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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려면

교직, 27년째다. 그 많은 세월 교단을 지키면서 가장 큰 슬픔은 두 여학생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건이었다. 한 여학생은 재직한 학교에서였다. 평소 밝게 웃는 편이었지만 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고 우울증을 이기지 못해 생을 마감했다. 또 다른 슬픔은 이웃에 있는 여중생이었다. 둘 다 ‘공부와 성적’이 죽음의 원인자(原因子)였다.

초‧중‧고등 교육 전반적 변혁을

이런 죽음을 목도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묻는 한 가지는 ‘학생들이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데 왜 교육을 바꾸지 않는가’였다.

학생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가정불화’, ‘친구관계’이긴 하나 ‘성적 경쟁’과 이로 비롯되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과연 부정적 교육 프레임을 변화시킬 수 없는가.

초중등 교육에서 성적 순위보다는 ‘핀란드형 평가’ 제도 도입이 어떨까. 현재 우리의 중·고교 평가는 중간, 기말고사로 나눠져 있는데 대부분 평가 결과는 순위가 매겨지고 이는 공개되기 마련이다.

교사나 학부모는 학생들을 성적프레임에 가두고 선입견을 둔다. 일절 다른 특기나 재능이 묻혀버리는 학교 토양이다. 때문에 음악이나 미술, 체육 교과를 아무리 잘 한들 부수적인 재능으로 치부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이다. 후자의 여학생이 남긴 유언이 이를 방증한다. “공부, 공부만 강조하는 학교가 싫다. 문학도 하고 싶고 시도 쓰고 싶은데…”. 이런 아이들을 ‘변두리 학생’ 즉 잉여학생처럼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재능이 난들 피카소 같은 세계적 미술가가 나올 수 있을까? 서열을 위한 시험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취를 알아보는 정도로 비공개되고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교육적’이다.
대입제도 역시 손봐야 한다. 재능에 따라 자유로이 특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대학 입학 후 공부 하지 않으면 졸업이 어려운 대학 구조로 개혁하면 좋은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실패한 경우이지만 공부하는 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자구책임을 전제하고자 한다.

초·중·고교의 ‘특성화 프레임 변혁’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일반고가 대부분이었지만 자사고, 자공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으로 고교가 서열화 돼 일반고는 ‘열등재’가 됐다. 과거의 고교입시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특성화고, 외국어고는 동일계 진학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특히 과학고는 순수과학계열로만 진학이 가능하도록 개선해 순수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특목고가 ‘의대 직통로’가 되는 문제점을 해소해 원래의 취지를 살리도록 해야 한다.

초정권적 교육개혁위원회 필요

제도적 개혁은 정권 차원에서 해결될 사안이 아닐 것이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념적 스펙트럼을 달리할 수 있기에 ‘초 정권적 차원의 교육개혁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핀란드처럼 정부 차원에서 사회대타협 기구를 대통령 산하에 두어 장기적 로드맵을 구상해볼 수 있다.

매년 PISA의 발표로 보자면 학업은 최상위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과 개개인의 행복지수가 꼴찌인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더불어 공부하고 자신의 미래를 가꿔나가는 그런 학교, 가고 싶어 하는 행복한 학교를 우리 기성세대가 열어가야 한다.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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