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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경기도내 특수목적고(특목고) 합격자 배출비율이 도시와 농촌사이에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도(道) 교육청에 따르면 9개 외국어고를 포함, 최근 도내 17개 특목고가 내년도 신입생 4천707명을 선발한 결과 고양시 관내 중학교 출신 학생이 전체 합격자의 17.6%인 828명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성남시 출신이 9.3%(436명), 안양시 출신 8.6%(405명), 수원시 출신 7.1%(336명), 용인시 출신 6.8%(322명)로 각각 조사됐다. 도내 전체 중학생의 42.1%가 재학중인 이 5개 시지역 중학교 출신 합격자가 전체 특목고 합격자의 절반에 가까운 49.4%를 차지한 것이다. 반면 도내 전체 중학생의 4.1%가 재학중인 여주.연천.가평.양평.이천 등 5개 농촌지역내 중학교 출신 특목고 합격자수는 전체 합격자의 0.5%에 해당하는 22명에 불과했다. 5개 농촌 시.군지역 합격자를 보면 양평 2명, 여주.연천.가평 각 3명, 이천 11명 등 이었다. 이같은 특목고 합격자 배출의 지역간 격차에 대해 일부에서 "재정여건이 양호해 교육관련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지자체내 학생들의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잘 사는 지자체내 학생과 못 사는 지자체내 학생들의 학력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대도시일수록, 특목고가 위치한 지자체일수록 입시정보 습득이 쉽고 관련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아 학생들의 특목고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농촌지역 학생들도 특목고에 많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해당 지역내 교육여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과학을 맡고 있는 초.중등학교 교사 10명 가운데 7명은 밤하늘에서 견우성이나 직녀성을 스스로 찾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석재)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계속해온 하계 및 동계방학을 이용한 교사 천문연수 대상자 3천762명에게 교육에 앞선 설문조사 결과 스스로 견우성이나 직녀성을 찾을 수 있다는 교사는 29.3%에 불과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천체망원경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절반이 조금 넘는 56.0%에 그쳤다. 또 천문관련 기관 인지도에서 소백산천문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교사가 81.2%, 보현산천문대는 59.4%, 천문연구원은 67.7%로 각각 나타났다. 천문연구원에서 교사 천문연수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98.2%에 달했으며 만족도 92.0%에 앞으로 아마추어 천문가 활동을 하겠다는 응답도 69.0%나 돼 교사천문연수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천문연구원 관계자는 "견우성과 직녀성은 일반인들이 찾기는 다소 어렵지만 담당 교사들이 모른다는 것은 천문학 교육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학교의 절반 가량이 천체망원경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등 일선학교에서 천문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2일 제주교육대 총장에 김정기 서원대 총장(61)을 임명했다. 교육부는 제주교대가 교수들 간 갈등으로 1년이 넘도록 총장 후보를 선출하지 못하자 공모를 거쳐 직권으로 총장을 임명했다. 교육부가 총장 선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는 대학에 대해 직권으로 총장을 임용하기는 처음이다. 앞서 교육부는 총장선거를 둘러싸고 말썽을 빚어온 제주교대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여 기관경고 조치와 함께 전 총장 등 3명을 징계했다. 신임 김총장은 서원대 교수와 총장, 제주 4ㆍ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 중앙위원,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주 금요일 아침. 등교를 준비하던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 녀석이 갑자기 웃옷을 벗더니 옷에서 냄새가 난다며 아내에게 다른 옷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녀석의 말에 기가 찬 아내는 녀석의 옷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리고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것 같아 하루만 더 입으라고 주문을 했다. 그러자 녀석은 그게 아니라며 새 옷을 달라며 완강하게 고집을 부렸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내가 화가나 녀석을 혼내주려고 하자 아내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그냥 놔두라는 눈치를 하였다. 아내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아 그냥 못이기는 척하며 출근을 하였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하여 집에 들어 온 나를 보며 아내는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를 안방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아내의 힘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자마자 아내는 물었다. “여보, 당신은 사춘기를 언제 보냈어요?” “아마 중학교 2학년 때쯤. 그건 왜요? ” “요즘 OO이 행동에서 이상한 거 느낀 점이 없어요?” “시험 때문에 신경이 조금 예민해진 거 같은데? 그게 아니면?” “그것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사춘기가 왔나봐요. 며칠 전에 저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던걸요.” “무슨 질문을?” “여자아이들이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그래서 당신이 무슨 말을 해주었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당신이 남자니까 한번 이야기 좀 해보세요.” “알았소.”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최근에 있었던 녀석의 행동 하나 하나가 새삼 떠올려졌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신발도 벗지 않고 현관 앞에 가방을 팽개치고 밖으로 나가곤 했던 녀석이 요즘 들어 외출도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심 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진 탓이라 생각했다. 토요일 저녁이었다. 방문을 열자 녀석은 나쁜 짓을 하여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 듯 컴퓨터로 쓰고있던 이 메일을 부리나케 감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는 것이었다. 지금에야 생각해 보니 녀석은 분명 여자친구에게 이메일을 쓰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목욕탕 거울 앞에서 팔을 걷어 부치며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던 녀석이 생각이 난다. 그 날밤, 아내와 나는 녀석이 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내는 자고 있는 녀석의 볼에 스킨십을 해주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우리 부부가 모르는 사이에 마냥 철부지로만 알았던 녀석이 어느새 무척이나 커버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제 녀석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야 할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이성에 대한 녀석의 가슴앓이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모르겠으나 아무쪼록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보내 멋있는 남자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으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이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매년 신입생 모집난을 겪고 있는 지방대가 대학원마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12일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최근 2006학년도 대학원 신입생 모집 결과 총 모집정원 대비 지원율이 60-70% 수준에 불과, 대부분의 대학들이 미달 사태를 겪었다. 국립대인 전남대의 경우 1천488명(석.박사과정) 모집에 1천103명이 지원, 385명이 미달됐다. 석사과정의 경우 총 모집정원 953명의 82.4%인 785명이 지원했으며 박사과정에는 모집인원 535명의 59.4%인 318명이 지원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 석.박사과정(1천653명)에 각각 1천930명과 1천819명이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년 지원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조선대 역시 2006학년도 대학원 신입생 모집 마감 결과 662명 모집에 524명이 지원, 지원율이 79.2% 수준에 머물렀다. 2005년 석.박사과정(662명)에 817명이, 2004학년도엔 760명이 지원하는 등 매년 모집 정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지역 대학의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몇년전과는 달리 대학원이 더이상 취업난을 회피,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석.박사 학위를 갖더라도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취업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 관계자는 "대학원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정원이 미달되더라도 추가 모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을이 지나가는 눈부신 언덕 위에 소나무들이 휘파람을 불고 있다 나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다가가서 가만히 그들을 바라본다 마치 한집에 모여 살고 있는 가족들처럼 서로가 크고 작은 나무들 그 크고 작은 나무들 사이에 사람의 아기처럼 다시 어린 나무들 모두가 일시에 합창이라도 하듯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다 큰나무 하나가 가만히 팔을 내려 작은 나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작은 나무가 다시 어린 나무의 손을 꼭 잡아 준다 나도 손을 내어 그들의 손을 잡아 본다 어린 나무가 나를 보며 웃는다 작은 나무가 웃고 큰나무가 웃는다 나도 따라서 웃는다 어느 아득한 세월로부터 하나의 목숨이 되기 위하여 땅에 떨어지거나 하늘을 날고 어쩌면 바다조차도 건너는 길고 먼 여행 끝내고 여기 왔을 이 나무들 우리의 여행도 나무보다 가볍거나 짧지 않았지만 결코 나무 하나가 되지 못함을 나는 생각한다 쓸쓸한 나를 위해 나무들이 손을 흔든다 손바닥마다 비누 냄새 같은 향기가 달빛처럼 흘러내린다 사람은 가을처럼 화려하게 살다가 죽으면 이름을 남기지만 나무는 죽어서도 향기를 남긴다 그래서 부활하여 다시 나무가 된다 -이상윤 대구 파호초 교사
문학작품 심사에서 늘 느끼는 바는 그것이 숨은 그림 찾기와 같다는 점이다. 마치 우거진 수풀 속에서 잘생긴 한 그루 야생란을 찾아내는 일과 같다. 조심조심 살펴야 한다. 자칫 좋은 작품이 스쳐 지나가는 愚를 범하기 쉽다. 올해도 응모작품이 많았다. 눈이 확 트이고 귀가 쨍그랑 열리는 오직 한 편의 작품을 찾아 달리기를 시작했다. 더러는 상투적이고 설명적인 표현도 보였고 넋두리에 가까운 언어조합도 만났으나 여러 편의 작품이 그물코에 걸려 나왔다. 「입동」(김현욱), 「눈」(문영애), 「숲 속의 백일장」(김진대),「제비꽃 아이」(차재연),「나무가족 」(이상윤),「고 쬐끄만 두레박이」(신이룡), 등의 작품이 그런 작품이었다. 모두 상당 수준에 오른 佳篇들이었으나 동일작가의 여러 작품의 균형성이라든지 미래지향적 발전성 앞에 다시 한번 머뭇거림의 시간을 가졌다. 하여,「나무가족」을 당선작에 「숲 속의 백일장」을 가작으로 결정하였다. 「나무가족」은 명상적인 작품이다. 함께 응모된 작품들이 고르고 언어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솜씨에서 강한 신뢰가 갔다. 대상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면서 한국어의 질감을 십분 발휘하여 촉촉한 감동을 자아낸다는 점이 앞날의 발전을 기약하기에 충분했다. 「숲 속의 백일장」은 기교적이고 건축적인 작품이다. 發聲이 신선하고 어법에 힘이 실려 있으며 개성적인 안목이 돋보였다. 허지만 모든 작품이 소품에 흐른 경향이 있어 한발 밀리게 되었다. 이들 수상작들과 더불어 「눈」과「제비꽃 아이」가 마지막까지 논의된 작품이었다. 앞날을 기약해주시기 바란다. (심사위원 이 가 림, 나 태 주)
강물은 언제나 고요하지만 강 바닥은 쉬임 없이 흔들린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겨우 응모 작품을 보내 놓고서도 마음은 지울 수 없는 기다림처럼 자꾸만 설레었다 기다린다는 것이 이렇게도 질기고 모진 것일까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혹은 버리면서 조금은 담담하게 흔들림 조차도 감출 수 있어야 하는 나이인데도 그러질 못하니, 아무래도 나는 세상을 깊이 살지 못한 것만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 하나로 11월의 마지막 날을 기다리던 중 당선 연락을 받고 맨 먼저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나 글 쓰는 나를 위로하고 나의 글을 이해해주기 위해 마음 모으는 아내가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기 때문이다 수상작 나무 가족은 우리의 가정과 교실 안의 풍경을 낮은 톤으로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가장으로서 또 교사로서 제자리를 찾고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며 부족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상윤 대구 파호초 교사
“영표야, 영표야.” 갑자기 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던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영표를 부릅니다. “개구리다! 개구리.” 욕실에서 나온 엄마는 몸을 으스스 떨기까지 합니다. 겁쟁이 엄마. 선생님이 되어 가지고 엄살이 많습니다. 엄마는 밤이면 도둑고양이가 우는 소리에도 무섭다고 야단이고, 바람만 세게 불어도 방문을 꼭 잠급니다. “이 깐 개구리가 뭐가 무섭다고, 에이 씨.” 영표는 욕실로 들어가 바닥에서 폴짝 폴짝 뛰어다니고 있는 개구리를 손으로 잡았습니다. 엄지손가락만 새끼입니다. 툭 튀어나온 눈이 겁도 없이 영표를 빤히 쳐다봅니다. “이게, 뭘 봐.” 영표는 잡은 새끼 개구리를 변기통에 넣습니다. 개구리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립니다. 그 모양이 너무 재미있어 영표는 자꾸만 장난을 칩니다. 개구리가 물속에서 올라오면 잡아 던지고, 또 던지고. 몇 번을 계속합니다. 드디어 새끼 개구리는 지쳤는지 다리가 축 쳐졌습니다.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에이 시시해, 벌써 죽었어.” 영표는 그대로 변기통 물을 내렸습니다. 개구리가 물살에 휩쓸려 따라 내려갑니다. 하루 종일 내리던 비는 밤이 되자 멈추었지만 밖은 여전히 안개로 자욱합니다. 영표가 현관 불을 켜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하루살이며 나방들이 불빛을 보고 몰려듭니다. 열린 문 틈 사이로 개구리들이 펄쩍 펄쩍 뛰어 들어옵니다. 거실까지 들어왔습니다. 엄마는 깜짝 놀라 징그럽다고 야단입니다. 마침 심심하던 영표는 개구리들을 잡아 일렬로 세웠습니다. 크기가 고만고만하고 생김새도 똑같습니다. 팬시점에서 보았던 장난감 개구리 같습니다. “차렷” 영표는 개구리들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나 개구리들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겁도 없이 창문으로 뛰어오릅니다. “가만있어.” 영표가 잡으려고 손을 내밀면 재빠르게 도망갑니다. “참 신기하다. 어쩌면 담쟁이 넝쿨처럼 저렇게 유리창에 달라붙어 있지?” 엄마는 새끼 개구리들이 창문에 납작하게 붙어 있는 모양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리며 한참을 쳐다봅니다. “쨘! 잡았다.” 영표는 살금살금 걸어가 창문에 붙어 있는 개구리를 잡아 손에 들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개굴개굴” 풀밭이 깔린 마당은 개구리들의 세상입니다.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들도 나무 사이에 숨어 영표 집에서 쏟아져 나온 불빛을 보고 있습니다. 안개비가 내리다 잠깐 멈춘 틈을 타서 모두들 나들이를 왔나 봅니다. 영표는 마당을 지나 텃밭으로 갔습니다. 휘익. 손에 들고 있던 개구리을 힘껏 던졌습니다. 슛, 골인. 풀밭에 놀고 있는 개구리를 사정없이 발로 찼습니다. 미처 피하지 못한 개구리가 하얀 배를 뒤집고 벌렁 나자빠집니다. 그래도 심심합니다. 괜히 심술이 납니다. 고추를 내놓고 바위 틈에 시원하게 오줌을 눕니다. “쏴!” 오줌을 눌 때마다 누가 세게, 누가 더 멀리 가는지 친구들과 시합도 자주 했었는데 그 친구들이 보고 싶습니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집니다. 개굴개굴 울던 소리와 찌르르 거리던 벌레 소리들이 한꺼번에 멈춥니다. 하루살이들만 냄새를 맡고 영표를 맴돌며 달라붙습니다. “아이고 이 냄새. 아 더러워!” 새끼 개구리들 외침을 듣고 아빠 개구리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오줌을 누고 있는 영표를 부릅뜬 눈으로 쳐다봅니다. 순간, 아빠 개구리는 영표 고추를 향해 긴 혀를 날름거리며 펄쩍 뛰어오릅니다. “앗, 따거 아얏.” 갑자기 고추가 따끔거리자 영표는 오줌을 누다 말고 뱅뱅이를 칩니다. “너 개구리 새끼, 내 고추에 뭘 발랐어? 잡기만 해 봐.” 화가 난 영표는 옷을 올리다 말고 화끈거리는 고추를 한 손으로 잡으며 개구리를 쫓아갑니다. 개구리는 영표의 손끝을 비웃기라도 하듯 펄쩍 뛰어 바위틈으로 도망가 버립니다. 개구리를 놓친 영표가 식식거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바위틈에서 화가 잔뜩 난 소리가 들립니다. “조심해라. 저 애한테 걸리면 아마 초록이처럼 너희들도 변기통으로 넣어 버릴 거야. 그런데 저 애는 처음 보는 아이인데 누구지?” “영표라는 아이예요. 엄마 따라 전학 왔대요.” 영표는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바위틈에서 불빛이 보입니다. 빛을 따라 소리가 나는 곳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습니다. ‘아니? 무슨 동굴이지.’ 그러고 보니 모든 게 이상합니다. 갑자기 발로 밟고 다닌 풀꽃들이, 나뭇잎에 붙어 있는 벌레들이 영표보다 더 커 보입니다. 엄마가 심어놓은 상추랑 깻잎은 영표 머리위로 천막을 쳐 놓은 것 같습니다. 영표는 겁이 났습니다. 엄마! 엄마를 부르기 위해 입을 벌리는데 하루살이들이 영표 입술을 꼭 찍어댑니다. “조용히 해 눈치도 없이, 대장 개구리 눈에 띄면 넌 죽어.” 잔뜩 겁이 나서 떨고 있는 영표에게, 하루살이가 따라오라고 날개 짓을 합니다. 영표는 하루살이의 날개를 잡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그 곳에 개구리들 집이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초록이 엄마는 얼마나 슬프겠니? 초록이가 변기통에 빠져 죽었으니. 참 꽃밭에 던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어요?” 엄마 개구리의 물음에 아빠 개구리가 안경을 올리며 대답합니다. “겨우 목숨은 구했다는데 많이 다쳤어. 쉽게 낫기 힘들 거야. 영표 그놈 이제 자기 집에 못 가. 아까 내가 몸이 작아지는 약물을 고추에 발랐어.” 듣고 있던 영표는 몸을 바들바들 떱니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니, 힘이 빠지고 눈물만 납니다. 영표는 자기도 모르게 으앙! 하고 큰 소리로 울어버립니다. 개구리들이 쳐다봅니다. “아니 저 애는? 언제 왔어.” 영표를 발견한 새끼 개구리들이 와! 하며 한꺼번에 달려듭니다. “너 잘 왔어. 두고 봐.” 새끼 개구리들은 떨고 있는 영표에게 달려들어 물갈퀴가 있는 발로 쿡, 쿡 찌릅니다. “아, 아얏!” 영표가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도 모른 척합니다. 오히려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로 영표를 끌고 가서 퐁당! 빠뜨립니다. 영표는 물속에서 허우적댑니다. 곧 죽을 것만 같습니다. 엄마가 생각나고 아빠 생각도 납니다. “그만해라, 영표야 이리와 봐.” 엄마 개구리가 영표를 불렀습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힘없이 다가온 영표 손을 엄마 개구리가 꼭 잡았습니다. 그러자 영표 손과 발에 물갈퀴가 생겼습니다. 등에 미끈거리는 딱지도 얹어졌습니다. 영표는 눈이 튀어나온 청개구리로 변했습니다. “너는 이제 개구리가 되었으니 우리랑 살아야겠다.” 새끼 개구리들이 야! 환호성을 지릅니다. 영표는 깜짝 놀라 자리에 쓰러집니다. 아이들의 힘찬 소리가 운동장에 퍼집니다. 2학년 교실에서 흘러나온 노랫소리는 영표를 부른 것 같습니다. 개구리가 되어버린 영표는 교실 창가에 웅크리고 앉아 교실 안을 보고 있습니다. 엄마, 엄마! 불러보지만 개굴개굴 소리만 나옵니다. “웬 개구리냐?” 무심한 엄마는 아이들을 시켜 영표를 쫓아냅니다. 영표는 기가 막힙니다. 더욱 더 어이가 없는 일은 교실 안에 자기를 꼭 닮은 영표가 자리에 앉아 방글 방글 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친구들은 영표를 모두 싫어했습니다. 시골 아이들이라고 무시하며 너무 잘난 척 했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저질러도 엄마가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 했는지 친구들에게 심술도 부렸습니다. 그런데 엄마 선생님은 조금만 잘못해도 오히려 혼을 냈습니다. 학교에서 어쩌다가 실수로 “엄마”라고 부르면 벼락이 떨어집니다. “개굴개굴, 개굴개굴.” 교실 창가에서 쫓겨난 영표가 풀밭에서 울고 있는데 참새가 옆으로 날아왔습니다. “너 사택에 사는 아이구나.” “넌 나를 알아보니?” “그럼 네가 아무리 개구리가 되었어도 난 알아볼 수 있단다.” 영표는 조그만 새가 자기를 사람으로 알아보는 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넌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난 아침이면 너희 집 꽃밭에서 노래했던 새야.” “아, 그 감나무에 앉아 이른 아침부터 울던 새.” “그래 맞아, 잠도 못 자게 시끄럽게 한다고 돌 던진 것 생각나지?” 영표 고개가 수그려 집니다. 이제 막 풀밭에서 올라온 강아지풀이 부드러운 몸을 비비며 빙그레 웃습니다. 공부가 끝난 아이들이 왁자글 떠들며 교실에서 나옵니다. 개구리 영표는 부러운 눈으로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입이 야문 참새는 영표가 불쌍한 모양입니다. 가짜 영표에게 날아가더니 머리카락 한 개를 쑥 뽑아 물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개구리 영표 머리 위에 얹어 놓습니다. “자, 이제 됐어. 눈을 감아 봐.” 영표는 참새가 시킨 대로 눈을 감아 봅니다. “영표야, 엄마 기다렸니?” 어디서 엄마 목소리가 들립니다. 영표는 너무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납니다. “영표야 왜 울어 응, 오늘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던데.” 영표는 눈을 떠 봅니다. 앗, 이럴 수가! 사람으로 다시 돌아간 영표를 엄마가 다가와 꼭 껴안아 줍니다. 영표는 제 몸을 만지며 자꾸만 엄마 품안으로 더 깊이 파고듭니다. 참새들이 감나무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 출입문 앞에 개구리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온 눈을 깜박거리며 앉아 있습니다. “영표야, 개구리다.” 엄마는 개구리를 보자 또 다시 몸을 으스스 떨고 맙니다. 영표는 두 손으로 개구리를 잡아 손 안에 곱게 들고 풀밭으로 갑니다. 그리고 웅덩이를 피해 개구리를 놓아줍니다. 영표네 집 마당에는 개구리들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장마 손님은 개구리들을 앞세우고 찾아온 모양입니다. -김경희 전남 해남동초 교사
이번 교원 문학상 동화 부문에는 34명이 응모를 했다. 인원수로 봐서는 결코 많지 않은 수이지만 한 명이 여러 편씩 응모한 것을 계산하면 적지 않은 수이다. 응모자가 교장 ․ 교감 ․ 교사 ․ 장학사 등 교원 가족들이 골고루 참여해 바람직했다. 두 심사위원이 모든 작품을 돌려 읽은 전체적인 소감은, 우선 동화가 어떤 성격의 글인지 잘 모르고 그냥 교단에서 일어나는 생활의 단편을 소개한 글이 많아 아쉬웠다. 이런 작품일수록 사건이 미약하거나 플롯 구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동화 소재로 교단 생활이 들어가지 말란 법은 없지만, 내가 몸담은 영역이 교단이니 교단 생활을 소개해야만 된다는 사명감 같은 생각은 떨쳐 버려야 한다. 그 생활은 다른 교원도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이 되어 신선미가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동화는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초자연의 세계까지 작품의 현실로 끌어들여 그것을 있음직한 이야기로 꾸며낸 글’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고, 동식물과 무생물이 사람처럼 생각하며 말을 하는 내용이 많다. 그런 면에서 견주어볼 때 응모작들이 너무 교단 현실 이야기에 국한된 생활 동화가 많았다. 동화를 쉽게 보고 접근한 까닭이다. 동화의 그릇은 문학 장르 중에서 가장 큰 그릇에 속한다. 소설이 담지 못하는 환상적인 다차원 세계의 이야기까지 담는다. 요즘 환상 소설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소설이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있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려 사실성을 알리는 글’이라고 볼 때 이는 엄밀히 따지면 동화의 영역이다. 어른이 읽기에 주제나 소재를 넓혔을 뿐이지. 동화 작품은 동화의 특성이 잘 나타나야 비로소 동화로 살아난다. 그 특성이란 앞에 이야기한 내용에 산문시적인 문장을 갖추고, 플롯 구조가 단단하며, 사건 전개에 무리가 없고, 문학성이 배어나야 한다. 그러면서 그 밑바닥에 주제가 드러나지 않게 깔려 흘러야 한다. 두 사람이 예심에 올려 집중적인 이야기를 한 작품은 비오는 날의 풍경, 우리 집 손님, 해바라기 꽃이 피면, 묵정밭의 조롱박, 외로운 놀이터, 유학 안 갈 거예요, 되돌아 달린 아이, 왜바람의 가출 등이다. 8편 모두 장단점이 있었다. 다시 읽고 3편을 골라 결심에 올렸다. 마지막까지 남은 묵정밭의 조롱박은 이농의 아픔 등 농촌 현실을 조롱박의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통일성이 부족하고, 의인화를 억지로 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해바라기 꽃이 피면은 매우 현실적이고 시의성이 있는 조선족과의 결혼 이야기를 다뤘으나 뒤처리가 허무하게 끝났다. 더 이어진 사건이 나타난 후 마무리하고 끝났으면 작품성이 훨씬 돋보였을 거다. 마지막으로 우리 집 손님은 동화를 많이 써 본 것이 작품 도처에서 감지되었다. 동화 본질에 가장 근접해 있었고, 기법이나 문장, 대화체 사용 등이 나무랄 곳이 없었다. 그런데 주제가 좀 진부한 게 흠이었다. 두 사람은 세 편의 장단점에 대해 더 토론한 후 최종적으로 동화의 특질을 가장 많이 담은 우리 집 손님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끝으로 응모자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모두가 동화 이론을 좀 더 무장하고, 다른 이가 쓴 좋은 작품을 많이 읽은 후 자기 작품의 단점을 보완해 나갔으면 한다. 동화 부문 심사 위원 조대현 ․ 이동렬
생각지도 않았던 큰 선물을 받고나니 무척 기쁘고 행복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부터 소설이나 동화가 재미있어 부지런히 읽었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지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짝사랑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어 행복합니다. 동화는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 말고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순진무구하고, 정직하면서도 환상적인 어린이의 세계. 그러나 번번이 아이들의 시각으로 접근하지 못했기에 그 세상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늘 동화의 세계를 그리워만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가 즐거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가 무한하다는 것도 알았고 내게도 동화적 상상력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은 늦게 출발했지만 아이들이 읽으면 정말 재미있는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분에 넘치게 축하를 많이 받았습니다.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들, 동료선생님들, 서른여섯 명 우리 반 아이들 (그들이 있어 동화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항상 그리운 얼굴로 남아있는 내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모두가 있어 또한 행복합니다. 기회를 주신 한국교육 신문사와,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좋은 동화로 보답하겠습니다. 김경희 전남 해남동초 교사
“우리가 아이를 잘 못 기르고 있는 것 같아요.” 퇴근 후 넥타이를 풀고 있는데 아내가 눈물을 글썽였다. 얘긴즉 오늘 작은녀석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콜라회사 견학을 갔단다. 입구에서 마개를 딴 작은 콜라병을 하나씩 나눠주었는데 출구에서 그 병을 회수하더란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콜라를 다 마셨거나 아니면 남은 채로 그냥 병을 내주고 밖으로 나오는데 우리집 아이만 반 넘게 남은 그 콜라를 즉석에서 마구 마셔대더란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가느다란 목이 막혀 캑캑거리면서 …. 그랬을 것이다. 제 부모를 닮아 몹시도 소심한 그 녀석은 음식을 아끼면서 먹는 버릇이 있었다. 그 콜라병도 통째로 다 주는 줄 알고 평소처럼 몹시 아끼면서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의 말은 우리가 애들을 너무 인색하게 키우지 않느냐는 뜻일 것이다. 눈물 글썽이는 아내의 말을 듣는 나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래서 내가 ‘여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그렇게 남은 콜라를 그냥 내주는 것보다는 아까워하며 마시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안쓰러운 표정이 다소 누구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슴 아픈 모양이다. 평소 작은녀석은 제 형보다 훨씬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또 까탈스러웠다. 그리고 항상 제 몫을 챙기려 하고 또 제 물건을 몹시 아꼈다. 나는 막내라서 그러려니 하고 예사로 생각했다. 그런데 무심한 우리 가족의 생활 방식이 뜻밖에도 작은녀석에게는 무엇에 대한 결핍감을 무척이나 느끼게 했나보다. 이것이 작은녀석의 성격 형성에 꽤나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녀석이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식구들이 간식을 먹을 때 항상 작은녀석은 눈치를 슬슬 보면서 제 몫을 챙기려 들었다. 과일을 썰어놓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먹는 날은 쟁반의 바닥이 보일라치면 녀석은 미리 서너 개를 손으로 움켜쥐는 것이었다. 못하게 나무라니까 다음에는 손바닥으로 슬그머니 과일 쟁반을 덮기도 하였다. 나는 녀석의 버릇없는 이 음식 욕심을 어떻게 하면 고칠까 싶어 몇 번은 야단을 치기도 하였다. 그러던 가을, 녀석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저녁 간식 시간이었다. 서너 개의 사과를 깎아 작은 접시에 담아놓고 음료수를 곁들여 먹으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잡담들을 나누고 있었다. 사과 조각 사이로 접시의 바닥이 드러날 즈음이었다. 작은녀석이 제 형을 쳐다보면서 오른손으로 사과 조각을 한 입 가득 밀어 넣어 씹으면서 또 왼 손으로 사과 조각을 하나 쥐어 가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하던 제 형이 무심코 사과 조각을 하나 더 입으로 가져가자 사과 조각을 쥔 왼손으로 다시 겹쳐 쥐는 것이었다. 오른손은 여전히 제 입보다 더 큰 사과 조각을 밀어넣고 있었다. 작은녀석의 눈은 잠시도 제 형의 손과 입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때야 내가 발견한 것이다! 큰녀석은 작은녀석보다 약 3배의 속도로 사과를 축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나는 두 녀석을 아버지의 입장에서 떠나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았다. 두 살 터울의 제 형은 녀석보다 덩치도 크고 체격도 튼튼했다. 공부나 운동 등 무엇이든 동생보다 잘 했다. 자기가 모르는 것을 형은 죄다 알고 있었다. 동생의 입장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였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녀석은 늘상 자기는 동생이니까 무엇이든 형보다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해왔다. 자기는 덩치도 작고 어리니까 형보다 많이 먹어야 잘 큰다고 말하곤 했다. 목욕탕에서 뜻밖의 걱정을 하는 녀석에게 좀 더 자라면 마찬가지라는 설명을 해 준 적도 있었다. 그런데 녀석의 그 깊은 곳에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운명적 경쟁심도 아울러 지니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 두 녀석은 먹성이 엄청난 차이가 나는 데다 더구나 작은 녀석은, 지금도 그렇지만, 저가 말을 할 때는 음식을 잘 안 먹는 버릇이 있었다. 저는 형의 절반도 채 못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간식 시간에 작은녀석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랴. 사과 조각을 꼭 쥔 작은녀석이 유난히도 더 여리게 보인다. 부모가 되어 가지고 이 작은 꼬마의 나이나 덩치나 성격을 채 깨닫지도 못하면서 음식 욕심낸다고 나무라기만 하였으니…. 아내도 막내이지만 더구나 나 자신 7남매 중의 층층시하(層層侍下)가 아니었던가. 막내둥이 엉덩이 토닥거려 주는 집안 분위기도 아니었고, 또 우리 시대는 다 그러했겠지만, 온갖 물건들 물려받아 입고 또 얻어 신어 긴 소매 걷어올리고 큰 신발 끌면서 자라, 경험 속의 [내 것]에 얼마나 굶주려 있었던가. 나도 어릴 때 네 살 터울의 누나와 먹는 것을 두고 얼마나 많이도 다투었던가. 지금까지도 막내의 운명적 아쉬움을 절절히 느끼고 사는 사람이 아닌가. 이런 내가 막내의 사정을 이렇게도 모르고 7년이나 키웠다니…. 더구나 내가 학교 선생이라니…. 그날 막내의 작은 손과 입을 바라보면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나의 자책감은 매우 컸다.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마음이다. 나는 즉시 사과를 나누었다. 네 식구 각각 두 조각씩 분배하고는 남은 한 조각은 작은녀석에게 보태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몫에서 한 개를 작은녀석에게 또 주었다. 아내는 금방 다 먹어버린 큰녀석에게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그때야 막내는 확보된 제 몫의 확실한 사과 조각을 앞에 두고 천천히 먹으면서 잡담을 하는 느긋함을 보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간식을 먹을 때는 물론이려니와 무슨 일을 할 때는 작은녀석을 눈에 보이지 않게 우선 배려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녀석은 이런 사소한 일에 점차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았고 성격도 다소 너그러워지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날은 대가족 생활 속 올챙이 시절의 아픔과 소외감을 망각해버린 나 자신의 무신경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바라보는 부모 되기, 선생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깊이 생각한 하루였다. -서태수 부산 혜광고 교사
세상살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인가 봅니다. 남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 있게 살아온 내 삶의 역정을 돌이켜 보면 이 자신감이 오히려 오류(誤謬)의 돌부리가 되어 내 발목을 잡은 경우를 봅니다. 잘못된 판단이야 마땅히 그러했겠지만 당시로서는 당당했던 일 아니,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정당한 일마저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다소 자기질책형(自己叱責形)이기 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아마도 인간사의 사연들은 그 내용 자체만으로는 선악을 구분 짓기도 불분명한데다가 방법이나 과정의 여하에 따라 그 선악의 결과도 사뭇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활의 이런 이치를 진작 깨달았으면 그 체취가 향기로 배어나오는 수필이 될 터인데도 나는 오래 동안 이 부분에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삶의 향기가 직접적 재료가 되는 수필을 생각하면서 비로소 나의 삶을 구체적으로 반추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래 동안 시조(時調)를 쓰면서 같이 부대껴온 낙동강물은 이미 하구를 향해 도도히 굽이지는데 나의 샛강은 아직도 소용돌이입니다. 이건 분명히 하류에서 서성이는 나의 번민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늦은 나이에 갑자기 자기고백의 양식인 수필을 향해 정면으로 덤벼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성공도 실패도 없는 내 가족과의 편린들을 담은 내용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보았는데 뜻밖에 당선의 영광을 안게 되어 한편으론 송구스럽습니다. 졸작을 눈여겨 보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면서, 훗날에는 초겨울의 늙은 나무의 향기가 배어나는 수필로써 보답하리라 다짐합니다. -서태수부산 혜광고 교사
수필은 규범적인 형식이 없는 갈래이다. 그러므로 어떤 형식이든 빌어다 쓸 수 있으며 필자 나름대로 자유로이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반면, 글 전체의 긴장과 밀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특성 탓인지, 필자가 같아도 작품 간에 완성도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 작품보다 전체 작품, 나아가 필자 위주로 선정하고자 하였다. 먼저 역량이 엿보이는 필자들을 뽑은 뒤, 집중적으로 그분들의 작품을 돌려 읽고 논의하였다. 그 결과 세 필자(「눈길」의 곽흥렬, 「선유도」의 강기석, 「부모 개구리의 망각증」의 서태수)가 마지막에 남았다. 「눈길」의 필자는 삶을 찬찬히 관찰하고 사색하는 자세가 호감을 준다. 글의 짜임새가 약하고 마무리 부분에서 작위성이 느껴져 균형이 흔들리는 게 아쉽다. 「선유도」의 필자는 말을 깎고 다듬는 노력이 흡사 시인과도 같다. 수필에서도 그런 노력은 필요하겠으나, 독자가 체험 내용에 젖어들기 전에 말이 먼저 튀어 오르지는 않게 조절함이 좋을 듯하다. 「부모 개구리의 망각증」의 필자는 체험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역량과 태도를 지니고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섬세하고 균형 잡힌 시각도 장점이다. 그래서 표현이 다소 거친 데가 있지만 당선작으로 뽑는다. 공적(公的)인 제재를 논리 위주로 다루는 이른바 중수필이 드물었다. 이 문학상이 체험의 표현에서 나아가 바람직한 세상을 열어가는 모색과 훈련의 마당이 되기 위해, 좀 더 다양한 수필들이 모였으면 한다. 심사위원윤재근(한양대 명예교수) 현길언(한양대 대우교수) 최시한(숙명여대 국어국문학 전공 교수, 작가)
엄마에게 편지쓰는 거다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 마음은 쪼르르 엄마에게 달려갑니다 구석에 앉은 아이 얼굴을 책상에 묻고 편지지 가득 써 내려간 하얀 글씨, 콧물 마침표 마지막 눈물 자국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오늘 밤 꿈속에서 하늘나라 가신 엄마를 만나면 꼭 전해드리려고요 - 배산영 경기 경일초 교사
동시에서는 어디까지나 眞情性이 중요하다. 물론 그것은 동심을 기본으로 하고 어린이 생활을 시의 대상으로 담보했을 때만 그렇다. 성인시에 비해 동시는 응모된 작품의 편수가 적었다. 허지만 이번에 너무나 감동적인 동시 두 편을 수상작으로 선보일 수 있어서 심사위원들은 기뻤다. 시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울림, 즉 감동이다. 읽고 난 뒤 감동이 없는 시라면 어찌 그것이 좋은 시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올해 뽑힌 동시는 성인시보다 하나도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 칭찬을 드리고 싶다 終審에 오른 작품은 「시골버스」(장극조),「세상에서 제일 큰 콩」(유재란),「하늘나라로 가는 편지」(배산영), 「할머니 마음」(손한성), 「졸업사진」(이희규) 등이었다. 리얼리티가 있다는 점에서 다이내믹한 어법이 눈부시다는 점에서 시상이 단순하면서 아름답다는 점에서 각각 장점이 있으나 우리는 「하늘나라로 가는 편지」를 당선작으로 「졸업사진」을 가작으로 뽑는데 쉽게 의견일치를 보았다. 전자는 내용이나 표현이 공히 감동적이라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다. 시의 구조화에도 탁월한 능력이 있다. 함께 응모한 「새와 나무」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비하여 「졸업사진」은 리얼리티가 있고 진정성이 있는 작품이다. 시적인 구조도 탄탄하다. 순서로 비록 그렇게 갈렸으나 작품의 수준 차이는 별로 없다. 다 같이의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이 가 림, 나 태 주)
놓는다고 한 것이 제대로 놓은 징검돌 하나 없이 흔들리는 징검다리 위에서 허우적거리다 운좋게도 지푸라기 한줄 잡은 기분이다 아직 튼튼한 동아줄이지 못하여 물 속에 빠지면 어쩌나 마음 한쪽 걱정이 고개를 들긴 하나 그럴 수록 더디다해도 한걸음한걸음 거짓없이 흔들리며 제자리를 찾을 징검돌을 놓으며 길을 가겠다. 훗날 내가 놓은 그 돌다리 위를 폴짝폴짝 뛰어 건너며 물수제비뜨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까 내마음을 아이의 키만큼 낮추고 아이의 열린 마음으로 세상 이곳저곳에 숨어있는 별과도 같은 반짝이는 보물들을 찾아 매일 떠나야겠다. -배산영 경기 경일초 교사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12일 사학법 강행처리에 항의,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실을 점거했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최고위원 등이 사학법 강행처리와 관련, 김 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뒤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들어 울산지역 학생들의 해외 어학연수가 지난해 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울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울산지역에서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왔거나 연수중인 학생은 초등학생 331명, 중학생 113명, 고교생 64명 등 모두 50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0명 보다 49%인 168명이나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68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98명, 동남아 72명, 뉴질랜드 65명, 캐나다 42명 등의 순이었다. 이는 올해 경기가 다소 호전되면서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습득을 위해 외국으로 가는 학생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경기가 호전되면서 자녀를 외국으로 보내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을 교육하는 전북지역의 대안학교가 신입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99년 나란히 문을 연 도내 대안학교인 완주 세인고와 무주 푸른꿈고의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원서접수 마감결과 정원을 크게 초과했다. 완주군 화산면에 있는 세인고(교장 송재신)는 2006학년도 신입생 전형에서 40명 모집에 330명이 지원해 평균 8.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입생이 이처럼 몰리자 학교측은 올해부터 20명을 더 뽑아 학년당 정원을 60명으로 늘렸다. 생태학습을 표방하는 무주 푸른꿈고(교장 조주영)도 25명 모집에 45명이 지원, 20명을 탈락시켰다. 대안학교가 큰 인기를 끈 것은 획일적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는 대안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학교 학생의 대입성적도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세인고는 해마다 졸업생의 30%정도가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데 올 대학입시에서도 31명이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푸른꿈고도 해마다 졸업생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으며 올 입시에서는 졸업생의 절반이 넘는 13명이 수시모집에 합격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