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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최대의 영화축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사장 박광수,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박도신)가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국고보조금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영화는 작년보다 늘어난 279편을 상영한다.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28개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편수가 증가함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을 상영관으로 추가 확보했다. 올해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영화의 심장인 영화제를 침공한 넷플릭스의 달라진 위상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에 선정하면서 아시아 3개국 시리즈도 처음으로 초대했다. 3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교사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질 만한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10대 성장영화 중 아시아 10대 성장영화를 선보인다. 지난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 배우의 대표작들을 상영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사람, 이선균’도 마련해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그랜드 투어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미겔 고메스 감독을 위한 특별기획 ‘미겔 고메스, 명랑한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에서는 그의 장편 전작 8편을 상영하고, GV를 열어 그의 작품세계와 영화관을 조명한다. 공로상을 수상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도 신작 두 편을 들고 부산을 찾는다. 선선한 가을, 부산으로 영화여행을 떠날 때다. 아시아 최고·최대 영화제의 심장 점령한 넷플릭스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다. 세계적 거장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면서 제작단계부터 이미 ‘한국 대표 영화인들이 완성해 낸 매력적인 사극 대작’이란 평을 받았다. 전,란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차승원·김신록·진선규·정성일 배우까지 호화 배역진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의 조화도 매력적이다. 종종 숨기지 않고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박찬욱식 유머코드도 재미있고, 굵직한 갈등과 대결의 국면으로 설계해 낸 이야기도 긴장감 넘친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박력 있게 부딪히며 나아가는데, 그 박력이 눈길을 끈다. 그뿐만 아니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온스크린 섹션’에서 최초로 소개되면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도 드디어 베일을 벗고 부산에서 관객을 만난다.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 갑작스레 부활한 새진리회 정진수 의장과 박정자를 둘러싸고 소도의 민혜진 변호사와 새진리회·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넷플릭스가 공들이고 있는 아시아 국가 작품 중 일본과 대만 시리즈도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연출 쿠로사키 히로시)는 죽은 남자친구의 심장을 이식받은 남자와 그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라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풍성한 디테일을 통해 재미를 배가시킨다.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에게 다가온 가슴 아픈 기적을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아리무라 카스미와 남은 인생 10년의 사카구치 켄타로가 주연을 맡아 팬들을 가슴 설레게 한다. 대만 시리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연출·각본 옌이원)은 살벌한 연예계에서 꿈과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최고의 두 여배우와 스무 살의 씩씩한 배우 지망생의 여정을 따라 치열한 쇼비즈니스 속 여성들의 멋진 연대를 그린다. 셰잉쉬안·양진화가 주연을 맡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3개국의 넷플릭스 작품이 나란히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넷플릭스의 강화된 위상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확인해 보자. 청소년 이야기 다룬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 2024년 국제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아시아의 뛰어난 10대 성장영화들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10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아시아 신작들을 모은 특별기획 프로그램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를 기획했다. 2023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수상작 호랑이 소녀, 2023년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남자배우상을 받은 바람의 도시를 비롯해, 2024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소개된 마이 선샤인,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된 해피엔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걸스 윌비 걸스, 상하이영화제 뉴탤런트각본상을 받은 피쉬본 등 지난해와 올해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각광을 받은 작품들이 총망라됐다. 또한 두 편의 월드 프리미어 신작 우리들의 교복 시절과 내가 처음 본 바다도 올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번 특별기획 프로그램은 최근 아시아에서 뛰어난 10대 성장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기획됐다.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허우샤오시엔의 동년왕사와 연연풍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린다 린다 린다, 이와이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 등 전통적으로 대만과 일본이 좋은 10대 성장영화를 양산해 왔지만, 최근 이런 흐름은 아시아 다른 나라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벌새, 우리들, 남매의 여름밤 같은 영화가 주목받은 데 이어 말레이시아 영화 호랑이 소녀, 몽골 영화 바람의 도시, 인도 영화 걸스 윌비 걸스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10대들의 영화가 성장하고 있다. 삶의 진솔한 모습, 감춰진 세상의 진실을 10대의 눈을 통해 바라보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들이다. 또한 10대의 성과 사랑을 때로는 발칙하게 드러내고, 때로는 아련하게 추억하며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국제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흐름을 제시하는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는 교사라면 절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치면 안 될 프로그램이다. 현재의 거장 미겔 고메스, 부산 찾는다 세 번째 장편 타부(2012)부터 전 세계 시네필과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포르투갈의 거장 미겔 고메스 감독이 올해 부산을 찾는다. 이제 그의 영화는 포르투갈을 넘어 유럽 영화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은 이미 예상된 결과라는 평. 그의 장편 전작을 소개하고, 감독의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서는 감독이 본인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던 첫 장편 네게 마땅한 얼굴(2004)을 비롯해 그의 장편 전작 여덟 편을 상영한다.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물며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는 친애하는 8월(2008)을 비롯해 대서사극 천일야화 3부작을 상영한다. 2015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천일야화 3부작은 상영장의 모든 관객이 기립 박수와 함께 엔딩 타이틀 음악의 리듬에 맞춰 신명나게 어깨춤을 춘 영화 같은 순간으로 남아 있다. 특히 현장에서 미겔 고메스 감독이 더 트스거오 다이어리(2021)의 공동연출자이자 감독의 동반자 모린 파젠데이로 감독에게 반지를 건네며 청혼 세리머니를 펼친 일은 국제영화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팬데믹 시기에 완성한 더 트스거오 다이어리도 2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미겔 고메스에게 감독상을 안겨준 그랜드 투어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으로 상영한다. 더불어 감독의 영화관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포르투갈 특유의 멜랑콜리와 유머를 함께 지닌 이 시대의 거장. 댄디하고 다정한 유럽의 시네아스트 미겔 고메스와의 만남은 전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쓰이고 있는 영화사의 한 현장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민락수변공원, 다대포에서 즐기는 ‘2024 동네방네비프’ 평범한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제가 식상하다면? 2021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일상에서 즐기는 지역 친화적 영화제’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동네방네비프’가 제격이다. 지역과 문화, 세대와 미래를 잇는 동네방네비프 올해의 키워드는 ‘잇다(connect)’이다. “정말 이런 곳에서 정말 영화를 튼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구석구석까지 과감하게 영화제를 확장했다. 부산 최고 야경 명소인 황령산 봉수대 야외공원,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영도 봉산마을 등이 부산의 숨은 매력을 보여준다. 또 일몰 풍광과 꿈의 낙조분수가 있는 다대포해수욕장, 회동수원지의 땅뫼산 황톳길은 ‘어싱’(Earthing, 땅과의 접촉을 뜻하는 용어) 열풍 속에 부산을 맨발걷기 성지로 거듭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폐막일을 제외한 3일부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도모헌(열린행사장), 사하구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연제구 황령산 봉수대 야외공원, 금정구 회동수원지, 영도구 베리베리굿 봉산센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격리대합실, 기장군 고리스포츠문화센터에서 열리고,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지역의 감독에게 영화 제작 교육을 받고 완성한 단편영화를 커뮤니티비프에서 처음 공개하는 ‘마을영화만들기’도 4년째 이어진다. 올해는 장애인 2팀, 다문화가족 1팀을 포함해 총 7개 제작팀이 7편의 단편영화와 4편의 메이킹 다큐를 제작한다. 시민의 영화제 동네방네비프는 부산 온 동네를 영화의 거리로 바꾸고, 개성과 고유성을 기반으로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그려 나가는 생활밀착형 영화제로 진화 중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법칙 (이헌주 지음, 갈매나무 펴냄, 256쪽, 1만8,500원) 인생의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성’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고유성을 인생의 나침반에 비유하며 두 축을 이루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철저히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자는 외부 평가에 달렸지만, 전자는 그와 상관없이 지속 가능해서다. 나의 소소한 강점을 빛나는 탁월함으로 성장시킬 ‘계획된 우연’을 만날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 반에 자폐 학생이 있다면 (엘렌 노트봄 지음, 허성심 번역, 한문화 펴냄, 196쪽, 1만3,000원) 자폐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생각하는 방식, 사회적 미묘함에 대한 이해, 감각 등 여러 면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폐 자녀를 독립적인 성인으로 키워낸 저자는 백 명에 가까운 전문가들과 소통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폐 학생이 교사에게 바라는 점을 알려준다. 내 아이를 위한 어휘력 수업 (최나야·정수지 지음, 로그인 펴냄, 288쪽, 1만8,000원) 문해력의 핵심은 어휘력이다. 모국어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리라 생각하지만, 어휘가 부족하면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어떻게 어휘를 배우고, 그에 따라 부모가 어떻게 어휘 지도를 해야 하는지 아이의 성장 시기별로 알려준다. 어휘력이 높은 아이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담았다. 프랭클린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번역, 어크로스 펴냄, 484쪽, 2만2,000원) 인쇄공으로 시작해, 발명가·언론인·사업가·독립운동가·스파이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발자취를 통해 삶의 지혜를 모색한다. 인생의 난관 앞에서도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진단하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한 자기계발의 대명사 프랭클린을 100달러 지폐 대신 책에서 만나보자. 법 쫌 아는 10대 (김나영·김택수 지음, 방상호 그림, 풀빛 펴냄, 172쪽, 1만3,000원) 청소년들이 엄숙하게 느끼기 쉬운 ‘법’의 이모저모를 10대 자녀와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가볍게 풀어냈다. 법의 탄생부터 근대사회의 수립과 권리 보호에 미친 영향 등 법이 필요한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법이 추구하는 목적과 형벌 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도록 유도한다. 삽화와 주요 사건, 아이들에게 밀접한 학교폭력과 같은 예시로 이해를 돕는다. 청소년을 위한 기후변화 에세이 (남성현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244쪽, 1만6,800원) 기후변화의 현상·원인·해결책 등을 총 4장에 걸쳐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후난민 같은 사회적 문제와 재생에너지·기후공학 등 기술적 해법, 위장환경주의까지 폭넓게 설명한다. 지구과학·지리 교과목과 연계한 논술·토론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양이 산책 (사라 룬드베리 지음,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66쪽, 1만8,000원) 주인공과 고양이는 늘 함께 산책을 나간다. 언제나 주인공이 정한 길로 가고, 같은 곳에 멈춰 서서, 늘 하던 놀이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던진 한마디. “왜 항상 네가 다 결정해?” 고양이는 이제까지 한 적 없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다 정하기로 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길을 향하는 둘의 산책길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조선, 무엇이든 법대로 (윤지선·이정환 지음. 마음이음 펴냄, 196쪽, 1만5,000원) 500년간 이어진 법치국가 조선의 법 제도를 동화처럼 풀어 설명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과거의 신분·복지·환경·사법·병역·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제도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춘 생활사 중심의 서술은 독자를 조선인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안내한다. 곳곳에 일기·팩트 체크·인터뷰·돌발퀴즈 등 다양한 코너를 배치해 지루함을 덜어냈다.
“10월의 긴 휴일이 충전의 시간이 되려면” 우리에 갇힌 짐승은 정형행동(stereotypic behavior)에 빠지곤 한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무의미한 동작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고개를 흔들거나, 짧은 거리를 끝없이 왔다 갔다 하는 식이다. 선생님들도 다르지 않다. 교사의 하루는 일과에 얽매어있다. 수업과 업무로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결강과 결근은 학생과 동료들에게 바로 피해를 주는 탓이다. 그래서인지 선생님들에게도 정형행동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공강시간,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뒤적이거나, 할 일은 산더미인데 고민에 짓눌려 무의미하게 인터넷 서핑에 빠져 있는 시간을 떠올려 보라. 이 점에서 10월의 긴 연휴는 반갑다. 갇힌 일상에서 벗어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한결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교사의 마음은 휴일에도 여전히 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힘겨운 학생과의 줄다리기, 동료와의 갈등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를 테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버거운 상황과 다시 마주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고민을 감싸안은 채 휴식 같지 않은 휴식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연휴를 보내기 일쑤다. 학교에 복귀할 즈음에도 피로와 무력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테다. 긴 휴일이 쉼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상에는 매듭짓기가 필요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 기력을 찾기 위한 비법(?)이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근심이 가득한 채로 입맛 좋게 먹고, 편안하게 잠들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먼저 고민부터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류학자인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Dimitris Xygalatas)는 의식(ritual)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지갈라타스에 따르면 마음을 가볍게 하는 데는 의식이 큰 역할을 한다. 그는 장례식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누군가 죽었다고 해보자. 사정이 생겨 장례식을 치르지 못했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그이를 일상에서 놓아버리지 못한다. 망자(亡者)도 죽은 자 사이에 자리 잡지 못해 애매한 처지에 놓인다. 제대로 예를 갖추고 난 후에야 비로소 죽은 자도, 산 자도 제 갈 길을 간다. 죽은 이는 기억하고 그리워할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우리는 이제 그이가 다시 오지 못함을 받아들이며 일상을 다잡는다. 이렇듯 의식은 때마다 매듭을 지어주며 의미를 새기고 관계를 정리해 준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의례가 ‘쓸데없는 번거로운 짓’으로 여겨질 뿐이다. ‘의식 줄이기’는 업무 간소화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이지 않던가. 입학식과 졸업식은 간단하게 치르고, 개학식과 방학식 같은 행사는 아예 생략되기도 한다. 지갈라타스에 따르면, 의식이 사라지는 분위기는 현대 문명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의례는 왜 필요 없어졌을까?” 의례는 불안감을 줄이고, 소속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반면 삶은 변화무쌍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런 현실에서 거듭되는 의례는 그 자체로 안정감을 준다.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지갈라타스는 앞일이 가늠하기 힘든 불안한 처지일수록 사람들이 의례에 매달리게 된다고 말한다. 운동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이기고 지는 데는 실력만큼이나 운도 큰 영향을 끼친다. 행운과 불운은 내가 어쩌지 못한다. 그럴수록 자신만의 의식, 리추얼에 매달리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경기할 때마다 똑같은 양말을 신는다든지, 독특한 동작으로 자신의 운동도구를 매만지고 신발을 다듬는 식이다. 이렇게 ‘자기만의 징크스’를 가진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 보라. 의례를 치를 때는 같은 동작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했다면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리라는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는 탓이다. 그렇지만 예상대로 진행되는 일에는 이런 강박에 가까운 의식이 자리 잡지 않는다. 옛날에는 언제 폭풍우가 닥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긴 뱃길을 나설 때마다 온갖 의례가 펼쳐지곤 했다. 기상예보가 정확해진 지금은 이런 풍습들이 미신으로 여겨질 뿐이다. 선진국일수록 사회는 합리적으로 움직인다. 그만큼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 가능한 분야도 늘어난다. 이럴수록 불안해하며 마음 졸일 일도 줄어든다. 의례가 우리 현실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유다. 나아가 의례는 공동체를 일구는 역할을 한다. 자부심이 높고 소속감도 강한 집단들은 ‘통과 의례’가 힘든 경우가 많다. 신병 선발과 훈련이 힘든 부대일수록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끈끈하고 단결이 잘되지 않던가. 버겁지만 마땅히 치러야 할 절차를 함께 겪을 때, 사람들은 공동의 기억을 만든다. 이러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믿음도 자리 잡는다. 하지만 공동체는 이제 내 삶의 든든한 울타리라기보다, 오히려 족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SNS 등은 개인 맞춤형으로 나의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 주지 않던가. 공동체가 굳이 필요 없는 순간이 점점 많아지는 셈이다. 이럴수록 공동체를 일구고 소속감을 가꾸는 일, 이를 위해 치러야 할 각종 의식도 점점 필요 없게만 여겨진다. “의식은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준다” 과연 우리가 의식에 이렇게 소홀해져도 될까? 불안하지 않고 외롭지 않다면 이래도 된다. 그렇지만 연휴에도 온갖 걱정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선생님들은 어떨까? 점점 혼자라는 생각에 교무실에서도 외로움이 올라온다면? 이렇다면 의식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되살려야 하지 않을까? 지갈라타스는 인간은 ‘의례적인 종(種)’이라고 잘라 말한다. 삶의 의미와 가치가 의식을 통해 맺어진다는 뜻이다. 학교의 일상은 온갖 의식들로 가득하다. 학급의 하루는 조회로 시작해서 종례로 끝난다. 매주 혹은 매달 교직원회의가 있으며, 학급자치활동이 있다. 입학식과 개학식으로 학년도를 시작해서 졸업식과 종업식으로 한 해를 매듭짓는다. 이 사이에 여러 기념식과 행사들이 때마다 거듭된다. 온갖 의례가 계절의 순환처럼 우리의 삶을 끌고 가는 셈이다. 이쯤 되면 연휴에도 좀처럼 머리가 맑아지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질 듯싶다. 제대로 휴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질척거리는 일상을 매듭지어 주는 의례가 있어야 했다. 나아가 긴 휴일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때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의식도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의식이 누군가에 의해서 억지로 주어졌을 때는 별 효과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떼로 모여 구호를 외치고, 때마다 집회를 열며, 감동(?)을 되새기는 전체주의 사회의 풍경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렇다면 나의 삶을 스스로 다잡는 의례를 선생님 스스로 가꾸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나는 어느 부분에서 무너져 버렸을까?” “이 아픔과 고통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긴 휴식 기간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올 때 나는 무엇이 바뀌어 있어야 할까?” “올해의 마무리까지 나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할까?” 뜻한 대로만 흘러가는 인생은 없다. 삶은 언제나 흔들리며 조금씩 어긋난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일상을 가다듬으며, 삶의 중심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위의 물음은 삶의 매듭마다 주어지는 의식에서 빠지지 않는 물음들이다. 의미 깊은 의례에서는 좋은 삶을 가다듬는 근본 물음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질문이 사라진 채 이루어지는 의식은 ‘허례허식’일 뿐이다. 불안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선생님에게는 심지를 굳게 다잡아 주는 자신만의 의례가 필요하다. 위의 물음을 되새기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져보시길 바란다. ‘다시 시작하기’를 활용하자 입학식·개학식 등은 특별하다. 질척거리는 과거에서 벗어나 리셋(reset)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매월 1일, 매주 월요일도 새출발을 위한 소중한 순간이 될 수 있다. 10월의 연휴도 그렇다. 연휴가 끝나는 날, 나는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갈라타스의 주장대로라면 휴일도 인류 사회를 꾸리는 의례의 일부다. 휴일과 명절은 일상의 흐름을 끊음으로써 우리에게 다시 태어날 기회를 안긴다. 불안과 헛헛함에 시달리는 선생님에게는 의식이 필요하다. 의미를 되찾는 10월의 연휴가 되셨으면 좋겠다.
경상북도 경산시 백천동 백자산 자락에 위치한 문명고등학교는 학문적 성취와 인성의 조화를 지향하는 사립학교이다. 다양한 교과활동 및 풍부한 비교과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아울러 다양한 인문·과학·예술·체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다. 문명고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하이컨셉 콘서트’는 학생들의 연구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학년을 넘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과 협업이 이루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선생님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의미 있는 배움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어 지역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올해 처음 선·후배 멘토링 도입 … 큰 인기 하이컨셉 콘서트는 창의융합 인재양성을 위한 3학년 자율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매년 열리는 행사다. 올해 행사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3년 동안 연구하고 실험한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하이컨셉 콘서트 이후에 진행된 선·후배 멘토링. 3학년 학생들은 1·2학년 후배들에게 발표 내용을 공유하고, 후배들은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 선배들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멘토로 참여한 3학년 조성재 학생은 “연구내용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질의응답을 통해 많은 조언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특히 1학년 때 탐구주제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박재욱 학생은 “하이컨셉 활동을 통해 1·2학년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며,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발표를 보며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주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민 학생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를 후배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고, 나에게도 큰 자신감을 주었다”며 “멘토링을 통해 후배들에게 영감과 도움을 줄 수 있어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제4회 하이컨셉 콘서트와 멘토링 활동은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학습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학교 측은 이러한 행사를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과 학문적 성취를 동시에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드림 사이언스 캠프’ 만족도 최고 하이컨셉 콘서트와 함께 학생들의 인기를 끄는 것이 ‘드림 사이언스 캠프’다. 1·2학년 학생들이 생명과학과 화학실험을 교내 과학실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캠프 첫날, 현미경 사용법을 배우고, 직접 현미경으로 양파 표피세포 등 다양한 세포분열 과정을 관찰했다. 학생들은 간기-전기-중기-후기-말기에 걸친 세포분열을 눈으로 확인하며, 어려운 개념을 차근차근 이해해 나갔다. 캠프에 참여한 2학년 김민수 학생은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직접 관찰하니 훨씬 쉽게 느껴졌다”고 했고, 같은 학년 이한솔 학생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장면을 현미경으로 보니 신기했다”며 “중기 때 염색체가 모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둘째 날에는 경북대 화학교육과 학생들이 학생 교사로 참여한 화학실험이 진행됐다. 1학년은 아스피린 합성, 2학년은 카페인 추출 실험을 진행했으며, 6명씩 팀을 이루어 실험을 수행했다. 캠프를 기획한 정정환 교사는 “방학 중 학생들의 생명과학 및 화학실험에 대한 요구가 많았지만, 학기 중에는 제한이 많아 이번 캠프를 기획했다”며 “앞으로 물리·지구과학뿐만 아니라 미생물 실험과 같은 전문적인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울림학교’ 문명고는 또 매년 사제동행 문화탐방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는 도서부와 건축동아리 학생 약 22명이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에서 역사와 문화를 탐방했다. 학생들은 2개의 팀으로 나누어 3·1만세운동길과 청라언덕·계산성당·경상감영공원 등을 돌아보고, 대구문학관·향촌문화관·한국전선문화관·대구근대역사관 등에서 근대 역사와 문학 작가들의 흔적을 탐구했다. 또한 북성로 기술예술융합소 ‘모루’, 독립서점 ‘더폴락’, 복합문화공간 ‘대화의 장’ 등을 방문해 문화와 예술·기술이 융합된 다양한 공간을 경험했다. 이경희 사서교사는 “도서부 북큐레이션을 위해 다양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도서관이 복합문화공간임을 알리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참여한 학생들은 대구 근대골목의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장소를 탐방하며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문학·예술·기술이 융합된 공간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2학년 이상협 학생은 “서점 탐방과 활동을 통해 책과 더욱 가까워지고 지역의 역사와 교훈을 얻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 어르신들과의 특별한 만남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이뿐 아니다. 문명고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는 뜻깊은 기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제동행 기부 행사는 지난 3월 임준희 교장 취임식 때 받은 쌀을 뜻깊은 곳에 사용하고 학생들에게 헌신과 봉사정신을 가르치려는 학교장의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학교 축제기간 동안 학부모에게 쌀을 판매해 모은 수익금으로 학생들과 함께 시장에서 생활필수품을 구입, 직접 포장해서 저소득 노인 가정에 전달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드리고, 생필품을 전달하는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봉사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내 메디케어(의료) 봉사단은 최근에 지역의 복지관과 연계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의료상담을 제공하는 의료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봉사활동에 앞서 학생들은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는 법, 기본적인 응급처치방법 등을 배우며, 실제 현장에서 의료지식을 활용하는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임준희 교장은 “학생들이 봉사와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의 삶을 이해하고, 현재 자신의 풍족한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경험이 앞으로 지속적인 봉사활동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교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안동고, 연세대 행정학과, 연세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제3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펜실베이니아주립대로 유학해 교육행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이후 30여 년 동안 주로 교육부에서 대학생 국가장학금 지원,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비 지원 등 주요 국가정책을 담당했다. 대구·경남교육청 부교육감 등 요직을 거쳤다. 경북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후 동양대 초빙교수로 활동하다 올해 문명고 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호부터 학교에 대한 민원인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는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 포함) 및 모든 형태의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이고, ‘공개’란 이렇게 만들어져있는 문서 등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정보공개법」 제2조)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료라면 ‘부존재’로 처리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민원인이 요청하는 자료가 학교에서 보유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비공개 대상 정보’일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비공개 대상 정보 민원인이 요청하는 자료가 학교에서 보유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정보공개법」은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교육행정지원시스템인 나이스에서 공문을 기안할 때 표시하는 제1호~제8호 체크박스가 이에 근거하는 것으로, 사실 교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 학교에서의 처리 예시와 방법 위와 같은 비공개 사유를 잘 익히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 청구에 대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난감하다. 하나의 문서라고 할지라도 내부에 포함되는 정보가 다수 있으므로 여러 비공개 사유가 혼합되어 있을 수도 있고, 공개할 수 있는 부분과 비공개해야 하는 부분이 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비공개 사유가 혼합되어 있는 경우에는 여러 비공개 사유 모두를 근거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개가 가능한 부분과 공개가 불가능한 부분이 혼합되어 있다면 분리하여 부분 공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정보공개법」 제14조). 학교로 자주 청구되는 자료들과 그에 대한 예시를 살펴보도록 하자. 가. 학교의 각종 위원회와 관련된 회의록 학교에는 교육행정 관련 의사결정을 위한 다수의 위원회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학교운영위원회,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는 전담기구, 평가와 성적 등을 다루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있다. 학교의 위원회들은 법상 의무로 되어 있는 것들도 있지만, 내부규칙이나 필요에 따라 임의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위원회에서 위원들의 발언이 담긴 회의록에 대한 공개가 청구되는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할지, 공개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할지 고민될 것이다. 회의록의 특정 내용을 공개할지는 알 권리와 공개로 침해될 이익을 비교하여 결정해야 한다. 특히 회의록은 각 위원 개인의 이름과 발언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회의록이 그대로 공개된다면 각 위원이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여러 시시비비에 휘말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이 때문에 위원회의 공정한 업무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크게 방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회의록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회의록 전체를 비공개할지, 혹은 개별 위원의 성명 부분만 비공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만 회의록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예를 들어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법정 위원회의 경우 회의록 작성과 공개가 의무사항이기 때문이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의3) ● 위원회 회의록에 발언자명을 비공개하는 경우 [공개 내용] 개별 위원의 발언 내용을 포함한 ○○위원회 회의록(다만, 발언자의 성명은 제외)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회의록 내용 중 발언자의 성명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제6호 3. 구체적 사유: 청구된 회의록에는 각 위원 개개인의 성명과 발언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회의록이 그대로 공개되면 위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방해될 수 있으므로 비록 심의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위원들의 각 발언 부분이 확인되면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나. 교원의 승진 등 절차에서의 다면평가 등 평정자료 교육공무원의 승진에 관해서는 「교육공무원법」과 그에 근거한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26조는 평정대상자의 요구가 있을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본인의 최종 근무성적평정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최종 근무성적평정점에 이의가 있는 경우 더 구체적인 평정자료를 요구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교원에 대한 평가에는 교사의 자세, 품성, 동료와의 관계, 열정 등 평가자의 주관적 평가요소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공개할 경우 교장·교감 및 다면평가위원들은 근무성적평정 및 다면평가평정을 함에 있어 불필요한 부담이나 부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아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평가를 할 수 없게 되어 평정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게 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하였다(수원지방법원 2010.6.23. 선고 2009구합12656 판결 참조). 다. 교직원의 인적사항 제6호에 따른 성명·주민등록번호 등은 비공개 대상이지만,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공개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에 한정되므로, 학교에 소속된 모든 교원의 인적사항이 무분별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 학교에 소속된 교원의 성명과 담당 업무에 대한 비공개 1. 비공개 내용: 학교에 소속된 모든 교원의 성명과 담당 업무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 3. 구체적 사유: 공개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을 말하므로, 특정한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이 아닌 기관에 소속된 모든 공무원의 성명을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입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라. 학교폭력에 관한 자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과 관련한 자료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그 범위에 대해서 관련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비롯하여 외부로 누설될 경우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1조,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따라서 정보 제공을 요청한 사람이 관련 학생이거나 그 보호자라고 할지라도 해당 학생과 보호자가 직접 작성한 확인서(진술서)를 제외한 상대방 학생이나 목격학생과 관련된 자료는 비공개할 수 있다. ● 학교폭력에 관한 자료 [공개 내용] - 청구인의 자녀가 작성한 학생확인서 - 청구인이 작성한 보호자확인서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위 공개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폭력과 관련된 자료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1호·제6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1조,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제1호·제2호·제3호 3. 구체적 사유: 학교폭력 관련 법령에서 관련 자료에 대한 비밀누설금지 의무가 있어 공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상대방 학생 등 다른 학생들의 진술을 공개하는 것은 그들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입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마. 학생 상담기록 학생에 대한 상담기록을 제3자가 청구한 것이라면 제6호를 근거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상담의 대상이 된 학생의 보호자가 청구하는 때에는 난감함이 있다. 상담 내용 중 보호자의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비밀엄수 등의 의무가 있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공개의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 상담사의 윤리에 따라 내담자에 대한 비밀보장 의무가 있으나, 이는 법령에 근거한 것은 아니어서 제1호를 근거로 하기는 어렵다. 학생에 대한 상담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초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고, 내담자의 진술 외에도 상담자의 평가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제5호에 따른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비공개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 하다. 결국 상담기록에 얼마나 예민한 부분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공개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 ● 학생 상담기록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청구인의 자녀에 대한 Wee클래스 상담기록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제6호 3. 구체적 사유: 학생 상담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초가 되거나 상담자 개인의 학생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기재되어 있어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발생시킬 수 있고, 상담자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바. 학교의 외부업체 계약과 관련된 자료 학교에서 진행하는 공사·급식업체 등 외부업체 계약 관련 과정에서 선정되지 못한 경쟁업체가 선정된 업체와 관련된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 학교와 거래하는 업체와 채무 관계에 있는 사람이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제5호나 제7호를 검토해 비공개할 수 있다. ● 학교의 외부업체 계약과 관련된 자료 [비공개 내용 및 사유] 1. 비공개 내용: 학교와 계약한 ○○업체가 사용하는 금융기관과 계좌번호 2. 비공개의 법적근거: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 3. 구체적 사유: ○○업체가 사용하는 금융기관과 계좌번호는 해당 업체의 영업상 비밀과 관련된 것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의 영업상 지위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합니다. 이에 비공개로 결정합니다.
호봉재획정이나 호봉획정 업무가 타 기관으로 이관되는 과정 등에 기존에 획정된 호봉이 잘못된 것이 확인된 경우 호봉정정을 하게 됩니다. 호봉정정은 호봉재획정과 달리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정정하면서 해당 기간 동안 과다 또는 과소 지급된 급여에 대해 환수되거나 돌려받게 됩니다. 심지어 퇴직 시점에 이르러 호봉정정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환수 금액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본인의 호봉이 제대로 획정됐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호봉획정 시에 제출했던 경력증명서 등 관련 자료는 추후 정정 사유 발생 시 증빙에 필요할 수 있으니 보존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호봉정정 근거 및 지침 1. 「공무원보수규정」 제18조(호봉의 정정) ① 호봉의 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경우에는 그 잘못된 호봉발령일로 소급하여 호봉을 정정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호봉의 정정은 해당 공무원의 현재 호봉획정 및 승급시행권자가 하며, 필요하면 종전의 호봉획정 및 승급시행권자에게 호봉정정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2.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인사혁신처 예규) ① 현재 호봉획정 또는 승급시행권자가 시행하되, 호봉정정의 사유 및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이를 호봉승급대장에 준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② 당초의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정한다. ③ 호봉정정에 따른 급여정산도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하여 정산한다. ④ 호봉정정에 따른 보수는 보수지급일 현재의 소속기관에서 정산한다. ※ 필요시 종전의 호봉획정 및 승급시행권자에게 호봉정정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호봉정정과 호봉재획정의 차이 호봉정정의 효력은 호봉의 획정이나 승급이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잘못 지급된 전(全) 기간의 급여에 대한 차액을 정산하게 됩니다. 반면 호봉재획정은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거나 적용되는 호봉획정 방법이 변경되는 경우 등에 호봉재획정일 이후부터 새로운 호봉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게 됩니다. 봉급의 과소 또는 과다 지급된 경우 처리 1. 과소 지급된 경우 호봉정정 발령일로부터 향후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봉급의 청구권 소멸(「민법」 제163조, 급료의 단기소멸시효) 2. 과다 지급된 경우 국가가 개인에게 보수 반환을 청구하며, 소멸시효는 호봉정정 발령일로부터 5년 이내(「국가재정법」 제96조) 예시 _ 2000.3.1.부터 호봉획정이 잘못돼 이를 2024.6.1.자로 호봉정정한 경우 (1) 급여가 과소 지급된 경우: 개인이 국가에 대해 2027.5.31.까지 보수지급 청구 가능 (2) 급여가 과다 지급된 경우: 국가가 개인에게 2029.5.31.까지 반환 청구 가능 호봉정정 QA Q. 초임 호봉획정 시에 제출하지 못한 경력증명서를 추후에 제출하였을 경우에는 호봉정정으로 처리할 수 없나요? A. 초임 호봉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나중에 제출하는 경우는 「공무원보수규정」 제9조(호봉의 재획정)의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해당 자료를 제출해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호봉재획정을 하게 되고, 그 이후부터 새로운 호봉에 맞춰 급여를 지급하게 됩니다. Q. 2월에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발급받았습니다. 학교가 공문을 통해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3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반영되지 않아 3월 중순에야 호봉재획정 서류를 제출해 4월 1일 자로 호봉재획정이 됐습니다. 3월 1일 자로 호봉정정을 할 수 없는지요? A. 「공무원보수규정」,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지침」에 새로운 경력을 합산하는 경우에 경력합산을 신청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일에 호봉이 재획정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해 소속기관의 호봉재획정 신청 안내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법령에 대해 알지 못했다거나 학교의 안내가 미흡했다는 이유만으로 호봉재획정을 위한 경력 합산 신청의 책임이 면제되거나 호봉정정의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호봉정정은 불가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Q. 4월 1일 자 정기승급 대상자를 사무 착오로 7월 1일자로 정기승급 발령하였을 경우에 어떻게 처리되나요? A. 호봉획정 또는 승급이 잘못된 때에는 그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호봉을 정정합니다. 따라서 4월 1일자로 소급해 호봉정정을 하고 3개월 동안의 보수차액에 대해 지급해야 합니다.
2022년 12월, 당시 교총은 교육부 장관과의 첫 단독면담 자리에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절절히 쏟아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행정업무로 교원의 본질적 교육활동이 침해된다는 것이었다. 장관은 그 자리에서 교육부가 준비하던 교원 행정업무경감종합대책을 즉시 백지화하고, 교총과 원점에서 다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이후 교총 교육정책연구소는 비본질적 행정업무의 이관 및 폐지를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동시에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5차에 걸친 조사를 통해 이관·폐지·경감·효율화해야 할 행정업무과제를 집대성했다. 교총은 지난해 12월 교육부와의 교섭 제1조를 비본질적 행정업무 이관으로 합의하면서 교육부에 행정업무이관·폐지 종합방안을 공식 전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5월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엔 비본질적 행정업무 중 학교 내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행정업무는 학교 밖으로 보내는 학교지원전담기구의 법제화 및 예산 지원 계획이 담겼다. 이후 학교채용인력에 대한 범죄경력 조회업무 이관 및 관련 법률 발의 등 종합방안 속 과제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9월에 발표한 ‘교육지원청 제도 개선 방안’에 들어있는 학교지원전담기구 관련 내용은 그동안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던 학교내 비본질적 행정업무들에 대한 출구가 법적 근거를 갖고 제도화된다는 점에서 교원 행정업무 이관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법적 근거로업무경감 전환점 맞아 교육청의 적극적 의지로 이어져야 기존에 교육청(지원청) 단위에서 운영됐던 학교지원센터 등은 법적 근거가 없었고, 이 기관들은 교육감 관심과 정책적 의지에 따라 격차가 매우 컸다. 특히 학교 업무가 다양하고 관내 학교 업무를 하나씩만 이관받아도 업무 폭증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력이 충분하지 못해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학교지원센터는 모두가 피하는 부서가 됐다. 이에 교총은 교육부와 동 제도를 설계할 당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반드시 담보할 것을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이는 학교지원전담기구라는 공식적 제도의 법제화 계획과 함께 인건비와 특별교부금을 증액 편성해 시·도교육청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부분으로 실현됐다. 이제 중앙부처의 몫인 법제화와 예산 지원의 틀은 갖춰졌다. 남은 것은 교육청의 제도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다. 교육부가 학교 행정업무 경감 종합 계획 발표 시 시·도교육청 요구에 따라 예산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약속한 만큼, 교육청은 전담기구에 필요한 인력을 최대한 배치하고 예산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학교에서 이관됐거나 앞으로 이관이 예상되는 업무의 증가로 인해 전담기구 내 인력에 과중한 부담이 발생하고, 전담기구 배치를 피하는 실정을 감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인센티브 제도 마련 등 전담기구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출구 없는 학교행정업무로 고통받는 것은 비단 교사만이 아니다. 공무직과 행정실 모두 이미 맡은 바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여기에 계속 더해지는 업무로 고통받아왔으며, 이는 학교 내 업무분장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졌다. 학교지원전담기구가 그 명칭처럼 온전한 역할을 다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학교가 행정업무 처리기관이 아닌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이 살아있는 곳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배우기 쉽고, 글자 원리는 매우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우리글 한글이 578돌을 맞았다. 한글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만난 지 30년이다. 8년 6개월의 재외한국학교 시절엔 현지인들과 한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 소중한 경험이 있다. 습득력이 빨랐던 조선족 아이들 처음엔 중국 천진과 소주의 재외한국학교에서 만났다. 주중엔 교민 자녀들과 한국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주말엔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한글학교 문턱을 드나드는 아이들은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지니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고 온다. 이들과 배우는 한글학교 교육과정은 한국어 중심이다. 우리 글에 대한 애착도 깊고, 우리 글로 된 독서도 아주 많이 한다. 때론 이들의 글쓰기 실력도 아주 좋다.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말과 글은 필수 중의 필수다. 중국 현지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경향은 아주 드물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는 아이일 경우는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르기에 공부하러 온다. 가정에서 부모가 한국어 말을 쓰기에 금방 한글 배움에 익숙해진다. 조선족 아이들이 한글학교에 오면 아주 반갑다. 이 아이들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더 짙지만, 우리 말과 글에 관심이 깊다는 것만으로도 느슨한 유대감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2년간 생활했다. 하노이로 밀려드는 한국인을 수용할 한국국제학교는 포화상태였다. 국제학교와 로컬로 간 아이들은 주말이면 한글학교로 몰려왔다. 2018년 하노이 주말 한글학교는 학년별 다섯 반이 넘쳤다. 그렇게 한글학교에서는 한글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했다. 한국국제학교 내에 마련된 한글학당에는 기초반에서 심화반까지 한글을 배우려는 베트남인으로 넘쳤다. 그들이 한국어학당으로 몰려오면 운동장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로 넘실거렸다. 베트남인들이 가장 큰 열정을 보여줄 때는 한국어능력 시험날이다. 취업, 결혼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 시험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들이 시험을 무사히 마치도록 온 학교 직원이 동원돼 오전 오후에 시험을 치른다. 주경야독 모습에 감동하기도 한국어학당에서는 아이 아빠는 복도에서 아이를 업고 있고, 엄마는 교실 안에서 공부하는 감동적인 상황도 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와서 한국인에게 직접 배우는 한국어는 그들에게 참으로 귀한 주경야독의 시간이다. 이처럼 베트남인들은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열정을 쏟는다. 하노이에 있는 지인 이야기로는 아직도 한글 배우기 열정이 거침없다고 한다. 실제 베트남인들은 몇 주 배우고 나면 제법 우리 말을 잘 알아듣고, 쓰기도 한다. 소중한 우리 한글, 외국인들이 취업의 시장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소중한 수단으로 세계 곳곳으로 널리 퍼지길 바란다. 또한 한글을 접한 그들의 유창성이 날마다 좋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교육부가 지난달 27일 ‘교육지원청 학교 현장 지원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 중 반가운 내용은 바로 교육지원청 설치·폐지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한다는 것이다.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 교육 요구돼 현장 수요 밀착 지원을 위해 교육지원청의 관할구역과 명칭·위치 등을 교육청 조례로 정하고, 교육감이 지방의회 및 주민, 학부모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교육지원청의 설치·폐지·통합·분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구·학생 수에 비례해 과·센터 수 등을 제한해 온 교육지원청 기구 설치 기준도 폐지한다. 이번 발표로 인해 학생 개인별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도록 1개 시·군별로 1개 교육지원청을 설치해야 한다는 각 지역 주민의 바람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각 지역별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더 좋은 교육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통합 시·군으로 운영되고 있는 6개 교육지원청 분리에 대한 요구가 계속돼 왔다. 교육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도내 31개 시·군의 현실이 다름에도 통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지역교육 협력을 통한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왔다. 이러한 통합 운영은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에 한계를 두었으며, 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육 서비스 수요 충족 및 교육의 질과 형평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이번 계획으로2020년부터 통합교육지원청 미분리에 따른 대책으로 설치 운영 중인 교육지원센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양질의 교육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는 시·도교육청이 강조하고 있는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기초학습 부진아 및 교육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선제적 지원이 가능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 격차 문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유보통합·교육발전특구 등 지역 단위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과제에 탄력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지역교육의 특수성을 이해한 전문적인 지원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도 기대된다. 교육 격차 해소에도 효과적 이러한 변화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필요에 부응하는 교육 행정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소통을 강화해 학교와 지역이 함께 하는 교육자치를 통해 ‘자율’의 기조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학생들이 인성과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교육 실현을 위한 변화에 깊은 환영을 표한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르칠 때 ‘연민’ 뜻을 몰라서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학생이 대다수였어요. 황진이 시조를 가르칠 땐, ‘기생’이 무슨 뜻이냐고 질문하는 학생도 많았죠." "수업하다가 ‘사건의 시발점이다’라고 했더니, 어떤 학생이 ‘왜 선생님이 욕을 하냐’고 하더군요." "‘2+3’처럼 간단한 수식으로 된 문제는 풀면서 ‘사과 2개와 바나나 3개를 모두 합하면 몇 개인가’와 같은 문장제 형태는 풀지 못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교과에 상관없이 문제의 문장이 길다고 느껴지면 읽는 걸 포기하거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늘고 있어요."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는 학생 문해력의 현주소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단어를 몰라서 수업을 따라가기 버거운 학생이 많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교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5372명)가 ‘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제 학년에 맞는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르치는 학생 10명 중 2~3명이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답한 교원이 28.7%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명 중 1~2명이라고 답한 교원은 26.7%였고, 3명 이상이라는 응답은 19.5%였다. 문해력의 토대가 되는 어휘력도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학생 10명 중 3명 이상이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교원이 34.4%였고, 10명 중 2~3명이라는 응답도 32.7%로 조사됐다.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된 주요한 원인(2개 선택)으로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꼽았다. ‘독서 부족’(29.2%)이 뒤를 이었다. 교원들은 디지털매체 과사용과 독서 부족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스마트폰으로 숏폼 등을 주로 소비하면서 교과서, 책 등 활자 매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독서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교사는 "짧게 요약된 내용을 영상으로 접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 글이 조금만 길어도 읽으려고 하지 않을뿐더러 주요 내용을 찾아내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4명(40.1%)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디지털매체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의 문해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글이나 책을 읽고 이해하는 활동, 독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원들이 학생들의 문해력 개선 방안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2개 선택)은 ‘독서 활동 강화’(32.4%)였다. 또 ‘어휘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교총은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드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체 문맹률은 1~2%대로 매우 낮지만, 이것을 문해력이 높다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할 법·제도 마련, 독서, 글쓰기 활동 등을 강화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교원 인식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온라인(모바일 및 PC)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28%포인트다.
딩동댕동.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다. 그런데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화장실 가는 학생도 없고, 보건실로 향하는 친구도 없었다. 째깍째깍. 교실 뒤에 걸린 시계 소리만 요란했다. 수업 시간에는 거북이처럼 기어가던 녀석이 쉬는 시간에는 토끼처럼 뛰어갔다. 우리 반에서 소리내는 녀석은 오직 시계뿐인 건가? 타닥타닥. 귀를 기울이니 다른 소리가 들렸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우리 반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도 조용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다들 블로그 글쓰기 삼매경에 빠졌기 때문이다. “저기요 님들, 집중하고 있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쉬는 시간이에요. 화장실 급한 사람은 다녀오세요.” 담임교사인 내가 총대를 멨다. 그런데 웬걸? 아무도 내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아직도 집중의 방에 갇혀 있었다. 크흠, 목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높였다. “쉬는 시간이야, 제발 좀 놀아!” 불러도 대답 없는 학생들 쉬는 시간은 짧다. 이건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쉬는 시간은 10분이고, 수업 시간은 40~50분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4~5배나 차이 난다. 그런데 이 귀한 시간을 날려 먹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우리 반 학생들이다. 자기 블로그에 발행할 글을 쓴다고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여러 번 불러도 학생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담임이 쉬는 시간이라고 외쳐도 학생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못 들은 척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못 듣는 거다. 몰입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블로그 글쓰기 교육을 4년째 하고 있다. 매년 3월이면 학생들에게 블로그에 글 쓰는 법을 가르쳐 준다. 컴퓨터를 처음 다루는 학생이라도 문제없다. 5~6월쯤이면 모두 관록의 블로거가 된다. 글을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글 쓰는 동안 몰입 상태에 빠진다는 것을.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연필로 쓰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든 원리는 같다. 글을 쓸 때 사람은 무조건 초집중한다. 학기 말이 다가올수록 우리 반 교실은 더 조용해진다. 점점 글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도대체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무슨 글을 쓰냐고? 지금 바로 검색창에 ‘여름방학 안전 수칙’이라고 검색해 보자. 그러면 우리 반 학생들이 쓴 글을 만날 수 있다. (블로그 이름이 숫자로 시작한다면 정확히 찾았다.) -여름방학 안전수칙 -화재대피요령 -만복이네 떡집 서평 담임교사는 키워드만 제시하면 된다. 그러면 학생들은 노트북과 함께 몰입의 방문을 열어젖힌다. 그렇다고 냅다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그 전에 할 게 있다. 자료를 조사하고, 이미 상위 노출되고 있는 포스팅을 분석한 뒤, 개요를 짠다. 그러면 게임 끝이다. 개요에 살붙이는 건 손가락이 알아서 해준다. 눈 떠 보면 1500자짜리 포스팅이 방긋 웃고 있을 것이다. 비밀은 블로그 글쓰기 그런데 왜 하필 블로그에 글을 써야 할까?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가장 큰 건 바로 공정함이다. 블로그 글은 상위 노출 여부로 평가받는다. ‘여름방학 안전수칙’이라고 검색했을 때 어떤 친구의 글은 위에 뜨는데, 다른 친구의 글은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 AI가 문서의 질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열광한다. 담임교사가 순위를 매기지 않기 때문이다. 블로그 교육,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누적 방문자 수 100만을 넘긴 필자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전자책을 준비했다. 필자의 블로그 공지글에서 전자책을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종이책까지 보내준다. 이미 수백 명 넘는 선생님들께서 자료를 받아 가셨다. 궁금한 분들은 지금 필자의 블로그에 방문해 보자. 수십 명의 학생이 단체로 몰입에 빠진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이걸 필자만 보기 너무 아깝다. 블로그 글쓰기는 초등학교 3학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어서 몰입의 방으로 떠나자!
선생님들의 재무관리 상담을 진행하면 재무 목표를 묻습니다. 최근 몇 년간 재무 목표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단어는 ‘내 집 마련’과 ‘경제적 자유’이었습니다. 매년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되기 어려워 집을 향한 열망은 더욱 강해지고, 교직 환경이 어렵고 불안해지다 보니 쉬고 싶다는 마음이 경제적 자유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21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만 25~39세 25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기 은퇴에 대한 인식 및 자산관리 방법’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MZ세대의 ‘경제적 자유’에 대한 관심은 비단 교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설문에서 2030, MZ세대들은 현재의 삶을 즐기는 ‘욜로족’보다 빠른 시간에 큰 자산을 만들어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을 더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32.6%만이 ‘욜로족’을 선택한 것과 달리 무려 67.4%의 응답자가 ‘파이어족’을 선택했습니다. 자세히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파이어족을 희망하는 MZ세대들은 평균 51세에 조기 은퇴를 희망하였으며 그리고 이른 은퇴를 위해서 평균 13.7억 원의 자산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욜로족? 파이어족? 흔히 은퇴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투자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은퇴 시 마련된 자산의 4%를 생활비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얘기합니다. 자산 13.7억 원을 기준으로 생활비를 계산하면 연 5480만 원, 월 단위 환산 시 457만 원 정도가 나옵니다. 실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20년가량 투자해서 13.7억 원의 자산을 모으려면, 투자수익률을 8%로 가정할 때 월 250만 원가량을 꾸준히 모아야 합니다. 만약 투자수익률을 5%로 계산하면 월 투자액은 350만 원까지 늘어납니다. 투자수익률 3%인 경우는 450만 원이 됩니다. 경제적 자유라는 재무 목표를 위해 달리기 전 우선 투자수익률 8%, 매달 250만 원씩 꾸준히 모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한번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투자계의 바이블 ‘투자의 네 기둥(윌리엄 번스타인)’을 읽어보면 투자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투자 원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입니다. 이것을 조금 더 쉽게 풀어 설명하면, 은행 저축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원한다면 원금손실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원하는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원금손실의 가능성과 폭은 더욱 커진다는 것입니다. 투자수익률 8%는 절대 쉽게 올릴 수 없습니다. 원금손실이 큰 자산에 투자해야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입니다. 주변 선생님들이 주식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 종종 원금손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주식 시장은 하루에도 몇 프로씩 오르락 내리락하고 심지어 10%의 등락이 심심치않게 일어나는데 이렇게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원금손실을 감내하지 못하는 분들은 주식투자를 오랫동안 지속하기 힘들고, 손실 났을 때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8%와 같은 높은 투자 수익률을 바란다면 나의 투자성향이 원금손실을 감내하기에 적합한지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매년 3000만원(월평균 250만원)씩 꼬박꼬박 모으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맞벌이 부부라해도 2030 선생님의 경우 앞으로 해결해야할 생애 이벤트를 많기 때문입니다. 차량 구입, 결혼, 전세집 혹은 내집 장만, 육아, 자녀 교육 등 돈 쓸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고약한 특징 중 하나는 차량이 되든 집이 되든, 심지어 육아 및 자녀 교육까지 모든 것에 등급이 매겨져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몇 백만원 차이로 등급이 나뉘고, 더 높은 등급으로 소비자를 계속 유혹합니다. 부동산이든 육아용품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를 향한 마수에 걸려 예상치못한 지출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생애이벤트에만 돈을 써도 만만치 않은데 그런 유혹까지 모두 뿌리치고 매년 3000만원을 모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발행한 ‘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조사 대상: 전국 주요 도시 거주, 20~79세, 3000명)’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후 적정생활비는 369만 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가구 소득과 지출, 저축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참여한 사람들이 실제 노후 생활비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은 월 212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최소 생활비인 25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더욱이 은퇴 전, 희망 은퇴 나이는 평균 65세였지만 실제 은퇴 나이는 55세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적정생활비 369만 원에 비해 부족한 노후 생활비를 조달하려면 더 오래 일해야 하지만, 사회 구조적으로 그렇지 못하는 환경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은퇴 예정인 분들의 경우 결혼, 내 집 장만, 자녀 교육 등 중요한 재무적 생애 이벤트를 완수하느라 노후 준비가 미흡한 탓일 겁니다. 2030의 경우 결혼, 내 집 장만, 자녀 교육 등의 중요 생애 이벤트 중 일부를 포기함으로써 경제적 자유의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 판단의 영역이라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적 자유라는 토끼와 주요 생애 이벤트라는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선택지 중간 어딘가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 자유의 개념이 아닌 경제적 여유를 제안해 봅니다. 50세 은퇴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높은 투자 리스트를 감내하기보다 더 늦은 은퇴, 더 낮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하며 안정적인 워라밸과 투자를 추구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워라인밸(Work-Life-Investment Balance)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로 경제적 여유(더불어 삶의 여유)를 제안해 봅니다. 안정적인 워라밸+투자 ‘워라인밸’ 최고의 투자자로 손꼽히는 인물은 단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입니다. 워런 버핏은 2013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유언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부인에게 전하는 유언으로, 자신이 유산으로 남기는 돈 중 10%는 미국채를 매입하고 나머지 90%는 전부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워런 버핏의 유언을 곱씹어보면 다음과 같은 의중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워런 버핏 자신은 전문 투자자이자 성공한 투자자입니다. 하지만 부인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부인이 주식 시장에서 수많은 프로와 경쟁해 자신처럼 성공적으로 운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워런 버핏이 생각할 때 그런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투자 상품이 SP500 인덱스펀드인 것입니다. SP500 인덱스펀드는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1등부터 500등까지 모아놓은 펀드로, 이 기업들은 미국 경제를 대표하고, 전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써 여기에 투자한다는 의미는 미국 경제 성장의 과실을 나눠 갖겠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만약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아주 좋은 투자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덱스펀드는 일반적인 펀드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운용보수가 굉장히 낮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전략과 생각에 따라 펀드 포트폴리오를 능동적으로 구성합니다. 그만큼 사람의 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운용보수도 높은 것입니다. 반면 인덱스펀드(흔히 ETF라고 일컫는)는 포트폴리오를 구성이 기계적입니다. 미국 기업 시가총액 1위부터 50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것은 주가 변동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뤄집니다. 그것을 그대로 포트폴리오에 담으면 되니 사람의 품이 거의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용보수도 굉장히 낮은 것입니다. 이런 운용보수의 차이가 10년, 20년 지나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차이를 낳게 됩니다. 실제 미국 SP500 인덱스펀드에 장기간 투자했을 때 기대되는 투자수익률과 관련해 역사적 데이터를 살펴보면 앞서도 언급한 투자수익률 8%도 가능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단, 5년, 10년 정도의 기간이 아니라 20년 이상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했을 때 그런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2000년 초 닷컴버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아무리 튼튼한 미국 경제라도 10년에 한 번꼴로 엄청난 조정을 받는 충격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런 위기의 상황에도 묵묵히 견디며 꾸준히 투자한다면 8%의 연 복리 투자수익률이라는 달콤한 과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월 250만 원씩 꾸준히 돈을 모으기가 쉽지는 않지만 조금 느리더라도 50만 원, 100만 원, 200만 원, 생애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금을 늘려가며 꾸준히 SP500 인덱스펀드와 같은 상품에 투자하면 어떨까요? 10년마다 월 50~100만 원씩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금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경우 노후에 모이는 자금을 계산해 보면,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한다고 가정할 때 은퇴 시 20억 원가량의 노후 자금도 충분히 모을 수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지금 당장 미국 주식시장이 너무 많이 올라 막상 투자하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주식시장이 많이 떨어지더라도 그만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도 되는 것이니 매달 꾸준히 투자한다면 크게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너무 올랐다고 느껴진다면 반은 투자하고 반은 조정받는 시기를 대비해 모아두었다 실제 20%, 30% 조정을 받을 때 분할해 목돈 투자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미국만 바라보기에는 불안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조금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인도, 중국 등 다양한 나라 주식시장 인덱스펀드에도 투자해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치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던 것처럼 너무 두려워하지도, 욕심내지도 않고 묵묵히 노후를 준비한다면 충분히 경제적 여유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다 보면 성 사안일 경우가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기도 한다. 딥페이크에 의한 사이버 폭력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몰래 카메라 등의 촬영으로 인한 피해도 발견된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의 직접적인 피해가 발견되기도 한다. 학생 간 성 사안이 발생한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1.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 성 사안이 파악되면 경찰에 신고한다. 학교폭력 사안은 화인하고 48시간 이내에 접수 처리하면 된다. 먼저 경찰에 신고하는 게 우선이다. 112나 117 신고를 안내한다. 지역에 따라 117로 접수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112에 신고하는 경우 민감한 정보들이 무전으로 안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은 많은 경우가 여학생이다. 남학생도 피해 학생일 수 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찰에서는 학생의 피해가 확인되면 해바라기 센터에서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한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관련 진술을 녹화, 녹음을 하는 등 증거 확보에 힘쓴다. 중요한 것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 성 사안인 경우 경찰에 신고했다고 해서 학교폭력으로 접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인을 하기도 한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학교폭력으로 접수한다. 접수와 처리 절차는 일반적인 학교폭력 사안과 동일하다. 접수한 이후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학교장 종결 여부를 확인한다. 이때 가해자가 학생이 아닌 경우는 어떻게 처리할까? 피해 학생 보호조치를 내려 학생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성 사안도 학교장 종결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 학생 측에서 주변에 알려지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기도 한다. 그럴 때는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피해 학생의 보호조치를 원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요청하면 된다. 3. 피해 학생에 초점을 맞춘 처리 성 사안의 경우 심리적 피해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피해 학생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한 이유다. 성 사안 피해 학생의 경우 불안해하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을 보인다. 심지어 등교하지 않고 결국 자퇴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도 한다. Wee프로젝트를 통해 피해 학생의 심리적 지원을 해줄 수 있다. 학교의 Wee클래스, 교육지원청의 Wee센터, 시도교육청별 Wee스쿨로 의뢰해 상담이나 지원이 가능하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고,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 피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여 지원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성 사안의 경우 학생이 개인적으로 기관에 상담받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학교 차원에서 지원할 방법을 찾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도 많은 도움이 된다. 성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안의 발생 후 수습하는 것보다는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 사안이 확인되는 경우 무엇보다 피해 학생에게 초점을 맞춰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교사의 숨결과 손길 없이는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구상하는 교육 개혁은 교사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대토론회가 열린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그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교사가 함께해야 학생은 건강하게 자라나고 교육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고 밝혔다. 강 교육감은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 유·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체제 개편 등 대학입시까지 교육 분야 전반의 개혁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공통 대학입학 자격 제도를 기반으로 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을 내세워 교육감 재선에 성공하더니, 이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중장기 국가 교육정책을 기획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와 우리나라 대학입학 전형을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앞서 19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교육 분야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물리교육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IT기업 대표까지 지낸 만큼 인공지능(AI), 에듀테크 등에도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 여성가족부 장관 역임 때는 학교 밖 청소년 등 정책에도 관여하면서 사각지대를 보게 됐다. 무엇보다 중등 교사 출신이다. 학생과 마주했던 교직 생활이 행복했었다는 강 교육감은 누구보다 교사의 입장에 서서 교육을 풀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런 면에서 IB는 학생은 물론 교사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전국 확산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IB는 교사와 학생이 강력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자신을 면밀히 돌아보게 만들면서 역량을 신장할 수 있는 능력 배양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의 성장에 있어서도 좋은 툴”이라고 말했다. ― 변화의 대비가 잘 되고있다고 보는지.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늘봄학교와 관련해 방과후학교를 정비하면서 초등 저학년 발달에 맞게 예·체능 위주 교육 등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교육재정의 추가 확보와 지속적인 유지가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등 교육재정 관련 감축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저것 다 깎으면 이런 정책 추진은 쉽지 않다. 유보통합도 마찬가지다. 고교학점제, AI디지털교과서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문제도 잘 준비하고 있다. 다만 교원 확보가 어려운 점은 아쉽다. 특히 고교학점제에서 소인수과목을 제대로 하려면 교원 대비 학생 수를 더 낮춰야 한다. 여러모로 교육 현장의 수고가 많다.” ―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니 문제다. “교육활동 중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실제 들여다보면 그 정도 수준이 아닌데 신고한 경우가 꽤 나온다. 법 개정 전이라도 정당한 생활지도나 교육활동을 했음에도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문제라면 경찰 조사까지 가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이뤄졌으면 한다. 일단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경찰 조사·수사 단계부터 변호사 동행 지원, 교원배상책임보험 학교안전공제회 관리 및 보장 범위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 학부모 인식 개선 등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 학생 인권 강조가 교권을 하락하게 만든다는 의견이 많다. “일부 시·도의 학생인권조례는 권리만 보장하고 책무가 전혀 없다.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서라도 학생으로서 책무를 따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리와 책임은 늘 함께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미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 등 관련 법령으로 학생 인권 보장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존중하는 문화와 학생 주도성을 강조하는 교육도 잘 이뤄지고 있는 만큼 조례 개정 등은 필요하다.” ― 학부모 인식 개선 노력도 필요한것 같다. “교육당국에서 학부모 인식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작 교육이 필요한 학부모들에게 제공되지 못한다. 대구는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와 교원을 믿고 따른다는 선언문을 만들어 입학식 때 모두 직접 읽어보고 선언하고 있다. 아파트, 대중교통 등 학부모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도 비치하는 등 찾아다니며 단 한 개 조항이라도 읽어봐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학생의 행복한 진로를 위해서라도 학부모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 수능, 대입 등은 어떻게 변화돼야 한다고 보는가. “매년 수능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있는데 너무 헷갈리게 출제해 내 지식과 상식으로는 해결 못 하는 게 많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반복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하더라. 물론 반복해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필요하나, 작금의 상황은 과도한 것 같다.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하나의 정해진 답을 요구하는 ‘오지선다형’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더 꺼내는 방법이 없을까 모색하다 학생 주도형 토론식 참여 교육을 운영하는 데다, 전 과목 논·서술형 평가를 다층적이고도 공정하게 확보한 IB를 주목하게 됐고 성공 사례를 국교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교원이나 학교의 학생 평가가 줄세우기로 매도되는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학생들의 학력 저하 예방 및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서는 평가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임에도, 일부에서 줄세우기 등 부작용을 염려해 평가를 죄악시하는 문제로 흐르고 있다. 이제 줄세우기 프레임도 벗어나야 한다. 물론 평가방식도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 IB 도입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2019년 도입 이후 올해 초(2023학년도) 처음으로 IB 고교과정인 디플로마(DP) 이수자가 나왔는데 대부분 사교육 도움 없이 국내외의 상위권 대학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특히 IB 월드스쿨인 경북대사범대부설고에서 세계 20위권의 캐나다 최고 명문 토론토대학교 4년 전액 장학금 혜택의 합격생이 나왔다. 해당 학생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은 할 수 없었고, 유학 상담조차 받아본 적 없다. IB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로그램이라 가능했다. 토론토대와의 협약으로 열린 설명회에 참석한 해당 학생이 ‘한 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 이제 미국 아이비리그 도전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안게 됐다. 학생 주도형 토론 참여로 이뤄지다 보니 기존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이 더욱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나온다. 학생 잠재력을 끌어내는 효과는 상당하다. 전국의 모든 학생이 단 한 번만이라도 IB 수업을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 이 역시 교사의 역할이 관건이다. “좋은 교사 없이 좋은 학교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혼자만의 힘만으로 좋은 교사가 되기도 어렵다. 늘 경계심을 유지하며 개선을 거듭해야 하는데, 이는 끊임없는 피드백 속에서 가능하다. IB는 일정 기간 후 재인증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IB는 학생은 물론 교원들도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고, 교원들 간 상호 협력하는 문화를 조성하게 만들고 있다.” ― 전국 확산은 어느 정도까지 기대하는가. “현재 IB 도입 교육청은 11곳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평가 개선 연구 등을 이유로 IB에 주목하고 있다. 평가원이 수능 등 여러 가지 업무로 여유가 없는 데도 IB연구는 물론 교사 연수도 시작했다. 서울 초중교에 공문을 보내 1학교당 2명씩 교사 연수 신청을 받아 170여 곳에서 약 350명을 대상으로 IB 기초연수를 진행했다. 이제 씨앗을 뿌리는 단계다. 이런 노력들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좋은 효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교권보호 5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하루 15건 이상 교권 침해사건이 심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의원(국민의힘 부산진구갑)과 한국교총이 공동으로 발표한 올해 상반기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현황에 따르면 3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1364건이 심의돼 올해 50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권을 심의하던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305건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서울서이초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해 5050건 수준이다. 개정된 교원지위법의 시행으로 교권침해 심의기능이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서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이관된 이후 심의 건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가 35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 172건, 인천 99건 등 수도권이 상위를 차지했다. 이어 경남 96건, 충북 79건, 부산 78건, 충남 61건, 광주 55건, 대전 54건, 강원 53건, 경북 50건, 대구 49건, 전북 48건, 울산 35건, 전남 30건, 제주 28건, 세종 21건 순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교총 회장 시절 교원의 염원이던 학교 부담완화와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설치 제안을 해 교원지위법 개정토록 했지만, 여전히 교권 침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단지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기능의 이관만으로 교권침해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므로 학교안전법 및 아동복지법 개정과 같이 실질적으로 교권을 보호하는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교육청이 학교폭력대책심의원회를 운영하는데 더해 올해부터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업무가 추가되어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교권침해 심의 건수의 증가, 인력의 부족으로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결정(사안 접수일로부터 21일 이내 소집, 사안조사·심의결과 통지 14일 이내)이 지연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장학사 등 인력 증원 및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이뤄진 교육부 인사에서는 ‘역대 최초’ 기록이 다수 연출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문직 최초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임명, 그리고 일반직 고위공무원 최초의 책임교육정책실장 임명이다. 김연석 전 책임교육정책실장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교원의 징계처분, 불리한 처분 등에 대한 소청심사 등을 교원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펴보자는 뜻에서 첫 전문직 위원장 인사가 이뤄졌다. 고영종(사진)신임 책임교육정책실장 승진 인사는 유·초·중등·특수교육 정책을 총괄하며 ‘전문직의 꽃’으로 통하던 자리에 첫 일반직 임명 사례가 됐다. 고 실장은 직전까지 교원학부모지원관을 지내며 교원정책, 교원양성연수, 학부모정책 등을 맡았다.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보호 5법 통과 지원, 교원능력개발평가 개편 등 교원의 교육활동 관련 정책 전반을 이끌고 있다. 11년 만에 부활한 학부모 전담 부서도 그의 몫이다. 이제 책임교육정책실은 교원 관련 정책 이외에도 학부모 정책,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 늘봄학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보급 등 그 어느 때보다 학교 밖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자리가 됐다.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학교 안팎을 통합적으로 담당해 원활한 교육 개혁을 이어가자는 취지가 이번 인사에 담겼다. 고 실장은 교육의 성패가 교원에 달린 만큼 원활한 교육활동 보장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원과 형식적으로 만나는 자리가 아닌,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하기 위해 세세하게 듣고 반영하는 동반자 입장에서 다가설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교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교권 침해 등 논란으로 중단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결국 폐지하기로 했다. 평가 당시 특정 교원에 대한 모욕 등 인권 유린 요소로 지목됐던 학생 서술형 평가 등을 삭제한 교원역량개발지원으로 대체한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 및 교원역량개발지원 제도 도입 방안’을 4일 발표했다. 2010년부터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원의 교육활동 전문성 평가 및 능력개발 향상 기회 제공 등을 위해 동료교원 평가,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교권 침해 사례 및 제도 실효성 문제 등 현장의 개선 요구가 지속되면서 교육부는 현장 교원 정책 전담팀(TF) 등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교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개편 방안 시안(안)을 지난 8월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수렴된 국민 의견을 추가 반영해 방안을 확정했다. 기존의 교원능력개발평가는 폐지된다. 대안으로 교원이 교육활동 개선에 참고·활용할 수 있도록 동료교원의 다면평가(일부), 교육활동을 통한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인식 조사, 자기 역량 진단 결과 등을 제공한다.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교육과정을 포함한 학교 경영 전반에 대한 의견 제시가 가능한 학교평가로 대체된다. 역량 진단(동료교원·학생·자기 진단) 결과와 연계한 인공지능(AI) 맞춤형 연수 추천 시스템을 도입하고, 다양한 연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교원 연수 운영 내실화 및 전문성 강화 등 교원역량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기준재정수요 산정기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특별연수 인원을 늘리고 유형을 다양화하는 등의 보상 확대, 교원양성기관 등 연수기관과 연계한 ‘(가칭)교원역량개발센터’ 마련도 지원한다. 센터에서는 전문가가 심층적으로 교원의 역량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에 따라 ‘교원능력개발평가에 관한 훈령’ 폐지 및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개정 등 관련 법령 정비에 나선다. 관련 법령 정비 시까지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해 평가는 유예될 전망이다. 고영종 책임교육정책실장은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 도입으로 교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지원하고 교원이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바에 따라 교육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교육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은 ‘공공재’이다. 이 말은 역으로 교육이 ‘사유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른 교육시장화 정책과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한 ‘공공재’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 실현에 기여하는 ‘사유재’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교육은 시장에서의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구매하고 소비하는 서비스 상품이 되어 빈부 격차만큼 고유의 기능과 효능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오늘날 우리 교육은 자유경쟁의 시장원리처럼 선택되고 소비되는 성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것은 강력한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 하고, 교육의 서비스를 누리려 하며, 시장의 상품처럼 소비자가 원치 않는 교육은 퇴출시키려 한다. 그래서 학생⋅학부모는 소위 경쟁을 통한 특목고⋅자사고⋅영재고 등 특권 학교를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일반고는 낮은 평가를 받고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공교육의 공적 가치를 부정하고 교육활동의 공적 의미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공교육의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공교육이 무력화되면서 교육을 사유재로 보는 실질적 관점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공교육의 비효율성과 사교육의 우월성을 크게 대비시키고 있다. 그것은 ‘실력 있는 학원 강사’와 ‘무능한 학교 교사’라는 이분법적 비교가 난무하고, 수능 고득점자의 출신학교보다는 출신학원에 이목을 더 집중한다. 이렇게 교육시장화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이에 따라 교권침해는 당연히 급증하여 오늘의 처참한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은 출발점과 목표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처음부터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교육이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데 비해, 사교육은 비용을 지불한 특정 개인의 욕구실현을 최우선으로 한다. 공교육이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데 비해, 사교육은 특정 개인의 학업성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공교육은 아동의 발달단계에 따른 성장을 추구하는데 비해, 사교육은 과도한 선행학습과 반복적 암기훈련으로 아동의 학습의욕을 꺾고 정상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헌법에서 강력한 공교육 체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교육이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임 아래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국가는 교육의 목표를 공적 가치의 실현에 두고 그에 필요한 학교건물과 시설, 학교운영에 필요한 모든 재정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한다. 또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내용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따르고, 검⋅인정 교과서 제도와 학습지도요령을 마련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정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룬 학업성취는 상급학교 진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학생의 사회적 평판과 장래 지위를 크게 좌우한다.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기회가 주어지며 모든 시민에게 일정 수준의 지식과 소양, 공동체 규범을 익히게 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런 믿음은, 공교육은 공동체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공재’라는 인식에 기반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육의 공공성이 훼손되어 도마에 오르고 비판의 집중 대상이 된 것은 국가의 잘못이 크다 할 것이다. 그것은 공교육의 기본원칙에 대한 확고한 신념 없이 신자유주의의 교육시장화 정책에 휩쓸리다보니 겪지 않아도 될 혼란을 자초한 면이 크다. 한마디로 공교육은 민주공화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공적 권리이지, 특정 집단이 자기 욕망과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SKY 와 비SKY 라는 대학서열을 기반으로 학벌체제를 이루고 특정 도시와 특정 지역이 SKY 진학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대진학에의 광풍으로 N수생을 양산하고 있으며 ‘초등의대반’의 운영으로 사교육은 한계가 없게 되었다. 이 땅에서는 판검사 임용의 압도적 부분을 SKY 출신이 차지하고 최근에는 정시 의대 정원의 30% 이상이 특정 지역 출신이다. 이는 우리의 보편적인 공교육이 붕괴된 증거이며 이런 상황에서 교사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왜냐면 학교에서의 경쟁 일변도의 입시교육과 이에 편승한 교사의 관행적이고 밋밋한 교육활동은 오히려 학부모의 불만족을 키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사교육에의 의존도를 높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 교사는 단지 교과서 지식만을 주입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전통적 교육에 올인하는 것이 교사의 주요 역할이라는 구시대적 생각에서 벗어나고 이것이 오히려 공교육 붕괴를 자초하는 것임을 뼈저리게 자각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우리 교사들은 마치 특권계층에 고용된 가정교사처럼 자신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거나 추락시키는 공교육의 봉사자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교육성찰이 필요하다. 왜냐면 교사는 미래의 민주공화국 시민을 기르기 위해 존재하며 깨어있음으로써 미래를 선도하는 선구자(First Mover)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이제 ‘공공재’로서의 교육의 본질적 기능에 더욱 충실하도록 교육환경과 교육목표를 견지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에 합당한 지원과 정책으로 교육이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담당하는 공교육이 되도록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의 세수 부족을 빌미로 각 시도 교육청의 지방 교부금을 급격히 삭감하려는 정책과 당장 금년 10~12월의 교부금 지불을 교육청 특별 예치금 전용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 파장이 매우 심각하게 다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변칙적인 커다란 과오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공공재로서의 교육의 본질이 정치적 관점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국가백년대계를 향한 기반을 살려 나가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개혁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최근 국회의 한 야당 의원은 ‘과도한 선행학습 규제법’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직접적인 배경은 현재 전국적으로 136곳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조사된 ‘초등의대반’의 지나친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말로는 부모가 자녀에 대한 진로를 어려서부터 확정하여 준비시키는 ‘자녀사랑’이라 선한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동들의 꿈과 적성을 무시한 명백한 ‘아동학대’의 잔인하고 야만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교육의 자유와 학습권을 빙자한 잘난 어른들의 이기심과 비뚤어진 출세와 성공, 부의 추구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의 병폐이자 저급한 교육가치의 추구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처럼 인간의 학습능력은 적절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해당 역량을 발휘하면서 그 잠재력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1세 아동은 그 시기에 맞게, 2세, 3세, 4세아동은 그 시기에 적합한 역량의 발현이 돋보이며 순차적인 학습의 전이 능력을 보여준다. 이를 무시한 부모나 어른들은 인간은 어려서부터 고도의 학습과정에 노출시키면 이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결국 선행학습을 지속시키면 남보다 우수한 능력으로 발현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이는 일종의 교육에 대한 미신(迷信)이자 아동 발달에 역행하는 학대라 할 것이다. 교육학자 및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수학(修學)능력은 적시에, 적합한 방법으로 발현시켜야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다양한 학문의 영역 중에서 수학(數學)의 경우, 그것을 아무리 일찍 가르친다 해도 그에 따른 적절한 효과를 얻으려면 어느 정도 적당한 시기까지는 더디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1~5세 유아들에게 무조건 어떤 지식의 영역을 조기에 주입한다고 해도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여 소화하는 능력은 일정 시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고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를 성질 급한 한국인은 못견뎌하며 못 말리는 교육열과 정도(正度)를 벗어난 학습에의 과신(過信)으로 선행학습에 매달려 종국적으로는 원치 않는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오히려 저해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성장⋅발달 시기에 따른 호칭을 살펴보자. 대체적으로 우리는 영·유아기를 지나 초등학생까지를 ‘아동’으로, 중·고생은 ‘청소년’,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성인’으로 부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정책의 기초가 되는 「청소년기본법」이 정의하는 청소년의 연령은 9세에서 24세까지이며, 민법상 미성년자는 19세 미만인데, 민법상 성인에 해당하는 19세~24세도 청소년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민법처럼 연령이 19세미만이나 청소년으로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같은 연령대로 사용하는 소년법에서는 소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아동복지법은 아동이라는 용어를 18세 미만으로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아동(0~18)은 성장 과정에서 어느 시기든 또래들과 자연스럽게 놀면서 그 가운데서 배우고 자신들의 학습역량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래서 아동들에게서 놀이하는 시간을 강제로 빼앗는 것은 일종의 아동에 대한 권리의 침해이며 나아가 아동학대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적으로 ‘초등의대반’에서 보듯이 3학년 연령을 대상으로 순차적인 학문적 과정을 건너뛰어 급기야는 맹신이랄 수밖에 볼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현실화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중⋅고 과정 6년에 걸친 수학의 학습을 조기에 주입시켜 완성하려는 것이다. 이를 학원가에서는 5년의 과정으로 압축하여 조기에 실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중고등학교는 과도한 선행학습 방지를 위해 매 학기마다 주요 교과의 시험 문제를 출제부터 평가까지 선행학습을 방지하기 위한 점검표에 따라 교육청에 보고하고 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지나친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의대반’의 경우는 이를 완전 무시하고 중고교 과정을 조기에 마스터하는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당사자인 아동들은 순리를 무시한 힘겨운 과정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설령 일부 영재성 아동의 경우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반 아동들을 학대하는 일종의 범죄라 할 것이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모의 과욕과 이기심, 대리만족으로 자녀의 성장⋅발전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학습의 자유권을 인정하고 마냥 용인할 것인가? 말 못하고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아동들은 그 고통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아니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행복권’과 즐겁게 배우고 익히는 ‘학습권’을 침해하는 어른들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에 우리 사회는 법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필요로 한다. 교육계에 널리 알려진 일화가 있다. 한때 독일의 경우 어느 교사는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앞서 있는 아동을 자신의 학급(학습 대상자)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던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아동들의 행복을 지켜주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할 어른들의 책임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시(國是)처럼 여기는 치열한 경쟁의 승자로 키우기 위한 ‘초등의대반’에서 출발한 ‘과도한 선행학습 규제법’은 문명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인간의 권리 즉, 아동의 인권(人權)을 보호하는 책임 있는 조치라 믿기에 정부와 국회, 교육당국, 학교는 이에 대한 보다 철저하고 강력한 관리와 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하고자 한다.
(사)수원문화도시포럼(이사장 최동호) 주최로 제6회 2024 수원 KS 국제문학상 시상 및 국제 시 축제가 오는 11일 오후에 수원 팔달구 남창동 거리와 가회당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시(詩)가 갖는 상징성을 통해 수원에서 활동하는 시인들과 국내외 저명한 시인들이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시 낭독회를 통해 한국 시문학을 세계에 널리 알림으로써 문화 한류를 주도하고 시 문학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자 매년 수원에서 개최하고 있다. 주요 행사를 보면 한데우물 풍물행사(15:00∼15:40), ‘詩’ 골목 제막(15:40∼16:00), 남창태권도장 방문(16:00∼16:30), 수원 KS 국제문학상 시상 및 시 낭독 축제(17:30∼19:30) 등이다. 국제시인 참석자는 이탈리아 Stepano Donno, Laura Garavaglia 시인, 튀르키에 Metin Turan 시인, 헝가리 Daniel Levente Pal, 러시아 Mikail Park 시인 등 5명이 참석한다. 국내시인으로는 윤수천, 김왕노, 손정순, 이수영, 김추인, 맹기호, 권성훈, 정혜영, 심경옥 시인이 참석한다. 국내 아동 시 낭독에는 어린이가 출연한다. 올해 KS(Korea Suwon) 국제 문학상 수상자는 이탈리아 Stepano Donno이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제5회 바벨 국제문학상 시상식(The Babel Prize for Literature)도 겸해 열리는데 수상자는 우리나라 김구슬 시인이 선정되었다. 최동호 (사)수원문화도시포럼 이사장은 “수원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시 축제가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이번 행사가 촉매제가 되어 한국시인과 국제시인 간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