 유난히 자살하는 학생들이 급증하였다. 사회 통합의 능력이 미약한 청소년들은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책임감을 쉽게 상실한다. 뒤르켕(E. Durkheim)은 자살의 원인을 개인의 심리적 면보다는 사회적 현상에서 먼저 찾았다. 영국의 사회철학자 홉스(T. Hobbes)는 행복이 물질과 지식의 소유로부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독일의 사회학자이며 철학자인 하버마스(J. Habermas)는 ‘소통 행위의 이론’에서 인간은 공감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하였다. 소통을 위해서는 서로 간의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 능력은 친구와 동료 간의 수평적 소통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20세기 초 독일 ‘청소년음악운동’의 선구자인 국민음악교육자 외데(Fritz Jode)는 음악을 통한 공감을 강조하였다. 그는 “음악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기체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여기에서 음악의 유기체적 속성이란 음악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음악이 마음속에 살아 움직여 감동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데는 이러한 아름다운 음악을 인간에게 접하게 함으로써 세속적인 사회에 맞선 음악의 치유력을 증명했다. [PART VIEW] 예술교육, 왜 중요한가 학교 예술교육은 바로 인간의 공감능력 함양을 기본으로 하여야 한다. 2007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해설서의 ‘생활화’ 영역에 제시된 가족 및 친구와 음악하기, 학생·학부모·교사의 합동음악회, 지역사회의 행사나 마을축제에서 음악하기, 병원·양로원 방문공연 등은 학교가 추구하는 휴먼 음악교육의 일환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학교 예술교육은 2009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 진술된 ‘추구하는 인간상’을 실천하기 위한 의지의 표명이다. 학교가 추구하여야 할 예술적 정서는 인간의 인지영역과 감성영역을 함께 아우르는 고등정신의 일종이다. 학생들은 예술을 표현하고 내면화하는 경험을 통하여 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만족스러운 정서생활을 누리면서 스스로 위안을 찾고, 또한 이웃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여야 한다. 이점에서 학교 예술교육은 평생교육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문화예술 활동은 인간의 권리’라는 이념에 바탕을 둔 유럽 선진국의 사회예술교육 문화가 아직까지 형성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학교 예술교육은 사회적 과제까지 담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교의 예술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음악과 관련해 하나의 예를 들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그 지역의 건물들이 완전히 붕괴되었던 큰 사고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현대 과학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하였다고 하지만,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절망에 빠졌던 이 거대한 재앙 속에서 음악이 인간에게 위로와 희망을 준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이바라키대학 부속초등학교 교장이 직접 경험한 이 사건은 예술교육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다음은 타나카 겐지(Tanakagenji) 교장이 동일본지진의 재앙 속에서 직접 체험한 음악적 경험담이다. “대지진은, 내가 교장직을 겸하는 이바라키대학 부속초등학교를 완전히 파괴시켰습니다. 대지진은 건물의 외벽만 남기고 천장을 포함해 교실에 있는 모든 것들을 무참하게 파괴시켰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건물의 피해와 관련해서 본교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의 천장과 벽이 무너져 버린 작은 공간에서 지진의 공포와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어디선가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서서히 울려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울면서 모두 자연스럽게 노래에 참여했습니다. 모두들 한 곡을 다 부르고 나서도 계속 반복적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음은 무슨 노래를 부를까?”라는 상호간 의견 교환이 있었고, 그 후 ‘어린 여우’, ‘달팽이’, ‘고향’ 등의 노랫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아이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간 것은 그 다음날 아침 10시경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노래가 아이들과 우리 교원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난 것은 그 당시 아이들이 부른 노래가 빠른 리듬의 상업적 대중음악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러한 상황에서는 상업적인 노래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흥미로운 문제로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한신 아와지 지진이 있었을 때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져나간 노랫소리가 마음을 달래 주었던 일, 그리고 피해를 크게 입은 동일본 지역에서 노래가 아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이 놀라운 것입니다.”(田中健次『音夢』第6?, Japan: 財團法人 鳥取童謠·おもちや館, 平成 24年 3月 30日, pp. 2~5) 예술교육의 안정적 정착 위해 노력해야 일본의 경우 모든 국민이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몇 개의 노래를 학교에서 필수로 배운다. 절망에 빠진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던 이 사건은 음악이 절망과 좌절 앞에서 큰 위로와 희망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학교 예술교육은 이처럼 비록 작은 형태이지만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큰 규모의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은 재고(再考)의 여지가 있다. 정부의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은 일단 인성교육과 예술교육 차원에서 적극 환영이다. 그러나 지정 학교의 학생오케스트라 운영이 종료된 후에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술교육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력 경쟁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지과목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학교관리자(교장)가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을 종료시킬 경우, 고가의 악기들은 창고에 방치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노후 되어 이에 따른 악기처리의 문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는 엄청난 국가재정의 낭비이다. 실제로 많은 학교들은 이러한 상황을 미리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오랜 세월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학교 오케스트라와 밴드 문화를 효과적으로 정착시킨 선진국들의 사례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하여 학교 예술교육의 개혁을 이끌어 내어야 한다. 학교 예술교육은 공동체 안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요구한다. 특히, 합창과 합주활동은 협동하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 아름다움을 느끼는 마음 등을 길러 주는 인성교육, 감성교육에 큰 기여를 한다. 특히, 음악극이나 배경음악 만들기 등의 활동은 적극적인 협동을 필요로 한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축제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예술적 기회를 통해서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적 활동은 자신감, 책임감, 성취감을 강화시키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다. 학교 예술교육은 다문화교육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외국 학생들과 모두 함께 어울려 즐겁게 노래와 연주를 하고, 또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은 공감과 소통의 동화교육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독일의 음악교육학자 놀테(E. Nolte)와 메르크(I. Merkt)는 다문화교육에서 특히 음악교육이 다른 과목에 비해 성과가 현저히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시설 및 기자재의 문제 학교의 예술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설 및 기자재가 기본적으로 구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경우 음악실이 거의 없고 교실에서 컴퓨터를 통해 음악을 기계적으로 배운다. 물론 음악학습에 컴퓨터는 필요하다. 그러나 전적으로 컴퓨터에 의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예술적 창의성과 능력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학교의 예술교육은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표현하고 느끼면서 예술적 감성을 키우고 인성적 태도를 길러주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중학교를 방문하여 음악실 환경을 조사하였는데 우리나라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일본의 경우 음악실은 일반적으로 합창, 합주, 신체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갖추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일본 요나고시에 있는 동산중학교(東山中學校)의 음악실 환경이다. 방음시설이 잘 되어 있고, 넓은 공간에 그랜드피아노와 오디오기기, 기타, 전통악기인 고토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음악실에 큰 책상이 없고 다목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책상 겸 의자’(합창할 수 있는 무대로도 사용)가 배치되어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2009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은 ‘방음시설을 한 음악실과 음악준비실을 갖추도록 한다. 리듬악기·가락악기·건반악기·전자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구비하여 활용한다. 멀티기기를 활용한 다양하고 질 높은 음향시설을 구비하여 활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학교현장을 살펴보면, 방음시설은커녕 음악실조차 없는 초등학교들이 많고, 음악실은 사용이 불편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또한 악기 구비가 매우 미흡하다. 교육과정은 현장에서 실천이 가능한 내용을 제시하여야 한다. 실천이 불가능한 미사여구식의 교육과정 내용 혹은 현실과 괴리된 교육과정의 내용은 허상이며 이상일 뿐이다. 교육과정 개정 시 현장의 참모습을 고려하여 현실적 방안을 마련하거나 교육과정의 내용이 실제로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참 개혁을 이끌어 내야 실질적 ‘개정’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예술교육 학교 예술교육은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이 가능한 일반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즉, 일반보편성의 차원에서 ‘공통과목’ 혹은 ‘일반선택’ 과목으로서 운용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진로교육 및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다양한 예술영역들을 ‘진로심화선택’ 과목 혹은 ‘교양교과군’ 과목에 추가시켜 예술교육을 원하는 학생이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택하여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더구나 진로를 위한 과목이라면, 학교관리자(교장)가 일방적으로 과목을 결정하여 학생들을 강제해서는 안 되고, 진정으로 학생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하여 학생들의 결정권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학교 예술교육의 성격, 시설과 기자재의 문제, 과목의 편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심사숙고하여 교육과정의 개선과 학교현장의 개혁을 이끌어 낼 때, 비로소 교육부가 제시한 ‘꿈과 끼를 키우는 창의·인성교육’을 위해 실천이 가능한 학교 예술교육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현장 좌담회 참석자 : 배영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유청옥 서울 새싹유치원장, 윤성한 인천 용현초 교장, 전병식 서울교대부초 교장, 조호제 서울버들초 교사 창의·융합 개념 불명확… 교육부가 너무 조급했다 사회 = 교육부가 지난 9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들 보셨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전병식 교장 = 세계적 추세로 보면 통합이란 큰 방향성은 맞다. 미국 경우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주로 진로를 정한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학 교육만을 공부하는 한국과 달리 포괄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성한 교장 = 교육과정 측면에서 보면 아직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가 안 나왔다. 2009 개정은 아직 뱃속에 있는 상태다. 문·이과 통합이 얼마나 절실한지는 모르겠으나 이전에는 창의·인성을 그렇게 부르짖더니 이번엔 창의·융합을 강조한다. ‘인성’이 빠졌는데 그 이유도 잘 모르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이 바뀌는 것도 문제다. 학교폭력이 화두가 될 때는 인성교육을 국어, 도덕, 사회에 모두 집어넣더니 이번에는 끄집어내고…. 다음 정권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 그 교과서를 또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교육과정이 산으로 가고 있다. 배영직 장학사 =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현실적으로 있다. 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너무 빠르게 바뀌다 보니 (정부가) 좀 서두른 것 같다. 창의나 융합 개념이 정확하게 정리가 안 된 측면이 있고 총론이 추구하는 창의 인재와 밑에 세부내용이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교육을 강화한다면서 갑자기 ‘연극’을 집어넣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새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게 핵심인데 교과서는 구체화해서 내려주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라고 하니 교사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줄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교육과정 재구성해야 하는 교사들만 고통 조호제 교사 =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너무 자주 바뀐다. 오죽하면 교육과정 5년 주기설이 나오겠는가. 이건 국가의 교육철학이 분명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교사들도 이제는 교육과정 개정에 식상해 할 정도다. 유청옥 원장 = 유치원은 오래 전부터 통합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양성단계에서는 각 교과별로 배우지만 일단 유치원에 오면 자연스럽게 음악수업에 수학 개념이 들어가는 등 통합교육이 이뤄진다. 유치원에서도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에 대한 연수가 중요하다. [PART VIEW] 조호제 교사 = 교사 연수가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사실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총론을 매뉴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학년군이 어떻고 교과군이 어떻고 하는 기술적인 해석만 가지고 교실 수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기본정신을 이해하고 그것을 수업에서 구현해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걸 무시한 상태에서 과거에 가르치던 내용이 교과서에 그대로 들어가 있으니까 바뀐 것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곤 하는데 이는 교육과정에 대한 문해력을 못 갖췄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융합인지 통합인지 헷갈려 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형’이 맞다. 음식으로 치면 융합은 김치고 통합은 구절판이다. 김치는 자기 성질을 버리고 제3의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화학적 결합이고 통합은 각각의 고유 영역을 지켜가면서 하나로 만드는 물리적 결합을 의미한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류다. 단편적인 지식을 가르치던 시대는 끝났다. ‘문·이과 통합-자유학기제-유초 연계’ 뒤죽박죽 교육과정 윤성한 교장= 통합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교육과정이 너무 크게 갈려고 하니까 (교사들이) 못 견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는 문·이과 통합교육으로 가고, 중학교는 마땅한 것이 없으니까 자유학기제 끼워 넣고, 초등학교는 더 생뚱맞게 유·초 연계를 들고 나왔는데 이게 문·이과 통합하고 어떤 연계를 갖는지 모르겠다. 학교급별로 한 꼭지씩 맡기는 꼴이 됐는데 그러다 보니 혼선이 생기고 개념이고 뭐고 따질 겨를 없이 혼란스러워졌다. 실제로 교사들의 관심사는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수업에 어떤 장애가 있고 곤란도가 따르느냐 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시수가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하는 사안이 관심사다. 문·이과통합이라는 국가적인 큰 아젠다가 교사들에게 크게 와 닿는 것은 아니다. 조호제 교사 = 새 교육과정이 창의·인성교육 강조하는데 그러려면 수업과 연계가 돼야한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 공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교과서가 워크북 형식이어서 주어진 정답을 찾아 쓰도록 구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인성교육을 바란다는 것은 모순이다. 총론과 각론이 동전의 양면처럼 대치하고 있는데 창의·인성교육을 하라니 말이 되는가. 윤성한 교장 = STEAM 교육이니 창의·인성교육이니 말은 하지만 초등학교 각 교과는 분절형이다. 모두 차시별로 딱딱 맞춰 교수지도안이 구성돼 있다. 예컨대 국어 한 단원은 한 주에 딱 끝나게 돼 있다. 그러니 교과를 재구성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블록타임도 해봐라, 융합교육도 해봐라 하는데 음악하고 미술, 체육을 동시에 가르칠 재간이 없다. 각론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교과 내용을 절반으로 줄여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 50%는 기본 학습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새로운 수업으로 채우는 방식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담임교사들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 있었으나 최근 교육과정은 너무 빡빡하다. 그것이 교사들을 옥죄고 피로감을 주고 있다. 교과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게 하다 보니 그게 부메랑이 돼 교육과정에서 교사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교과서 너무 구체적.. 교사들 자율성 오히려 구속 배영직 장학사 = 교과서를 너무 구체화해서 준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다. (정부는) 자율성을 말하지만 실제로 교과서는 구체화돼 있어 교사의 운신 폭이 너무 좁다. 오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교과와 창·체, 범교과를 주제통합 형태로 만들어 수업을 해보려 했지만 교사들 간 학습만 했을 뿐 실제 일반화에는 실패했다고 하더라. 이론은 몰라도 현실에서는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의도가 수업 현장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교사 연수 등 부단한 정책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윤성한 교장 = 개울 건널 때 징검다리 간격이 멀어지면 가운데 디딤돌을 놔줘야 물에 젖지 않고 건널 수 있다. 이처럼 교과서를 여유롭게 구성해 교사와 학생들이 무사히 건널 수 있는 여지를 줘야한다. 전병식 교장 = 우리나라 교과서가 너무 친절하다. 그 뿐 아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종이 질이 좋다 보니 책도 무겁다. 1년 쓰고 버리는 교과서를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우리학교에서는 내년부터 ‘책 없는 학교’를 만들어 볼까 선생님들과 논의 중이다. 사회= 교과 난이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들이신지.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너무 어렵다고들 한다. 윤성한 교장 = 교과 전공자들이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닌가. 기본적인 학습을 하게 해야 하는데 자꾸만 많은 지식 주고 싶은 것 같다. 실제로 어떤 교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위계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갑자기 점프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놀라기도 한다. 기본적인 성취기준이 너무 많고 자고나면 늘어난다. 오죽하면 핵심 성취기준이란 말까지 나오겠는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교육과정 운영권을 담임에게 대폭 넘겨줘야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 너무 두꺼워… ‘책 없는 날’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 조호제 교사 = 교육과정 총론이 구성되면 운영권은 학교장에게 줘야 한다. 교육지원청 장학지침이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무슨 과목은 몇 시간 수업해라 등등 시시콜콜 지시하기 보다는 학교의 필요성에 의해 학교장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책무성 부여된다. 전병식 교장 = 교육청이 너무 친절하면 학교에서 창의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 (일동 웃음) 배영직 장학사 =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학교자율화 차원에서 학교장 에게 책임경영권을 줬으나 막상 노사협의회 같은 데 가보면 교육청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해달라는 요구들이 나온다. 예를 들면 학교예산을 통으로 나눠줬더니 학교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와 같다. 우리도 큰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이 잘 안돌아가니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사회 = 학교의 자율성과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자생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엔 안전생활과 SW 교과 신설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죠. 윤성한 교장 = 어떤 사안 발생할 때마다 교과 개설하는 선례 만들게 될까 조심스럽다. 1~2 학년은 안전생활을 신설하고, 다른 학년은 일반 교과 내에 얹힌다고 하는데 학문적 위계와 상관없이 여기저기 우겨넣는 꼴이다. 또 이번에 보니까 3학년 이상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전담교사 두겠다고 돼 있는데 실효성은 의문이다. 아마 대다수 전담교사들이 한 시간 동안 아이들 관리하느라 시간 다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역시 이해는 되지만 학생들 간 개인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타자도 안 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프로그래밍 수준에 이르는 학생도 있는 등 학생들 간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담당교사가 이것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안전교과 신설엔 부정적… 일 터질 때마다 교과 만들 건지 전병식 교장 = 안전교과 신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교과가 늘어날 수밖에 없게 돼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또 예술교육을 활성화 한다면서 연극이라는 좁은 분야를 특정한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소프트웨어 경우는 활용법 지도보다 컴퓨터를 가지고 논리교육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기술 발달 속도가 너무 빨라 학교에서 활용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배영직 장학사 = 안전교과는 어느 과목에나 전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체험형태로 가야 한다. 다만 교육과정을 너무 구체적으로 만들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개괄적 요소만 주고 학교에서 만들어 쓰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교사들이 만족할지는 잘 모르겠다. 유청옥 원장 = 교과가 의미 있는 것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체험하는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몸으로 익혀야 교육 효과가 있다. 어린 아이들은 체험형으로 가르쳐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 유연히 대처하는 방법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형식적 안전교육은 독(毒)… 연극교육 강요도 안 될 말 조호제 교사 = 2009교육과정 총론에서도 안전교육 내용은 들어가 있다. 범교과 39개 중 재난 안전교육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실시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형식적인 교육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초등에서 기본소양 교육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저작권 등 ‘남의 것을 공짜로 써서는 안 된다’라든지 기초 언어 정도는 고학년에서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극 경우는 연극 자체보다는 연극을 통해 교육하자는 것인데 혹을 너무 붙여 몸집이 무거워졌다. 전병식 교장 = 연극교육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 돼 있다. 연극 좋아하면 아이들 데리고 연극 보러 갈 것이고, 뮤지컬을 좋아하면 함께 공연장을 찾을 것이다.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 앞서 잠깐 언급이 있었지만 유초 연계도 개정 교육과정의 특징이다. 유청옥 원장=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은 찬성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유치원만 연계에 노력해 왔다. 대개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1~2년 시차를 두고 유치원 교육과정을 개정하다 보니 유치원 입장에서는 ‘우리만 해바라기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자꾸만 어려운 내용이 들어간다. 아이들 인지력에 한계가 있고 개인 편차도 큰데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누리과정 운영지침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유치원에서는 하루 5시간 수업하도록 해놓고 정작 초등학교 1학년은 하루 4시간 수업한다. 괴리가 있다. 유초 연계 바람직하지만 누리과정 운영지침엔 불만 조호제 교사 = 교육과정 개발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연계 문제점은 서로 전후관계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니 연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예컨대 유치원에서 국어의 자음, 모음 가르쳐 이미 알고 초등학교에 가는데 1학년 교과서에 자음, 모음이 나오는 역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유청옥 원장 =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같은 경우에는 유초 연계가 잘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윤성한 교장 =이번에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유초 연계는 내용 연계와 별 상관없어 보인다. 유치원이 오후 2시까지 하니까 초등학교도 1~2학년을 오후 2시까지 묶어 놓는 시수 때문 아닌가 싶다. 제대로 연계를 하려면 각 교과 전공자끼리 머리 맞대야 하는데 초·중등 교육은 ‘교육’이 핵심이고 유치원은 ‘보육’ 중심이다 보니 서로 보는 시각이 달라 연계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사회 = 창의적 체험활동은 어떤가요. 범교과 학습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배영직 장학사 = 서울은 41개나 된다.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15개로 줄인다고 했는데 더 줄여야 한다. 교사 연수가 제일 중요… 실질 도움 주는 양성교육 이뤄져야 조호제 교사 = 평균 잡아 범교과 학습이 39개다. 처음에는 약 500여 개의 신청이 들어왔다. 그중에서 엄선한 것이 이 정도다.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보면 정보통신, 한자, 보건교육은 별도로 총론에 제시하고 있는데 범교과 학습영역으로 또 제시돼 있다. 개선이 시급하다. 유상현 교장 = 가짓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범교과가 왜 따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녹색교육 경우 국어시간에 설명문으로 다루고 과학시간에 어떤 오염 문제 있는지 살펴보고, 창체시간에 실험하고, 사회시간에 어떤 시설 있는지 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범교과를 교과 내로 흡수해야한다. 칸막이를 쳐놓고 각 교과별 교육과정을 개발하니 생기는 문제들이다. 전병식 교장 = 열린교육 마무리 단계에서 주제 통합 잘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융합형 교육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연구정보원 같은 곳에서 인적자원들이 주제통합 샘플 만들어 준다면 더 낫지 않을까. 교육과정을 이런 식으로 편재해두면 모든 교사들이 접근 가능해지고 그래야 모든 아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한 가지만 더 말하면 교원 양성과정을 손 볼 필요가 있다.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실전이다. 교실 수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연수 문제도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수 받으면 자연스레 호봉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별로 쿼터를 줘서 연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러다 연수시키고 호봉 올려주는 방식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영토 분쟁에다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까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그렇다고 동북아를 대표하는 한·중·일 3국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한국은 누가 보아도 경제적, 군사적 강국을 양 옆구리에 끼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동북아 3국이 분쟁을 벌이면 3국 중 약체에 속하는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스스로 동북아의 중심체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그 길은 바로 동북아 3국이 상호간 상생의 길을 도모하도록 중재국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북아 국가 사이에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하자는 것인데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유럽 통합의 발판, 에라스무스(Erasmus) 몇 달 전 EU본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유럽연합 관계자는 앞으로 유럽에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 이유로는 유럽 국가 간 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젊은이들이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필자는 이웃 국가 간 이해증진에 만남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다고 본다. 젊은이들의 만남을 통해 EU를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유럽연합의 사례는 동북아 문제해결에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다. 유럽 통합의 기초는 ‘에라스무스(Erasmus)’ 같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프로그램에는 유럽 전역의 4,00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간 유럽 내 원하는 국가, 원하는 학교에서 수학하고 학점을 이수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유럽 학생들이 서로 친구가 되고 상호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간다. 대학원생을 위해서는 ‘에라스무스 문두스(mundu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과정은 마스터 학위를 따기 위해 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국가의 콘소시엄대학에서 공부하는 코스다. 다른 나라 혹은 도시로 이동하면서 문화체험과 공부를 함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유럽연합은 유럽 내 대학의 학위를 통합하는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전체 대학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통해 모국이 아닌 유럽 내 다른 국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리고 갈수록 교류학생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 통합에 교사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교사들의 유럽에 대한 이해, 통합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코메니우스 프로그램’이다. [PART VIEW] 동북아 3국 통합 계기될 교류 프로그램 마련해야 현재 한·중·일 간에는 ‘캠퍼스 아시아’와 같은 역내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각만큼 잘 운영되지는 않다. 차제에 동북아는 유럽의 성공 사례를 참고로 역내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안은 초등학교 수준부터 대학 및 교사에 이르는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교류를 모색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대학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동북아 역내 국가 간 대학교육 표준화에 힘써야 한다. 동북아 지역은 국가별, 대학별로 대학교육 수준에 차이가 있다. 이런 격차를 없애고 동북아 지역 내 원하는 나라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대학교육 표준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제나 교육과정 등에 대한 공동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동북아판 교육교류모델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이다. 우선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동북아판 에라스무스’를 만드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학위과정을 원하는 국가, 대학에서 일정 기간 수학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동북아의 이해 및 우호를 증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포괄하는 교류 프로그램의 상설화도 요청된다. 지금도 한·중·일 간에는 다양한 초·중·고 학생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류 형태는 일회성, 전시적 성격이 강했다. 3국 학생 간 이해의 내면화를 위해 더욱 정교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중·장기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교사 교류 프로그램의 신설도 필요하다.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들의 역할은 동북아 국가 간 상호이해와 공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이 세 개 프로그램의 이름을 동북아 3국의 저명한 교육자 이름을 붙여 명명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동북아판 에라스무스의 명칭은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콩즈(공자孔子)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면 될 것이다. 공자는 유학으로 대표되는 동북아의 성현이다. 중국인이기 이전에 동북아의 대표적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초·중·고생 교류 프로그램의 이름은 한국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교육자인 퇴계 이황의 이름을 붙여 퇴계 프로그램으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퇴계는 유학 방면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성현이다. 교사 교류 프로그램은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국제적 교류 프로그램 개발에는 이것을 주도하는 국가가 있어야 한다. 필자는 한국이 이런 노력에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모쪼록 갈등의 파고를 넘어 공존과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데 교육교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프로필_ 구자억 고려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중국 베이징사범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사범대학 교육연구소 초빙연구원, 한국교육과정학회 이사 겸 학술지편집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외국인유학생정책 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1.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대중들의 호응을 받은 작가로서 김수현 작가를 넘어설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녀의 드라마는 우리 시대의 모든 시기에 꾸준히 방영되었다. 지난 1970년대 이래로 어느 한 시기도 휴식기 없이 대중들과 함께 하였다. 그만큼 다작이기도 하다. 방송 현실에서는 그냥 많이 쓴다고 해서 다작의 작가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써 내어도 전파로 송출되는 ‘소통된 드라마’가 되지 않으면 다작은 의미 없다. 서랍 속에 대본으로 처박아 두는 ‘죽은 드라마’로 그치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는 대중적 호응이 아주 높았다는 데서도 다른 작가들이 따라가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같은 작가라 하더라도 시청률이 좋은 작품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작품도 나오기 마련인데 그녀에게는 그런 게 없는 편이다. 대본 집필에서 녹화가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에 작가가 치밀하고 엄격하게 그리고 섬세한 감수성으로 자신의 대사들에 생명을 불어넣도록 배우들을 장악한다. 이러한 그녀의 자세는 이미 방송가에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로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로서 그녀의 드라마는 대사의 리얼리티가 피부에 와 닿듯이 느껴진다. 그녀의 드라마는 주로 가족들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가 압도적으로 많다. 가족 공간을 무대로 하는 드라마에서 자주 나타나는 장면인데 참 실감이 난다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김수현 드라마의 대사에 정말 그럴듯한 리얼리티가 부각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대가족 구성의 가족 공간에서 중년 자식 세대가 노년 부모 세대에 대해서 보여주는 바른 언어 예절과 태도이다. 대가족 제도라는 배경 자체가 가부장적 권위와 전통적 가정 문화에 연관되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그녀의 드라마가 보여 주는 이런 대목은 전통 언어예절교육의 전범으로 삼을 만할 정도로 그 재현이 반듯하고 고풍스럽다. 다른 하나는 젊은 부부 사이 또는 형제나 자매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와 대사들이 살벌할 정도로 공격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런 대사 언어들이 얼마나 리얼한지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감정을 넘치게 유발시킨다. 도시적 이기심과 냉정(무정)함을 참 실감나게 잘 재현하고 있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는 이런 장면에서의 김수현 대사가 실감을 고조시킨다고 생각한다. 일부 비평가들은 가족 간의 대화 언어가 지나치게 차갑고 거칠다는 점을 지적한다. 어쩌면 내 상처를 스스로 들쑤시고, 다른 가족의 마음 아픈 구석을 그렇게 매몰차게 쏘아 붙이는지, 솔직함으로 친다면 숨을 데가 하나도 없는 심리 상태로 말싸움들을 해 댄다. 그만큼 거칠고 공격적인 말들의 현실감은 피부에 와 닿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 간 대화로서 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쉽게 가족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못된 모습이 보편적 가족애를 해치는 것으로 보고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었다. [PART VIEW] 2. 가족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지내는 것 같지 않다. 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양적으로 풍성하지도 않고, 질적으로 고양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소통의 격률들은 가족 대화에서는 자주 어긋난다. 가족이란 참으로 친한 관계들인데 친밀함이 묻어나는 그런 메시지들이 표면으로는 잘 안 보인다. 오히려 더 까칠한 대화로 대하고, 말을 걸어도 살가운 대꾸 없이 덤덤한 대화 상황으로 전개된다. 까칠한 모드로 주고받는 가족 간 대화는 그것이 곧 친밀도를 나타내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늘 보고 늘 부담 없이 지내는데, 달리 각별한 예절의 언어로 말문을 트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나 할까.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속마음들을 훤히 꿰뚫고 있다. 가족인데도 말다툼이 잦다. 남남끼리 모아놓아도 이렇게 시답잖은 것 때문에 말다툼들을 할까. 싸우면서 자라고 싸우면서 정 든다는 것으로 방어 논리를 구축할 수는 있겠다. 말다툼을 해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금방 회복되는 것은 가족 친밀성의 아름다운 대목이다. 가족 간의 침묵이란 것도 그것이 일종의 자연스러움으로 허용된다. 가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가족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말이 따라잡지 못하는 분위기나 정서로써 이루어지는 면이 더 강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가족이 친숙해진다는 것의 속성을 좀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가족을 그냥 일반적인 공동체처럼 보면 안 된다. 가족에 대한 재발견,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가족에 대한 메타 인식이 필요하다. 가족은 늘 가까이서 지낸다. 일상을 함께 지내며 공유한다.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당연하게 격식, 예절, 체면, 자존심 이런 걸 지키기 어렵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그렇다. 너무 가까우면 아름다운 점이 잘 안 보인다. 모든 아름다움은 적절한 거리를 요구한다. 심리적인 거리 물리적인 거리 모두 같은 이치이다. 꽃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보라. 예쁘기만 한 것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가족끼리는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안다. 단점을 모를 때 장점이 빛난다, 가족 아닌 누군가를 바깥에서 사귈 때 장점이 먼저 강하게 각인되면 우리는 그 사람의 단점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족 사이에는 통하지 않는다. 가족 관계에서는 단점이 더 잘 보인다. 그러니 특별히 잘 보이려 애쓸 필요가 없다. 알 것 모를 것 다 아니까.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그런데 친하면 친한 만큼 더 큰 기대를 가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되는 만큼 더 쉽게 상처 받을 수 있다. 장성한 형제들이 의가 상하면 좀처럼 화해로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 그 예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조차도 일종의 ‘이익사회(Gesellschaft)’ 모드로 몰린다. ‘회사 같은 가정’이 되어 간다고나 할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실상 엄혹하고도 냉정한 분배(물질이든 마음이든) 구조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이 가족(가정) 사회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던 전통 가족사회에서는 이처럼 가파르게 가정이 해체로 내몰리지 않았다. 아무리 궁핍해도 어떤 정신적 정서적 유대에 지탱해서 가정(가족)이 버티었다. 적어도 1980년대 초반까지는 그러했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가정(가족)’으로 하여금 가장 급격한 해체와 변이를 겪게 하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경제적인 취약함이 그 으뜸이 될 것이다. 세상이 다 그렇다고 치부하기로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3. 이산가족 찾기 운동으로 만난 가족들은 얼마 동안 행복했을까. 신혼부부는 얼마 동안 행복할 수 있을까. 가족끼리 진짜 친해지기가 점점 어려운 세상을 사는 것 같다. 그러기는커녕 불화와 갈등이 더 도드라지는 것이 요즘의 가족이다. 헐벗고 못살 때는 이런 걱정은 오히려 덜 했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은 신화나 전설처럼 아득한 화석으로 남는 것일까. 가족이니까 무조건 친밀함과 우애를 고상하게 유지하라는 주문은 설득력이 없다. 무언가 노력이 필요하다. 가만히 있는데 그냥 지속되는 행복은 없다. 훈련과 연습이 어느 날부터 필요하게 된다. 관계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거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미 가족 사이에 너무나 상투화 되어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낯설게 하기’의 방식으로 변화시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불쑥 가족에게 쓰는 손 편지, 문득 낯 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 어느 하루 서로 역할을 바꾸어서 지내보는 것, 이런 방식으로 가족들만의 새로운 의식(ritual)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익숙하게 만나지 말고 낯설게 만나는 것이다. 모든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에는 ‘미적 효과’라는 것이 생긴다고 했다. 미적 효과란 곧 감동의 발생이다. 가족 상호 간에 기대를 버리거나 낮추어서 기대로부터의 자유를 가지도록 해 보는 것도 지혜의 일종이다. 과도한 기대와 그것의 표출이 일상화 되면 그것이 스트레스를 만든다. 기대와 요구를 표명하고 그것을 조절하는 노력을 가족 이벤트로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가족이란, 가족의 친밀성이란 고통스럽고 고단한 역경이 왔을 때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물론 그 고통 앞에서 바로 와해되는 가족도 있다. 신은 지상의 유토피아로 ‘가정(가족)’을 주셨다. 또한 신은 그 가정(가족)을 위해서 역경을 주신다, 역경을 이겨낼 태도가 갖추어 있지 못하면, 역경은 가정을 고약하게 해체하여 디아스포라 가족으로 내몰 것이다. 바로 그런 사태에 대한 면역을 기르기 위해서, 가족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만들고 지키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족을 리모델링하는 일’이다. 이것을 교육이나 복지가 도울 수는 없을까. 미래에 얻는 수익이 크다. 결코 밑지는 일이 아니다.
교원 명예퇴직 위해 기채 발행 등 특단 대책 마련할 터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고민이 많다. 자사고 문제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틈바구니에서 균형을 잡는 데 애를 먹는다. 교원정책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갈등을 빚는가 하면 조그만 인사문제 하나도 교사들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그를 곤혹스럽게 한다. 나이든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겠다고 아우성인데 그들을 보내줄 돈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선거법 위반을 걸어 검찰에 고발까지 해 놓은 상태다. 취임한지 4개월이 다 되도록 서울교육의 방향을 제시할 선명한 청사진도, 그를 상징하는 브랜드도 찾기 힘든 지금. 비판적 사회학자에서 서울교육 수장에 오른 조희연 교육감을 만나봤다. -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없다. “그런 게 오히려 다행 아닐까. 진보교육감이 들어서고 급격한 변화를 예상했는데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면 학교현장에서는 환영할 것으로 본다. 물론 개혁 속도가 떨어진다는 불만도 있지만 학기 중간에 정책변화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또 막상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다 보면 상이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게 돼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내년 신학기부터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많은 일을 했겠지만 솔직히 말해 자사고 밖에 안 떠오른다. “그 점은 나도 억울하다. 자사고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 되면서 자꾸 진영논리로만 바라본다.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횡단하면서 다수가 공감하는 개혁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노력한 균형의 미덕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아쉽다.” - 자사고에 손 댄 것을 후회하나? “자사고는 나에게 회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존재다. 5년 단위로 평가하는데 그게 하필 올 8월이었다. 운명적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하늘을 원망했다. 교육감 당선이 역사적 행운이었다면 자사고는 어쩔 수 없이 떠맡은 불행이다.” “내가 왜 자사고와 맞닥뜨렸나 하늘을 원망했다”- 자사고 논란을 보면서 느낀 점은. “글쎄…. 일반고를 살리고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정책이 상당히 강렬한 이미지를 준 것 같다. 학부모 간담회 같은 데를 가보면 싸인 해 달라는 분들이 많다. 반면 나를 비난하는 학부모들도 계신다. 강력한 지지자와 반대자가 함께 생겨나면서 나에 대한 애증이 양극화돼 있다. 이른 시일 내 자사고 출구전략을 마련해 그분들 모두 보듬고 갈 생각이다.” - 출구 전략? 지정취소 대상이 8개 학교인데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나. “현재로서는 원안대로 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교육부 및 자사고 등과 협의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 8개 전면취소와는 다른 매듭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PART VIEW] “예컨대 홍대부속초등학교 학생 선발은 전원 추첨이다. 학부모들은 조금 비싼 학비를 내고, 대신 좀 더 좋은 혜택을 받는다. 저는 이런 유형이 고등학교에 정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수평적 다양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자사고도 마찬가지로 면접권 없이 선지원 후 추첨에 의해서 학생을 받고 일반고와 좋은 학생을 만들기 위한 교육경쟁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과정에서 독점할 수 없도록 면접권을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자사고 목적(지정취소)을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면접권 폐지라는 목표만 달성되면 현재와 같은 자사고 폐단은 50% 정도 없어질 것으로 본다.” - 면접권이 문제라면 굳이 자사고 폐지까지 갈 필요는 없지 않나. “25개 자사고가 학생 면접권을 자진 포기하면 지정 취소를 고민할 수 있다.” 자사고 면접권 포기 땐 지정취소 철회할 수도 - 자사고와 일반고만 강조하다보니 특성화 학교는 소외된 느낌이다. “나도 그런 지적에 공감한다. 이명박 정부가 특성화 학교를 육성한 건 잘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주춤한 기색이 있는데 이제는 교육청이 나서서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성화고를 통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좋은 직장, 좋은 삶을 누리고 떳떳하게 인생을 살 수 있는 경로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통한 특권을 없애고 학력과 학벌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 곽노현 전 교육감은 무상급식, 문용린 전 교육감은 행복교육 등 대표 브랜드가 있는데 조 교육감은 딱히 잡히는 게 없다. “나는 일반고 전성시대, 학교안전조례, 장기적 마을결합형 열린학교 무대 만들기, 혁신학교 확대 등을 꼽고 싶다. 특히 혁신학교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 드러나는 부분이 적은데 혁신학교가 200개 정도로 많아지면 초·중·고 현장에서 굉장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혁신교육지구는 주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않을까 싶다.” - 곽노현 혁신학교와 조희연 혁신학교의 차이는 뭔가. “나는 혁신학교의 질적인 다양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획일적 모델이 아니라 학교마다 개성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계시민형 혁신학교, 학생자치 혁신학교, 마을 결합형 학교, 철학적·논리적 사고에 바탕을 둔 창의지성 혁신학교 등 다양한 유형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내년 예산에 혁신학교 지정, 혁신교육지구 지정 및 모든 학교에 혁신프로그램을 지원하는 3가지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 혁신학교에 예산 지원을 우대하는 것은 또 다른 불평등 아닌가. “예산 지원은 혁신학교를 역동화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시민단체 선거법 위반 고발… “너무 뜻밖 당황스럽다” - 시민단체들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좀 의아하다. 고승덕 후보의 영주권 문제나 민주진보후보를 참칭했다고 하는데 이런 건 선거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이고 선관위에서 경고로 끝난 부분인데 다시 보수단체들이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너무 뜻밖이다. 자사고 문제로 약간의 진영논리가 작동된 게 아닐까.” - 흠집 내기나 발목잡기로 보나.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고….” - 주변에 전교조 교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등 친전교조 교육감으로 불리운다. 어떻게 생각하나. “나를 전교조와 너무 일체화된 교육감으로 생각하는 건 억울하고 과잉인식이다. 인수위나 혁신미래교육 추진단에 전교조 계열 교사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책 제시 역할을 하는 것일 뿐 조직적으로 일체화된 건 아니다. 내 스스로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 전교조의 압력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내가 기대에 못 미쳤는지 교육청에서 점거 농성도 했다. 그러나 난 속도조절을 할 예정이다. 좀 늦게 천천히 가려고 노력중이다. 전교조에게도 기대치에 50%정도만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 교육청 조직개편은 어떻게 되나. “본청의 비중을 축소하고 지역교육청과 학교에 행정인력을 증원하는 것이 골자다. 연구정보원은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경기도처럼 재단법인으로 할지, 아니면 혁신연구소를 운영할지 고민 중이다.” “권위적 승진제도 타파”… 학교장 인사권 약화될 듯 - 교원 정책도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교장공모제는 늘어나는가. “교장공모제나 내부형공모제 등은 크게 보면 확대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 균형점이 어디냐가 문제일 것 같다. 기존의 교장 선생님들과 평교사들의 요청이 달라 고민이다. 그래도 고칠 수만 있다면 교장공모제는 확대하고 싶다.” - 학교장의 인사권이 지금보다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지금처럼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서 교장의 선택에 목매는 권위주의적 승진제도는 타파돼야 한다. 전보유예나 전입요청을 축소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바로 결정이 되진 않았지만 큰 방향에서 보완해 나갈 생각이다.” - 청소년 단체활동 가산점 폐지를 검토한다고 들었다. “폐지 안 한다. 가산점이 폐지되면 청소년 야영활동 등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 중기 검토과제로 돌려놓은 상태다.” - 교원 명예퇴직은 심각한 문제다. 해결책이 없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부나 기재부와 얘기를 해서 기채라도 발행해야 할 것 같다. 5~10년 중기 상환을 약속하고 재원을 확보해서 명퇴 대란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한번 명퇴하기로 마음먹으면 그때부터 학교에 무슨 애정이 생기겠는가. 그런 분들이 두 번, 세 번 명퇴가 좌절되면 학교도 문제고, 개인에게도 문제다.” - 9시 등교에 대한 입장은. “개인적으로는 큰 틀에서 9시 등교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다. 지역별로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일단 초등학교의 경우 20분밖에 차이가 없으니 9시 등교가 쉽게 가능할 것 같고 중·고등학교는 좀 논의가 필요하다.” - 넉 달 정도 교육감 해보니 어떤가.“아직은 배우는 단계다. 연말쯤 가야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교육감이 되고 나니까 늦잠도 못자고, 와이프 바가지는 늘고, 선거 빚 때문에 재산을 줄고 그렇다. 반면 교수 시절보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적어졌다. 논문이나 책 쓰는 것을 다작하는 스타일인데 역시 글 쓰는 노동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언제 더웠나 싶을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돌아왔고, 그와 함께 시작된 2학기도 어느 새 중반을 넘기고 있다. 파릇파릇한 신입교사가 돼 이번 2학기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첫 출근 날 다시 한 번 축하와 응원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퇴근 후 이어진 통화에서도 친구들은 선배 교사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 얼마나 설렜는지를 설명하느라 2시간을 훌쩍 넘겨 수다를 떨었다. 그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통과한 친구들이 자랑스럽고, 또 더 많은 친구들이 얼른 교직의 꿈을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도서관에 파묻혀 선생님이 될 날만을 꿈꾸는 동기들에게서 이따금씩 괴롭다는 하소연을 들으면서 경쟁률을 눈이 아닌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육 담당 기자로서 교사들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녹록치 않을 테니, 잘 버텨"라며 이른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설렘과 당찬 포부로 가득한 친구들에게 겪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며 위로를 건네야할 만큼 우리 학교현장은 교사들에게 잔인하다. 선생님들을 취재하다 학교의 현실을 들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밀려드는 잡무, 생활지도의 어려움, 입시 경쟁 속에 시도조차 어려운 인성교육…. 특히 치열한 입시 경쟁은 교사에게 '스승'이 아닌 '학원 강사'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젊은 교사들은 쉽게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녹록치 않은 교사로서의 삶 신문 지면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서울의 한 중학교 선생님은 주기적으로 병원신세를 진다. 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을 맡은 그는 학교폭력 문제 등을 해결하느라 때로는 아이들의 친구, 부모 때로는 변호사, 경찰의 역할을 하는데다가 관련된 서류처리 등 잡무도 많다. 게다가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기 위해 각종 진로 체험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니 '저녁이 없는 삶'은 당연하고, 주말도 없이 365일을 본인의 몸을 돌보지 못한 채 보낸다. 헌신적인 교사의 표본과 같은 그지만 학부모들에게서는 보다 입시에 신경써달라는 불만도 들어야 한다. 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던 '좋은선생님'이라는 시리즈 기사도 어느 새 1년 반째 이어오고 있다. 독하디 독하다는 신문사 사회부장의 눈에서 눈물을 뺄 정도로 감동적인 사연부터 창의력이 통통 튀는 수업을 하는 교사까지 학교 현장 곳곳에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뛰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좋은선생님’에 소개한 선생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선생님의 나이를 막론하고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는 점이다. 좋은 사례를 소개해 많은 선생님들이 이를 본받아 이 사회에 보다 좋은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하는 취지에서 시작한 시리즈였는데, 오히려 "어떤 직업에 반드시 희생이 따를 만큼의 엄청난 노력을 하라고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열정’ 불태울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 필요해” '열정 노동'이라는 말이 청년들을 착취하는 화두로 떠올랐었다. 우리 사회는 '열정'을 이야기하며 너무 많은 것을 학교에 맡기고 선생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생님은 당연히 좋은 선생님이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을 '나쁜 선생님'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선생님이라는 '사람'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모든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들이 학교를 괴로운 정글이 아닌 즐거운 일터로 느끼고 보다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문화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한 장학사가 잡무가 가장 많기로 악명 높은 방과후 학교 담당 교사들을 위해 '더공부'라는 엑셀 기반 서류 입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화제가 됐다. 완전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엑셀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더욱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다. 한 번의 자료 입력으로 수십 가지 서류를 자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더공부는 교사들이 서류보다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을 더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이같이 교육당국의 작은 노력들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혁신'이라는 구호가 넘쳐흐르고 있다. 그러나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제시하고 모든 것을 180도 바꾸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학교 혁신도 누군가 엄청 기발한 교육 정책을 내놔 모든 것을 다 바꾸는 것이 아닐 뿐더러, 그런 혁신은 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갑작스런 변화는 혼란과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또다시 교사들의 희생을 강요할 뿐이다. 진짜 혁신은 교육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할 교사들이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믿어주고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사들이 현장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해나간다면 거창한 혁신이 아닌 진짜 새로운 교육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때까지 모두들 ‘좋은 선생님’으로서 힘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