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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교육 현실 2025년, 한국 교육의 화두는 단연 학령인구 감소다. 초·중·고 학생 수는 10년 사이 100만 명 이상 줄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교원 정원도, 초·중등교육 예산도 줄이는 것이 맞아 보인다. 그러나 교실의 현실은 정반대다. 여전히 과밀학급은 줄지 않고, 소규모학교는 급증하며, 다문화학생, 기초학력 보장, 고교학점제 운영 등 질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이야기를 해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축소와 그에 따른 교원정원 감축이라는 단순 논리를 이기지 못한다. OECD 교육지표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 대비 교원 수’만으로는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기 어렵다. 교원 정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교육의 질·형평성·미래 대응을 결정하는 전략적 자원이기 때문이다. 교원 정원을 둘러싼 다층적 모순 ● 경기도 교실, 여전한 과밀과 불안정한 정원 경기도는 교원 수급 불균형의 전형을 보여준다. 2025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1.7명, 중학교는 25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각각 2.3명, 2.1명 많다. 전체 학급의 23.7%가 과밀학급(27명 이상), 그중 10.9%는 초과밀학급(34명 이상)에 해당한다. 정원이 부족해 매년 수천 명의 기간제교사가 충원된다. 2025학년도 기준 경기도는 전국 대비 58% 수준의 기간제교사를 배정받았다. 교육현장은 “교사 숫자는 맞추지만, 정규 교원이 아닌 임시방편”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과밀학급 문제는 단순히 아이들이 좁은 교실에 모여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개별 학생 지도가 어렵고, 안전사고 위험까지 커집니다. 그런데도 기간제교사로 버티라는 건 현장을 외면한 처사입니다.”(경기도 A 초등학교 교사) ● 소규모학교 증가와 교과 운영의 위기 반대로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소규모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 초등학교의 17%, 중학교의 5%가 학생 수 100명 이하다. 교사가 최소 인원만 배치돼 전 과목 개설이 어렵고, 전보 갈등도 심화된다. “신도시 개발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교사들이 과원으로 전보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교사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교육공동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B 중학교 교사) ● 고교학점제와 다문화, 새로운 수요의 폭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교학점제는 교사 부족 문제를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일반계 고교의 평균 개설 과목 수는 60.5개에 이르지만, 교사 수가 한정돼 있어 학생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순회교사 확대 요구도 정원 부족으로 제약을 받는다. 교육부가 올해 중등교원 1,600명을 더 뽑겠다고 했지만, 현장은 ‘학교당 0.28명’ 늘어난 수준이라며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문화학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다문화학생은 2025년 기준 5만 7,000명으로 전국의 28%에 달한다. 언어·문화 지원을 위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지만, 정원 배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언어 장벽 때문에 맞춤형 지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원은 학급 수만 기준으로 산정되니, 지원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다문화교육 담당 C 초등학교 교사) ● OECD 지표가 놓치고 있는 맹점 그러나 OECD 교육지표는 학생 수 대비 교원 수, 학급당 학생 수 등을 단순 비교한다. 그러나 한국은 과밀학급과 소규모학교가 공존하고, 다문화·기초학력·AI교육 같은 질적 요인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OECD 평균을 단순히 따라가면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특수한 교육 수요, 즉 과밀·소규모·다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지표는 현실을 왜곡합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9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전략포럼 발표 내용 중) “인구가 줄었다고 교육비나 교사를 줄여야 한다는 건 일차원적입니다. 학생이 줄었다고 바로 교사를 줄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늘릴 땐 쉽게 늘릴 수 있어도 줄이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도는 중학교 과밀학급이 60%가 넘습니다. 35명 들어찬 교실에서 맞춤형교육이 가능하겠습니까? 농촌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도 지역공동체를 위해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학교를 없애면 지역이 사라집니다. OECD와 단순 비교도 문제입니다. 우리는 휴직교사·비교과교사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와 맞지도 않습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9월 23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제4회 교육정책네트워크 토론회 발표 내용 중) 임태희 교육감의 지적대로 정책의 자기모순도 겹친다. 정부는 지역소멸 위험을 이유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그러나 학교의 학생 수 감소는 곧바로 교원 감축과 교육재정 축소의 논리로 연결된다. 같은 인구 감소를 두고 상반된 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특히 OECD 교육지표 교사 수는 휴직교사와 기간제교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국가별 교사의 고용 형태(정규직·계약직)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교사는 정규직이라서 휴직 시 대체 기간제교사를 고용하므로, 전체 교사 수에 휴직교사와 기간제교사 수가 중복 산출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셈할 수는 없으며, 셈할 수 있는 것이 전부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한국 교육정책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비춘다. 단순한 숫자의 감소에 매달리기보다, 그 속에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숫자 아닌 교육권 _ 교원 정원 개편의 골든타임 교원 정원의 역설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의 질과 미래를 좌우하는 구조적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과밀학급 해소와 정규 교원 확충이 시급하며, 중기적으로는 교원 정원 산정 방식을 학생 수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과 교육과정 다양성, 학생 배경을 반영하는 질적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안정적 교육재정 보장과 고등교육 공공지출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는 정원 기준 개혁과 미래 교육 대비 교사 재교육을 주도하고, 시도교육청은 지역 맞춤형 교원 배치와 다문화·특수교육 지원을 책임져야 한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재정 개편과 고등교육 공공지출 확대를 입법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재정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협력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때 정책은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를 곧장 감축의 근거로 삼는 것은 아인슈타인이 경고한 ‘숫자의 함정’에 빠지는 것과 다름없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지만, 교실의 현실은 단순한 숫자 감소와 다르다. 지난 5년간 학생 수는 6% 줄었으나 교사 수는 5% 줄었고, 학급 수는 1.4% 감소에 그쳤다. 이는 기초학력 미달, 다문화학생 증가, 고교학점제 시행 등 새로운 교육과제가 늘어나면서 교원의 역할이 오히려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원 정원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의 학습권과 지역공동체 유지는 국가적 책무다. 오히려 감소한 숫자는 한 명 한 명에게 더 깊이 투자할 기회다. 한국 교육이 이 역설을 기회로 전환할 때, 미래 세대는 더 튼튼한 교육 기반 위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교원 정원 개편은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과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자, 교육공동체가 함께 붙잡아야 할 골든타임이다. 숫자는 줄었지만, 교육의 책임은 줄어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사 중 자신이 받는 급여에 만족하는 비율은 10명 중 3명에도 못 미치는 29%로 나타났다. 반면 행정업무 부담은 OECD 국가 평균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많았다. 특히 급여 만족도는 지난 2018년 조사와 비교할 때 20% 이상 낮아졌다. 교사들의 근무 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처우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직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다고 여기는교사는 응답자의3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8년 조사보다 32% 하락한 수치다.이러한 사실은 최근 공개된 OECD TALIS 2024 결과에 따른 것이다. OECD TALIS 2024는 6년 만에 발표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교원 국제 비교 조사로, 50여 개국 26만 명 이상의 교사와 학교장이 참여했다. TALIS는 교직 데이터의 국제 표준으로 각국 교육정책의 핵심 근거로 활용된다. 이번 조사는 ‘교직의 현황(The State of Teaching)’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184개교와 중학교 190개교 등 총 374개교에서 약 6,500명의 교사와 학교장이 참여했다. 특히 TALIS 2018에 비해 AI 활용, 사회정서교육(SEL), 지속가능발전교육(ESD) 등 교직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교육 대응 요소에 초점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이 글은‘Results from TALIS 2024: Korea’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이번에 공개된 주요 결과 보고서는 중학교 자료만을 기반으로 분석되었다. 교사 스트레스 요인 … 학부모 민원 - 과도한 행정업무 – 학급 질서 유지 順 한국 교사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은 것은 학부모 민원 대응(57%)으로, 이는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높다. 이어 과도한 행정업무(50%)와 학급 질서 유지(49%)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OECD 평균을 웃돌지만, 수업준비(6.8시간)와 학생 과제 피드백(3.7시간)에 쓰는 시간은 평균보다 적다. 반면 행정업무 시간은 주당 6시간으로 OECD 평균(3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교사의 업무 부담이 수업보다 행정에 치우쳐 있으며,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이 과중한 행정업무와 학부모 민원 대응에 기인함을 보여준다. 교직 존중도 6년 새 반토막 … 교사 3명 중 1명 ‘사회가 교사를 가치 있게 본다’ ‘사회가 교사를 가치 있게 여긴다’고 응답한 한국 교사는 35%에 불과해, 2018년(67%) 대비 32% 급락했다. 이는 교직의 사회적 위상이 크게 약화된 것을 의미하며, OECD 평균(22%)보다 높지만, 하락 폭은 참여국 중 가장 두드러졌다. 한편 ‘정책결정자가 교사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답한 비율은 21%로 OECD 평균(16%)을 약간 상회했으며, 신규교사의 86%는 교직을 첫 번째 진로로 선택해 OECD 평균(58%)보다 높았다. 즉 교직의 진입 매력도는 유지되고 있으나, 사회적 존중도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급여 만족도 20% 하락 … 교직 안정성 흔들린다 한국 교사의 고용 안정성과 처우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교사의 상용직 비율은 75%로 OECD 평균(81%)보다 낮으며, 2018년 대비 13% 감소했다. 또한 급여를 제외한 고용 조건에 만족하는 교사는 52%, 급여에 만족하는 교사는 29%에 그쳐 각각 OECD 평균(68%/39%)보다 낮았다. 특히 급여 만족도는 지난 6년간 20% 급락하였다. 한국 교사의 직무 만족도는 85%로 OECD 평균(89%)보다 다소 낮지만, 교직을 떠나려는 비율은 매우 낮은 안정적 구조를 보인다. 30세 미만 교사 중 향후 5년 내 교직을 떠날 의향이 있는 비율은 5%로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2018년 이후 직무 만족도는 4% 감소했지만, 교직 지속 의향은 여전히 강한 편이다. 한국에서 신규교사의 83%가 초기 교사교육의 질이 높았다고 응답해 OECD 평균(75%)을 상회했으나, 신규교사 멘토 배정률은 12%로 OECD 평균(26%)의 절반에도 못 미쳐 참여국 중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통계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전문성 개발에 참여한 교사는 43%로 OECD 평균보다 낮았으며, 업무로 인한 시간 부족(93%)과 일정 충돌(87%)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수업 자율성은 낮고 행정 참여는 높아 … 교사 전문성 반영 여전히 제한적 한국 교사는 수업설계와 준비, 교수방법 및 전략 선택,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 등 교수 관련 의사결정 권한이 OECD 평균보다 낮아 수업 자율성이 전반적으로 제한적이다. 반면 학교 개선계획 수립, 교과목 개설, 예산 배분 등 행정 및 운영 영역에서는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참여를 보여, 교수활동보다 행정 참여가 상대적으로 강화된 구조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으로, 첫 언어가 수업 언어와 다른 학생, 난민·이주배경 학생, 특수교육 수요 학생이 10% 이상인 학교의 비율이 모두 국제 평균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교사의 54%만이 문화적 다양성에 대응할 자신이 있다고 응답해 OECD 평균(63%)보다 낮았으며,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학습 과제를 설계할 수 있다고 답한 교사도 32%로 OECD 평균(6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교사의 AI 활용 OECD 평균 웃돌아 … 인프라와 역량 격차는 여전 한국 교사의 43%가 업무에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고 응답해 OECD 평균(36%)을 웃돌며, 국제적으로 높은 활용 수준을 보였다. 반면 AI를 사용하지 않은 교사 중 76%는 AI를 활용할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52%는 학교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해 OECD 평균(37%)보다 높았다. 한국은 교직 내 신뢰와 존중 수준이 OECD 평균을 웃도는 안정적인 학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교사의 대부분은 학생과 교사가 잘 지낸다고 인식하며, 교사 간 신뢰와 학교장의 지원적 리더십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교사의 98%가 ‘학생과 교사가 잘 지낸다’고 응답해 OECD 평균(96%)을 상회하였다. 반면 학부모와의 정기적 협력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응답한 교사는 22%로 OECD 평균(25%)보다 낮아 학교 내부의 신뢰는 높지만, 가정과의 협력은 여전히 미흡한 과제로 남았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에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특정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요구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회·정서역량으로 마음건강 챙기기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의 역할에는 학생들이 사회·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포함되며, 궁극적으로는 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자기관리역량을 함양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여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긍정적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사회·정서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오늘날 학교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울·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고, 사회적으로 학생들의 마음건강 문제가 점점 크나큰 우려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는 통계수치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OECD 38개국 기준 35위로 최하위권입니다. 더욱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학생자살사망사안보고서 분석 결과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마음건강 문제로 고립감을 느끼는 학생들의 비율이 2019년 3%에서 2023년 21%로 급격히 증가했고, 자살 전 행동 변화가 거의 감지되지 않은 사례가 무려 72.9%에 해당된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고조시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육목표는 단순히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목의 내용 학습에 국한될 수 없으며,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건강을 챙기고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예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더욱 명확히 보여줍니다. 마음건강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 복합적인 개념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음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불안·우울·자존감 저하 등의 문제로 인해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어려워지고, 이는 고립과 심리적 고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마음건강은 사회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고, 사회성과 인간관계는 마음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마음건강·사회성·인간관계 교육은 상호 연결된 요소로서 각각을 강화하는 동시에,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기반을 제공합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에서도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초점으로 ‘사회성 및 인간관계 교육’(25.2%)이 선정되었고, 응답자의 34.3%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 중 하나로 자기관리능력을 꼽았습니다(KEDI POLL, 2023). 이는 사회·정서역량 개발이 단순한 교육정책 제안이 아니라 실제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증명하며, 이에 따라 2026년까지 초·중·고 전 학년에서 사회·정서역량 수업을 15차시 이상 운영하도록 하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융합교육 이러한 사회·정서역량 강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한 교육적 접근법은 바로 융합교육(STEAM)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융합교육은 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의 다섯 가지 학문 분야를 통합적으로 교육하여,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생활 문제를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사고력과 응용력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요소를 이해하고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융합교육은 이러한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훈련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 방식으로 점점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융합교육 페스티벌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교(서울개일초)는 2024년에 이어 2025년 4월 과학의 달에 융합교육 페스티벌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단순히 교과 내용을 배우는 데서 벗어나, 다양한 친구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사회·정서역량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이 행사는 학생들에게 일회성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규교과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동아리활동과 연계하여 스스로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수반되었습니다. 더불어 행사 운영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학부모·예비교사와 같은 교육공동체 구성원들까지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전 과정을 협력과 상호작용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 운영방식은 융합교육의 철학과 목표를 학교교육 전반에 녹여내며, 단순한 행사 이상의 교육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동아리활동을 통해 자신이 준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팀원들과 함께 협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협력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 상황에 직면하면서 학생들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며 조율하고, 스스로의 의견을 표현하며, 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경험을 했습니다. 즉 행사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학업적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감을 키움으로써 단순한 체험프로그램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학교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행사 기획부터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이끌고 참여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고, 이는 본교의 학교문화에 풍요로움을 더하고 교육공동체의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더 나아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행사에서 제공하는 체험프로그램과 관련된 팀프로젝트 활동을 하며 서로 협력하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소통능력을 체득함으로써, 사회·정서역량 교육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고와 감정 조절을 훈련하며, 자기주도적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도전 활동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함으로써 인내와 자신감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실질적인 융합교육 경험은 학생들이 사회·정서적 역량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익힐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학교가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돌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돕는 통로로도 작용합니다. 본교는 앞으로도 사회·정서역량 강화와 융합교육의 결합으로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학습 효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이는 학생의 개인적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단위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교육혁신의 중요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과학성취도는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흥미와 자신감은 하위권에 머무는 ‘이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과학교육의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교육은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이항로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물었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황과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여기십니까. “교육부의 제5차 과학교육 종합계획(2025~2029)에 따르면 과학교육은 ‘미래 사회 핵심 역량 함양’을 목표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학생들의 과학 흥미와 자신감이 낮고 실험·탐구 중심 수업이 부족해 탐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역 간 인프라와 교사 역량 격차도 큽니다. 융합형 교육은 아직 정착되지 못했고, 과학이 진로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실질적 동기부여가 약합니다. 시급한 과제는 우선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교실에서 직접 실험과 탐구활동을 확대해 ‘핸즈온(Hands-on)’ 중심 수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둘째, 첨단 기자재와 실험실 확충, 교사 전문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셋째, AI·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과 연계된 융합형 과학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넷째, 과학기술 직업군과 연결된 콘텐츠로 학생들의 진로탐색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학생들이 과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AI와 빅데이터 시대, 과학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요. “지식 암기에서 문제해결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교과서 내용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문제나 AI 윤리, 데이터 분석 등을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다루며 실생활과 사회 문제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STEAM(과학·기술·공학·예술·수학) 융합교육을 강화하고,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도입해야 합니다. AI를 단순히 소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험 분석, 시뮬레이션 등에 적용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기술 발전과 함께 과학적 사고력과 윤리적 성찰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AI 기반 맞춤형 학습으로 전환하고, 가상실험(VR·AR)과 국제 공동 프로젝트 등 글로벌 협력도 확대해야 합니다. 미래 과학교육은 지식 전달을 넘어 융합적 문제 해결력, 데이터 활용 능력, 윤리적 사고를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현행 교과과정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충분하다고 보시는지요. “기초과학 개념학습, 탐구활동, 일부 STEAM 프로젝트 도입 등 기본 토대는 마련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입시 중심 평가로 인해 여전히 문제 풀이식, 정답 찾기식 수업이 지배적입니다. 교과내용이 AI·기후위기 등 사회 현안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고, 데이터 기반 탐구 역량을 기를 기회도 부족합니다. STEAM이 행사성 수업에 그치거나 과목 나열에 머무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가 역시 지필시험 위주라 창의·융합역량을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교과에 AI·데이터 과학·환경윤리 등 미래 핵심 이슈를 포함하고 지역사회 문제해결 프로젝트와 PBL(문제기반학습)을 확대해야 합니다. 실험 데이터를 엑셀·파이썬·AI 도구 등으로 분석·시각화하는 훈련을 강화하고, 평가방식도 포트폴리오와 협력적 문제해결 과정 등을 반영하는 다차원적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교사들이 AI와 융합수업 설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수도 필요합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높은 성취를 보이면서도 과학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은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입시 중심의 결과 위주 평가, 정답 암기식 수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 생활과 동떨어진 교과 내용이 원인입니다. ‘과학은 어렵고 틀리면 안 된다’는 문화가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립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실험·탐구 과정을 중시하는 수업과 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이 ‘성공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흥미 있는 사회·미래 이슈를 수업에 반영하고, 토론·프로젝트 수업을 확대해 탐구 중심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단계별 과제를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협동학습을 강화하며, 포트폴리오와 발표 등을 평가에 반영해 창의적 접근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학교 밖 과학관, 축제, 연구자와의 만남 등 체험 기회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교사들의 전문성 신장과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지원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미래 과학교육의 질은 교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단발성 특강이 아닌 지속적이고 심화된 연수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AI·빅데이터·기후위기 등 최신 과학기술과 교육 트렌드에 대한 연수를 정례화하고 프로젝트 수업·STEAM·디지털 실험 등 새로운 수업방식을 실습할 기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학교·지역 단위의 교사학습공동체(PLC)를 활성화해 수업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대학·연구소·기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야 합니다. 평가 전문성, 연구자로서의 교사 정체성 지원, 행정업무 경감과 실험실 환경 개선 등도 필수입니다. ‘지속적 성장 경로(CPD)’를 보장하는 체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들의 과학과목 대신 사회탐구에 몰리는 이른바 ‘사탐런’ 경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과학과목이 어렵고 점수 따기 불리하다는 인식, 수능 반영 방식의 구조적 문제, 과학Ⅱ 과목의 난이도와 진로연계 부족, ‘과학은 전문가 영역’이라는 사회적 통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로 인해 과학 선택 학생이 줄고, 과학Ⅱ 과목 개설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사회·과학 탐구 과목 간 난이도와 점수 체계를 조정하고 수능·대학 전형 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수업은 탐구·프로젝트 중심으로 전환해 학습부담을 완화하고 과학이 이공계뿐 아니라 AI 윤리, 데이터 과학, 환경정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진로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과학을 모든 시민의 기본 교양으로 인식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발적 사업이 아니라 과학교육 문화 확산을 위한 중장기 비전을 세우는 것입니다. 연합회를 ‘행사 연합체’가 아니라 과학교육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실천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겠습니다. ‘한국 과학교육 미래 비전 2030’을 공동 선언하고 교사 전문성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학교와 사회자원을 연결하는 과학문화 네트워크를 만들겠습니다. AI·기후위기 등 미래 핵심 분야 중심의 차세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국제 교류를 확대해 한국 과학교육의 위상을 높이겠습니다.”
핸리 오사와 태너의 The Banjo Lesson 핸리 오사와 태너(1859~1937)의 1893년 작품 The Banjo Lesson(밴조 수업)은 흑인 가족의 다정한 모습을 묘사한 장르화이다. 조용한 실내에 퍼지는 빛과 음악이 따뜻한 느낌을 주는 시간을 담고 있다. 목사인 아버지와 노예였던 어머니의 가정환경으로 핸리 오사와 태너(Hanry Osawa Tanner, 1859~1937)는 흑인의 삶을 그렸다. 그의 작품은 세대 간 사랑을 담고 있어서 당시 흑인 이미지를 희화화하던 경향을 과감히 극복한 것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PFA)에서 토머스 이킨스에게 배웠고, 1891년 파리로 건너가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장폴 로랑에게 사사 받은 후,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미국의 사실주의와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풍의 영향을 받았다. 그 외 그의 대표 작품은 프랑스 정부가 매입하여 오르세 미술관에서 소장하는 라자로의 부활과 백악관의 소장품 중 최초의 흑인 작가 작품으로 샌드 듄즈, 애틀랜틱 시티가 있다. 흑인 음악과 깊게 연결된 밴조는 원래 카리브와 북미 식민지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만든 악기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19세기 미국에서는 블랙페이스 등 흑인을 희화화하는 소품으로 소비되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태너는 그 왜곡된 이미지를 가정의 평온한 배움의 장면으로 포착했다. 밴조의 악기 소리가 조용한 실내에서 금방이라도 들릴 듯하다. 조롱의 표식이 아니라 기억과 전승의 매개가 되었다. 세대를 넘어 함께하는 시간 작은 방 안, 램프의 둥근 빛이 아이의 뺨과 밴조의 둥근 울림통을 차례로 비춘다. 차가운 자연광과 따뜻한 실내광이 이중으로 만나서, 역광 속에 두 사람이 있다. 어둠과 빛이 선을 나누듯 벽과 바닥을 갈라놓지만, 그 경계 한가운데에 노인과 아이가 있다.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대신 현 위에서 만나고, 손등 위에서 겹친다. 화면은 음악을 가르치는 듯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랑의 템포를 그린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 주는 세대 간 사랑이다. 노인은 가르치기보다는 지지한다. 노인의 왼쪽 손은 밴조를 들어주고, 그 무게를 함께 하며, 아이의 서툰 손가락이 음을 더듬을 때, 기다려 주는 듯하다. 그 위에 얹힌 손은 올바른 지판을 명쾌히 지시하기보다 ‘여기 함께 있다’라는 감각을 전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음악의 명확성보다는 함께 함, 즉 음악을 공유하는 순간이다. 배움은 정답을 겨누는 직선이 아니라, 서로를 감싸안는 곡선이 된다. 화면의 삼각 구도인 아이의 얼굴, 악기의 둥근 몸통, 노인의 손은 세대가 만드는 안정의 구조를 닮았다. 아이는 이 구조 속에서 조심스럽게 음을 찾아가는 자유를 얻고, 노인은 그 자유를 허락함으로써 ‘가르치는 사람’이 된다. 완성된 멜로디보다 먼저 완성되는 것은, 그러한 공유의 순간이다. 분리와 배제에서 회복의 시대로 The Banjo Lesson이 그려진 1893년 전후의 미국은 노예제가 폐지된 지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법과 관습의 이름으로 분리와 배제를 제도화하던 시기였다. 흑인의 투표권은 여전히 시행되지 않았고, 각종 폭력은 일상의 위협으로 남았다. 흑인의 이미지는 대중문화에서 종종 타인의 욕구에 맞춰 연출되고 소비되었다. 흑인은 엔터테이너로 비인간화되고, 대상화되었다. 그런 시대에 태너의 조용한 방은 작은 피난처처럼 보인다. 작지만 소중한 이들의 공간에서 두 사람은 자기 템포를 가질 권리를 회복한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세대의 사랑이 함께 하는 공간에서 이들은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태너의 작품에서 설득력 있는 그것은 빛과 함께하는 두 인물의 시선이다. 필라델피아에서 토머스 이킨스에게 배운 사실적 관찰과 파리에서 익힌 빛과 공기의 감각이 이 그림에서 재현된다. 방안에 퍼지는 얇게 쌓인 어두운 화면 위에, 램프의 밝기가 층층이 번진다. 벽에서 퍼지는 붓 터치는 조용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감각이 느껴진다. 그 위로 손의 곡선이 천천히 떠오른다. 이 빛의 안배는 기술의 과시나 인물의 묘사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정서이다. 태너는 그림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목소리(미세한 차이, 눈앞의 숨, 손끝의 체온)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조용하지만, 조용한 만큼 깊이 있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평범함 미술사적 맥락에서 보면 The Banjo Lesson은 장르화(일상 장면)의 문법을 전복한 작품이다. 흑인의 일상을 인간적인 모습으로 품격 있게 제시함으로써, 당대 통속적 이미지의 회로를 끊었다. 흑인 인물을 희화의 대상이 아닌 관계와 사유의 주체로 그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노인의 손에서 손자의 손으로 건너가는 배움은 기술의 전달만이 아니다. 실패를 허용하고, 속도를 맞추고, 한 음을 찾을 때까지 함께 까닭을 묻지 않는 관계의 약속이다. 서로를 믿고 기다려 주는 관계의 모습이다. 화면의 가장 밝은 지점이 소년의 뺨과 악기의 둥근 면이라는 사실은 빛을 통한 의미이다. 한 사람의 미래와 그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에 빛이 동시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그 둘을 이음새처럼 붙잡아 주는 것이 노인의 손이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사랑이란 ‘순간의 대단한 결심’이라기보다, ‘속도를 조절하며 찾아주려는 기다림’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속도를 맞추는 작은 연습들이 모여 자라는 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프롤로그 _ 왜 여름, 왜 홋카이도인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여러 곳을 고민했지만, 결국 홋카이도(Hokkaido, 北海道)를 선택했다. 일본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리감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한국의 여름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홋카이도를 떠올릴 때 삿포로(Sapporo, 札幌)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삿포로 맥주, 삿포로 라멘, 겨울철 눈 축제가 유명한 바로 그 도시 말이다. 그러나 홋카이도는 삿포로 하나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 전체 면적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한 영토를 자랑하며 지리적으로는 혼슈(Honshu, 本州) 북단에서 훌쩍 떨어진 북쪽의 큰 섬이다. 바다와 산, 광활한 평야와 들판이 이어지며 일본 본토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무엇보다 이곳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도시들이 흩어져 있다. 신선한 해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항구 도시 오타루(Otaru, 小樽), 농업과 낙농업이 발달한 도카치(Tokachi, 十勝) 평야, 그리고 여름의 화려한 색채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비에이(Biei, 美瑛)와 후라노(Furano, 富良野)까지…. 홋카이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륙 같은 다채로운 풍경과 문화를 만나는 경험에 가깝다. 그 가운데 내가 선택한 여정은 삿포로·비에이·후라노였다. 삿포로는 신치토세 공항과 연결된 홋카이도의 입구이자 최대 도시로 여름철이면 대규모 맥주축제가 열려 도시 전체가 활기로 가득하다. 비에이와 후라노는 한국인에게도 투어 여행지로 잘 알려진 유명한 곳이다. 비에이는 언덕과 밭이 만들어내는 목가적 풍경을 자랑하며, 후라노는 보랏빛 라벤더와 형형색색의 꽃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시의 활기와 자연의 고요, 축제와 풍경을 두루 경험하고 싶었던 나의 기대와 가장 잘 맞는 조합이었다. 삿포로 _ 음식과 도시, 그리고 개척의 흔적 인천공항에서 2시간 50분의 비행을 마치고 신치토세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홋카이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JR 열차를 타고 삿포로역까지 이동하는 40여 분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이미 한국과 다른 느낌이었다. 넓은 들판과 낮은 건물들, 그리고 어딘지 여유로운 속도감까지 말이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도심으로 들어서자, 의외로 깔끔하고 정돈된 도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는 넓었고, 건물들은 지나치게 높지 않아 하늘이 크게 보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둑판처럼 정돈된 격자형 도로망이었다. 이는 홋카이도 개척 당시 서구식 도시 계획을 도입한 결과로, 한국의 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삿포로 도심 내 대표적인 공원인 오도리공원에 이르자 여름 햇살 속에서도 초록빛 잔디와 분수가 시원하게 반짝였다. 겨울에는 눈 축제가 열린다고 하지만 여름의 삿포로 역시 활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원 곳곳에는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들,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산책을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공원 주변으로는 삿포로의 상징 중 하나인 시계탑이 우뚝 서 있어, 이 도시가 단순한 현대적 공간이 아니라 역사와 시간을 함께 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삿포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코 음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징기스칸(ジンギスカン)’이라 불리는 양고기 구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스스키노 지구의 한 징기스칸 전문점에서 처음 맛본 양고기는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았다. 양고기 특유의 잡내가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신선한 홋카이도산 양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럽고 고소했다. 가운데가 볼록한 전용 철판에서 구워낸 양고기를 곁들인 채소와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홋카이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맛이었다. 그 맛을 음미하며 ‘결국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재료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가장 비옥한 평야와 청정한 환경을 바탕으로 신선한 농산물을 길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자·옥수수·멜론 같은 작물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이다.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니조시장에서 맛본 우니·이쿠라(연어알)·털게 등 신선한 해산물들은 차가운 바다가 키워낸 홋카이도만의 선물이었다. 삿포로에서 마신 맥주 또한 홋카이도의 보리와 홋카이도의 물이 있어 가능한 맛이었다. 지리수업 단원 중 ‘기후와 농업’, ‘지역 특산물’을 설명할 때 항상 교과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직접 경험한 생생한 사례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도시 곳곳에는 개척의 흔적도 남아 있었다. 먼저 시계탑(時計台)은 오도리공원과 함께 삿포로의 얼굴로 불릴 만큼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19세기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 정부가 본토에서 이주민을 이끌고 홋카이도를 개발하며 세운 이 건물은 단순한 시계 기능을 넘어, 근대화와 개척의 시간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삿포로 맥주박물관에 들어서면 개척과 산업화의 궤적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전시물들은 독일의 양조 기술자들이 전수한 맥주 제조법이 어떻게 홋카이도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근대 일본의 서구화 과정을 이해하는 살아있는 교육자료였다. 이곳의 풍경이 단순한 도시 이미지가 아니라, 근대 일본의 역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름 홋카이도의 매력 _ 시원한 공기 속에서의 여유 “홋카이도는 겨울에 가야 제맛이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눈 덮인 설경과 겨울 대표 축제인 ‘삿포로 눈 축제’가 가장 먼저 생각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여름의 홋카이도는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하다. 일본 본토의 여름이 우리나라보다 더욱 습하고 후텁지근하다면, 홋카이도의 여름은 선선하고 맑다. 당시 7월 말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았고, 저녁에는 25도 아래로 내려가 에어컨 없이도 충분히 쾌적했다. 비록 낮에는 햇살이 뜨겁긴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숨 막히는 더위는 찾기 어려웠다. 저녁에는 삿포로의 명물, 스스키노 네온사인 거리를 걸으면서 더위에 지치지 않고 천천히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한국의 여름이었다면 금세 땀이 흐르고 숨이 막혔을 텐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발걸음이 가볍게 이어졌다. 오도리공원과 홋카이도 대학교를 걷는 낮에도 마찬가지였다. 여름에 홋카이도를 찾은 것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오도리공원에서는 마침 ‘삿포로 맥주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긴 벤치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원한 맥주잔을 부딪치며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나 역시 현지인들 틈에 앉아 홋카이도산 맥주를 한잔 들이켰다. 낮 동안의 햇살로 데운 몸이 서늘한 맥주 한 모금으로 단번에 식는 느낌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마신 그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여름 홋카이도의 상쾌한 공기와 활기찬 분위기까지 함께 담고 있는 듯했다. ‘여행지의 맛은 결국 그곳의 기후와 사람들의 삶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특히 지리교사인 나에게 이런 기후와 경험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왔다. 평소 수업과 업무에 지친 몸과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이다. ‘진짜 쉬었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먼저 무더위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비에이와 후라노 _ 풍경의 압도 삿포로에서 렌터카를 빌려 비에이에 도착했다. 작고 소박한 역을 지나 언덕길을 오르자,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푸르른 초원과 군데군데 심어진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펼쳐졌다. 비에이의 대표적인 명물 중 하나인 ‘세븐스타 나무’ 앞에서는 한동안 차를 세우고 서 있었다. 1970년대 일본 담배 ‘세븐스타’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진 이 한 그루의 커다란 참나무는, 지금도 언덕 위에서 든든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 웅장한 모습은 단순한 나무라기보다는 비에이의 드넓은 초원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보였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은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이어 들른 곳은 사진작가 마에다 신조의 작품을 전시하는 탁신관(拓真館)이었다. 전시실에는 비에이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창밖으로는 하얀 자작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흰 줄기의 나무들이 줄지어 선 숲길을 걸으니, 잠시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이곳에서는 풍경이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예술과 감성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어 만난 비에이의 명물 ‘크리스마스트리’ 또한 인상 깊었다. 이름처럼 외롭게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마치 겨울을 기다리는 듯 고요하게 서 있었는데, 그 풍경은 사진 속 장면이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청의 호수(青い池, 아오이케) 역시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속에는 쓰러진 자작나무들이 고요히 잠겨 있었고, 특유의 푸른빛 수면은 날씨와 빛에 따라 미묘하게 색을 달리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방재 시설이지만, 지금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독특한 풍경으로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비에이와 함께 방문했던 후라노에서는 아쉽게도 시기상 7월 중순에 만개하는 라벤더를 볼 수는 없었지만, 대신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을 거닐며 일본 사람들 특유의 세심함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꽃밭 사이사이를 메운 색채의 조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원 예술 같았다. 특히 농장에서 먹었던 유바리 멜론과 라벤더 맛 소프트아이스크림은 후라노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 속에서 잠시 여행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풍경 너머의 이야기 _ 여행 후에 알게 된 홋카이도의 역사와 문화 여행하며 늘 느끼는 것은, 풍경은 단순히 눈앞의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영민 교수님의 책 지리학자의 인문여행에서는 여행은 세 번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떠나기 전 상상 속에서 한 번,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하며 한 번, 그리고 다녀와서 곱씹으며 또 한 번. 이번 홋카이도 여행 역시 그랬다. 돌아온 뒤 우연히 홋카이도가 원래 아이누 민족의 삶의 터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여행 중에는 기념품 가게에서 본 독특한 문양이나 낯선 음악을 그저 ‘특이하다’고만 느꼈는데, 그것이 바로 아이누 문화의 흔적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풍경 뒤에 숨어 있던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19세기 메이지 정부의 개척 정책으로 본토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들면서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감탄하는 풍요로운 농산물과 목가적인 풍경이 만들어졌다. 비에이의 계단식 밭과 후라노의 라벤더밭은 모두 이런 개척 역사의 산물임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산책의 목적으로만 방문했던 삿포로농학교(현 홋카이도 대학교)가 근대 교육과 서구 농학을 도입한 실험장이었고,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클라크 박사의 말은 지금도 이 땅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결국 여행지 속에서 경험하는 음식과 풍경 뒤에는 언제나 역사와 문화가 함께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을 이해하려는 시선이 더해질 때 여행은 비로소 깊어지고 의미 있게 남는다는 사실을 이번 여정을 통해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었다. 에필로그 _ 여행의 여운 5박 6일의 홋카이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창밖으로 멀어져 가는 홋카이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삿포로의 신선한 음식, 비에이의 초원과 나무들, 그리고 후라노의 정성스럽게 가꿔진 정원까지….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삶을 재충전하고 교육자로서의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왜 홋카이도를 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일상의 무더위와 바쁨을 잠시 벗어나 떠난 여행이었지만, 돌아와 보니 얻은 것은 단순한 시원함 이상이었다. 자연의 아름다움, 역사적 깊이, 그리고 사람들의 세심한 삶의 태도까지 고루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평소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달려가던 내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빠른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천천히 멈추어 서서,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여행이 가르쳐준 것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홋카이도 이야기를 들려주면 모두 “나도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홋카이도 여행의 핵심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에요. 천천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어야 풍경 속에 담긴 이야기들도 보이거든요.” 결국 여행은 풍경을 보는 일이자, 그 풍경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에서의 며칠은 나에게 ‘재료가 좋은 음식처럼, 배경이 깊은 여행이 진짜 맛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동시에 ‘삶도 그렇게 천천히 음미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남겨주었다. 언젠가 또 다른 계절에 다시 찾더라도, 이번 홋카이도 여행의 기억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더운 여름날이 찾아올 때면, 그곳의 선선한 바람과 고요한 풍경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될 것이다.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과 함께 근래 유행하는 ‘힐링 소설’ 중 하나다. 소설은 주인공 ‘지은’이 ‘메리골드’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은 마음속 얼룩을 지울 수 있는 마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옷에서 얼룩을 빼듯 마음 세탁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아픈 기억을 잊게 할 수 있다. 소설 등장인물들이 아픈 기억을 잊으면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것처럼 상당수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 같다. 소설 제목에도 나오는 메리골드(marigold)는 팬지·페튜니아·베고니아·제라늄 등과 함께 도심을 장식하는 길거리꽃 중 하나다. 노란색 또는 황금색 잔물결 무늬 꽃잎이 겹겹이 펼쳐진 모양의 꽃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독특한 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꽃 이름에 익숙지 않은 사람도 메리골드 사진을 보면 “아, 이게 그 꽃이야?”라고 할 정도로 길거리에 흔한 꽃이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많은 꽃 중 왜 메리골드일까 궁금했는데 메리골드가 주인공의 ‘엄마가 좋아하던 꽃 이름과 같은 이름의 도시’여서 고른 동네라는 대목이 있다. 주인공이 환생을 거듭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 헤매는 것이 소설 뼈대 중 하나인데 주인공이 방황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오늘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날, 메리골드가 선명하게 등장하고 있다. 순간, 주변을 동그랗게 맴돌고 있던 꽃잎들이 빠르게 회전하며 주황색으로 변색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심장에 포갠 손을 하나씩 천천히 떼어낸다. 흔들리던 꽃잎들이 삽시간에 심장으로 빨려 들어온다. 마지막 꽃잎 하나를 손에 쥐고 자세히 살펴본다. 메리골드다. 이 도시와 같은 이름의 꽃이다. 양손으로 조심히 꽃잎을 쥐고 꽃말을 나지막이 읊조려본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무엇이 행복이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나는 지나간 날들에 대한 후회를 멈추고 싶어. 생의 방랑과 방황을 멈추고 오늘을 살아가고 싶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소설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메리골드 꽃말을 중요한 포인트로 사용했다. 메리골드는 다른 원예종처럼 다양한 색과 종류의 꽃이 있다. 한 꽃송이에 주황색과 노란색이 함께 나타나는 프렌치메리골드는 만수국, 주황색 또는 노란색만으로 피는 아프리칸메리골드는 천수국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천수국이 만수국보다 꽃이 크다. 그냥 둘 다 메리골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필자는 메리골드 하면 발리가 떠오른다. 발리에 가보니 어디를 가나 메리골드를 볼 수 있었다. 우선 발리 사람들이 신에게 바치는 ‘차낭사리(Canang sari)’에 메리골드가 빠지지 않았다. 차낭사리는 힌두교를 믿는 발리인들이 신에게 바치는 예물이다. 코코넛 잎을 길게 잘라 접시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다양한 빛깔의 꽃과 음식을 조금씩 담은 것이다. 차낭사리는 집이나 거리·가게 등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차낭사리만 아니라 가게·거리를 장식하는 데도 메리골드를 많이 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쓰이니 메리골드를 재배하는 밭이 곳곳에 있었고 시장에서 큰 봉지에 담아 팔고 있었다. 발리 여인들이 아침마다 메리골드가 든 차낭사리를 집 안팎에 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읽을 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편안한 문장은 괜찮았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발리의 아침에 차낭사리를 만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소설은 마음 세탁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의 마음 얼룩을 지우는 에피소드들이 차례로 나오는 구조다. 그래서 소설의 구성과 깊이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힐링 소설에 흥미가 덜한 필자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길거리꽃도 세대교체 중 꽃말은 꽃의 특징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처럼 꽃말은 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접근성을 높여 주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신품종 꽃을 개발했을 때 이름 못지않게 꽃말을 만드는 데도 신경을 쓰고 신품종을 발표할 때 꽃말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꽃말은 각국의 풍토나 문화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아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것도 많은 데다,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당연히 명확한 기준도 없다. 그래서 좀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이 때문인지 식물 공부하는 사람들이 꽃말을 중시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꽃의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측면도 있어서 꽃에 관한 문화 중 하나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우리 주변엔 메리골드 등 기존 길거리꽃 말고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원예종 꽃이 많아졌다. 2023년 한 해 동안 꽃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에 질문이 많이 올라온 순서를 기준으로 골라보면 큰금계국·버들마편초·샤스타데이지·가우라·수레국화·꽃범의꼬리 등이 있다. 큰금계국은 요즘 ‘여름 대세꽃’이다. 6~8월 도심 화단은 물론 도로변과 산기슭에서 노란 물결을 만드는 꽃이다. 금계국이라는 이름은 꽃 색깔이 황금색 깃을 가진 ‘금계’라는 새와 닮아 붙인 것이다. 그냥 금계국은 혀꽃의 안쪽에 붉은색 무늬가 살짝 있는 점이 다른데 보기가 쉽지 않다. 버들마편초는 남미 원산의 여러해살이풀로 보라색으로 하늘거리는 모습이 예뻐서 근래 꽃밭 등에 많이 심는다. 줄기는 2m에 이르며 네모지고 까칠까칠하다. 꽃은 6~9월 붉은 보라색으로 핀다. 그냥 속명인 버베나(Verbena)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샤스타데이지는 여름에 줄기 끝에 흰색의 꽃이 한 송이씩 피는 원예종이다. 가을에 피는 구절초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름구절초라고도 부른다. 키는 40~80㎝ 정도이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미국 원산으로, ‘샤스타(Shasta)’는 미국 인디언 말로 흰색이라는 뜻이다. 시대에 따라 소설에 나오는 꽃들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소설에 팬지·페튜니아·베고니아·메리골드·제라늄 등 기존 길거리꽃이 자주 등장했다면 요즘 나오는 소설, 앞으로 나올 소설은 큰금계국·버들마편초·샤스타데이지 등 새로운 길거리꽃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크리처물의 거장으로 불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재해석한 ‘프랑켄슈타인’은 어떤 모습일까? 넷플릭스에서 1,600억 원을 투입한 영화 프랑켄슈타인이 11월 7일 공개 예정이니 곧 확인할 수 있다. 극장산업과는 척지고 있던 넷플릭스가 이례적으로 10월 22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면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극장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도 했다. 지난 9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로 첫 내한하여,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한국 관객을 최초로 만난 바 있다. GV에 참석한 관객 380명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퍼포먼스로 그의 내한을 고대해 온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을 선사했다. 모두 알다시피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이 원작이다.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18세 소녀가 쓴 이 공포 소설은 당시 사회 정서상 익명으로 출간됐지만, 무분별한 과학기술 개발에 대한 비판부터 연구자의 윤리 문제, 창조자와 피조물 간의 관계, 어린 여성 작가라는 자전적 요소까지 투영되면서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1931년 개정판에서 메리 셸리가 저자 본명을 밝히면서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오늘날 SF 장르의 효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최초의 프랑켄슈타인 영화 제작자는 에디슨 이 매력적인 소설에 당대 최신 기술이었던 영화가 눈독을 들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현재까지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영화는 수십 편에 달한다. 처음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스크린에 담은 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발명가 에디슨이다. 1910년 10분 분량의 무성영화를 만들었는데, 인형을 불태우는 장면을 촬영해 필름을 역재생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본격 유성영화 시대가 열리자, 유니버설 픽처스가 1931년 제임스 웨일을 감독으로 내세워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다. 당시 26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 영화로 북미에서만 1,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엄청난 흥행에 성공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곧장 후속 영화 작업에 착수해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 프랑켄슈타인의 아들(1939), 프랑켄슈타인의 귀신(1942) 등의 영화를 선보였다. 194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늑대인간·드라큘라 등 다른 크리처들과 이종 교배하는 영화까지 탄생했지만,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스토리는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과는 거의 연관성이 없다. 그래도 1931년 프랑켄슈타인이 후대 영화들에 끼친 영향이 하나 있다. ‘프랑켄슈타인’ 하면 바로 떠오르는 ‘높은 이마와 나사가 박혀 있는 평평한 머리의 괴물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영화라는 점이다. 사실 원작 소설에서 괴물은 이성과 지식을 갖춘 존재로 묘사된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이고, 그가 만들어낸 피조물은 이름조차 없이 ‘그것’, ‘괴물’ 등으로 불리지만,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한 이유로 초기부터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착각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2014년 영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에서는 아예 ‘아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으로 악마와 맞서 싸우는 전사로 나온다). 이후 상당 기간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의 전형적인 괴물 모습으로 활용됐고, 시체를 조합해 만들어낸 점을 부각하기 위해 피부를 초록색으로 표현하는 작품도 있었다. ‘푸르딩딩’한 피부와 머리에 나사 박힌 괴물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영화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994)을 꼽을 수 있다. 배우 겸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가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을, 괴물 역은 로버트 드 니로가 맡았다. 이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얼굴 곳곳에 굵은 바느질 선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비교적 원작 소설의 괴물 모습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평가받았다. 원작에서처럼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과 같은 신부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두려움에 못 이겨 죽은 약혼녀 엘리자베스를 살려내지만, 끔찍한 외모를 보고 불 속으로 뛰어들며 스스로 목숨을 버린다. 이후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모두 죽음을 맞이하는 원작과는 다른 결말로 관객에게 충격을 줬다. 크리처물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프랑켄슈타인을 재창조하다 이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2025년 작품 프랑켄슈타인을 이야기할 차례다. 판타지·크리처물의 거장 델 토로 감독의 팬이라면 프랑켄슈타인이 감독 필생의 숙원이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7살 때, 교회에 다녀온 일요일 오후 TV에서 프랑켄슈타인(1931년 작품)을 본 후, “저게 내 메시아고, 예수다!”라고 확신했다는 일화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세상에 내버려진 존재’라는 점에서 공감했다는 그는 할리우드로 옮긴 후 여러 차례 필생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려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미국작가조합 파업, 제작사의 시리즈화 요청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부터 작업한 넷플릭스에서 피노키오, 호기심의 방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제작한 후,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마침내 환갑을 넘겨서야 영화를 완성했다.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은 기존 영화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성이 있을까? 이번 영화에서 그는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는 원작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랐다. 적절히 각색된 부분도 있는데, 원작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깊은 밤 공동묘지에 가서 시체 중 비교적 온전한 부분들을 떼어와 조합해 피조물을 만드는데, 델 토로 감독은 든든한 후원자를 통해 전쟁터에서 죽은 군인들의 시체를 대량으로 조달받는다. 이 점에서 원작의 프랑켄슈타인에게는 한 명의 미치광이 과학자가 연상된다면, 델 토로의 영화에서는 전쟁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는 군수산업자로 인해 죄 없는 젊은이들이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벌판에서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며 사회적인 고발의 측면도 상기시킨다. 그렇게 탄생한 피조물은 과연 크리처물의 대가다운 솜씨가 충분히 발휘됐다. 델 토로 감독은 ‘신생아와 같은 모습의 피조물’을 상상하며 골상학과 해부학을 공부해 매끈한 피부에 키도 2m가 넘는 피조물을 만들어냈다. 기존 영화에서의 프랑켄슈타인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물론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를 흉측하다며 피한다(원작의 설정과 동일). 기존 프랑켄슈타인과 다른 건 외모만은 아니다. 칼로도 총으로도 심지어는 다이너마이트로도 죽지 않는다. 소설 원작에서 피조물은 ‘생명체 안에 자체적인 전기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갈바니즘 이론으로 탄생하는데, 거대한 피뢰침으로 모인 번개 에너지로 생명을 부여받은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은 기존 괴물들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던 엄청난 재생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죽을 수 없는 불멸자의 고뇌와 슬픔이 더 깊은 절규로 다가온다. 또 하나, 이번 영화에서 델 토로 감독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설정했다. 델 토로 감독은 1993년 데뷔작 크로노스부터 악마의 등뼈(2001), 판의 미로(2006), 셰이프 오브 워터(2018)와 같은 작가주의 작품과 더불어 블레이드 2(2002), 헬보이(2004), 퍼시픽 림(2013)과 같은 오락영화에서 일관되게 ‘부자(父子) 관계’에 대한 탐색을 거쳐왔다. 엄밀히 따지면 할아버지와 소녀, 계부와 딸 심지어 로봇(아들)과 조종사(아버지)처럼 전형적인 부자 관계가 아닌 영화도 있다. 하지만 델 토로 감독은 이런 유사가족의 형태까지 포함하면서 부자 관계를 계속해서 자신의 영화 안에서 은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델 토로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직접 속내를 밝혔다. “프랑켄슈타인이 나와 아버지 관계에 대한 우화라는 걸 수년간 만들면서 깨달았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됐던 것처럼. 요즘은 많은 것이 이분법적이다. 사람이라면 아침에는 성인이지만 저녁에는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왜 용서하지 못할까? 프랑켄슈타인에서 그런 부분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를 인정하자고. 아버지도 한 명의 사람이다. 그걸 인정한다면 우리는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피조물 ‘그것’은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갈까? 델 토로 감독의 부자 관계에 관한 생각은 정말 바뀐 걸까? 궁금함은 넷플릭스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사진 제공·출처 ● 넷플릭스, 위키백과, 네이버 영화, 공식 예고영상 캡쳐
사랑이 있는 교육이 인생과 사회를 바꾼다 (김형석 지음, 위더북 펴냄, 244쪽, 1만 6,000원)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김형석 교수가 사색과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이 교육의 토대를 이룰 때 아이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교육현장에 사랑을 불어 넣으면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이 자라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공동체의 신뢰와 연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정책과 사회적 흐름을 비판적으로 짚고, 부모와 교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을 제시한다. 카리스마 제로 선생님의 기적의 논어 대화법 (이정희 지음, 상상아카데미 펴냄, 248쪽, 1만 6,800원) ‘한때 교실붕괴를 경험했던 평범한 교사가 논어의 지혜로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과정을 담았다. 책은 공자의 가르침을 현대 교육현장에 맞춘 40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아이의 말부터 듣고, 교사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꾸짖음 대신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학생의 자율성과 교사의 신뢰가 함께 자라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지시보다 공감, 훈육보다 경청이 교육 본질에 더 가깝다는 점을 강조한다. 깊이 있는 수업을 위한 그림책 탐구 질문 1000 (강지혜 등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408쪽, 2만 5,000원) 오랜 기간 그림책 연구 모임을 이어 온 7명의 교사가 사회정서학습에 좋은 그림책 50권을 엄선해 만든 ‘탐구 질문’을 소개한다. 단순히 그림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 ‘묻고 나누는’ 깊이 있는 탐구로 확장하기 위한 질문을 모았다. 질문을 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눠 제시하므로 대상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뽑아 쓸 수 있다. 그림책 탐구에 몰입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한 활동지도 수록했다. 관찰 육아 (박은희 지음, 상상아카데미 펴냄, 240쪽, 1만 6,800원) 초등교사이자 두 자녀의 엄마인 저자가 ‘관찰하는 육아’를 통해 얻은 통찰을 담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통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태도’가 아이와 부모 모두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다. 저자는 ‘관찰’이 상호작용과 성장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부모가 먼저 자신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아이를 향한 기대와 판단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아이도 스스로 일어설 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도 식물하러 갑니다 (손연주 지음, 주니어RHK 펴냄, 124쪽, 1만 5,000원) 식물 덕후에서 ‘가드너’가 된 현직 연구원의 진로탐험 에세이. 학생 시절부터 식물에 매료돼 국립수목원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과정을 청소년들이 익숙한 인스타툰과 그림일기 형식으로 유쾌하게 풀어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과 ‘내가 꿈꾸는 것’을 고민하고 탐색하게 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가드너의 업무를 만화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질문의 숲 (김종원 지음, 포레스트북스 펴냄, 264쪽, 1만 8,000원) 청소년 철학 시리즈 ‘숲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질문’을 주제로 사고력과 내면 성찰을 돕는다. 저자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여섯 가지 숲길을 제시한다.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질문부터 어떤 어려움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세워주는 질문까지. 청소년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주는 ‘좋은 질문’이다. 한 줄 필사로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김명교 지음, 언더라인 펴냄, 170쪽, 1만 7,000원) 좋은 글을 필사하며 글쓰기의 기초 감각을 다져가는 실천형 안내서다. 짧은 문장과 필사 공간을 좌우로 배치해 독자들이 직접 글을 옮기며 문장의 리듬과 어감을 감각적으로 체득하게 했다. 필사한 문장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거나 변형해 보는 연습도 포함되어 있다. 기사, 일기, 연설문, 동시, 동화, 의태어와 의성어 사용하기, 묘사, 비유 등 8가지 글쓰기 표현법을 익히도록 안내한다. 낭독하는 아이 (서혜정·정윤경 글, 어수현 그림, 다봄 펴냄, 120쪽, 1만 5,000원) 엑스파일 스컬리의 목소리로 알려진 성우 서혜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첫 창작동화. 소심하고 목소리가 작아 고민인 어린 ‘서혜정’이 슈퍼문이 뜬 날, 오래된 저택에서 당당하고 멋진 어른이 된 자신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낭독을 통해 자율적 사고와 당당한 태도를 갖춰가는 이야기를 통해 ‘낭독을 하면 여러분의 미래가, 꿈이 달라져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우리는 종종 뉴스·드라마·다큐 등을 통해 어찌 사람이 이토록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를 접하곤 한다. 학교에서도 가끔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사이코패스 아냐?”라는 말을 하게 되는 학생을 만날 때가 있다. 특히 학교폭력 가해자 중엔 피해자가 울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왜 울지?’라는 무심한 얼굴로 지루하다는 듯 딴짓을 하거나, 가해자끼리 서로 눈을 마주치며 히죽 웃기까지 한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 마음이 아픈 아이라며 마인드컨트롤 해보지만, 상담자도 사람인지라 치밀어 오르는 절망감·분노·안타까움·무기력감 등 복잡한 감정으로 하루 종일 정신줄을 놓곤 한다. 이들은 글러 먹은, 개선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일까?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을까 아니면 자라온 환경이 이들을 괴물로 만들었을까? 최근 TV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 등장한 연쇄살인마 정이신은 ‘측은지심을 갖고 자란’ 아들에게 “핏줄은 의미가 없어. 넌 나랑 다른 사람이야. 난 그게 좋아”라고 말한다.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어도 환경에 따라서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연쇄살인마의 말은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사이코패스 과학자’로 유명한 신경뇌과학자 제임스 팰런(James Fallon)의 세 다리 이론(Three-Legged Theory)의 핵심과 맥을 같이 한다. “내 뇌가 사이코패스였다” – 어느 신경뇌과학자의 고백 2005년 어느 날, 연쇄살인마의 뇌를 연구하던 팰런은 우연히 자신의 뇌 패턴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 패턴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동료들에게 설명하자 “어쩐지, 그래서 그렇게 공감 능력이 떨어진 거구나”는 반응을 보였다. 본인만 몰랐을 뿐, 이미 주변인들은 그의 남다름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며칠 뒤 팰런은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더 확인한다. 자신의 부계 혈통에서 악명 높은 친족 살해범과 흉악범들이 많았으며,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와 형제들까지도 전사(戰士, warrior) 유전자, 즉 사이코패스의 피를 이어받았음을 확인한 것이다. 팰런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나쁜 짓을 한 적은 있어도 사이코패스라고 불릴 정도로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팰런은 자신의 삶을 찬찬히 되짚어봤다. 그리곤 마침내 자신이 사이코패스 뇌를 가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유사 폭탄 물질을 개발해서 불을 지르고 다니는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장례식장에서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 시체를 보며 유가족에게 “드레스가 예쁘다”고 말할 정도로 공감 능력이 떨어졌으며, 중요한 약속을 어기거나 잦은 외도를 저질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성격을 돌아보며 감정적으로 냉담했고, 사람들의 슬픔에 무관심했으며, 사람을 조종하거나 경쟁에서 이기는 데서 큰 쾌감을 느껴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살인자는 아니지만, 형편없는 인간이었다. 조종하고, 경쟁하며, 감정적으로 얕았다. …(중략)… 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친절하다고 믿어왔지만, 그들로부터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으로 무심한 사람인지 듣게 되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p. 112~125 사이코패스 _ 정서의 다리가 무너진 사람 심리학에서 인간은 세 발 의자와 같다. 세상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힘은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성, 공감하고 양심을 느끼는 정서, 인지와 정서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세 가지 다리에서 나온다. 이 세 다리가 균형을 이루면 인간은 곧게 선다. 그러나 어느 하나라도 짧아지거나 부러지면 넘어지고 만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Martha Stout)는 저서 양심 없는 사람들에서 사이코패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이코패스는 인간의 기본적인 억제 장치, 즉 양심이라는 안전장치가 결여된 사람이다.” 결국 사이코패스는 ‘정서의 다리가 무너진 사람’, 즉 머리(인지)와 손발(행동)은 있지만 가슴(정서)이 없는 사람인 셈이다. 이들은 인지와 행동의 다리는 정상적이거나 오히려 뛰어나기에 계산에 능하고, 사회적 규범을 흉내 낼 줄 알며, 말솜씨가 능숙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 계획도 치밀하다. 하지만 정서의 다리가 짧거나 부러져 있기 때문에 공감 능력은 현저히 부족하고,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위험 추구, 계획적 범행, 타인 조작을 하여 사회적으로 위험한 결과를 낳게 된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만, 마음 이론은 유지된다. 그들은 타인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지만, 타인이 느끼는 것을 함께 느끼지는 못한다.”-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p. 88 팰런은 사이코패스의 핵심 특징을 ‘정서적 공감의 결핍’이라고 강조한다. 사이코패스는 ‘상대가 지금 겁에 질려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불안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타인의 감정을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는 인지적 공감(계산된 공감)은 할 수 있지만,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은 결핍되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타인의 의도를 읽고 조종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하다. 사이코패스를 완성하는 세 가지 조건 그렇다면 사이코패스 유전자가 있는 팰런은 어떻게 범죄자가 아닌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팰런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발현되려면 세 가지 조건, 즉 유전적·뇌신경학적·환경적 조건이 동시에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는 ‘세 다리 이론(Three-Legged Theory)’을 통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더라도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 유전적 다리 사이코패스 기질은 일정 부분 유전된다. 특히 ‘전사(戰士) 유전자’라 불리는 MAOA 변이가 충동성·공격성, 공감 부족과 관련 있다고 보고된다. ● 뇌 발달과 신경학적 다리 사이코패스의 뇌는 전두엽과 편도체의 비정상적인 활성화 패턴을 보인다. 이는 타인의 고통을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충동적 결정을 쉽게 내리는 원인이 된다. ● 환경적 다리 어린 시절 학대·방임·폭력적 양육 환경 및 사회적 배제 등 부정적 경험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범죄로 이끄는 기폭제가 된다. 사이코패스 범죄자 중 70%가 유아기에 신체적·감정적·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답했다. 반대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은 기질적 위험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팰런은 스스로를 ‘친사회적(pro-social)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니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무해한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유전적 다리와 뇌신경학적 다리를 가졌지만, 부모의 올바른 양육과 교육 덕분에 학습된 공감으로 ‘친사회적 사이코패스’가 되었다고 말한다. 즉 타고난 유전적 요인과 뇌신경학적 요인은 어찌할 수 없더라도 따뜻한 양육 환경과 관심·공감의 경험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는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졌지만, 그렇다고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위험 요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반사회적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자애로운 아버지와 통찰력 있는 어머니가 일찍부터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보고 잘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취약성을 만들 뿐이며, 환경이 균형을 기울인다.”- 제임스 팰런, 괴물의 심연, 본문 요약 정리 환경적 다리를 가장 강력하게 지탱하는 힘, 교육 세 다리 이론은 결국 교육의 역할을 다시 묻게 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우리는 가끔 머리는 똑똑하지만, 마음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정서적 공감능력이 결핍된 아이들’을 만난다. 시험 점수는 늘 상위권이고 또래보다 논리적·이성적이지만 친구의 아픔에는 무심한 아이, 무한경쟁 속에서 자신의 성취를 위해 다른 친구의 노력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아이, 따돌림 상황에서 웃으며 방관하거나 오히려 즐기는 태도를 보이는 아이, 교사에게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지만 뒤에서는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인지와 행동의 다리는 길게 자랐으나, 정서의 다리가 짧아 불균형 상태인 이 아이들은 팰런은 이렇게 표현한다. ‘공감의 껍질은 남아 있으나 감정의 불꽃이 꺼진 상태’ ‘정서적 공감능력이 결핍된’ 아이들과 상담하다 보면 마음이 짠해지며 안타까움이 일어난다. 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상태도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저 “아, 모르겠어요. 그냥 짜증 났는데”라며 투덜거릴 뿐이다. 자기 감정도 모르는데, 상대방의 감정을 제대로 읽어낼 리 만무하다. “그 친구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음, 기분 나빴겠죠, 뭐”라는 시큰둥한 답변이 돌아올 뿐이다. 안타까운 상황을 전해 들어도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면 “어쩌라고? 내 알빠노(‘내가 알아야 하나?’의 의미를 지닌 신조어)”라며 무관심하다. 세 다리로 서 있는 사람은 어느 다리 하나라도 짧거나 부러져 있으면 작은 충격에도 쓰러져버릴 수 있다. 교육은 세 번째 다리, 즉 환경적 다리를 놓는 과정이다. 우리가 학생의 뇌와 기질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환경(교육)은 그들을 올곧게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팰런 교수가 사이코패스 기질을 갖고 태어났지만, 부모의 관심과 학교의 올바른 교육이 버텨주면서 범죄자가 아닌 교수가 되었듯이 말이다. 모든 아이가 팰런처럼 ‘운’이 좋지는 않다. 대부분은 가정에서도 정서적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이 하지 못한다면 교육기관 혹은 단 한 명의 지지자, 즉 아이가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면 세 번째 다리는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연쇄살인범 아들을 ‘측은지심’이 있는 형사로 키워 낸 최중호처럼 말이다.
‘월스트리트’는 오늘날 금융 중심가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통용되는 이름이다. 단순한 거리의 명칭을 넘어 전 세계 자본이 응집된 공간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단어는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비롯되었다. 세계 최대의 증권거래소와 금융기관이 모여있는 곳으로, 미국 경제를 넘어 글로벌 금융질서를 주도해 온 상징적 무대이다. 따라서 ‘월스트리트’라는 표현은 단순한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금융의 메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그렇다면 한국에도 이와 같은 ‘월스트리트’가 있을까?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심장부로 불릴 수 있는 금융 중심지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은 바로 ‘여의도’이다. 여의도는 국회의사당과 방송국이 위치한 정치·언론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증권사·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금융 1번지라는 점에서 ‘한국의 월스트리트’라 불린다. 실제로 한국 자본시장의 흐름은 상당 부분 여의도의 빌딩 숲에서 결정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단순히 지리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 배경에는 한국 경제 발전사와 맞물린 역사적 흐름이 존재한다. 이제 우리는 한국판 월스트리트, 여의도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자. 장마철만 되면 범람하던 모래섬에서 공군비행장으로 오늘날 여의도는 고층 빌딩과 금융기관이 늘어선 서울의 핵심지이지만, 개발 이전의 여의도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개발 이전의 여의도는 한강 한가운데에 자리한 모래섬에 불과했는데, 홍수가 나면 섬의 경계가 모호하게 될 정도로 자주 잠기는 땅이었다. 처음으로 이 일대에 관심을 둔 것은 1916년 3월, 일제강점기 때였다. 당시 간이 비행장이 필요했던 일제는 동쪽 끝에서부터 서쪽 끝까지 언덕 하나 없는 여의도에 주목했다. 당시 조선총독부에서는 여의도를 비행장 건립에 적합한 평지로 보고 여의도 비행장을 건설하였으며, 한국 최초의 비행장이 여의도에 세워지게 되었다. 이 비행장은 제국주의 침략을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1922년 4월 조선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이 이곳에서 시범 비행을 펼치며 조선인들의 자긍심과 독립 의지를 고취하는 역사적 장소가 되기도 했다. 해방 이후, 이곳에는 대한민국 공군의 전신인 ‘국방경비대 항공부대’가 결성되면서 여의도는 한국 공군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1954년에는 ‘여의도 국제공항’으로 정식 개항하면서 민간 항공기능까지 맡게 되었다. 하지만 여름마다 반복되는 한강 홍수로 인해 공항 운영은 늘 어려웠다. 결국 1961년, 국제공항 기능은 김포공항으로 이전되었고, 1971년에는 공군기지가 성남 서울공항으로 완전히 옮겨가면서 여의도 비행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급격한 산업화와 인구 팽창으로 인한 대안, 여의도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반은 한국 사회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던 시기였고, 서울 역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주거지와 업무지 확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사대문 안팎에 더 이상 주거지를 공급할 땅이 없다고 지적하며 서울시에 대규모 주택공급을 지시했다. 이 문제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여의도에 주목했다. 여의도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평지였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모래섬이었다는 점이었다. 서울시는 섬 둘레를 따라 제방을 쌓고 땅을 매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비만 오면 물에 잠기던 황량한 모래섬을 항상 물 위에 떠 있는 진짜 땅으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밤섬을 폭파해서 만든 섬 여의도 개발을 위해 먼저 해야 할 것은 제방을 쌓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방 공사를 위해 필요한 대량의 모래와 자갈, 심지어 바위까지 확보하는 것은 그 당시 자원과 재원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먼 지방에서 이 자재들을 운반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서울시는 현지조달, 즉 인근 지역에서 필요한 골재를 조달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었다. 이때 물색 된 현지 골재 조달지가 바로 인근에 있던 ‘밤섬’이었다. 밤섬은 여의도보다 지형이 더 높고 견고했으며, 큰 돌덩어리들과 자갈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섬이었다. 서울시는 1968년 2월 밤섬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했고, 여기서 나온 돌과 자갈로 여의도 주변에 제방을 쌓았다. 서울은 싸우면서 건설한다. 110일간의 미션 여의도 제방 공사를 시작했던 1968년 당시의 서울시장은 김현옥 시장이었다 그의 별명은 불도저 시장. 그만큼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행정을 펼치는 시장이었다. 여의도 제방 공사 역시 그가 추진한 대규모 개발 공사였다. 통상 2년 이상 걸릴 공사였지만, 여름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끝내야 했기 때문에 공기를 최대한 단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의 우리나라 개발 자원과 기술은 거의 전무했고, 인력과 장비 모두 부족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1억 원 상당의 트럭 50대를 긴급히 구해 오기도 했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사는 연 5만 8,400여 대의 중장비와 52만 명의 인력이 8시간씩 3개조로 24시간 내내 동원되었으며, 밤낮없이 작업이 이어졌다. 그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반포호텔이었는데, 그 건물 높이만큼의 모래 언덕이 여의도 전역에 440여 개나 존재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이 모래 언덕들을 모두 사람이 지게로 날랐다는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마포대교가 없었고, 임시 다리 정도만 있었는데 그 다리를 트럭이 지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래나 자갈 등을 섬 인근까지 트럭으로 운반하고, 섬까지는 모두 사람이 지게로 지고 나른 것이다. 이런 힘든 환경 속에서 인력을 총동원한 지 110일 만에, 1968년 6월 총길이 7.6km의 여의도 윤중제1는 완성되었다. 이 윤중제 덕에 여의도는 이제 한강 변의 저지대 침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안전한 택지로 변모하여 본격적인 도시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여의도가 ‘한국의 월스트리트’가 된 까닭 여의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는 넥타이를 맨 증권맨과 ‘대한민국 최대의 증권가’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여의도가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게 되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한국증권거래소의 이전이었다. 원래 명동에 자리하던 증권거래소가 여의도로 옮겨온다는 소식이 1974년부터 전해졌고, 1978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여의도에 들어오면서 관련 금융기관과 증권사들도 속속 여의도로 모여든 것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증권거래 대부분이 수기로 이루어져 처리 속도와 효율성이 낮았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전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졌는데, 이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려면 증권사·거래소·금융당국·은행 등 금융시장 핵심 기관들이 한곳에 모여있어야 했다. 그 최적의 장소가 바로 여의도였다. 물론 증권사들의 이전은 순탄치 않았다. 여의도는 모래땅에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접근성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받기도 했고, 풍수지리적 인식에서도 여의도를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경제 호황과 함께 업무 효율성 제고가 절실해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점차 증권사들이 여의도로 이전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여의도 증권가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대법원도 여의도에 세워질 뻔했다? 여의도의 가장 상징성 있는 건물을 떠올려보자면, 역시나 ‘국회의사당’이다. 여의도 개발계획 수립 당시 사대문 안에 있던 국회의사당을 옮겨오는 계획이 확정되면서 여의도 개발은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하지만 여의도 개발 초기에는 국회뿐 아니라 주요 권력기관과 외국 대사관까지 이전해 정치·행정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다. 서울시청·대법원·서울고등법원·대검찰청·서울고등검찰청 등 핵심 공공기관을 비롯해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주요국 대사관을 함께 옮겨 대규모 행정·법조타운을 조성하려 했다. 이는 사대문 안에 자리한 기존 주요 청사 및 대사관 부지를 재개발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법조인들을 비롯한 권력기관 관계자들은 “왜 우리가 신도시 같은 여의도로 가야 하느냐”라며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사관 역시 이전에 부정적이었고, 결국 대규모 이전 계획은 무산되었다. 서쪽은 국회의사당, 동쪽은 시범아파트 서여의도에는 계획대로 국회의사당이 들어왔다. 일찌감치 여의도 이전을 확정한 국회사무처는 의사당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주변에 건물을 세우는 기업에 의사당보다 낮은 층고를 요구했다. 그 결과 여의도는 공원을 경계로 동쪽은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가 즐비하고, 서쪽은 상대적으로 낮은 건물들이 배치된 ‘동고서저(東高西低)’의 독특한 도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는 정치권력이 도시 공간의 형태에까지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동여의도의 행정·법조단지 계획은 무산되면서 재원확보를 위해 이 땅을 아파트 부지로 팔게 된다. 이때 들어온 아파트가 바로 여의도의 ‘시범아파트’이다. 시범아파트는 당시 기준으로 최첨단 주거 시설이었다. 연탄 대신 중앙난방식 보일러가 설치되었고, 건물 높이는 무려 12층으로 당시 한국에서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정부청사나 대형 백화점에나 있던 엘리베이터를 아파트에 도입하였는데, 시범아파트가 주택 단지로서는 두 번째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시범을 보일만한 아파트였다. 이러한 혁신적 시설 덕분에 시범아파트는 곧 여의도의 상징적인 주거지로 자리 잡았고, 그 뒤를 이어 삼익·대교·한양 등 민간 아파트 단지들이 연이어 건설되었다. 여의도 부동산의 특징과 미래 여의도 부동산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입지 가치’이다. 여의도 자체가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하나로 꼽히며, 광화문과 강남 역시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 업무와 생활의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또한 한강 변에 자리하고 있어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IFC몰과 더현대 서울 같은 대형 생활편의시설은 일상에 풍요로움을 더한다. 이러한 입지적 장점들 덕분에 여의도는 오랫동안 전통적인 부촌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다 보니 단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크지 않다. 아파트의 연식이 오래되었다는 점과 높은 집값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뿐. 현재 여의도 아파트들의 시세는 서울에서도 최상급에 속한다. 평당 1억도 훌쩍 넘는 가격인데, 평당 1억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는 곳은 서울 내에서도 강남·서초·잠실·성수·용산 정도가 전부다. 즉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급지로 손꼽히는 곳들이다. 여의도의 미래는 재건축과 도시 재편에 달려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 단지들이 차례로 재건축에 들어가게 되면,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10년 후, 한강 변을 배경으로 다시 태어난 여의도의 웅장한 도시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홍콩의 마천루 못지않은 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학교는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며 그 중심에는 가르침의 전문가인 교사가 있다. 학교교육은 교수자인 교사와 학습자인 학생이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교수와 학습이란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교수와 학습은 동물과는 구별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활동이다. 인간은 교수와 학습을 통해 문화를 전수하여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고, 보는 지식과 생각하는 힘 등을 익혀서 이 세상에 유일한 인간으로 재탄생하여 나만의 위대한 삶을 영위한다. 장학1은 이처럼 중요한 교사의 교수 역량 등을 높이기 위해 실시되며, 이때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존중될 때 그 효과가 크다. 그러나 과거의 교내 장학은 교사의 전문성 신장보다는 교원 평가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런 교내 장학에 대하여 교사들은 형식적 절차로 인식하고, 거부감을 가지게 되어 장학을 둘러싸고 학교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서이초 사태 이후 현안인 교권보호에 집중하다 보니 전문성 신장과 수업방법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장학은 순위가 밀려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학의 본래 기능은 사라지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일부 학교들은 교내 장학의 본질인 수업방법 개선 등에 초점을 두고, 능동적인 문제해결중심의 집단지성 수업장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방 교육자치와 교육 분권화의 흐름 속에서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학교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내 자율장학은 필수다. 학교장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자기결정·자기통제·자기책임을 바탕으로 교내 자율장학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곧 공교육의 신뢰 회복과 교권 확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내 자율장학의 의의와 유형 ● 교내 자율장학의 의의 교사들은 지적 수준과 주체성이 높은 집단이기에 존중받는 경험 속에서 수많은 관문을 통과하며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왔다. 따라서 이들은 성과나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자신이 주체가 아닌 단순한 객체라고 느끼는 순간, 과업에 대한 의미와 흥미를 잃게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교사의 특성상 교수·학습방법 개선은 외부의 지시나 통제에 의한 타율적 방식보다는 교사의 성찰과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자율적 방식, 즉 자기장학이 효과적이다. 자기장학은 교사가 자기주도적으로 수업기술 향상과 전문성 신장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교내 자율장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내 자율장학이란 단위학교에서 교육활동 개선을 위해 학교장 중심으로 전체 교직원들이 상호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서로 지도·조언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 교내 자율장학의 유형 교내 자율장학은 운영 방식과 참여 형태에 따라 자체연수·동료장학·자기장학·수시장학·임상장학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유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교내 자율장학의 활성화 방안 1) 장학 담당자의 역할 제고 ● 지원 중심의 장학을 통한 교사의 인식 전환 학교장을 비롯한 교내의 장학 담당자는 교내 자율장학이 활성화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 조성을 통해 교사들이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수·학습경험이 많고 능력 있는 교사들이 먼저 자기 수업을 분석하고, 이를 다른 교사와 함께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교내 장학 담당자는 장학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고, 교사들과의 소통 강화를 통한 인간관계의 신뢰 형성과 행·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교내 장학 담당자가 유념해야 할 것은 교사들에게 부담은 매우 크지만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효과가 낮은 장학은 지속되기 어렵다. 고로 교사에게 부담은 적으나 교수·학습방법 개선에는 효과가 큰 장학을 시행해야 한다. 이런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장학을 통해 교사들이 교내 장학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해야 한다. ● 교사의 소명의식 제고를 통해 자기 장학의 활성화 교직의 특성상 교사들의 수업방법 개선은 궁극적으로 자발성을 내포한 자기장학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사는 한시도 배우는 일에 소홀함이 없는 자기장학을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서와 연구, 각종 연수와 학회 참여, 학위과정 이수 등을 통해 전문성을 꾸준히 신장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수자로서의 사명감과 역할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학교 내에서 자기장학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교내 장학 담당자는 교사들이 자기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진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야만 한다. 2) 집단지성을 활용한 교내 자율장학 방안 ● 모두가 함께하는 집단지성의 자율장학 교사들은 매우 우수한 집단이나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공유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수업방법에 대한 암묵지(tacit knowledge)2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신규교사나 젊은 교사들이 수업장학에 대해 많은 부담을 느낀다. 일부 교사들은 수업장학을 종종 도살장에 끌려가는 느낌으로 표현하곤 한다. 이는 수업장학이 수업자 한 사람의 몫으로서 작품 발표회와 같은 성격으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자율장학은 ‘나 홀로 공연’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시간’으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내 자율장학을 동학년·동교과가 중심으로 운영하여 교사들이 공동으로 연구문제를 설정하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장학을 수업 전 활동, 수업활동, 수업 후 활동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밀도 높은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하여 전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 동학년(동교과)이 하나의 교수·학습과정안 작성하여 수업하기 먼저 수업 전 활동에서는 동학년(동교과) 교사 모두가 참여하여 연구할 교과목·단원·차시를 정하도록 한다. 이후 공동으로 교수·학습과정안을 작성하여 수업 전에 제출하도록 한다. 수업활동은 공동으로 작성한 동일한 교수·학습과정안으로 하되, 먼저 수업한 교사의 수업을 참관한 후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여 자신의 수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수업 후 활동에서는 수업 전 설정한 연구문제와 수업 의도 그리고 실제 수업에서 느낀 점 등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진행한다. 이때 장학 담당자가 지원해야 할 내용, 동료교사들이 알아야 할 내용 등을 함께 논의하는 공유 중심, 집단지성 중심의 수업 후 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협의한 결과를 중심으로 최종 교수·학습과정안을 제출하게 한다. ● 필요한 경우 외부전문가를 활용하기 예산이 확보되어 있거나 교사들의 요구가 있는 경우, 외부전문가를 불러서 수업 전 활동, 수업활동, 수업 후 활동 모두 또는 일부에 대해 멘토링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수업 후 활동에서는 공동의 피드백뿐만 아니라 수업자에게 개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배려하면 장학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우리 학교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요. 뭔지 아세요?” 교장실에서 만난 서울 성자초등학교 이은정 교장은 대뜸 기자에게 퀴즈를 냈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고 교문에 들어섰을 때 이후를 되짚어보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둔한 관찰력을 자책하는 순간 이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학교의 학생·교직원·학부모가 세 가지 보물이에요.” 듣고 보니 그렇다. 학교에 이보다 더한 보물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구성원 모두가 가장 소중한 존재 아닌가. 기왕 한 방 먹고 시작한 김에 본격적으로 보물찾기에 나서봤다. 성자초는 최근 학부모 동의율 81%로 혁신학교 신청을 마쳤다. 단순히 제도 전환을 넘어, 학교를 이끌어가는 철학과 실천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교장은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학부모의 신뢰라는 세 축이 함께 움직이는 학교”라며 성자초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시절, 생태교육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교육정책에 탄소중립을 접목했고, 영국 BBC 등 세계가 주목한 농촌유학 프로그램도 그의 손을 거쳤다. ◇ 활발한 학생자치, 스스로 만드는 학교문화 성자초 학생들은 교내 자치활동을 통해 학교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신청곡 라디오 방송’은 학생회가 교내 방송을 이용해 직접 학생들의 사연을 받고 DJ처럼 진행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사연 속에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 또래 고민, 소소한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이들만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희망급식 조사’나 ‘학교폭력예방 캠페인’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획·실행한다. 중간놀이시간 ‘안전지킴이 활동’처럼 또래의 안전을 지키는 프로그램도 학생회 주도로 운영된다. 신입생 환영 영상 제작, 현장체험학습 참여 등에서도 학교자치의 힘이 드러난다. 이 교장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를 꾸려간다는 자부심을 갖는다”며 “이런 경험이 민주적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 교사의 열정, 연구학교·선도학교로 이어져 학생을 중심에 둔 교사들의 적극적인 활동 역시 성자초의 큰 자산이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연구활동은 물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주저하는 법이 없다. 실제로 서이초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교사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성자초는 오히려 연구학교와 선도학교 운영에 적극 나섰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를 거쳐 올해는 ▲기초학력 맞춤형 선도학교 ▲실천 중심 인성교육 운영학교 ▲IB 관심학교 ▲체험형 자원순환교육 실천학교 ▲서울학생 창업교육 중점학교 등을 운영 중이다. 특히 기초학력 보완에 힘을 쏟고 있다. 학년별 맞춤형 진단평가를 실시해 문해력·수리력 수준을 점검하고, 방과후 ‘키다리쌤’과 ‘맞춤형 코디 교사’를 배치해 보충지도를 진행한다. 1학년의 경우 한글지도 전담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 초기단계부터 학습결손을 막는다. 이 교장은 “기초학력은 교육의 기본”이라며 “아이 한 명도 뒤처지지 않도록 교사들이 책임감 있게 지도한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어린이날 등교맞이 행사를 하고, 스승의날이면 찾아가는 꽃 배달 서비스도 교사들이 직접 한다. 이 학교 배성호 교감은 지난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마술수업을 진행, 학생들이 딱딱하게 느끼는 과학을 마술로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 학부모 자치와 신뢰, 학교 혁신 뒷받침 성자초의 또 다른 축은 학부모의 활발한 참여다. ‘책 읽어주는 엄마’ 프로그램부터 주말 한강 플로깅, 생태전환 역량 강화를 위한 현장 연수까지 학부모가 직접 기획하는 활동이 이어진다. 이러한 분위기는 혁신학교 신청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7월 실시된 학부모 동의율 조사에서 무려 81.5%가 혁신학교 전환에 찬성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학부모에게 높은 동의율의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님들이 열심히 하는 걸 체감했고, 학교의 방향을 믿고 지지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 함께 만드는 학교, 더 넓은 성장 준비 성자초는 현장체험학습에서도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최근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와는 달리 성자초는 예전보다 더 활발하다. 학교 측은 안전관리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교장이 직접 참석하거나 교감이 동행해 지원한다. “안전만 확보된다면 교사들이 아이들과 더 많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성자초의 원칙이다. 성자초는 또 담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학생 문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학생 맞춤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교장·교감·담당부장이 사전 회의를 거쳐 대책을 세우고, 학부모상담과 외부 기관 연계, 예산 지원까지 이어간다. 이를 통해 학습·행동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조기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담임교사의 부담도 줄어든다. 특히 내년부터 제도화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선제적으로 시행해, 현재 학년별로 수혜 학생을 관리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도 학교의 체계적 지원에 신뢰를 보낸다. 학부모 민원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 게다가 성자초는 매년 4차례 ‘정기 정담회’를 열어 학부모 대표, 급식 모니터링단, 도서 명예교사 등 20여 명과 의견을 나눈다. 등굣길 교문맞이 활동에서도 교장과 학부모 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학부모는 단순한 민원 제기자가 아니라 든든한 교육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학교는 민원을 제기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 특색 있는 교육활동 성자초는 특색있는 교육활동을 진행해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첫째는 독서교육이다.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고취하기 위해 ‘독서생활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상은 성자초에서 학생들에게 주는 유일한 상이다. 그만큼 독서활동을 중시한다. 스토리텔링 수업, 작가와의 만남, 별빛 독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습관을 생활화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징이다. 두 번째는 생태전환교육이다. ‘에코리더스’ 동아리활동, 새활용 플라자 체험, 교육청 행사 참여 등으로 환경 감수성을 기른다. 세번째는 디지털교육이다. 3·4학년 자율시간에 ‘디지털 탐구생활’을 신설해 디지털 윤리와 활용 능력을 함께 가르치고, 학부모와 함께하는 ‘디지털 새싹 데이’를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창업 동아리활동이다. 5·6학년 학생들이 관심 분야를 탐구하고 아이템을 기획하며 진로와 연계된 창업 경험을 쌓는데 학생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기업가 정신을 느끼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성자초는 학생은 맞춤형 지원 속에 성장하고, 학부모는 학교 운영에 동반자로 참여하며, 교사는 전문성을 발휘해 교육혁신을 이어간다. 이 교장은 “소통과 공감으로 함께 만드는 미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겠다”며 “교육공동체 모두가 주체가 되는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주어진 임기 동안 아이들과 교사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학교는 교직원과 학생들이 소속되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또 학생들은 미성년자이므로 보호자들의 연락처와 인적 사항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학교는 매우 많은 사람의 개인정보가 취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경찰·법원 등을 비롯한 각종 기관으로부터 학교에 소속된 학생이나 교직원 등의 개인정보 등을 요구받는 일이 흔하다. 그럴 때마다 요청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맞는지, 제공을 위해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지켜야 할 절차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한다. 관련된 규정부터 사례까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강제는 아니더라도 협조 권장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 어디인지, 형식이 어떤지에 따라 제공이 의무인지에 차이가 있다. 이중 학교로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관인 경찰과 법원을 예로 보자. 경찰은 수사에 관한 조사를 할 수 있고, 공무소 기타 공사단체에 조회하여 필요한 사항의 보고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형사소송법」 제199조). 그러나 요구받은 기관에 제출 의무는 없어 학교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불이익은 없다. 다만 경찰은 신고된 사람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거나 혹은 수사를 위해 중요한 자료라면 법원을 통한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발부받아 강제로 집행할 수 있다. 법원을 통해 사실조회(「민사소송법」 제294조)나 문서송부촉탁(「민사소송법」 제352조)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때 학교가 법원으로 요청된 정보나 자료 등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다. 다만 중요한 사실에 대한 부분이라면 법원이 교직원을 증인으로 출석하게 할 수 있고, 이때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다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사실조회나 문서송부촉탁 외에 문서제출명령(「민사소송법」 제344조)도 있고, 여기에는 제출 의무가 있다. 그러나 학교가 소송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면 통상 문서제출명령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경찰에 대한 자료 제출 거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오거나, 법원이 교직원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일은 드문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학교로서는 직접적인 불이익과 무관하게 수사나 재판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위 기관에 협조할 의무 정도는 있다. 이러한 기관을 통해 제출되는 개인정보는 법적 근거가 있는 제공이므로 제출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적어도 그 이유를 밝히는 편이 좋다. 제공 거부에 대해 종종 수사나 재판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직접 민원을 제기하며 ‘학교는 왜 자료를 숨기냐. 소극 행정이다’라고 하여 곤란함을 겪는 일들도 생길 수도 있다. 제공 절차에서 ‘동의’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학교가 제3자로부터 학생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은 제공에 대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이는 큰 의미가 없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의 제공에 대한 동의는 그저 ‘보내는 것에 동의합니다’라는 대답으로 부족하다. 법에서 정한 동의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가 누구인지,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의 이용 목적은 무엇인지, 제공하는 항목은 무엇인지, 제공받는 자의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 등의 내용을 사전에 알려야 한다. 이렇게 동의를 얻는 과정 자체가 학교에 상당한 부담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개인정보보호법」에는 당사자에게 제3자로부터 정보 제공을 요청받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거나 이에 대해 동의할 것인지를 물어봐야 할 의무가 없다. 그렇기에 예를 들어 학교가 ‘학생의 이름·주민등록번호·연락처를 알려달라는 경찰의 요청이 왔는데 제공에 동의할 건가요?’를 물어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가 동의를 받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현황 그대로를 두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것인지, 제공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의 근거 학교가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것에 대하여 「개인정보보호법」에는 크게 2가지 근거가 있다.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와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이다. 먼저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제3자에게 제공’은 대표적으로 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②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③ 명백히 당사자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2호, 제15조 제1항 제2호·제3호·제5호). 다음으로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은 대표적으로 ① 범죄의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②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③ 제3자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 등이 있다(「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1호·제7호·제8호). 당연하겠지만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 제공은 당사자가 제공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제공의 근거가 법에 명확해야 하고, 특히 제공 이후 진행해야 할 후속의 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우선 학교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아래에서 보자. 학교현장에서 자주 묻는 사례 ● 학교폭력 관련 학생과 보호자의 개인정보를 교육지원청에 제공 학교폭력에 대한 사안조사와 그에 따른 학생 및 보호자의 면담은 학교폭력 관련 법령에 따른 학교의 의무이자 소관 업무이다. 따라서 그 업무의 수행을 위해 학생·보호자의 성명·주소·연락처와 관련 자료 등을 교육청에 제공하는 것은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제3자에게 제공’이어서 가능하다. ●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위해 경찰에 보호자 인적 사항 제공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교원은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다. 따라서 보호자에 의해 아동학대를 당하는 학생에 대한 신고의무 이행을 위해 피해자 학생의 성명, 가해자인 부모의 성명·주소·연락처 등을 경찰이나 아동보호시설로 제공하는 것은 학교의 의무이자 소관 업무이고, 당사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제3자에게 제공’이어서 가능하다. ● 경찰의 학생 신상 확인 및 인적 사항 제공 요청 학교현장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학교 주변에 늘어난 무인 편의점에서 학생들이 계산하지 않고 가버려 절도 등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다. 경찰은 매장에서 촬영된 CCTV 영상 캡처본을 학교로 보내면서 촬영된 학생이 누구인지, 학생의 인적 사항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일이 많다.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학생이 누구인지 쉽게 특정할 수 있다면, 범죄의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이므로 학생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와 보호자의 연락처 등을 제공하는 것은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이어서 가능하다. 우리 학교 학생인지를 알기 어렵다면 어떻게 할까. 학생 수가 많은 학교라면 더욱이나 얼굴만으로 누구인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전교 교직원에게 메신저를 돌려서까지 특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확인이 어렵다면 그 이유를 경찰로 회신하면 된다. ● 법원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 통상 법원에서 ‘사실조회서’라는 형식으로 학생이나 교직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을 요청한다. 법원의 재판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이어서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답신하는지 궁금해하는 예가 많다. 법원에서 요청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에 한정해서 간략하게 작성하면 된다. 조금 형식을 갖추겠다면 오른쪽 예시를 참조하도록 한다. ●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제출 요청 요즘 들어 건강보험공단이 학교로 학교폭력 관련 자료 등의 제공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난 뒤,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받아 본 적 있을 것이다. 진료비는 급여와 비급여로 나뉘고 급여 부분에서는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이 있다. 환자는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총액만 지출하면 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한다. 건강보험공단은 학교폭력과 같이 가해자의 행위로 환자가 치료받아 공단부담금을 지출하게 된 경우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구상권 행사 등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한 자료를 학교에 요청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공단의 업무수행을 위해서 공공기관 등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자료 제공을 요청받은 자는 성실히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제96조). 이렇게 개별 법령에 근거가 있으므로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이어서 제공이 가능하다. ● 개인정보 제3자 제공 이후 후속 절차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라면 제공 이후 거쳐야 하는 특별한 절차가 없다. 당사자에게 ‘당신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습니다’라는 안내 등도 불필요하다. 반면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과 「개인정보 처리 방법에 관한 고시」에 따라 거쳐야 할 절차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제3자 제공에 대한 공고이다. 공공기관은 개인정보를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30일 이내에 제공한 날짜, 제공의 법적 근거, 제공의 목적, 제공한 항목을 관보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개인정보 처리 방법에 관한 고시」 제2조). 학교가 관보를 운영하지는 않으므로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면 되고, 10일 이상 계속 올려두어야 한다. 다음으로 제3자 제공에 대한 장부도 보존해야 한다. 장부에는 제공한 개인정보 또는 개인정보파일의 명칭, 제공받는 기관의 명칭, 제공의 목적, 제공한 개인정보의 항목 등이 포함된다(「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5조). 이에 대한 서식은 「개인정보 처리 방법에 관한 고시」에 첨부된 서식을 참조하면 된다. 제공을 위한 전자결재 과정에서 만들어 첨부해 둔다면 별도 출력물로 보존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주의할 것은 ‘수집한 목적 범위 외에 제3자에게 제공’ 중에서도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에 제공한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위 두 가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당사자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 수사는 증거의 확보 등을 위해 은밀성이 필요하므로 당사자에게도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일정 기간 알리지 않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기근속 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2005년 폐지했던 공무원의 ‘장기재직휴가’를 부활시키는 내용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되었습니다. 1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에게 재충전 기회를 부여하고 공직 사회의 사기를 높이고자 장기재직휴가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내용이며, 구체적으로 재직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 공무원은 5일 ▲20년 이상 공무원은 7일의 특별휴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바뀐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근거 -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0조(특별휴가) 제18항 -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8조(특별휴가) 제4항 제8조(특별휴가) ④ 학교의 장은 학사 일정 및 인력운영상황 등을 고려하여 수업일 중 장기재직휴가를 승인할 수 있으며, 교육감은 관련 지침을 수립·시행하고 수업 결손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휴가 일수 사용 방법 1) 재직기간 별로 부여된 장기재직휴가는 연속하여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1회에 한하여 분할 사용 가능 2) 재직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의 ‘5일’은 해당 기간 중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않은 잔여일수는 재직기간 20년 도달 시 소멸됨. 3) 공무원(지방공무원 포함)으로 재직하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는 다른 법령 등을 적용받아 이미 장기재직휴가 또는 이와 유사하게 재직기간에 따라 부여하는 휴가(자기계발휴가·학습휴가·새내기휴가 등)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경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의 장기재직휴가는 기존 동일구간의 사용일수를 차감한 일수만큼만 사용 가능 4) 장기재직휴가는 일 단위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해당일에 유연근무제를 활용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하여야 함. 반드시 알아야 할 장기재직휴가 사용 지침(교육청별 사전 확인!!) 1) 사전예고제 - 학기 시작 전 희망일 수요서 제출이 기본 - 학교장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경우, 사용 30일 전까지 제출 가능 2) 사용 시 유의 사항 - 수업 결손 방지 및 업무 인계를 위한 준비 필요 - 신학기 준비, 학부모 상담, 교사·학생부 관련 기간, 그밖에 학예회·체육대회, 기타 공식 행사 등 중복 피하기 3) 우선 승인 기준 - 장기재직휴가 소멸 기한이 우선 도래하는 교원부터 승인하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구성원 간 협의를 통해 조정 장기재직휴가 QA Q. 재직기간 산정 시 육아휴직은 몇 년 산입되나요? A. 육아휴직은 장기재직휴가 산정을 위한 재직기간에 포함되며, 자녀 1명당 3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Q. 기간제교사도 장기재직휴가의 대상이 되나요? A. 장기재직휴가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 적용되는 교육공무원과 「사립학교법」 제55조에 따라 국·공립학교 교원의 복무를 준용하는 사립학교 교원에만 적용됩니다. 기간제교사는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장기재직휴가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Q. 교육행정기관에 근무하는 Wee센터 및 특수교육지원센터 소속 교사의 경우, 장기재직휴가를 사용할 수 있나요? A. 네. Wee센터 및 특수교육지원센터 소속 교사는 국가공무원으로 장기재직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병역휴직·질병휴직은 재직기간에 포함되나요? A. 병역휴직은 법령에 따른 의무수행으로 인한 휴직에 해당하므로 해당 기간을 재직기간에 포함합니다. 반면 질병휴직은 원칙적으로 재직기간에서 제외하되, 공무상질병으로 인한 휴직기간은 재직기간에 포함됩니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하 안전원)은 최근 대학 및 연구 기관에서 잇따르는 배터리 폭발 사고 등 최신 안전 이슈를 중심으로 한 '2025년 연구실 안전관리 직무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일 밝혔다. 대전충청권·호남제주권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협의회와 10월 30일~31일 공동 진행한 이번 행사에는 대학과 연구 기관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 140여 명이 참석했다. 교육은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의 현장 대응력 제고와 사고 대응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주요 내용은 ▲연구실 공제제도 이해 ▲배터리 폭발 진압 대책 ▲대학 위험성 평가 실무 ▲연구실 안전관리 우수 사례 ▲화학물질 안전관리 실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호남제주권 교육에서는 최근 증가하는 리튬이온배터리 폭발 사고 원인과 배터리팩 열폭주 현상, 연구실 환경 관리, 화재 진압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다뤘고, 대전충청권 교육에서는 사고 사례 분석 및 제도 개선 방안 분임 토의로 현장 실무자의 사고 대응 역량과 안전의식을 높였다. 안전원은 이번 교육을 통해 현장 연구실안전환경관리자의 의견을 수렴해 연구실 공제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안전한 연구실 환경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안전원 관계자는“이번 교육은 연구실 안전환경관리자의 실질적 역량 강화를 통해 안전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고 연구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도 실효성 있는 직무교육과 연구실 공제제도 개선을 통해 연구실 안전 문화 확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RIS)의 2020~2024년 사업비 집행 사례를 교육부와 함동 점검한 결과 총 940건, 408억 원의 부정 집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올해부터 RIS 사업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Education, RISE)’로 확대·개편된 상황에서 예산 누수를 차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적발된 사례 중 분야별로는 연구자가 허위 연구비를 청구하거나 용도 외에 사용하는 등 연구비 부정 집행이 421건으로 가장 많았다. 추진단은 부정 집행된 8억4000만 원 중 7억9000만 원을 환수하고 7건은 수사를 의뢰했다. 경쟁입찰을 회피하려 ‘쪼개기 수의계약’을 하거나 가족 업체 간 입찰 담합으로 의심되는 사례 등 입찰 담합·계약 절차 위반은 총 339건(381억원 규모)이 적발됐다. 추진단은 3145만 원을 환수하고 3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겼다. 이밖에 사업비 오용 등 예산관리 부적정 사례가 총 120건으로, 부정 집행 규모가 16억2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연구 실적을 중복으로 제출하는 등 성과관리를 부실하게 한 사례도 60건이다. 점검 대상은 전국 9개 RIS 플랫폼 중 울산·경남과 충북, 전북 플랫폼이며 집행된 총사업비는 5244억 원이다. 전체 사업비 중 7.7%가 부정 집행에 해당한다. 정부는 향후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계획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부적정 사례에 대해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번 정부합동 점검을 계기로 추가적인 현장조사를 통해 필요한 경우 환수, 수사 의뢰 등을 추가로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강화와 제도 정비도 추진한다. 추진단은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상시모니터링, 정밀 현장점검, 제재처분 등 사업비에 대한 다층적 감독체계를 구축하고, 제도적 보완을 통해 대학재정지원사업 관리 체계를 더욱 견고히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13일 시행 예정인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생 유의 사항을 5일 안내한다. 수험생은 시험 전날 예비 소집에 반드시 참석해 수험표를 수령하고, 시험 유의 사항 등 각종 안내 사항을 전달받아야 한다. 또 수험표에 기재된 본인의 선택과목을 확인하고,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수험표에 기재된 시험장 위치도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시험 당일에는 수험표와 사진이 부착된 유효기간 내의 신분증을 지참하고 오전 8시 10분까지 지정된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신분증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주민등록번호가 표시된 여권, 청소년증, 외국인등록증, 주민등록증·청소년증 발급신청확인서, 성명·생년월일·학교장직인이 기재된 학생증이다. 모바일 신분증은 안 된다. 수험표를 분실한 경우 응시원서에 붙인 사진과 동일한 사진(1장)과 신분증을 지참하여 시험 당일 오전 8시까지 시험장 내 시험 관리본부로 찾아가면 수험표를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사진이 없는 경우에도 시험 관리본부에 신고하면 임시 수험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 스마트기기, 통신(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폰, 전자담배 등 모든 전자기기는 시험장에 반입할 수 없다.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은 집에 두고 오거나 1교시 시작 전까지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시험 종료 이후 되돌려 받을 수 있으며, 제출하지 않고 계속 소지하다 적발되는 경우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시계의 경우 결제·통신 기능(블루투스 등) 또는 전자식 화면 표시기가 모두 없는 아날로그만 휴대할 수 있다. 보청기·돋보기·연속혈당측정기 등 개인의 신체조건 또는 의료상 특별한 이유로 휴대가 필요한 물품은 매 교시 감독관의 사전 점검을 거친 후 휴대할 수 있다. 4교시 한국사 영역은 모든 수험생에게 필수다. 응시하지 않으면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성적 통지표 전체가 제공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4교시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수험생 본인이 선택한 과목 순서에 맞게 응시해야 하고, 해당 순서의 선택과목 문제지만 책상 위에 올려놓고 풀어야 한다. 본인이 선택한 4교시 선택과목 및 순서는 수험표와 수험생 책상 상단에 부착된 스티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답안지에는 배부받은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만 사용이 원칙으로, 필적확인문구도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기재해야 한다. 샤프 또는 연필로 답안을 기재하거나, 이중 표기 등에 따른 불이익은 수험생 본인이 감수해야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종료령이 울리면 즉시 필기도구를 놓고, 답안지는 오른쪽에, 문제지는 왼쪽에 놓은 후 손을 밑으로 내린 다음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시험 중 지진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각 시험장은 사전에 마련된 대처요령에 따라 수험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이 수험생 유의 사항의 주요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숙지할 수 있도록 영상물, 자료집 등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시·도교육청에서도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수험생에게 사전 교육을 진행한다. 아울러 수능 홈페이지(https://www.suneung.re.kr)를 통해 수험생 유의 사항 자료집 및 동영상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책임교육정책실장 장학관 장홍재 ▲교육부 장학관 소은주(책임교육정책실장 전담직무대리해제) ▲충청남도 부교육감 일반직 고위공무원 최창익
한국교총과 ㈜미래엔이 공동 주최한제1회 전국 어린이 창작 동요대회가 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전국 70개 팀이 참가한 온라인 예선에서 선발된 16개 팀은 4월부터 진행된 ‘창작동요 공모전’에서 입상한8곡 중 한 곡과 대회 주제곡인 ‘나의 미래엔’을 부르며 저마다의 개성과 아름다운 화음을 선보였다. 경연 결과 경남리틀싱어즈가 대상(상금 300만 원)을 차지했으며, 금상(상금 200만 원)에는 소리향기중창단이, 은상(각 100만 원)은 꿈솔중창단, 청원꿈나무, 동상(각 70만 원)은 예동합창단, 평택모산초 이팝나무합창단, 동북별빛하모니가 각각 수상했다. 또 장려상(각 30만 원)은 한신초 한아름합창단, 씽긋중창단, 한신유스콰이어, 블루시티어린이예술단, 해피키즈중창단, 고촌아트홀7872중창단, 햇살나무중창단, 대현초별바라기합창단, 서울가인초합창단이 받았다. 아울러 창작동요공모전과창작동요부르기대회 수상자 전원에게는 한국교총회장상이 함께 수여됐다. 시상식에는 신광수 ㈜미래엔 대표이사, 문권국 한국교총 사무총장이 참석해 수상팀에게 축하와 격려를 전했다. 강주호 교총회장은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교육 현장에서 창의성과 표현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현장 교사와 학생들의 창작물이 실제 교육 콘텐츠로 이어져 다시 교실로 환원되는 지속가능한 ‘교육 콘텐츠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회는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 77년 역사의 ㈜미래엔이 주최하고, 인재교육을 비전으로 설립된 목정미래지단, 현장교사가 직접 운영하는 초롱초롱동요학교이 주관을, 교육부, 한국동요작곡가협회 등 다수 기관이 후원해 민·관·학 협력의 모범사례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발굴된 창작동요공모전 수상작 8곡은 향후 ㈜미래엔의 교수·학습 지원 플랫폼 ‘엠티처(M-teacher)’와 교과서에 수록되어 전국의 교육 현장에서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