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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봄이 코앞에 와 있습니다.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눈웃음을 치면서 내 코앞 까지 얼굴을 디밀고 있는 봄은 그대로 유혹입니다.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냄새 맡고 싶은 그런 감정이 봄이 아닐까요. 얼마 전 어느 분의 칼럼에서 읽은 '교육은 비싼 비용을 치러야 효과가 있다'는 말을 내내 생각하였습니다.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풀 하나도 피려면 스스로 껍질을 찢고 나와야 합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죽은 힘을 다해 나는 연습을 해야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무상 교육의 실현으로 아무런 댓가를 치러지 않고 교실에 앉아서 무상으로 주어지는 교과서를 펴고 강의료를 내지 않는 (중학교까지 무상 교육이므로) 수업을 듣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회초리에는 인권을 무시한다고 하면서 들이댑니다. 숙제하라고 하면 점수를안 받으면 그만 이라는 식입니다.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실력 운운하면서 난리를 치는 학부모일수록 비싼 사교육 현장에는 고개를 굽실거리며 내 아이를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 배움이 과연 가치가 있을지 의문스럽습니다. 교육이란 것은 비싼 것입니다. 반드시 배우고자 하면 그 댓가를 치러야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싸구려 판매원이 된 지금의 현실에서 좋은 교육이 되기는 좀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 척박한 현실에서도 교육의 씨앗을 심은 많은 스승들이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은 그 배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지만 나무가 자라면, 풀이 자라면 그 열매를 맺을 때 쯤이면 비로소 누군가가 치런 댓가로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겠지요. 이 나라의 민초같은 이름없는 선생들은 현장을 굳건히 지키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는 그 댓가를 치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득, 고등학교 시절 철없던 자신을 생각하였습니다. 부끄럽게도 많이 존경하지 못했던 많은 선생님들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집니다. 이따금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을 보면서 낯설지 않게 느끼는 것은 어린 시절의 제 모습이 교차되어서 일 것입니다. 세상에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우주의 원리일 것입니다. '우주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는 어느 작가의 말이 귀에 쟁쟁한 초봄의 어느 저녁시간입니다.
소영아, 나와의 약속에 관하여 네가 말한 의지가 너무 약하다는 말에 교장 선생님도 공감이 간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있는데 이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의지력이라도 믿는다. 그런데 의지력은 한 마디로 실천하여야 만들어지는 힘이라고 난 생각한다. 이는 마치 운동을 해야 근육이 붙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의지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이 많지만 올해 2014학년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특별전형에 합격한 강보라씨(29)는 두 다리를 못 쓰는 1급 지체장애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서울대 로스쿨의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뽑는 특별전형에 장애인이 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강씨는 합격 소감을 묻자 “그동안 로스쿨 준비에 매진하느라 보지 못했던 ‘미드’(미국 드라마)를 실컷 보며 여유를 찾고 있다”며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장애인의 인권을 돌보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5살 때 사고로 두 다리가 마비됐다. 강씨의 어머니는 “장애를 가졌더라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 수 있다”며 강씨를 늘 격려했고 딸은 이를 순종으로 받아들였다. 대기업 법무팀에서 일했던 아버지는 강씨가 중학생 시절 법원에 데려가곤 했다. 강씨는 법원에서 재판을 방청하며 법조인의 꿈을 키웠다. 강씨는 2004년 재수 끝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장애를 가진 강씨에게는 매사가 도전이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원에 다닐 때는 강의실 문이 작아 휠체어가 다닐 수 없다고 학원 측에 말하자 “그럼 학원에 오지 말고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라”는 답이 돌아와 당혹스러운 적도 있었다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많이 있음을 본다. 그때 강씨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법률 조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런 강씨에게 2007년 서울 관악구의 한 장애인 시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강씨는 “고등교육을 받은 나와는 달리 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된 다른 장애인들을 만나며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로스쿨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어려운 환경에서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인권변호사가 많은데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인권변호사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네 꿈이 확실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번의 만남을 통하여 너에게 자료를 제공하여 주고 싶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미래를 밝힐 등불이 되는 것처럼 너도 네 나름의 언어를 만들고 그것을 꼭 붙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네가 나와 약속한 것을 분명히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옛말에 타초경사(打草驚蛇)란 말이 있다. 풀을 낫으로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이니 다른 사람에게 미리 경계하라는 의미이다. 중국 당나라 때 어느 지방에 탐관오리(貪官汚吏)로 이름난 한 현령이 있었는데 백성들에게 온갖 명목을 붙여 세금을 거둬들이고 착복하자 어려움에 빠진 백성들은 일부러 현령에게 그 부하들의 부정과 부패를 낱낱이 적어 고발장을 올렸다. 이 고발장을 읽던 현령은 깜짝 놀라면서 여수타초 오이경사(汝雖打草 吾已驚蛇)란 글을 적어 옆에 두고 떨리는 가슴을 어찌하지 못했다. 너희들이 비록 풀밭을 건드렸지만 나는 이미 놀란 뱀과 같다’란 뜻의 이 말을 살펴보면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한 것은, 곧 우회적으로 현령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크게 겁먹고 놀랐던 것이다. 이렇게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 방법이 먹혀 백성들의 소원이 달성되었다고 한다. 엊그제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장이 여교사의 엉덩이를 만지고 평교사들에게 막말과 욕설을 했다는 투서가 인천시의회에 접수되어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직권과 위계를 이용한 이런 성추행이 자꾸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갑과 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더구나 일반인도 아닌 한 학교의 교장이 실제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이는 교육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얼굴을 들 수 없는 수치스러운 일로 기록될 것이다. 사건의 진위 여부야 수사가 진행이 되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겠지만 이런 입방아에 오른다는 자체가 교육자로서는 정말 존엄성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다. 타초경사! 혹여 아직도 교육자로서의 직분을 망각하고 언행을 방만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들 바짝 차리기 바란다.
학생들이 교육활동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치료비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보상보다 더 중요하고 우선되어야할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이다. 교사는 교사대로 예방교육을 하고 학생들은 사고 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얼마 전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 회의가있었다. 회의자료를 보니 공제회비 납입현황, 자금관리 현황, 최근 3년간 안전사고 발생현황, 2013년 공제급여 지급 현황, 17개시도별 학교안전사고 발생현황 등의 통계자료가 상세히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자료 교원들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안전사고 예방에 관심을갖는다. 경기도의 경우, 최근 3년 공제급여 지급현황을 보니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연도별로 보상금액의 급격한 증가다.2011년은 전년도 대비 1,589건, 357백만원 증가, 2012년은 전년도 대비 3,002건, 780백만원 증가하였다.2013년은 전년도 대비 3,097건, 2,583백만원의 증가 및 2011년 대비 사고건수는 6,099건(1.4배↑), 보상금액은 3,363백만원(1.6배↑) 증가다. 둘째, 2013년 사고건수는 초등학교가 가장 많고보상금액은 고등학교가 가장 크게 증가하였다.2013년 사고건수는 초등학교가 가장 크며 초→중→고→유치원→특수학교 순으로 발생건수가 적어지고, 보상금액은 고등학교가 가장 크며, 고→초→중→유치원→특수학교 순으로 적어지고 있다. 셋째,사고유형별 현황으로는 관절염좌가 가장 많다.①관절염좌(뼈주변의 타박상), ②골절(뼈이상), ③열상(피부손상), ④치아손상 순으로많이 발생하여 전체적으로 골격이 약한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시간대별로는 ①휴식(놀이)시간, ②체육시간, ③과외시간 순으로 발생하여 교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안전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다섯째, 2013년은 사고건수와 보상금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건당 보상금액이 점차 커지고 있어 학교안전공제회의 재정운영이 지극히 어려운 실정에 있다. 필자는 이미 학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즉사제동행과 체육시간, 과학시간, 휴식시간, 교외학습 시 안전수칙 정해 실천하기, 학교시설물의 사전 안전 점검 등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 경기도학생안전공제회에서는 안전사고 예방 스티커를 만들어 각급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스티커를 현관입구나 계단, 화장실 등에 붙여 안전사고 예방에 관해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각급 학교에서는 이 자료를게시자료로 유용히 활용하여야겠다. 또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재학생들로부터 '우리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곳 베스트 5'를 조사한다. 그 곳이 학교에서 위험한 곳이다. 그 곳을 찾아 안전조치를 취하고 '안전사고 발생지역' 표식을 붙여 놓으면 학생들이 조심하게 된다. 안전사고 예방, 공제회 재정 운영보다 우선이다. 몸과 정신이 다쳤는데 돈으로 보상하면 무엇하는가? 건강과 행복, 사고예방으로서 지켜야 한다. 휴식시간 교사들이 순회지도만 하여도, 체육시간 몸풀기 준비운동만 제대로 하여도 안전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대는 학교의 변화를 요구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교현장에서 변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것이 교사들의 교수법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구시대 교수법으로는 여러 가지 유혹에 노출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실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은 첨단 교수법으로 학생들을 이끌지 않으면 아이들은 학교로부터, 교실로부터 도망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을 선생님으로부터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은 되는데 성숙이 안된다는 지적을 한다. 따라서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생각이 ‘성숙되어 가는’ 모습과 과정을 보여 주어야 한다. 여기서 첨단 교수법이라고 함은 그저 ICT 기술과 교육 방법 등 첨단 기자재를 동원하는 교수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왕성하게 이루어진 두뇌연구에 기반이 된 교수법을 포함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MRI CAT, PET, fMRI 등 두뇌를 단면 촬영하는 첨단기술이 발전하였기에 두뇌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 있다. 최근 교육학 교과서를 보면 반 정도가 두뇌 연구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몇 가지 교수법 꽁수를 부려 학생들을 현혹하고 쇼맨십으로 학생들로부터 환심을 사는 그런 얕은 마음으로는 진정한 교육이 이행되지 않는다. 우리가 학생들로부터 존경 받고 그들이 수업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기를 원하면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우러나와야 한다. 단순히 교육이 교수법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아마 그것은 ‘학생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학생에 대한 배려는 결코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학생들과 마치 친구처럼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의 인기를 끌려는 행위가 아니다. 학생 하나하나의 마음을 읽어 내는 배려는 진실된 마음에서 나온다. 필자는 몇 해 전 70년대에 가르친 제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경험으로 수업시간에 자신이 수업은 하지 않고 만화책을 보았는데 꾸짖지 않고 조용히 만화책을 가방에 넣어주면서 '너 수업이 재미없는가 보구나!'라면서 주의를 주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너무 오래 전에 있었던상황을 내가 기억할리 없다. 그러나 지금도 교직에 있는 그 제자는 기억 속에 남아 배려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몸으로 느꼈기에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려야말로 신뢰감이 그 바탕을 이룬다. 학생에 대한 배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음을 통하여 나의 지도가 과연 어떤 변화를 이루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2년 반 동안 정들었던 이 교육사랑 연구실(통상 교장실)에서 머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교장으로서 두 번째 학교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 교육공동체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교육활동을 전개하였다. 작년에는 혁신학교,창의경영학교, NTTP 연수원 학교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교직원들이 고맙다. 교장 초임지에서도 물불 가리지 않고 교육열정을 불태워 신설교를 명문으로 만들어 놓았다. 흔히들 사람들은 교육여건을 탓한다. 그러나 교육여건이 열악할수록 교육공동체기 한마음이 되어 힘을 합쳐야 한다. 신설교의 새역사를 창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학교표창을 무려 18개나 받을 정도였다. 특히 부장교사들의 학교발전 헌신도가 그 밑바탕이 되었다. 그 때의 이사짐, 교장에서의 일반 전보라 교장실에서 교장실로 옮기면 되었다. 지금은 직렬을 달리하는 장학관으로의 전직이다. 경기도교육청 과사무실은 공간이 비좁다. 장학관이 활용하는 공간은 교장실 규모와 비교가 안 된다.여기에 있던 물건 다 가져갈 수 없다.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고 나머지는 집으로 가야 한다. 28일 오후 교육감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하루 전날 표창장, 위촉장, 수료증 등 이사짐 일부를 날랐다. 보따리만 세 개다. 가장 많은 짐이 교육관련 서적이다. 집에 가져온 보따리를 세어보니 무려 20개 정도가 된다. 거실에있는 책을 정리하려면 책장 하나 정도 새롭게 구입해야할 것 같다. 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은 교장이라는 자리를 그냥 편하게 쉬는 위치로 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학교에서는 물론 집에서 출퇴근 길에서 온통 학교 생각이다. 필자의 경우, 가방속에 교무수첩을 넣어가지고다닌다. 집에서도 할 일과 일정을 메모하고점검한다. 필자는 가방 들고 다니는 교장이다. 현직교장이 얼마나 여유가 없는가? 교장실에 매달 배달되는 문학지 한 번 펼쳐보기 어렵다. 시(詩) 한 수 감상이 어려운 것이다. 교육전문지도 목차나 필자 게재 원고 읽어보는정도다. 교직 전문지식은 공식적인 연수 기회에서 재충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 이슈는 전문카페에서 주로 파악하고 있다. 선생님한 분이 필자의 차량을 이용하여 짐을 날라주니 일이 수월하다. 짐 정리 시 맨처음하는 것이 버릴 것, 남길 것, 가져갈 것을 분류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 자신이 해야 한다. 가져갈 것은 운반하기쉽게 보자기에 싼다.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여 교직에 있는 아내와 함께 저녁 늦게 나르기로 하였다. 짐 보따리를 보니 엄청나다.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엄청난 일을 한 것인가? 일의 진척이 느리자 퇴근 시각 이후인데 교감선생님이 팔을걷고 나선다. 이사짐을 나누어 보니 표창장과 위촉장, 기념품, 회의자료, 연수자료, 대외표창 공적자료, 서적,화분등이다. 서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땀을 뻘뻘 흘리는 교감님을 보니 필자가 '사람 복은 있구나!'를 느낀다.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학교 표창 5개도 받고 무탈하게 교장직을 수행한 것이다. 혁신교육면에서는 전국 단위 선진지 방문학교가 되었다.모두가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라는 교육공동체 덕분인 것이다. 김 교감님과 식사를 하면서 감회를 나눈다. 1년간 함께 했는데 세월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또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 우리 스스로가 놀란다. 화합이 되어 일을 하면 힘든 줄 모른다. 일하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출근하는 길이 행복 발걸음이다.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주위의 행복까지 챙겨준다. 이제 새로운 부임지에서 새로운 역할로 새출발을 해야 한다.교육 전문잡지에서이름 지어준 교육 아이디어 뱅크답게 경기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위해 힘껏 뛰려한다. 학생들에게 강조한 '도전은 즐겁다' '실행이 답이다'를 실천하려 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2010년 8월과 2011년 2월에 대학을 졸업한 대졸자 1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육과 노동시장의 이행 관계 등을 조사한 `2011 대졸자직업이동경로`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2월 27일 밝혔다. 이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대학 전공과 일치하는 직장에 취직한 대졸 취업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불일치 취업자의 소득은 전공에 맞는 취업자보다 월 평균 16만원 정도 적었다. 또한, 2011년 대졸 취업자의 48.2%는 `현재 직장에서 하는 일이 대학 전공과 맞다(전공일치)`고 응답했다. 22.9%는 보통을 선택했고 28.9%는 업무와 전공이 안 맞다고 답했다. 전공 계열별로는 의약계열과 교육계열에서 전공일치 취업이 각각 74.8%와 76.6%로 매우 높았고, 전공 불일치 취업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문계열(47.5%)이었다. 월 평균소득을 보면 전공불일치 취업자의 월 평균소득은 188만1000원으로 전공일치 취업자(204만원)보다 15만9000원 적었다. 한편, 2011년 대졸자 중 52.7%만 졸업 전에 취업 목표를 설정해 본 경험이 있었으며, 47.3%는 `취업 목표를 설정해본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결과 서울에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한 성인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자녀의 장래 성공 요인이 적성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신장보다는 수능 성적 중심의 대학 진학 풍토에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한국만이 아닌 것 같다. 미국에서도 “대학이 내가 짊어지고 있는 이 빚만큼의 가치가 있는 걸까…. 솔직히 나는 얼른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라며 2012년 가우처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실업자다. 10만 달러의 부채가 있다는 사례를 윌리엄 J. 베넷‧데이비드 와일졸이 쓴 '대학은 가치가 있는가'라는 책에서 읽을 수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신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진로 선택보다는 학벌, 학점 등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인생에서 낙오된 것 같은 분위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 자녀들이 부모 앞에서 자신의 꿈을 확실히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어떨까? 매년 수능점수가 발표되면 학교 교실은 바로 군대사령부로 변한다. 소총수에 맞는 사람이 있고 포병에 맞는 사람이 있을 텐데 무조건 점수에 따라 전방인 서울로 가고 성적이 낮으면 후방인 지방에 배치된다. 수능시험이 배치고사인 셈이다. 적성은 고려하지 않고 점수에 맞게 대학·학과를 선택한다. 이렇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생활현장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행복의 기준도 일터를 기반으로 보자면 ‘적재적소’다. 모름지기 스승의 역할은 제자의 개성을 살려주고 덕성, 지성, 근성, 정성을 길러주는 일과 더불어 적성을 찾도록 돕는 데 모아져야 한다. “행복점수를 올리려면 중역이나 주역이 되는 게 아니라 현역이고 적역이어야 한다.” 고 열심히 가르치자. 이제 더 이상 스펙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이 더 이상 헤매지 않도록 기회를 주자. 더 이상 미래에 헤매는 청년들을 줄이고자 한다면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학부모, 교사, 학생 등 3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학생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직업 세계를 연계한 진로지도로의 관점의 변화가 획기적으로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올해 95주년 3.1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역사가 가르쳐주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일은 역사교육의 무게를 경시하는 풍토 속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흔히 국가 안보는 정치권이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대의 전쟁은 총력전임을 그 특색으로 하고 있다. 이제 다시 이땅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6.25와 같은 피난 행렬도 불가능 할 것이며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국가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여성들의 역할은 대단한 힘을 발휘하였다. 그것은 바로 가정의 중심을 이룬 어머니들의 가정교육을 빼 놓을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얼마 있으면 여순 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사형이 집행 될 아들 안중근을 생각하며, 그 아들이 입고 갈 수의를 바느질 하던 그 어머니 마음이 어떠했을까? 그 어머니는 아들이 마지막으로 입고 갈 수의를 한 달 내내 정성을 들여 바느질 하였다고 한다. 그 수의를 바느질 하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이번 3.1절을 맞이하면서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묵상을 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어떤 감회가 떠오를까! 우리 나라 속담에 남편이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였다. 하물며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가슴에만 묻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었을 것이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인 줄을 알아라. 살려고 몸부림 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하게 목숨을 버리거라.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네가 만일 이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 거리가 된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공분(公憤)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라며 자식을 가르쳤다. 동아시아와 세계 차원의 3·1정신은 세계주의, 특히 주권독립·공존과 평화였다. 비폭력 평화주의와 주권평등은 그 정수였다. 오늘날 동아시아 화해·공존·평화를 위협하는 중대요소의 하나는 일본의 침략 및 전쟁범죄 부인과 그로 인한 인권·영토갈등·과거사 문제의 악화이다. 얼마 전 영국 정보국은 “3·1운동 때 젊은 여학생들 적극 가담했다” 는 정보를 공개했다. 영국 정보국(SIS)은 1912년 창설된 기관으로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세계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1919~1923년에 작성된 이 보고서는 '3·1운동에 수많은 젊은 여학생들이 적극 가담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해 임시정부가 본국과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냈다는 것이다. 의열단은 한국인 비밀결사체로 국내외 지부를 두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 있는 일본인 관리들을 암살하는 게 목적이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가치에 대하여 독립기념관 김도형 박사는 “세계 최고의 정보국 가운데 하나인 영국 정보국 극동지부에서 당시 한국 독립운동에 대한 첩보 내용을 본국에 지속적으로 보고했다는 점과 독립운동에 대한 영국의 관점을 살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요즈음 처럼 역사교육도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배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관심이 희박해진 현실이어서 마음이 무거움을 느낀다. 95주년 3.1절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길인가를 묻는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후세들에게 3.1정신의 가치를 제대로 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건강센터·병원에 위탁 산업의 지정 순회방문 실태조사도 매년 실시 교원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일본은 문부과학성, 교육위원회부터 단위학교까지 정신건강 관리대책이 수립돼 있다. 교원 개인을 위한 상담서비스 제공은 물론 국가단위의 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의 시·도교육청에 해당하는 각 도도부현 교육위원회의 대책이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66개 도도부현 교육위 중 61개(92.4%)가 교원들을 위한 상담창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각 시구정촌 교육위의 상담창구 설치율은 22.3%다. 교육청에 직접 상담실이 있을 경우 상담을 꺼릴 수 있어, 대다수의 교육위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에 사업을 위탁하고 있다. 도쿄도의 경우 도쿄도교직원상조회교직원 종합건강센터와 지역회관에서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방문상담, 임상심리사 파견도 하고 있다. 공립학교 공제조합도 전국 180개의 상담실과 공제조합 관동중앙병원에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은 24시간 전화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도쿄도를 포함해 전화나 이메일상담을 제공하는 교육위도 87.9%에 이른다. 정신과 의사나 병원을 지정한 경우도 75.8%다. 각 교육위는 관리직 정신건강 연수, 정신건강 자료 제작·배포, 정기건강검진 시 정신건강 검진 포함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교육위의 대책에는 복직 지원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도쿄도는 별도의 센터에서 정신 질환으로 휴직 중인 교원을 대상으로 정상적으로 교단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1년 기준 63개(95.5%) 교육위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나머지 3곳도 실시를 검토·계획하고 있었다. 이 중 45개(68.2%) 교육위는 복직 후 경과 관찰도 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국가단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원 정신건강 조사 연구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신건강 정책의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 매년 ‘전국교원 정신건강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단순 설문에 그치지 않고 일반 노동자와 다른 교직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질환교원 대상 심층면접 등도 포함하고 있다. 정책을 개발하고 검증하기 위한 ‘교원 정신건강 유지·증진 방안 연구’도 시행되고 있다. 문부성은 지난 2011년 12월 22일에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한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공문에 담긴 대책은 ▲교무 효율화를 통한 업무 부담 경감 ▲부담없이 상담할 수 있는 학교 환경 조성 ▲자가진단표 등을 활용한 질병 조기 발견·치료 ▲정신질환 휴직자를 위한 복직 지원 체제 정비 ▲상담 창구 설치·관리자 연수·학교 방문 등 상담 체제 내실화였다. 단위학교 차원에서도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직원 50명 이상의 사업장에 산업의 선임이 의무화 돼 있는데 학교도 마찬가지다. 산업의는 기업 등에서 노동자의 건강관리 등을 실시하는 의사다. 대부분 지역의 의사를 선임해 정기적인 순회방문과 사안 발생 시 개입하고 있다. 산업의가 없는 소규모 학교는 교육위원회에서 선임한 산업의가 순회방문한다. 교육위에서 별도의 정신과 의사를 촉탁해 정신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학교장은 교사들에게 이용 가능한 상담서비스 등을 홍보하고, 스트레스가 과중한 교원에 대한 면담·배려를 하도록 돼 있다. 학교 상담사도 교원들의 스트레스 경감에 참여하는데, 주로 학생지도 사안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교사 대상 상담을 한다.
교원질병 50% ‘스트레스 때문’ 州 교육부 위탁사업으로 설립 독일은 각 주 정부가 대학병원 부설 연구소 등을 통해 교원들에게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 외에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신체건강상의 문제에 대한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퇴직교사 1349명 중 정년을 채운 사람이 26.5%에 그쳤다. 46.6%였던 전년도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수치다. 니더작센 주의 뤼네부르크 대학이 24~65세 현직교원 1300명을 대상으로 정년퇴직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16%의 교사들은 건강상의 문제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없는 여건이라고 응답했다. 교사 3명 중 1명은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번아웃신드롬까지 보이고 있다. 번아웃신드롬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피로가 극에 달해 무기력증 등에 빠지는 증세다. 독일교원노조에 따르면 교사들이 앓고 있는 질병의 50%는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80%의 교사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허리 통증, 심장박동 이상 등에 시달리고 있다. 10%의 교사는 반복해서 결강을 할 정도로 직업병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은 교원의 건강증진을 위해 각 주별로 대학과 연계한 활발한 연구·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라인란드팔츠 주 교육부에서 위탁해 설립된 마인츠 대학병원 교사건강연구소는 이 지역 교육공무원의 안전과 건강을 돌보기 위한 의료연구기관이다. 주 내 1700여개 학교 4만5000여 교직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이상 등이 감지되면 이 연구소에서 신속하게 상담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교사연구소는 교사들이 프로젝트에 쉽게 접근하도록 인터넷을 통해 스트레스 정도나 건강을 자가점검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어떤 학교에서 어떤 교사가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처한다. 이를 위해 교사건강연구소에는 20여명의 연구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위학교를 방문해 강연과 세미나를 주최하기도 한다. 이 때 현장에서 직접 개별 교사들의 건강·심리상태를 확인하고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정기적인 교사연수나 스트레스 치료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2005년 개설된 니더작센 주 뤼네브르크대학 부설 ‘교사건강포럼’ 역시 연수와 워크숍 개최 등 마인츠 대학병원 교사연구소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 내 3천400여 명의 교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포럼에는 학교심리사, 의사, 법률가 등 30여 명의 전문가 들이 연구와 상담, 자문에 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포럼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8000여 건에 이른다.
정신적 피해 폭넓게 보상 법정 안 가고5억 받기도 스트레스 관리, 상담 장치도 영국에서도 과중한 업무와 학생지도로 인한 스트레스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교육기준청(Ofsted)에 따르면 신임교사의 40%가 5년 이내 교단을 떠났다. 지난해 12월 전국교원연합여교사연맹(NASUWT)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절반 가까운(47%) 교사들이 교직을 그만둘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문제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예방이 안 됐을 때는 교육에 헌신하다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정신질환을 앓거나 부당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는 공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불가피하게 교단을 떠나게 될 경우는 상당한 거액을 받기도 한다. 잉글랜드 중서부 스롭셔 카운티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A씨는 1996년 학생지도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으며 교단을 떠난 뒤 복귀하지 못했다. 문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담당하던 그는 학생들의 행동이 도를 넘어서자 울면서 어려움을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그는 결국 한 학생이 그를 계단에서 밀쳐 넘어뜨린 뒤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걸려 조기퇴직했다. 그는 이후 대인공포와 불면증에 시달렸고, 3년 동안 매주 상담치료를 받으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A씨의 사례는 공무상재해로 인정돼 30만 파운드(약 5억 34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보상금 지급 결정은 법정 분쟁 없이 교원단체와 보험회사, 교육청 간 합의로 이뤄졌다. 학부모 폭언으로 신경쇠약이 아닌 사망에 이른 교사에 대해서도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과 대비되는 결과다. 최근에도 이런 공무상 재해 보상금 지급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학생에게 폭행당한 후 정신장애를 앓게 된 교사가 26만 6000 파운드(약 4억 7350만 원)를 보상받았다. 질환을 앓아야만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고릴라로 표현한 포스터를 교무실에서 발견한 한 교사는 이 일로 병가를 냈고 2만 5000 파운드(약 4450만 원)를 보상받았다. 학생의 인종차별적인 언행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로 5000파운드(약 890만 원)를 보상받은 사례도 있다. 물론 “보상금도 중요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정신적 피해로 교단을 떠나야 하는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한 크리스 키츠 전국교원연합여교사연맹(NASUWT) 사무총장의 말대로 보상이 최선은 아니다. 이 때문에 영국에도 교장의 스트레스 요인 관리 의무화, 교육청이나 국가보건서비스 제공하는 상담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보상금 지급 사례는 교사가 학부모의 부당행위로 자살해도 ‘견딜만한 스트레스’였다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원양성과정에 심리 수업 개설 감정근로 스트레스 대처법 교육 프랑스의 중·고교 교사 중 17%는 극도의 피로로 인한 무기력증인 ‘번아웃신드롬’을 보이고 있다. 6명 중 1명꼴이다. 타 직종에서 번아웃신드롬을 겪는 경우가 11%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이는 번아웃신드롬을 겪는 교사들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증후군까지 겪지 않더라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일반인의 3배에 달한다는 결과가 1998년, 2000년 실시한 국가 건강 설문조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2011년 베지에(Beziers)의 한 수학 교사가 학생지도 스트레스로 인해 ‘대가가 얼마나 들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프랑스는 새롭고, 올바른 학교를 세워야만 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학교에서 분신자살한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스트레스 문제가 공론화됐다. 중·고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조롱, 경멸, 폭행 등으로 교사가 직면하는 공포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과 자살 등으로 직결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교사들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해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교사에게 갈수록 더 많은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주장을 앞장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자크 니미에 랭스대 교수다. 수학교사로 18년 현장경험을 쌓은 그는 현재 랭스시 교원연수 부국장이기도 하다. 그는 교사들이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심리학수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의 돌발 상황에 대처하고 자신의 심리를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교육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에도 이런 수업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교사를 위한 이런 복합적인 심리수업은 교사 스스로 긍정적인 삶의 철학을 개발하고, 직업 환경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시간적 부담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구성된다. 그는 또 교사가 스트레스를 갖고 있는지 스스로 진단하고, 그 스트레스를 잘 조절해 학생들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사 스트레스 관리 10대 지침을 제안하기도 했다. 자신의 직업에 내재 된 여러 다른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서 각자 제어하는 이런 방식의 대응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인에 책임을 떠넘기는 소극적 입장이라는 비판도 있다. 당장 위기에 빠진 학교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와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교사가 탈진할 위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예방·대처 수단을 제공하는 것도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꼭 필요한 부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생 학업성취도와 평가연계 확대 교원양성·신규 임용 정책은 부족해 미국의 교원정책에서 교원평가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National Council on Teacher Quality)는 지난 1월 2014년도 ‘교사정책연간보고서(Teacher Policy Year Book)’를 발간하면서 이 같은 분석을 했다. 미국은 각 주정부가 권한을 갖고 정책을 수립한다. 각 주마다 인구의 특성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큰 정책을 위주로 세우고, 주정부에서 각 주의 특성에 적합한 대부분의 정책을 세운다. 정책의 상세한 부분이 주 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 주의 정책을 단순비교하거나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교원정책도 마찬가지다.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에서는 이렇게 서로 다른 각 주의 교원정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2007년부터 매년 교사정책연간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해마다 각 주 별로 교사교육, 자격, 교사평가, 그리고 보상 시스템 등을 조사하고 모든 주의 정책을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자료를 기초로 각 주에 교원 질 향상을 위한 적합한 제언을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보고서가 처음 나올 2007년 당시만 해도 많은 주에서 교사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 학생의 학업성취에 따른 교사의 종신재직(tenure)과 해고 결정, 예비 교사를 선발 기준 강화 등 주요 난제들을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각 주에 적합한 교사정책을 제언하는 일이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케이트 월리쉬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 회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많은 주의 교사정책성과 등급이 향상이 된 만큼 각 주에 적합한 교사정책을 통해 교사의 효과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교사정책성과 등급은 크게 다섯 가지 영역의 정책목표 달성 정도를 평가해 전반적인 점수를 부여한다. 예비교사정책 평가는 두 영역에서 이뤄지는데 얼마나 잘 준비된 교사를 유입시키는지, 얼마나 많은 교사를 증원하는지를 평가한다. 현직교사정책은 우수교사 판별, 교사의 전문성 신장, 그리고 부적격 교사에 대한 합리적 퇴출 등 세 가지 영역에서 평가가 이뤄진다. 올 1월에 나온 2014년도 보고서의 결과에 따르면 2년 전과 비교해 50개의 주와 콜롬비아 특별자치구 중 11개의 주에서 교사정책성과 등급이 올라갔고, 5년 전과 비교해서는 37개 주의 등급이 향상됐다. 향상된 분야는 대부분 교사 평가와 교사의 효과성에 관련된 정책들에 집중돼 있다. 전반적인 교사정책성과 평가 결과, 플로리다 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몬태나 주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결과를 볼 때 교사평가와 관련된 정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28개주에서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교사평가에서 학생의 학업성취를 크게 고려하는 주가 늘었다. 5년 전에는 4개주, 2년 전에는 17개주에서 교사평가 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학생의 학업성취를 꼽았고, 올해에는 더 증가한 35개의 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켰다. 2009년 보고서에서는 교사의 종신재직을 결정할 때 실적을 고려하는 주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의 보고서에서는 20개의 주에서 교사의 효과성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종신재직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에 따라 교직을 떠나게 하는 방침도 2009년 13개의 주와 비교해 현재는 29개의 주에서 사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전반적으로 교사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각 주별로 교사 입직 기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교사자격 부여 조건도 강화되는 등 교사정책이 교사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향상돼야 할 부분들이 많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특히 신규 교사들에게 충분한 준비를 시킨 후 학교현장에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여러 면에서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아직 대부분의 주에서는 보통 성적이나 시험을 통해 교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주는데, 그 기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해 초·중등 교사를 각기 선발하는 주는 6개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물론 이 보고서 자체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몇몇 주에서는 전미교사자격평가협의회의 평가 기준이 너무 높고, 때로는 권한과 능력 밖의 조언을 제시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남녀평등 ABCD’ 프로그램 도입 교육부 주도로 명확한 기준 제시 성급한 정책 강행에 대한 우려도 프랑스에서 정부의 양성평등 교육 정책이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30 여년 전부터 학교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정의를 시작하고 그에 따른 교육을 시작해 왔다. 프랑소와 미테랑 대통령이 당선된 1981년 즈음에 활발해진 여권운동의 결과로 학교에서 양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학술연구도 진행됐다. 1989년에는 교육기관의 양성평등 교육 의무가 법제화됐다. 최근에는 프랑스 교육부가 교원단체가 이끌던 이런 흐름을 직접 주도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7일에 여성과 남성의 평등 에 대한 각 부처 간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의 골자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양성평등 문화의 습득과 전달, 남녀 상호 존중과 평등 교육 강화, 포괄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과 연구의 확인·보완 등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3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협약에 따라 여성의 권리와 남녀평등을 위한 위원회가 전국에 설치돼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조약을 통해 처음으로 양성평등 교육에 관한 프랑스교육정책의 구체적인 방안과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됐다. 협약의 조문은 ‘성차별, 남녀불평등, 성에 대한 고정관념 등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과 연구를 통해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공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기술돼 있다. 이후 교육부는 학교의 방침 또는 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던 양성평등 교육에 대해 ‘남녀평등 ABCD’라는 특별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통일된 자료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프로그램은 10개 학구, 275개 기관, 600개 학급에서 시범운영됐다. 에브뢰(Evreux)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인 나탈리 라구쥬(Natalie Lagouge)는 “많은 교사들이 ’남녀평등 ABCD‘정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교육부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교육현장에서 교사들 역시 외부적인 압력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가 ‘외부적인 압력’을 언급한 이유는 학교에서 성정체성 교육프로그램이 학부모들의 반대로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적절한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이 애매한 상황에서는 이런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양성평등 정책이 교육부의 주도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파리시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가엘 파스퀴에(Gael Pasquier) 원장은 지난해 11월 초등학교에서의 양성평등 교육과정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양성평등 교육이 정부의 새로운 실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국가의 교육정책이 구체적인 방안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면 교육현장에서의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학부모와 교사의 반발에 대해서도 “때로는 정부가 특정한 사안이 발생하면 즉각 관련 수업과 교사연수를 언론에 공개했다”면서 “학부모들 뿐 아니라 교사들 중에도 반발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압적으로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교사들을 믿고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가 이끄는 교육제도가 교육현장의 현실적인 리듬보다 너무 빨리 가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이러한 성정체성과 남녀평등의 기본원칙을 가르쳐야 한다고 나섰지만 인성교육이 우선인 어린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근거나 확실한 연구결과 없이 필요성만을 명분으로 개념에 그치는 정책을 서둘러 실시해서는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현장의 현실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교사들에게 구체적이면서도 일관성과 통일성 있는 교육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구입비용 비싸 대부분 대여 후 반납 훼손 시 과태료 물려 장기간 재사용 바뀐 내용은 보조교재 등으로 보완 네덜란드는 교과서를 빌려보고 학년이 끝나면 다시 반납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교과서를 소중히 다루고, 국가적으로는 교과서 발행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줄이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교과서를 무상으로 빌려볼 수 있다. 책을 구입하는 비용은 비싸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은 이런 무상대여를 통해 교과서를 빌려보고 학기가 끝나면 돌려주는 방식으로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아예 교과서를 집에 가져올 수 없고 학교에서만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학년말이 되면 학교에서 바로 전량 수거하기 때문에 교과서 사용 비용은 전혀 들지 않는다. 중·고교생의 경우는 2009년까지 출판사 등을 통해 연간 400~500 유로(약 58~73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교과서를 대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과서 구입비용은 이 금액의 배 이상이었기 때문에 이때도 교과서를 빌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도 두 명의 자녀를 중·고교에 보낼 때 이런 새 학기 책값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다행히 이 당시에도 부모가 소득이 없거나 저소득층인 경우에 한해서 교과서 대여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해줘 시름을 덜 수 있었다. 이렇게 비싼 교과서 비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네덜란드 정부는 2010년부터 모든 중·고교생이 교과서를 무상으로 빌려볼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게 됐다. 그러나 교과서 비용이 공짜라고 해서 학생들이 대여한 교과서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상으로 빌려주는 만큼 학년말에 학교나 출판사에 교과서를 반납할 때 책이 찢어지거나 낙서가 심한 경우 책 손상에 따른 과태료를 학생 개인에게 물리기 때문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학생들은 교과서를 소중히 간직하고 깨끗하게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네덜란드 각 가정에서는 새 학기가 되면 교과서에 책 커버를 새로 입히는 작업을 하는 등 교과서가 손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책 앞부분에 몇 년부터 어떤 학생이 이 책을 사용했는지 이름도 적혀져 있다. 이렇게 잘 관리된 교과서는 대부분 3~5년 정도 재사용된다. 길게는 9년 이상 된 교과서들도 사용된다. 새 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교과서들이 다 쓰고 나면 학년말에 쓰러기 더미에 무더기로 버려지고 있는 우리 현실과 대비된다. 교과서를 장기간 대여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에 담긴 내용이 일부 수정되거나 변경되는 경우에는 전권을 새로 출판하기보다는 기존 교과서에 추가되는 내용을 보조교재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또 학생이 책에 첨부된 연습장이나 자습서 등에 기록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대한 교과서 제작비용과 대여료 지원 예산을 줄이는 방안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책을 매년 새로 출판하고 학교에서 구입해 나눠주기보다는 네덜란드처럼 아껴 사용하고 학년말에 되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국가적으로도 매년 새 책을 구입해야 하는 예산낭비도 줄이고 학생들에게도 잃어버린 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기획처 성과평가실장 이강주 △교육정책연구본부 본부장 이재분 △교육정책연구본부 통일교육연구실장 김정원 △교육정책연구본부 영재교육연구센터 소장 서예원 △교육현장지원연구본부 창의·인성교육지원센터 소장 정미경
작년 말, 튀니지에서 개최된 아프리카 국가의 교육부 장관 모임에서 필자가 기조강연을 하였습니다. 기적 같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성공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온 국민이 자녀의 미래에 기꺼이 투자한 결과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교육이란 국민에게 단지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더 좋은 미래를 꿈꾸고 그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이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고의 인재가 교육자의 길을 선택하고,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교사가 여전히 교육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고, 올해 하반기에 나이로비에서 개최되는 또 다른 모임에 기조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성공 사례가 아프리카 국가의 교육 리더들에게 희망을 준 것 같아 기뻤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귀국길에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만약에 같은 강연을 북미와 유럽 국가의 교육부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했다면 과연 같은 반응을 얻었을까? 한국이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 여전히 큰 박수를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에 대해서는 미진한 반응을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보다 먼저 잘 살게 된 그들은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개인소득 2만 불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양성 방법과 4만 불 시대를 열기 위한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요. 교육자가 그저 더 열심히, 더 헌신적으로 해서는 안 되고 뭔가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야만 경제적 성공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도 새로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때 남이 만든 세상을 살아가는 후발자였지만 어느덧 그 새로운 세상을 직접 만들어야하는 선구자 입장에 놓였습니다. 미래를 우리 스스로 창조하기 위해서는 비전을 지녀야 하고 각자의 장점과 강점을 최대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창조해본 행복한 학생들이 훗날 행복한 미래사회를 창조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학생들이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하고자 합니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시도입니다. 하지만 정작 꿈과 끼를 위한 교육을 주도해야 하는 교육자 당사자들의 꿈과 끼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과연 꿈이 꺾이고 끼가 쭈그러든 교육자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과연 한국은 교육자들이 자신들의 꿈과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는가요?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저는 교육자의 꿈을 존중해주고 교육자가 끼를 맘껏 펼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동반되어야 북미와 유럽 국가들마저 부러워 할 한국 교육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한국 교육자의 꿈은 무엇인가요? 왜 교육자가 되었으며,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힘들게 교육자의 길을 택했는가요? 여러분은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물론 이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답은 있습니다. 모든 꿈이 허락되어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능력과 실력과 노력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는 소인배의 꿈이나 남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악동의 꿈은 어느 누구도 지지하고 지원할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교육자들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꿈을 꿀 때에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완성됩니다. 오늘 저는 꿈을 꿉니다. 북미와 유럽 교육 전문가들에게마저 감동과 희망을 주는 한국 교육을 꿈꿉니다. 큰 꿈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재가 쏟아져 나오는 한국 교육을 꿈꿉니다. 저는 고작 튀니지와 나이로비에서 지난 반세기의 한국 교육 성공사례를 소개하지만 훗날 워싱턴과 런던에서 2010년대의 한국 교육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후배 교육자들을 상상해봅니다. 조벽 교사들 사이에서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벽 교수는 우리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통찰력 있게 제시하고 실천 전략을 전파하며 몸소 실천하고 있는 최고의 교육 전문가이다.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 부산 서부교육지원청 Wee 센터 센터 장, 학교폭력대책위 공동위원장, 소년의집 교육장 등을 역임했고 청소년 감정코칭, 수업컨설팅,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등 다수의 저서를 출판했다.
01 가수 최백호가 1995년에 발표하여 대중들에게 큰 감응을 불러일으킨 노래에 ‘낭만에 대하여’가 있다. 중년 이후의 세대에게는 소위 ‘노래방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노래이다. 나를 포함하여 낭만을 간직해 보았던 사람이라면, 각별한 친화감을 가지고 부르는 노래이다. 그러나 이 노래야말로 낭만 자체를 노래한다기보다는, 잃어버린 낭만, 지금은 부재(不在)하는 낭만, 회복하기 어려운 낭만을 노래하고 있다. 가사가 그것을 웅변한다. 감성의 절절함이 배어 있는 2절 대목을 그대로 옮겨 본다.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슬픈 뱃고동 소리를 들어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가버린 세월이 서글 퍼지는/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 마는/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다시 못을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작사와 작곡을 모두 가수 본인이 하였다. 이 노래를 지을 무렵 가수 최백호의 나이가 대략 마흔 중반이다. 청춘의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낭만 감각을 몽땅 잃어버린 늙은 나이도 아니다. 낭만의 원숙한 경지를 그윽하게 체득하고 있을 나이라 할 수 있다. 이 노래를 두고, 앞에서 ‘지금은 부재(不在)하는 낭만’에 대한 아쉬움을 잘 담아낸 노래라고 했지만, 사실 낭만이야말로 ‘부재하는 것에 대한 동경과 간구를 온몸으로 추구하려는 정신’인지도 모른다. 현존(現存)하는 현실을 절절히 담아낸다면 그것이 어디 낭만에 어울리는 것이 되겠는가. 그래서 이 노래는 낭만에 대한 강한 환기(喚起)를 대중들에게 대령시키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하여’는 대중들 사이에서 ‘낭만’이란 말이 서서히 사라져 갈 무렵에 나온 노래이다. 대중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는 현상에 대해서 대중문화론적인 의미를 부여하자면, 낭만의 소실점이 드러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마음으로 이 노래가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열정과 꿈이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뜻한다. 02 ‘낭만(浪漫)’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감정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적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로 설명되어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좋은 뜻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이 뜻풀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대체로 낭만주의자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낭만은 ‘낭만주의(浪漫主義)’ 사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낭만주의라는 말이 있음으로 해서 ‘낭만’이라는 말이 일반어로 등장할 수 있었다. 적어도 한자문화권인 동양에서는 그러하다. 낭만주의는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발달했던 문학과 예술의한 사조(思潮)이다. 자유로운 공상의 세계를 동경하며 정서, 감정, 개성 등을 중요시하는 사조인 것이다. 낭만주의를 원래 영어로는 ‘Romanticism’이라 일컬었다. 아마 도 낭만적 자질이나 성향이 남유럽 라틴계 종족의 기질에 잘 드러났던 것에 연유하여 ‘Romanticism’이라는 명명이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말을 한자 문화권에서 받아들이면서, 처음에는 ‘Roman’이라는 음을 살려 ‘로만주의(魯漫主義)’로 표기하였다. 그러나 이 말은 ‘낭만주의(浪漫主義)’와 경합하다가 밀려나게 되었다. ‘낭(浪)’은 ‘물결이 일렁거린다.’는 뜻이고, ‘만(漫)’은 ‘질펀하게 넘쳐흐른다.’는 뜻이다. 개성의 솟구침을 자유분방하게 표방하는 낭만주의 본성에 어울리는 말 같기도 하다. 낭만주의와 대비되는 반대 성향을 무어라고 말하면 좋을까. 딱히 맞아 떨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주의(realism)’가 여기에 해당할 법하다. 낭만주의와 기계적인 대비를 시키면, 현실주의는 ‘이상이나 관념보다 현실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이라는 뜻풀이가 적절하다. 그러나 현실주의의 가치를 내세우는 사람들도 현실주의를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주의는 이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이상의 실현을 기다리는 태도이다.” 그러니까 현실주의자들에게도 이상이나 낭만은 부정되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03 ‘낭만’이라는 말이 급격히 사라져 가고 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이 말은 사용 빈도가 높은 일상어였다. 대개는 ‘젊음’이라는 말에 자동적으로 따라 붙거나, ‘대학생활’이라는 말에도 어김없이 따라 붙던 말이다. 한국전쟁 뒤의 그 고단하고도 궁핍한 삶이 지천이던 때에 오히려 ‘낭만’이란 말이 넘쳐났다는 것은, 좀 의아해 보이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낭만은 곤핍한 현실을 극복해 가도록 하는 정신 에너지의 일면을 안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낭만성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드러내고 자아를 더 자유로우면서도 더 정체감있게 구현하려는 의지와 힘의 근본이 된다. 19세기 독일의 시인이며 철학자이었던 프리드리히 폰 슐레겔(Friedrich von Schlegel, 1772-1829)은 낭만주의 예술비평가로서도 유명하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내면에는 무한으로 솟구치고 싶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이 있다. 인간은 하나의 개체호서의 비좁은 굴레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 하는 열에 들뜬 갈망이 있다. 슐레겔은 이것이 인간이 추구하는 낭만성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그런점에서 낭만은 가짜의 가치들에 저항하고 순정한 인간 본연의 가치들을 추구하게 하는 정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근래 수 년 동안 인터넷에 널리 소통되었던 글 하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 건너의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고, 우주(宇宙)를 향해 나아가지만, 우리 안의 세계(世界)는 잃어버렸고, 공기(空氣) 정화기(淨化器)는 갖고 있지만, 영혼(靈魂)은 더 오염(汚染)되었고, 원자(原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偏見)을 부수지는 못한다. 집은 커 졌지만, 가족은 줄어들었고,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졌고,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자유(自由)는 더 늘었지만, 열정(熱情)은 더 줄어들었다. 1999년 4월 2일 미국 콜로라도의 리틀톤(littleton) 시의 컬럼비안 고등학교에서 따돌림을 겪던 학생 두 명이 총기를 난사하여 동료 학생 12명과 교사 2명을 살해하고, 본인들은 자살하였다.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호주 콴타스(Quantas) 항공의 CEO이었던 제프 딕슨(Geoff Dixon, 1940~ )이 인터넷에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Time)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원래는 시애틀의 교회 목사인 밥 무어헤드(Bob Moorehead)의 방송 설교 내용에 있던 것이라 한다. 또 한편으로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있는 내용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글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이 느끼는 우리 시대의 역설을 하나씩 더하여 인터넷에서 소통함으로써, 인류적 공감을 더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상실한 열정과 사랑의 낭만성을 각성할 수 있게 한다. 어디에도 낭만을 구가하는 노래를 발견하기 어렵다. 낭만을 향하는 삶이 소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효율성의 이름으로 낭만의 열정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낭만은 존재가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공동체에게도 낭만은 필요하다. 오늘날 선생님들의 낭만성은 어디쯤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박인기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국어 교육을 전공한 교육학박사다. 한국교육방송프로듀서,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독서학회 회장을 역임. 현재는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교육론, 교사와 책, 국어교육과 미디어 텍스트, 스토리텔링과 수업기술, 교과는 진화하는가 등의 저서와 산문집 송정의 환, 사계의 전설이 있다.
작년 미국 뉴욕에 출장 갔을 때 점심 시간에 신기한 풍경을 봤다. 점심 시간 뉴욕 맨하튼 근처 샌드위치 가게 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궁금해 물어보니, 맨하튼 직장인들은 점심땐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대신 저녁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여 몇 시간씩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고 한다. 이른바 ‘스몰 런치, 빅 디너(small lunch, big dinner)’다. 회사 동료와 저녁을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저녁은 가족과 먹는 것이 원칙인 문화다. 자녀가 있는 직장인들은 ‘빅 디너’를 즐기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체코 프라하에 가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체코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이 짧다. 사기업이든 관공서든 점심 시간은 딱 30분이라고 했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 샌드위치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고 낮동안 집중해서 일한 다음 일찍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저녁은 대개 가족과 먹는다.우리 나라는 어떤가. 관공서와 기업들이 모여있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으면, 11시 30분이 좀 넘으면 진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높은 빌딩에서 끊임없이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여기 빌딩에 들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수백명이 한꺼번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가 많다. 이때부터 광화문 근처 레스토랑은 자리가 없이 꽉 찬다. 누구랑 약속이라도 하려면, 며칠전 예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명이 기다리는 김치찌개집 맨 뒷줄에 서서 수십분을 기다려야 한다. 점심 시간은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난다. 많은 직장인들이 1시가 다 되어 겨우 식당에서 일어선다. 그때쯤엔 테이크아웃 커피점들 앞 줄이 길어진다.긴 점심 시간 후엔 금방 저녁이 오고 빌딩 불은 꺼질 줄 모른다. 저녁은 또 동료와 함께 회사 앞 식당을 찾아간다. 밥을 먹으면서 술도 한 잔하고 회사에 다시 들어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둘러앉아 매일 저녁 밥을 먹는 가정이 몇 곳이나 있을까 싶다. ‘밥상 머리 교육’이 실종된지는 오래고, ‘식구(食口)’라는 말조차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얼마 전 정부 고위 관료도 이 얘기에 찬성했다. 그는 집에 매일 늦게 들어가니 애랑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주말에야 겨우 얼굴을 보고 밥상머리에 앉으면 왜그런지 잔소리만 하게 된다고 했다. “오랜 만에 보니까 트집잡을 것만 보여요. 머리는 왜 그렇게 깎았느냐,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 밥 먹는 버릇은 그게 뭐냐. 아이라고 좋겠어요? 집에도 잘 안오는 아빠가 오랜만에 만나서 잔소리만 해대니.” 이런 아빠가 대한민국에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일하고 싶은 여성, 날개를 달아주자’라는 기획 시리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고학력 여성들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가 대한민국인데, 그 똑똑한 여성들 상당수가 30대가 되어 결혼하고 애 낳으면 일을 그만두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하나 취재하다보니, 여기에도 오래 일하는 문화가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야근을 자주 하고 필요할 때 쉬지 못하니 아이가 아프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견디다못해 아예 회사를 그만둬버리는 경우가 많다. 학교 모임이나 엄마 모임에 못가니까 정보에는 어둡고 전업 주부들과 어울리지 못해 ‘왕따’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저학년일수록 엄마들 관계가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도 여럿 만났다. 고학력에 대기업을 다니다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한 여성은 “9시 출근·6시 퇴근만 가능해도 아이 키우면서 회사 잘 다닐 수 있겠다”고 말했다. 매일 점심 시간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우리 나라의 근로 문화에 대한 생각을 한다. 긴 점심 시간을 줄여 낮동안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만 정착이 되어도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 뿐 아니라 밥상 머리 교육도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개선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서울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주 2회 가족의 날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직원들이 ‘칼 퇴근’을 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사무실 불을 다 꺼버려서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한 직원은 “처음엔 좀 적응이 안됐는데, 이제는 빨리 퇴근하기 위해서 낮에 더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가 정착되면, 낮에 효율적으로 일하고 저녁엔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보내는 문화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김연주 부경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2006년 조선일보 입사했다. 사회부, 국제부, 대중문화부 등을 두루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 2014년 현재는 사회정책부 교육팀 소속으로 교육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유지하며 활동 중이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들의 얼굴엔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가득했다. 서울 서초구의 서일초등학교 교사 다섯 명은 학습 부진아 학생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학습커뮤니티 ‘콩나물시루’를 꾸려 작년부터 운영 중이다. ‘2013 서울시 우수 학습커뮤니티’로 선정되면서 힘을 얻었다. 교사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아이들의 변화가 보답으로 돌아온 덕분이다. ‘I CAN 프로그램’,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듯 + “콩나물시루는 아무리 물을 줘도 밑으로 다 빠져버리잖아요. 물을 계속 준다한들 콩나물이 잘 자랄까 싶은 생각이 들죠. 하지만 계속 물을 주다보면 콩나물은 어느새 쑥쑥 자라 있어요. 부진아 교육도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에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지만 지속적으로 관심 갖다보면 아이들은 분명 변하거든요.” 팀장을 맡고 있는 김수은 교사는 학습커뮤니티 명칭을 ‘콩나물시루’로 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교육철학에 공감하는 네 명의 교사가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다섯 명의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학습 부진아 구제를 위해 힘을 모았다. ‘I CAN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학습 부진아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소중한 나(Conquer my-self)’, ‘성취하는 나(Achieve)’, ‘끊임없이 성장하는 나(Never give up)’ 세 단계로 구성했다. 자존감을 높여 학업성취를 달성하게 유인하고, 지속적인 향상을 위해 꿈을 찾도록 하는 게 목표다. 콩나물시루 교사들은 진단평가를 통해 학습 부진아로 판단된 4,5학년 학생 중 8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수은 교사는 “부진아 문제는 단순히 학습력 향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인성프로그램, 창의 진로체험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자존감 회복을 돕고 꿈을 찾아주면 아이들이 학습능력을 향상하는 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빠른 시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일은 아니죠. 하지만 꾸준히 돕다보니 아이들이 서서히 변하더라고요”라며 프로그램에 확신을 보였다. 어느새 쑥쑥 자라난 아이들, 학교와 학부모의 지지 잇따라 + 지난 한 해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몸소 느꼈다.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자신감을 찾기 시작했다. 김연화 교사는 ‘이름 외우기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도왔다. “학습 부진아 아이들은 대개 학습 성취도가 낮음으로 인해서 자존감도 낮은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잘 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죠. 이름 외우기 게임은 한 명이 자신의 이름, 가장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그 다음 친구가 ‘제 옆 친구의 이름은 무엇이고 뭘 잘하고, 뭘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릴레이 게임이에요. 이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정해진 프로그램 시간 이후에도 적극적이었다. ‘독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보매 교사는 “멘토와 멘티가 정해진 시간 이후에도 함께 책 읽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며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실질적인 학습 능력도 향상됐다. 8명의 학생들은 작년 3월 기초학력진단평가 수학과에서 60%에 도달하지 못해 학습 부진아로 분류됐다. 그러나 7개월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기준에 도달했다. 세부 프로그램인 ‘실력 쑥쑥반’에서 개인별 맞춤형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다. 프로그램의 효과가 학업 성취에도 나타난 셈이다. ▲ 서일초등학교(교장 배재영) 교사들이 자비를 털어 학습부진 학생 학습프로그램 '콩나물 시루'를 운영,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아이들의 성장이 눈에 띄게 나타나자 학교와 학부모의 지지가 잇따랐다. 서일초등학교 배재영 교장은 “한 번 부진아가 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회복하기 어렵다”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이 문제에 애써주니 교장으로서 상당히 좋게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았다. 학부모 상담을 담당했던 이은이 교사는 “학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교육해야 할지 몰라서 난감했는데 학교에서 직접 나서주니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라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콩나물시루 교사들은 예산 문제를 고충으로 꼽았다. 학습커뮤니티 공모전 상금과 우수 커뮤니티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을 합친 70만원이 예산의 전부다. 1년을 꾸려나가기에 부족한 액수다. 하지만 ‘자비를 털어서라도’ 학습 부진아들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콩나물시루 교사들. 그들의 애정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과 학습능력을 자라게하는 최고의 자양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