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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서울시교육청은 1일자로 이상열 남산도서관장을 시교위 의사국장에 강재룡 감사담당관을 교육연수원 총무부장에 임명하는 등 지방이사관·지방부이사관 승진 각 1명, 지방서기관 승진 8명, 전보 26명에 대한 일반직 인사를 단행했다. 시교육청의 이번 인사는 복수직으로 직급이 상향조정된 총무과장(서기관→부이사관)과 총무과 인사담당(사무관→서기관) 등 다섯 자리를 빼고 나면 정기인사치고는 그리 큰 폭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인사는 향후 유인종 교육감 인사플랜의 일단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당초 1일자 인사의 핵심은 수석 과장인 총무과장에 누가 임명될 것인가에 있었다. 더 엄밀히 말해 지난 96년 유 교육감 취임이후 최용성-김재평-조기봉씨로 이어진 호남출신 총무과장 시대가 계속되느냐 아니면 비호남이 발탁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결과는 호남출신 이용운씨가 총무과장이 됐다. 물론 이 과장의 출신지역이 문제될 것은 없다.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신임 이 과장은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행정력을 갖춘 사람으로 비호남 출신 선·후배의 신임도 두텁다"고 말한다. 시빗거리라면 유 교육감이 총무과장 등 중요한 자리의 인선기준을 호남이냐 비호남이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교육청 주변에서는 이번에야말로 비호남 총무과장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유 교육감의 탄생부터 그림자처럼 그를 보필한 조기봉 전 총무과장 등 소위 '창업 공신' 대부분이 정년을 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봐줘도 그 자리에 갈만한 위치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비호남 총무과장-호남 인사계장' 구도가 그럴 듯 하게 나돌았다. 인사가 끝난후 한 고위간부는 "몇몇이 대상에 올랐으나 결국 믿고 맡길만한 사람은 호남출신뿐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시교육청 총무과장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데 특정지역 출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 유 교육감도 이를 알고 있을까.
정부에서 올 2월 중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교원 사기앙양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교직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왜냐하면 근무 성적에 따라 70%의 교사에게만 차등 지급하게 돼 있어 학교 관리자의 입장에서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0%의 교사는 교육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었단 말인가? 예컨대 관리자는 교무의 다양한 업무 분장 아래 각기 부서의 특수성에 따라 1년 동안 고유 업무를 부여하고 화목한 인간관계를 조성해 학교교육이 원만히 수행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인해 업무의 경중을 가리고, 교사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시켜 자칫 교무실 분위기를 불신과 질시로 채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 학년도를 마치면서 교사 근무평정을 마친 소감은 많은 교사들에게 미안하고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 울타리에서 동고동락한 교사들을 1등부터 70등, 80등, 100등까지 한 줄로 세우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이며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神도 아닌 교장, 교감이 겉으로 보이는 근무 실적, 근무 수행능력, 근무 수행태도를 평가해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더구나 교사 개인의 교육열, 내면의 교육철학 등을 어떻게 평가해 반영할 수 있단 말인가. 학생교육과 상담, 학급경영을 위해 쏟는 노력과 고충을 생각한다면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무평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교육법 공무원평정규정 제9조에 따르면 `근무성적 평정 결과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는데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면 평정 순위를 모두 공개하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법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차라리 단위 학교별 성과급을 지급하되 학교장 책임 하에 지급토록 하는 게 좋겠다. 전체 직원회의, 학교인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기획위원회를 통해 민주적인 협의를 거쳐 적절한 방법으로 교사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다.
연말 대구시교육청 모 장학사가 벌인 `수업 중 청소 확인 장학'을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얼마전 모 TV뉴스를 보니 대구교육청 교육국장이라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수업시간이라도 청소지도를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따지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상식을 뛰어 넘는 한심한 일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고, 또한 우리 교육이 황폐화 된 원인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교육은 가장 보편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순리와 상식의 결정체다. 그런데 어떻게 쉬는 시간도 아닌 수업 중에 청소지도를 한답시고 온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단 말인가. 기본적인 예절이나 절차도 무시한 채 교실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뒤지다 못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청소를 시키다니 정말 엽기적인 일이다. 그 날 그 교사는 장학사의 `망나니 짓' 때문에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 앞에서 권위가 무너지고 허탈한 나머지 수업도 못했을 것이다. 어느 교육학 서적에 수업 중에 장학사가 청소를 확인해야 하며, 그 행위를 장학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릴 수 있단 말인가. 이번 대구교육청 장학사의 청소 확인 소동을 보며 교육자의 5대 의무 중 `품위 유지의 의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자들이 제 모습, 제 자리, 제 할 일을 망각하고 막 살아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소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구태의연하고 권위적인 우월 의식에 사로잡혀 주위사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기분대로 처신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해도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라는 측면, 그리고 도덕과 예의라는 법의 상위 개념에서 볼 때, 문제의 장학사는 물론 TV에서 해명했던 교육국장은 교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국의 교사가 최소한의 품위라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7차 교육과정이 초등 3·4학년, 중1에까지 확대 적용되지만 교단에서는 여전히 폐지·유보 주장이 높다. 시행도 해보지 않고 문제점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예측해 본다는 것은 그 만큼 관심과 실천의지가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우선 7차에서 강조하고 있는 수준별 교육과정의 실천에 있어서 영재아나 부진아의 서열을 만들 수밖에 없다. 상위권 학생에게는 성취의욕을 강하게 해 더 큰 동기유발 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하위권 학생에게는 패배의식과 학습 무력감을 조장할 수 있다. 하위권 부모에게는 자녀의 학원 수강을 유도해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될 수도 있다. 또한 심화보충형 교과에는 단원의 끝 부분에 심화보충 내용이 제시돼 기본 학습을 단원 끝까지 지도한 다음 심화보충 활동을 제공할 경우, 기본학습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간의 개인차를 고려할 수 없는 수업이 돼 심화보충형과 단계별 교육과정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학생 개인차를 고려한 적절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원 학습 중에 수시로 심화보충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단계별 재지도나 심화보충 지도를 어느 시간에 할 것인가? 단계형에서 기준에 못 미치는 어린이를 차상급 단계로 진급시키기 위해서는 학기 중 또는 방학중에 특별 보충반을 편성해 지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과후에는 특기적성 교육으로 인해 지도할 시간을 마련할 수 없다. 또 방학중에는 교사나 어린이의 참여가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7차 교육과정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교과서의 양을 대폭 줄이고 단계형 재학습이나 심화보충 지도 시간을 별도로 설정·운영해야 한다. 재량활동 역시 창의적 교육활동으로, 특별활동의 계발활동 등과 중복되는 데다 수요자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지 못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운영될 소지가 많으므로 더욱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학교종합감사는 주로 교사들의 성적평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의 여러 문항이 배점이 같다고 지적하면서 주의 촉구 및 경고를 주는가 하면 유사 정답문제까지 지적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그런 감사를 하는 기관이 시행하는 평가 문제지에도 오류가 여러 가지 발견된다. 배점이나 정답이 잘못돼 있거나 문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수도 있다. 이 경우 교사들도 그런 오류를 행한 기관에 경고나 주의를 촉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성적감사는 교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에 관한 내용은 여러 교사가 협의해 시행하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자율권을 줘야 한다. 또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는 간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상급기관에서는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무슨 업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고 있다. 말로는 창의성 있는 열린교육 및 교육개혁을 주창하지만 모든 것을 획일화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는 교육행정은 변한 게 없다. 종합감사는 사실 돈과 관련된 문제를 집중 추궁해 국가의 소중한 재산이 올바르고 타당성 있게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과 교직원의 복지상태를 집중 조사해 미흡하고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두어야 한다. 예산운영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사용됐는가를 면밀히 살펴 고질적이고 관행적인 예산오용이 없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소한 문제를 트집잡아 교사를 지도하고 통제하려 하지 말고 각 학교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파악해 해결해 주는 지원차원의 감사를 교사들은 원한다. 종합감사가 하루빨리 교사, 학부모, 학생의 진솔한 의견을 청취해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감사가 되길 바란다.
교육부는 7일 초·중·고·대학 등 학교에서의 태극기 게양·강하를 없애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교총도 10일 이를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 교총은 건의서에서 "국기 게양·강하식은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존경심과 애국심을 고양하기위한 것인데 이 취지를 구현하기위해서는 항시 게양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선 행정기관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교육부의 건의가 보도되면서 교직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 규정의 조속한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 97년부터 시행된 현행 법령에는 `국기는 24시간 게양할 수 있다. 다만 학교와 군부대에서는 국기를 낮에만 게양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학교와 군부대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국기 게양·강하식을 거행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학교와 군부대를 제외한 관공서 등은 학교와 군부대의 국기 게양시각은 오전 7시, 강하시각은 3∼10월까지는 오후 6시,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오후 5시로 정하고 있다.
김중권 민주당대표는 10일 김학준 교총회장과 채수연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수석교사제는 당 입장에서 적극 찬성한다"며 "금년중 실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원정년 환원 요구에 대해선 각종 여론 조사 결과가 계속 부정적이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당에서도 이로 인해 교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교원사기를 진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교육재정 확충과 관련 김 대표는 "OECD 수준의 교육여건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 교육세 시한을 연장했듯이 올해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채수연 사무총장은 교원정년 환원, 수석교사제 도입, 학급당학생수 감축 및 교육재정 확충, 교원처우 개선 등 교총의 요구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채 총장은 "고령교원 1인 퇴직으로 신규교원 2.59명을 채용하겠다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1대1 충원도 이루어지지 않아 초등교원 1만 5000명이 부족하고 중등교원도 법정정원 확보율이 85.4%에 불과하다"면서 "교육정상화를 위해 교원정년이 조속히 환원돼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채 총장은 "1급 자격증 취득 후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무능한 교원으로 취급 당하는 교직구조를 전문직종에 합당한 교수·학습중심 체제로 개편하기 위해 수석교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은 8일 "이번 국회에서 교원정년재조정안을 처리하지 못해 유감스럽다"면서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교원정년재조정안의 표결을 원치않는 상황에서 비교섭단체인 자민련이 이를 실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 자민련 당사를 인사차 방문한 이돈희 교육부장관에게 김종필 명예총재와 함께 자민련이 국회에 제출한 교원정년 재조정안이 실현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줄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자리에서 김학준 교총회장은 "교원 수급문제, 교원사기 저하 등 교육력 약화의 근원적 요인인 교원정년 문제가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교원들의 불만이 높다"며 "자민련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망했다. 채수연 사무총장도 "자민련이 정년재조정안을 제출했지만 이 법 통과에는 무성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면서 "2월말 퇴직자들이 구제될 수 있도록 2월국회에서는 교원정년재조정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자민련이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실업고의 인문고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또 시·도마다 인문고 전환을 신청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재단과 동창회, 학부모, 학생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마찰이 빚어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8일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 3월부터 마산상고, 광주상고, 목포상고 등 5개 실업고가 인문고로 전환된다. 도 동해 북평고, 경주 선덕여정보고, 호남제일여고 등은 실업계열 학과 중 일부를 인문계 보통과로 전환해 신학기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미달사태에 직면한 학교들의 인문고 전환신청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미 경남 창원정보과학고가 경남도교육청에 전환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부산에서는 경남상고와 부산상고가 또다시 학교 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실업과목 교사들의 과원문제가 발생, 재단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초래되고 있다. 창원정보과학고는 지난해 말 재단측의 인문고 전환 방침에 항의농성을 벌였고 경북 영주공고 교사들은 인문고 전환 저지위원회까지 구성해 반발했다. 특히 창원정보과학고는 2일 100여명의 교사가 도교육청 앞에서 인문고 전환 청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는 등 진통이 심화되고 있다. 교사들은 "학과개편과 학급수 감소로 40명이 넘는 전문교과 교사가 퇴출될 위기에 있다"며 인문고 전환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재단측은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통해 전문교원 모두가 구제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실업고의 인문고 전환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15일 전국 시·도교육청 정책국장 연석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교총과 교육부가 구랍 28일 교육현안 26개 항목에 대해 교섭합의에 도달함으로써 한국교총의 새천년 상·하반기 교섭이 비교적 무리없이 마무리되었다. 특히 하반기 교섭의 경우, 교원정년 환원과 연금개악 저지를 위한 대 국회활동으로 여념이 없었음에도 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하반기 교섭결과를 보면, 문화시설 이용 및 도서비 지급, 해외유학제 도입 검토 등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관한 사항과, 교원의 수업권 보호, 교육외적 행사에 일방적 동원 금지 등 교권확립에 관한 사항, 임용전 군 경력과 육아휴직기간의 교육경력 인정 등 인사제도 개선, 유치원, 양호교사 등 교육소외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것은 한국교총의 종합연수원 설립 지원이다.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한국교총이 전문직교원단체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제도적 터전을 마련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직단체의 정체성의 핵심은 연수기능이다. 구성원의 전문성을 스스로 함양하고 이를 토대로 자율성과 높은 윤리성을 갖춤으로써 국가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총의 종합연수원 설립을 적극 지원함은 물론 자격연수 등 정부가 쥐고 있는 각종 연수를 과감히 이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전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이른바 정책의 현장성 부족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거시정책의 개발에는 상당히 앞장서 있으나 피부에 와 닿는 체감정책의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교사들이 교섭결과를 통하여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교섭과제의 개발에 진력하여야 한다. 거시적·제도적 문제는 정부와의 정책협의, 대 국회활동을 통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대정부 교섭은 비록 사소한 것일 지라도 현장의 변화와 직결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섭활동이 일반정책활동과의 차별성을 기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의례적인 절차, 수사의 나열에 그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교섭이 교원단체의 의사를 정부에 반영시킬 수 있는 강력한 기제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성패는 결국 교섭의 내용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최근 재외국민 부정 특례입학에 의한 대입부정 뉴스가 시간마다 나오고 있고, 이를 매스컴마다 다루고 있다. 부정입학 대학의 숫자와 학생의 숫자가 앞으로 점점 더 불어나고 브로커의 숫자도 더 확대 될 전망이다. 공정하고 엄정해야할 학생선발이 부정이 난무하게 허술하다는데 전국민과 학부모, 어린 학생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또 실망과 분노까지 일으키게 한다. 뉴스와 수사의 초점은 첫째 입학부정과 서류위조 브로커에게 있는 것 같다. 이런 브로커를 전원 색출하여 악의 근원을 도려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둘째, 우리를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부정입학을 저지른 학부모가 우리사회의 지도층과 부유층, 가진자와 유식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정의와 정직의 모범이 되어야할 우리사회의 지도층을 이루는 사람들이 악과 부정의 본보기라는 점에 국민과 어린 학생들을 더욱 울분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들 지도층 학부모들 자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또는 너무 쉬운 방법으로 지도층과 부유층이 되었었기 때문에 아마 자기 자식들까지 부정을 가르쳐 부정한 방법으로 일류대학을 거쳐 또다시 지도층을 만들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옛날의 도둑놈들은 자기들은 도둑질을 하지만 자기자식들 보고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날 우리 나라의 지도층 학부모라는 사람들은 자기자식까지 도둑놈을 만들어 조상 대대로 도둑질해서 지도층을 대물림하려 했다는데 우리 나라의 앞날이 암담하다. 그리고 일부 국민들 중에는 부정한 이들 집안을 부러워하고 있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 부정으로 일류대학 못간 것을 아쉬워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학생선발을 관리하고 있는 대학당국이 오랜 동안 부정을 막아내지 못하고 이렇게 중요한 입학관리를 엄정하게 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어 비난받아 마땅하다. 서류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입학 후에라도 조회할 생각조차 안 했다는 허술한 관리에 대학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부정과 악의 독버섯이 발을 붙이고 뿌리박을 여지를 만들어 준 대학은 국민과 어린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이들을 앞으로 믿을 수 있게 미래를 보장해줘야 한다. 넷째, 악의 독버섯이 퍼져 나갈 수 있게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엄정하고 정확하게 관리하지 못한 교육부는 국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왜 `재외국민 특례입학' 같은 제도를 전국 획일로 법제화 시켜 놓고도 이 법을 제대로 지키고 관리도 못하는데 학생선발 시험도 못 치르게 법으로 막아 놓고도 사고가 터지니까 재외국민 특례입학시는 지필고사를 치르게 한다고 교육부 관리가 초법적 조치를 발표하는 것은 무슨 횡포인가. 교육부 관리는 초법적 존재인가. 다섯째, 우리를 가장 실망시키는 것은 부정으로 일류대학에 입학한 부정학생 자신들이다. 분명히 외국에서 12년간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것은 학생자신이 가장 잘 알텐데 거짓으로 일류대학을 갔다는 사실이 우리 나라 앞날을 어둡게 한다. 선생님이 가르친대로 "아버지, 어머니, 저 거짓하며 일류대학 안가겠습니다"하고 부정을 뿌리칠 수 있는 용기 있는 학생들이었어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정직을 배우지 않았던가. 다른 부모가 거짓하는 것보다 어린 학생들이 거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더 걱정한다. 거짓해서 남보다 앞서고, 출세하고, 일류대학을 거쳐 지도자가 되려고 했던 학생들에게 전율을 느끼고 허탈감을 느낀다. 내가 30년 이상 교육자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이 일순간 통째로 다 무너지는 것 같은 허무감에 살맛까지 가신다. 정직을 지키려는 용기 있는 학생과 제자가 그립다. 하긴 이런 용기 있는 학생들이 있긴 있었을 텐데 그들은 부정을 안 저질러 매스컴에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위로 삼아야 한다. 여섯째, 용기 있는 정직한 학생을 기르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학부모나 학생의 부당한 요구를 뿌리칠 수 있는 용기 있는 교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제자를 일류대학에 넣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학부모에 덩달아 춤추는 교사는 용기 있는 교육을 할 수 없다. 교육이 썩으면 그 나라의 운명은 끝장이다. 국가의 운명을 지키는 용기 있는 학생과 교사가 그립다.
이돈희 교육부장관이 일선교원들의 안일한 근무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장관은 4일 정부청사 강당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교직의 개방성 탄력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학교가 시중 학원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강사들이 연구활동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데 반해 교사들은 도무지 연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교사들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이장관은 이어서 "교사들은 정년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서 "열심히 하는 교사 역시 돌아가는 이득이 별로 없고 능력을 발휘할 여건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나아가 "교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능력없는 교사는 자리를 뜨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이와관련 이장관의 발언이 정책적 신념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것인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교총은 만약 이장관의 발언이 구체적인 교육부정책의지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구체적 정책추진 과정에서 강력 대응키로 했다.
올해로 번 째 맞이하는 교원문학상 소설부문은 우선 각박한 교단 현실에서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물과 현상을 자유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교사로서는 매우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응모한 작품들 대부분이 교육 현장의 문제에 대해서 매우 치밀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 것을 형상화한 문학은 우리의 교단생활을 매우 보람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최우수작에 뽑힌 '일직 날'은 교단에서 겪은 이야기를 매우 시니컬하게 다른 작품으로 구성도 반듯하며 상황처리도 탁월했다. '신 죄와 벌'은 문제 학생의 실상과 그들을 지도하는 교육현장의 문제를 학생시점으로 처리한 점이 좋았다. '1999 덕적도'는 학교 통합으로 빚어지는 섬 학교의 실정과 분위기를 잘 처리했다. '그녀의 일기 속에'는 그녀의 일기 속에 끼어 든 배추흰나비의 잔잔한 사랑의 이야기를 알레고리로 삼아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반전시킨 발상이 돋보였으나 너무 평면적이었다. 대부분 작품들이 너무 교단 현장 문제에 치우쳐 있고 그 문제를 접근해 가는 태도도 매우 이념적이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교단은 교육대상자로서의 학생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진실을 수없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그러한 진실을 체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에 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성장소설이 나올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은 그 것이 어떤 모습이든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나 그 것은 훌륭한 문학의 소재가 될 뿐만 아니라 교육의 소재가 된다면 학교 부재의 우리 현실에서 문학교육과 창작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교단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정말 아름다운 성장소설들이 많이 응모해주기를 기대하면서...
태풍이 올라오면서 곳곳에 비 피해가 크다. 어제로서 후반기 보충 수업이 끝나긴 했지만 이러다간 나들이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사흘 얻은 휴가 마저 다 놓칠 것 같다. 그나마 하루는 일직으로 걸렸으니...... 이번 정류장은 오거립니다. 다음 정류장은 b동 고갭니다. 부산히 쓸리는 전망창 닦개 너머로 멀리 빗발 속 우산들이 승천을 기다리는 혼령들 형상으로 까마귀 떼처럼 모여 있다. 차 머리가 인도 쪽으로 꺾이자니 먼발치의 우산들이 진작에 서둘러 차도로 내려서며 밀치며 헤집으며 실랑이질에 앞자리 다툼한다. 빠듯이 들어차는 물생들. 일요일 아침에다 이 우중에 오늘 따라 웬 사람들인고? 그들이 묻혀 들이는 비릿한 빗물 냄새와 함께 차안이 후텁한 무덤 속이다. 정체된다 싶어 전망창 앞을 내다보았다. 두 마리의 두꺼비가 짝짓기 하듯 엉켜 있고, 그 옆에 반바지와 대머리가 빗줄기 속에서 상대의 멱살을 부여잡고 그들의 두꺼비처럼 엉켜 있다. 그 통에 한길이 온통 얹혀 버린 것이다. 어디다 손을 대요? 갑자기 찌르듯 삦어 나온 여자의 외마디, 드디어 숨가쁨의 뻐끔질이 시작되려나 보다. 이 아주머니가! 누가 손을 댔다는 거야! 되받아치는 사내의 지름소리에 이어 아저씨, 내려 줘요, 걸어갈래요, 하는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천장을 찌른다. 진작 그럴 것이지, 느물거리는 사내의 목소리에 능글맞아요! 하는 그녀의 대거리가 만만치 않다. 기사 양반, 나두 내리겠우. 문 열어요. 숨차 헐떡이는 뻐끔질, 그 빈사상태. 차가 그 뻐끔질에 동조한다. 여자가 내리고 사내가 내린다. 이 무슨 해괴한 광경인가? 개 고양이 같던 여자와 사내가 한 우산 속에서 다정하게 붙어간다. 나는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7시 50분. 8시안에 대 가긴 애저녁에 틀린 일이다. 소금쟁이 같은 검은 제복의 모자가 등장한다. 엉켰던 반바지와 대머리 사이에 간격이 지어진다. 소금쟁이가 팔을 들어 길가 쪽을 가리킨다. 반바지와 대머리가 각기 제 두꺼비에 오르고 그들의 두꺼비가 길가 쪽으로 끌리면서 비로소 엉겼던 한길이 봇물처럼 터진다. 일련의 광경이 무성 영화를 보는 듯하다. 또 태울 참인겨? 차 머리가 보도 쪽으로 꺾이는가 싶으면서 송곳 같은 날카로운 지름소리가 천장을 가른다. 어째 잠잠하다 했다. 고만 태우라우! 어데 더 탈 틈이 있다고 이라노! 삶의 뻐끔질이 용틀임칠 기세다. 어머! 내 돈! 60만 원! 돌연한 절규와 동시에 그 성 희롱 연극의 우산 속 남녀의 환영이 아차 하는 머리받힘을 일으킨다. 아저씨! 아무도 내려 주지 마세요! 숨차 할딱이는 여인. 열리려던 차 문이 서둘러 아물린다. 이 안에 소매치기 있다구요! 다급해 하는 여인의 목소리. 아니다. 소매치기는 없다. 나는 속으로 뇐다. 접어들이려던 차가 내쳐 발길을 내딛는다. 차 세워! 내린다구! 차 안 서고 와 이라노! 차 세우라우! 차안이 분화구처럼 들끓기 시작한다. 경찰서까지 가야 합니다. 운전수가 우련히 뇐다. 경찰서가 어디야? 강파른 말마디가 앞으로 날아온다. 조금만 가면 됩니다. 운전수가 차의 고삐를 다그친다. 쓰린 쓰리고 내릴 사람은 내려야지! 가이고 탔으만 단다이 챙길 기지 시간 없는데 이기 뭐꼬! 쓰리꾼이 여태 이 안에 있가지비! 바보야? 촌각을 다투는 아침 시간에 이게 뭔고! 시내를 한 바퀴 돌 참이여? 익명성 뻐끔질이 화산처럼 폭발한다. 포도청 마당 안으로 차 머리가 디밀리자 의례 그것이려니 하는 표정의 하늘색 반소매가 다가온다. 소매치기. 운전수가 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그 일상성에 '남의 일' 하듯 하늘을 쳐다보며 다가온 반소매에게 말하였다. 얼마? 반소매가 물었다. 60만 원. 운전수가 여전히 해바라기 하듯 얼굴을 하늘에 꽂은 채 대답하였다. 추적이는 빗발 속에서 반소매가 앞문에 붙어선다. 또 다른 반소매가 나타난다. 먼저 나타난 반소매에게 다가간 뒤의 반소매가 먼저 온 반소매와 잠시 더듬이짓 하더니 뒷문으로 간다. 반소매가 빚어지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몸뒤짐한다. 내가 내리자 반소매가 나의 대봉투에서 책을 꺼내 책갈피를 후루룩 넘겨본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낸다. 지갑 속에서 편지 봉투와 돈이 나왔다. 얼마요? 반소매가 지갑을 들치며 물었다. 편지 봉투 속의 것은 알지만 지갑 속의 것은 아슴아슴하기에 '글쎄요.' 하였다. 그 쭈밋거림이 못마땅한지 얼만지도 모른단 말이요, 하고 타박이다. 선생이요? 반소매가 뒤져 꺼낸 신분증을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에 촌지 받은 거요? 하며 편지 봉투를 까불린다. 어제 보충 수업비 받은 겁니다. 미처 집사람에게 건네지 못하고......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나의 쭈밋거림이 수상한지 아주머니! 이리 와 봐요! 하고 소리 친다. 한 아주머니가 달려온다. 이거 봐요, 하며 반소매가 봉투에서 수표를 꺼내 아주머니에게 내 보인다. 아니에요. 현찰이에요. 아주머니가 징징거린다. 반소매가 지갑과 수표를 나에게 돌려준다. 비가 삐어 가고 있으므로 우산을 접었다. 어제 보충 수업비 받은 겁니다, 미처 집사람에게 건네지 못하고...... 뒤늦게 그 변명이 비굴하고 자괴스럽고 언짢다. 그 언짢은 기분을 해소시킬 양으로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았다. 없다. 그 흔한 담뱃가게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문 앞까지 와서야 담뱃가게를 만날 수 있었고, 담배를 사 가지고 돌아섰을 때 하늘이 다시 비를 퍼붓기 시작한다. 접었던 우산을 도로 펼쳐 들었다. 철문이 배죽이 열려 있다.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징거 주었다. 비에 씻긴 운동장이 휑뎅그렁하고, 여러 가닥의 물길이 실개천을 이루며 지절거리고 있다. 바람까지 실은 빗줄기는 빗발의 삼대밭이다. 튀겨 오르는 물방울이 자자하게 물안개를 피워 올리며 바짓가랑이에 무게를 단다. 우산 천 속으로 튀겨드는 는개 같은 물방울이 소분소분 눈썹에 달라붙는다. 누렇고 비썩 마른 개 한 마리가 빗속을 누비며 비실비실 뒷문 쪽으로 기어가고 있다. 꼬리가 축 처진 녀석의 잔등은 빗물로 털이 줄줄이 엉겨 붙었다. 꼬락서니하군, 나인지 개인지를 딱해 하며 층계를 올랐다. 빗발 속에 갇힌 두 동의 회색빛 시멘트 덩이는 거대한 괴물만 같다. 구관의 현관은 자물쇠를 물고 있었다. 지나치는 걸음으로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자니 창문 하나가 열려 있고, 그 열려진 창문으로 빗물이 들이치고 있다. 창문을 닫아 주지 않고는 집채가 빗물에 잠길 형국이다. 열쇠를 가져 와야 했고, 서둘러 본관으로 향하였다. 현관문을 밀었다. 집채를 허물어뜨릴 듯한 문소리가 비명을 질러대며 몸서리치게 하였다. 수납 창구를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도 없다. 시계를 보았다. 9시가 반이 넘고 있다. 일직 교사를 기다리던 야간 경비원 곽 씨는 그만 들어간 모양이다. 여태 기다릴 리가 없다. 주혜자 선생도 아직 오지 않았나 보다. 이런 일을 감안해서 두 사람씩 짝 지어 놓지 않았는가. 우산을 문 옆에 세우고 복도로 올라 서무실 문을 열었다. 드르릉거리는 미닫이가 몸살을 앓는다. 서무과장 책상으로 가 당직 근무 일지를 당겨 끈을 물고 있는 갈피를 잦혀 당직자 서명란에 '한정수'를 기재하고 사인을 했을 때 현관문 소리가 났다. 수납 창구를 통해 내다보았다. 무슨 일로 이제야 나타나는가? 그녀가 우산을 접어 벽에 세우고 복도로 올라서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목례를 하고는 곧장 교무실 쪽으로 향한다. 무슨 대면이 저런가? 열쇠함 쪽으로 걸어가 함을 열어 보았다. 함이 비어 있다. 사방을 두리번거려 보았다. 열쇠 꾸러미는 사환 아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열쇠 꾸러미를 집어들고 복도로 나오자니 그녀가 교무실 문 앞에 서 있다. 뭐 꺼낼 거 있나 보다는 생각에 뭐 꺼낼 거 있습니까, 하고 다가가자 그녀가 네, 하고 희미하게 대답하였다. 넝마뭉치 같은 열쇠 꾸러미는 뒤죽박죽 미친년 머리채다. 열쇠 꾸러미를 뒤져 '교무' 열쇠를 건져 교무실 문을 열어 주고 돌아서서 현관으로 나왔다. 우산을 집어들고 현관문을 밀었다. 우산을 뒤집을 기세의 바람비가 콩자루를 쏟는 듯한다. 우산대를 꽉 거머쥐고 빗속을 뚫어 구관의 현관 앞에서 몸을 날렸다. 열쇠 꾸러미를 뒤져 '구.현' 열쇠를 건져 올려 자물쇠를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릿한 빗물 내가 고역스레 얼굴을 덮쳤다. 뻔한 유리창들은 청맹과니다. 비바람에 청맹과니들이 아우성을 쳐댄다. 들이치는 빗발을 피해 맹수한테 접근하듯 열려진 창문으로 다가갔다. 벌떼처럼 날아드는 빗방울을 무릅쓰고 창문을 당겨 보았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꼼짝도 하지 않으니까 그냥 가 버린 것이다. 부룩송아지를 다루듯 해 보았다. 마침내 부룩송아지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채를 메다꽂았다. 복도가 한결 성질을 죽였다. 손수건을 꺼내 팔뚝과 얼굴에 달라붙은 빗물을 훔치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욱한 습기에 갱도처럼 침침한 복도가 한 배 가득 푸른빛을 머금은 거대한 고분을 연상시키며 무섬증을 몰고 왔다. 후텁 하면서도 서늘한 복도가 발길을 옮겨 놓을 때마다 삐극삐극 몸살을 앓는다. 한 틈입자가 벽 틈 어디에 은밀히 몸을 사리고 있다가 얼른 다른 곳으로 몸숨김 했을 것만 같다. 물어뜯는 빗발 서슬에 유리창들이 와그르르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비바람의 날카로운 발톱에 사정없이 할퀸다. 입시 격문이 붙은 복도 천장의 시멘트 턱살이 희번득희번득 인광을 풀어내는 사자의 관구만 같다. 교실 쪽 벽의 두어 발 간격으로 나무틀에 갇힌 연필화 석고상들은 사자와 함께 순장된 내관들만 같다. 벽 속의 한 천둥벌거숭이에게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벌거숭이를 노려보았다. 벌거숭이도 나를 노려보았다. 어딘가 씨무룩한 벌거숭이에게서 씁쓸한 눈길을 거두고 총총 삼층 복도로 발길을 돌렸다. 삼층에서 길게 뚫린 복도를 흘낏 일견하고 사층을 거쳐 오층으로 올랐다. 수업을 파하고 우르르 빠져나간 도깨비들의 지껄임과 웃음소리와 발자국 소리들이 복도 바닥의 틈바구니에 틈틈이 박혀 있다가 여름날의 논두렁에서 꽉꽉거리는 엉머구리 떼 마냥 와그르르 한꺼번에 되살아날 것만 같다. 내다보이는 바깥은 여전히 세찬 빗줄기로 희뿌옇고, 회색빛 하늘은 가라앉을 듯 대지를 짓누르고 있다. 운동장 끝의 구름을 찌르는 한 떼의 유령 같은 거대한 사시나무들은 비바람에 휘청거리며 뿌연 우연 속에서 산발한 머리채를 흔들흔들하고 있다. 철조망 가두리에 갇힌 이 엄청난 시멘트 덩어리는 양 날개를 열 길도 넘는 낭떠러지 위에 드리우고서 아래로 토물을 게워 내고 있다. 또 다른 토물은 사태가 난 곳 뒷부분께서 철조망 밖으로 하수구처럼 배설되고, 그 건너편 주택들의 지붕 위에서는 빗줄기들이 모래알처럼 부서지고 있다. 별안간에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손등으로 인중을 훔쳤다. 비릿한 열쇠 쇳내가 코 끝에 달라붙는가 했을 때 천둥소리가 시멘트 덩어리를 할퀴고 심장을 갈아 뭉개며 짜증을 몰고 왔다. 그 짜증이 나를 단숨에 일층으로 내려오게 하였다. 현관문까지 내려와서야 본관으로 건너가려 했던 것을 상기하였고, 다시 이층으로 올랐다. 구관에서 본관으로 통하는 이층 사잇문에도 자물쇠가 채어 있다. 밖에서 들여다볼 때나 마찬가지로 본관은 희뿌연 망자의 영기로 가득 찬 고분의 긴 회랑 그것이었다. 발길을 옮겨 놓을수록 음산하고, 창문들이 비바람에 울어댄다. 복도 깊숙이 눈길을 한번 주고 삼층으로 올랐다. 독서실 문이 양 날개를 펼친 채 벌렁 퍼드러져 있다. 삼백여 개의 의자와 책상들이 깊은 잠 속에 빠져 있고, 밤늦도록 시달린 의자와 책상들이 입시생처럼 지쳐 끄물끄물 휴일 하루를 정양하고 있다. 커튼마저 후줄근해진 몰골로 축 늘어진 채 곤스레 잠들어 있고, 밤늦은 커피를 끓여 마시고 팽개친 감독 교사실의 주전자가 가스렌지 위에서 을씨년스레 꾸벅이고 있다. 문을 여며 주고 독서실을 나와 긴 복도를 지나 생물실까지 왔다. 튼튼하게 생긴 주먹만한 잠금쇠가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문짝을 굳게 아물고 있다. 사층으로 올랐다. 사층 역시 휘말리는 빗발 서슬에 으스스 몸서리를 치고 있다. 긴 복도를 걸어 들어갔다. 곧장 서무실로 내려가려던 나는 구관 현관문을 잠가야 하겠기에 이층으로 되돌아왔고, 구관과 본관의 사잇문을 잠그고 일층으로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을 잠그고 우산을 펼쳐 들었다. 빗속을 누벼 본관으로 왔다. 현관문을 밀었다. 현관문이 비명을 토하였다. 문을 잡은 채 살며시 징거 주었다. 우산을 벽에 세우고 복도로 올라 서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서무실에 없었다. 그저 교무실에 있나 보다. 일직은 서무실에서 같이 하게 돼 있지 않은가? 열쇠 꾸러미를 함에 넣고 소파에 몸을 묻었다. 원격 조정기로 텔레비전을 켜 보았다. 허공에 뜬 곰보 자국의 창백한 원구가 나타났다. 지구의 나이와 같습니다. 50억 년을 지켜 온 처녀성을 유린당했습니다. 지하에서 이태백이 통곡할 겁니다. 달인가 보다. 촌지 받은 거요? 소파의 감촉이 내 마음인 양 끈끈하다. 탁자 위의 음식점 성냥곽을 집어 담배를 붙여 물었다. 온통 자고 있다. 마녀의 주술에 걸린 성채다. 주검과 같은 깊은 늪. 그리고 폭풍우. 모든 존재는 종말로 닿아 있다. 자아의식에 과민함은 부질없다. 전화 소리가 심장을 흔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학교지요?" "그렇습니다." "겨우 통화군." "예?" "전화 받는 사람이 없어서요." "녜?" "저, 2학년 8반 담임 선생님 나오셨나요?" "방학에다 일요일 아닙니까?" "2학년 8반 담임 선생님 전화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너, 학생이지?" "녜." "그럼, 학생이라고 밝혀야지." "죄송합니다." "담임 선생님 성함이 뭐야?" "차순복요." 전화통 옆의 직원 주소록을 당겨 가나다 순의 주소록 끝 부분께서 '차순복'을 들춰냈다. "여보세요." "녜." "3*3에 0606." "씨이팔, 미친개 번호 한번 기똥차네." "뭐라구!" "안녕히 계세요응. 퍼큐! 매롱." 전화가 뚜우 끊어졌다. 이놈의 도깨비! 눈을 떴다. 잠이 들었었다. 소파에 깊숙이 파묻혀 있었다. 달 표면에 붙은 두 마리의 벌레가 고무 풍선처럼 둥둥 지면을 날고 있다. 민물 징거미 같다. 달에서 보이는 지구가 허공에 걸려 있다. 창백한 비누방울이다. 저 속에 아옹다옹이 있다니, 개미의 일만이나 할까? 희로애락이 그지없이 가소롭다. 채널을 바꾸었다. 비가 너무 왔다. 열차가 전복되었다. 사람들이 죽었다. 사람들이 통곡한다. 다시 채널을 바꾸었다. 지구는 그저 비누방울이다. 그래, 비누방울일 뿐이라구,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방안을 걸었다. 밖은 세찬 비에다 좁은 방안이니 단 둘이 코를 맞대고 앉아 있기 쑥스럽기도 하겠지. 나의 구둣발 소리가 도깨비 발자국 소리 같다. 아니야. 나를 파렴치한 놈으로 보는 모양이야. 이 고도의 성채 속에 단 둘이니...... 탁자 위의 바둑통 뚜껑을 열었다. 흰 알을 집어 화점에 놓았다. 다른 통 뚜껑을 열었다. 하나를 집어 흰 알 옆에 날일자로 걸쳤다. 흰 알이 몹시 경계한다. 흰 알을 또 하나 건져 올렸다. 건져 올린 흰 알을 중앙으로 한 칸 벌여 놓았다. 흰 알이 도망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알들을 몰아 통 속에 거두어 넣고, 성채에 갇힌 폭풍우 속의 고도, 중얼거리며 좁은 공간을 맴돈다. 서무과장 책상 위에 나뒹구는 잡지를 집어 올려 한 꺼풀 책장을 거두어 보았다. 백치 같은 눈매로 헤 벌어진 마를린 몬로의 입술이 입술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 입술이라도 상관없다는 듯하다. 자유분방하였다. 탓할 것이 못 된다. 자신을 충실히 살다 갔다. 자유분방과 방임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후루룩 넘겨보다가 책을 책상 위에 탁 내던졌다. 아차, 순간적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쪽 떨어진 화병 운두에 장지손가락의 가운데 마디의 살점이 할퀴면서 금세 선혈이 뚝뚝 떨어진다. 황급히 상처 부위를 움켜쥐고 휴지통에서 휴지 한 겹을 뽑았다. 교실은 도떼기시장이었다. 나는 교탁을 탁 치고 고함을 쳤다. 하지만 어떠한 통제도 위협도 먹혀들지 않았다. 드디어 나는 한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녀석이 발딱 고개를 쳐들고 곁눈질로 시이팔 하며 나를 치켜보았다. 섬뜩히 드러난 흰자위가 내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듯하였다. 녀석의 볼따귀를 찝으려 하자 녀석이 나의 손을 획 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 통에 여자의 손톱처럼 길게 기른 녀석의 손톱이 나의 손등을 할퀴었고 금세 혈점이 번져 흘렀다. 에이 씨팔! 녀석은 책상을 박차고 휑하니 교실을 나가 버렸다. 야, 이 녀석! 나는 녀석을 소리쳐 불렀다. 폭력 교사는 물러가라! 녀석의 고함 소리가 복도를 타고 메아리쳐 흘렀다. 휴지를 동여 응급 조처를 취하였다. 사환 아이 책상 서랍을 당겨 보았다. 볼펜이랑 물건들이 잡다하다. 스카치테이프를 풀어 상처를 감싼 휴지 위에 친친 동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을 때 녀석의 담임 선생이 나에게로 왔다. 이번 시간에 손 댄 아이 있습니까, 그 아이 어머니가 와서 벼르고 있습니다, 하며 그의 자리로 나를 데리고 갔다. 한 여인이 오도마니 앉아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발딱 일어나며 다짜고짜 야! 이 폭력 교사야! 네가 선생이냐! 깡패지! 하며 날카로운 삿대질로 내 얼굴을 찔러댔다. 기가 막힌 나는 아이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머리가 터져 집에 드러누워 있다면서 고소하겠다고 악을 썼다. 나는 증인으로 그 반의 반장을 불러와 그 때의 상황을 설명시켰다. 했지만 머리가 터진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냐며 여인은 한층 더 길길이 뛰기만 하였다. 한바탕 소란을 피운 여인이 돌아가고 이내 파출소에서 즉시 나와 달라는 호출이 날아들었다. 나는 그 반의 반장을 데리고 파출소에 출두해야 하였다. 반장이 상황을 설명했지만 터진 머리가 있는 한 파출소에서는 선뜻 이쪽의 해명을 믿으려 하지 않는 눈치였다. 반장 아이는 양호 교사를 데려 왔고, 점심 시간에 운동장에서 다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겨우 일을 잠재울 수 있었다. 밖은 여전한 비바람, 무언가 자꾸 찜찜하다. 탁자 위에 널브러진 신문을 집어 들었지만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돌멩이 섞인 모래판만 같다. 신문을 탁자 위에 팽개치고 다시 소파로 돌아가 몸을 묻었다. 읽을 거리라고 가지고 온 T씨의 수필집을 펼쳐들고 활자를 좇아 보지만 역시 의미의 전달이 따르지 못한다. 읽은 곳을 되짚어 보지만 여전히 활자가 눈 끝에서 흘러내릴 뿐이다. 또 담배를 꺼냈다. 하지만 귀찮았고 눈을 감았다. 서먹서먹하겠지, 처녀이고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니까. 하지만 내일부터 당장 나를 어떻게 대하려고 저러는 걸까? 전화 소리가 눈꺼풀에 쏟아져 내렸다. 기절할 것같이 놀랐다. 또 잠을 잤다. 허겁지겁 전화기를 들었다. "하 학굡니다." 놀란 끝이 말 마디를 중첩시켰다. "아빠야?" 아내의 목소리다. "무슨 일이야?" "가 있었구만." "가 있다니?" "학교에서 전화가 왔었어." "학교에서라니?" "일직 선생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교대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다고. 가도 두 번은 오갔을 시간인데도 가지 않았다니 웬일인가 해서......" "뻐쓰간에서 일이 있었어." "일이라니?" "별일 아니야." "장동표 엄마라고 쓴 봉툰 뭐야?" "돌려 줄 거야." "돌려 줄 걸 가지고 오긴 왜 가지고 왔어?" "녀석 편에 보내 오기도 했고......" "웃기지도 않는군. 그럼, 녀석 편에 돌려 줬어야지." "고스란히 돌려 줄 녀석이 아니야." "알았어." 전화기를 내려놓고 지갑을 꺼내 지갑 속에서 정성스레 접어 간직한 한 장의 천 원 짜리 지폐를 꺼냈다. 때에 전 지폐는 변함 없이 구운 오징어 껍질처럼 쪼글쪼글 그 추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때때로 생각나면 그것을 꺼내 늘어지려는 탕개를 조이는 각성제로 써 먹곤 하는 그것이다. 지각이 상습적인 녀석의 종아리에 두어 대 매를 댄 그 이튿날 보충수업 전 신새벽에 불이나케 달려온 녀석의 어머니가 교무실로 달려들어 낮도깨비처럼 나타나 손바닥에다 종이 탁구공을 재빨리 쑤셔 넣고는 휑녀케 돌아서서 바람처럼 나가 버렸다. 얼떨결에 당한 나는 돌돌 구겨 비벼 만든 손안의 종이 탁구공을 펴 보았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용케도 구한 시래기 잎 같은 천 원 짜리 지폐. 나는 우거지 같은 지폐를 다시 착착 접어 지갑 속에 넣고 시계를 보았다. 2자에 짧은 침이 걸쳐져 있다. 점심을 어떡허나? 알아서 하겠지. 중얼거리며 사환 아이 책상으로 걸어갔다. 스카치테이프에 물려 있는, 책상 위의 외부 전화 번호들에서 중국집을 더듬어 내려갔다. 전화기를 끌어당겨 숫자를 찍었다. 세 번째 울림에서 신호가 떨어졌다. "우성 반점이지요?" "예, 우성입니다." "짜장면 하나요. 국일 학굡니다. 고량주 한 도꾸리하구요." "예." 전화기를 내려놓고 사환 아이 책상으로 가 직원 주소록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중간쯤에서 주혜자 선생의 주소와 약도가 드러났다. 약도가 자세하다. 정교한 그림과 반듯한 글씨가 그녀의 깔끔한 마음이다. 방과 후 홀로 남아 휑뎅그렁했던 교무실 책상 밑의 가지런했던 그녀의 실내화가 떠올랐다. 그녀의 단정한 증표들이었다. 또 전화다. "학굡니다." "한정수 선생님 계세요?" "접니다." "저, 길주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댁으로 전화 올렸더니......" "예, 안녕하십니까?" "근래 왜 낚시 안 나오세요? 붕어 향어 해서 많이 나옵니다." "그렇습니까? 요즈음은 입어료가 얼맙니까?" "아따, 일변 입어료 타령입니까? 제 언제 선생님한테 입어료 챙겼습니까? 정말 섭섭합니다. 그냥 들르세요. 그나저나 길주란 놈 말썽은 안 부리는지......" "말썽 부릴 놈이 따로 있지 길주는 얌전하지 않습니까?"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이나 모래쯤 나오실 시간 나실는 지...... 낚시 겸......" "시간은 있습니다만 이 태풍 속에......" "내처 이러겠습니까? 꼭 나와 주세요. 3학년이니 드릴 말씀도 있고......"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 문제로 전화 올렸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씨이팔." 허허, 머리가 찡 편두통이 인다. 수화기 저편으로 아득히 증발하는 마지막 말은 못 들었어야 하였다.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바퀴가 심장을 갈아 뭉갰다. 복도로 나와 교무실 쪽을 넘겨다보았다. 문이 아물려 있다. 문을 잠그고 있을지도, 해졌고 현관으로 나왔다. 비는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다.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움직이는 한 덩어리의 이물이 눈에 잡혔다. 뒤엣 것이 앞엣 것의 꽁무니에 주둥아리를 붙이고 혀를 널름거리며 줄레줄레 따라간다. 뒤엣 것은 들어올 때 본 그놈이다. 앞엣 것은 이따금 획 돌아서서 꼬리를 내리깔고 땅바닥에 주저앉곤 한다. 들어올 때 본 녀석은 더욱 안달이 나서 주둥아리를 앞엣 것의 꽁무니에 들이밀려고 한다. 앞엣 것이 일어나 걸어간다. 다시 녀석이 줄렁줄렁 따라간다. 앞엣 것이 이번에는 성가시다는 듯 흰 이빨을 드러내고 녀석을 돌아보며 앙, 용을 쓴다. 녀석이 주춤 물러난다. 다시 앞엣 것이 걸어간다. 콧중배기를 앞엣 것의 꽁무니에 들이대고 킁킁거리며 따라가던 녀석이 앞엣 것의 등을 훌렁 걸터타고 흘레질을 친다. 헤헤거리는 녀석의 주둥아리에서 침인지 빗물인지가 계 에 흘러내린다. 신발장을 열고 헌 슬리퍼짝을 꺼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이 자지러졌다. 뒤엣 놈을 향해 슬리퍼짝을 냅다 뿌렸다. 뒤엣 것에 정통으로 꽂혔다. 통쾌하다. 이물들이 운동장으로 달아났다. 다시 들어왔다. 화장실을 들렀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화장실 갈 일도 없나 보지? 방안을 한 바퀴 돌았다. 흑판에 한일자를 그었다. 두 바퀴 돌았다. 또 한 획을 그었다. 다섯 바퀴에서 바를정자가 되었다.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하나에서 백으로 세어 갔다. 백에서 거꾸로 내려왔다. 주선생! 미간에 송곳을 들이댄다. 일어서시오. 나가시오 3층 생물실로 가시오. 폭풍우 속의 고도. 아무도 오지 않소. 쥐도 새도 모르오. 삐그르르 현관문 소리가 나고 닫히는 소리가 머리를 도끼질하였다. 피식 웃음이 빚어 나왔다. 온통 빗물에 뒤발린 비옷의 아이가 알루미늄통을 들고 복도로 올랐다. "식사 시켰습니까?" 아이의 목소리가 솜방망이 문 듯 볼메어 있다. "응. 이리 가져 와." 드르릉거릴 문바퀴가 지레 살덩이를 오그라들게 한다. 아이가 문을 열었다. 심장이 졸아붙었다. "수고했어. 비 오는데 미안해." 아무 말 없이 아이가 탁자 위에다가 짜장면과 단무지, 장, 젓가락, 술잔들을 고량주하고 털어놓았다. "달아 놔. 한정수라구." 그저 대답 없이 아이가 돌아섰다. 현관문이 메다꽂혔다.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젓가락을 튿어 짜장을 비볐다. 끈끈한 짜장이 어째 내 마음인 양 찐득인다. 주전자를 찾았다. 주전자는 함지박 엉덩이를 깔고 문 옆 가스렌지 위에 퍼질러 있었다. 일어나 주전자 뚜껑을 열어 보았다. 먹다 남은 보리차를 반쯤 담고 팅팅 불어터진 보리톨들이 강바닥에 나붙은 골뱅이처럼 깔려 있다. 냄새를 맡아보았다. 쉬지는 않은 것 같다. 가스불을 켰다. 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탁자로 돌아와 한 자락 면을 걸어 넣었다. 보기보다 맛이 없다. 고량주 물점을 한 점 핥고 또 면을 걸어 넣어 보았다. 하지만 입맛이 당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또 한 점 고량주물을 핥았다. 면을 다 비우도록 입맛이 쓰다. 남은 고량주물을 홀짝 핥았다. 주전자 물이 끓는다. 주머니 속에 챙겨 가지고 온 봉지 커피를 확인하였다. 탁자 위에 있는 컵에다가 봉지를 튿어 커피 가루를 비웠다. 커피 봉지를 돌돌 말았다. 끓는 물을 컵에 따르고 가스불을 끄고 돌돌 만 커피 봉지로 컵 속의 물을 저으며 소파로 돌아왔다. 술기가 알딸딸해 온다. 한 모금 한 모금 커피물을 머금으며 어딘지 날씨 같은 추진 마음을 달랜다. 전화가 운다.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다. 잠을 잤다. "학교지요?" 대뜸 송곳 같은 여인의 지름소리다. "예, 그렇습니다." "오팔팔 선생 집 전화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여인의 목소리가 앙칼지다. "우리 학교에는 오팔팔이란 선생님이 없습니다." 나도 조금은 퉁명스레 말하였다. "애들이 노상 오팔팔 오팔팔 하는데 없어요?" 여인의 목소리가 한층 앙칼지다. "오팔팔이 아니라, 천양리 선생님이십니다. 그런데 왜지요?" 나는 감정을 꾹꾹 눌러 가며 또박또박 말하였다. "우리 집 애가 어제 나가곤 여태 안 들어왔어요.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기에 가출을 해요?" 맹랑하다. "그런데요?" "우리 집 아이하고 가까이 지내는 그 반 아이 좀 알아보려고요." "예, 좀 기다리세요." 직원 주소록을 당겨 천 선생의 주소를 들추었다. "여보세요. 3*7에 2397입니다." "선생이란 사람이 오팔팔 같은 데나 다니니 애들이 그 모양이지." "예?" "애들이 선생 닮지 누굴 닮아요!" 빽 소리치고 전화가 뚜우 끊어진다. 머리가 또 찡 편두통이 인다. 빗소리가 창을 넘어든다. 나는 또 담배를 피워 물고 눈을 감았다. 한정숩니다./ 안녕하세요? 순범이 어머닙니다. 다름 아니라, 어저께 학교로 선생님을 찾아간다는 게 다른 반 선생님을 만나고 왔지 뭡니까? 오팔팔 선생이라고요...../ 그런데요?/ 그런데 어제 만난 오팔팔 선생님 반에도 정순범이란 학생이 있다면서요?/ 예, 있습니다. 3학년 2반이지요. 순범이가 제 이름과 반을 말하지 않던가요?/ 왜 안 했겠어요. 3학년 4반 한정수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게 어떻게 됐냐믄요, 교무실에 들어섰더니 수업중이라 그랬는지 선생님이 한 분만 계시더라구요. 그래 다가가 정순범이란 학생의 어머니 되는 사람인데, 하는데 아, 순범이 어머니십니까? 제가 순범이 담임입니다. 여기 앉으시죠, 하고 의자를 내밀며 반기지 않겠어요./ 그래서요?/ 그래 앉아 이 얘기 저 얘기하고 봉투를 건네고 왔는데, 저녁에 우리 집 애가 왔길래 키 크고 안경 쓰고 구렛나루가 거뭇한 게 너희 담임 선생 잘 생겼더라 했더니만, 우리 담임은 키도 작고 안경도 안 끼고 구렛나루도 없고 똥배가 뽈록 튀어 나와서 별명이 맹꽁인데 혹시 3학년 2반 담임인 오팔팔 선생을 만나본 게 아니냐면서, 그 반에도 제 이름하고 똑 같은 정순범이란 아이가 있다 잖겠어요./ 그런데요?/ 오팔팔 선생님한테 가서 봉투를 돌려 받으시라고 전화 드리는 겁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니께서 돌려 받으세요. 그보다 전 절대로 봉투 같은 거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의 집 애도 그러긴 합디다만 괜히 그러는 척하지 돈 싫은 사람 봤나 캤더니만 우리 집 애도 그럴 거라면서 찾아가 보라고 하길래....../ 어머니께서 돌려 받으세요./ 제가 어떻게 준 돈을 돌려 달라고 합니까, 빈대도 낯짝이 있지? 꼭 돌려 받아쓰세요./ 알겠습니다. 돌려 받아 순범이 편에 보내 드리지요. 고량주 기운이 전신에 쏴 하다. 직원회 끝났습니까? 한 마디 물어 보겠습니다. 선생을 옆차기로 때려눕히고 발길질을 한 김동문이 오늘도 버젓이 학교를 활보하고 다니는데 어떻게 처리하실 지 교장 선생님과 학생 주임 선생님,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의중을 듣고자 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습니까?/ 퇴학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꺼리고 당사자 선생님 본인도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좀 더 두고 봅시다./ 뭘 두고 보자는 겁니까? 그냥 저냥 넘어가자는 겁니까?/ 누가 그냥 저냥 넘어가겠다고 했습니까?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어디 그게 그레 간단한 문젭니까? 삐그르르르 철겅. 현관문 소리에 잠을 깼다. 복도로 오르는 발소리가 들리고 드르릉 미닫이 소리가 가슴을 까뭉갰다. "수고가 많습니다." 경비원 곽 씨다. "아침엔 왜 늦었지요?" 곽 씨가 다가와 몸을 소파에 맡겼다. "그렇게 됐습니다." 나는 소파에 묻힌 몸을 뽑아 올렸다. 교무실 쪽에서 또박또박 구둣발 소리가 다가온다.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5시가 10 분을 남기고 있다. 벌써 그렇게 됐나? 죽은 듯이 잠을 잤다. "한 분은 누구죠?" "..........?" "일직 교사 말입니다." 곽 씨가 나를 돌아보았다. "주혜자 선생입니다." 나의 성대가 푸르르 떨렸다. "새로 부임한 처녀 영어 선생? 벌써 들어갔나요?" "교무실에......" 나는 귀찮았고, 겨우 입술을 놀렸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문께서 빼끔히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살짝 목례를 하였다. 나의 고개가 반사적 반응을 보였다. "수고하세요." 그녀가 말하고 곧 돌아섰다.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들어가시게요?" 곽 씨가 그녀의 등에 대고 말하였다. "녜, 수고하세요." 그녀가 다시 말하며 현관으로 내려섰다. "안녕히 가세요." 곽 씨가 그녀의 등에 대고 커다랗게 소리쳤다. 그녀가 나가고 곽 씨가 담배 한 개비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비죽이 내밀린 담배 개비 하나를 뽑았다. "한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곽 씨가 탁자 위의 성냥을 끌어당기며 나를 돌아보았다. "마음이 아프답니다." 투덜거리고 나도 성냥을 끌어당겨 불을 붙였다. "남을 가르치며 밥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 삶이라고 마음이 아프다는 겁니까?" "남을 가르친다는 보람이라구요?" 씨부리고 흘레질이라 해라, 속으로 너부죽거릴 때 곽씨가 허공에 연기를 풀어내고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나저나 각방을 쓴 것 같군요." "신혼 부부요, 한방을 쓰게?" 나는 투덜거렸다. "요새 사람들답지 않게 내외를 했다 그겁니까? 하하하하......" 곽씨가 하하거렸다. "각방 쓴 것까지는 좋아요. 문까지 잠그고 있었다니까." 나는 미확인 사실을 이죽이었다. "접근을 꺼렸다 그거군. 보긴 제대로 봤우. 나 같아도 그랬겠습니다. 하하하하......" 곽씨가 또 하하거렸다. "농담이요, 진담이요?" "나 언제 농담하는 거 봤어요?" 하다가 곽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농담이고...... 들어오다 보니 개놈 둘이 흘레붙어 있습디다. 하지만 누가 그 개놈들을 비난하겠습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라구요?" 나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건성 대꾸하였다. "그래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요." 곽씨가 강조하듯 '다른 사람'에 힘을 주었다. 곽씨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나는 그녀를 떠나 보내기 위해 한동안 몸을 소파에 맡겼다가 손톱 밑까지 타 들어간 담배를 비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석이 어머니와 다방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 형석이는 장동표한테 맞아 머리가 터졌고 일곱 바늘이나 꿰맸다. 형석이 쪽에서는 위자료 조로 200만 원을 요구한다. 아니면 고소하겠단다. 동표 어머니는 50만 원으로 중재해 보라지만 중재가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들어가시게요?" T씨의 수필집을 봉투에 넣는 나를 올려다보며 곽 씨가 말하였다. "예, 수고하세요." "수고 많았습니다." 곽 씨의 말을 뒤로하고 어딘지 그저 울적한 나는 현관으로 내려서서 벽에 기대어 둔 우산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그저 비다. 언제쯤 비구름이 걷힐까? 우산을 펴들고 운동장으로 내려서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하던 곽 씨의 말을 되씹어 보았다. 선생은 그러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러고 있다는 뜻의 반어적 풍자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그 모두를 망라한 포괄적이고도 단적인 표현인가? 이놈의 신분,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이 놈의 직업 팽개치고 구멍가게나 낼까? 중얼거리며 교문을 나서자니 그녀가 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웬일일까? 의아해 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죄송해요. 전화 받으시느라 하루 종일 귀찮으셨죠? 혼자 조용히 생각해 봐야 될 심각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녀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러나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그랬었구나, 해지자니 불쾌감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고, 마침 포장마차를 본 나는 하루의 찜찜함을 풀 겸 그녀와 한 잔의 술을 나누고 싶었다. "주 선생님, 대포 한 잔 하시겠습니까?" 나는 포장마차의 장막을 들추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녀의 팔을 포장마차 안으로 끌었다. "아저씨, 홍합하고 소주 좀 주세요." 의자에 앉으며 술을 청하였다. "아침엔 죄송했어요. 뻐쓰깐에서 소매치기 소동을 만났지 뭐에요." 그녀가 내 옆에 앉으며 말하였다. "저도 소매치기 소동을 만나 늦었는데 같은 뻐쓰를 탔었군요." 담배를 후비적거릴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게 뭔지 아세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손에 신문지 보따리가 들려 있다. "학이에요.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묵묵히 세상을, 창공을 포르르 날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시는 선생님들을 용타고 우러르며 하루 종일 이 종이학들을 접었어요." 말하며 그녀는 신문지 보따리를 펼쳤다. 신문지 속에서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는 될 듯한 종이학들이 수르르 쏟아져 나왔다. "여기는 아무나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더군요. 이 학들을 접으며 새학기부터 다른 직종으로 옮기느냐 마느냐로 하루 종일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 학들을 접다가 아이들에게 세상을 포르르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준다는 생각이 문뜩 들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한 생물학적 영위가 아닌 반딧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록 천칭에나 달릴 서글픈 무게지만 제 빛을 깜빡이잖아요. 너나 없이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지만 결국은 남의 돈이나 긁어 주고 그 대가로 입에 풀칠이나 하기 위해 터덜거리다가 죽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 학교에 남기로 결론 봤어요. 이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랬었구나, 그녀가 하루 종일 교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던 이유가 풀려지려는 때에 그녀가 또 말하였다. "가다가 버리려고 했는데 이 학들, 개학하면 선생님 반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세요. 저도 나눠줄래요. 이 학들처럼 창공을 날 수 있는 날렵한 날개들을 달라구요......." 순간 흘레질 칠 뿐이라는 초라한 모습이 불식되면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보람이 조용히 일었고, 나는 속으로 뇌었다. 그래. 날개를 달아 주는 반딧불이다!
올해 응모된 동화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그 수준이 작년에 못 미쳤고, 동화의 본질에서도 많이 벗어난 것이 많았다. 그래서 다음에 응모할 여러분을 위해 몇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동화라고 해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것도 결손 가정의 어린이나 문제아 이야기를 적당히 읽을거리로 만들어 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동화는 어린이가 제일 먼저 접하는 문학 장르이기 때문에 교육성·예술성·재미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야 한다. 동화를 쓸 때 교육을 본업으로 하는 교사들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교육에 대한 비중을 키우기 쉽다. 그래서 문학 완성도가 낮고 교육 지향의 천편일률적인 작품을 빚기가 쉽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 중 반 이상도 이런 류에 속한다. 교사이니 역으로 교직 밖으로 눈을 돌려 다른 소재를 택해 보라면 너무 무리한 요구일까. 당선작 '감꽃 목걸이'는 응모작 중 가장 동화의 본질에 가까이 섰고, 문장력도 흠잡을 데 없는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말기암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어머니의 가족 사랑이 가슴에 진하게 전달되었지만 주인공을 제외한 아버지와 연지가 일 때문에 요양하는 엄마 곁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전염병도 아니고, 가장 마음 아파할 사람이 남편이기에. 가작 '비밀의 방'은 요즘 우리나라 전역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현실 문제를 누구보다 먼저 부각시킨 점은 좋았지만 주제가 너무 드러나 교훈성이 문학적 완성도를 누르는 결과를 낳았다. '우렁이가 이룬 꿈'과 '하느님을 안은 작은 천사'는 동화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섰으면서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전작은 어미우렁이가 많은 새끼가 태어났으면 자기를 희생한 것으로 끝나고 다음 세대의 그 어떤 사건 등을 통해 부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민물 우렁이가 짠물인 바닷가에 갔다고 좋아하는 것도 문제였다. 후작도 대나무가 하나뿐인 생명을 톱에 잘려 잃게 되는데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러길 바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에 선에 들지 못한 분들도 미완점을 보완해 더 나은 작품 빚기에 전력 투구하기를 바란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 5일제 수업'에 대해 교사와 학생 대부분이 찬성하는 반면 학부모들은 5명중 2명 정도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한국갤럽에 의뢰, 12월초 시내 초.중.고교 교사 330명과 학생 440명, 학부모 302명, 여론선도층 188명 등 모두 1천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서울교육 새물결운동 중간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 5일제 수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매우 찬성한다' 또는 `찬성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교사의 95.8%, 학생의 95.2%를 차지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찬성 의견이 59.6%로 `반대하는 편' 또는 `매우 반대'라는 반대의견 또한 40.1%(무응답 0.3%)에 달해 교사나 학생들에 비해 `주5일제 수업'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교수나 시의원, 교육위원, 교육전문직 등으로 구성된 여론선도층의 경우에는 `찬성' 79.8%, `반대' 19.7%로 대체로 찬성의견이었다. 이밖에 `주 5일제 수업'도입시 미리 준비해야 할 내용을 묻는 질문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여론선도층 모두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교사는 `제도 및 법령정비', 학생과 학부모, 여론선도층은 `희망자를 위한 주말교실 마련'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직장의 `주 5일 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주 5일제 수업'을 도입할 경우 학생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짐에따라 경제사정과 자녀지도 등의 문제 때문에 이를 꺼리는 학부모들의 반대의견이 많이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2년간 시내 초등학교 2곳을 선정, 월∼금요일 `주 5일 수업제'를 시범 실시한 뒤 `주5일 근무제'도입 추세에 맞춰 전체 학교로의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옛 친구를 만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편하게 말을 놓을 수 있는 건 10년, 20년 전 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해 지기 때문일 것이다. 올 연말엔 유난히 동창회 모임이 많아 보인다. 인터넷의 보편화와 옛날이 그리울 만큼 팍팍한 현실 탓인 모양이다. 앨범 속 그 친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나를 알아보기는 할까... 영화 속 동창회에서도 복잡다단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당신의 동창회와 얼마나 닮았는지, 혹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시길. # 페기 수 결혼하다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주연 : 니콜라스 케이지, 캐서린 터너 / 1999년 니콜라스 케이지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창회 소재 영화. 니콜라스뿐만 아니라 짐 캐리, 헬렌 헌트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코믹 드라마로 오랜 기간동안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 받아 온 작품. 콜럼비아 75주년 기념으로 재출시 되기도 했다. 영화는 동창회를 통해 유발될 수 있는 복잡다단한 심정을 폭로한다. 이혼 위기에 놓인 43세의 페기 수는 고교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동창회 퀸으로 선발된다. 꼭 끼는 고교 시절의 드레스와 들뜬 기분, 게다가 퀸으로 선발된 감격에 버거워하던 그녀는 그 자리에서 실신한다. 눈을 떠보니 양호실인데 놀랍게도 학교도 친구들도 모두 고교 시절 그대로다. 현재의 바람둥이 남편 찰리가 페기에게 구애하자 그녀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결국 페기는 그의 구애를 피하고 나중에 크게 성공할 다른 동창생과의 연애를 시도한다. #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감독 : 데이빗 쉬머 / 주연 : 데이빗 쉬머, 테리 해처, 라라 플린 보일 / 1999년 미국의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배우로 출연했던 데이빗 쉬머가 연출했다. 전형적인 동창회 영화로 커다란 사건이나 해프닝을 다루기보다는 자잘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어디에나 있을 듯한 흔한 캐릭터와 개연성 있는 사건 전개를 통해 동창회와 관련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시카고의 고급호텔에서 고등학교 졸업 10주년 동창회가 열린다. 동창회에는 10년의 세월동안 쌓인 어색함이 흐르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메말라버린 마리아, 소아과 의사 케빈, 인기강사가 된 홀리, 정리해고를 당한 던컨 등 모두 한 가지 이상의 문제를 갖고 사는 보통사람들로 다시 모였다. 처음엔 별 관심 없이 모였던 이들이지만 옛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된다. # 비밀과 욕망 감독 : 린다 옐런 / 주연 : 미라 소르비노, 제임스 벨루시 /1998년 동창회에서 예기치 못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감추어졌던 비밀이 밝혀진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 구성은 살인 사건이라는 미스터리적 요소와 어우러져 탄탄한 스릴러적 분위기를 구현한다. 미라 소르비노를 비롯한 헐리우드의 낯익은 청춘 스타들이 등장해 흥미를 돋군다. 스티비는 대학 동창회를 개최한다. 개인비행기를 몰고 온 피터, 상원의원 후보인 레베카, PR회사 사장인 위니와 그의 비서 엘사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동창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학창시절의 오랜 전통을 다시 재현해봄으로써 향수에 젖고, 옛 우정을 떠올린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동창회 진행 도중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을 계기로 동창들 사이의 오랜 비밀과 감추어진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 로미와 미셸 감독 : 데이빗 머킨 / 주연 : 미라 소르비노, 알란 커밍 / 1997년 여자 화장실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을 메인 컨셉으로 하여 만들어진 코미디물. 고교 동창인 로미와 미셸은 10년만에 고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졸업 앨범을 보며 한 바탕 수다를 떤다. 그들의 평범하고도 유쾌한 삶의 자세가 풋풋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고교시절 단짝 여자친구들끼리 함께 보면 크게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로미와 미셸은 고교 졸업 후에도 함께 살며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꿈꾼다. 자동 차 회사 캐셔로 일하는 로미는 어느 날 동창생 헤더를 만나 고교 졸업 10주년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로미와 미셸은 앨범을 펼쳐놓고 고교 시절을 회상하며 온갖 에피소드를 들추어낸다. # 잃어버린 봄 감독 : 피터 슈로더 / 주연 : 프리츠 헬무쓰, 토머스 윌럼 얀센 / 1995년 영화 속에서건 실제에서건 동창회는 늘 과거의 회상을 동반한다. 은발 노신사들의 동창회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도 과거를 회상하는 절차에선 비교적 젊은 동창회 영화들과 다르지 않다. 노신사들이 둘러앉아 곱씹는 고교 시절의 추억은 그들의 지긋한 연령으로 인해 마땅히 봄으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된다. 코펜하겐 오스테르브로 거리에서 애견과 함께 산책을 하던 50대의 남자가 갑자기 숨진다. 그로부터 35년 후 은발의 노신사 19명이 고교동창회를 연다. 그들 중엔 학교, 교사, 부모의 기대대로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대열에서 떨어져나간 낙오자도 있다. 어쨌든 동창이란 이름으로 모인 노신사들은 덴마크 최고의 명문 사립 '메트로폴리탄 고교'의 시절의 그리 밝지만은 않았던 추억을 떠올린다.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위원장 윤정일·서울대교수·학실련)는 19일 성명을 내고 교육환경을 위협하는 전주신공항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학실련은 성명에서 "사업의 타당성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전주권 신공항 건설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악화와 주민의 교육 및 생활환경권을 크게 침해하는 졸속행정이라는 점에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실련은 또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신공항 건설 부지와 불과 430m 떨어진 곳에 초·중·고교 및 대학이 위치해 있어 이들 학교 학생들의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공항 소음공해로 인한 교육환경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대 수원캠퍼스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학교가 인접한 곳에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교육을 희생시키겠다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실련은 특히 "정부는 각종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국운이 걸려있는 교육문제를 뒷전으로 미루는 후진국형 정책입안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며 "학교의 교육환경권을 우선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대전교련은 15일 제15차 정기대의원회를 개최하고 제5대 회장으로 윤병태교사(신일여고)를 선출했다. 재적 대의원 237명 가운데 178표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윤 신임회장은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교권이 바로 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신념으로 일하겠다"며 "교직안정과 교권옹호, 교원 정년환원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수시로 학교 분회를 방문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교원복지 및 회원 수혜사업 확대, 교원 근무부담 경감 및 업무 경감, 교련회관 건립을 위한 부지 마련, 스승의 날을 교원 휴식일로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 회장은 또 "교련 사무국을 재정비, 투명한 운영을 할 것"이라며 "공무원 연금법 개악저지, 7차 교육과정 문제점 수정보완, 교수계약제 폐지, 유아교육법 제정 등은 한국교총과 한 목소리로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편 이날 대의원회에서는 부회장 6명과 이사 14명도 선출했다. 다음은 명단. ▲부회장=최진동 서대전초교감, 김관의 판암초교사, 이길순 경덕공고교감, 이도찬 대전과학고교사, 유정자 동대전고교사, 안근석 충남대사회과학대학장 ▲이사=장영순 관저초병설유치원교사, 백혁기 교육연수원연구관, 조대윤 대화초교감, 박성학 옥계초교사, 윤여운 선암초교사, 강복순 유천초교사, 오희광 충남여중교감, 손세빈 신탄중앙중교장, 김선행 한밭중교사, 이주태 대전북고교사, 강귀성 대전북중교사, 정규영 변동중교사, 조윤형 대덕대교수, 권의준 목원대교수.
2000년 우리 모두는 '희망'을 화두로 새해를 맞았다. 천년만에 찾아온 아침은 교실붕괴니 교단황폐화니 하는 것들을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 김학준 교총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동안 우리 가슴을 짓눌러온 갈등과 분노의 묵은 감정을 던져버리고 희망찬 학교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새 밀레니엄을 맞았지만 희망만을 노래하기에는 지난날의 상처가 너무 깊었다. 교총은 연초부터 "졸속 교육개혁으로 학교붕괴를 초래한 장본인들은 4.13총선에서 심판 받아야 한다"며 '총선 비상대책위'를 구성, 일단의 정치활동에 돌입했다. 이 활동의 일환으로 전 교육부장관인 이해찬씨가 출마한 서울관악을구에 교원들의 역량이 집결됐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2월말 교육적 체벌은 정당하다는 헌재의 판결이 나왔다. 교육계는 헌재의 결정은 체벌금지와 제한적 허용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던 교육당국의 정책혼선을 수습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환영했다. 졸업·스승의 날 감사표시는 뇌물이 아니라는 대구고법의 판결도 나왔다. 4년전 두명의 학부모로부터 15만원의 촌지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자격정지 1년의 실형을 받고 직위해제됐던 초등교사가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데 이어 복직발령을 받아 다시 교단에 돌아왔다. 학운위원 전원이 참여하도록 교육감 선거제도가 바뀐 이후 올해만 6번의 교육감선거가 치러졌다. 본지는 현직교육감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교육청 직원들이 학운위원으로 대거 들어가면서 공명선거가 의심된다는 기사를 여러번 내보냈다. 교육계 선거가 정치권 선거보다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인사·예산권을 갖고 있는 현직교육감은 여러면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200억원대의 땅을 아무런 조건 없이 대전시교육청에 기부채납한 돈운학원 박병배이사장의 미담은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음을 확인시켰다. 또한 '씨랜드' 수련원 화재당시 수많은 어린이들을 구하고 순직한 고 김영재선생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본사에서 벌인 모금운동에 3300여명의 교사가 동참했다. 김선생의 숭고한 정신은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됐다. 5월초 부산의 모 초등교에서는 한 학부모가 수업중인 여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이러한 사건은 과연 우리사회에 교권이 있는가 하는 자괴감을 갖게 했다. 무리한 정년단축에서 비롯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퇴직교원이 교단으로 U턴한 기사가 끊이지 않았고 정년연장·환원 추진, 연금법 개악저지 투쟁 등에 대한 여론이 본지 곳곳에 녹아 내렸다. '원로교사 1명 내보내면 신규교사 2.5명 채용한다'는 정부 발표가 교육계 최고의 거짓말로 꼽히기도 했다. 6.15 남북 정상회담으로 통일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으나 일선에는 자료도 시간도 부족, 효과적인 통일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도 기사화됐다. 7차교육과정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이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도 끊임없는 논란거리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우리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도 수 차례 지적됐다. 학교운동장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기사는 모든 방송에서 크게 취급하기도 했다. 복사지를 공짜로 나눠준다는 보도이후 1900여 학교에서 신청, 일선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기도 했다.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부부교사 외아들 범진군의 백혈병 투병 소식은 교육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지만 범진군 돕기에 보내준 온정은 우리의 '희망 찾기'가 2001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광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노사정위원회가 `주5일 근무제'에 전격 합의한 이래, 내년부터 학교 주5일제 실험학교를 운영한다는 교육부 안이 나오는 등 `학교 주5일제' 논의가 앞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학교 공부로 찌들어 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인데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채 밀리듯이 급진전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한편 불안한 마음이 든다. 학교 주5일제가 근무시간 단축론과 맞물려 논의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엄밀히 말해 주5일 근무제와 학교 주5일제는 동일선상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주5일 근무제는 관련 당사자가 성인이지만, 학교 주5일제에서 그 관련 당사자의 절대 다수는 학생들이며, 그들은 보호와 교육을 필요로 하는 미성년자라고 하는 점이다. 거기에 우리 교육 내부에서 학교 주5일제와 같은 새로운 학교 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특히 학교 주5일제에 대한 교육 내적 요구는 그 의의와도 깊이 연관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 주5일제 논의에 교육의 관점을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들에 있다. 그렇다면 학교 주5일제 논의를 가능케 하는 교육 내적 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최근 평생학습사회가 강조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학교 주5일제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개선하고자 하는 새로운 학교 운영의 한 형태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연결되어 있다. 두 번째로는 지식기반사회라고 하는 관점에서 지식에 대한 재검토가 요청되고 있는 점이다. 학교 주5일제에 거는 기대 중의 하나는 학습 공간을 학교 안에서 밖으로까지 확장함으로써 가정과 사회의 다양한 교육 인적 자원과의 풍부한 만남, 그리고 생생한 삶 속에서 체험학습을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하게 한다는 데에 있다. 셋째, 최근 우리 교육은 교실붕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공교육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학교교육의 역할과 한계를 재인식하게 하고 있다. 여기서 공동교육, 참여 교육이라는 관점을 토대로 학교-가정-사회의 교육협력체제 구축을 강조하는 학교 주5일제가 제기되고 있다. 넷째,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학생들의 과중한 학습량과 입시준비 등으로 꽉 채워진 현재의 생활 일정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아동의 인권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학교 주5일제에 거는 직접적인 기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상에서 보면, 학교 주5일제는 수업을 6일에서 5일로 줄인다는 단순한 숫자상의 변화가 아니라 그야말로 교육관은 물론, 지식, 교과, 교수방법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을 필요로 하는 '교육개혁'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학교 주5일제가 교육개혁의 차원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다시 다음과 같은 기본 조건에 동시에 주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째, 교육 개혁에 대한 목적 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개혁은 왜 해야 하며,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둘째, 모든 개혁이 그러하듯이 충분한 사전 연구와 실험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한다. 교육개혁을 단기적인 안목에서 형식적인 연구와 실험에 의존하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시행착오와 역효과만이 남을 뿐이다. 셋째, 학교 주5일제이냐 6일제이냐 하는 논의 이전에 학교를 대행해서 청소년들을 여유 있게 수용할 수 있는 사회 체제와 사회·문화·스포츠 활동 등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교육기관조직과 활동프로그램개발을 준비해야 한다. 넷째, 개혁의 중심은 학교와 가정과 지역사회가 되어야 하며, 교육부와 관계 부처는 이를 위한 제도적 조치, 예산 등 '지원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이 외에도 학교 주5일제를 논의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또 있다. 그것은 교육과정 개정과 수업시수 단축, 학교활동과 학교 외 활동간의 상호관련성, 아동의 생활 리듬과 심리 등을 중시하는 학습자 중심의 연구와 결과 반영, 학교 외 활동의 확대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사회 계층간의 불평등 심화 문제, 맞벌이 자녀, 장애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자율적인 참여의식을 형성하기 위한 시민교육 전개 등 다면적인 노력이다. 학교 주5일제는 이러한 제 노력을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해 나갈 때 비로소 그 의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