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78,775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하락장이 무서운 이유 2020년 3월 큰 하락장 이후, 증시는 하락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지냈다. 코스피지수는 1400부터 시작해서 3300까지 10개월 만에 올랐다. 너무 빨리 올랐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사람들은 상승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작년, 지수는 오르지 못하고 주춤했다. 그러다 올해 1월부터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사람들은 이 하락이 영원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다만 이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를 뿐이다. 바닥을 모른다는 두려움은 투자자에게 매우 큰 공포를 선사한다. 기업이 멀쩡하고 돈을 잘 벌어도 공포는 주가를 내리게 한다. 워런 버핏이 말하는 좋은 기업이 바겐세일하는 구간이 이 시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하락 초기에 사서 지하 2층·3층을 만나거나 두려워서 오히려 이때 주식을 팔고 떠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마젤란 펀드는 13년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하루 만에 미국 증시지수가 22% 하락한 블랙먼데이가 있던 1987년에도 수익을 기록한 전설의 펀드다. 그런데 단 한 해도 손실이 없었던 이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본 사람이 절반을 넘는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전략’을 사용하다 보니 손실이 나기 쉽다. 차라리 오르고 내리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장기투자했다면 훌륭한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결국 기업의 가치와 별개로 주가는 대중의 심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중심리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투자를 하지만 투자와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 경기민감주와 경기방어주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어떤 때는 경기가 좋다가도 이내 경기가 나빠지고 다시 좋아지고를 반복한다. 워런 버핏은 이런 경기와 상관없이 ‘실적이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하지만, 대한민국 주력 업종은 자동차·반도체·전자·조선 등 경기가 좋을 때 잘 팔리는 업종들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한국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이 어떤 것들인지 이해하고, 이에 맞는 투자법도 알고 있어야 한다. 가전제품·자동차·컴퓨터·선박 같은 고가제품들은 돈이 잘 벌려야 사기 쉽다. 경기가 나빠 장사가 안되고, 직장도 불안한 상태에서는 이런 고가제품 구입이 줄어든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의 주가는 오를 때는 빠르게 오르고, 내릴 때는 빠르게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국내수출 위주 산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할 때는 경기가 나쁠 때 사서 경기가 좋을 때 파는 전략이 좋다. 하지만 하락의 끝을 알 수 없기에 경기가 하락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 분할해서 사들이는 전략을 써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불황에 강한 경기방어주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제품을 파는 제품들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먹거리·기호품·의약품·게임·서비스 등은 경기가 안 좋아도 매출이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 식품회사들의 경우 오히려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 사람들이 외식을 줄이고 가정간편식 제품 판매가 늘기 때문에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 최근 외국사례를 보면 담배 회사·소매품 회사·식료품 회사·초콜릿 회사 등 먹거리나 기호품 회사들의 주가가 두 달 사이 10~20% 상승했다. 반대로 이 시기 미국증시와 한국증시는 10% 이상 하락했다. 경기방어주는 이럴 때 위력을 발휘한다. 경기방어주이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은 주가가 잘 하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국내외 담배기업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연 6~8%, 통신회사의 경우 연 5~8% 수준이다. 만약 주가가 더 내려가면 배당수익률은 더 올라가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더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인플레이션 수혜를 보는 기업 최근의 증시 하락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를 올리고, 그 때문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가 당장 하락할 가능성보다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불안으로 밀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유가도 계속 올라 100달러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럴 때는 원재료를 사서 가공하는 회사는 재료 가격이 올라 마진율이 떨어져 이익이 줄어들고,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 물론 경기가 좋아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고 판매가 늘어난다면 이익이 늘어 주가는 상승한다. 하지만 지금은 물가는 오르고 판매는 늘지 않는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럴 때는 원재료를 파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고, 고객에게 가격인상을 전가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다음으로 좋다. 예를 들어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회사, 전기차 배터리 핵심원료를 만드는 리튬·니켈 채굴 기업, 철광석을 채굴하는 기업, 석회석으로 시멘트를 만드는 기업 등 1차 산업이 유리하다. 브랜드가 뛰어난 커피·초콜릿·음료·스마트폰·자동차·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에서도 가격인상을 통해 이익을 늘릴 수 있다.
티베트고원을 달리며 _라싸에서 서안까지(2,864km 34시간의 칭짱열차)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해발 4,000~5,000m를 넘나드는 고원 위를 내달리는 낮 동안 몸은 피로에 겨웠지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은 한순간도 피곤한 줄 몰랐답니다. 고원(高原)이라고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펑퍼짐한 언덕의 지평선이며, 야크 떼와 양 떼 그사이를 가로지르는 꿈결 같은 시내, 이따금 나타났다간 사라지곤 하는 설산이며 호수…. 공해도, 찌든 세상의 근심도 닿지 않은 티베트고원 위로, 몇 만 년 전에 내려 보냈던 머언 우주의 별, 그 시원(始原)의 빛이 그대로 티베트고원에 내려와 닿겠지요. 겨울, 초원 위를 유유히 거닐며 한가로이 마른 풀을 뜯던 야크 떼들도 이제 모두 엎드려 잠을 청할까요. 양을 몰던 목동이며, 오체투지로 먼 길을 재촉하던 순례자들도 곤한 몸을, 바람도 재울 수 없는 허름한 텐트 안에서 잠시 뉘어, 쉬고 있을까요. 칭짱열차 2층 침대 위에 누웠습니다. 전신으로 전해져오는 열차 특유의 리듬에 온몸을 맡겨봅니다. 밤새 고원을 가로지르는 이 환몽과도 같은 흔들림. 레일 위를 규칙적으로 달려가다가도 이따금 불규칙한 단절음과 함께 좌우로 살짝 흔들리는 옅은 파격의 리듬이 몸 안으로 젖어들면, 마음은 이 고원을 넘어서서 머언 우주의 별들 사이를 유영하기라도 할 법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순간…, 이 아릿하고도 먼 낯섦과의 마주침이 결국 우리네 삶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조금은 쓸쓸한 여행과 같은 것이 생이라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편, 어둑한 사원 실내를 밝히는 버터램프처럼 문득문득 밝아오는 사랑·그리움·희망이란 것들의 별빛 반짝임. 4인실 침대 열차 안. 나머지 셋은 카드놀이에 열중인 중국인들입니다. 어설픈 영어 몇 마디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거기가 끝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놀이에 열중이었고, 침대에 엎드린 나는 나만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고요히 흔들리는 기차 음률에 따라, 천만리 아득한 세상 밖 그 어디로든…. 가장 남루하게 걸어 다니는 살아 있는 부처, 오체투지 행렬 며칠 전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라싸를 떠나던 아침 길. 고지 특유의 미열과도 같이 약간 들떠 있는 듯한 옅은 두통은 산소 결핍으로 인한 것이라지요. 전날까지, 동행 중 한 명은 이곳 병원 신세를 졌답니다. 고소증은 치료라고 해야 커다란 산소통 옆에서 쉼 없이 산소를 공급받는 것뿐이었지요. 산소 결핍은 평범한 다른 이에게도 곧잘 숙면을 가로막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 전날 밤엔 나도 그랬답니다. 몇 번이나 자다 깨기를 반복했는데 라싸를 벗어날 무렵, 아직 산을 넘지 못한 달이 해쓱한 얼굴로 머물러 있고, 먼 산 우듬지로 햇살이 하나둘 비춰드는 순간 달리는 차창으로 펼쳐지는 모습에 몽롱하던 의식이 퍼뜩 깨어났습니다. 바코르 광장에서도, 조캉 사원 앞에서도, 드레풍 사원, 세라 사원에서도, 포탈라궁 언저리에서도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그날 아침은 달랐습니다. 그저 다른 정도가 아니었답니다. 무엇인가가 심장 저층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듯한 느낌의 전율. 그렇습니다, 솟구쳐 오르는 느낌은 마치 전율과도 같은 것이었지요.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아침, 차가운 아스팔트 길 위로 꾸물거리며 오는 것은 분명, 우리와 같은 사지를 가진 멀쩡한 사람들이었습니다. 400㎞ 안팎의 길을 70여 일에 걸쳐 오거나, 심지어 1,000㎞가 넘는 길을 5~6개월에 걸쳐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순례자들의 오체투지 행렬…. 옷은 차마 말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해졌고, 검게 그을린 얼굴에 짓찧은 이마만 하얗게 굳은살이 박여 있으며 덕지덕지 말라붙은 머리들…. 그럼에도 간간 마주치는 눈빛만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짝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내게로 와 명멸하는 숱한 생각들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요? 그 순간 내 마음으로 와 안긴, 전율의 감정만으로도 여행은 충만한 느낌이 되었습니다. 그 나머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들은 모두 덤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미개하며 야만적인, 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신심(信心)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신심(信心)은 그 자체로 이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삶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살 수도 있고 살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선택의 영역 밖인 것처럼, 아니 그저 현세의 삶에 머무는 것만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향해 걸어가는 윤회의 연결입니다. 남루한 그들은 사원에 감금되어 우러러보는 화려한 형상의 부처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남루하게 걸어 다니는 살아 있는 부처이기도 합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달콤한 음률의 기독교 성가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음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에 저절로 젖어들 수 있을 것 같은 세련된 종교가 있습니다. 대학시절, 미션 합창 동아리에서 성가를 함께 부를 적에 함빡 젖어들게 만들던 화음은 그 자체가 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지고, 그 종교에 대한 경외심마저 갖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서구식의 합리와 감각이 더해져서 세련되고 깔끔한 품격마저 갖춘 기성 종교에 비하면, 이들의 행렬은 얼마나 남루한 것인가. 좀 더 난도질하여 말한다면 얼마나 미개하며 야만적인가요? 그러나 쉬이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또 쉬이 회의(懷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들이기 쉬운 발걸음만큼, 거두는 발걸음 또한 가벼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들의 고난에 찬 걸음은 그러나 한 점의 의혹도 회의도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것처럼, 그들에게 신심은 생과 사의 존재를 훌쩍 뛰어넘는 초월적 힘의 질서에 따른,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으로 보였습니다. 에필로그 티베트에 다녀온 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중국이 서남공정(西南工程)으로 티베트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꾸준히 한족들을 이주시켜 티베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듯이, 킬리만자로산 정상부의 만년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듯이, 티베트의 문화와 정체성도 머잖은 미래 어느 지점에선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다녀온 곳 중에 어디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느냐고 물으면, 자연의 신비로는 ‘우유니 소금사막’에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영적인 신비로움, 뭉클한 곳으로 ‘티베트’를 으뜸으로 꼽곤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도 간간히 티베트 사람들과 어둑한 사원 안의 불빛과 승려들의 낮은 저음의 게송들이 어우러져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자리를 펼치곤 합니다. 티베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대로 작은 신이었던, 그래서 거대한 신들의 영지인 그곳이 언제까지 그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3월이 오면 민들레·꽃다지를 시작으로 노루귀·산자고·봄맞이 등 많고도 많은 야생화가 피어난다. 3월 중순쯤 길가에 제비꽃까지 보이기 시작하면 완연한 봄이다. 가만히 보면 제비꽃들도 저마다 꽃 색도 다르고, 잎 모양도 다르다. 보라색도 있고, 흰색도 있고, 잎 모양이 넙죽한 것, 길쭉한 것 등등 제각각이다. 제비꽃 구분이 쉽지 않은 것이다. 웬만큼 꽃 공부를 한 사람도 제비꽃에 이르면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제비꽃만 60가지 안팎이 있는 데다 다양한 변종까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같은 종이라도 변이가 심해 뚜렷한 구분 포인트 잡기가 쉽지 않다. 필자도 해마다 3~4월이면 제비꽃앓이를 하고 있다. 그냥 노랑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같이 특징이 뚜렷한 제비꽃만 알고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3월이 오면, 길가에도 산에도 나타나는 제비꽃들을 보면 또다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제비꽃 공부는 할수록 끝이 없는 것 같지만, 우선 서울 등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제비꽃 5가지, 산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으면서 그나마 특징이 뚜렷한 제비꽃 5가지 등 10가지만 알아보자. 꽃잎 안쪽에 털이 있으면 제비꽃, 없으면 호제비꽃 먼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비꽃 5가지 중 서울에서 가장 먼저 피는 제비꽃은 서울제비꽃이다. 잎이 둥근 달걀형으로, 잎 폭이 넓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잎맥이 밝은 연두색이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넓어야 서울제비꽃인지 헷갈릴 수 있지만 보다 보면 감이 생길 것이다. 서울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었는데 경기도 등 중부권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그냥 제비꽃. 제비꽃은 사진과 같이 잎자루나 꽃자루에 털이 없이 매끈하고, 잘 보면 꽃잎 안에는 털이 나 있다. 사진에서 보듯 꽃 색이 진한 보라색이다. 꽃자루 색깔은 연한 편이다. 또 제비꽃은 잎자루가 잎 길이와 비슷할 정도로 길다. 반면 호제비꽃은 잎자루·꽃자루·잎에도 가는 털이 덮여 있는데 꽃잎 안쪽에는 털이 없다. 제비꽃과 정반대다. 그러니까 꽃잎 안쪽에 털이 있으면 제비꽃, 없으면 호제비꽃이다. 그래서 제비꽃은 잎에 털이 없어서 전체적으로 깔끔한 느낌, 호제비꽃은 잎의 잔털 때문에 뿌연 느낌을 준다. 제비꽃 색은 진한 보라색이지만 호제비꽃은 연한 보라색이다. 감이 좀 잡히는가. 위 제비꽃 세 가지를 바로 구분할 수 있으면 중수 이상일 것 같다. 솔직히 필자도 스마트폰 메모에 제비꽃 별로 특징을 적어놓고 제비꽃 종류가 보일 때마다 맞추어 보지만 아직도 헷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산에서도 제비꽃을 척척 맞추는 분들, 특히 ‘민둥뫼~’ 같은 제비꽃 종류를 알아보는 분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도심 제비꽃 중에서 꽃 색이 흰색인 것도 있다. 이중 상당수는 흰젖제비꽃이다. 흰젖제비꽃은 흰꽃 중에서 도심에 가장 흔한 제비꽃 같다. 잎이 넓은 삼각형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꽃이 젖처럼 흰색이라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모든 것이 제비꽃과 똑같고 꽃 색만 흰색인 것이 있는데 이것은 흰제비꽃이다. 종지나물 사진을 보면 익숙한 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제비꽃 중 유일하게 사람이 재배하는 종이다. 미국에서 도입해 미국제비꽃이라고도 부른다.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꽃과 하트형 잎이 모두 크고, 연보라색 무늬가 꽃잎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종지나물은 화단에 머무르지 않고 야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종이다. 그래서 이제는 화단에서만 아니라, 봄이면 누가 심지 않아도 저절로 꽃을 피우는 귀화식물이 됐다. 독특한 이름은 잎이 필 때 심장 모양의 잎이 동그랗게 말려 나오는 모습이 종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노랗고, 하얗고, 진달래빛까지 걸음을 멈춰 세우는 산 속 제비꽃 다음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제비꽃 중에서 그나마 특징이 뚜렷한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알록제비꽃, 금강제비꽃 등 5가지다. 먼저 남산제비꽃은 4~6월 산에서 흰색 꽃을 피우는 제비꽃이다. 잘게 갈라져 있는 잎 모양(정확히는 잎이 3~5갈래로 갈라지고, 그 갈라진 잎이 다시 깊은 톱니로 갈라짐)이 독특해 다른 제비꽃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남산제비꽃은 맑고 그윽한 향기가 있어서 더욱 좋다. 남산에서 처음 발견해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는데, 한·중·일 이름이 똑같은 데다, 남산이라는 지명이 흔하기 때문에 서울 남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다. 고깔제비꽃도 특징이 뚜렷해 구분이 쉬운 편이다. 잎이 처음에는 고깔처럼 말려서 나오다 점점 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꽃 색깔이 진달래꽃 색깔과 비슷하다. 둘은 꽃이 피는 시기도 비슷하다. 노랑제비꽃은 한번 보면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있다. 4~5월 북한산에 가면 등산로를 따라 엄청 많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제비꽃들이 노랑제비꽃처럼 구분하기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 알록제비꽃은 잎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에 가다 이 꽃을 보면 잎이 너무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알록제비꽃은 분홍색에 자주색을 약간 섞은 듯한 꽃 색을 가졌다. 금강제비꽃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한 제비꽃이다. 강원도 고산지역 해발 700m 이상 높은 산에서 자라는데, 설악산·함백산·오대산 등에 가면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제비꽃이다. 금강제비꽃은 새잎이 돋을 때 가장자리 양쪽이 말려 올라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깔제비꽃 등도 잎이 말려 올라오지만, 잎 아래쪽이 말리는 깔때기 모양이다. 금강제비꽃은 잎 양쪽이 말리는 특이한 모양을 갖고 있어서 그나마 구분하기 쉽다. 제비꽃이란 이름은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꽃이 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제비꽃은 종류만큼이나 다른 이름도 참 많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가면 ‘제비꽃’이라는 추천명 아래 다른 이름이 10개가 넘게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오랑캐꽃이 있는데, 이 꽃이 필 무렵이면 북쪽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붙인 이름이라고도 하고, 꽃 밑부분이 길게 튀어나온 모습(꿀주머니. 식물 용어로 ‘거’)이 오랑캐 머리채 같아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이밖에도 키가 작아 앉아있는 것 같다고 ‘앉은뱅이꽃’, 꽃 모양이 장수들이 씨름하는 것 같다고 ‘씨름꽃’ ‘장수꽃’ 등도 있다. 이름이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친근하다는 뜻일 것이다.
조명연 한국교육환경보호원 원장은 교육부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30년 이상을 ‘학교방역과 학생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직’에서 근무하면서, 홍역·사스·신종플루·메르스에 이어 코로나까지 감염병이 우리 사회를 덮칠 때마다 최일선에서 학생들을 지켜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발병 이후, 하루 통화량이 150통에 이를 정도로 교육부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면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됐다. KTX에서 소보로빵 두 개와 우유 한 팩으로 아침을 때우며, 200여 개의 코로나 학교방역 대책을 만들 냈던 조 원장은 지난해 12월 정년 1년을 남겨놓고 교육부를 떠났다. 교육환경평가와 급식, 학생건강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누구에게든 큰소리 한번 낸 적 없는 부드러운 성품이지만, 자신의 책임을 피하지 않는 소신파로 유명한 조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후배들에게 일거리를 물려주고 나온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33년 공직생활을 마치고 원장으로 취임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공직생활을 마감한다는 것은 공직자로서 갖고 있던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는다는 홀가분함과 더 이상 정부정책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더 엄중한 시기에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나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좀 생소하게 여겨진다. 뭘 하는 곳인지 간단히 설명해 달라.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은 2018년 2월에 특별법인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기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택지를 개발해서 학교용지를 선정하거나 이미 운영 중인 학교주변을 일정규모 이상 개발(건축포함)하고자 하는 자(사업자·정부기관 모두 해당)는 이 같은 시설이 학생들의 학습환경에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평가 받아야 한다. 이때 사업자가 제출하는 교육환경평가서를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검토해서 교육감이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기관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다. 아울러 교육환경평가 외에도 학생들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학교급식과 같은 학생들의 건강증진과 관련된 실태조사와 정책연구 등도 같이 실시하고 있다. 학교를 둘러싼 교육환경 역시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교육환경보호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데. 그렇다. 현재 세계적 추세는 교육환경을 물리적 환경은 물론 심리·사회적인 환경까지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아직 물리적 환경 위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학교주변 건물들이 초고층화 되면서 일조권과 조망권에서 많은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은 물리적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아가 정서·심리적 환경까지 고려한 학습환경 개선을 위해 전문적인 기관으로의 역할을 다 할 생각이다.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취약하다. 앞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리는 그 누구도,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이 2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기본적인 모임이 제한되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며 살고 있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라서 학생과 선생님, 학생과 학생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만나거나 화면에서 만나고 있다. 우리 원에서는 교육부와 함께 코로나19가 학생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는 ‘코로나19 학생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이후 학생건강증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관련 정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공직생활 중 가장 힘들었을 것 같은데, 지난 2년 어떻게 보냈나? 솔직히 어떻게 2년을 버텼는지 내가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적(코로나19)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고, 이후에는 국내의 발생상황과 국내외 확산추세 등에 따른 방역당국의 대응방침에 맞춰 학교방역 성공을 위해 대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학교현장의 혼란과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로 매일매일 고민하고, 뛰어다니며, 대응하다가 마지막 2년을 보내고 퇴임을 맞이한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인가?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사스·신종플루·메르스처럼 5~6개월만 고생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사상 초유의 사태로 개학이 연기된데 이어 온라인개학과 원격수업이 등장했고, 5월 20일이 되어서야 단계적 등교 개학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단계적 등교 개학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퇴근길에 개구리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벌써 여름이 됐나?’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던 시기였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이 호전되지 못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홍역·신종플루·메르스에 이어 코로나까지 감염병에서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써 왔는데 각각의 감염병마다 대응하는데 특징이 있었을 것 같다. 2000년 초반,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홍역은 영·유아기 때 접종했던 백신 효능이 떨어지면서 국내에서 갑작스럽게 유행했던 감염병이었고, 추가예방접종이라는 해결방법이 있었다. 2009년 5월에 나타난 신종인플루엔자(H1N1)는 그동안 발생한 적 없는 인플루엔자였지만, 이미 구강으로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와 백신이 있는 상태였다. 그 당시 학교별 부분 휴업을 했던 이유는 백신이 국민들이 접종하기에 충분한 양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을 대량생산·확보할 시간이 필요했고, 얼마 쯤 뒤 수능 감독관을 필두로 그해 겨울까지 모든 학생·교직원이 예방접종한 후 유행이 마무리되었다. 2015년 5월 국내에 들어온 메르스는 일부 의료기관 내에서만 감염되고 학교까지 확산되지는 않았다. 다만 메르스를 계기로 학교 감염병 대응체계가 어느 정도 준비되면서, 이번 코로나19를 초기에 대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 대응에는 그동안 겪었던 감염병이 도움을 준 것 같다. 사실이다. 미세먼지로 사회적 관심과 우려가 커지면서 마스크 대량 생산 기틀이 마련됐다. 또 메르스 등은 학교방역체계를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지금 학교나 교육청이 사용하고 있는 매뉴얼도 다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이번 코로나 대응도 잘 이겨내면 다음에 또 어떤 위기가 닥쳤을 때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3월 본격적으로 새 학기가 시작되면 학교급식 방역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 보건분야 전문가로서 조언을 해 준다면. 오미크론 변이확산에 따른 학교방역전략을 어떻게 결정할 지에 따라 대응방안이 조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비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급식은 현실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처럼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거리두기·칸막이 설치·지정좌석제 등과 함께 3월 초 좀 춥기는 해도 식사시간만큼은 창문을 상시 개방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한 가지 제안하자면, 학기 초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때까지 급식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식단으로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 백신접종 이상반응 청소년들에게 치료비 지원을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담당하고 있다. 백신접종 후 모든 이상반응에 치료비가 지원되는 것인가? 학생과 교사들이 꼭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다면? 질병관리청에서는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관련 전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제1호~제3호까지와 제4-1호까지는 보상을 하고, 제4-2호(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이거나 제5호와 같이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는 기각하게 된다. 이때 교육부는 백신접종 당시 18세 이하의 청소년인 경우 제4-2호로 기각된 경우에도 치료비를 지급(30만 원 이상)하기로 결정하였고,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 집행기능을 위탁했다. 학생·학부모는 가까운 시·군·구 보건소를 통해 질병관리청에 피해보상을 신청할 수 있다. 혹시 질병관리청에서 기각되더라도 본인이 부담한 금액 기준으로 30만 원 이상인 경우 교육부(교육환경보호원)에서 보다 폭넓게 지원되고 있으니 관련 보상제도를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대 500만 원까지 치료비가 지원된다고 하는데 구체적 기준이 궁금하다. 그렇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이후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최대 500만 원까지 지급된다. 다만 백신접종 이상반응에 의한 치료비는 모두 지급되지만, 보약처럼 본래 치료목적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는 치료비 지원항목에서 제외된다.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교육부 보건분야에서만 26년을 근무하며 부이사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불린다. 인생의 버팀목이 된 철학이나 좌우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1988년에 서울시교육청에서 보건직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1995년에 교육부로 전입한 이후에도 보건분야를 담당했다. 30년 이상을 한 우물만 파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마 이런 모습을 보고 ‘전문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 같은데, 과찬이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한다는 것은 분명히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다. 나는 단점으로 지적되는 매너리즘에 빠져들지 않도록 꾸준히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인생 좌우명이라고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주신 것에 감사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근무해왔다. 제2의 인생을 시작했는데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학생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취임하면서 약속한 것이 첫째, ‘전문기관’으로써의 기능과 역량을 신장시키고, 둘째, ‘소통과 협력’을 지향하며, 셋째, ‘사랑과 믿음’이 있는 직장을 만들고, 넷째, ‘투명경영·책임경영’을 실시하며, 마지막으로 재정과 청사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진로를 탐색하고, 미래를 개척한다.’ 서울구일고등학교(교장 이용식)의 첫인상이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자기주도적 능력을 길러주는 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교과수업부터 진로활동과 공간혁신까지,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조성한 결과다. 이뿐 아니다. 학교장이 직접 나서 매일 아침 30분씩 학생들의 문해력 신장을 지도한다. 일반고에선 보기 드문 과학과 진로선택 실험과목을 개설·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교육내용과 교육공간 등 모든 면에서 두드러진 차별화를 보이는 학교.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구일고의 진면목이다. 학생중심 프로그램을 통한 자기주도성 함양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된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를 찾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의 핵심도 자기주도성이다. 그래서일까? 서울 구일고는 자기주도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I-Best 특공대’ 프로그램이다. I-Best 특공대에는 아침활동, 여름방학 및 겨울활동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아침활동은 매일 30분간 학교장이 직접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고전·소설·사설·논문·수능 고난도 지문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고 분석한 후,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기 생각을 정리해 글로 표현한다. 문단 요약능력과 문장 분석력 등이 향상되고 문해력을 신장하는 데 효과적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몰입도와 만족도가 높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또한 학기 초에 학생들이 스스로 지킬 약속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나와의 약속’ 프로그램과 학습플래너 작성 및 실천을 독려하는 ‘자기주도학습 역량 우수자 시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교과수업도 마찬가지다. 학생중심의 협력·참여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해 자기주도성을 높인다. 2021년에는 창의적 글쓰기(국어), 기후와 지형을 고려한 여행계획(사회), 코로나바이러스 극복 프로젝트(과학), 영어 인문학·북 리포트·세계시민교육(영어), 한·중 문화비교 논술 프로그램(중국어) 등 과목별 특색교육과정을 통해 거꾸로수업 및 프로젝트 수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공간혁신을 통한 하드웨어 역시 자기주도성 함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학익재(자율학습실)와 서향재(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하고 아늑한 자기주도 학습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학익재(자율학습실)는 다양한 스터디룸을 제공, 학생들이 언제든 협력하며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아울러 AI 교실을 구축해 다양한 에듀테크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구일고의 자랑으로 꼽힌다. 맞춤형 진로 프로그램을 통한 체계적 진로설계 이와 더불어 구일고에서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급별 ‘진로체험활동’을 실시한다. 미래사회에 유망한 직업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과 성찰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학기에는 드론 조종 및 촬영기술 체험, 코딩기초 및 로봇 제어 체험, 3D 프린팅 이해 및 3D펜 체험, 평화 감수성에 기반 한 민주적·생태적 관계와 구조 모색 등의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매년 실시하고 있는 ‘진로관련 연구자료 탐색마당’에서는 학생 본인의 진로와 관련 있는 단행본을 읽고, 습득한 지식이나 내용을 바탕으로 전공서적·논문·학술지 등 심화 연구자료를 선정해 분석한 후, 이를 보고서와 인포그래픽으로 만드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 같은 진로관련 교내활동은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진로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학교 측은 “관련 자료탐색과 종합·해석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독해능력과 문제해결능력 및 학문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돼 높은 성취도를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학년별 입시 방향에 맞는 학생·학부모 대상 진학설명회, 면접 심화지도, 개인별 맞춤형 진학컨설팅, 진로캠프를 통해 진로성숙도와 진로정체성에 따른 자기이해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방형 교육과정을 통한 모든 학생의 맞춤형 성장 지원 오는 2025년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맞춰 구일고는 학교 지정 교과목을 최소화하는 대신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조합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서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진정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예정이다. 비록 적은 수의 학생이 선택했지만 물리학실험·경제수학 등의 교과목을 개설했다. 일반고에서는 보기 드문 과학과 진로선택 실험과목(물리실험·화학실험·생명과학실험)도 개설돼 운영 중이다. 이용식 교장은 “획일적인 교육으로는 학생의 학습동기와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다”며 “학습속도가 다르고 학습목표도 다른 학생들을 수직적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저하하는 역기능을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으로는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구일고는 합창·연극·영화 등 특색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 실천과 체험중심의 인성교육, 창의성 및 감수성 함양을 위한 과학·인문·예체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미래사회의 행복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모든 교육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교장은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교육목표로 꿈과 열정을 키우는 학교, 자신감과 비전을 심어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방교육재정 문제의 중심에는 국가의 재정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학령인구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전통적 목표’와 ‘국가 재정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당면한 목표’ 간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산업·국방·SOC 등 재정이 투입되는 모든 부문에서 해당 부처와 이해관계자는 자기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예산을 안정적으로, 더 많이 확보하려는 욕구를 가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부처와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재정을 바라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재정규모는 국가의 경제적 역량과 현재 및 미래세대의 부담 수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로 정해지므로 분명한 제약이 있다. 지방교육재정 문제도 이러한 제약 하에서 재정을 각 부문에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빚을 누가, 어떻게 갚을지 먼저 지금과 앞으로의 재정여건부터 살펴보자. 현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 탓에 재정건전성에 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매년 적자재정이 이어지면서 국가채무 규모는 2017년의 660조 2,000억 원에서 2022년에는 1,075조 7,000억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불과 5년 만에 63%나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7년의 36%에서 2022년에는 5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2026년 말에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GDP 대비 66.7%로 올라가는데, 그 증가 속도는 35개 선진국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직까지는 재정이 건전하니 국가가 빚을 더 지더라도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라는 주장은 무성하다. 하지만 그 빚을 누가,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 추세 속에서 인구는 조만간 감소하게 된다. OECD는 지금은 2% 대인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에는 1%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그렇다면 국가채무를 낮출 방도는 없게 된다. 재정지출의 합리화와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지니는 가치와 상징성 때문에 다른 부문과 구분된 재정칸막이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법에 의해 자동으로 이전되는 국세와 지방세 수입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재원으로 예산 대부분을 마련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육행정기관은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정부와 시·도는 재정정책목표나 예산 사정과 관계없이 세수 일부분을 의무적으로 지방교육예산으로 배정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공공서비스에 대해 칸막이를 설치해서 예산을 안정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지금의 지방교육은 그런 부문으로 보기 힘들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1인당 경상 GDP 성장률은 연평균 4.1%였으나 초·중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두 배나 빠른 연평균 8.1%의 성장률을 보였다.이런 결과는 수혜자를 고려할 때 다른 부문에 비해 지방교육부문 예산이 매우 빠르게 증가해왔음을 짐작케 한다. 이는 OECD 회원국들과의 비교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데, 2018년 정부지출에서 초·중등교육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서 OECD 평균 7.8%에 월등히 높다. 또한 초·중등교육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 3,794달러로 회원국 중 6위이며, 평균(1만 454달러)의 132%에 달한다.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룩셈부르크·노르웨이·오스트리아·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7만~894만 명에 불과한 소국들임을 고려한다면 1인당 교육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10여 년 전인 2010년의 1인당 교육비는 OECD 평균의 80%대에 불과했음을 생각하면 실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지방교육예산의 빠른 성장은 최근 일선 학교 교육여건의 대폭적인 개선으로 반영되었다. 여건을 더욱 개선하고 미래교육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 투자를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재원이 투입돼,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과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설득력은 떨어진다. 교육재정 내의 칸막이부터 해소 교육재정 내부의 칸막이도 합리적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재정은 크게 초·중등교육에 관한 지방교육재정과 대학 및 RD를 포함하는 고등교육재정으로 구분된다. 고등교육의 상황은 초·중등교육과는 판이하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초·중등교육의 1/5 수준인 연평균 1.6%(RD를 제외하면 0.96%) 성장하는데 그쳤다. 2018년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만 1,290달러로 OECD 평균인 1만 7,065달러의 66.2%에 불과하여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법정예산의 빠른 증가로 인해 예산 사정에 따라 재량적으로 편성되는 고등교육예산의 증가가 억제되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재정 간의 칸막이 때문에 한쪽의 여유재원이 다른 쪽에서 활용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점은 지방의 일반 공공서비스와 지방교육서비스가 서로 다른 주체에 의해 다른 재원으로 공급되는 시스템의 적정성에 관한 것이다. 교육자치제도 하에서 지방교육은 교육행정기관이 전적으로 관할하지만, 과세권은 없으며, 교육수혜자의 부담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예산을 정부와 지방에 의존하면서도 지방교육서비스를 배타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은 연성예산제약 문제와 재정책임성에 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나아가 지방의 일반 공공서비스와 교육서비스 간 불균형과 중복투자 등 지방재정자원 활용의 비효율도 우려된다. 그간 지방교육재정은 재정칸막이 내에서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장해오면서 교육여건 개선과 교육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해왔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제도는 상황의 산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상황이 변한다면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은 재정의 총체적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지방교육재정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먼저 교육재정 내의 칸막이부터 해소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부문의 여유 재원을 재원이 부족한 다른 교육부문으로 재배분하는 것이다. 교육은 인적자원의 증가를 통해 직접적으로, 그리고 기술·제도 발전과 형평성 제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평생교육·직업교육 등에 대한 투자 확충은 초·중등교육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방공공서비스의 균형 잡히고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일반 지방행정과 지방교육행정의 연계도 필요하다. 각각 내국세의 일정률을 재원으로 정부가 교부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간의 연계가 먼저 필요하며, 시간을 두고서는 재정관계 자체의 개혁을 통해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의 적정규모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KDI(2021)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량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증가시키되 학령인구 비중의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면 2060년까지 매년 평균 25조 원 이상, 40년간 무려 1,047조 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계한다. 이런 방식에 따른 재원규모 결정은 한 가지 대안이지만, 지방교육재정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부문도 그렇지만, 지방교육재정 또한 시대 및 상황변화를 반영한 적정규모의 결정, 재원 배분방식의 합리화, 지출의 효율성 제고 등의 개혁 과제를 간과할 수는 없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분권의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세대 간의 복지 형평 등을 위해서 교육재정은 어떻게 재편되고 방향성을 잡아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교육계에서도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내국세의 일정률로 확보되고 있는 초·중등교육재정에 대한 경제계의 불편한 시각은 오래된 이야기이다. 최근 이러한 초·중등교육재정 구조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교육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초고령층 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복지재정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한 초·중등교육재정 개편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의에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변수 외에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수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하여 초·중등 교육비용을 줄이고 이를 다른 영역에 지원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로는 미래사회에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수출 주도의 경제발전을 토대로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 경제발전을 이끄는 힘은 인적자원의 경쟁력에 있고, 이 경쟁력은 유·초·중등 기초교육단계부터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시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초·중등교육재정 개편의 이유가 되고 있는 학령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인적자원 투자를 더 늘려야 하는 이유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 2020~2070’ 전망결과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70년 46.1%로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5.7%에서 46.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70년 생산연령인구 1백 명당 부양할 인구(유소년과 노년)는 116.8명(노년 100.6명)으로 2020년 38.7명(노년 21.8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노년부양비만 보았을 때는 2020년 대비 4.6배 수준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 규모 축소’ 논의는 현재의 교육재정 규모가 과연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령인구와 학생수 감소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학교수준에서 ‘충실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느냐’와 이를 위한 ‘교육재정이 적정하게 확보되고 쓰이고 있느냐’일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볼 때 미래사회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함을 의미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전망치를 볼 때, 그 속도가 더 급속해지고 있다. 결국 저성장·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미래사회에서는 생산연령인구가 부양할 노령인구의 수는 급증하게 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생산연령인구의 부양비 증가량 이상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의 학생 1명은 과거의 학생 1명과는 다르다. 인적자본투자 관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투자와 양질의 교육서비스 제공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당장의 눈앞 재정여력을 불편하게만 볼 문제가 아니다. 정상적 교육을 위한 학교운영 실제와 교육비의 특징 학교교육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는 학생단위로 결정되기 보다는 학교·학급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초·중등교육재정 배분 기준으로 표준교육비를 활용하고 있다. 표준교육비란 일정 규모의 단위학교가 교육과정상의 교육목적 달성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인적·물적조건, 즉 표준교육조건을 확보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교육활동 수행에 직·간접적으로 소요되는 필수적 기준운영비를 의미한다(김지하 외, 2016). 다시 말해 실제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고려하여 산정하는 기준(표준) 소요 교육비가 표준교육비인데, 이는 학교·학급·학생 등 교육재정이 소요되는 산출기초를 중심으로 단위비용을 산출하고 있다. 김용남 외(2021) 표준교육비 연구에서는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기준을 ‘학급’으로 보았고, 인적·물적 표준교육조건 확보를 전제로 교육과정상의 교육목적 달성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데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표준교육비를 산정하였다(표 2 참조). 실제로 표준학급당학생수(초 22명, 중 25명, 일반고 24명, 특성화고 20명)에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학교도 학교시설관리·유지를 위한 비용과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학급별로 설치·운영할 수밖에 없는 교구·설비는 학급수만큼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소규모학교의 경우 학교당·학급당 표준교육비 소요가 중규모 이상의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역소멸시대 지역 간 교육여건 차이의 중요성 지난 40여 년간의 학교급별 학교수·학생수·교원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초·중·고 전체를 보았을 때, 학생수는 1985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나, 학교수는 1985년 이후 2000년까지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고, 교원수는 지난 40년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교원수 증가의 주요 원인은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비교과교원수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학교수가 정점을 찍었던 1985년 자료를 기준으로 2021년 현재 학교급별, 학교수·학생수·교원수 증감을 비교해 보면, 초등학교의 경우 1985년 대비 2021년 학생수는 45% 감소하였고, 학교수는 5.6% 감소하였다. 반면 교원수는 50.8% 증가하였다. 중학교는 1985년 대비 2021년 학생수는 51.4% 감소하였고, 학교수와 교원수는 각각 36.9%, 62.8% 증가하였다. 고등학교는 1985년 대비 2021년 학생수는 45.6% 감소하였고, 학교수는 12.2%, 교원수는 63.8% 증가하였다. 총량의 정보로 보았을 때, 대체로 학생수 감소폭이 큼에도 학교수가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증가하였고, 교원수 역시 학생수 감소폭에 비해 증가폭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표 3처럼 지역을 나눠서 살펴보면 학교수·학생수·교원수의 변화량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학교수가 감소하였고, 학생수의 감소율은 수도권이 낮고 교원수 증가율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중·고등학교는 모든 지역에서 학교수가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대체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강원·호남지역의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적정규모로 효율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교육여건 국제비교 지표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학급당학생수와 교원당학생수인데 최근 학령인구의 감소로 교육여건 국제 비교에서 양호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학생수 감소와 더불어 학생인구이동에 따른 지역 간 교육여건 차이는 더욱 심화되고 있어 단순히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등으로 읍·면·특수지역에서 학교수는 감소되어 왔다. 반면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학령인구 감소와는 별개로 학생인구이동에 따른 학교신설수요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 개선안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2.1억 원이 증가하고, 2020년 대비 2030년 10년간 8.2조 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학령인구 감소가 교원인건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과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학교신설 수요는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매년 최소 3.5조 원(인건비 2조 원, 학교신증설 1.5조 원), 아주 단순히 10년을 곱하기만 하여도 35조 원의 소요가 발생하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하여 제안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 개선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 글은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선 요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에 있지만, 이것이 ‘학생수가 줄어도 지방교육재정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한 학생수 감소가 지방교육재정지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경제계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사회 인구감소는 미래사회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나 부양인구 비중이 급속히 높아짐을 고려할 때 생산연령인구의 생산성 증대가 국가의 중대한 과제이고, 이는 양질의 교육서비스 제공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초·중등 교육재정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방만한 운영을 불러왔다는 외부 지적에 대해 교육계에서도 현재의 교육재정 운영에 있어서 낭비적 요인은 없었는지 반성과 점검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미래사회를 책임지고 나아갈 학생을 위한 투자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전략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20대 대통령이 취임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결정하게 되는 이 기간은 향후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계획을 수립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에 대해서 교육분야에서도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표현하는 만큼 급격한 변화가 우려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급격한 교육환경 변화에 대한 혁신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격한 교육환경 변화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합계출산율이 2020년 0.84명으로 이미 1명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고,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저출산은 교육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분야에서는 저출산이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서 유·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구밀도에 따라 유·초·중등학교 사이의 학생수 편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주민이 줄어드는 지역은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필요하고, 인구 밀집지역에는 학교 신설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대학은 충원율이 낮아져서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 소멸의 문제로 연결된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 비율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5세 미만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비율을 뜻하는 노령화지수가 1990년에는 20.0이었으나, 2050년에는 376.1로 예상된다. 따라서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평생학습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직업현장과 교육·훈련 간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현장실습 등의 교육과정 운영에만 한정적으로 참여하여 교육에서 산업수요 반영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여가생활을 위해서 요구되는 평생교육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퇴직 후 노후생활을 하는 인구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장 시급한 노인복지는 바로 노인들이 여가를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지원 정책이다. 노인교육이 별도의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 제기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양극화의 심화이다. 경제·사회 양극화 현상은 교육을 매개로 세대와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극화의 악순환 고리는 교육이 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수저계급론’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폐단을 비판하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어 ‘승자독식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원하는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복지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시대(artificial intelligent era)’라는 용어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함께 미래사회를 표현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분야에서 인공지능·빅데이터·메타버스 등의 첨단 기술이 교육의 내용, 교수·학습방법, 평가, 피드백의 측면, 교사의 역할과 역량, 교육행정 지원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이 교육의 영역에서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산적한 교육현안, 교육부총리 역할 중요 그 어느 때보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와 타 부처를 연계하는 사회부총리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5년의 교육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과제를 선별하는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 교육정책의 내용적으로는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고, 절차적으로 민주적 협의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새 정부에서 미래교육의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젊은 부부들에게 양육과 교육비가 저출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출산’, ‘양육’, ‘교육’을 선택하는데 주저하기 때문이다.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적 돌봄체제를 구축하여 마음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는 공간의 제공 역할을 하고, 돌봄은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유아교육에 대한 전면적 개편도 필요하다. 만 5세 대상 유치원은 ‘유아학교’로 입법화하여 정규학제로 편입하고, 3·4세 보육과정은 유치원으로 통합해야 한다. 가정교육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은 학급당 학생수를 12명으로 줄여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초·중등교육에서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통해 미래교육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고등교육에서는 적극적인 대학구조조정을 구체적으로 시행하고, 충원율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은 평생교육 기능 강화와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미충원 위기를 타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13년이 넘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대학을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고등교육교부금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둘째, 고령화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장년층의 재교육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직업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디지털 신기술 분야의 직무능력 향상에 필요한 온라인 강좌 및 현장실습 등을 묶어 운영하는 기업 수요에 맞춘 산업연계 단기교육과정(6개월 내외)의 운영이 강조되고 있다. 산업분야 대표기업이 필요한 직무를 제시하고 이수 결과를 직접 평가·인증하고, 교육기관은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하여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해야 한다. 또한 오프라인 중심 교육을 시행하는 대학들이 온라인 과정을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플랫폼을 구현해야 한다. 퇴직 후 여가시간을 향유하는 노인들을 위해 적극적인 학습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부에 노인교육정책국을 신설하여 노인교육 정책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동안 정책의 사각지역에 놓여 지자체에서 담당했던 노인교육의 역할을 좀 더 전문적인 영역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노인교육 바우처 제도를 만들어 누구나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교육격차는 생애초기 단계부터 교육투자 격차에 의해 누적적으로 발생한다. 유아기부터 국가적 교육투자를 높여서 질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무상교육·무상급식 등 보편적 교육복지가 완성단계에 있기 때문에 이제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선별적 교육복지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야 지속가능한 포용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미래교육의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은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은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학습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디지털 전환에 맞는 미래인재 양성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근대 시민혁명으로 만들어진 근대적 학교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라는 근대성의 산물이다. 이러한 근대적 학교를 개인 학습자가 본인의 꿈과 진로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미래형 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학교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모든 학생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위해 고교학점제를 정착시키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도 무학년제 형태의 맞춤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튜터링 시스템을 공교육에서 제공하여 사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한 모든 국민이 인공지능시대의 핵심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에서 AI 기초소양교육을 강화하고, 고등교육에서는 첨단 분야의 핵심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인공지능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인간성, 인문학적 상상력을 높이기 위해서 ‘한국학술진흥원’을 신설하여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교육계는 많은 혼란을 겪어왔다. ‘조변석개(早變夕改)’ 하는 교육정책으로 교육현장과 교육 당사자들은 변화에 맞추는데 지쳐있고,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는 매우 낮다. 교육부의 각종 평가와 통제에 대학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책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책과정에 대한 불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대입정책, 특목고 정책 등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면서 끊임없이 변동하는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는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교육제도 법정주의’라고 일컫는다. 미래를 대비한 안정적인 교육혁신을 위해서 과정이 어렵더라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주요 교육제도를 법률로 규정하고, 정치적 변동에 의해 조변석개하지 않는 교육제도를 만들어 국민적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는 어렵겠지만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 안정적이고 신뢰로운 교육정책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우리 학교는 코로나로 확진환자가 만 명을 넘길 거라는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던 2월 초, 졸업식을 했다. 인근 학교 대부분이 졸업식을 비대면으로 치른다고 했지만, 강당 졸업식은 못해도 아이들 보내는 마당에 교실에서 마지막으로 담임이 종례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3학년 담임들 의견이 모여 ‘교실 졸업식’으로 진행되었다. 어쩌다 보니 13년 연속, 고3 담임을 하고 있다. 22년 교직생활에서 절반이 넘는 세월이다. 정든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다시 새로운 아이들로 채워지고, 다시 그 아이들을 떠나보내면서 흘러간 세월. 그 세월을 걸어오면서 나는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생각이 미쳤다. 만감이 교차하면서 첫 발령받았던 학교, 그때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서울에서도 가장 외진 곳, 산자락 아래 자리한 전형적인 서민 동네, 학급 아이들 중 절반 가까이 교육비든 급식비든 지원을 받아야 했던 학교. 지금도 기억나는 날이 있다. 울고 있었다. 20년 정도 선배였던 부서 부장선생님을 붙들고 서운하다고 울었다. 아니 사실 억울했다. 담임하던 녀석 하나가 가출을 했는데, 처음이 아니었다.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여러 번이었는데, 녀석의 이번 가출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 가출하고 나서 어찌어찌 연락이 닿은 녀석이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통속적인 3류 드라마처럼 녀석에게는 하루걸러 한 번씩 술을 마시고 엄마와 자신을 두들겨 패는 아버지와 가사도우미로 집안 생계를 몽땅 책임지면서도 무기력하게 어떤 탈출구도 찾으려 하지 않는 엄마가 있었다. 그래서 녀석의 잦은 가출은 이해가 되었다. 짠한 마음과 책임감에 평소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을 돌면서 녀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경제적인 지원도 해주던 참이었다. 덕분에 녀석이 가출하면 바로 연락하고 찾아내, 하루 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연락이 닿은 녀석은 전화기 안에서 악을 썼다. “솔직히 샘이 제일 재수 없어요. 나한테 해주는 게 뭐가 있어요?” 그날 울면서 말했다. 다를 게 뭐냐고. 열심히 담임을 하고, 아이들 상담을 하고, 수업 준비를 하는 선생이나 적당히 대충대충 하는 선생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오히려 아이들은 적당히 무관심하게 대충 넘어가 주는 선생을 더 편하게 여긴다고. 그분은 콧등으로 내려간 안경을 고쳐 쓰며 천천히, 작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아이가 가져가요.” 흘러내리는 콧물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었다. “샘이 그 아이에게 주었던 관심·사랑·정성, 이것들은 오롯이 그 아이가 가져갈 거잖아요. 그럼 된 거예요.” 순간 뒤통수에 벼락을 맞은 듯 번쩍하고 정신이 났다. 그때까지 인정을 구걸하던 어린아이가 교사가 되어서도 자라지 않은 채 내 안에 오도카니 웅크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 그때부터 일 거다. 무언가 선생으로서 새로운 자각이 들었던 건. 그 자각은 동시에 내 안의 웅크리고 있던 어린아이도 함께 성장시켰다. 세월은 흘러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던 신규교사는 어느덧 중견교사가 되었다. 그때의 깨달음을 얻어내던 열정만으로 이후에도 선생 노릇을 계속 훌륭하게 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세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정신없고 어지럽게 돌아간다. 요 며칠 펼쳐 든 신문과 방송은 개학하기 전 한숨부터 나오게 만든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새 학기 등교와 관련해 ‘학교자체 조사기준’을 발표했다. 지난달 7일 발표한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에 따라 수정된 지침이라고 한다. 그 복잡한 내용은 아무리 읽어봐도 뭔 소리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단지 ‘방역? 학교가 알아서 하면 되는 거지?’라고 읽히는 건 순전히 나만의 오해일까? 또 다른 한 신문에 나온 기사는 불편한 심기에 잠깐 눈을 감게 했다. ‘욕이 일상이 된 초등 고학년, 교실에서 자기 시작하는 중학교, 대놓고 자는 고교생, 이들을 어떻게 케어할지 쉽지 않은 교사. 교사양성을 어떻게 바꾸면 해결이 될까요?’라는 제목이었다. 교사양성과정만 바꾸면 지금 교실에서 겪고 있는 상황들이 해결된다는 말일까? 그 모든 교육적 난제들을 모두 교사가 떠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안일함이 답답했다. 사실 교실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일 수밖에 없다. 적당히 교사 개개인의 노력과 헌신만 갈아 넣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결과만 나온다. 특히나 교실은 단순히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공간만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교실 안에는 학부모도 들어와 있고, 학교 안 교사와 교사의 관계도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이익단체들의 압력도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국가의 교육시책은 버젓이 교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형편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화합하기란 쉽지 않다. 다 다른 배경과 서로 어긋나기 쉬운 시선과 각자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사고와 가치관이, 교실이라는 한 공간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교사의 리더십을 시험한다. 게다가 요즘처럼 교육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 하고 교권이 어디 있는지 가끔 헷갈리는 시절에는 어디다 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일개 교사는 그저 막막해질 뿐이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를 갖자 학교와 교사가 모든 교육적 난제들을 풀어내 확실한 결과를 도출해 줄 것이라는 안이하고 성급한 압력에 맞서 어쩌면 지금 우리는 ‘곧바로 답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를 견뎌내는 힘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치다 타츠루의 책 제목처럼 완벽하지 않을 용기 말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학교에서는 ‘확실하게 결과가 나오는 곳’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정된 자원을 경사(傾斜) 배분해야 한다는 선택과 집중 이론을 마치 과학적 진리인 양 떠받드는 듯합니다. - 완벽하지 않을 용기, 우치다 타츠루 오래전 신규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도 난 한 녀석을 변화시키는데 실패했다. 거꾸로 욕을 먹었고, 원망을 들었다. 나의 노력과 열정이 녀석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는지 확인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관계 역학으로 복잡하게 뒤엉킨 교실이 역설적으로는 그래서 교사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 된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을 기억해 냈다. 다시 완벽하지 않아도 노력하고자 하던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동료교사 분들을 돌아본다. 교실에서 실망하고, 때로는 민원전화 한 통에 하루 종일 우울해하며, 현장을 알려고 하지 않는 교육정책 앞에서 자주 좌절하는 모든 선생님들을 돌아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교육현장에서 ‘여전히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는 모든 동료교사들을 ‘완벽하지 않을 용기’를 가지고 함께 가자고 응원한다. 3월, 이제 다시 시작이다.
01 구약 성서 시편 51편은 통렬한 참회의 장이다. 누가 참회하는가. 유대의 왕 다윗이 신에게 참회한다. 다윗은 유대의 역사가 받드는 위대한 영웅이다. 그래서 마태복음도 예수가 다윗의 계보에 속함을 밝힌다. 그런 다윗이 처절 비통하게 참회한다. 무슨 잘못인가? 그는 신하인 우리아 장군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여 자기 아내로 삼는다. 그리고는 우리아를 전쟁터로 보내어 죽게 한다. 성서는 다윗의 죄를 책하면서도 이 통절한 참회를 깊숙이 새겨 둔다. 두터운 믿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회개는 거듭남을 향하는 문임을 성서는 가르친다. 아무튼 그 참회의 토로가 시편 51편이다. 17세기 초, 교황청의 작곡가이자 사제인 그레고리오 알레그리(Gregorio Allegri, 1582~1652)는 1638년 이 시편 51편을 가사로 작곡을 했다. 그 곡에 ‘미제레레(miserer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참회의 곡 -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이다. 인간의 목소리를 신의 은혜로운 선물로 여기는 중세 가톨릭의 전통에 따라, 이 미제레레 성가는 변성기 이전 소년들의 목소리로 아카펠라 방식으로만 불렀다. 당시 교황 우르바노 8세(1568~1644)는 이 성가에 담긴 거룩함과 회개의 영성이 극진하여, 함부로 아무 데서나 이 노래를 합창하는 것을 엄하게 제한했다. 일 년에 한 번, 즉 매년 성금요일(예수가 십자가 고난을 겪은 금요일)에만 부르도록 지시했다. 장소도 제한했다. 반드시 성 시스티나 경당의 교황청 전례가 열리는 곳에서 부르도록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거룩한 노래가 세속에 나도는 것을 금하여, 악보의 필사를 금하고, 단 3부만 보관하도록 했다. 1770년 성금요일에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 온 14세 소년 모차르트는 132년 동안 봉인됐던 ‘미제레레’를 들었다. 큰 울림과 깊은 인상을 받은 모차르트는 듣자마자 이 곡을 다 외워 버렸다. 시스티나 성당을 나온 소년은 그날 밤 미제레레를 악보로 재현하였다. 당시 클레멘스 14세 교황은 소년 모차르트를 불러서 그가 필사본을 훔친 것이 아니라, 듣고 외워서 악보로 재현했음을 확인한다. 교황은 모차르트의 재능을 축복하고, 미제레레를 세간에서 부르고 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외우기의 승리’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외우는 능력은 그 자체로도 복이거니와, 때로는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이타행(利他行)이 될 수 있음을 모차르트가 보여 준다. 02 모차르트는 이 긴 성가를 딱 한 번 듣고, 어떻게 그걸 다 악보로 재생해 내었을까. 천재라서 그런가? 천재는 그냥 가만있어도 자동 녹음되듯 악보가 뇌에 저장되는 걸까. 그럴 리는 없다. 분명 그의 내면에 그걸 외우도록 이끌었던 그 무엇이 있었을 거다. 소년 모차르트는 로마에 오기 전에 이미 이 미제레레의 존재를 알고, 매우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고 한다. 호기심! 이것이 외우기를 향하는, 첫 번째 동력이다. 또 이걸 악보로 재현해서 세상에 알리고 싶은 강력한 동기(motivation)가 있었을 거다. 동기! 두 번째 동력이다. 그는 얼마나 세심하게 주의하여 이 곡을 들었을까. 놀라운 몰입과 집중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몰입과 집중! 이것이 세 번째 동력이다. 이것 말고도 소년 모차르트가 미제레레를 외워서 가지고 나가야 하는, 그만의 절대적 필요가 작용했을 것이다. 확인할 길 없지마는,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도 없다고는 못하리라. 무언가를 외우도록 하는 동력은 모차르트 같은 천재에게만 있는 걸까. 아닐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외우기를 이끌어 올리는 동력은 있다. 앞의 세 가지 동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천재들의 영역으로만 밀쳐 둘 일은 아니다. 개발하기 나름이다. 이쯤에서 중학교 시절 교실풍경이 비집고 든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영어 암송대회가 있었다. 그냥 일회성 대회가 아니라 전교생이 다 참여하여 두 달 이상 진행하는 암송대회이다.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어서 전교생 모두가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야 한다. 대회는 서바이벌 게임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영어 선생님들 간에도 은근 경쟁이 되어서 우리는 혹독한 영어 외우기의 시련에 내몰렸다. 이 영어 암송의 연습과정이 시련으로 점철되었던 것은, 그 수많은 중간 점검의 단계들마다 주로 벌칙의 피드백을 받는 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벌이 두려워 사생결단 외우기에 나서는 것이다. “외국어의 ‘외’는 외운다는 뜻의 ‘외’이다”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도 계셨다. 그때는 왜 그리도 칭찬의 보상은 드물고 드물었는지. 꾸중과 질책은 왜 그리도 범람했는지! 대학 학부시절에 은사이신 이응백 교수님(1923~2010)의 ‘한문 강독’ 수업은 고문진보(古文眞寶)의 한문 명문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당나라 한유(韓愈)의 ‘사설(師說)’이나,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나,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 등을 모두 그때 배웠다.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시작되면 흰 백지 한 장씩을 나누어 주시며, 지난주에 배웠던 글을 원문 그대로 외워서 써내게 하셨다. 제대로 외워서 써내지 못한 사람은 선생님 연구실로 따로 와서 외운 걸 써내어야 했다. 그냥 배워서 이해하면 되지, 꼭 이렇게 외워서 써내어야 하나? 불평들이 있었지만, 선생님은 요지부동이셨다. 말씀인즉 한문공부란 한문의 문리(文理)를 터득하는 데 있는데, 문리 터득의 방법은 외우는 것뿐이라 하신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일로 선생님 연구실에 따로 간 적이 두 차례 있었다. 그 어색하고 뻘쭘하고 후회스럽고 면구스러운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시련과 고생으로 점철되었던 내 외우기의 시절들, 그 암송의 체험과 학습은 나에게 어떤 지적 자양으로 쌓였을까. 이제 이만큼 지나오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았다’라는 고백을 아니할 수 없다. 스쳐간 지식과는 달리, 외워 둔 지식은 내 안에서 온전하게 살아서 생장한다. 나와 특별히 친숙해진 지식이므로 나는 그것을 자유자재로 끄집어낸다. 그리고 적용하고 연결하고 전이하고 융합한다. 내 안에서 발효하는 지식으로 부가가치를 생성한다. 물론 나쁘지 않다. 03 외우기 기능(skill)은 기억능력의 한 부분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학습의 바탕에는 인지를 견고하게 하는 ‘기억의 힘’이 있다. ‘기억의 힘’은 ‘외우기의 힘’에 의존한다.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가. 외우기라고 하면 ‘무조건 외우기’, ‘억지로 외우기’, ‘기계적 외우기’ 등의 폭력적 경험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리라. 그런 외우기가 외우기를 대표할 수는 없다. 진정 바람직한 학습은, 외운다는 생각 없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우게 되는 기제로 이루어진다. 아마 모차르트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외우다’를 영어로는 ‘learn by heart’라고 한다. 외우기의 본질이 ‘입으로 외우기’에 있지 않고, ‘마음(심장)으로 외우는 데 있음’을 보여 준다. 국어사전도 ‘외우다’를 ‘마음에 새겨 잊지 아니하다’라는 뜻으로도 풀어놓고 있다. 사실 아무리 새로운 학습방법이라 하더라도, 그 기본바탕에 ‘외우기’의 기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학습이란 있을 수 없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고 학습을 수행하라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우기를 교육적으로 바람직하게, 현대 교육의 생태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학습자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는 ‘외우기 활동(Activity of Learning by Heart)’은 없을까. 모차르트의 사례에서 보듯, 텍스트에 대한 호기심 발흥, 강력한 동기(motivation) 생성하기, 몰입과 집중의 체험 쌓기, 외우기의 절대적 필요성 발견하기, 외워서 얻는 효용성 경험하기 등이 외우기 활동에 함께 따라붙으면 좋을 것이다. 나는 교단에 있는 동안 시를 가르쳐 왔는데, 젊은 시절에는 이른바 신비평의 방법으로 가르쳤다. 왠지 그 방법이 합리적이고 학구적인 듯 보였다. 시를 외우게 하는 지도법은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편견의 일종이었다. 그러면서 시 교육의 효과를 연구하고 점검하였다. 50 중반을 지나면서 나는 시를 외우도록 하는 데에 크고 넉넉한 이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시는 인생론적 의의를 발효하게 하는 정서적 성장 호르몬과도 같은 것임을 체득하였다. 우선은 자작시를 쓰고, 그걸 암송하게 하는 방법으로 시작하였다. 암송의 자기주도성을 살려 보려고 했다고나 할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이제 새 학년이 시작하는 삼월이다.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새로 만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빠르게 외워주는 일로 삼월을 시작할 것이다. 교육의 시작이 외우기에 있음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물론 가슴으로 외우고, 심장으로 외워야(Learning by Heart) 할 것이다.
어린 시절 글쓰기학원 선생님이 말했다. “너는 읽을수록 더 쓰고 싶어질 거야.” 그때는 그저 읽는 것이 즐거워, 선생님 말씀과 상관없이 책을 읽었지만, 사서교사로 6년 차에 접어든 현재는 그때 글쓰기학원 선생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읽다 보니 작가들의 ‘질투 나리만치 아름다운 문장’을 탐내게 되고, 비슷하게라도 써보고 싶어졌다. ‘이런 마음을 우리 학교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나도 포토에세이 작가’ 수업은 시작되었다. 1학년 학생 24명을 대상으로 자유학년제 주제선택시간에 매주 2시간씩 진행된 17차시 수업의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나도 포토에세이 작가’ 수업사례 ● 1~8차시 _ 포토에세이란, 포토에세이 기초 Ⅰ, Ⅱ, Ⅲ 자유학년제 주제선택반은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수업이었지만, 자발적 선택으로 이 반에 들어온 학생은 24명 중 5명 내외였다. 수강신청의 실패를 겪고 멍하니 앉아있는, ‘그래도 도서관에서 수업을 하니 웹툰은 읽게 해 주겠지’라는 작은 기대를 품고 온 아이들에게 “우리는 그냥 책 읽는 수업 아니야. 이제 너희는 포토에세이 작가로서 글을 쓰게 될 거야”라고 던지듯 말해본다. “에세이가 뭐예요?” 문학 중에서도 주로 소설을 접해온 학생들은 에세이가 무엇인지부터 질문한다. “에세이는 수필이야”라고 대답하면, ‘그래서 또 수필은 뭔데요?’라는 표정으로 뚱하게 나를 쳐다볼 뿐이다. “수필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쓰는 글이야”라고 대답한 후 여러 에세이의 종류를 보여주었다. 여행 에세이와 드라마 포토에세이, 사실은 우리 모두 에세이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보여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까지…. 그중에서도 지금 이 수업에서는 우리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의 순간과 경험을 떠올리며 포토에세이를 써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글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전부 공유하였다. 네이버 밴드는 처음만 열심히 독촉하여 가입시키고 나면 인증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어떤 학생이 글을 제출했는지 파악하기 쉽다. 학생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하여 수업 이후 바로 에세이를 작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밴드 내에서는 지금껏 숨겨왔던 오글거리고 감성적인 면모를 뽐낼 수 있었다. ‘좋아요’, ‘재밌어요’ 등의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글쓰기 수업에 매우 적합한 플랫폼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시간에는 프리즘 카드를 이용하여 그 카드에서 떠오르는 감정과 경험을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먼저 운동회에서 열심히 계주하고 있는 아이들이 나온 카드를 고르며, ‘사실 나는 운동회가 정말 싫었다. 모든 운동을 못 했기 때문이다’라는 자기 고백적인 글쓰기를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나름 진지한 태도로 내 글쓰기를 듣더니 감을 잡고, 마음에 와닿는 카드 하나를 선택한 후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프리즘 카드로 시작하여 제일 좋아하는 ‘사진 에세이’(최애사진 에세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 에세이’(나의 취미는 에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에세이’(나를 위로해 주는 음식 에세이)를 차례대로 써나갔다.[PART VIEW] 수업 중에는 학생들이 내면의 동기로 글쓰길 바랐기 때문에 그 동기를 유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설명하기와 보여주기의 글쓰기방식 차이를 보여주며, ‘보여주기 방식’을 활용한 학생 에세이와 일반 사람들의 에세이를 낭독하고 필사했다. 각 주제에 관한 내용을 도서에서 찾아 돌아가면서 읽고, 글의 도입·본론·마무리 구조에 대해서 익혔다. 특히 이슬아 작가의 세바시 강연 ‘부지런한 사랑’이 큰 도움이 되었다. 영상 속의 이슬아 작가는 글쓰기교실 선생님으로 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녀의 글만큼이나 살아있는 강연을 해주었다. 감각적인 글쓰기를 영상 한 편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남자 중학생 앞을 지나가면 나는 냄새’라는 표현을 이야기했을 때는 아이들 표정이 오묘해졌지만 말이다. 밴드 내에서 ‘인증하기’를 누르면 자동으로 #0일차라는 해시태그가 생기는데 그 옆에 이 시간의 주제에세이를 태그하게 했다(예: #최애사진에세이). 이렇게 태그를 해놓으면 학생들의 글에 댓글을 달 때나 최종 수합할 때 굉장히 편리했다. 바쁘고 험난했던 8차시 과정 동안 학생들은 모두 3개의 에세이 초안 작성을 완료했다. ● 9~12차시 : 포토에세이 제작 실전 Ⅰ, Ⅱ 작가들도 말하길 초안은 부끄러워서 아무도 못 보여준다고 했던가. 포토에세이 수업에서의 퇴고도 예외는 아니다. 8차시를 거치며 아이들의 글에 댓글로 고칠 점을 적어놓았다. 처음에는 상처받아 다신 글을 쓰진 않을까 두려워 고칠 점을 칭찬으로 포장했으나 “선생님, 어디 고치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이후 바로 ‘1. 제목 추가할 것 2. 자기 생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할 것’의 두괄식으로 바꾸어 댓글을 달았다.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댓글이었는데 학생들은 자신의 글을 자세하게 읽고 댓글을 달아줬다는 것에 감동받은 눈치였다. 댓글 외에도 수업 중 돌아다니며 첨삭하듯 ‘이런 부분을 더 보충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학생들은 네이버 밴드 내에서 바로 글을 수정했다. 네이버 밴드로 글을 쓰고 글을 공유했다면 편집까지 직접 해보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였다. 편집은 ‘하루북’이라는 사이트를 활용했다. 하루북은 모바일과 PC 버전으로 활용 가능하다. 우리 수업에서는 밴드를 활용했던 방식처럼 각자의 휴대폰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 활용했다. ‘함께 쓰는 책’ 기능을 활용하여 교사가 학생들을 각 조의 책으로 초대하고 편집을 완료한 후, 학생이 함께 쓰는 책으로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면, 학생들이 쓴 글을 내 휴대폰에서도 볼 수 있었다. ‘하루북’에서는 직접 자신의 글 배경·폰트·이미지까지 추가하여 편집할 수 있다. 이미 써놓은 초안과 고친 글이 있었기에 밴드 내의 글을 복사한 후 ‘하루북’으로 붙여넣기 하여 편집을 했다. 사진이 잘 보이는지, 글 제목과 작가 이름이 명확히 나와 있는지, 가운데 정렬이 되어있는지, 맞춤법이 맞는지 등의 사항을 점검하며 자신의 글을 계속 고쳐나갔다. 어떤 아이들은 오글거린다며 힘들어했던 초반과 다르게 글 내용 중 어떤 부분을 고치라고 이야기하자 “선생님, 저는 이렇게 쓴 의도가 있는데요. 안 고치면 안 되나요?”라고 이야기했다. 글의 주인으로서 당당해진 모습이었다. ‘지금 너희의 글들은 너희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 더 소중하다’는 코멘트를 덧붙이며 3개의 포토에세이를 편집까지 마쳤다. ● 13~17차시 : 포토에세이 최종 완성 Ⅰ, Ⅱ, 포토에세이 전시회 이제는 최종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책의 출판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서는 출판기획서이다(표 1). 실제로 출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다 해보자’라는 목표와 최종 편집을 위해서 출판기획서는 꼭 필요했다. 책 제목, 작가 소개, 이 책을 이렇게 읽어주세요!, 글이 실릴 순서,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다, 나에게 포토에세이란?, 최종 편집을 위해 선생님께 알릴 내용까지 더하여 조별로 출판기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아이들은 진지한 태도로 책 제목부터 정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너 책 제목이 이러면 나중에 안 창피하겠어?” “우리 조이름 뭐로 정할까?” “쌤, 저 글 제목 다시 바꿀래요!” 책을 출판하기 전 변경할 수 있는 유일한 때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도 집중하여 출판기획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책을 출판하기 위해 중요한 관문 한 가지 더, 조원들의 단체사진을 남겨야 했다. 아이들은 운동장 쪽 커다란 돌에 걸터앉아 조별로 포즈를 취했다. 한 장은 진지하게, 한 장은 귀엽게. 콘셉트까지 정할 만큼 사진촬영에 진심이었다. 장래희망으로 모델이 의심되는 학생, 여전히 부끄러워 간신히 고개만 든 학생…. 모두 달랐지만 잘 보지 못했던 마스크 위 웃는 눈은 같았다. 진심으로 활짝 웃는 입까지 보고 싶어졌다. ‘하루북’에 책 편집 최종본을 보냈지만, 아직 책이 인쇄되어 도착하지 않아 마지막 수업을 고민했다. 휴대폰을 모두 소지하고 있는 우리 수업의 특성상 ‘원격수업 때 활용했던 플랫폼들이 적용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훗’으로 포토에세이 문제를 만들어 학생들이 동시 접속하게 했다. 포토에세이 수업 관련 퀴즈를 통해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수업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온라인 롤링페이퍼’를 활용해 수업에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더 바라는 점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표 2). 롤링페이퍼 속에는 학생들의 솔직한 의견이 있었다. ‘밴드를 통해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글로써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마스크 낀 모습만으로는 내 옆자리 친구를 다 알 수 없었지만, 친구가 평소에 하는 생각과 감정들을 에세이로 읽으며 알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글로 연결되는 관계의 건강함은 17차시의 빽빽한 수업의 고단함을 잊게 만들었다. ‘사진 찍는 줄 알고 신청했는데…. 그래도 좋았어요.’ 수업을 진행하며 아쉬웠던 점은 글을 쓰고 편집하는 데 집중하여 포토에세이의 포토(사진) 측면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사진 자체를 좋아하여 수업을 신청했던 학생들은 글쓰기에 집중된 수업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글을 쓰다 보니 책을 좀 더 읽고 싶어졌어요.’ 어린 시절 글쓰기학원 선생님의 말처럼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쓰다 보면 읽고 싶어지기도 한다. 읽기와 쓰기의 순환은 삶 내내 반복된다는 것을 수업하며 다시 깨달았다. ‘나도 포토에세이 작가’ 수업지도안 ● 활동목표 _ 직접 사진을 찍고 이를 글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함으로써 감성과 창의적 사고를 확장한다. ● 수업대상 및 활동장소 _ 1학년 24명 / 도서실 ● 평가방법 _ 관찰평가, 자기성찰평가, 모둠상호평가(과정 및 산출물) ● 수업지도안
우리가 마주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미디어 매체·콘텐츠·플랫폼에 익숙한 세대이다.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학교현장도 ‘한 공간 속, 한자리에 앉아’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습득한 내용을 창의적으로 융합·적용하는 능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표 1). 또한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하면 양질의 정보를 찾아내고, 학습과 연계하여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길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된 것 같다. 음악수업 역시 실음중심의 수업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음악 더 나아가 예술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학생들과 친숙한 영상매체를 직접 창작해보며, 학생들의 창의적 역량 함양과 인문학적 상상력을 표현해 볼 수 있도록 온라인 콘텐츠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문화예술복합매체(웹툰영상 만들기) 제작하기 수업을 구상하였다. 총 20차시에 걸쳐 국어(시나리오 작성하기), 미술(웹툰 작화), 음악(동영상 만들기) 교과의 간학문적 통합수업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진행하였다(표 2). [PART VIEW] 수업 준비 우리 학교는 온라인 콘텐츠 선도학교로 스마트기기를 지원받아 전 학년이 1인 1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스마트기기와 개별 이어폰을 학생들에게 지원하여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였고, 스케치북앱과 블로앱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시나리오 창작하기 문화예술복합매체(웹툰영상 만들기) 수업활동의 전체 주제는 ‘일상툰’으로 정했다. 우선 학생 개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했던 일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 작업을 총 5차시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국어교과와 코티칭하여 소재 찾기 기본활동을 하였으며, 주제의 큰 틀은 일상으로 하되 마을과 하나가 되는 마을연계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우리 지역과 관련된 키워드(특산물·지역 상징물·지역 특색·마을 풍경 등)를 웹툰에 담아내도록 안내하였다. 이후 키워드 연상활동으로 ‘생각 이어가기’ 연습을 하며, 지역과 관련된 키워드부터 시작한 ‘자유 상상 풀어가기’ 활동을 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기초로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장르(코미디·로맨스·액션 등) 선정하기, 등장인물 정하기를 진행하였다. 등장인물이 많으면 스토리도 많아지고,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인물을 선정하지 않고, 주인공과 조연을 선정하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로그라인을 만들어 보았다. 같은 장소와 때라는 이야기 맥락은 같으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따라 예상되는 스토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학생들에게 자신들이 찾아낸 일상 속 키워드로 로그라인을 만들어 보도록 했다. 로그라인 예시) ● 방학 때 할머니 집에 놀러 간 ‘나’의 이야기 ● 방학 때 할머니 집에서 알게 된 ‘부모님’ 이야기 ● 방학 때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본 ‘강아지’ 이야기 로그라인을 바탕으로 스토리 구성활동을 하였는데, 하나의 로그라인을 정하고 다양한 질문을 던져가며 설정을 구성해보도록 하였다. 예시) ● 방학 때 할머니 집에 놀러 가서 본 ‘강아지’ 이야기 - 할머니 댁 강아지는 몇 마리일까? - 강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 강아지는 왜 집 밖으로 쫓겨났을까? 이러한 사전 연습작업을 한 후 학생들은 개개인의 일상을 담은 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 5월의 어느 날 쉬는 날에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 (차를 타고 갔다.) 영화관에 들어가 보기로 한 영화의 표를 뽑았다. (아빠가 온라인으로 예매해주셔서 엄마랑 동생이랑 보러 간 거였다.) 내 좌석은 맨 뒤 중간이었다. (너무 앞이 잘 보였다.) 좌석에 앉은 후 들어가서 영화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근두근했다.) 영화가 시작했다. (역시 시작부터 웅장했다.) 내가 생각하는 하이라이트에 와서 그 장면을 본 나는 눈물이 났다. (스포방지 아무튼 너무 슬펐다. 그다음 장면도 슬퍼서 소리 없이 계속 울었다.) 나만 우나 해서 옆을 봤는데 옆도 우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 전에 친구도 봤는데 친구도 울었단다.) 영화가 끝났다. 너무 슬펐었다. (특전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우리는 빠르게 영화관을 나가 바로 서점으로 가고 있었다. (무한열차를 만화책으로 보고 싶어서….) 서점에 들어가서 바로 무한열차(7권·8권)가 있나 봤지만 없었다. (아쉬웠다.) 결국 동생은 귀칼 10권·11권을 사고 나는 다른 만화책을 샀다. (다른 거라도 사서 좋았다.) 카페에 가서 음료수를 사서 설봉공원에서 걷다가 집으로 갔다.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시나리오를 웹툰으로 담아내기 시나리오 작업 후, 미술교과와 연계한 웹툰 그리기 활동을 10차시에 걸쳐 진행하였다. 먼저 웹툰 제작에 대한 이론적 학습과 실제 웹툰 작품들을 살펴보며, 작가들에 따른 작화 스타일과 표현법을 살펴보았다. 이후 스마트기기에 스케치북앱을 설치한 후, 활용방법을 익히며, 다양한 그림 표현해보기 및 나만의 캐릭터 창작하기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활동지(표 3)에 상황에 맞는 장면을 연출하며, 자신이 그릴 그림의 콘티 사전작업을 진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스케치북앱을 활용한 10컷 내외의 콘티작업을 하였다. 캐릭터를 선정하고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콘티를 그리며, 웹툰 활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콘티작업을 마친 후에는 간략하게 그린 밑그림 위에 선을 따면서 세밀한 작업을 하는 선화작업, 대사와 설명을 넣는 식자작업, 그리고 채색작업까지 진행하며 웹툰수업을 마무리하고 중간 발표회 시간을 가졌다. 웹툰 영상 제작하기 및 감상활동 문화예술복합매체 프로젝트 수업의 마지막 단계는 웹툰을 동영상으로 제작하기였다. 음악교과 연계로 5차시에 걸쳐 진행하였고, 스마트기기의 블로앱을 활용하여 완성된 웹툰을 동영상으로 편집하는 작업을 하였다. 각 웹툰 페이지마다 해당하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목소리로 직접 연기하고 녹음하여 삽입하였는데, 표현력을 살려서 대사를 넣도록 안내하였다. 또한 웹툰 전체 분위기를 암시하는 대표 B.G.M과 상황에 어울리는 상황 음악과 음향효과를 적절하게 삽입하도록 하였고, 여러 가지 효과를 활용하여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도록 하였다. 그리고 최종 완성한 작품을 모두 함께 감상하며 평가하는 시간을 통해 수업내용을 성찰하고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자기 작품에 몰입해서 주도적으로 창작활동을 해가는 모습을 보며 ‘성장하고 있음’을 체험할 수 있었다. 교사와 상호작용 및 피드백이 실시간 반영되는 수업모델이었기 때문에 ‘안내자·조력자’로서의 교사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또한 학생들은 직접 웹툰 활동에 참여하여 창작자의 고충을 경험해보며, 웹툰 작가의 직업세계 이해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영상에서의 음악과 음향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도 스스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교사도 학생도 조금은 막막함으로 시작했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보며 함께 뿌듯해했다. 또한 친구들 작품을 통해 자신들과 별반 다름이 없는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수업이었고,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삶에 대한 소통을 멀티리터러시를 활용하여 접근함으로 자아정체성을 고민해보며 창의적 사고를 함양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다양한 시각에서의 다각적 사고를 지향하면서도 간학문적 융합활동을 통해 교과뿐 아니라 진로와 인성에 대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문화예술복합매체 수업이었고, 처음 시도하는 수업모형이었지만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배움이 많이 있었던 수업이었다. 앞으로도 음악교사로서 예술교과를 통한 학생들의 다양한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수업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학교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관계 맺기와 소통을 통한 배움 활동일 것이다. 그러나 2020년부터 예고 없이 들이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많은 혼란과 변화를 일으켰고, 관계 맺기와 소통 위주의 배움 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은 준비되지 않은 채로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형성해야 했고, 학부모는 직접적인 교육의 부재로 인한 불안한 마음으로 자녀의 변화를 지켜보는 입장이 되었다. 교사는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찾아야 했고, 특히 도덕적 가치‧덕목을 배워 자신의 삶에서 실천해보는 것이 중요한 도덕교육에서 ‘대면수업이든 비대면수업이든 학생들이 도덕적 덕목을 실천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했다. 도덕수업 고민하기 고민 ❶ _ 앎을 삶으로 바꾸는 도덕수업 도덕수업 첫 만남에서 우리의 고민은 바로 ‘실천’이었다. 이미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 이유, 특히 교과서에서 분명히 배웠는데도 실제 상황에서 실천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앎을 삶으로 바꾸는 도덕수업이 절실했다. 고민 ❷ _ 자신의 상황에서 지속적인 실천 도덕수업에서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가치를 발견할 기회와 긍정적 소통방법을 익혀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도덕공부를 하며 익힌 도덕적 가치·덕목을 실천하는 마음의 힘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입식이 아닌 자기 스스로 바람직한 가치·덕목을 발견하는 것, 자기만의 경험과 생활공간 속에서 직접 실천해 보는 것, 즉 ‘스스로’와 ‘자신만의 공간(상황)’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고민 ❸ _ 코로나19 대응 자기주도적 실천행동 설계 코로나19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와 문화는 물론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까지 변화시켰다. 또한 학생들의 생활·학습·심리적 상태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학교에서 함께 고민하면서 배우고 실천했던 것들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학생 간의 소통과 협력의 부재가 크게 문제시되었다. 더불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은 혼란에 빠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자기주도적인 힘을 갖춘 학생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했다. 사회가 혼란할수록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힘은 매우 필요하다. S·S·S 프로그램으로 고민 해결하기 고민의 해결은 그림책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림책은 대면에서나 비대면에서나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매개체이다.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이야기(story)를 전달하는 책이다. 감각주의 교육의 창시자인 코메니우스(Johann Amos Comenius)의 세계도회는 그림책의 시초라 볼 수 있는데, 데이비드 러셀(David Russell)은 ‘그림책이란 글과 그림의 행복한 결혼이다’라고 할 만큼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을 의미 있게 보았다. 그림책에서부터 시작된 학습동기는 자연스럽게 적극적 수업 참여를 이끌어 냈다. 또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이에 3·4학년 도덕수업을 맡고 있는 필자는 그림책을 통한 도덕수업인 ‘S·S·S 프로그램’으로 앎에서 삶으로 발전하는 실천중심 도덕교육을 하고자 하였다(표 1).[PART VIEW] 실천중심 도덕수업으로 이끌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만나며 선택과 결정을 반복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선택과 결정의 크고 작은 갈등상황에서 때로는 당황하고, 때로는 ‘앎 따로 삶 따로’ 분리하여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때 교사가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특히 도덕교과는 바르게 판단하고 실천하는 힘을 길러 주되, 중요한 것은 바로 ‘각자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도덕수업에서 그림책으로 자기 삶을 성찰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각자의 삶에서 아직 일어나진 않았지만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예상하여 실천행동에 적용해보는 3단계 학습을 하고자 하였다(표 2).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도덕수업 실현하기 2015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에서는 4개의 핵심가치(성실·배려·정의·책임)를 바탕으로 정직·자주·절제·효·우애·예절·협동·준법·인권존중·통일의지·인류애·생명존중·자연애·긍정적 태도·윤리적 성찰 등의 주요 가치·덕목을 추구한다. 도덕교과에서는 교육과정 총론에서 추구하는 핵심역량의 바탕 아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토대 위에서 자주적인 삶을 살고,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조절하며 이겨낼 수 있는 자기존중 및 관리능력 함양, ▲일상의 문제를 도덕적으로 인식하고 도덕적 판단 및 추론의 탐구과정을 거쳐 타당한 근거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도덕적 사고능력 함양, ▲의사소통과정에서 타인의 도덕적 요구를 인식하고 수용하며, 이상적인 의사소통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도덕적 대인관계능력 함양, ▲도덕성을 전제로 자신 및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배려할 수 있는 도덕적 정서능력 함양, ▲도덕규범과 정서 및 유대감을 근간으로 자신이 속한 다양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도덕적 공동체의식 함양, ▲일상 세계에서 자기 삶을 윤리적으로 성찰하는 토대 위에서 도덕적 가치와 규범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윤리적 성찰 및 실천 성향을 함양하고자 한다. 이에 도덕 교과서는 총 6개 단원과 2개의 역량단원으로 구성되는데, 본 원고에서는 4학년 역량단원을 재구성한 수업지도안을 소개한다. 교과서에 제시된 ‘경로잔치 열기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실현 불가능했다. 주변에 어르신들이 모여 계신 장소를 찾기도 어려웠고, 코로나19로 활동에 제한이 있었다. 학생들과 이 상황을 이야기해 본 후, 우리가 직접 정한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으로 하였다. 학생들 의견 중 가장 많이 나온 주제를 중심으로 4차시 프로젝트 학습을 구성하였다(표 3). ‘작은 실천행동 설계하여 실천하기’ S·S·S 프로그램 교수·학습지도안 ● 단원(차시) _ 우리가 만드는 도덕수업(1) / 작은 실천, 아름다운 세상(2/4) ● 도덕적 가치·덕목 _ 성실, 근면, 예절, 배려, 아름다움 ● 학습목표 _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행동을 찾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다. ● 학습주제 _ S·S·S 프로그램으로 작은 실천행동을 설계하여 실천하기 ● 교과역량 _ 자기존중 및 관리능력, 도덕적 대인관계능력, 도덕적 공동체의식 ▶ 배움열기 단계 ❶ 학습문제 인식 및 동기유발 ● 교수·학습활동 _ 1~3단원 가치·덕목 및 배울 내용 생각해 보기 ● 1~3단원에서 배웠던 가치·덕목은 무엇이었나요? - 성실·근면·정직·예절·배려·세 가지 아름다움 등입니다. ● 도덕적 가치·덕목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살기 편해질 것입니다.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저마다 노력할 때, 실천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 의지가 부족해서 결심이 쉽게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 방해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 실천계획을 꼼꼼하게 짭니다. - 함께 고민해 보고 협력해서 실천합니다. -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실천의지를 꾸준히 다집니다. - 결심한 것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고 습관을 들입니다. ● 유의점 ● 자기 생활을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이번 차시의 동기유발이 되도록 한다. ● 과정중심평가 ● (관찰) 그동안 배웠던 가치·덕목을 말할 수 있는가? ❷ 학습문제 확인 ● 교수·학습활동 _ 공부할 문제 찾아보기 ● S·S·S 프로그램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실천행동을 설계하여 실천하는 힘을 길러 봅시다. ● 유의점 ● 배울 내용을 예상해 보고, 핵심단어(예절·실천)를 넣어 완성함으로써 공부할 문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 학습의 흐름을 위해 S·S·S 활동순서를 재구성하였다. ❸ 학습활동 안내하기 ● 활동 1 S(그림책) 활동하기 ● 활동 2 S(상황) 활동하기 ● 활동 3 S(공유) 활동하기 ▶ 배움활동 단계 (1) _ 문제해결방법 탐색(전체학습) ❶ 활동 1 S(그림책) 활동하기 ● 교수·학습활동 _ 그림책 마음여행 함께 읽기 ● 마음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마음을 찾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의지가 사라져서 기운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 사는 것이 재미없어질 것 같습니다. - 외로움에 시달릴 것 같습니다. ● 마음씨앗을 얻는 주인공 표정은 어떠했습니까? - 그동안 힘들었던 것이 사라진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 희망을 품고 자신감을 얻은 표정이었습니다. ● 여러분도 마음속에 씨앗 하나씩 키워볼까요? 여러분의 마음자리에 딱 맞게 자라도록 가꾸어 봅시다. ● 이번 시간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씨앗 가꾸기 실천행동’을 설계해 보기로 해요. ● 준비물 _ 그림책 마음여행 ❷ 활동 2 S(상황) 활동하기 ● 교수·학습활동 _ 4학년 전체 수합 결과 알아보기 ● 지난 시간에 활동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정리한 결과를 보겠습니다. 큰 글자로 순서대로 보이는 3개는 무엇인가요? - 환경보호, 친구사랑, 봉사활동입니다. ● 큰 글자로 보이는 것은 의견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학급잔치, 부모님 효도, 공공장소 예절 등이 있습니다. ● 환경보호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분리수거 잘하기, 에어컨 온도 조절하기, 식물 가꾸기 등입니다. ● 친구사랑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친구에게 도움주기, 위로해주기, 친절한 말투 사용하기 등입니다. ● 봉사활동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자주 가는 놀이터 쓰레기 줍기, 우리 반 봉사활동 먼저 하기 등입니다. ● 유의점 ● 지난 시간에 브레인스토밍 한 의견들을 멀티보팅 방식으로 처리한 결과를 보여준다. ● 준비물 _ 워드클라우드 화면용 ▶ 배움활동 단계 (2) _ 문제해결전략 적용(개별학습) ● 교수·학습활동 _ 실천행동 설계하기 ● ‘환경보호, 친구사랑, 봉사활동’ 중 내가 할 수 있는 주제 한 가지를 선택하여 실천행동을 설계해 볼까요? ● 실천기간과 상황(장소)에 따라 스스로 실천행동을 설계해 봅시다. ● 계획을 실천했을 때 변화되는 세상을 상상해보며 실천행동을 적어 봅시다. ● 유의점 ● 갈등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의 결과를 예측하도록 한다. ● S·S·S 예시자료를 제공한다. ● 준비물 _ S·S·S 학습지 ● 과정중심평가 ● (학습지) 나의 생활에서 실천행동을 설계할 수 있는가? ▶ 배움활동 단계 (3) _ 문제해결(전체학습) ❶ 활동 3 S(공유) 활동하기 ● 교수·학습활동 _ 실천행동 공유하기 ● 우리 반 친구들의 다양한 상황을 서로 이야기해볼까요? ●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 ‘내가 하는 고민을 친구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친구들에게 말하고 나니,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 친구들의 실천행동 중에서 색다른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있다면 나의 실천행동 설계 학습지를 수정해 봅시다. ● 실천행동을 설계해 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하나하나 실천해야겠습니다. - 나의 작은 실천을 서로서로 한다면 큰 실천으로 발전하게 될 것 같습니다. ● 유의점 ● 각자의 생활에서 실천할 내용을 다짐하도록 한다. ● 가치·덕목 _ 소통, 나눔 ▶ 배움정리 단계 _ 학습내용 정리와 다음 차시 예고 ❶ 학습내용 정리하기 ● 교수·학습활동 ● 오늘 함께 했던 활동을 이야기해 봅시다. - 그림책 마음여행을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 S·S·S 프로그램 활동을 했습니다. - 친구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았습니다. ● 여러분은 오늘 공부로 무엇을 느끼고 알게 되었나요? -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과 실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 마음씨앗, 마음자리에 대해서 알게 되어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 작은 실천이 조금씩 모이고 모여서 큰 실천이 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 오늘 다짐한 내용을 각자의 공간에서 실천해 봅시다. ● 유의점 ●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활동에서는 ‘경·알·느·하(경험한 것, 알게 된 점, 느낀 점, 하고 싶은 일)’ 중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여 말하도록 한다. ● 과정중심평가 ● (관찰) 배운 내용을 말할 수 있는가? ❷ 차시 예고하기 ● 다음 시간에는 오늘 설계한 S·S·S 학습지를 이용하여 ‘마음다짐 메뉴판’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설계한 실천행동 중 가능한 것들을 일주일동안 실천해 본 후 S·S·S 학습지에 수정·보완할 사항을 정리해 봅시다. 도덕수업을 마치며 ●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자. 우리가 만드는 도덕수업 단원을 앞두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우리’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생각했고,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었기에 아이들에게 고민을 던져준 결과 프로젝트 주제(친구사랑, 봉사활동, 환경보호)를 얻을 수 있었다. 그 후 다음 활동을 어떻게 구성해 나갈까 고민을 하던 중 마음여행, 마음먹기라는 그림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그림책 내용을 3~4차시의 실천활동 메뉴판 만들기에 적용하여 프로젝트의 마지막으로 장식하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활동이었다. 결국 학생들과 함께 했던 고민이 막막한 수업의 해결책을 내어 준 셈이었다. ● 그림책으로 마법의 힘을 부려보자. 3차시에 함께 읽은 그림책 마음먹기에서 ‘마음 재료로 요리를 하다가 실수로 타버린 마음은 어떻게 할까요?’라는 물음이 있었다. 아이들은 뒷이야기를 무척 궁금해했는데, 그림책에서 ‘잘못 먹은 마음은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세요’라는 글귀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미 타버려서 못 쓰게 된 마음은 미련 없이 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먹으라는 내용은 학생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고, 새로운 의지를 다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이다. ● 또 다른 도덕수업을 고민하자. 첫째, 학생들의 적극적인 배움 활동을 위한 교수·학습지도안이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가치·덕목 교육에 집중하는 도덕수업의 적극적인 모델을 개발하여 어떠한 환경과 갈등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도덕적 가치·덕목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적극적인 배움 활동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학생들의 소통과 나눔 활동을 확대하는 수업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지금의 코로나19 교육환경에서는 기존의 소통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소통방식으로 전환하여, 모든 수업활동에서 학생들끼리의 소통과 나눔 활동을 늘리는 활동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경험을 확장시켜 결국 관련된 교과역량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청년들은 정시근무가 지켜지지 않는 회사를 가장 기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원장 류장수)은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Ⅱ(2020)’ 4차년도 패널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년들이 가장 기피하는 일자리 조건(4점 척도)은 정시근무가 지켜지지 않는 직장(2.94점)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불편한 통근 환경(2.74점), 본인 기대보다 낮은 월급(2.74점), 비정규직(2.68점), 주 5일 근무가 아닌 직장(2.55점)이 뒤를 이었다. 비정시근무는 성별과 학력에 관계없이 거부감이 가장 컸다. 응답자의 75% 이상이 ‘근무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회사에 취직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그렇다 53%, 매우 그렇다 22%). 여성이 남성보다 9.0%p 더 많았고, 일반대 학생이 전문대 학생과 고졸자보다 큰 거부감을 드러냈다. 청년들은 ‘통근 환경’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특히 서울, 전남, 인천, 경기, 충남 순으로 통근이 불편한 회사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이 기대 이하인 회사’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학력이 높을수록, 기준 이하 월급에 대한 거부감이 클수록 기대하는 최소 임금 수준(유보임금)이 높게 나타났다. ‘일반대 학생 중 기준 이하 월급일 경우 취업할 의사가 없는 집단’은 평균 월 244만 원을 기대해 유보임금이 가장 높았고, ‘고졸자 중 월급이 기대 수준보다 낮아도 취업할 의사가 있는 집단’은 평균 월 191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비정규직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예체능 계열을 제외한 모든 계열에서 60% 이상의 응답자가 비정규직에 거부감을 보였다. 의약, 자연, 공학계열은 타 계열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나며, 예체능 계열에서 가장 낮았다. 프리랜서 근무 비중이 높은 예체능 계열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주 5일 근무를 지키지 않는 회사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했는데, ‘취업하지 않겠다’ 중 ‘(매우) 그렇지 않다’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48%) 나타난 점이 특징이다. 반면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이 아닌 직장(1.94점), 공기업 및 공무원이 아닌 직장(1.93점), 중소기업(2.08점) 등에 대한 취업 기피 성향은 낮게 나타났다. 최수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5가지 취업 기피 직장 특징은 퇴사 및 이직을 선택하는 사유로도 적용할 수 있다”며 “워라밸이 지켜지지 않는 근무환경은 청년들에게 있어 취업하지 않거나, 취업했더라도 이탈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는 청년 기피 5대 일자리 조건을 모두 갖춘 일자리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Ⅱ(2020)」 4차년도 패널 조사 자료 중 응답자 8,35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단, 응답자 규모가 100명 미만인 고등학교 중퇴, 전문대 중퇴, 전문대학 졸업, 일반대학교 중퇴 4개 그룹은 제외했다. “나는 ~하지 않는 회사에는 취업하고 싶지 않다”와 같은 문장으로 취업 선호도를 4단계로 조사했으며, 평균 2.5점을 초과하는 경우 취업을 기피하는 조건으로 해석했다. 이번 분석 내용은 15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동향지 ‘THE HRD REVIEW’ 25권 1호 조사‧통계 브리프를 통해 발표된다.
가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남장한 여성이 등장하곤 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득이하게 남장을 해야 하는 설정이다. 그런 주인공은 남장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행동은 물론 말 하나도 조심스럽다. 우리는 남장을 한 사실이 발각될뻔한 고비를 넘기며 자신이 정한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는 주인공의 열정에 빠지곤 한다. 이러한 드라마는 대개 끝이 좋으니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에 대해 안도하지만 돌이켜보면 전근대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에는 금기로 포장된 갖가지 제약이 있었음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도 나이며 성별, 그리고 학력에 따라 혹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요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다. 우리 시대를 몇십 년 뒤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이런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일지 모르겠다. 금지된 길 떠나기 위한 '남장' 그런데 이러한 드라마나 소설을 볼 때마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행히 몇 개의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 그중 흥미로운 인물이 호동서락기를 지은 김금원이다. 김금원은 원주에 살던 소녀였는데 자신이 남장했다는 것을 기록에 남겼다. 남장의 이유는 바로 ‘여행’이었다.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이런 목표를 위해 남장을 했다는 게 조금 의아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드라마 속 남장 여성들도 무슨 대단한 일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 입학한다거나 부모 대신 군대에 가는 것이었으니 남자라면 쉽게 이룰 수 있는, 그리고 소원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것이 대부분이다. 김금원은 14살 되던 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여행을 위해 남장을 했는데 이는 단순히 여행의 편리함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조선시대 여성은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경국대전을 보면 이런 조항이 있다. ‘부녀로서 절에 올라가는 자, 사족 부녀로서 산천에서 놀이를 즐기는 자는 곤장 100대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법 조항의 배경에는 풍속을 해치거나 사치를 금한다는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런 규정은 조선에 유교적 풍습이 깊어지며 나타난 것이다. 조선 초만 하더라도 부녀가 나라에 큰 행사가 있거나 하면 구경을 다니기도 하고 또 봄에 좋은 경치를 찾아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예법을 어긴다고 보았고 풍속이나 사치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보아 세종 때 금지한 내용이 법전에 실린 것이다. 법으로 여성의 여행을 금지한다고 하니 여성들에게는 커다란 제약이 하나 더 생긴 것이었다. 특히 조선 후기 선비들에게 여행은 하나의 교양으로 평가받으며 유행을 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여행기를 읽은 여성들로서는 참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때 많은 여성은 자신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며 마음을 눌러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도 있었으니 바로 김금원이다. 김금원은 자신이 쓴 책에서 여행에 대한 소견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가만히 내 인생을 생각해 보았다. 금수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실로 다행이요, 사람으로 태어났으되 야만인이 사는 곳에 태어나지 않고 우리나라와 같은 문명국에 태어난 것은 더욱 다행이다. 그러나 남자로 태어나지 않고 여자로 태어난 것은 불행이요,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지 못하고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것도 불행이다. 그러나 하늘은 나에게 산수(山水)를 즐기는 어진 성품과 눈과 귀로 듣고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어 다만 산수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고절하게 보고 듣게 해주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비록 가난한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문명을 가진 나라에서 아름다운 산수를 즐기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을 잘못이라고 볼 수 없다고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여느 여성과 달리 자신의 바람을 실행에 옮겼다. 기생 집안에서 태어난 굴레 그런데 김금원이 이때 서둘러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김금원은 기생 집안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15세가 되면 기생으로서 삶을 살아야 했던 상황이었으니 이는 또 하나의 굴레를 지는 셈이 되기 때문이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김금원은 금앵이란 기명의 강원감영 관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금앵 역시 시로 이름을 남긴 인물이라는 점에서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있는 마지막 해인 14살 되던 해, 김금원은 부모에게 허락을 구했다. 조선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하는 곳, 금강산을 다녀오겠다고 한 것이다. 마지못해 딸의 청을 들어준 부모는 안전을 이유로 얼음이 녹은 뒤 떠나라고 했다. 그러나 대저 여행이란 그렇게 기다릴 수는 없는 일, 마음먹은 김에 김금원은 부모를 설득해 원주에서 남쪽인 제천을 먼저 살피는 것으로 타협하고 집을 나섰다. 이렇게 김금원은 제천의 의림지를 시작으로 단양의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그리고 사인암을 보았다. 영춘, 곧 지금의 단양에서는 동굴을 보았으며 청풍의 옥순봉을 보았으니 대략 단양8경을 두루 본 셈이다. 그리고 금강산을 둘러 본 뒤 남쪽으로 관동8경을 살폈다. 이 가운데 총석정을 감명 깊게 보고 원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김금원은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다. 제천에서는 물고기를 사서 회를 해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먹을 갈아 시를 짓기도 했다. 또 금강산 장안사에서는 산채가 풍성한 점심상을 대접받기도 했다. '금앵'이 돼서도 여정 멈추지 않아 여행이 끝나자 김금원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원주 감영의 관기로서 금원이 아닌 ‘금앵’으로 살아간 것이다. 시재가 뛰어났던 김금원, 아니 금앵은 사대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김금원은 김덕희란 양반의 첩이 됐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금원의 여행은 다시 시작됐다. 김덕희를 따라 서울, 그리고 그의 부임지인 의주로 가는 길이 여행 목록에 포함된 것이다. 김덕희가 의주부윤으로 부임하게 되자 김금원은 남편이 생활할 곳을 먼저 본다는 이유를 내세워 평양을 거쳐 의주까지 둘러보았다. 그리고 2년의 의주 생활이 끝난 뒤 한양으로 돌아왔다. 이후 김금원은 김덕희가 한강에 지은 삼호정, 지금의 마포 도화동 인근에 있던 정자를 중심으로 시모임을 만들었다. 동생인 김경춘을 비롯해 김운초, 박죽서, 김경산 등이 참여한 이 모임은 ‘삼호정시사’로 대체로 김금원과 처지가 비슷한 여성들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다른 양반 남성 문인들과 교류할 수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책이 바로 호동서락기다. 호동서락기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김금원이 여행한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호는 제천과 단양 일대를 가리키는 호서지역, 동은 금강산과 관동8경의 관동지역, 서는 평양과 의주를 포함하는 관서지역, 그리고 마지막 낙은 서울의 별칭인 ‘낙양’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스스로 14살 나이에 떠난 여행과 남편과 함께 부임지로 가는 길의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여행기를 기본으로 하되 각 여행지에서 지은 시문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 가운데 김금원이 책을 쓴 이유를 적은 문장이 있다. ‘문장으로 써서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오늘날 금원이 있었음을 알겠는가’ 곧 글을 써서 자신이 직접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면 세상이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자의식은 책 곳곳에 발현되어 있다. 자신의 호를 ‘금원’으로 지었으니 김금원은 여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또 시문의 수준에 자부심을 가지며 ‘삼호정시사’ 시절 교류하던 남성, 곧 양반들의 시문은 싣지 않았다. 오직 자신과 벗의 시문만 담았으니 그의 자신감을 짐작할 수 있다. 시대의 한계 넘어설 준비는됐는가 이와 같은 그의 삶과 태도를 보면 남장은 우연한 선택이 아니었다. 조선시대 여성의 미덕인 현모와 양처가 비록 가볍게 볼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는 삶이라는 점에서 목표로 삼기는 곤란하다고 할 것이다. 김금원은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김금원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했던 사람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의 삶이 부럽지 않은 정도가 되었으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김금원에 대해 부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김금원이 둘러본 금강산과 관동팔경 중 일부, 곧 김금원이 감탄한 총석정을 비롯해 삼일포는 마음먹는다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평양과 의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는 김금원이 겪었던 제약에서 벗어난 시대에서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가 살던 시대에는 없었던 새로운 제한이 생긴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김금원을 보며 우리는 우리 시대의 문제를 김금원처럼 넘어설, 혹은 해결할 준비가 되었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학부모와 교사의 공통 목표가 있어요. 학생이 일 년 동안 학교에서 즐겁게, 무탈하게 지내는 거예요. 담임선생님은 아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합니다. 가정환경 조사서가 배부될 거예요. 과거와 달리 최소한의 내용만 받습니다. 담임선생님이 알아야 할 아이의 발달, 행동 등에 대해 세세하게 적어주시면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지난달 26일 우리마을예술학교와 경기도파주교육지원청은 ‘2022 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온라인 화상회의로 개최한 토크콘서트는 우리마을예술학교에서 활동하는 ‘모두가 빛나는 학교 자문단’ 소속 현직 교사들을 주축으로 준비됐다. 미리 학부모들의 질문을 받고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날은 ‘처음 맞이하는 슬기로운 학교생활’을 주제로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마을 교육과정,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뤘다. 3월 5일에 진행된 2차 토크콘서트에서는 학교생활에서의 갈등 해결, 우리 가족의 유형 인식과 이해, 교우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 한 부분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위기 속에서 어떻게 교육이 이뤄질 것인가’였다. 대표인 김성대 서울 강서고 교사는 “이럴 때일수록 학교의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 협력하고 연계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우리마을예술학교의 운영 사례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마을예술학교는 지난 2012년에 조직된 마을 교육 공동체다. 현직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돼 있다. 학생들이 마을을 무대로 삼아 자신의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학생주도 활동을 중심으로 한 마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초등학생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를 큰 주제로 활동하고, 중·고등학생은 학교 수업과 연계한 진로 프로젝트 활동을 하고 있다. 김성대 대표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했고, 부모 커뮤니티에서 뜻이 맞는 분들과 모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나 사교육기관에만 자녀교육을 위탁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녀와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는,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의 배움을 마을로 확장하고, 또 삶으로 이어지게 돕고 있어요. 마을 교육과정을 통해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게요.” 올해 11년 차를 맞은 우리마을예술학교의 마을 교육과정 운영 노하우를 배우려는 곳도 적지 않다. 특히 혁신교육 지구를 운영하는 지자체에서 관심이 높다. 지난 2월에는 경기도파주교육지원청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김 대표는 “하다 보니, 혁신교육 지구의 모델이 됐고, 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좋은 사례로 발전해 긍정적인 영향을 나누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혁신교육 지구가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전문가 위주로 진행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마을예술학교는 4월부터 교육 관련 주제로 월별 온라인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찍이 이런 위기는 없었다.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과 늘 이야기하던 일상 회복이란 말도 사라졌다. 코로나 확진자가 22만 명에 달하는 가운데 3월 2일 개학을 맞았다. 새 학기 학교에는 교육·방역 당국의 보호망이 사라지고 셀프 방역과 자율이란 이름의 책임만이 주어졌다. 교육부는 등교수업 원칙을 고수하다 개학을 열흘 앞두고 ‘학교장 재량으로 원격수업도 가능하다’는 오락가락 행정으로 학교를 요동치게 했다. 반면 대다수 시·도교육청은 등교수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월 28일, 총리는 개학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과연 교육 현장이 이 말에 얼마나 동의할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학교는 학생 안전과 건강 그리고 교육을 위해 학사 운영계획 마련, 자가 진단키트 배포 등 모든 과정을 견뎌왔다. 예상보다 상황 더 심각 개학 이후 상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 확진자 증가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개학일에 자가 진단 앱 참여율이 83.7%에 달했지만, 이 또한 혼란을 겪었고 교사 대체인력 확보도 비상이다. 교육부는 7만5000명 규모의 시·도교육청별 교사 대체 인력풀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이마저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셧다운 상황까지 걱정하고 있다. 교사를 포함한 확진자가 너무 많아 원격수업조차 할 수 없는 교육활동 전면 중단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방역과 역학조사, 수업, 급식, 돌봄, 방과후학교 등 모든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라 ‘오늘도 무사히’를 염원하는 심정이다.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생각해 교총은 교육 당국에 특단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애환과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두루뭉술한 교육 당국의 지침만 탓하기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다. 결국 믿을 것은 자신과 우리뿐이다. 위기의 역사를 헤쳐나간 중심에는 늘 교육자들이 있었다. 지켜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 사안이다. 이런 사건은 학기 초에 발생빈도가 가장 높다. 한번 발생하면 심신에 주는 스트레스가 극심해 수업과 방역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에는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이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부 교권 침해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에 1197건이 일어났는데,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그보다 많은 1215건이 발생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지난해 1학기 교권침해 사건 중 성희롱, 성폭력 비율이 10%를 넘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사안도 마찬가지다.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처리해도 트집을 잡아 교사를 고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체적·성적·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노무 문제 갈등도 적잖다. 선생님들께 응원의 박수를 교권사건에 대해서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시·도교육청 교원치유센터 상담, 교총에 대한 지원 요청 등을 통해 초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교총은 교권 사건 관련 소송비를 지원하며, 지난해 '경찰 조사 시 변호사 동행료 지원제도' 신설에 이어 올해는 '고문노무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교권보장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과 과중한 방역업무를 병행하면서도 교직 윤리 실천과 교권 침해 예방까지 소홀할 수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이겨내고 수행하는 선생님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필자는 경자년(1960) 3월생이다. 집 나이로는 이미 환갑을 지나서 원래는 올해 상반기 정년이지만 선친의 시대적인 예지력(?)으로 학교장으로 봉직할 1년의 시간을 벌었다. 그야말로 기사회생하여 학교장의 기회를 예약한 것이다. 한참이나 늦은 나이에 교감의 지위에 올랐기에 앞으로 주어질 학교장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마음은 각별하다. 따라서 즐거운 배움을 이끄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학교의 최고 경영자(CEO)로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특히나 새 학기를 맞이한 요즘은 익숙한 지인들이 학교장으로 신규 임용되거나 중임되면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서 말이다. 그동안 교직에서 경험한 숱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또 5년간의 교감의 직위를 수행하면서 얻은 실무 경험 그리고 주변의 선배 교장들로부터 간접적인 타산지석의 교훈을 통해 예비 학교장으로서 일이관지(一以貫之)할 가치관을 얻었으니 그것은 바로 ‘겸손(謙遜)’이다. 겸손이란 무엇인가?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태도’가 아닌가. 이는 일찍이 필자가 고전독서를 통해 평소에 가슴에 품고 실천궁행하려던 행동 지침으로 노자의 도덕경에서 전하는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은 가치라 생각한다. 문자 그대로 물(水)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해 흐르면서 세상에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최상의 선(上善)과 같은(若)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미국의 명문 사학 스텐포드 대학에서 16년 동안 총장을 역임한 존 헤네시(John Henessy, 1953~)는 저서 'Leading Matters'에서 리더가 갖추어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했다. 그중에서 첫째로 꼽은 것이 바로 겸손(humility)이었다. 그는 “지도자는 고개를 숙일 때마다 성장한다”는 것이 제1의 조언이었다. 18세기 프랑스의 정치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이끄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따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팔로워십(Followership)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팔로워십이 무엇인가? 바로 겸손의 덕으로 오늘날 리더십 중의 하나로 회자되는 ‘섬김의 리더십’이 아닌가. 필자는 초보 교감 시절에도 겸손의 중요성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소속 학교장은 일찍이 교단에서 학생들과의 15년의 수업을 마감하고 교육 전문직에 입문하여 오늘에 이른 베테랑 교육전문가였다. 하지만 ROTC 출신의 강직한 무관기질 탓인지 강압적인 언행이 자주 있었다. 본인 또한 학생들과의 수업 시간에 자신의 강골 기질을 자랑삼아 각종 무용담을 자주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속으로 교육자는 학생에게는 참고 기다리며 모르는 것을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기본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약간의 비판의식을 품곤 했다. 또한 학교의 최고의 어른이자 가장 오랜 경험의 소유자로서 많은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학생, 교사, 보직교사, 심지어 교감에게도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는 데에 반발 심리가 작동했다. 누구나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망각하기 쉽다. 학교장은 교실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자세처럼 쉽게 화를 내기보다는 기다려주고 친절하게 설명하며 자상한 행동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인(仁)’한 군자여야 한다. 이는 교육자의 기본행위이며 관리자로서는 성공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최고의 덕목이다. 요즘 학교는 지역에 따라서는 20~30대의 MZ세대 교사들이 50~80%의 높은 비율을 구성한다. 그런데 2030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잘난 체하는 꼰대’다. 꼰대라 불리는 대상은 사사건건 간섭하고 가르치려 하며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는 어설픈 리더십의 전형(典型)이다. MZ세대 교사들을 춤추게 하는 학교장의 리더십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생각을 공유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엔 조급함을 버리고 아직 익지 않은 땡감이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와 겸손의 덕이 함께 해야 한다. 일찍이 공자는 ‘식량, 무기, 신뢰’ 중에서 국가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신뢰가 없으면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無信不立)”고 했다. 이는 학교도 마찬가지라 믿는다. 강압적인 것은 무능한 것보다 더 위험하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마음이 아프다고 외치는 교사들이 많다. 학교장은 그들의 내면 아이(Inner child)를 잘 살펴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보다 겸손한 교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예비 교장으로서 필자에게 다짐하는 성찰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지난 2년간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예방을 위한 식사환경 조성과 급식 관리를 위한 영양교사들의 업무는 순간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광범위하고 과중했다.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확진자 추이와 정부의 방역 대책에 맞춰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 영양교사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2년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식단과 레시피, 식재료 발주 변경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대부분 학교에서는 배식 시간이 두 타임 이상으로 늘어 배식 지도, 질서 지도, 식습관 지도 업무가 두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거기에 바우처 업무, 방역 인력 충원에 따른 업무, 방역 관련 서류까지 늘어나 시간에 쫓기며 야근하는 게 일상이 됐다.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는 공간인 식생활교육관에서 일하며 감염 공포를 견디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영양불균형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교육급식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2년의 시간을 쉼 없이 달려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처음으로 보조 인력을 지원받아 일부 업무를 맡길 수 있었다. 홈페이지 식단 사진 관리, 축산물 등급 판정서 검수 등록, 소모품 구매, 납품업체 필수 서류 관리 등을 일부 업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니 비로소 영양교사 본연의 업무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학생 영양·식생활 교육을 비롯해 내실 있는 식단 연구, 만족도 향상을 위한 식단 개발, 영양교육 자료 만들기 등 그동안 미뤄왔던 일에 긴 시간을 썼다. 코로나19로 서울 초·중·고등학생의 과체중 비율이 2019년보다 5%포인트 넘게 느는 등 학생 영양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이 시간이 더욱 소중했다. 전전긍긍한 마음에서 조금 벗어나니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오며,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영양교사는 학생들에게 질적으로 우수한 학교급식을 제공하고, 급식과 연계한 영양·식생활교육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영양·식생활교육과 병행하는 실천교육으로서의 학교급식, 미래세대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교육급식을 잘 수행하고 있었는지 다시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인력 지원에 대한 간절한 바람 보조 인력 지원이 영양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데 얼마나 크게 이바지했는지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 끝나지 않는 팬데믹의 끝자락에서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됐다.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로 방역업무는 여전히 과중하다. 영양교사들이 학생건강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업무에 충실하고, 더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 지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학교에서의 시간 중 급식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소 어린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
경북 점촌북초등학교(교장 박희묵)는 2일오전 10시 30분, 신입생 5명의 입학을 축하하고 학교 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입학식을 실시했다. 이번 입학식은 자가진단, 발열 체크, 손소독 등 방역수칙에 따라 보호자를 2인 이내로 제한하고,밀집도를 최소화해 대면으로 실시했다. 신입생들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오붓한 입학식으로 추억을 남기고 설렘과 희망 가득한 첫걸음으로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날 유곡동재산관리위원회(위원장 노교하)는 장학금을 조성해 신입생 5명에게 20만원씩, 총 100만원의 입학장학금을 대신 전달했다. 박희묵 교장은 “점촌북초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기탁해주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본교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교육하겠다”고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