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8,705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
독대란 원래 왕조 시대에 벼슬아치가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임금을 대하여 정치에 관한 의견을 아뢰던 일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흔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임금의 절대 권력이 강한 시대라고는 해도, 독대를 상설 소통 시스템으로 운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왕과 신하가 둘만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만큼 ‘독대’는 특별한 사유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고, 또 그만큼 독대의 폐해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독대는 권력의 수직관계가 뚜렷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둘만의 대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권력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따라서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는 친한 친구 사이에는 아무리 둘만의 호젓한 대화 장면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굳이 ‘독대’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냥 예삿일일 뿐이다. 실제로도 ‘임금과의 독대’는 흔치 아니하였으므로 독대는 예삿일이 아니었다. 권력자를 독대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권력을 표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독대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다녔다. 이는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독대의 반대 현상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독대로 인해서 무시되거나 밀려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제도(조직)의 시스템에 따른 투명한 의사결정’ 같은 것이 아닐까. 건강한 시스템에 의해서 모든 것이 소통되고 작동되는 조직에서는 독대가 불필요하다. 누군들 이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왕조시대의 유물쯤에 해당하는 독대가, 탈근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독대에도 전혀 합리성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에서 소통, 특히 상층부를 향한 소통이 왜곡되거나 단절된다고 여기는 구성원은 최고 책임자에게 자신의 의견과 판단을 직접 전하고 싶은 의지를 가질 것이다. 오히려 윗사람에 대한 소통 욕구를 포기하고 무기력하게 순응하는 것보다는 독대의 의지를 강하게 발휘하는 편이 낫다고도 할 수 있다. 적어도 이 사람의 독대 욕구는 진정성이 있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최고 책임자 쪽에서 독대를 추구하는 데에도 그 나름의 합리성은 있다. 17세기 후반 영국 철학자 홉스는 세속적 공동체의 권력 현상을 논한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조언을 들을 때는 집단적 조언보다는 개별적 조언이 더 훌륭하다고 말한다. 개별적으로 들을 때는 모든 사람의 조언을 들을 수 있으나, 집단적으로 들을 때는 주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 주류를 불쾌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잘 나타내지 못하거나 최소한의 찬성 반대 의사표시만을 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독대가 단순히 유해하다, 유효하다 따지는 것은 그야말로 독대를 기술적 수단으로만 보는 것 아닐까. 인간에게 권력 본성이 있는 한 독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일하는 존재이면서, 일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관계적 존재’인 한에는 독대의 유혹을 지니기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 모두가 고독한 실존적 존재임을 인정하는 한, 독대는 인간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대라는 불합리해 보이는 소통을 완전무결한 합리적 시스템 소통으로 대체하는 일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일지도 모른다. [PART VIEW] 스마트 폰과 이동통신 기술이 무한대로 진화되고 있다. 온갖 자료와 메시지를 자유자재의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일들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는 재택근무로 전환되고, 업무의 조정과 통제도 스마트 폰 체제 속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업무는 효율성과 투명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굳이 특정의 직장 공간에서 얼굴 맞대고 만나지 않아도 되니, 집에서 일하는 동안 자유롭고, 육아 등 다른 일을 살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저출산 문제도 점차 해결될 수 있다고 낙관하는 미래학자들도 있다. 물론 ‘독대’의 풍속은 발붙일 틈도 없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부정적 인식론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랬을 때, 사람과 사람의 인간적 관계에서 빚어내는 ‘관계의 향기’는 증발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일 중심 삶’과 ‘관계 중심의 삶’이 균형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것이 진정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토양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일이란 것이 효율성만으로 담보되는 것인가. 효율성의 노예가 되는 인간이란 일하는 기계와 무엇이 다른가. 일과 여가는 그렇게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인가. 일 속에 삼투되어 있는 ‘사람들의 관계’는 효율성에 기여하지 못한단 말인가. 여기쯤에 이르면 사람 사는 사회적 관계의 한 전형이 독대인데, 그 독대를 쉽사리 몰아낼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투명성과 인간성의 대결도 만만치 않다. 투명성만 있으면 부패는 원천적으로 방지되는 것일까. 투명성이 강화되면 부패의 모드도 새롭게 변이하지 않을까. 일의 과정이 차갑게 투명하다는 것이 관계의 차가움까지도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것은 아닌가. 인간과 사회의 총체적 도덕성은 투명성으로 인해 유익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주장에 줏대 없이 따라가다 보면 일상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특히 사람 중심의 관계에 치중하는 유교적 동양문화의 유전자를 지닌 우리로서는 ‘관계의 문화’를 놓치고 마침내는 삶의 원기까지도 놓치는 것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이처럼 반대쪽 주장에 귀를 갖다놓다 보면 ‘독대가 사라진 사회’를 이상적 풍경이라 해야 할지 삭막한 풍경이라 해야 할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는다. 또 현실적으로 독대 금지를 누가 강제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이쯤 되면 아무리 투명사회가 되어도 ‘독대’ 자체를 완전 소멸시키기는 어렵지 않을까. 당위와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기 마련 아닌가. 그렇다면 ‘독대’가 진화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옛날식 권위주의 독대가 아닌 새로운 독대의 방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어떤 진화 방책들이 있을까. 독대의 대화를 기록으로 남겨서 보관하는 일은 어떨까. 독대 자체를 공개하는 것도 한 방책이 되겠다. 조직 내 소통 방책이라면 독대의 기회를 공평무사하게 누리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무엇보다도 독대가 권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대등하고 평등하게 만나는 독대는 불가능한가. 속된 말로 “계급장 떼고 맞붙는다”의 독대 모드를 만들 필요도 있다. 수직적 독대에서 수평적 독대로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다. 권력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에서 아랫사람을 향해 먼저 수범을 보이는 것이 좋다. 이상적인 것은 그렇듯 수평적이면서 ‘진정한 정’을 나누는 것으로 꽉 차버린 독대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정’ 이외의 아무런 목적도 수단도 아닌 그런 독대가 ‘지선(至善)의 독대’가 아닐까. 벌써 10년 전 일이 되었다. 군대 마치고 늦깎이로 우리 대학에 들어 온 이재경 군은 가슴이 따뜻한 청년이었다. 속이 꽉 찬듯한데, 때로는 순진한 열정으로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다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는 그런 상처들을 나한테 수줍게 털어놓는다. 내가 뭐라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는 그가 고마웠다. 막걸리 몇 잔을 나누며 열심히 들어 주었다. 이재경 군은 예술적 감수성과 국악 의식이 강했다. 그가 대학에서 이끌었던 국악 동아리는 늘 북적거렸다. 봄과 가을에 한 번씩 하는 학내공연은 성황이었다. 공연이 있을 때면 재경 군은 내 연구실에 들러서 “교수님 꼭 오세요!” 하고서는 급히 사라졌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웃음 가득 화답했다. 그런데 무슨 피치 못한 일이 있었던가. 그 해 봄 나는 그의 공연장에 가지를 못했다. ‘아 이거 꼭 갔어야 하는 공연인데!’ 낭패를 되새기던 나의 모습도 생각난다. 재경 군이 다시 찾아왔다. “가을 공연에는 꼭 오세요. 졸업 공연이거든요.” 그래 꼭 가마. 나는 마음으로 다짐했다. 그런데 공교로웠다. 가을 공연 날에 나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의 공연에 갈 수 없었다.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해 가을이 다 갈 무렵, 연구실 서창으로 오동잎과 더불어 해질 무렵, 이재경은 전화를 걸어왔다. 10분 후면 교수님 연구실에 갈 터인데, 30분만 자기에게 시간을 내어달란다. 자기 외에는 그 누구도 연구실에 들어오지 않도록 해 달란다. 이른바 ‘독대’를 신청한 것이다. 잠시 후 이재경이 연구실로 들어섰다. 그는 들어오자 말자 연구실 출입문을 안에서 잠근다. 이재경 군은 머리 숙여 인사를 한다. 공연에 나를 모시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나 또한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셨지요.” 그가 내 감정을 확인하고는, 나와는 좀 떨어진 출입문 쪽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대금을 꺼내들었다. “교수님이 지금 들으실 곡은 ‘하림성’이라는 대금 독주곡입니다.” 그는 나를 한번 싱긋 쳐다보고는 서서히 대금을 연주했다. 나는 이 사태가 무슨 사태인지 얼른 알아차리지를 못했다. 그러나 대금의 가락과 음조가 유장하게 번져나가면서 나는 잔잔한 음률에 휘말렸다. 이것은 나 한 사람을 위한 음악회이다. 재경 군이 왜 내게 독대를 청했는지를 비로소 알았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아주 큰 감동이 휘몰아 왔다. 20여 분의 시간이 잠간 사이 그렇게 흘렀다. 그는 단정하게 인사를 끝내고 약속한 독대 시간이 다 되었으므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막상 그가 돌아가고 나자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이재경 군도 이제 경력 10년차 가까운 원숙한 선생님이 되었겠다. 지금은 어디서 그런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아이들을 독대하여 감동을 심어주고 있을까. | 경인교대 교수
“멋진 취미 가진 멋있는 리더 키우고 싶어” 일반계고의 관악부 창단,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일반계고에서 공부와 대학 진학을 빼고는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늘 공부에 치이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즐길 무언가를 갖게 해주고 싶었는데 도예, 풍물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봐도 활성화가 되지 않았어요. 대학 진학과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죠. 음악 교사와 궁리 끝에 생각해낸 것이 바로 관악부였어요. 취미로도 좋고 열정을 가지고 연습하면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는 말에 ‘이거다’ 싶었죠. 관악부의 오케스트라 연주 자체가 일반학생들의 정서나 감수성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요. 저는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관악부가 학생들이 숨 쉴 공간, 또 취미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공간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몰랐습니다. 학력 신장도 중요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는 엘리트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지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군포고 관악부의 성공비결이 있다면. “관악부는 전적으로 지도교사의 역량에 달린 일입니다. 저는 전폭적으로 지원만 했을 뿐 실제적인 지도는 교사의 몫이니까요. 지도교사가 관악 전공자인데다(트럼펫) 학창시절 관악부를 해본 경험이 있어 아이들을 잘 이끌었고 주말, 방학도 없이 열정적으로 매달려줬죠. 단원 40~50명을 통솔해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이런 좋은 결과까지 내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동아리처럼 운영해 음대에 진학한 선배 졸업생들이 후배를 지도하게 한 것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공부하면서도 시간을 내 열심히 연습해준 아이들이 일등공신이지요. 예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윈드오케스트라팀을 운영하니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학교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의 문화적 소양이 높아져 학교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학교 축제, 정기 연주회뿐 아니라 평소에도 쉽고 친근하게 오케스트라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음악회가 재미없을 것 같지만 정기연주회 때는 1100석 군포문화예술회관이 늘 관객들로 넘칩니다. 오케스트라를 듣다 보면 음악을 알아야 하니, 동서양의 음악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런 것들이 아이들을 아주 멋지게 바꾸어 놓았어요. 외국에서는 학생들이 공부는 공부대로, 본인의 적성에 맞는 취미는 취미대로 열심히 하는데 저희도 일부지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취미로 관악부 활동을 하던 학생이 카이스트에 진학해 롤 모델이 되기도 했죠. 아이들이 학교에서 직접 그런 사례를 보니 더 자극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관악부가 3년 연속 주요 대회 상을 휩쓸면서 관악의 명문고로 학교를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교과특기생육성학교 지정 제도 폐지 아쉬워” 관악부를 운영하는데 많은 예산을 비롯해 연습시간을 맞춰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선 비싼 악기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그때 마침 군포시에서 학교 관악부 육성을 위해 예산을 지원해 악기를 장만했습니다. 여유교실이 부족한데도 몇 년 후에는 별도의 관악부 전용 연습실까지 마련했죠. 인문계고인 탓에 처음에는 관악부 지원자 모집도 어려움이 있었고, 함께 모여 연습할 시간을 낼 수 없어 힘들기도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관악부를 창단해 40~50명의 학생들이 열심히 활동했죠. 대학진학의 발판이 마련된 것은 2007년 경기도교육청의 관악특기생육성학교로 지정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군포는 평준화 지역인데 역시 관악특기생육성학교로 지정된 당동중학교에서 관악 특기생 10명을 우선 선발하고, 특기생들은 학교 지원으로 대학입시를 위한 전문 강사 레슨을 받을 수 있게 됐죠. 1, 2, 3학년 각 10명씩, 30명이 취미가 아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의 예산지원이 올해로 끝난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청에서 교과특기생육성학교 지정 제도를 폐지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농담으로 자녀를 음대에 진학시키려면 아파트 한 채 값이 든다고 합니다. 창단 이래로 30여 명의 학생이 음대 진학했는데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전문 강사 레슨을 통해 대학에 갔죠. 관악부의 운영도 좋지만 교과특기생육성학교로 지정되면서 재능이 있어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음대 진학의 길이 열리게 됐는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또 특기생이 아니어도 인문계고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적성을 발견하는 희망이 되기도 했던 터라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관악부 운영이 어려워지겠네요. “여러 가지 난관이 있어도 어떻게든 관악부를 꾸려나가겠지만 교과특기생 우선 선발, 관악부 운영 예산이 부족 등은 저로서도 어쩔 수 없어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그래도 군포고는 사립학교여서 제가 관악부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지도교사가 바뀌지 않으니 어떻게하든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죠. 하지만 같이 관악특기생육성학교였던 군포 당동중(공립)의 경우는 당장 존폐의 기로에 놓일 것 같습니다. 요즘 관악 전공 음악 교사가 드물고, 관악부의 특성을 알고 있는 교사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립이어서 교장이나 지도교사가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면 상황은 더 힘들어집니다. 예산도, 지도할 사람도 없다면 폐지될 것은 자명한 일이죠. 3년간 어렵게 자리잡아온 관악부인데 안타깝습니다.” 연예인 찾아 방송국을 동분서주한 선생님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관악부를 지키려는 교장선생님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평교사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고 싶었던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2년부터 군포고에 재직했는데 일반계고이니 공부가 최우선이고, 사립학교여서 생활지도도 엄격했죠. 그 당시 학생부장을 맡아 특히 더 아이들을 더 엄하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편으로는 늘 미안하고 안 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잠시나마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감동받을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학교 축제에 큰 재미를 주기로 했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무조건 방송국으로 찾아가 연예인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지금은 흔하지만 그때는 학교축제에 연예인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탤런트 김호진 씨가 설명을 듣더니 흔쾌히 와 줬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좋아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정례화했습니다. 그렇게 일년에 단 한 번이라도 아이들이 웃고 숨 쉴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인권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먼저” 교장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시다면. “저는 학력과 인성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키워내고 싶습니다. 인성교육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남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국가, 학교 등 공동체보다는 본인과 가족만 생각하고 공중도덕도 지키지 않죠. 제 학창 시절은 군대식 교육 같았지만 적어도 공동체 조직원으로서의 나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는 배웠던 것 같습니다. 교육자로서 인성교육을 그동안 제대로 못 해온 것 같아 마음에 걸립니다. 요즘 말하는 인권교육, 물론 중요하지요. 교사, 학부모, 위정자들이 학생의 인권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인권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먼저입니다.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인성만 바르게 가지고 있으면 인권교육이 따로 필요가 없어요. 적어도 우리 사회 지도자, 리더는 기본적으로 봉사정신과 남을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기심이 가득 찬 리더는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없어요. 학생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인성, 무엇보다 그게 먼저입니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폐교 위기에서 국악 명문고로 최근 전남 진도 석교고(교장 하상규)가 최근 각종 국악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역 인구 감소로 한때 폐교 위기까지 갔지만, 국악과를 신설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아 ‘제11회 박동진판소리 명창 · 명고대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대단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시골의 작은 일반계 고등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빠른 변화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학교 하상규 교장은 도교육청과 진도군, 지역 예술인들의 장기적인 안목과 적극적인 도움을 첫손에 꼽았다. 도교육청과 진도군의 행 · 재정적 지원, 수준 높은 지역 예술인들 강사 지원 등이 있었기에 이런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고 수준 국악 교육이 거의 무료 예술관련 교육비는 무척 비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기본적인 수업료도 비쌀 뿐 아니라 대학 진학을 하려면 고액의 과외수업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교고에서는 이런 비용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도교육청과 군에서 강사료와 방과후학교 비용을 전액 지원할 뿐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비까지 지원해 준다. 그래서 학생이 부담하는 비용은 기숙사 생활에 드는 월 5만 원뿐이다. 물론 수업료도 면제다. 이렇게 비용이 저렴하면 당연히 교육의 질이 걱정되겠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석교고의 국악강사는 모두 국립남도국악원 단원으로 전국에서 4개밖에 없는 국립국악원에 선발됐을 정도의 쟁쟁한 실력자들이다. 정규 수업시간은 물론 방과 후 시간까지 이런 수준 높은 강사들에게 수업을 받으니 석교고 국악반에는 따로 과외를 받는 학생이 거의 없다. 저력의 근원은 기본기 위주의 교육 석교고가 각종 대회에서 거두고 있는 수상실적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학생 대다수가 고등학교 입학 후 본격적으로 국악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 석교고 학생들은 불과 1~2년 사이에 이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과의 바탕이 된 것은 바로 운지법이나 발성법 같은 기본기 위주의 교육이다. 이는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차후 대학에 진학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탄탄한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석교고의 교육철학에 따른 것이다. 또한 공연경험이 별로 없는 학생들이 무대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도록 매일 방과후 시간에 무대공연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1시간 이상 전문가와 일대일 맞춤식 지도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하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국악교육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국악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에 비해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어설픈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공연을 펼치니 대회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는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국악 교육에 더없이 좋은 환경 석교고의 장점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환경이다. 깨끗한 자연에 둘러싸인 입지조건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사회에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일상생활 속에서도 늘 우리 전통가락을 친숙히 접할 수 있다. 강강술래를 비롯한 무형문화재만도 여러 가지다. 학교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남도국립국악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단원들과 전국적인 단체나 명인의 정악 공연이 열리고, 향토문화회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민간 예술가의 민간음악 공연이 펼쳐진다. 이러한 공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참여도가 무척 높은데, 어설픈 공연을 했다가는 혹독한 비평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객의 수준이 높아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교사의 별도 지시가 없어도 거의 모든 학생이 자발적으로 매주 공연을 관람하며 안목을 키우고 있다. 또한 올해 3월 2일 개관한 기숙사에는 학생들의 생활공간 외에도 1층에 국악연습실이 갖춰져 있어 언제든 개인연습을 할 수 있고, 4층에는 교원 숙소가 있어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중국 동포에게 전하는 남한 국악의 멋 현재 석교고에는 남한의 전통 가락을 배우기 위해 중국 길림 · 장춘 · 장백 지역에서 온 한국계 중국인 학생 4명이 재학 중이고, 내년에도 2명의 학생이 입학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도 조선족을 중심으로 전통 국악 공연이 꾸준히 열리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대부분이 북한식 국악 공연이었다. 같은 민족의 국악이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인이 들어도 큰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남북한의 국악에는 제법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올해 6월 중국 길림시에서 열린 조선족민속예술제에서도 북한식 국악공연이 주를 이뤘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석교고 학생 3명이 남한식 국악 공연을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매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석교고는 앞으로도 중국 조선족군중예술관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남한식 국악을 중국 동포에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이 대학까지 마친 후 중국으로 돌아가면 우리 문화 전파에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년째 되는 내년부터가 더 크게 기대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국악반 개설 3년째인 내년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졸업생들이 대학입시에서 어떠한 성과를 거두느냐가 앞으로 이 학교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능계 입시지도는 일반계와 다르기 때문에 석교고는 이 부분에 최대한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다. 석교고 자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각종 대회에서 다수의 수상 실적을 냈을 뿐 아니라 내년에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체 학년이 갖춰져 보다 체계적인 수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하 교장은 “지금까지가 시작단계였다면 앞으로는 하나하나 체계를 잡아가야 하는데, 전체 학년이 구성되는 내년이 학교의 체계를 세울 수 있는 적기”라며 “앞으로 석교고가 국악명문고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다질 것”을 다짐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2010년에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전국에 647개교이다. 이 중에는 선진형(A 타입)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45개교, 과목중점형(B-1, B-2 타입) 223개교, 수준별 수업형(C 타입) 379개교가 포함되어 있다. 한편 올해 선정되어 2011년에 정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학교가 선진형 60개교이며, 교과교실제 운영의 기본이 전제되면서 운영되는 중점학교(과학중점학교, 영어중점학교, 예 · 체능 중점학교) 105개교가 2011년에 시행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교실제란 각 교과마다 특성화된 전용교실을 갖추고 학생들이 교과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특히 교과의 특성과 학생의 학습능력을 반영해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지원하는 학생중심의 교실운영 방식으로 교사는 교실에 상주하면서 수업을 준비하고, 대학교처럼 학생이 교사를 찾아다니면서 공부하는 형태를 말한다. 교육 패러다임 변화의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 이러한 교과교실제 운영은 교사와 교과중심의 교육패러다임에서 교사와 학생중심의 교육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학급교실제와 교과교실제 사이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면 첫째, 시설환경면에서 학급교실제는 수업과 무관하게 모든 교과에 동일한 교실 환경이 제공되는 반면 교과교실제에서는 교과의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교실 환경이 구성되고 교실환경 자체가 중요한 교수자료가 된다. 둘째, 교과내용과 교수방법의 관계에 있어서 학급교실제 하에서는 교과내용에 비해 교수방법이 부차적인 위치에 머무는 반면 교과교실제에서는 교수방법이 교과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교수방법에 있어서 학급교실제는 직접교수, 반복 및 연습 등 모든 교과에 적용되는 보편적이고 동일한 교수방법을 주로 사용하지만 교과교실제에서는 교과의 특성을 고려해 각 교과별로 차별화된 다양한 교수방법을 활용하게 된다. 넷째, 학습내용면에서도 학급교실제가 교과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숙지와 교과의 내용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반면 교과교실제에서는 교과의 핵심적인 개념 및 원리에 대한 내면화와 교과별 성격에 따른 차별화된 학생의 수준, 흥미, 적성의 반영, 학생의 참여도가 주요 핵심이 된다. 한마디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면 교과별 특성에 맞는 교육환경을 갖춤으로써 내실 있는 수업 운영이 가능해지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수준별 수업이 활성화되어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제고되며, 교사들도 교과교실에 상주하면서 수업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선함으로써 수업의 전문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개선과 수업혁신 동시에 이뤄져야 이처럼 교육현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은 크게 학교 ‘시설환경의 변화’와 ‘교과교실에서의 수업 혁신’으로 나눠볼 수 있다. 구체적인 실행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하드웨어 측면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교과교실과 학생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필요하다. 교과별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교과교실이 확보되어야 하며, 학생들이 교과교실로 이동해 수업하므로 자신의 물건을 보관하거나 교과미디어센터 역할을 하는 홈베이스, 휴식과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학습 공간 등을 구성해야 한다. 둘째,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학생 중심의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방법의 혁신이 요구된다. 하드웨어만 갖추어 놓는다면 환경만 개선하는 정책에 불과하다. 하드웨어를 움직일 살아있는 O/S(Operation System)가 필요하며. 교과교실제에서 O/S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교육과정의 편성 · 운영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 혁신학교를 함께 지정, 2009개정교육과정을 조기 도입해 학기당 8과목 이내의 이수과목 수 조정과 집중이수 및 블록타임 등 수업시간 운영의 자율화와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로 학생의 진로 선택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교과의 수업시수를 학교에 따라 증감 운영하거나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는 학생활동을 학교 밖과 연계해 개발 · 제공하는 방법이 실현되어야 한다. 한편 학생 수준을 고려해 확대학급(2학급을 3개 학급으로 편성하거나 3개 학급을 4개 학급으로 등으로 편성하는 운영하는 것)의 방법으로 소수의 학생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수업 후 평가에서도 일부 문항을 수준별 선택문항으로 출제해 학생들이 자신이 풀 수 있는 문항을 선택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업 방법에 대한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수업 방법의 혁신이야말로 교과교실제의 성공 유무를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된다. 교사 개인의 노력이 가장 필수적이지만 교사들이 함께 모여 수업 방법을 개발하거나 세미나를 통해 상호 컨설팅하는 교과 연구회를 활성화하고, 블록타임과 학생수준에 맞는 다양한 수업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교과교실에 설치된 각종 기자재나 교구를 활용해 체험적이며 창의적인 수업을 운영하거나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 방법의 개발과 적용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이루어지게 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셋째, 휴먼웨어 측면에서 학교 문화의 혁신을 요구한다. 행정중심의 학교 문화가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 문화를 조성해 학생이나 교원 모두 가고 싶은 학교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원 및 행정보조인력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학교에 필요한 강사와 행정요원이 확보되고 각 교과교실 또는 교과연구실에 교사들이 상주하게 될 경우, 기존의 행정중심 교무조직으로는 교과교실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교과중심 교무조직으로의 변화를 통해 교사들이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도록 하는 휴먼웨어 측면의 혁신도 필요하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 갈 길 멀어 교과교실제 운영의 기본 설계 등 준비를 모두 마치고 2010년 3월 1일부터 시범학교로서 약 8개월 정도 운영해 온 학교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올라서있다. 1차적으로 지난 8월에 열린 우수학교 사례 발표회에서는 시설환경 분야와 교육과정 운영면에서 많은 사례가 발표됐다. 그러나 성공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많은 학교에서 아직도 강사나 행정보조 인력이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교과교실은 만들어졌으나 그 속에 교구가 준비되지 않아 기자재나 교구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을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새로 증축된 학교가 아닌 경우 리모델링을 통한 교과교실이 타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해 환경면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고민하며 해결해야 할 것은 교수중심의 수업에서 학생중심의 참여수업, 창의성을 기르는 체험중심의 수업, 개인별 맞춤형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랫 동안 주로 교수중심의 수업을 해 오던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 방법을 위한 자료를 구하고 학생중심의 수업방법을 찾아 직접 단기간에 교과교실에 적합한 블록타임 수업운영방식으로 전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학교현장에는 교과교실제 운영학교에 계속해서 운영비가 지원될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 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면 교과교실마다 교사들이 상주하므로 큰 사고는 훨씬 줄어드는 반면에 학생들의 공동체의식이 낮아지고 이동 중 학생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매 수업 시 학생들의 출석 여부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학교 전체가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활하는 공간으로 열리게 되면서 학생지도 영역이 더 넓어지게 되므로 성숙한 학교생활문화를 별도로 가르쳐야 하는 등 새로운 개념의 학생지도 방법을 찾아야 하는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행정보조 인력의 보수를 안정시켜 행정전담화가 되도록 하거나 강사비를 현실화해서 수준별 수업을 담당하는 강사들의 확보가 수월하도록 해야 된다. 여전의 과중한 교사들의 행정업무도 개선해야 한다. 행정 보조 인력이 2, 3명 배치된다 하더라도 전체 교사들의 업무를 줄이고 수업에 전념하도록 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교과교실제 자체의 운영 업무나 교과교실 내에 나름대로의 업무가 존재하므로 가르치는 업무 이외의 행정 관련 업무는 행정실로 과감히 이양하고 업무 중심에서 교과 중심으로 교무조직 개편이 시급하다. 교과교실 내에서 수업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교구나 기자재가 부족하다거나 구비되었더라도 활용률이 떨어지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교과교실형 우수 수업 사례를 통해 교과교실에서 다양한 교구와 기자재가 활용되는 수업을 적극 홍보하도록 해야 하며, 현재 구입된 기자재를 활용한 수업 연수가 단위학교별로 강화되어야 한다. 교과별로 특성에 따른 교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도 필요하다. 학생지도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학생진로지도교사를 배치해 해결점을 찾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하고, 학생들의 출결이나 학습정보 등의 관리는 전자시스템을 도입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 교사에게 새롭게 추가되는 업무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차후 교과교실제 시범운영이 끝나더라도 교과교실을 운영하기 위한 운영비는 반드시 지원된다는 정책적 신뢰감을 주어야 함은 물론 학교마다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함께 개선해 나가려는 강한 의지도 보여야 한다. 특히 교과교실제와 관련해 교과교실에서 수업하는 것 그 자체를 교과교실제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는 교사들의 마인드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동안 교과교실제 시행과 관련해 학교장과 핵심교원, 시설담당자 중심으로 연수를 진행해 왔으나 좀 더 폭을 넓혀 많은 교사들이 교과교실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교수 · 학습에 대한 마인드를 전환하도록 하는 연수가 계속되어야 한다. 결국 교사들의 수업 개선 의지와 마인드 전환이 있어야만 교과교실제가 성공할 수 있으며, 학교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열정, 실천으로 교과교실제가 현장에 착근될 수 있다. 국내외 성공사례 본보기로 삼아야 최근의 어느 신문에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의 어떤 학생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소개 됐다. “원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분초를 다퉈 수강신청을 했다. 쉬는 시간엔 과목별 교육자료, 책,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된 미디어센터를 찾는다. 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시험기간엔 책을 펴고 공부를 한다. 수업 전 영어전용교실에 일찍 도착하면 교실에 비치된 영자신문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시사기획 KBS 10은 ‘떠들썩한 교실 수업을 바꾼다’는 제목으로 ‘핀란드는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시간을 공부하지만 학업성취도와 학습효율화 지수가 세계 최고이다. 수업 풍경은 어떻게 다를까?’를 다뤘다. 학생과 교사는 수업 중에 끊임없이 대화하고 배운 내용을 모르면 언제든 질문한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고 수업시간도 과목당 75분인 이른바 블록수업으로 배운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돕고 있다. 학교에 따라 1년을 다섯 학기로 나눠 학기당 과목수를 줄이는 것도 학생들이 공부 부담을 줄이는 대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방송에서 5년 전부터 핀란드에서 살기 시작한 교포가정의 학생 최안희(14)는 “학원 없이도 스스로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보여 준다고 할 것이다.
지난 8월 6일 충북 청주 라마다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제1회 전국 교과교실제 우수학교 발표회’에서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방화중이 교과교실제 학교운영 부문에서 대상(大賞)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2009년 5월부터 시작된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학교 공모 당시부터 전면적 실행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총력을 다 한 결과였다. 대상이 갖는 의미도 크지만, 그보다는 본교가 시행하고 있는 선진형 교과교실제가 효과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더욱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열정적인 교사들로 구성된 모든 TF는 여름방학 중임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운영 준비를 했다. 학교교육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이는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지금도 그때 선생님들의 노고를 결코 잊을 수 없다.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행하는 교과교실제에 대해 그 간에도 전국의 여러 시 · 도교육청과 연수원 그리고 많은 학교에서 교과교실제의 전도사로서 강의와 컨설팅을 해온 필자로서는 조금씩 드러나는 성과에 대단히 큰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 이러한 필자의 경험과 본교에서의 시행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학교현장에서 교과교실제를 시행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와 실행 단계, 그리고 예상되는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과교실제를 처음 시행할 때는 선행 자료가 없어서 교과교실제의 장 · 단점 탐색에 어려움을 느꼈으나, 지금은 장 · 단점이 상당부분 도출되었다. 시행 학교들을 벤치마킹해 학교의 여건에 따라 실현 가능한 장점을 찾고 극복해야할 장애 요인을 파악한 후 그것의 극복 가능 여부를 분석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과교실제를 시행해본 결과, 그 성과는 다음과 같다. 준비의 시작은 장 · 단점 파악부터 먼저 학생 측면에서의 추진 성과를 보면 첫째, 각 교실이 교과의 특성에 맞게 특성화되어 있어 학습효과가 증대되며, 학습 자료와 결과물들이 누적 비치되고 다양한 교과관련 도서 등의 참고 자료가 풍부해 교과학습의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었다. 둘째, 교과 수업시간에 맞추어 교실을 찾아다녀야 하고, 수업 준비물을 중앙 사물함에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수업에 임하는 준비자세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쉬는 시간에 졸거나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면 그때 비로소 책을 꺼내는 일반교실제와는 매우 다른 양상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셋째, 수업시간이 충실하게 확보되었다. 선생님들이 교실에 상주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맞춰 정숙한 상태를 유지하며 교과교실로 들어온다. 따라서 시작종이 울림과 동시에 곧바로 수업 시작이 가능하다. 어떤 때에는 시작종이 울리기도 전에 수업이 시작되기도 한다. 또한 수업종료 종이 울려도 수업의 마무리를 충실히 할 수 있었다. 이는 교과교실이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긍정적 효과라 하겠다. 넷째, 학습 자료가 상비되어 있어 자료 활용을 통한 수업의 질이 향상되었으며, 멀티미디어 기자재와 학습 자료가 수업진도에 맞게 미리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수업의 능률을 높일 수 있었다. 다섯째, 각 교실마다 형태와 환경이 다르게 구성되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어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 여섯째, 각 교실에는 교사가 상주해 있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사 부재 시에 발생 가능한 학생들의 비행이 상당부분 감소되었다. 일곱째,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면서 학급구성원들이 폐쇄적인 집단에서 개방적인 집단으로 그 특성이 바뀌어 집단 따돌림 현상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여덟째, 학생들에게 필요한 휴게시설을 확보하여 자유롭게 활용하게 함으로써 학생 복지 구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다음으로 교사 측면에서 보면 우선, 다양한 학습 자료를 구비하고 즉각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준비된 학습 장비의 세팅이 용이하므로 장비 활용을 통해 수업의 질이 많이 향상되었다. 둘째, 각 교과교실이 교사 개인의 연구실을 겸하도록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쾌적한 환경에서 수업 진행을 할 수 있다. 새로 전입해 온 교사들의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수업 시수의 부담이 적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셋째, 쾌적한 상태에서 행정업무 처리나 교재연구를 할 수 있어 교사의 피로도가 낮아졌다. 넷째, 자신의 취향에 맞는 교과교실을 보유하고 활용함으로써 학교와 교실에 대한 애착심을 갖게 되었다. 다섯째, 주위 동료들 간의 관계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연구 활동에 투입되는 시간이 증가했다. 여섯째로 학교생활에 총체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긍정적 결과로 볼 수 있다. 학교 구성원의 이해와 협조는 필수 장 · 단점이 파악되었으면 교직원 연수를 통해 충분히 알리고 시행 시의 협조를 구한다.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시도에는 부담을 느끼고 큰 장점이 느껴지지 않으면 회피하기 마련이다. 시행 초기에는 다소 혼란이 따를 수 있고 준비에 부담도 느끼게 되지만 실제 시행해본 결과 교직원들의 의기만 투합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시행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행정실을 포함한 전 교직원들의 추진 의지를 고취시키고 사기를 북돋는 일이다. 시행 시의 세부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때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수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시행 초기에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기 쉽다. 학생 이동에 따른 혼잡함과 피곤함이 가장 큰 불만사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장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교과교실제의 장점을 잘 설명하고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낸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부모, 학생, 학부모 연수 등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특히, 학생 · 학부모들에게는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추진의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홍보물로는 학교 홈페이지, 홍보 브로슈어, 홍보 동영상, 홍보 PPT, 지역신문 기사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예산 등 실현 가능성 꼼꼼히 따져야 기존 학급교실과 같은 설비로는 교과교실제를 추진할 수 없다. 교과교실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설비를 갖춰야 한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전면적으로 교과교실제를 시행한 일이 있었는데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실패로 끝나버린 경우도 있다. 외부 재원을 구하는 방법도 있고, 운영비를 절약해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만 한꺼번에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를 선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지원함과 동시에 운영계획에서부터 실행단계까지 전문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국가수준의 획기적인 교육정책으로써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행은 교실 재배치부터 실행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교실을 재배치해야 하는데, 가급적 교과별로 군(群)을 이루어 배치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교과별 협의를 수시로 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찾아 가기 가 편리하고, 교과별 수업방법과 내부 환경을 서로 참고해 개선하기도 편리하다. 또, 이미 편성된 교실은 담당교사가 전근 갈 때까지 교체하지 않음으로써 지속적인 발전을 기할 수 있다. 학교의 규모나 여건에 따라서는 학년별 배치도 고려할 수 있다. 학생들의 홈베이스는 학생들이 생활근거지로 필요하다. 그러나 굳이 사물함을 모아두는 공간으로 사용할 필요도 없고 유휴 공간이 부족하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본교에는 각 학급교실의 복도에 사물함을 비치해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이동하기 때문에 복도에 비치된 사물함이 혼잡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학급교실제에 비해 교실 수가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간면적이 증가해 혼잡스럽지 않았다. 본교에서는 홈베이스 공간이 사물함 집합 장소가 아닌, 학생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장소로 잘 활용되고 있다. 학생들의 휴게 공간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의 휴식과 다음 수업 준비를 위해 필요하다. 휴게실은 접근성이 좋고 안락하게 조성되어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으며, 특별한 공간이 없으면 유휴교실 몇 곳을 활용할 수도 있고, 점심시간에는 담임교사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는 해당 교과 교실에서 차분히 앉아 쉴 수도 있다. 휴게 공간 조성보다 더욱 필요한 것은 전 교실을 상시 개방해 주는 것이다. 교과교실제를 할 때, 학생들의 불만족 요인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수업 시작 전에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본교에서는 실내 휴게 공간 조성에 교과교실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서 실외의 휴게공간을 다양하게 조성했다. 실내의 공간조성에 훨씬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신개념의 학생생활지도 시스템 구축 필요 교과교실제는 하나의 학교운영 시스템이므로, 학생들의 생활지도도 시스템화해 새로운 개념으로 실시해야 한다. 우선, 학생들의 위치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시간표 변동, 긴급사항 전달 등에 필요한 정보 전달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급 회장, 부회장을 통해 SMS를 활용하고 교실 간 연락에는 인터폰이나 메신저 등을 이용하는 한편, 중앙현관의 대형 LED 전광판을 활용해 기본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본교에서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를 활용해 교훈, 학교장 경영관, 학사일정, 학교 특색사업 등 학교의 기본안내는 물론이고 교육수요자를 위해 선생님 찾기, 학생 찾기, 수업교실 찾기 등의 안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결정하기에 앞서 각종 첨단 안내 시스템이 구축된 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전문 프로그래머와 함께 오랜 기간 개발해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더욱 발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예방할 수 있어 학생 생활지도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교육수요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서비스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것들을 통해 학생들이 교과교실제에서 지켜야할 사항들도 요약 · 정리해 보기 좋게 게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학교생활을 영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많은 수의 CCTV를 설치 ·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의 각종 일탈행위나 안전사고를 사전 예방할 수 있게 했다. 과거에는 CCTV 설치에 대해 인권문제 등의 논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소수의 비행으로부터 다수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본교에서는 학교 교육공동체 모두의 동의를 얻어(학생 82%, 학부모 92%, 교사 100%) 총 28대의 CCTV를 설치해 학생 생활지도상의 문제들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물론 이런 시스템화를 통한 학생생활지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향한 진심어린 관심과 적극적인 지도의 자세를 견지하는 일이다. 기존의 학급교실에서는 좋은 수업기자재 및 학습자료 등을 완비하고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과거의 교육선진화 경험에서 보았듯이, 교사가 상주하지 않는 교실에서 필요할 때마다 기자재를 손쉽게 수업에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한 번에 모두 갖춰도 되지만 연차적으로 보완하는 일도 좋은 방법이다.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첨단 제품들이 개발 · 보급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본교의 41개 각 교과교실에는 PC, 빔 프로젝터, 전자교탁, 레이저프린터, 유 · 무선 마이크, 오디오 시스템, 과제 수납 및 보관함, 교수 · 학습자료 보관함 등의 교육기자재와 교과용 참고도서, 대여용 교과서, 각종 교육용 소프트웨어, 교과관련 게시자료, 수업성과물 등의 교수 · 학습 자료와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한 비품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설비 관리에 만전 기해야 교과교실의 설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세심한 신경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소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설비 유지를 위한 소모품비, 냉난방 및 기자재 사용에 소요되는 전기료 등의 운영경비가 추가적으로 소요되며, 기자재가 노후화되어 교체하는 데 드는 예산 문제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은 정책적으로 고려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책적인 배려 이전에 구성원들이 합심해 최대한 절약하고 기자재의 수명을 늘리려는 노력을 해나간다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방법 개선 교과교실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수업방법의 개선이다. 교수 · 학습면에서 교과교실제의 가장 큰 장점은, 각종 첨단 교육기자재 활용과 다양한 교육기자재, 그리고 이를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린 특징적인 교수 · 학습 방법을 하루빨리 수업에 도입해, 학생들의 이동에 따른 불편함이 질 좋은 수업으로 보상받고, 그 이상의 혜택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함께 선생님들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직의 생명인 수업방법의 꾸준한 개발은 잠시도 쉬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과교실제를 시행할 준비가 완료되면 부분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전면적으로 한 번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해야 한 번에 한 패턴으로 문제점을 보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시행하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시행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문제점을 찾아내고 보완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교과교실제, 신명나는 교육의 장 열 것 지금까지 교과교실제의 준비과정, 그리고 실행에서의 구체적인 운영방안 그리고 예상되는 문제점 및 개선방안 등에 관해 간략히 기술해보았다. 간혹 학교교육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훌륭한 자질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다만 이를 쏟아낼 만한 충분한 교육환경과 교육의 장이 부족할 뿐이다. 교과교실제는, 바로 교사들이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인 셈이다. 학교와 학생, 교사들에 대한 ‘따뜻한 믿음’을 초석으로 신명나는 교육의 장을 제공한다면 교육의 제반 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는 일은 대단한 행운이다. 물론, 평상 업무에 가중되는 또 다른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교육을 논하면서 가시적인 성과와 보람이 따르는 일에 망설일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훌륭한 선학들의 학교발전에 대한 노력이 축적돼 있지 않았다면 오늘의 결실도 없었을 터이지만, 본교는 수 년 간에 걸쳐 여러 기관의 협조를 얻어 교육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조성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최상의 교육시스템인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면서 ‘방화중학교 제2의 개교’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교과교실제가 갖는 의미는 지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토록 획기적이고 바람직한 교육정책을 수립한 관계자들에게, 필자는 이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향후에도 많은 학교들이 이 훌륭한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함으로써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이 한 걸음 크게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교과교실제는 각 교과마다 특성화된 전용교실을 갖추고 학생들이 교과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제도로서, 교과의 특성과 학생의 학습능력을 반영해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지원하는 학생중심의 교실운영방식이다. 교과교실제의 장점은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화를 통해 학생의 능력, 관심, 적성에 적합한 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과전용교실에 해당 교과의 수업에 필요한 교수 · 학습 자료, 학생들의 다양한 작품 및 과제, 다양한 교구 및 수업도구 등을 비치해 언제든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영진고는 이러한 장점을 십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본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교과교실제 추진과정을 살펴본다.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추진 과정 본교는 지난 해 8월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로 선정된 이후 학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과교실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교과교실제 구현을 위한 시설 구성과 교육과정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추진위원회와 더불어 ‘교구 · 기자재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각 교과별로 요구하는 교구 및 기자재를 심의해 효율적인 예산 분배를 위해 노력했다. 시설 구성을 위해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수차례 받았으며, 선도학교를 방문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하는 연수회에는 참석 허용 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들을 항상 참석시키는 등 교과교실제 구현을 위해 교사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와 함께 전 교직원들의 교과교실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위해 1박 2일 워크숍을 비롯해 20여 차례의 연수회를 가졌으며, 학부모 및 학생 대상의 연수도 10여 차례 실시했다. 교과교실제 시설 증축과 교실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지난 겨울방학 중 1월 한 달 동안 영진전문대 도서관을 빌려 전 학생이 자율학습을 실시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무던히 이해해줬다. 전자칠판을 비롯한 선진기자재로 새롭게 구성된 교실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2월에는 기자재 연수에 전 교사들이 주력했다. 교과별 대표 교사의 전자칠판 활용 수업연구를 통해 새로운 수업도구 사용에 자신감을 키워갔다. 이러한 연구와 노력으로 3월 개학과 동시에 교과교실제를 무난히 출발시킬 수 있었고, 4월 9일에는 자발적으로 ‘선진형 교과교실제 운영 공개의 날’ 행사를 개최해 교육청과 중 · 고 교장단을 비롯한 외부 인사들에게 본교의 교과교실제를 공식적으로 알리게 되었다. 이후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었고, 교육개발원 주관의 전국 단위 교과교실제 연수회에서 사례 발표를 했으며, 지난 8월 6일 ‘제1회 전국 교과교실제 우수학교 발표회’ 환경조성 부문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부족한 교실, 학년별 블록화로 해결 환경을 구축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교과교실과 교과연구실, 교과미디어센터를 블록화해 층별로 구성한, 이른바 ‘교과센터형 환경’의 구성이었다. 이것은 수준별 수업과 선택형 수업이 중점인 교과교실 수업을 효율적으로 진행시키는 데 유리하며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실을 구성할 수 있고 교사와 학생들의 교실 인지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수업시간표를 적절히 운용(예를 들어 순환시간표 운용)하면 학생이동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본교의 경우는 1교사 1교실제 학교가 아니며 대형 자율학습실이 갖춰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교과교실이 학급교실의 기능을 같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학급교실을 학년별로 블록화해 주간에는 교과교실로, 야간에는 학급교실로 이용되도록 했다. 그림 1 배치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본관 5층은 수학교과교실, 4층은 외국어교과교실, 3층은 국어교과교실, 2층은 사회교과교실, 본관 2, 3층과 일부와 신관 2층은 과학교과교실, 신관 1층은 음악실, 미술실, 본관 지하층은 체육다목적교실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본관 서편의 2, 3층은 1학년 학급교실, 4, 5층은 2학년 학급교실, 본관 동편의 2, 3, 4, 5층은 3학년 학급교실로 블록화해 야간자율학습 및 학년 단위의 각종 시험 진행에 효용성을 기했다. 교과교실은 과목별 특성에 맞게 교과교실과 학급교실의 기능을 같이 해야 하며 내신고사 및 수능시험장으로 교실을 사용해야하는 점을 감안해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과 전자교탁, 빔프로젝트, LCD-TV를 설치해 선진교실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교실수업 개선의 기본 환경을 마련했다. 또한, 교실 내 사물함을 제거하고 교실 벽면을 모두 코르크벽으로 시공했으며 천정형 냉난방기를 설치하는 등, 넓고 쾌적한 교실 환경을 만들었다. 학급교실로 사용되지 않는 교과교실을 중심으로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실을 조성했는데, ‘다매체언어실’은 교실에 간이 무대를 시설하고 조명 장치를 설치해 국어교과의 희곡, 시나리오, 마당극 수업, 시 암송 등을 할 수 있게 했고, 수학교과교실은 모두 교실 앞 · 뒷면에 칠판을 설치해 학생들의 자율적인 문제 풀이를 가능하도록 했다. ‘영어전용교실’과 ‘영어다목적교실’에는 전자칠판과 영문번역 기능을 갖춘 실물화상기 등을 비치해 다양한 형태의 매체수업이 가능하도록 했고, 과학실험실은 강의수업과 실험수업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기술교과교실에는 내연기관 등 실물기자재를 구비함으로써 생활과 관련한 체험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체육다목적교실’은 접이식의자와 개인용 매트리스를 구비해서 체육 실내수업은 물론 다른 교과의 교실로도 활용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수준별 수업과 선택형 수업을 지원하는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0.5칸 크기의 소강의실 2개와 1.5칸 크기의 대형 강의실 1개를 별도로 마련했다. 휴게공간은 휴식과 정보 동시에 얻도록 구성 학생들의 휴식과 교과교실 정보 공유를 위해 교과별 미디어센터, 학생라운지, 종합정보센터, 홈베이스, 야외체육공원과 숲을 새롭게 조성하고 체력단련실, 시청각실을 리모델링했으며 600석 규모의 대형식당을 함께 마련했다. 교사를 위한 교사휴게실을 구비했고 기존의 학년교무실을 교과연구실로 변경 · 대체했다. 또한 각종 회의를 위해 세미나실을 조성했다. 기존 교실을 리모델링해 만든 ‘교과미디어센터’는 교과의 정보 제공과 학생 휴식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정보검색용 컴퓨터 3대, DID 및 대형 LCD-TV 1대, 탁자 및 의자, 쇼파, 벽면게시판 등을 설치했으며, 교과별 특성에 맞게 리모델링했다. 교과교실과 더불어 층별로 배치하고 층별 홈베이스와 직접 연결되도록 함으로써 홈베이스의 부족한 공간을 보충하는 기능을 하도록 했다. ‘학생라운지’는 교실 2칸 크기의 넓은 공간으로 다양한 모양의 탁자와 의자를 구비하고 매점 시설을 갖춰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휴식장소의 기능을 갖도록 했다. 또한 야외 휴게공간과 체육공원이 연결되도록 리모델링해 학업에 지친 학생들의 심신을 재충전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본관 뒤쪽에 과거 급식소가 이전되면서 생긴 터에 새롭게 4층으로 증축된 홈베이스의 1층에 마련된 ‘종합정보센터’는 교과교실제 관련 안내 사항과 학교 연간교육계획에 관한 종합 정보가 제공되는 중심적 장소로서, 교과교실제 및 교과별 교직원 소개, 교과교실 및 연구실 배치도, 교과별 시간표, 교육과정표, 대입정보, 교과별 교육계획 및 영진 필독서, 영진의 역사 및 영진 포토존, 연간 교육계획표, 총학생회 및 학생생활규칙, 정보검색공간(검색용 컴퓨터 4대), DID 정보전달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있다 . ‘홈베이스’는 새롭게 증축된 시설물로 1층에는 종합정보센터가 있고, 그 위로 2, 3, 4층에 각각 학년별로 학생용 대형 락커가 400조씩 총 1200조가 비치되어 있다. CCTV를 설치해 도난과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으며 맞은편 미디어센터와 연결해 학생 휴식 공간 역할을 하도록 했다. 2층 락커룸은 1학년 홈베이스, 3층 락커룸은 3학년 홈베이스, 4층 락커룸은 2학년 홈베이스로 사용하고 있으며, 락커는 체육수업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한 구역에 몰리는 불편을 해소하고 학급 내에서 급우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학년별로 이름순에 따라 배정했다. '체력단련실’은 본관 지하 1층에 교실 1.5칸 크기로 마련했으며, 런닝머신을 비롯한 각종 체력단련 기구를 10여 종 비치해 학생 및 교직원의 체력단련과 체육수업의 보조교실로 활용하고 있다. 본관 서편에 새로 만든 ‘야외 체육공원’에도 야외 스트레칭용 기구 7종 및 벤치를 설치해 학생 체육수업과 휴식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수업중심의 교과교실제를 구현하기 위해 기존 학년교무실을 교과연구실로 대체, 교과별로 교실 수업개선을 위한 활발한 연구활동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학년 모임을 위한 ‘학년협의실’을 별도로 조성해 학년 단위의 행정적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유지, 관리 측면도 반드시 고려해야 본교는 지은 지 40년이 다 된 일자형 건물이지만 교과교실제 운영 취지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대한 증축과 리모델링을 하고 선진기자재 구비에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외부로부터 교과교실제 환경 우수학교로 인정받게 되었다. 교과교실제 환경을 조성하려는 학교에서는 여유교실 확보에 역점을 두고, 교과교실제 환경과 관련해 시설 유지 및 보수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자재를 구비할 때도 반드시 유지, 관리의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본교의 경우는 전자칠판과 관련된 A/S를 수차례 받았으며 교실의 코르크벽면이 훼손돼 일제 보수를 실시한 경험이 있다. 교과교실 환경 조성과 더불어 교과교실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지속적 연수를 통해 교과교실제의 필요성에 대한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인식을 제고해야 하고, 교사가 수업 전문가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 생활지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모든 사업은 교육 수요자의 신뢰를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며, 우수 선도학교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교과교실제가 교과교실 환경조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만큼 교과교실제의 원래 목적대로 수준별 수업, 맞춤형 수업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과 학생 ·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실수업을 위해 연구 · 노력해야 한다. 또 교과교실제 선도학교는 후발학교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무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를 운전하고, 필요한 가구와 살림살이를 챙기고 옮기는 일들은 거의 부모의 몫인데 대학에 새로 입학할 때뿐만 아니라 학년이 올라가서도 매학기 이사할 때마다 나타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을 캠퍼스 주변에서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때로는 조부모를 포함한 전 가족을 끌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캠퍼스 투어를 하는 입학 예정자들의 모습 또한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이렇게 다 큰 아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들로 인해 요즘 미국 대학들은 이색적인 학교행사를 내놓았다. ‘부모와의 결별식’이 그것이다.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에 위치한 모어하우스 대학의 경우 모든 신입생이 입장한 후 실제 출입구 문을 닫음으로써 부모와 자녀 간의 ‘결별’을 상징적으로 극대화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미네소타 대학은 학부모를 위한 만찬 장소를 기숙사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잡아 신입생들이 부모들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 가구배치를 상의하거나 위치를 정하는 등의 일을 어른들의 간섭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아이오와에 위치한 그리넬 대학의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싣고 온 모든 이삿짐이 기숙사에 다 옮겨지고 난 후에 신입생과 학부모가 모두 모여 식을 거행하는데, 학부모와 신입생들을 흰색 줄의 반대편에 서도록 하고, 총장은 학부모들에게는 등을 돌린 채 학생들을 향해 환영사를 전했다. 부모들로 하여금 아이들이 성장해 부모의 손을 떠날 때가 되었음을 느끼도록 하고 이를 통해 ‘결별’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프린스턴 대학은 기숙사 입주 시간을 분명히 명시하고,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학생들만이 참가대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함으로써 부모들이 아이들을 속히 떠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기숙사에 이삿짐을 옮기는 데는 사실 몇 시간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씩 학교를 떠나지 않고 서성이거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을 알아두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뉴욕 주 콜게이트 대학 신입생담당의 경우 신입생 학부모들이 수업에 들어가서 확인한 후에 수강 변경 신청까지 하러 사무실에 들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학교 주변에 방을 잡아 적어도 그 다음 날 아침식사는 함께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부모들의 수도 만만찮은 것 같다. [PART VIEW] 이렇게 아이들과 헤어지지 못하는 부모를 두고, 현대의 지나친 자녀양육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 부모들은 그동안 아이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깊이 간여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지 이삿날뿐 아니라 대학생활 내내 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횟수를 줄일 것을 조언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는 부모들이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반면, 아이들은 처음에는 부모를 떠나 시작하는 새로운 삶이 두려워 보일지 모르나, 곧 기대감에 들뜨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부모로부터 처음으로 떨어져서 대학생활을 시작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실수를 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또한 제대로 된 성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배움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처음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느끼는 불안함을 극복하지 못한 부모가 없듯이, 성인으로 성장한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부모와 자녀가 마땅히 거쳐야 할 과정인 것 같다. 미국에서 증가추세에 있는 대학신입생과 학부모 간의 결별식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부모들이 성장한 자녀를 쉽게 떠나보낼 수 있도록 돕는 대학 내 행사나 사회 캠페인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지난 8월 장쑤성[江蘇省] 피저우시 교육국이 초 · 중 · 고에 보낸 한 통의 공문으로 중국 사회가 교사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공문에는 그동안 피저우시에서는 교사의 품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몇몇 교사들이 개별적인 이익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해 유언비어를 퍼뜨렸고, 이로 인해 작년 이래 3명의 교사들이 구류에 처해졌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앞으로 모든 교사들은 자신들의 이미지 관리를 잘할 것, 그리고 정치와 국가 시책에 대해 말하는 것을 주의할 것과 더불어 교사는 학교에 불만이 있을 경우 정당한 방법과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자신의 요구를 전달해야 하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고, 말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말라는 등의 경고성 주문이 담겨 있다. 공문을 접한 피저우시 교사들은 크게 반발했고, 이 같은 사실은 곧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교사의 언론의 자유가 과연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한 피저우시 교육국에 대한 반발도 강해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반응은 피저우시 교육국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질책이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피저우시 교육국이 구류에 처한 3명의 교사에 대한 혐의는 월급, 초빙교사 시험, 적립금 등과 관련된 것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도,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일도 아닌, 단순한 교사 개인의 신상과 관련한 불만 표출이었다.[PART VIEW] 이러한 사적인 불만에 대해 피저우시 교육당국이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명목으로 이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지나친 간섭이자 월권이라는 것이 이 사건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또한 교사가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는가는 교사의 기본적인 권리에 속하는 것으로, 교육국을 포함한 집단 내부의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 교사 의사표현의 자유는 중국 교사법에 ‘교사는 학교교육, 관리업무와 교육행정부문의 업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건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된 바대로 교사에게 부여된 직업과 관련된 권리인 동시에, 중국 헌법에 명시된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은 모두 언론, 출판 등의 자유를 가진다’와 ‘국민은 어떠한 국가 기관과 국가 업무 담당자들에게도 비평과 건의를 할 권리를 가진다’는 국민의 권리에도 부합되는 것인데, 이를 교육당국이 간섭하는 것은 교사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잘못된 조치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피저우시 교육국이 정확한 절차를 거쳐 정당한 요구를 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피저우시 교육국이 이처럼 말을 한 의도는 인터넷이 문제 제기를 하는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중국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이 완전히 개방돼 네티즌들이 직접 중앙 집정자들에게 글을 남기고, 심지어는 최고 권부까지 홈페이지를 개통하는 시대에 교사들의 인터넷 의견 개진을 피저우시 교육국이 비정상적인 경로라고 지적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피저우시 교육국이 교사들에게 보낸 ‘하지 말아야 할 말은 하지 말라’는 공문에 대해, 교사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시민들의 저항으로 요약될 수 있다. 사실 이 사건은 교육국이 공문을 보내기 전,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학교를 설득하면서 끝이 났고,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하라는 의미에서 교육당국이 각 급 학교에 하달한 공문 내용이 뒤늦게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바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분위기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국민들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아직 이를 허용할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사회의 안정이라는 구실로 아직도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사건이 언론을 통해 크게 확대되면서 공론의 장이 형성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틸로 자라친의 책 독일이 자멸하고 있다는 베스트셀러 1위로 오르며 찍어내자마자 품절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라친은 이 책으로 인한 안팎의 압력으로 독일연방은행 이사 직책을 내놓아야 했다. 문제의 책은 무슬림 이주민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는 이미 작년 10월 한 잡지를 통해 “이 나라의 사회복지에 의지해 살면서 이 나라를 부정하고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히잡(Hijab)1) 착용 소녀들을 생산해내는 이들을 인정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표명해 거센 논쟁에 휘말린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책에서 그는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각종 통계로 뒷받침했다. 자라친은 책을 통해 무슬림계 이주민들의 통합에 대한 무의지와 무능력을 지적하면서 높은 출산율로 독일을 점령할 것이므로 이슬람계 이주민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그가 독일에서 특히 민감한 ‘유전자’를 운운한 것이 불타는 논쟁에 기름 부은 격이 되었다. 자라친은 벨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바스크족이나 유태인이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듯 각 민족들이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 이주민 자녀들이 베트남이나 인도계의 다른 이주민들에 비해 학교 성적에서 저조한 것을 예로 들어 지능은 50?80% 정도 유전이라며, 무슬림 이주민들이 유전적으로 아이큐가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무슬림 이주민들은 교육열도 지능도 낮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유력 주간 차이트에서 요오크 돌만은 “이주민 학부형이교육열이 모자라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최근의 만하임 대학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비슷한 학업성적과 가정환경을 가진 독일 학생과 터키 출신 학생을 두고 비교하면 터키 출신 초등학생이 더 나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자라친의 주장을 반박했다.[PART VIEW] 자라친 논쟁으로 독일 내에 이주민 통합 논쟁과 더불어 이주민 교육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그중 이주민 출신의 교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담라 센(29)은 이주민 출신이지만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사가 되었다. 그녀가 인문계 학교로 진학하려고 했을 때 담임교사는 이를 말렸다. 인문계 학교에 가도 부모님의 지원이 부족해서 따라가기 힘들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센의 부모님은 1960?1970년대에 독일로 온 이주 노동자인데 아버지는 독일어를 잘했지만 노동으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였지만 독일어를 거의 못해 집에서는 터키어만 사용했다. 센은 담임선생님의 반대에도 인문계 학교로 진학해 대학에서 교사과정을 전공하고 프랑크푸르트 김나지움에서 역사와 독일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물론 드문 사례다. 최근 독일 내무부장관 토마스 드미지에는 이주 배경을 가진 교사 양성을 위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른 문화의 전통에 익숙한 이들이 교육에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정치가와 전문가들은 이주민 출신 교사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07년 독일 연방정부의 국민 통합계획서엔 “다문화적인 능력과 수업의 질은 이주민 출신 교사들로 개선될 수 있다”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현재 독일에 이주민 출신으로 대학에서 교사과정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의 비율은 6%에 불과하다. 이 문제를 인식하고 이주민 출신 교사 양성 지원에 힘쓰고 있는 지방 정부는 함부르크시다. 시 교육부는 이주민 통합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데 얼마 전 함부르크 시 교육청은 터키출신과 아랍계열 출신의 교사를 채용했다. 이들은 앞으로 함부르크 이주민 출신 교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꾸릴 예정이다.
60대 이상 노인 35.5%, 초등학생 6.2%가 척추측만증 고려대 구로병원 서승우 교수와 안산병원 홍재영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 1347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35.5%가 척추측만증으로 나타났다. 특히 척추가 10°도 이상 휘어져 있는 척추측만증 노인들의 허리 통증은 약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척추측만증은 비단 노인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초등학생들 역시 2000년 1.7%에 불과하던 척추측만증 유병율이 2008년에는 6.17%로 나타나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남학생들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척추측만증으로 밝혀졌으며, 그 비율은 2배가 넘는다. 어렸을 때 척추측만증에 걸린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허리 통증, 골반 통증 등 다양한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깨 · 골반 높이가 다르거나 엉덩이가 튀어나왔다면 척추측만증 의심해야 척추측만증은 전 인구의 2~3% 정도에서 나타나고 종류도 다양한데 전체의 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형태가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다. 그 외에도 태아기 때 비정상적인 모양의 척추가 생겨 척추가 휘어지는 선천성 척추 측만증, 소아마비나 뇌성마비 등의 신경질환이나 근이영양증 등의 근육질환으로 인해 척추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아 척추가 휘어지는 신경 근육성 측만증, 신경 섬유종이나 그 외의 종양, 감염, 대사성 질환, 관절염 등에 의해 발생하는 측만증 등이 있다. 등이 옆으로 구부러지거나 어깨나 골반의 높이가 달라지고 옆으로 구부러지며 한쪽 가슴이나 엉덩이가 튀어나왔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야 한다. 또 휘어진 각도가 심한 경우에는 갈비뼈가 골반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는 척추 관절의 퇴행성관절염에 의한 요통이 나타날 수 있다. 만곡각도가 20° 이하일 땐, 운동 등으로 교정 가능 척추측만증은 보통 몸통의 휘어짐 여부를 판단하는 등심대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지만, 정확한 척추의 이상 유무는 X-ray를 찍어서 확인해야 한다. [PART VIEW] 측만증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고, 심한 만곡인 경우 변형을 교정하고 유지시켜 신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측만증의 치료는 크게 정기적인 관찰, 보조기 착용, 수술의 3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척추의 휘어진 각도, 즉 만곡각도가 20° 이하로 휘어졌을 때는 운동을 하면서 3~6개월마다 진찰받고, 유연성을 유지해 주면 교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척추 측만도가 40~50°를 넘으면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휘어짐이 50°가 넘어 심장이나 폐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면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50° 이상 과도하게 휘어진 경우에는 성장이 끝나고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허리가 휠 수 있으므로 수술을 받아 휘어진 척추를 교정해야 한다. 칼슘섭취, 근육 운동이 예방에 도움돼 보통 앉는 자세가 나쁘면 척추측만증이 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앉는 자세가 바르지 않은 아이들은 이미 척추 측만증이 있기 때문에 바른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으므로 이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척추측만증 자체가 성장을 방해하지는 않지만 휘어진 정도에 따라 키가 작아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편, 가방을 한쪽으로 메는 것은 신체의 한 부위에 과도하게 압력을 주거나 올바르지 못한 자세를 만들 수 있지만 직접적인 척추측만증의 원인은 아니다. 청소년기에는 칼슘이 부족해서 허리가 휘는 경우는 없지만 60대 이상인 경우, 혹은 갱년기를 지난 여성의 경우는 골밀도의 급격한 감소로 척추측만증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슘섭취 뿐만 아니라 척추측만증을 예방하기 위한 근육 강화 운동과 올바른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움말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홍재영 교수
우리 몸에는 대칭되는 혈자리가 아주 많습니다. 음릉천과 그 반대쪽에 있는 양릉천도 그런 혈자리입니다. 이 두 혈자리는 대칭적인 위치에 있는데 각각 소퇴부의 안과 밖에 있습니다. 안쪽은 음, 바깥쪽은 양에 해당됩니다. 이 두 개의 혈자리는 모두 합혈인데 합혈은 경락에서 맥기(脈氣)가 모이는 곳으로 기혈이 풍부한 곳입니다. 중국 베이징 명십삼릉(明十三陵) 근처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는데 릉천은 이 왕릉 근처의 저수지를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음릉천은 경골(정강이뼈) 내측의 함몰된 곳에 있는데 ‘릉’은 높은 곳에 솟아있는 산등성이이나 언덕과 같고 ‘천’은 함몰된 곳에 있어 마치 물을 많이 담고 있는 저수지와 같습니다. 음릉천은 우리 몸에서 다리의 큰 저수지로 기혈을 풍족하게 저장하고 있습니다. 기혈 저장해 다리의 저수지 역할 해 음릉천은 소퇴부, 즉 무릎을 구부린 뒤 무릎 안쪽에서 아래쪽으로 2촌 떨어진 곳에 있으며 기혈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자극하면 부기가 가라앉습니다. 발의 부종에 특히 좋습니다. 하루에 3?5분 정도 엄지로 눌러주시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면 하루 종일 앉아서 업무를 보거나 몇 시간씩 서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퇴근 시간이면 발이 부어서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하루 종일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시는 선생님에게 좋은 혈자리입니다. 쇼핑을 좋아하는 여성분들도 쇼핑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발이 부어서 신발을 신고 있기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앉을 때 습관적으로 발을 꼬아서 다리에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이때는 종아리와 함께 음릉천을 안마해서 근육을 풀어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종아리와 음릉천 함께 안마해주면 좋아 다리를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두면 기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부종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도 매일 음릉천을 3?5분 정도 안마해서 기혈이 순리대로 움직이게 해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됩니다. 이외에도 매일 같은 자세를 취해야 하는 분들은 가급적이면 일을 할 때 자세를 바꾸어 주시는 게 좋습니다. 두 시간에 한 번쯤은 반드시 고정된 자세를 바꾸어 주십시오. 앉아서 일하시는 분들은 두 시간 일한 뒤 몇 분간은 일어서서 움직여 주시는 것이 좋고 서서 일하시는 분들은 휴식시간을 내서 앉아서 쉬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다리에 기혈이 돌아서 완충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몸의 기혈순환에도 도움이 돼 몸이 경직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노후, 돈 문제 생각만큼 심각하진 않아 장수는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음에도 상담을 하다 보면 오래 사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며 수명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는 돈에 대한 걱정이 깔려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만 살 수 있다면 오래 사는 것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결국, 오래 사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돈 없는 노후가 두려운 것이다. 이런 불안의 배경에는 금융회사의 공포마케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후에 자장면만 먹고 살아도 최소 10억 원은 필요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횡횡한데, 10억 원은커녕 빚 갚기도 버거운 현실을 보면 노후가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버는 돈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재테크로 대박을 챙겨야 한다는 투자강박증까지 생긴다. 하지만 노후 돈 문제는 조금만 따져보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특히 교사는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 비해 직업수명 자체도 길 뿐만 아니라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 또한 적지 않다. 노후에 수억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기죽지 말고 자신이 노후에 얼마나 필요할지부터 따져보자. 퇴직하자마자 바로 수억 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막연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가계 지출에서 자녀가 쓰는 지출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부부가 쓰는 돈이 얼마인지 따져보면, 아마 대부분이 자녀와 관련돼 있을 것이다. 부부 둘이서 밥만 먹고 사는 데는 그다지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음으로 자신의 퇴직 후 연금 예상수령액을 확인해보자. 조금 빠듯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두 부부가 밥을 굶어야 할 정도로 야박한 금액은 아닐 것이다. 지금부터 약간의 저축만 꾸준히 해도 따뜻한 밥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이처럼 조금만 냉정하게 따져본다면 적어도 교사들에게 있어 노후 돈 문제는 그다지 크지 않다. 100세 시대, 60세 퇴직 후 남은 반평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자 평균수명이 해마다 0.4세가량 늘어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수명 100세 시대도 머지않았다. 100세 시대에는 60세에 퇴직을 해도 40년이라는 시간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 일 안 하고 놀면서 사는 것을 꿈꾸지만 조금만 잘 따져보면 그 생각은 금세 바뀌게 된다. 상담 중에 노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으면 ‘여행’이라는 답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40년 동안의 여행은 너무 길다. 여행을 다니는 것도 1년에 한두 번이고, 결국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보낼 것이다. [PART VIEW] 수명이 짧았던 시기에는 퇴직 후 생존기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여생을 삶을 정리하면서 보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노후는 반평생이다. 40년이면 유치원부터 다시 다니면서 뭘 해도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사람에게는 소유욕과 존재욕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진정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소유욕이 아닌 존재욕을 추구해야 한다. 사람의 본질 상 많이 가지는 것보다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때 행복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사회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소유욕을 채우고자 허겁지겁 살아가고 있다. 노후문제 역시 삶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돈의 문제로 접근하다 보니 아무리 준비해도 불안하다. 적지 않은 돈을 벌어 잘 쓰고 잘 모으고 있음에도 정작 존재욕을 채우지 못하기에 계속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자신의 존재욕을 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요즘 같은 청년실업, 조기 퇴직시대에 노후에도 일을 하는 ‘앙코르 커리어’가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억 원을 만들기 위해 빚까지 내서 재테크를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다. 마크 프리드먼은 여론 조사를 통해 미국에서 노인 근로자들은 이미 ‘앙코르 커리어’를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자녀들이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한 노후에는 경쟁이 치열한 고소득 직업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금융회사에서 노후 자금으로 이야기하는 몇억 원도 매월 생활자금으로 쪼개 환산해 보면 100만 원 수준밖에 안 된다. 매월 필요한 돈을 한꺼번에 쌓아놓고 매월 조금씩 꺼내 쓰라는 그들의 조언은, 속을 잘 들여다보면 황당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고령화 시대를 앞둔 지금, 일하지 않는 미래에 저당 잡혀 아슬아슬한 재테크, 그리고 과도한 보험료에 시달리는 현실과 일하는 자유를 위한 희망의 노후 준비,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일까? | joy2joy@hanmail.net
조기출근 시 시간외근무수당 1시간 이상 조기에 출근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 경우는 시간외근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시간외근무수당의 산정은 같은 날 정규 퇴근시간 이후의 시간외근무 시간과 매분단위까지 합산해 1시간을 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단, 업무특성상 조기출근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도 소속기관장이 조기출근 시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며, 전 교직원이 항상 일찍 출근해야 할 경우에는 교직원 협의회를 통해 단위학교별로 탄력 근무시간제를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복수 보직자의 보직교사수당 이중지급 가능 여부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부터 제35조의 규정에 따라 초 · 중등학교의 보직교사 수 및 명칭은 시 · 도교육감이, 학교별 보직교사의 종류 및 업무분장은 학교의 장이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복수의 보직을 겸하는 경우에는 그 업무가 통합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보직교사수당을 이중으로 지급받을 수 없습니다.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 개정 9월 10일 자로 ‘교원휴가업무처리요령’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출산 휴가와 유산 휴가 일수가 확대되고 자녀 결혼 등 일부 경조사 휴가에 공휴일과 휴무토요일이 휴가 산정일수에서 제외됐습니다.[PART VIEW]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임신 16주 이상 유 · 사산 시에만 부여되던 특별휴가가 임신 16주 미만 유 · 사산 시에도 주어지는데, 임신 12주에서 15주 사이에 유 · 사산된 경우에는 10일이 11주 이내인 경우에는 5일이 인정됩니다. 단, 유 · 사산 휴가 기간은 유 · 사산한 날로부터 기산하기 때문에 바로 신청하지 않으면, 지난 기간만큼 휴가 기간이 단축됩니다. 불임치료를 위한 특별휴가도 신설돼, 불임치료 시술 당일 하루의 휴가가 주어지고, 체외 수정 시술의 경우에는 난자 채취일에 1일의 휴가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배우자 출산휴가도 종전 3일이었던 것이 7일로 늘어났으며,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 휴가도 14일에서 20일로 확대됐습니다. 경조사 휴가일수 산정 시 토요일과 공휴일이 제외되는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교원의 경우는 주 5일제가 실시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기존과 동일한 방식이 적용됩니다. 다만, 자녀의 결혼, 입양,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 사망 시 주어지는 휴가에는 공휴일과 휴무토요일이 산정일수에서 제외됩니다.
이지영 | 경남 사천 문선초 교사 교직에 입문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주의가 산만한 아이와 교실에 앉아 있어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황영란 | 경남 사천 문선초 수석교사 예전에 비해 요즘은 주의가 산만한 아이가 참 많습니다. 새롭고 흥미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에는 좀처럼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것은 요즘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교육학자들은 만 6세까지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수동적이고 새로운 일을 기피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아이의 체력을 살펴보세요. 지구력과 뱃심이 없는 아이들은 등을 곧게 펴고 앉을 수 있는 시간이 채 5분도 되지 않습니다. 등을 곧게 펴고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도록 연단(鍊丹)1)과 단전치기로 체력을 키워주면 아이들의 지구력과 뱃심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아이들과 마주 서서 구령을 붙여가며 매일 10분간 신나게 단전을 두드리면 아이들과 소통에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거나 좋아하는 과목으로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해주고 작은 성취에도 따뜻한 마음과 손길로 칭찬해주세요. 놀이도 또 다른 공부이므로 신나게 놀 때도 잘 논다고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컴퓨터게임에 빠진 정도가 심각하다면 아이의 부모님과 의논해 마음껏 하게 두고 게임하는 것을 눈여겨보다가 잘하면 칭찬도 해주세요. 정말 아이가 지칠 줄 모르고 즐긴다면 그것으로 적성을 개발해 주면 되고 그렇지 않은 아이는 스스로 거기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무엇이든지 잘하는 것을 마음껏 하며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고, 그 힘으로 다른 것도 도전해 보려는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PART VIEW] 수업 방법이 효율적인지 돌아보세요. 초등학생이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체계적인 공부 방법이 필요합니다.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수업을 시작할 때 그 시간 안에 배울 내용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는 예습활동을 해야 합니다. 길을 떠나기 전에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도착 장소를 입력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그리고 학습정리 시간에 배운 내용을 5분간 영상으로 떠올리며 핵심을 정리하도록 하면 오랫동안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수업 내용을 이해 못 한 채 넘어가는 학생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수업은 했지만 학습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들이 없는지 반드시 살펴야 합니다.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누적되면 학습에 흥미를 잃으면서 집중력도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그런 아이들을 수준에 맞게 친절하고 꼼꼼하게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교사가 이런 노력을 보이면 아이들 스스로도 그만큼 집중력을 키워갑니다. 학습량이 아이에게 적절한지 살펴보세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맞게 목표를 잡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나 교사가 도와야 합니다.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처음에는 아이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을 만큼 짧은 시간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고, 아이 스스로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도록 주위에서 격려한다면, 꿈을 키워가는 기쁨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적 스트레스를 덜어주어야 합니다.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평가 목표가 아닌 학습 목표를 기준으로 아이에게 다가가도록 부모님을 설득해야 합니다. 틀린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우선 맞은 문제를 칭찬해야 합니다. 틀린 것은 왜 틀렸는지 살펴보고 그것을 바르게 알아가는 것이 공부라는 생각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사가 그런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친숙하게 지내려 노력하고 문제점을 문제점으로만 보지 않고 개성으로 이해한다면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은 뚜껑이 닫혀 있는 대광주리에는 게가 가득 들어 있고, 열려 있는 대광주리에는 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곁으로 갔다. 그런데 뚜껑이 열려 있는 대광주리에는 예상과는 달리 엄청나게 많은 게가 가득 담겨 있고, 뚜껑을 덮어 놓은 대광주리 안에는 게가 고작 한 마리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게가 한 마리밖에 없는 이 대광주리는 왜 뚜껑을 닫아 놓고 게가 가득 담긴 저 대광주리는 뚜껑을 왜 열어 놓았나요?” 그 노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대광주리는 보다시피 다른 광주리와 달리 입구가 좁고 바닥이 넓지 않은가? 그래서 한 마리일 때는 이놈이 아무 거리낌도 없이 광주리 입구로 기어 나와 여유롭게 도망칠 수 있지만, 두 마리 이상이면 여러 마리가 동시에 입구로 몰려들어 빠져나갈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네. 즉, 서로 먼저 도망치기 위해 밀고 당기고 하느라고 결국에는 어느 한 놈도 도망가지 못하고 말지.” 이는 경쟁의 폐해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어떤 문제가 안고 있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파악해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지혜를 찾지 못한 채, 오로지 상대를 이기는 것에만 골몰하다가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승리에 집착해 서로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거는 어리석음에 빠지기도 한다. [PART VIEW] 우리는 상대에 대한 이해나 배려 없이 자신의 주장이 최선이라며 서로 다투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봐 왔다. 의회에서의 팽팽한 여야의 대립이 그렇고, 노동현장의 노사대립이 또한 그러하다. 지역 간 계층 간의 대립과 갈등, 진보와 보수의 대립과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심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립과 갈등의 원인은 모두 한결같이 어느 일면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일방적 주장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로 접근하면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멋진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음에도 편향된 주관적 확신을 맹신하면서 필요 이상의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협력을 통한 윈윈(Win-win) 원칙을 놓치고 있다. 서로 마음을 열고 조금만 대화하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서로 통하게 되는 평범한 삶의 원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닫혀 있는 우리의 속 좁음을 따끔하게 지적한 심리학자 칼 융의 ‘나와 우리가 만나야 완전한 내가 된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만 해도 그렇다. 어디까지가 학생의 인권이고 어떻게 하면 교사가 이를 침해하는 것인지 애매하고 불분명하다. 학생 두발 자유화를 비롯해 처벌받지 않을 권리, 학교에서의 체벌금지, 휴식을 취할 권리, 정규 교과 이외의 교육 활동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등은 몇몇 교육청에서 2011년 3월부터 적용하려는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내용들이다. 이러한 조항들은 학교 현장에 실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뿐 아니라, 자칫 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여지가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칙에 우선하는데, 교칙을 위반한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교사의 지도를 일방적으로 거부한다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 또한, 학생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역차별받게 되는 교사의 인권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세상에는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교육의 방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교육의 목적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교육은 부모나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학생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통해 인격의 완성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간의 신뢰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도덕 불감증에 걸려 있다. 지식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라진 지 오래고 교육에 대한 불신은 날마다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일부 교육자들의 부도덕한 행위도 한몫 했지만 무엇보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과 교육의 기본을 망각한 탓이 크다. [PART VIEW] 교육은 교육 그 자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에 본래 목적인 제대로 된 사람 만드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벌과 폭력을 혼동하는 현실은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교육의 방법만 부각되고 교육의 목적이 배제된데 따른 기현상인 것이다. 학생 인권조례를 비롯한 교육정책들은 교육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방법일 뿐, 그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교육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방법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을 되찾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인간의 언어는 상징적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이라고 하거나 흰색이 순결을 상징한다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때 상징(象徵, Symbol)이란 평화나 순결 같은 추상적인 관념을 비둘기나 흰색처럼 구체적인 사물을 빌려 나타내는 방법을 가리킨다. 이와 비슷한 말로 우의(寓意)가 있는데, 이 용어는 알레고리(Allegory)라는 외래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상징과 마찬가지로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구체적 대상을 빌려 묘사하는 알레고리는 주로 동물이나 식물에 인간의 감정과 의식을 의탁하는 의인화 기법을 차용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 대표 주자로 유머와 풍자를 통해 교훈적인 이야기를 엮어내는 우화(寓話, Fable)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상징과 알레고리는 어떤 맥락에서 탄생한 것일까? 이미 지난 연재 ‘비유와 은유’, ‘제유와 환유’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이러한 표현법은 어떤 것을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다른 것을 연상하고 상상력을 뻗치는 인간의 사고행위에서 비롯한다. 이를테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살아가는 사자한테 가젤은 사냥의 대상, 먹을거리라는 기호에 불과하지만, 인간에게 가젤은 또 다른 연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면서 무궁무진한 의미를 띨 수도 있다. 물론 돌고래나 침팬지처럼 동물의 몸짓이나 언어도 고도의 상징성을 내포할 수 있지만, 동물의 인식행위나 의사소통은 대부분 기호 차원에 머무른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와 신호는 본래적인 의미에서 파생하는 다른 뜻과 암시성이 매우 풍부하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상징, 매개를 통한 인식 행위 상징(Symbol)이란 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숨발레인(Sumballein)’은 ‘함께 묶다’, ‘접합하다’는 뜻에서 왔다. ‘숨발론(Sumbalon)’은 어떤 사물을 둘로 갈라놓아 나중에 맞추어봄으로써 서로를 알아보는 증표로 사용하던 부신(符信)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유리왕은 소나무를 떠받치고 있는 칠각 주춧돌 아래에서 부러진 칼을 찾아내어 아버지 주몽을 찾아 나서는데, 이렇게 얼굴도 모르는 부자가 나중에 재회해 서로를 알아보는 데 결정적인 정표가 바로 숨발론이다. 이 같은 어원에서 미루어볼 때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생각을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야말로 상징의 구실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데, 그것의 골자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매개를 통해 사고한다는 데 있다. 사물의 의미를 쉽게 전달하는 모든 매개적 작용을 일컫는 상징은 언어, 신화, 종교, 철학 등 모든 문화 영역과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두루 존재한다. 예를 들면, 고대로부터 우주의 한가운데 서 있는 나무는 땅이 하늘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단수(神檀樹)도 그러한 상징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인간의 정의 중 하나가 상징적 활동을 영위하는 동물인 만큼, 나무는 물론, 별, 곰, 십자가, 기둥 등 자연물에서 인공물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사고와 상상력은 만물을 상징으로 끌어온다. 한편, 시중에는 기독교 상징사전, 꿈 상징사전 등 다양한 상징사전이 출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예술에서는 사회적으로 공유해온 전통적인 상징을 답습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예술가 개인이 독창적으로 새로운 상징을 창출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알레고리, 의인화를 통한 교훈의 전달 알레고리의 어원인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는 ‘다른 것을 이야기하다’는 뜻에서 왔다. 추상적인 개념이나 사상을 구체적인 형상을 통해 암시한다는 점에서는 상징과 통하지만, 알레고리는 주로 의인화 혹은 의동물화라는 방법을 취한다. 이솝이나 라퐁텐의 우화, 동물이 등장하는 전래설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의인화 방식은 ‘뱀=사악함’, ‘여우=교활함’ 같은 식으로 신체적 특징이나 별명, 하는 일 등을 단순하고 전형적으로 특화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베짱이, 규중칠우쟁론기, 장끼전 같은 우화에서 보듯이, 알레고리는 뚜렷한 선악의 대비, 즉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통해 종교적이거나 도덕적인 교훈을 선명하게 겉으로 드러낸다. [PART VIEW] 그러나 의인화 기법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교훈을 전달하는 표현이라는 식으로 알레고리를 단순화시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예로부터 알레고리는 윤리나 정치 · 역사적 사건 같은 추상적 개념을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에 빗대는 의인화 기법으로 묘사함으로써 심오한 주제를 다루어왔기 때문이다. 최초의 알레고리 작품은 중세의 도덕극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세극 에브리맨(Everyman)은 주인공 에브리맨이 죽을 때가 임박해 절친한 관계인 친척, 재산, 아름다움, 힘, 지식한테 함께 무덤에 가자고 청하지만, 그들 모두에게 거절당하고 선행만이 동행을 해주었다는 줄거리다.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 에브리맨이라는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함께 가자고 청한 친구들을 의인화했다는 점에서 누가 봐도 알레고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는 소도시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권력의 속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도 작품 전체를 알레고리로 볼 수 있다. 에브리맨이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같은 작품에서 알레고리란 풍자의 도구인 동시에 작가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교훈의 전달을 노리기 위해 채택한 문학적 장치인 것이다. 상징과 알레고리의 차이점 상징과 알레고리는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것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상황 등이 그 자체로만 이해되지 않고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상징과 알레고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그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상징에서는 드러내고자 하는 원관념이 대단히 포괄적이다. 상징은 단일하거나 한눈에 드러나는 명쾌한 개념으로 치환되기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다의성을 낳는 것이다. 상징의 경우, 때로는 내포적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할 수 없을 때도 적지 않다. 테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영화 안개 속의 풍경에 나오는 뿌연 안개의 상징적 의미처럼, 상징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언어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알레고리는 표명하고자 하는 의미와 그것을 표현하는 대상이 단선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개미와 베짱이에서 개미는 부지런하게 일하는 사람, 베짱이는 빈둥거리는 사람을 가리킨다. 물론 개미와 베짱이는 부지런함이나 게으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추상적인 개념을 집약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알레고리의 재료가 될 뿐이다. 여기서 개미와 베짱이는 하나의 상식적인 고정관념이나 전형성이 강한 인물성격이 되고 말지만, 그 대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매우 단순 명쾌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상징과 알레고리의 차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징적인 서사가 알레고리적 서사보다 훨씬 풍성한 호기심과 자극을 제공하기 쉽다. 단조로운 이야기나 교훈을 내세운 이야기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비교적 쉽지만 그다지 여운을 남기지 못한다. 반면, 줄거리를 다 파악하고 난 다음에도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다층적인 의미를 남겨주는 작품과 만날 때, 독자들은 두고두고 곱씹고 싶은 깊은 뒷맛에 더욱 큰 만족감을 느낀다. 상징과 알레고리의 줄다리기 상징은 철학자와 언어학자에게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었으니,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이미지와 상징 : 주술적-종교적 상징체계에 관한 시론, 폴 리쾨르의 악의 상징, 칼 구스타프 융의 인간과 상징 등등 상징을 다룬 철학적인 대작도 적지 않다. 한편,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예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은 알레고리를 단순한 의미 표시의 방식으로 보는 끈질긴 편견을 비판하면서 알레고리의 심연 속에서 변증법적 운동이 강력하게 일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징의 권위에 대항해 알레고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듯 문학적 기법이나 장치의 하나라기보다는 인간의 사고행위와 근본적으로 연관되는 개념 범주로서 상징과 알레고리는 역사적인 맥락에 따라 서로 경쟁하며 보충하는 줄다리기 관계를 맺어왔다. 이러한 현상 역시 인간의 사고 행위가 어떤 대상을 생각할 때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성질이나 특징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다른 것을 파악하고 인식한다는 본질에서 파생한 것이다.
귀신들린 집, 내면적 공포 디 아더스 식스 센스의 뒤를 이을만한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한 영화 디 아더스는 니콜 키드먼의 섬세한 연기가 압권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실제적인 주인공은 니콜 키드먼이 아니고 그가 사는 ‘영국 남부의 어느 외딴 대저택’이다. 어두침침하고 음산한, 첫인상부터 불길한 느낌이 풍겨져 나오는 이 집은 여러 층위의 역사가 포개지는 공간이다. 영화적 배경인 1945년, 즉 제 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시점과 18~19세기 말의 사회적 변화들이 중첩되어 있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자 독실한 기독교도인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는 빛에 노출되면 안 되는 희귀병을 가진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을 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창문엔 항상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고 문도 굳게 잠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집안의 철칙. 어느 날 집안일을 돌보던 하인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예전에 이 저택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세 명의 하인들이 들어오게 된다. 이후 저택에는 기괴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데, 빈 방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피아노가 연주된다. 딸은 이상한 남자아이와 할머니가 이 집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신실한 그레이스는 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지만 두려움과 공포는 점점 커져만 간다.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는 아름다운 여주인, 아버지(남성)의 부재, 그리고 귀신들린 집은 18세기 영문학의 인기 장르였던 ‘고딕 소설’의 관습적인 코드이다. 19세기 중반에 발표된 에드가 앨런 포우의 어셔가의 몰락은 이런 고딕 소설의 전통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작품이다. 낡은 대저택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그리고 그 안에서 미쳐가는 주인공(대부분 여자)이라는 설정은 공포 영화에서도 자주 차용되어 현대의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하고 있다. 히치콕의 레베카, 큐브릭의 샤이닝, 그리고 헌팅이나 헌티드 힐 등에 등장하는 집은 그 자체로 공포를 유발하는 공간이다. ‘귀신들린 집’을 중심으로 한 고딕 공포 장르가 유행한 배경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핵심은 이성의 시대에 억압되고 은폐되었던 ‘전근대성’의 귀환이다. 18세기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태동한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은 빈부차와 질병, 전쟁 등 인간의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근대적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를 몰고 왔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근원적 공포와 비합리성, 이해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다.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이라고 믿어졌던 가정(가족)은 19세기에 대유행한 결핵 등 각종 전염병과 20세기를 관통하는 전쟁으로 인해 무참하게 파괴된다. 남편과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에서 홀로 빈 집을 지키는 미망인의 공포는 극대화되고 외부의 낯선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도 고조된다. 친숙하고 안온한 공간이었던 집은 점점 고립되고 은폐되어 간다. 좁고 긴 복도마다 나 있는 방문들을 일일이 열쇠로 잠그고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지만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공적인 역사가 개인의 영역인 가정으로 침투하면서 그레이스의 집은 낯선 공포로 가득한, 통제 불능의 공간이 되어버린다. 버려지고 상처받은 아이들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디 아더스 못지않은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적인 판타지 스릴러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이하 오퍼나지)은 디 아더스와 비슷한 정서의 영화다. 폐쇄적이고 고립된 공간의 공포에다 제작자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을 결합시켰다. 전작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에서 이미 인간 내면의 깊숙한 죄의식과 두려움을 묘사하는데 일가견을 보였던 길예르모 감독은 오퍼나지에선 신예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를 감독으로 내세우고 제작자로 물러났지만, 시나리오와 연출 등 모든 부분에서 길예르모의 손길과 감각이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두려운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다 감독의 말처럼, 오퍼나지는 예기치 않게 그 존재를 환기시키는 심리적인 공포에 대한 영화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판타지를 통해 가정의 불화와 사람들 간의 불신을 짚어내는 이 초현실적인 장르의 본질은 지극히 현실 풍자적이다.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입양된 로라(벨렌 루에다)는 의사인 남편 카를로스(페르난도 카요), 어린 아들 시몬과 함께 지금은 빈집이 된 고아원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요양원을 열 계획이다. 로라는 병에 걸린 시몬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외딴 바닷가에 위치한 이곳을 고집했다. 하지만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시몬은 이 집에 친구들이 있다며 놀러다닌다. 더구나 친구들로부터 자신은 입양된 아이고, 곧 죽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괴로워한다. 로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시몬으로 인해 놀라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친구들이 있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아이의 장난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를 자청하는 수상한 노파 베니그나가 찾아오면서 거대한 저택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요양원에 아이들이 도착하는 날 연 파티에서 시몬이 사라지고 만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모두가 시몬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로라는 시몬이 말했던 보이지 않는 친구들의 존재가 자신의 과거와 관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로라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아원은 스페인의 한적한 해안가에 자리 잡은 외딴 대저택이다. 과거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담고 있는 그곳은 시몬의 움직임에 따라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고, 미로 찾기와 같은 숨바꼭질이 이어지면서 공간 자체의 공포가 증폭된다. 더구나 시몬이 부르는 친구의 이름들은 어린 로라와 함께 고아원에서 살았던 아이들의 이름이다.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아이들이 현실을 침범하는 환상은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어른들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보호받고자 하는 아이들의 갈망,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어머니의 분투는 이 영화에 애틋한 정서를 불어넣는다. 견고해 보였던 일상이 무너지고 사람들로부터 점점 고립되어가는 중에도 시몬을 포기할 수 없는 로라.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불현듯 그녀 앞을 지나가곤 하는 조그만 아이들. 충격적인 비밀과 진실을 간직한 채 대저택과 바닷가 주변을 배회하는 이들은 오퍼나지…의 공포에 슬픈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기심과 불신이 불러온 파국 낯선 노파 베니그나의 행동이 로라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바깥으로부터의 침입, 즉 ‘타자’에 대한 배타적인 공포는 필연적으로 내부에 위치한 ‘우리(가족)’에 대한 집착을 수반한다. 디 아더스에서 아이들에 대한 그레이스의 과도한 집착과 불안은 가족이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그레이스의 근본주의적인 신앙은 자신과 타자, 선과 악, 빛과 어둠을 이분법적으로 나눔으로써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버려지고 보호받지 못한 이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공포와 이기심, 인간(관계)에 대한 불신이다. 그것이 그레이스와 로라, 그리고 아이들을 고립된 집 속에 가두게 한 것이다. 로라는 시몬을 찾기 위해 정체 모를 아이들과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상처 입은 아이들은 그들만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으려는 어른들의 침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디 아더스와 오퍼나지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 대신, 무언가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미로와 같은 단서들을 흩뿌려 놓아 관객의 상상 속에서 공포가 증폭되게 만든다. 음습한 안개에 둘러싸인 대저택이 주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그 집의 미망인 역으로 제격인 창백하고 가냘픈 니콜 키드먼의 병적인 연기와 벨렌 루에다의 서글픈 사투, 순수하지만 이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한 아이들, 정체 모를 하인들과 낯선 방문객이 불러들인 불온한 분위기 등, 이 두 영화는 일관되게 미스터리한 정서를 유지하며 고딕 공포의 진수를 보여 준다. 하지만 관객의 뒷골을 가장 서늘하게 하는 것은, 인간 내면에 깊이 감추어진 광기와 불신이 가져온 예기치 못한 파국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진실을 외면한 채 서로에게 타자로 남을 것을 강요하는 슬픈 현실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다양성’ 요즘 교육의 화두 중 학력신장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자주 입에 오르는 것이 바로 다양성입니다. 좋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하고 고시에 합격해 고급 전문직을 갖는 것이 여전히 각광 받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인재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직업에 대한 가치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예로 김연아나 박태환처럼 세계적 수준의 명성을 얻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이 자주 언급되지만,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 주변의 좀 더 평범한(?) 젊은이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1인 회사를 설립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젊은 개발자들과 대학로, 홍대 등지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조금씩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뮤지션과 배우들, 고소득 작물을 개발해 농촌에 신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우리나라가 고성장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시스템으로 전환해나가는 데 있어 누구 못지않은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조선 사회에 활력 불어넣은 ‘명물’들 몇몇 양반들에 의해 나라가 좌지우지된 것 같은 조선 시대에도 변화와 활력의 이면에는 소시민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비주류 사회에서 자기 혼자 힘으로 무언가를 일구어낸 자수성가형 또는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영위한 이른바 ‘명물’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은 주로 도회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매체나 통신망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 시절에도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닙니다. 물론 이들의 모습이 늘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 백성은 물론, 양반 사이에까지 널리 입에 오르내리며 활력소가 됐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가 쓴 조선을 사로잡은 꾼들은 조선 후기 문인인 조수삼의 추재기이(秋齋紀異)를 바탕으로 이런 18세기 조선의 명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성대모사의 달인 박뱁새, 만능 엔터테이너 광대 달문, 쉰이 넘은 나이에도 온 세상 남자가 다 내 남편이라며 화장하고 떡을 파는 노처녀 삼월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노비 신분으로 양반을 가르쳐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예도 있는데, 성균관이 있는 반촌(泮村) 송동(宋洞)에 서당을 차린 정학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송동은 원래 효종 때의 정승이자 대유학자인 송시열이 살던 곳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인데, 남인 출신 시인인 신광하가 송동의 이름을 장학수의 성을 따서 정곡(鄭谷)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를 썼다가 노론으로부터 축출당했을 정도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사설학원의 최고 스타강사쯤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정학수가 그 서당을 운영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후 정학수의 서당은 수차례 주인이 바뀌다가 1925년에 보성고가 세워졌고, 보성고가 방이동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서울과학고가 설립됐으니 참 오랫동안 명문 교육기관의 부지로 이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직업의 탄생, 재편되는 신분구조 등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조선 후기 사회의 모습은 지금의 우리 사회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기로에 놓이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혼돈에 빠지기 쉽지만, 어떤 이들은 이를 좋은 기회로 삼아 힘차게 도약해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가 빚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바로 ‘용기’나 ‘강단’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시대에 맞지 않는 기존 관념에 별 생각 없이 순순히 따르기만 했다면, 이렇게 후대까지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졸업을 앞둔 많은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계절입니다. 모두가 ‘용기’와 ‘강단’을 갖고 힘찬 한발을 내딛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중민 jmkang@kfta.or.kr 괴짜생태학 (브라이언 클레그 저. 웅진지식하우스) 별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환경지식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합리적인 환경운동의 길을 제시하는 책.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오늘, 많은 사람들은 환경보호의 당위성을 인정하며 별 의심 없이 여러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많은 환경운동이 오히려 더 큰 비효율을 가져올 뿐 아니라 오히려 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사안에 따라 꼼꼼히 따져 선택해야 함을 강조한다. 완벽의 추구 (탈 벤 샤하르 저, 위즈덤하우스) 하버드대 긍정심리학 교수인 탈 벤 샤하르가 쓴 행복론. 저자는 많은 현대인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완벽을 추구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완벽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를 버리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것을 주장한다. 그는 이를 ‘최적주의’라 부르고 실제 자신이 이러한 삶을 추구함으로써 얻게 된 행복한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세계의 자연 (필립 클락 등 저. 다른세상) 초등학생을 위해 화려한 일러스트와 사진으로 세계 800여 종의 동식물을 소개했다. 하늘, 숲, 꽃밭, 바닷가, 정원 등 동식물의 서식지에 따라 구성돼 있다. 단순히 많은 동식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에 얽힌 신화와 전설, 그리고 자연현상 속에 담긴 과학원리 등을 알려주고, 직접 자연의 친구들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 등도 함께 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쓰여 있어 저학년이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이동미 저. 그리고책) 여행작가 이동미가 쓴 가족여행 이야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아이들과 함께 즐기며 배울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자연과 만나는 건강 나들이,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을 박물관, 공부에 도움이 되는 교과서 여행, 아이들과 가기 좋은 체험여행 등으로 구성돼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교통정보, 여행비용, 숙소 등을 사진을 곁들여 아주 자세히 소개했다. [PART VIEW]
최근 10년간 가장 성공한 뮤지컬 많은 영화팬을 울린 원작 영화의 대본을 쓴 리 홀과 감독을 맡았던 스티븐 달드리, 영화사 워킹타이틀사는 이를 뮤지컬로 만들기로 하고 두 원작자는 직접 뮤지컬 각색 작업도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에 내한공연도 가진 바 있는 세계적인 가수 겸 작곡가 엘튼 존이 합류해 뮤지컬 흥행 신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뮤지컬의 본 고장인 뉴욕과 런던, 대서양 양쪽에서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에서 모두 작품상을 포함해 주요 부문을 휩쓸며 최근 10년간 가장 성공한 뮤지컬로 기록된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8월 13일, 드디어 우리말로 된 라이선스 공연이 개막했다. 동양에서 뮤지컬의 최대 시장인 일본보다도 앞서서 아시아 초연 기록도 세웠다. 오디션을 포함해 총 제작기간은 3년, 총 제작비는 135억 원이 든 대작이다. 이 작품은 2시간 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춤, 노래, 연기의 3박자를 두루 갖춘 10대 초반 빌리 역의 배우가 시종일관 극의 정중앙에 서서 객석을 울고 웃게 만든다. 보통 아역배우들이 성인 뮤지컬에서 조연 이상의 역할을 맡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이는 분명히 새로운 관극 체험이기도 하다. 그만큼 주인공 빌리 역을 맡은 소년의 역량에 작품의 성패가 상당 부분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돼 우리나라에서도 800대 1의 경쟁률로 ‘대한민국 1대 빌리’ 오디션을 거쳐 4명의 빌리(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를 선발했다. 발레와 탭댄스을 구사하면서도 150㎝ 이하의 키여야 하고 변성기가 지나지 않아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빌리들이다. 이들은 개막전까지 1년 4개월여 동안 ‘빌리 스쿨’에서 화술, 노래, 발레, 탭댄스, 아크로바틱을 집중적으로 트레이닝 받으며 화려한 백조로의 비상을 준비했다. 개막을 장식한 이지명(13) 군은 라이언 킹에서 주인공 심바의 아역을 맡은 경험이 있는데다가 일취월장하는 춤 실력을 선보였다. 특히 빌리가 무대에서 관객을 집중시키는 주요 장면을 큰 실수 없이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가령 빌리가 친구 마이클과 함께 옷장을 배경으로 벌이는 정통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쇼, 오디션이 좌절되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이는 ‘앵그리 댄스’, 2막 초반 소년 빌리의 환상 속에서 차이콥스키의의 ‘백조의 호수’에 맞춰 성인이 된 발레리노 빌리와 함께 공중에 매달려 벌이는 아름다운 2인무, 로열발레학교 오디션장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춤에 대한 열정을 설명하는 ‘일렉트릭시티’ 등 주요 명장면을 무리 없이 연기해내며 더 이상 아역배우가 아닌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났다.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등장해서 빌리에게 위안을 주는 죽은 어머니의 환영과 절절하게 조우하는 장면에서도 큰 무리 없이 드라마에 몰입한다. 뛰어난 아역 배우들이 완성도 높여 이 작품은 외면적으로는 빌리의 성공기가 중심이지만 그 배경에는 여러 겹의 스토리텔링이 있다. 특히 1980년대 영국에 실재했던 정치 상황을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0년대 초반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의 75%를 석탄이 차지하면서 광산노조 역시 막강한 힘을 가졌다. 하지만 1984년 마거릿 대처 총리가 연임해 집권하던 시절 석탄의존도가 현격하게 줄어들어 결국 대처 총리는 파업에 돌입한 노조와 1년간이나 대치하면서 항복을 받아냈고 광부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대처는 오늘날 영국 경제를 살린 정치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녀의 철권 정치는 석탄과 같은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작가이자 사회주의자인 리 홀은 바로 그 시대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사실 뮤지컬 무대에서 파업이라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는 다루기 어렵다. 게다가 이 작품에는 데모에 나선 노조원들과 이를 진압하는 무자비한 경찰과의 대치 상황도 등장한다. 하지만 과격한 장면도 유머를 머금은 유려한 대사와 두 집단의 극명한 대조를 활용한 연출로 긴장을 이완시킨다. 가령 스티븐 달드리는 원작 영화에서 발레 교습장에 가는 아이들과 그 길목에 서 있는 방패든 경찰들의 모습을 뮤지컬로 각색하면서 한 무대 위에 노조원들의 파업 현장과 빌리의 발레 수업을 병치시키는 뛰어난 연출력을 발휘했다. 또한 피터 달링의 안무는 정교하게 잘 추는 앙상블 배우를 위한 눈요기의 용도가 아니라 생활 속의 움직임을 기승전결을 갖춘 드라마틱한 동선에 실어 보여주려는 의도로 짜여졌다. 앙상블은 때로는 곤봉과 방패를 이용한 경찰관의 춤이 되었다가 탄광촌 주민들의 엉뚱한 발레와 어우러지며 결국은 화해와 인간애라는 작품의 주제를 극명하게 부각시킨다. 빛나는 빌리 역의 배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른’들의 연기와 노래는 아쉬운 점이 있다. 빌리의 가족을 제외하고 나머지 앙상블은 대부분의 장면에서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연기 톤을 보이고 있으며 가창 역시 불안한 하모니를 보인다. 일부 장면에서 다소 과격한 욕설이 여과 없이 보여지는 것도 한국화 과정에서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원작의 설정에서 보이는 사투리를 처리하는 점도 부자연스럽고 동성애에 관련된 유머 역시 번역 과정에서 사라진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사실 이 작품은 원작 영화에서부터 빌리가 동성애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절친한 친구 마이클이 여장을 즐기는 동성애자이지만 빌리는 그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키스를 해주는 대신, 발레교습소 선생의 딸 데비의 애정공세는 단호히 거절한다. ‘발레는 호모나 하는 것이지만 내가 되고 싶은 루돌프 누레예프(러시아 출신의 유명 발레리노)도 그랬어’라는 내용에도 사회적 약자인 동성애자를 포용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웃음폭탄 하나가 번역과정에서 사라졌다. 빌리가 로열발레스쿨에서 받은 합격통지서 겉면을 읽는 장면에서 “William Elliot is queer?”(아버지 윌리엄 엘리어트는 게이?)라고 발음하는데 당황한 아버지가 이렇게 정정해준다. “William Elliot Esquire!”(윌리엄 엘리어트 귀하!)라고. 이는 사투리 유머와 게이 유머가 결합된 명장면이지만 한국 공연에서는 욕설로 대치됐다. 엘튼 존의 음악도 다른 요소의 완성도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있다. 차라리 원작 영화에서 작품의 색깔을 결정했던 반항적인 색채의 영국 록그룹 T-Rex나 Clash 스타일의 음악이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한국인 ‘빌리 엘리어트’가 완성도 높은 원작과 이에 뒤지지 않는 소년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오랜만에 볼만한 신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무대는 별다른 화려한 장식이 없이도 충분히 힘 있는 뮤지컬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 시대의 그 장소를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낡은 연습실과 집안의 모습은 뮤지컬이라는 무대장르가 관객에게 항상 알록달록하고 달달한 환상만을 전달하는 들떠 있는 작품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깊이 뿌리박은 휴먼스토리이자 내면을 반추하는 거울이 되는 작품들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객석에는 성인 관객들이 동반한 빌리의 나이와 엇비슷한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눈에 띈다. 나라와 시대는 다를지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기필코 이루어내는 빌리의 모습과 그 역할을 해내는 한국 빌리 배우들의 땀을 보면서 우리의 어린 관객들도 무언가를 얻어서 극장을 나설 것이다. 내년 2월 27일까지. 문의 =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