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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최근 시·도의회와 교육위원회 간에 중복 감사와 의결권 문제를 두고 잇따라 마찰이 일면서 부작용이 심화되자 시급히 지방교육자치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기관간의 고질적인 마찰은 교육행정기관에 대한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의 중복 감사, 예산의결권 행사를 두고 발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역할에 대한 교통 정리가 절실하다"며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충청남도초등교장협의회등 충남 지역 11개 교원직능단체회장단들은 17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도의회가 도교육청이 요청한 예산 722억 중 가장 낙후된 유아교육예산 등 33억원을 삭감한 것은 일부 도의원의 문제 발언 이후 행해진 명백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다. 회장단들은 "교육자치를 부정하는 도의원의 무모한 발언에 대해 관련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도의회는 교육예산의 감정적 처리를 중단하고 삭감된 예산을 원상회복 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갈등은 지난달 27일 도의회의 교육청에 대한 사무감사에서 부교육감이 "전례가 없다"며 증인선서를 거부해 감사가 취소되고, 교육청직장협의회가 사무감사 폐지를 주장함으로써 촉발됐다. 이어서 지난 2일 도의회에서 명귀진 의원이 "교육청을 도 산하기관으로 통합, 교육감직을 폐지하는 대신 교육부지사를 두고 시·군교육장은 학교운영위원이 선출하도록 건의할 용의가 없냐"고 질의하자 충남교총과 강복환 교육감은 "교육자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기도의회의 문교위원회도 지난 4일 도교육위 심의를 거쳐 제출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14개 항목의 사업예산 53억 978만원을 삭감, 예비비로 돌리면서 '보복성 예산심의'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례가 드문 이 사건에 대해 교육청관계자들은 "도교육위원회가 제기한 중복 행정감사(도교위와 도의회에 의한) 시정 주장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문교위가 삭감 제안한 예산안은 도교육위의 소년체전 참가여비와 업무용 차량 유지비가 포함돼있고, 반면 도교위가 감액했던 학교운영위원회 편람 제작비와 교직원 해외연수비는 부활시키는 내용이어서 보복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다. 그러나 문교위에서 삭감된 예산안은 예결산특위와 본회의를 거치면서 대부분 부활됐다.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권을 두고도 시교육위원회와 시의회 문화위원회간에도 마찰이 있었다. 지난달 27일 열린 서울교육포럼에서 박명기 교육위원이 "시의회가 매년 교육청 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명백히 중복감사"라며 반발했다. 여기에 대해 김기성 문화교육위원장은 "교육청이 서울시의 예산을 받는 만큼 시의회의 감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두 기관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명균 선임연구원(교총)은 "교육위원회가 감사권과 의결권을 가치는 독립형 의결기구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허종렬 교수(서울교대)는 "교육 조례등에 관한 최종 의결권을 교육위원회에 부여하되, 지방의회에게 동의권과 승인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허 교수의 안은 "주민의 세금으로 편성되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시·도의회가 수정할 권리를 가지는 동의권을 그 밖의 예산안은 승인권(수정권이 없는)을 행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서울녹천초등교(교장) 5학년 3반에 재학중인 김재현군(가명·13)은 자폐증을 가지고 있다. 수업시간 종종 교실을 뛰어다니거나 갑자기 다른 학급으로 뛰어들어가기도 하지만 이 반에서 재현이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얼마전 생일을 맞은 재현이는 엄마와 함께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큰 박스에 포장지를 어설프게 붙인 선물을 발견했다. 급우들이 재현이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생일카드를 써서 몰래 집으로 보냈던 것. 이런 분위기 때문에 5학년 3반에서는 따돌림이란 단어를 찾기 어렵다. 학급내 활동도 재현이가 가장 먼저 하도록 아이들끼리 결정하고 점심시간에도 재현이가 가장 먼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대부분의 장애아동이 일반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5학년 3반은 통합학급 운영에 모범적인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교사가 배치되지 않았지만 교사들과 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남다르다. 담임을 밭고 있는 조달희 교사는 "모든 반 아이들이 재현이를 배려하고 함께 하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 반 아이들과 재현이가 있으며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17일에는 장애인 먼저 홍보대사인 탤런트 정선경, VJ 김형규, 만화가 강주배씨가 5학년 3반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이날 홍보대사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갖고 함께 성탄절 축하엽서를 제작해 발송했다. 또 아동들이 자신이 보내고 싶은 소중한 사람에게 그림엽서를 만들면 정선경씨와 김형규씨가 사인을 하고 강주배 작가가 자신의 만화주인공을 넣어주기도 했다. 국립특수교육원 박경숙 원장은 "장애학생이 일반학급에 통합돼 교육받는데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며 "교사와 부모, 장애학생 본인 그리고 비장애아동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며 학교장의 적극적인 지지 또한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5학년 3반 학생들은 23일 제7회 '장애인 먼저' 실천 우수실천단체 시상식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우수학교부문의 상을 받게 된다.
올해는 전반기의 밝음과 하반기의 어둠이 대조되는 한 해였다. 월드컵 4강 진출,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밝은 기운이 어느덧 반미 갈등, 북 핵시설 재가동 위협,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잠식됐다. 국민들에게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안겨 준 다사다난했던 격동의 한 해가 이제 저물고 있다. 더불어 새 대통령 당선과 함께 국민의 정부 5년도 마감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국민의 정부 5년은 교육계와 불화의 연속이었다. 졸속·모순된 정책으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했다. 따지고 보면 국민의 정부 5년간 이루어진 대표적인 교육정책은 교원정년 단축과 7·20 교육여건 개선 사업인 데 이 두 사업은 졸속 추진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책의 방향은 상호 모순된다. 쿠데타적 교원정년 단축 조치로 불과 3년 새 5만 명의 경력 교원을 교단에서 퇴출한 후 7·20 교육여건 개선 사업에 착수해 신규 교원티오를 잔뜩 부풀렸다. 불과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줄잡아 전체 초·중등 교원의 5분의 1이 교체됐다. 교직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감안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막무가내 정책으로 이제 한국의 교단은 OECD 국가 중 50대 이상 베테랑 교원들이 가장 적은 나라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만난을 무릅쓰고 교육개혁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DJ식 교육개혁의 결과는 재작년에는 교육공동화, 작년에는 학교 붕괴, 교실 붕괴 올해는 교육 이민을 불렀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내년 7차 교육과정이 전면 도입되는 중요한 시기에 초등학교의 교원 부족 사태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너나없이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나선데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우리의 공교육 체제는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교육공동체간 불신 그리고 교무실에 교원간 반목을 구조화 한 것도 국민의 정부 유산중 하나이다. 궁극적으로는 복수 교원단체가 하나의 단체로 통합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우선 정부와의 교섭에 앞서 합리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가고 싶고 보내고 싶은 학교'는 화목한 교무실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올 한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달궜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문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양국의 역사학자나 교육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성무)는 7일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양국 역사 교사들과 역사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역사교사의 역사인식 공유'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를 열었다. 다음은 이 날 발표된 주요 내용. ◇역사교육의 민족주의와 범세계주의=이존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교육하여야 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명제로 한일 양국 모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를 위해 새로운 '역사교육 특별프로그램'을 개발하되 양국의 교사단체나 학회가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이디어와 지혜, 노력이 결집될 때, 두 나라의 역사인식은 달라지고 미래의 협력체제도 큰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양국교사들이 상대국 교수-학습현장을 참관하고 상호간 교과서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자는 건의도 했다. ◇역사교사의 교류현황과 개선방향=정재정 교수(서울시립대)는 양국 역사교사들의 교류상황을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수업실천사례 보고형으로 94년 발족한 '한일합동수업연구회'와 '한일역사교사교류회'가 이에 포함된다. 전자의 경우 초등교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대학생도 참여하고 있다.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한 역사교육▲한-일 환경교육▲양국 문화와 재일 한국인 자녀의 교육 등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양국을 오가며 수업 실천사례의 발표나 토론, 유적지 답사 등을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있다. 후자는 일본 치바현의 일한교육실천연구회와 한국 진주의 진주역사교사모임이 주축이 되어 운영하고 있다. 94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의 교류회를 가진 바 있다.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풍부하게 하는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공동교재 개발형으로 서울시립대와 동경학예대가 교수 및 대학원 재학생을 주축으로 운영하는 케이스. 이들은 97년부터 교류를 시작했는데 올해까지 여름과 겨울에 19차례 심포지움을 연 바 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전성기를 대상으로 양국 교과서가 서술하고 있는 양국 관계사 내용과 연구 성과 등을 비교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국역사 공동부교재 제작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세번째는 역사문화 이해 증진형. 양국 정부나 출연기관이 후원하는 역사교사의 교류도 활발하다. 특히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기념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면서 교육현장에 대한 파급효과를 높이는 행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한일국제교류재단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주관하는 교류는 올해로 3회째를 맞고 있는데, 한 번에 25명씩 14박 15일 일정으로 문화유적과 산업시찰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한-일 국제이해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의 역사교육은 세계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즉 학생들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국가간 상호의존의 필요성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고교 역사교과서의 일본사 서술=정연 서울 영락고 교사는 한국 고교교과서의 일본 역사 기술은 국사, 한국근현대사, 세계사의 3개 교과에 서술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서술 빈도면에서 가장 빈번한 것은 국사 교과서이다. 일본관련 내용은 65쪽에 이른다. 근현대사 부분은 36쪽으로 60%가 넘는다. 세계사는 출판사 별로 18-24쪽 분량이다. 국사교과서의 경우 일본에 대한 정보의 양은 극히 제한적이며, 그것도 직접적인 정보가 아니라 간접적 정보가 대부분이다. 반면 세계사 교과서는 중국사, 한국사와 더불어 일본사를 중요한 동양 역사의 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적어도 세계사에 기술된 일본사는 하나의 완결된 정보구조를 가지고 있고 제공방식 또한 직접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사 교과서의 일본관련 서술방식을 살펴보면 중국이나 몽고 등과 같이 이웃으로 인정하는 듯 하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관적인 서술이 많다. 더구나 국사교과서의 제한된 일본관련 정보는 학생들에게 일본의 전모를 보지 못하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양국의 역사관계를 오해하도록 할 소지도 많다. 정 교사는 바람직한 한-일관계 정립을 위한 역사교육을 모색함에 있어 국사 뿐 아니라 세계사 교육문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사와 일본 고교생=미토 요시로 광도대 부속 복산 중-고 교사는 일본의 대학입시에서 한국 교류-교섭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출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91년부터 94년 사이 출제빈도가 크게 늘었으며 그 추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는 일본사나 세계사 과목의 출제에서도 눈에 띈다. 특히 식민지 지배과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항운동까지를 포함해 출제하는 것이 근래 10여년간의 흐름이다. 역사 수업 이외에 홈룸 시간에도 한국관련 수업은 이뤄진다. 재일 한국인이나 조선인 등 마이너리티의 삶에 대해서나 한국 음식-의복-말-노래- 예술 등이 토론의 주요 주제가 된다. 역사 수업 뿐 아니라 윤리 수업에서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홈룸의 실천에 있어서도 사회과 교사 뿐 아니라 다른 교과 교사들도 각각의 흥미와 관심에 터해 한국의 역사나 문화를 교재화하는 흐름이 의욕적으로 일고 있다. ◇양국의 역사서술 방향=호사카 유우지 세종대 교수는 한-일 양국 역사교과서의 바람직한 서술 방향에 대해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자국 우월사관'을 부정해야 한다는 것. 이는 일부 일본 역사교과서 뿐 아니라 한국의 교과서에서도 발견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로간에 자국 우월주의식 역사기술을 삼가고 사실위주로 기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민족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신화'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는 신화 부분이 전체의 3%에 달하며 고대를 다룬 62쪽 중 14.5%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중학 역사교과서는 0.5%만 할애하고 있다. 세 번째, 단일민족 사관을 완화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단군조선과 함께 기자조선, 위씨조선의 존재 여부, 낙랑군 관련 내용 등이 교과서에서 생략되어 있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다보면 타 민족의 침입이나 민족적 혼합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새로운 사회·역사'역시 단일민족설에 입각해 기술되고 있다. 각 시대별로 사실 은폐나 축소도 문제다. 임나에 대한 기술, 임진왜란에 대한 원인, 정한론 관련, 황민화 정책 등에서 일본교과서는 사실 은폐나 축소한 사실이 적지 않다. 한국도 45년 이후의 양국관련 내용을 주요사건을 중심으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역사에 대한 은폐나 축소도 경계해야 한다. 자국사의 치부를 들어내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애국심의 발로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 자국 역사를 미화하는 태도를 버리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고자하는 성숙된 역사기술의 자세가 요망된다.
2002년 11월 8일부터 12월 6일 현재까지 신문기사를 통해 알려진 청소년 자살은 총 7건으로 그중 2건은 다행히도 자살 시도에 그친 경우인데 1건은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고 다른 1건은 투신했으나 장애물 등의 영향으로 목숨을 잃지 않은 경우이다. 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각각 2건이었고 재수생이 1건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성별로는 남학생이 5건이었고 여학생이 2건이었다. 외형적으로 밝혀진 원인에 있어서는 학업부담과 수능 및 학교 성적문제 등 학업과 관계된 경우가 4건이었고 왕따가 1건, 부모와의 갈등이 1건, 이성문제(교사 짝사랑)가 1건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 구분해보면 서울은 한 건도 없었으며 7건 모두 지방에서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우선 7건 중 무려 4건이 학업과 관계된 자살이었다는 점은 수능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한 달 동안의 분위기를 고려해볼 때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결과일 수 있다고 하겠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하는 막연하고도 획일적인 집단적 통제력에 의해 상상력과 창조력이 가장 풍부하게 성장해야할 청소년이라고 하는 중요한 시기가 유린당하고 있다는 한국사회의 부인할 수 없는 일상적 모습은 이와 같은 결과를 이미 예상할 수 있는 표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4건 중 학업부담에 의한 초등학교 자살과 중학교 자살이 각각 1건씩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대입에 기인하고 있는 학업 부담은 이미 그 정도를 넘어 점차 초·중학교 청소년들에게도 커다란 정신적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모와의 갈등에 의한 자살은 1건이었지만 갈등의 원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이 학업 때문인지, 아니면 기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 일탈문제들이 부모를 비롯한 가족 내부로부터 출발하고 있다고 하는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고려해본다면 청소년 자살의 원인 또한 민감한 청소년들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하지 못하는 가족구성원들의 무관심 등으로부터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건을 차지하고 있는 왕따에 의한 자살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학교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이를 견디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이 경우에는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학교라고 하는 테두리 안에서 발생한 것으로써 청소년들을 담고 있는 공교육의 기능적 문제점을 직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청소년의 일기장을 보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잘하고 싶었는데...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저 세상에 가서 똑같이 해주겠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곧 공적 제도로서의 학교가 올바른 인성계발이라고 하는 본질적 기능성을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이건 상실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경우는 이성교제와 관계된 사례이다. 서구사회와는 달리 한국의 경우에는 이성문제에 의한 자살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점차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성관념도 매우 개방적이며 개인주의적인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 최근의 경향성을 볼 때 앞으로 이성문제에 의한 자살이 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사례에 있어서는 교사에 대한 짝사랑과 그로 인한 오해의 결과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청소년의 심리적 갈등문제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상담이나 여타 관련 프로그램 등과 같은 장치의 부재 또는 비효율성이 부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난 한달 동안의 청소년 자살 원인은 외형적으로는 4 가지 정도로 축약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이들 4 가지 원인들을 발생시킨 또 다른 원인은 없는가 라고 하는 부분이다. 즉, 대입으로부터의 압박감을 경험하고, 부모와 갈등을 겪으며,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개인적으로는 이성문제에 고민스러워 하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을 탄생시킨 또 다른 원인은 없는가 라고 하는 부분이다. 혹 그 원인이 대입을 무작정 강조하고, 배타적 편가르기를 상례화하며, 또한 부모 자식간의 이질성을 촉발시키고, 성의식을 왜곡되어지게 하는 오늘날의 한국 기성사회가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반성해볼 문제이다. 문제는 청소년 자살이 아니라 자살을 자극하는 기성 사회에 있을 수 있다.
교육부는 연말 연시를 맞아 학교 폭력 문제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강화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학교폭력 사안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충격적인 사건이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수능 이후의 이완된 분위기에 편승한 학생관련 사안이 증가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교원들의 사명감과 제자사랑 마음이 점차 미흡해 지는 추세와 가정의 교육적 기능 약화, 사이버 폭력의 증가 , 그리고학교나 교육기관·유관단체·관련기관 간의 연계활동 미약 등이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참고로 교육개발원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중학생의 46.2%가 '장난삼아' 집단따돌림에 가담하며 '왕따'를 당할 때 22.4%만 교사와 상담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또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사는 한 달에 2-3회 이상 따돌림 피해를 경험한 학생이 초등 남학생은 2.7%이며 초등 여학생 1.6%, 중학 남학생 3.8%, 중학 여학생 0.9%, 고교 남학생 1.4%, 고교 여학생 0.9%로 각각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이 달 중 홍보자료 제작 배포, 호소문 언론게재, 범정부 차원의 TV광고 등 학교폭력추방 분위기 조성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와함께 교육청·검·경 등 유관기관 및 시민단체와의 공동 캠페인, 합동지도 단속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교원들의 사명감 고취 및 책무성 강화를 위해 겨울방학 중 시·도교육청별 특별 워크숍 개최, 가정과 학교간 사이버 상담체제 구축, 유공교원 표창 등을 아울러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공교육 붕괴의 책임을 묻는 교육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여론이 교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교원들은 수요자 중심 교육개혁과 교원수급의 난맥상으로 학교교육을 붕괴시킨 교육 失政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잘못된 정책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교육청문회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가 적당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윤정일 교수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정권 따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 된다"며 "교육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난 정권의 공과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윤 교수는 또 "청문회는 교원정년단축에 초점을 맞추되, 정년단축의 입안에서 추진과정, 파급효과 등을 파헤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또 "일관성 없는 입시정책, 교육을 수요자와 공급자로 양분시킨 바람에 초래된 교육공동체 붕괴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문회 방식에 대해서 윤 교수는 국회청문회를, 김상덕 교사(옹진군 백령초)는 교육계 직능별 대표가 주최되는 방식을, 권혁제 교사(부산 서여고)는 교원뿐만 아니라 학부모 대표들도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청문회의 대상으로는 이해찬 전 장관과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청와대 교육담당관과 국회 교육위원 등 교원정년 단축에 관여한 관료들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들이다. 교원들은 "총리 한 명 임명하는데도 청문회를 열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망치고도 청문회를 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상덕 교사(웅진군 백령초교)는 "정년단축 시 구조조정 논리가 합당했는지, 왜 다수 교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는지, 오늘날 교육붕괴와 교원수급의 차질을 예측하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완 교사도 "교원정년단축과 사교육비 증가"등을, 곽홍탁 교사(대구 영신고)는 "초등교육 붕괴 원인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시기에 대해서 전웅주 교사(충남 성환고)는 "교육을 망가트리면 누구나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에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이창희 교사(서울 강현중)는 내년 3∼4월, 김홍완 교사(상주 함창초교 숭덕분교장)는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가 좋다는 의견이다. 윤종을 교감(강원 인구초)은 "교육붕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선거전에 실시하자고 제안했고, 서울교대 김준길 학생도 "교육붕괴의 실상을 알리는 차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선 기간중에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청문회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옥도 교감(성남제2초교)은 "교원들이 받은 상처가 덧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반성이 이뤄지고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화해하고 용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교직의 안정성 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라는 점이 교원들의 대선 공약 선호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교원들은 교직의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교원의 정치활동 허용과 학교운영위원회 기능 활성화(노무현 후보·이하 '노')는 싫어하고, 교원 정년환원(이회창 후보·이하 '이'), 수업외 업무부담 감축(노)과 자녀 교육비 지원(이), 초등교과전담교사 확보(이), 단위 학교의 자율성 확보(공통)는 선호하는 공약으로 분류했다. 또 두 후보 모두 교육재정 확보와 같이 실천 방안을 담보하지 않는 선심성 공약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열흘 가량 앞둔 시점에서 전국의 한국교육신문 교원 모니터들을 대상으로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대선 교육공약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이다. 그 밖에 교원들이 선호하는 교육공약으로는 ▲교사의 장·단기 해외유학 기회 확대(이) ▲농어촌 지역 근무교사 주거시설 등 처우개선 확보(이) ▲국가 주도의 교육과정 축소(이) ▲농어촌교육지원특별법 제정(노) 등이 포함된다. 교원 정년 단계적 환원이 선호도가 높은 이유로, 김미영 교총 선임연구원은 "정년단축이 공교육 붕괴의 단초가 됐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교원들은 "남아있는 교사들도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게돼 사기가 떨어진다"는 점을 정년환원의 절실함으로 거론했다. 단위학교의 자율성 확보, 대학입시 자율,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 공약도 후한 평가를 얻고 있는데, 이창희 교사(서울 강현중)는 "학교교육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은 학교, 특히 학교장에게 주어지는 자율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의 자율성 확대 방안을 반겼다. 김홍완 교사(상주 함창초 숭덕분교장)는 "잦은 교육부장관 교체로 정책에 일관성이 없었다"며 "교육정책의 일관성 유지" 공약을 좋게 평가하면서 "2007년까지 대학입시 자율화(이)에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 강화에 대해서 교원들은 "특정 단체의 정치 세력화로 성실한 교원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며 우려했고, 교원의 정치활동 보장에 대해서도 "학교가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될까 걱정된다"는 신중론이 많았다. 두 후보의 방과후 교육활동 강화 공약에 대해서 전웅주 교사(충남 성환고)는 "결국 국·영·수 위주의 보충수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정규수업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GDP 6%(노)∼7%(이)의 교육재정 확보 공약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이 없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는 "학교가 중간 수준의 학생만 찍어내는 기계로 전락했다"는 비판론과 "학교 서열화를 막는 기제"라는 옹호론이 비등했다. "선거에 가까울수록 득표 전망에 따라 쟁점사항을 유보하거나(수석교사제와 교장선출제) 공약이 엇비슷해져(고교 평준화) 차별성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김미영 연구원은 교육공약의 신뢰성과 실천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정당의 이념과 공약들간의 일관성을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보다 성평등 정도가 높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높은 OECD 8개국.(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핀란드 스웨덴) 이들 나라에서는 교육에서의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고등교육 취학률이 남성보다 높은 이들 국가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평등 교육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최근 발표된 OECD 교육지표를 토대로 8개국의 여성교육 현황과 성평등 교육정책을 비교·분석했다. #고등교육기회 고등교육기회의 수혜 및 성별 격차는 비교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높은 취학률을 보인 미국의 경우 여성의 취학률이 92.0%, 남성 71.0%로 여성의 취학률이 21% 포인트 더 높다. 미국은 물론 스웨덴(14% 포인트), 프랑스(12% 포인트), 핀란드(12% 포인트), 호주(6% 포인트)도 고등교육 기회가 여성에게 더 많이 열려있다. 상대적으로 일본과 독일은 여성의 고등교육 기회가 남성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교육기관에 재학하는 학생의 성별분포 또한 스웨덴 미국 프랑스 호주 등의 국가는 여학생 구성비가 55%, 영국과 핀란드도 50%를 넘는다. 독일과 일본은 각각 45.3%, 36.2%로 일본의 경우 여성의 고등교육 기회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학계열 여학생구성비 여학생의 진출이 저조한 공학계열의 여학생구성비를 보면 최저 9.8%, 최고 21.4%로 매우 낮은 분포다. 프랑스의 경우 고등교육기관 전체 여학생구성비 55.9%와 비교하면 34.5% 포인트의 격차를 보인다. 다음으로 공학계열 구성비가 높은 미국(19.9%)과 핀란드(19.4%)역시 전체 여학생구성비와 각각 36.3% 포인트, 331.% 포인트의 차이가 난다. 고등교육 기회가 많아진다고 해서 공학계열 여학생구성비 또한 그에 상응해 증가하지는 않는다. 고등교육기관의 여학생 구성비가 55.2%에 달해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거의 10% 포인트나 많은 호주의 경우 공학계열 여학생구성비는 15.3%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한다. #고등교육기관 여학생구성비 고등교육기관 전체 여학생구성비를 월등히 상회하는 전공영역들은 전형적인 여성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 전공분야들이다. 인문·어문학 전공은 일본 미국을 비롯 8개국 모두에서 여학생 구성비가 가장 높은 3개 전공분야의 하나로 지목되었으며 보건 등 의학관련 전공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6개국에서, 교육학은 미국 영국 등 5개국에서, 예술 전공은 일본 독일에서 높은 여학생구성비를 보이고 있다. 고등교육기관에의 활발한 여학생 진출이 남성적 영역인 공학 계열의 벽을 허물지 못했듯이 여성적 영역에의 여학생 집중 또한 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편중현상 해결을 위해 중등 단계에서 핀란드와 프랑스는 여학생들의 수학 물리 화학 과목 선택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으며, 영국도 국가 교육과정을 도입해 수학 과학 및 기술과목을 의무 교과과정에 포함, 남녀학생 모두 이수토록 했다. 학업성취도의 성별 격차 영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 전반적으로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읽기 교과와 수학 과학 교과에서의 성별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경우 수학 과학 교과에서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는 있으나 17세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높은 성취를 보이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며, 읽기 교과는 반대로 여학생의 성취수준이 더 높고 연령이 높아갈수록 성간 격차가 커지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학생이 읽기 교과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는 양상은 호주와 영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교원 구성비 8개국 모두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여교원 구성비가 낮아지는 동일한 양상을 띄고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일본(62.3%)과 핀란드(69%)를 제외한 6개국이 모두 80% 전후의 높은 여교원 구성비를 보이고 있다. 중등교육기관 역시 일본이 가장 낮은 32.7%의 여교원 구성비를 보이고 있으며,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로 6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제외한 7개국 모두 중등교육기관 또한 여교원 구성비가 50%를 넘는다. 고등교육기관에서의 여교원 구성비는 독일이 가장 낮은 9.8%며 다음은 일본 15.9% 순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34%~39% 수준이다. #성평등 교육정책 일본의 경우 과학 및 공학분야로의 여학생 진로 확대 문제에 대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으며 남녀평등의식 확산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국가와 차별화 된다. 독일과 호주는 남녀공학 교육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학 등의 교과에서 성별 분리수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에 대한 정책건의가 이제 이루어지고 있는 수준이며 미국은 논란은 많으나 정책적 대응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독일의 여교수 증원정책은 다른 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드러지는데, 진입과정부터 중도에 연구나 학업을 그만 둔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체계적인 여교수 지원정책을 갖고 있다. 대부분 국가가 성차별 문제의 일차적 대상을 여성으로 상정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호주와 영국은 수혜 대상을 남성까지 확대하고 있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도 여성들간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과 핀란드는 교육정책 전반에 걸쳐 성 주류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 집에 가긴 틀렸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폭설로 변해 외딴 산장에 도리 없이 갇히게 되어버렸다. 대추차며 한방재료를 달여 만든 약차의 냄새로 가득 찬 실내는 장작불을 피운 벽난로 때문에 훈훈하다. 돌하르방 모양의 벽난로에서는 덜 마른 소나무가 찌직 찌지직 소리를 내며 탄다. 송진냄새가 난다. 그것은 매캐한 연기를 뿜어대는 연통이 연결된 교무실에 솔가지며 솔방울로 불을 피운 난로위에서 커다란 알루미늄 주전자가 쉭쉭 소리를 내며 김을 피워 올리던 낡은 추억의 냄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마당은 연하장 속의 풍경을 닮아버렸다. 그는 벽에 걸린 수판과 입구에 걸린 종을 바라본다. 저 것들이 제 구실을 다하던 때 자신은 어땠을까? 초임 시절. 운동장에 내리던 솜사탕 같던 눈발을 바라보다 혼자 눈을 뭉쳐서 던지며 뒹굴던 당직 날이 생각난다. 그 눈밭엔 솜사탕 같이 부풀던 꿈이 있었다. 손님들은 초조한 나머지 목소리의 톤이 공연히 올라간다. 아따, 참말로 눈이 겁나게 오네. 그러게 말이오. 옆자리의 손님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 들려온다. 골드버그는 눈이 녹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걱정스런 얼굴이다. 오로지 선생은 열심히 입심 좋은 골드버그 내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고스톱 어때? 붉은 조끼를 입은 남자가 일행에게 제의한다. 그거 좋지. 좋아 좋아. 등산복 차림의 남자들이 무료하던 차에 잘되었다는 듯 눈을 빛낸다. 이 눈 속에 찾아올 손님 없응께 화투쳐도 괜찮지라? 붉은 조끼가 여주인에게 묻는다. 괜찮겠죠? 여주인이 다시 오로지 선생과 그에게 묻는다. 괜찮고 말고요. 여주인이 화투를 내온다. "내일도 집에 못가면 어떡해?" "아따, 참말로 뭔 걱정이다요. 여그 빈방이 많다는 디.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오. 모처럼 선생님을 만난 김에 한 잔 해야 쓰것는 디 술은 없으라우?" 골드버그의 남편이 태평스럽게 여주인에게 묻는다. 파는 건 없지만 술은 있다며 밖으로 나간 여주인이 작은 항아리처럼 생긴 유리병을 내온다. 도라지 뿌리처럼 생긴 더덕이 노르스름한 액체 속에 잠겨있다. "직접 캐다가 담근 술이예요. 오늘 밤 잠이 안오거든 한 잔씩 더하고 주무시면 '딱'이죠" 골드버그 내외가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합석하는 바람에 손님은 두 패로 나누어져 한 패는 고스톱, 한 패는 술판을 벌일 참이다. 고스톱 판은 금새 활기차게 돌아간다. 내가 똥을 먹으라니께 뭐 하능겨? 에이 또 쌌잖여. 흠, 또 바가지를 쓰게 생겼네. 쯧. 눈발이 가늘어진다. 혹시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창밖을 내다본다. 마당에 서있던 소나무는 머리에 희 쓰개치마를 쓴 아낙네 같이 눈을 뒤집어쓰고 겸손히 서있다. 바람은 가끔씩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후르르르 소리를 내며 달아난다. 툭. 툭. 가지에 쌓여있던 눈뭉치가 떨어져 내린다. 내려다보이는 아래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도 하얀 눈을 잔뜩 머리에 이고 주저앉아 있다. 혹시나 하고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던 손님들은 아예 기대를 접은 듯 하다. 글렀네 글렀어. 오로지 선생은 거나하게 취해서 하던 소리를 또 하고 또 하다가 하룻밤 신세를 지자고 또 '까짓껏'하고 여전히 호기를 부린다. 서둘러 떠날 건데 그 모임에 가야하는데... 하긴 어쩌면 그런 저런 모임이 싫어서 떠나왔는지도 모른다. 밤이 깊도록 눈발은 계속 날린다. 고스톱판에 끼었던 남자가 술 생각이 나는 듯 슬금슬금 끼어든다. 술잔이 돈다. 말이 많은 사람인 듯 싶다. 금새 화제를 바꿔 놓는다. 수능이 어떻고, 심층면접이 어떻고 과외가 어떻고... 수험생의 부모인가 보았다. 남자는 불쾌하게 얼굴이 달아올라 있다. 이마가 유난히 번들거린다.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진다. "난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게 있드구만요. 선생들이 이래도 되능가 몰라. 공부 못허는 놈들은 쳐다보도 않는당게. 수시 모집인가 뭔가 땜시 교실에 들어오도 않았다드만. 그게 말이나 되오? 막내 놈이 곧 고3이 될틴디... 돈없응께 괴외도 못시키고 일 나부렀어요. 뭔 대책이 있어야 할 것 아니더라고?" 떼어놓고 나온 그림자를 엉뚱한 곳에서 다시 만나는 기분이다. 이런데까지 와서도 왜 저런 소리만 들릴까? 그는 공연히 속상하다. 퉁명스럽게 한 마디 내뱉는다. "그게 어떻게 선생 탓입니까?" "하긴 뭐 선생은 더 죽을 맛이겠지만 그래도 부모들은 학교 탓을 하고 싶당께요. 제도나 정책은 멀고 학교나 선생은 가까우니 말이오" 목소리의 톤이 낮아진다. "과외다 뭐다 자식새끼들 공부시키려면 등골이 빠져서 살것소? 제발 우리 같은 서민들도 걱정없이 자식공부 시키는 날이 왔으면 좋겄소" "내 말이 그 말이오" 이번엔 골드버그 남편이 맞장구를 치고 나서자 골드버그가 남편의 옆구리를 찔렀다. "자, 술맛 도망가니께 쭉 한 잔 땡기고, 학교를 위하야, 선생님을 위하야, 우리 새끼덜 위하야 건배" 입심 좋은 그는 요령 좋게 화제를 돌렸다. 몇 잔을 더 하다가 남자는 일행에게로 가고 골드버그 내외는 잠을 자겠다며 여주인을 따라 나간다. "우리도 도리 없이 자야겠네요" 2. 담배를 피우러 베란다로 나갔다가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잿빛 하늘. 바람이 차다. 눈이 내릴 것 같다. 시선을 내린다. 아파트 화단에 심어놓은 자목련 꼭대기가 바로 코밑에 있다. 내려다보이는 나무의 밑둥에는 늦가을의 잔해가 수북히 쌓여있다. 나무 아래는 화분 몇 개가 놓여있다. 대부분 얼어죽어 볼썽 사납다. 두 개는 아래층 남자가 갖다놓은 거고 하나는 그가 갖다놓은 거다. 늦둥이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기념으로 심었던 나무다. 아이는 열심히 물을주며 나무와 함께 자라다 언젠가부터 아이는 나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쩌다 그의 아내가 그가 가끔씩 물을 주곤 하는 게 전부였지만 십 년 가까이 탈없이 커오던 나무는 얼마 전부터 이파리의 윤기를 잃어갔다. 벌레가 생겼는지 처음엔 이파리 한 두 개씩 하얀 가루 같은 게 생기면서 마르다가 나중에는 이파리마다 허연 가루를 쓰고 힘없이 매달려 있다 결국엔 떨어져버려 가지만 앙상하게 되었다. 혹시 비라도 맞으면 새순이 나올까하고 밖에 내놓았지만 고사하기 직전이다. 아이들이나 식물이나 돌보아야 하는 건 꼭 같군. 그는 거실로 들어와 외출 준비를 한다.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지만 오로지 선생과 바람 쐬러 가기로 한 날이다. 어디론가 달려보자고 제의를 한 건 바로 그다.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교회에 가고 그는 오랜만에 거실에서 편안히 드러누워 담배를 피웠다. 평소라면 베란다로 쫓겨날 것이지만 아내가 없는 동안 그녀가 똥만큼이나 싫어하는 담뱃재와 꽁초가 재떨이에 똥 무더기만큼 쌓일 때까지 피워볼 셈이다. 아내는 담뱃재를 담배똥이라 부른다. 으이그 이놈의 담배똥. 담배똥. 아내는 그런 말을 어디서 생각해냈을까. 담뱃재가 아기고양이 똥만큼 쌓였을 때 그는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그는 잠 속에서 먼데 산과 가까운 산이 겹쳐 만들어내는 기가막힌 능선을 바라보며 산길을 가고 있었다. 햇살은 온 힘을 다해 빛을 쏟아보냈으며 산에서 갑자기 꿩인지 독수리인지 모를 새 한 마리가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수백 마리의 새떼가 일순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는가 싶었는데 주변엔 온통 벌건 불가사리가 스멀스멀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가 불가사리들이 일제히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출구도 입구도 없는 꽉 막힌 골목에서 불가사리를 피하여 허둥대다가 잠에서 깼다. 꿈에서 본 광경이 지워지지 않아서 자꾸만 눈을 비볐다. 부엌으로 가서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다음 날도 불가사리에 대한 생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망년회를 하자는 전화가 꼬리를 물었다. 교사들끼리 모여봤댔자 보나마나 술자리의 안주는 아무개는 승진 가산점이 얼마며 서열이 몇 번째고 누구는 내년 삼월에 틀림없이 승진한다더라 등등이 될 것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차라리 두문불출 하든가 어디 가서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꿩이라도 보고싶은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었다. 혼자서? 마누라와 둘이서? 아님 누구랑? 처음엔 혼자 갈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그는 오로지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야.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응낙을 했다. 어디든 갑시다. 구름에 달 가듯이 말예요. 아셨죠? 뜻밖에도 오로지 선생은 근사한 장소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답답증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Ac8 때문이었다. 겨울방학 계획서를 마무리하고 퇴근할 준비를 할 때 송 선생이 다가왔다. 게시판 보셨어요? 난 그런 것에 신경 끄기로 했어. 별 곳 아닌 일상적인 문제들이 적당히 과대 포장되거나 왜곡되고 윤색되어서 인터넷에 오르면 선생은 순진 가련한 양을 잡아먹는 늑대나 교활한 여우, 외눈박이거나 뿔 달린 괴물로 변하는 마술을 종종 보아왔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또 누가 당했구만. 송선생은 말없이 A4용지에 인쇄된 글을 내밀었다. 폭력 교사를 고발한다. 학생의 머리를 무지막지하게 구타한 장본인은 바로 그였다. 폭력을 휘두른 교사가 바로 자기라는 사실에 놀라움도 분노도 아닌 야릇한 기분에 휩싸였다. 녀석은 한 시간 내내 떠들어댔다. 그는 그 녀석이 차라리 엎드려 잠이라도 잤으면 하고 바랐다. 하지만 녀석은 아예 뒤돌아 앉아 잡담을 했다. 거기 좀 조용해줄 수 없어? 그래도 점잖게 타일러본다. 녀석은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낄낄거린다. 조용히 하래두우. 좀더 목소리를 깔고 한 번 더 경고한다. 녀석은 들은 체도 않는다. 야, 내 말이 안들려? 목소리의 톤이 올라간다. 움찔 할 줄 알았던 녀석은 표독스럽게 그를 째려보다가 낮게 내뱉는다. ×나 열 받아. 순간 수십 개의 눈동자가 그에게로 쏠렸다. 열? 열받는 건 네가 아니라 나란 말이야. 그는 들고 있던 출석부로 녀석의 머리통을 한 대 갈겨주었다. 그게 전부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거 더러워서...." Ac8이 올린 글에 똘마니들이 몇 명 꼬리에 꼬리를 달고 자칭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가지 가세를 하는 바람에 녀석은 졸지에 가련한 피해자가 되고 그는 조폭같은 선생이 되어 있었다. 기자에게서 전화가 오고, 교육청에서 확인 전화가 오고,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의 교장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해명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림으로써 일단락 되긴 했지만 득달같이 다려올 기색이었던 기자는 사냥감을 놓친 늑대처럼 입맛을 다셨고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아무도 녀석의 잘못을 꾸짖는 글을 올린 사람은 없었다. 폭력교사를 응징하듯이 누군가는 못된 녀석의 폭언도 나무라야 하지 않을까?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장난으로 그랬다고 발뺌을 하니 그만이었다. 교사들은 끼리끼리 모여 앉아 농담 반 진담 반 궁시렁거렸다. A! c8, 명퇴나 해버릴까부다. 그는 농담이 아닌 정말로 명퇴 신청을 할까 생각 중이다. 정년까지는 아직 몇 년이 남았지만 별로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 A! c8. 여하한 일이 있어도 체벌은 안됩니다. 교감은 종례 시간에 못을 박았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체벌? 이어서 교장도 한 말씀했다. 타이르세요 인격적으로 대하면 왜 말을 안 듣겠습니까. 인격적으로? 자알들 해보시오. 중얼거리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퇴임 교감 조기출 선생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그는 오로지 선생이 시키는 대로 차를 몰면서 문득 낙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꿈속의 새가 생각나서 말이다. 일기예보를 들으려고 라디오를 튼다. 라디오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파트타임 교사제가 도입될 전망입니다. 모자라는 교사 수급을 반일제나 시간제로..... "파트타임 교사에게 업무는 못 맡길 테고...정규 교사만 덤터기를 쓰겠군요" "쯧쯧, 언제는 그만두라고 난리더니. 자알들 해보라지" 자알들 해보라지. 그는 오로지 선생을 흘끗 곁눈질하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 말투는 여전하군. 오로지 선생은 한 때 그의 상관이었으며 열 한 살이나 연하인 사람을 역시 상관으로 모셨던 퇴임교감이다. 적재함 가득히 골재를 실은 커다란 덤프트럭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추월해온다. 골재를 덮은 너덜너덜한 비닐 차광막 같은 것이 바랍에 펄럭거린다. 금방이라도 와르르 돌맹이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돌맹이 세례라도 받을세라 속도를 늦춘다. 공연히 몸을 움츠린다. "저런 과적 차량이 과속으로 달리니..." 3. 하필이면 내가 있는 학교라니... 말도 안돼지. 교감선생은 기가 막혔다. 불과 정년 퇴임을 일년도 안 남은 교감 위에 제자를 상관으로 앉혀놓다니. 중간 발령이라 서열대로 발령을 시킬 수밖에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지만 원망스러웠다. 교장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서 학기 중에 교단을 떠나자 후임으로는 최연소 교장으로 승진을 하게 된 장혁수가 부임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도 그가 제자라는 걸 알지 못했다. 유능한 사람이로군 그 나이에 교장이 되다니. 쉰 한 살. 예전 같으면 교감이 되기도 어려운 나이다. 장혁수가 고등학교 시절에 담임은 아니지만 사회과목을 가르쳤던 은사님을 모시게 되었노라고 깍듯이 예의를 차렸을 때야 비로소 그가 자신이 신규교사 시절에 근무했던 K고등학교 출신아라는 걸 알았다. 이런 젠장. 누가 누굴 모셔? 정년 단축으로 교장 승진을 코앞에 두고 물러나게 된 것만으로도 모자라단 말아야? 교감은 그야말로 머리 뚜껑이 열릴 판이었다. 자신이 차라리 뇌출혈로 쓰러지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사표를 낼까? 아니면 병가를? 하지만 그건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내일 출근할 사람처럼 평온한 얼굴로 퇴임해야겠다는 그의 기준에서 볼 때 온당치 못한 처사다. 차라리 작년에 명퇴를 했다면 얼마다 좋았을까. 엊그제 교장이 떠나고 교감이 사나흘 후에 떠난다면? 내가 알게 뭐야. 아니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아아 멍청하게도. 하지만 교직원들을 내가 어떻게 대하지? 기껏해야 팔개월인데...불명예 제대? 그의 입에선 연결될 성싶지도 않은 말들이 두서없이 자신도 모르게 자꾸 튀어나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가 담배를 피워보다가 문을 열고 나와서 거실에서 어슬렁거려 보다가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는 습관적으로 가방을 들고 출근을 했다. 머리는 텅 비어있는 듯 몽롱했고 사고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하지? 그는 교사들이 웅성거리며 교무실로 모여들자 그제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으흠 으흐흠.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은...크흠. 애써 정신을 수습하고 교장을 소개하고 나서야 자신이 마름기침을 지나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른기침은 그 후로도 그치지 안았다.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몇 오라기 남지 않은 머리가 더욱 처량한 교감 위에 새파란 교장이 앉아있는 모습은 교사들에게도 충격이었는지 모두들 '무능하게 늙을 것인가'라는 화두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가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나이가 지긋한 선생들까지 대학원으로 몰려가는 현상이 벌어졌고 공공연히 승진을 포기했노라고 떠들고 다니던 우선생 마저 어느 날 현장연구 계획서를 슬그머니 내밀며 멋쩍게 웃었다. 나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 같아서요. 자알 해봐. 흐흠, 으흐흠. 교감은 습관처럼 마른기침을 매달았다. 교장은 교장실에 앉아 학교 경영에 관한 일은 교무부장을 슬그머니 불러서 의논을 하거나 지시를 하는 편이었다. 교감은 교무부장 박선생이 교장실에 불려갈 때마다 애꿎은 그의 뒤통수에 대고 눈총을 쏘았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자알들 해봐. 으흠. 교감 조기출. 서류에 사인을 하고 나서 좀 신경질이 났다. 조기출? 그러고 보니 교무부장이 조기에 출세할 거라고 놀려대더니 그게 아니라 조기에 퇴출당할 운명이 아니었냐고 엉뚱하게도 이름 탓을 하고 있었다. 교감은 퇴임식도 마다하고 내일도 출근할 사람처럼 떠났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좌충우돌 혁신의 칼을 휘두르고 싶지만 스승을 부하 직원으로 거느린 탓에 자제하는 교장과 제자를 상관으로 모신 교감 사이에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교무부장. 그 틈에서 냉가슴을 앓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퇴임후 얼마동안은 유유자적 산책도 하고 손자와 놀아주기도 하고 화단도 손질하면서 보냈다. 두어 달이 지나자 그것도 짜증이 났다. 아침마다 가방을 들고 나갈 데가 없다는 것이 울적했다. 여보, 기원에라도 나가세요. 바둑은 무슨.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구들장만 지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럴싸한 취미라도 하나 만들어두는 건데. 편안하시죠? 그래도 가끔씩 전화라도 해주는 박선생이 고마웠는데 갑자기 같이 바람이라도 쐬러 가자는 전화를 해왔다. 나갈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 누구누구랑 가는 데? 단 둘이 무작정 떠나 보자는 거죠. 우리 둘이서 무작정? 그는 모험을 떠나는 십 오세 소년처럼 마음이 설레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부인과 딸은 구들장만 지고 살던 그가 외출을 하겠다는 바람에 긴 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부산을 떨었다. 예전에 들던 007 가방을 꺼냈다. 그 가방 속엔 아직도 교원 수첩과 그 때 읽던 책 몇 권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편안한 차림이 제일이예요. 부인이 두툼한 오리털 파카와 편안한 코듀로이 바지를 권했지만 예전에 입던 베이지 색 코트를 고집했다. 가방을 들자 어쩐지 어색해서 퇴임 후에 딸이 사온 중절모를 눌러 썼다. 새벽같이 부인을 깨워서 조반을 차리게 하고 가방을 챙기고 나서도 시간은 넉넉하게 남았지만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그를 기다렸다. 자동차는 아파트 숲을 지나고 가끔씩 카센터나 주유소가 있는 외곽지를 지나 가지가 잘린 플라타너스 나무가 띄엄띄엄 늘어서 있는 국도를 달렸다. 작년쯤에 뭉툭하게 잘려나간 둥치에 새로 돋아난 가느다란 가지는 빗지 않아서 위로 치솟은 장승의 머리털 같은 가로수 길을 지나서 한참을 달려서 추수가 지난 들판을 지났다. 오로지 선생은 궁금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가공되지 않은 현장의 소식을 생생한 날것으로 듣고 싶어서 말이다. "성과급 때문에 야단이라지?" "구조 조정의 미끼라는 거죠. 반납도 꽤 했나봅니다" 그는 남의 일처럼 심드렁하게 말했다. "등급 때문에 불평하지는 않던가? 왜 아니겠어요. 많이들 화가 나죠" 그가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성과급이 나오자 교무실이 술렁거렸다. 그래, 난 C등급 교사니깐 열심히 할 필요가 없겠군. 맞아. 맞아. A등급 받은 선생님들이나 열심히 하셔들. 도대체 ABC 등급 기준이 뭐야? 기준이 뭐긴 뭐여 인간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가 그것이 기준잉께 앞으로 윗분들 잘 모셔 보드라고. 뼈있는 농담이 오고 갔다. 실제로 고참 여교사인 K선생은 새까만 후배인 L선생이 A등급을 받았는데 자신이 C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몹시 화가 나있었으며 동료들도 분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L선생이 능력을 인정받을 만큼 특별한 실적이나 탁월한 수업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건 오로지 선생도 알고 있다. 국도 아래 밭두둑에 까치밥이 아직도 남아있는 감나무 몇 그루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가 뒤로 사라지고 멀리 보이는 산자락을 가득채운 앙상한 잿빛 나무들도 서서히 뒤로 사라져가자 오로지 선생은 차창 밖 풍경에 눈길을 주었다. 모두들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데 홀로 정지된 느낌이다. 정지된 느낌. 그는 요즘 들어 그런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으며 듣거나 보는 것이 아무것도 입력되지 않는 그 무력감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차창 밖으로 표지판이 지나가고 가전제품을 선전하는 대형 간판이 지나갔다. 간판 속의 여자도 함박 같은 웃음을 날리며 지나갔다. 살을 다 발라먹은 생선 가시 같은 배나무 밭이 지나가고, 탈탈거리는 경운기가 지나가고, 모두다 빠르게 자나갔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국도에서 갈라져 나와 꼬부라진 비포장 도로를 덜커덩거리며 한참을 달리니 전에 가보았던 고즈넉한 산길이 나왔다. 양옆에 마른 억새와 말라붙은 찔레 열매가 아직도 어우러져 흔들거리고 있었다. 좁은 길을 지나 동산 위 솔밭 사이에 서있는 초가 앞에 다다랐다. 초입에는 우스꽝스런 모양의 장승이 서 있고 문간 앞에는 말아오린 멍석과 지게가 놓여있고 채운산방 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는 문을 지나 마당에 들어서니 갖가지 형상의 나무뿌리가 정갈하게 다듬어져 의자 겸 장식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마당 안에는 본채 말고도 겨우 방 하나쯤 될 것 겉은 독채가 뒷켠으로 여러 개 올망졸망 서있는 것으로 보아 숙박시설도 겸하는 모양이다. 마당 안에는 돌로 만든 절구라든가 항아리 같은 시골 촌부들이 사용하던 민구류나 쟁기같은 농기구들이 곳곳에서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가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바깥채에서는 토우나 도자기 같은 장식품이 진열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전에 처가에 다녀오는 길에 식구들이랑 들렸던 곳이다. "이런 데가 있었군요" "옛날 생각이 절로 나지?"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신종 러브호텔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러브호텔? 허허허, 다음 번엔 애인하고 같이 와야겠군" 그는 속으로 낄낄 웃었다. 오로지 선생이 애인하고 온다고? 오로지 선생은 조기출 교감의 별명이다. 구식 재봉틀 다리에다가 널빤지를 댄 탁자와 옛날 문짝이다 다리를 단 탁자를 다탁으로 사용하고 숯불 다리미, 구식 전화기, 초등학교에서 수학 시간에 사용하던 커다란 수판이며 낡은 오르간이 운치있게 놓여있는 안채에 들어서니 한복을 입은 남자가 어서 오시라고 인사를 한다. 풋감물로 염색한 갈색 천을 깔아놓은 탁자에 앉아 큼직한 도자기 찻잔에 담긴 오미자차를 다 마실 동안 오로지 선생은 흘끔흘끔 출입구를 훔쳐본다. 머리가 훌떡 벗겨진 중년남자와 아슬아슬한 치마를 꿰어 입은 여자가 팔짱을 끼고 들어온다. 4. 연하의 상관을 모시게 된 것은 조기출 교감뿐이 아니었다. 신임 최교감은 그와 오래 전에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후배였다. 새 학기가 되자 의욕이 충천한 나머지 젊은 교장은 좌충우돌 지휘봉을 휘두르고 교감은 교감대로 요란하게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일에 지쳐버렸고 정작 수업이나 생활지도에 투입해야할 시간을 야금야금 깎아먹고 있었지만 주로 보이기 위한 교육활동의 실적물이나 결과물이 전산화 자료화되어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장학 지도차 나온 행정관료들은 모범케이스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교장 교감의 지도력을 칭찬했다. 최교감은 지나칠 정도의 예의바름 속에 약간의 거만함을 감추고 있었으며 그의 본질은 실종되고 왜곡된 현상만 활개치는 망망대해에서 속수무책으로 떠밀려 가는 조각배처럼 가슴 한켠에 주먹만한 패배감을 달고 최교감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꾸 생각났다. 가끔씩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젊은 교장과 늙은 교감 사이에 끼어 가자미처럼 스트레스를 받게 하던 무능 교사의 대명사 조기출 교감선생 말이다. 좌충우돌 교장과 오로지 교감 사이에 엉거주춤 교무. 그는 그 표현에 스스로 만족했다. 꽉 막힌 閉스탈로치 같으니라고. 오로지 선생 아니랄까봐. 제대 말년에 대충 넘어가면 어때서? 그는 가끔식 꼬장꼬장한 교감이 못마땅해서 투덜거렸다. 더구나 교감은 때때로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서 일의 진행속도를 떨어 뜨려서 종종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처음 느꼈던 측은함이 나중에는 반감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조기출입니다. 감사는 무슨 감사. 조기에 출세나 할 일이지. 전화 받을 때마다 오로지 선생이란 별명답게 군사정권 시절에 받은 친절 교육을 아직도 철두철미하게 이행하는 교감에게 웬지 모를 짜증이 일었다. 그 나이 되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심사가 그로 하여금 지나치게 공손한 교감의 태도마저도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융통성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좁디좁은 이마 때문에 화가 나고, 시도 때도 없이 에헴에헴 나오는 마른기침 대문에 화가 나고 하여간 교감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것은 교감에 대한 연민인 동시에 곧 무능한 자신에 대한 화풀이이기도 했다. 최교감은 모름지기 교사는 수업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며 수시로 돌아다녔으므로 교사들은 언제 불쑥 교실에 들어올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그는 교감이 수업, 수업 을러대어도 어쩐지 악화가 양화를 구축했다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와 최교감. 아니 최 선생은 섬 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수학선생인 그는 과학 선생과 더불어 해양생물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교수나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얻어야 했으므로 뭍에 나가있을 때 폭풍주의보가 내리면 꼼짝없이 며칠 씩 출근을 못하곤 했다. 최 선생이 빼먹은 수업을 땜질하는 건 주로 그의 몫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연구물은 특상을 받게 되었고 가산 점수와 유능 교사라는 꼬리표를 단번에 낚아 올렸다. 그는 솔직히 갯지렁이나 불가시리가 수학교육에 끼친 공로가 어떤 건지 알 수가 없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수학 선생은 마땅히 피타고라스의 정리나 가르치고 그런 연구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앉아 선생의 얼굴이나 쳐다보다가 하품을 하는 시골중학교의 아이들을 일정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사오십 대 일의 맥빠지는 싸움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매달려 성취감을 얻고 야망을 충족시키는 일은 분명 매혹이다. 최선생은 매혹 속으로 빠져들었다. 싸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는 정말로 아이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그에게로 쏟아질 때 혹은 몇몇 녀석이 선생을 비웃듯이 이탈해 나갈 때 일대 다수의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싸움은 때때로 그를 승리자로 만들기도 하였지만 비참한 패배감을 맛볼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요란한 헛기침으로 패배감을 위장하고 전의를 다지곤 했다. 그들은 때로는 항복하기도 하고 항복하는 척 하다가 뒤통수를 내리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선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자신에 의해서 그들이 변화되었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기 만족에 묻혀 살았다. 하여간 최 선생은 그 후 여러 시범학교로 옮겨 다니며 무더기로 승진 가산점을 받고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특별 상여금까지 챙겼다. 손해보는 놈이 있으면 이익 보는 놈이 있다는 게임의 법칙은 최선생과 조기출 교감의 경우를 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 최선생 보다는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자기가 생각하던 양심이라는 것이 혹이면 안일함이나 능력 없음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닐른지... 그의 선택은 과연 옳았는지 자꾸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확실한 건 최교감은 나이가 들수록 유능하게 될 것이고 그는 무능하게 늙어갈 것이라는 사실뿐이었다. 5. "날씨도 변덕스럽기도 하다. 금새 눈이 쌓여버렸네"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이 갑자기 밀어닥친다. 폐교된 학교에서 얻어 왔음직한 물건들을 보면서 제각각 한 마디씩 한다. 오메 이런 산중에 요렇코롬 멋진 곳이 있었네잉. 학교 종이 땡땡땡이랑게. 손님들은 수런수런 웅성거리고 내외는 또 바빠진다. 눈을 털면서 들어오던 연두색 파카를 입은 여자의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그는 속으로 말했다. 우피 골드버그군. "어머나, 선생님" "웬일이야?" 골드버그를 닮은 여자가 오로지 선생의 손을 덥석 잡는다. 오로지 선생도 그녀의 등을 토닥거린다. 남자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본다. 골드버그는 엉거주춤 서있는 남자에게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시라고 소개를 한다. "선생님 속 많이 썩여드렸죠" "긍께로 당신이 지난번에 만났다던 엿장수 선생님이 이 분이란 말여?" "그 엿장수가 바로 나요. 허허허" 만면에 웃음을 뛴 오로지 선생의 모습이 넉넉해 보인다. 그는 그런 그의 모습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덜커덩거리며 찾아온 산자락의 어느 전통찻집에서 만난 여제자의 낡은 기억 속의 오로지 선생은 무능한 선생이 아니었다. 부패한 敗스탈로치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패기만만한 覇스탈로치였다. "선생님이 교문에서 머리가 좀 길다 싶으면 사정없이 가위질했잖아요. 그래서 엿장수라는 별명이 붙었다니까요. 가출한 애들은 악착같이 찾아다녔고요. 나도 그 중 한사람이었는데 집 나와서 이틀이나 굶었는데 선생님이 아무 말씀도 않으시고 자장면을 사주시더군요. 눈물이 어찌나 나던지... 아마 선생님 아니었으면 그 때 나쁜 길로 빠졌을른지도 몰라요" 골드버그 내외가 일행에게 돌아가자 다시 두 남자만의 자리가 된다. "형님, 형님이 악명 높은 엿장수였다는 소릴 처음 듣습니다" "이거 왜 이래. 나도 왕년엔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구" 오로지 선생이 말이 많아진다. "자네도 최 교감처럼 폼 나는 일 좀 해봐. 고상한 체 하다가 무능교사 딱지 붙이지 말고. 난 말이야 선생이란 작은 친절, 한 마다 관심있는 말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난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는 말일세. 아이들 다 키우고 나면 섬에나 가서 열심히 선생 노릇하고 싶었어. 내가 섬 출신 아닌가. 어때? 섬마을 선생, 멋있잖아? 젠장, 섬엔 점수벌레들이 줄을 섰으니 내가 끼어들 틈이 있나. 아주 낭만적인 생각이었지" 6. 아랫목이 따끈따끈하다. 술을 꽤 마셨는데도 잠이 안 온다. 텔레비전을 켠다. 텔레비전에서는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오래된 영화를 재탕하고 있다. 배경은 숲속의 외딴 호숫가.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의사에게 오두막 안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괴성을 질러대는 한 소녀가 튀어나온다. 맨발에다 산발을 한 소녀. 집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집안에 있던 성경에 쓰인 메모를 발견한다. 이런 글자가 자막으로 떠오른다. 주님께서 당신을 이리로 인도하셨습니다. 나의 넬을 지켜주세요. 영화라는 매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외투를 가끔은 잠자리 날개같이 가볍게 처리하는 수법을 쓰기도 하지만 화면은 음울하고 무겁다. 그는 숨은그림 찾듯이 장면 곳곳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탐색한다. 화면엔 시내에서 못된 젊은이들에게 희롱을 당하고 정서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은 후 법정청문회에서 적절한 말을 찾느라 고심하는 넬과 그녀의 이상한 말을 통역하는 후견인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그녀의 작은 발이 다시 숲의 보드라운 풀을 밟게 될 것인가 아니면 구두를 신고 도시의 아스팔트를 기웃거릴 것인가. 넬의 운명은 배심원들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그는 텔레비전 앞에 길게 누워서 줄곧 자막으로 떠오르는 말을 주시한다. 내가 살아온 삶은 작은 삶이에요. 아는 것도 작은 것들이구요. 숲의 낮과 밤은 아름다움과 행복이 있지만 바깥 세상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어쨌다는 말인가. 쯧쯧. 그는 벌써 코를 고는 오로지 선생을 보며 혀를 찬다. "집에 있을걸 그랬나? 망년회엘 가든지...." 친구들에게는 부득이한 일이 생겨서 참석을 못하겠노라고 했지만 요새말로 주류에 끼지 못한 마이너끼리 흘러간 과거나 되씹으며 섣달 그믐밤을 산 속의 토방에서 보내기는 좀 청승맞다. 석양의 청량한 바람이나 겹겹이 구비치는 능선위로 비상하는 황금빛 새나 빛나는 일출을 도대체 어디서 본단 말인가. 영화가 끝난 다음도 그의 머리 속에선 넬이 자기만의 이상한 언어로 최종 진술을 하던 모습이 계속 맴을 돈다. 마 유 나이신 이나 알로시즈(하지만 당신들은...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요.) 그는 혼자 중얼거려본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학교란 서로 바라보기 연습장이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위를 보거나 또는 아래만 보거나 혹은 옆으로만 바라보는 이상한 훈련장이 되어버렸어. Ac8, 그리고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 좌충우돌 교장, 윗분 눈치 보느라 가자미 눈이 되어버린 교무부장, 공문서 한 장으로 세상이 바뀔 줄 아는 행정관료 등등. 모두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데 인색해. 맞아, 서로가 서로에게 알 수 없는 암호이고 선생의 설명은 알 수 없는 이상한 언어일 것이며 선생이 보기엔 감이 틀림없지만 관료들이 배라고 우기면 배가 되도록 만들어 놓아야 하는 정책도 현장의 교사들에겐 이상한 언어일 따름이야. 넬이라면 이렇게 말할까? 당신들, 서로의 눈을 바라보세요. 라고. 비교하건데 좌충우돌 교장이 위를 바라보며 현대식 기계와 정교한 기술로 인생의 날줄과 씨줄을 화려한 무늬와 세련된 컬러로 엮어낸다면 아마도 오로지 선생은 아직도 낡은 베틀에 앉아 덜거덕거리며 옷감을 짜내는 늙은 직조공일 터이지만 그 늙은 직조공은 골드버그 내외와 한 올 한 올 짜낸 무명 삼베처럼 질긴 인연으로 아직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삶이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미지수가 너무 많아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한 삶의 방정식도 알고보면 이처럼 단순한 명제일지 모른다. 그는 자신이 없다. 그의 마법이 아직도 효력이 있을지는. 오로지 선생은 푸우푸우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옹색한 이마가 형광등 불빛에 유난히 반짝거린다. 오로지 선생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학교도 하나의 숲이 아닐까? 큰 나무도 있고 이끼도 있고 그리고 가지덤불도 있다. 가시덤불만 보면 숲이 아니다. 그 속에서도 올곧게 자라는 나무들도 있지 않나? 넬의 말처럼 숲에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있듯이 그래도 학교에는 아직도 그런 것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무능 교사면 어때?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기쁜 일이고 말고. 오랜만에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니던 패배감을 벗어 던지고 찻집 주인이 준 술을 혼자 잔에 따른다. 채널을 돌린다. 화면에는 지금 막 제야의 종소리가 울릴 참이다. 이글루처럼 눈 속에 갇혀버린 초가도 제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을 것이고 어둡고 긴 그믐밤도 때가되면 마침내는 기다림과 소망으로 잉태한 둥근 해를 해산할 것이다. 마지막 종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진다. 밖에는 아직도 사르륵사르륵 눈이 내리고 있다. 그는 문득 낮에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았던 화단에 팽개쳐둔 나무를 떠올린다. 말라버린 가지 위에도 눈이 내렸을 것이다. 집안으로 들여놓아야겠다. 어떤 농약을 뿌려줘야 할까? 가는 길에 꽃집에 들러야지. 내년 봄엔 꽃을 피울 수 있게 마른 가지도 잘라내리라. 눈 덮인 산 속의 외딴 방. 문득 퍼덕이며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 짓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섣달 그믐밤. 아직도 눈은 내리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정보화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준 사업이다. 과감한 하드웨어 보급으로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정부의 자평과 학교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물량위주의 정보화 정책으로 어느 때보다 일선의 혼란이 많았다는 평가가 맞물려 있다. ◇실적에 급급한 정책=당초 2002년까지로 예정돼 있던 1단계 교육정보화 일정이 2000년으로 앞당겨지면서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김대중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사업을 2년 앞당기는 특별지시를 내리자 정부는 조급해졌다. 목표된 하드웨어 보급을 단기간에 해치우기에는 시간과 예산 모두 부족했다. 소요예산 확보 등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해 3월 교육부는 조기완료 되는 교육정보화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시·도별로 확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방비가 여력이 있을 리 없었다. 국고와 정보화 촉진기금으로 충당되지 못하는 1800억원을 시·도별로 기채를 통해 확보할 것을 요청했고 결국 지방은 많은 빚을 떠안은 채 하드웨어 보급에 나섰다. 말 잔치만 벌이다 허겁지겁 목표량을 채우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학내전산망 사업이었다. 국정감사를 통해 컴퓨터가 있어도 인터넷 하나 활용할 수 없는 절름발이 교육정보화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2000년 초부터 학내전산망 보급 연내 완료를 천명하고 예산까지 마련했다고 밝혔다. 교육정보화만큼은 정부의 역점사업이라는 것을 주지시켰다. 하지만 정부가 그해 목표로 삼은 계획은 5729개교중 상반기까지 구축된 학교는 고작 567개교로 10%도 되지 못했다. 연말이 되서야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느라 수선을 피웠다. 단순 보급에만 치중하면서 부수적으로 따라야 할 사안들을 병행하지 못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전산망의 보안에 신경을 쓰지 않아 해킹사고가 해마다 늘어났다. 지난 99년 22건이던 초중고교 전산망 해킹사고는 2000년에 47건으로 늘었고 2001년에는 1∼6월중에만 무려 170건이 발생했다.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보안시스템 설치 비율은 높지 않아 2000년 상반기까지 방화벽을 설치한 학교는 1만70개교 가운데 절반이 안되는 4957개교(49.2%)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정보화 담당교사에 대한 배려는 마련되지 않아 업무과중에 시달렸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육정보 담당 교사는 연간 434시간의 수업결손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내용까지 나왔다. 컨텐츠 문제는 더했다. 하드웨어 보급에 열을 올리느라 정작 필요한 컨텐츠는 수년째 그대로 방치됐다. 정부는 해마다 컨텐츠 확충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현장의 갈증은 여전했다. 학교가 컨텐츠 확보를 위해 쓸 수 있는 예산 배정은 극히 미미했고 그나마 이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고통만 안겨준 교육행정 정보화=교육정보화에서 일선 학교에 가장 큰 혼란을 안겨준 부분은 교육행정정보화다. 업무 부담을 줄이고 행정의 효율화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이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 순수 교육활동 외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학사, 교무, 행정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시스템으로 98년부터 보급을 시작해 2001년까지 대부분의 초·중등학교에 설치가 완료됐다. 그러나 보급되는 시점부터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 완료될 때까지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제거해도 끊임없이 발생되는 버그 때문에 담당 교사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프로그램은 너무나 복잡하고 버그를 치료하는 패치를 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이런 시스템을 만약 일반회사가 만들어서 시판했다면 금방 부도가 났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모두 정부의 조급증이 불러온 결과였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시스템 개발과 보급이 함께 이뤄졌고 학교 현장을 면밀히 이해하지 못한 프로그램은 동네북이 돼 버렸다.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교육부는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결국 교사들이 고통을 모두 떠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나마 겨우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던 올 여름 현장을 들쑤신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모든 교육행정기관과 전국의 초·중등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교무·학사, 인사, 재정, 회계, 물품, 시설 등 모든 교육행정 업무를 전자적으로 연계·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국고 11억4000만원, 정보화촉진기금 249억7000만원, 지방비 260억원 등 총 521억1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기존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은 완전히 폐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수년간의 고통 속에 겨우 자리잡은 C/S서버는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돼 수백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는 결과를 빚게 됐다. 새 시스템이 서버에 접속하기도 힘들고 에러에 대한 대처도 제대로 되지 못한 상황에서 10월 전면 시행까지 발표해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입력되는 정보의 개인인권 침해 논란도 일었다. 일선 학교의 반대가 거세지자 교육부는 교무-학사부분을 2학기중 시범운영하고 보완과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본격 운영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국민의 정부 동안 이뤄진 교육정보화는 현장과 함께 교감하지 않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 정책이 교육현장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는 현재 2단계 정보화를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만 한 채 정권을 마치게 됐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회장 정혜손·서울 명일유치원감)는 13일 교육부를 찾아 '제2차 국공립유치원 시설환경개선비 지원을 위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건의서에서 "정부가 지난해와 올 초에 걸쳐 332억 여원을 투입해 유치원 교육환경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초등교 재래식 화장실 공동사용, 자료실 미비, 종일반 운영에 필요한 수면실 부족, 급·간식 시설 불충분 등의 문제가 잔존한다"면서 "유아들이 쾌적하고 발달에 적합한 환경에서 활동하도록 환경개선비 2차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연합회는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교육환경 실태를 조사하고 △천정 택스·조명·냉난방 시설 설치 △자료실 확보 △급식 환경 개선에 집중적인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연합회가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환경실태를 조사한 결과, 복도를 활동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도 난방시설을 갖춰야 하고(서울 복도난방 설치율 50% 미만) 지나치게 높은 천장을 내리고 택스를 설치해 방음·방열·조도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냉방(서울 냉방 미설치율 70%)도 대부분 선풍기와 창문을 열어놓는 수준으로 나타났고 종일반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교실·수면실을 갖춘 경우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또 별도의 자료실이 없어(부산 공립유치원의 55% 미설치 등 ) 교재-교구를 교실에 보관하는 유치원이 많아 교육활동 공간 축소와 자료 손실로 애로를 겪고 있다. 자료실 구비와 정리장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아울러 연장제·종일제 유치원이 늘고 있음에도 초등교 급식시설과 식기류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유아들이 체격조건에 전혀 맞지 않는 높은 탁자와 의자에 매달려 불편을 겪고 있고 주체하기 힘든 커다란 어른용 식판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유아에 걸맞은 별도의 급식실 설치에 예산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선생 노릇하기 힘들다는 푸념이 어제오늘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사교육의 발달과 사회 구조의 변화에도 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매스컴과 인터넷의 발달로 생각된다. 매체가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지식의 생산과 전수의 대부분을 학교가 담당했다. 학교에 가야만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배울 수 있고 인간적 교류도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러한 학교의 순기능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제도교육의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면 거의 무한대로 신지식을 보고 배울 수 있다. 굳이 루브르 박물관을 가지 않더라도 안방에 앉아서 간단한 키보드 조작만으로도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서 언어의 한계만 극복한다면 전 세계를 마음껏 누비며 지식욕을 채울 수도 있다. 반면, 학교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현실적으로 벅차다. 신지식을 창출하고 전수하는 일에 이미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래도 초등교나 중학교가 외형적으로나 커리큘럼 상 예전과 비교할 때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교는 아직도 낡은 시설에 몇 년 전에 제작된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상은 지금 분초단위로 변하고 있다. 4분마다 새로운 지식이 생산된다고 하니 그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정보통신 관련 지식은 교사보다 오히려 학생들이 더 많이 아는 지식의 역조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야 될 것, 몰라야 될 것까지 무제한으로 습득하다 보니 아이들은 학교를 싱겁게 여기게 되고 교사마저 우습게 여기는 못된 풍조를 낳고 말았다. 이런 현상에는 인성보다는 지식이 최고인 현행 입시정책도 한몫 했다. 예전처럼 학교의 순기능과 권위를 되살리고 교사들의 입에서 '선생 되길 참 잘 했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려면 본질적으로 학교가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가장 앞서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GNP 대비 국가 예산을 늘리고 교사들의 처우 개선과 재교육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물론 가르치는 내용도 현실에 맞게 신속하게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백년 대계라는 교육의 틀도 이제는 융통성 있게 다시 짜야할 때인 것이다.
연일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이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다 돼 간다는 뜻이다. 그 5년 동안 가장 실패한 정책이 교육분야가 아닐까 한다. 정부가 작년 7월 2년 동안이나 미적거리다 내놓은, 이른바 '교직발전종합방안'도 그중 하나다. 예컨대 교직발전종합방안에서 교원처우개선을 분명히 천명했는데도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확정된 교원처우개선안을 보면 담임수당과 보직교사 수당이 각각 1만원씩 인상된다. 그 외 초등교사 보전수당 가산금이 1만 7000원 인상된다. 교총 등에서 요구한 담임수당 3만원, 보직교사수당 2만원 인상과는 상당히 차이나는 교원처우개선안이다. 하긴 이것도 처음 국무회의 의결에서는 없던 내용이다. 정부 스스로 교사, 나아가 국민과 한 약속을 깨버린 것이다. 교사를 무시하는 정부의 태도가 김대중 정권 초기의 정년단축 이후로 줄기차게 계속된 셈이다. 가까스로 국회에서 담임수당 등이 1만원 인상됐지만 기분이 더럽거나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1월부터 담임은 1만원이 인상된 11만원의 담임수당을 받게 된다. 과연 얼마만큼 더 해야 1만 원어치에 딱 맞는 담임노릇일지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교사가 시시콜콜 돈을 밝히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지만, 이것 역시 김대중 정권에 이르러 나타난 교육계의 일반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3년씩이나 정년을 단축한 것도 모자라 체벌금지니 뭐니 하며 교사를 교육개혁 대상으로 내몰았으니 예전처럼 점잖게 師道 타령만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만 원어치 교육처우개선이라. 애들 장난도 아니고 그렇게 교사를 헐값으로 대하며 공교육이 살아나기를 바란다면 그건 너무 큰 착각이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무너진 학교를 일으켜 세울 주체인 교사의 처우개선을 1만 원어치 하는 나라라니,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그래도 한마디만 더해야겠다. 교사는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 노상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어쩌구 하는데, 그런 평범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학교를 살릴 수 잇다. 현실적인 교원처우개선안이야말로 공교육을 살릴 확실한 초석이자 담보이다.
지난 96년부터 '교육환경 개선사업'의 하나로 추진중인 교원 편의시설 확충사업이 1차 종료연도인 올 연말 현재 미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최근 실시한 일선학교 교원 편의시설 점검결과에 따르면 기존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사업이나 7차 교육과정 시설사업 등의 명목으로 예산지원을 하고 있으나 도시 수도권지역의 경우 기본시설이 태부족해 편의시설을 확보할 여유공간이 없다는 것. 특히 최근에는 7차 교육과정 시설확충과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함에 따라 교원편의시설 확충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편의시설을 확보한 경우에도 연구실이나 휴게실, 탈의실 등이 동선(動線)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있어 실제 사용에 문제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실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부가 권장하는 학년별 연구실보다 탈의실 기능을 포함한 다목적 회의실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점검을 토대로 2005년까지 편의시설 확충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최근 신설되는 학교의 경우 교원휴게실이나 상담실, 연구실 등의 편의시설을 '기본시설'로 해 설계단계에서부터 확충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국정과제 추진일정이 마감되는 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편의시설을 확보하되 7차 교육과정 시설사업비는 학년별·교과별 연구실 확충에, 교육환경 개선 사업비는 교재연구실, 탈의실, 실내환경개선 등에 분산해 집행토록 했다. 또 기존의 연구실이나 탈의실, 휴게실 등도 동선이나 사용빈도 등을 감안해 각 기능을 포함한 복합화된 교원편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밖에 대다수 교원들이 희망하는 체력단력시설의 설치를 권장하고 교원편의시설을 다른 목적의 교육공간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교사들의 의견수렴을 거치도록 했다. '교원 편의시설=교원편의시설은 96년부터 교원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98년에는 국정과제로 선정돼 올 연말까지 8197건, 3756억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교무실, 학년별·교과별연구실, 교재연구실, 휴게실, 탈의실, 샤워실 등의 공간과 전화 증설·PC보급·팩스나 복사기 등 OA시스템, 냉·난방기 설치 등 실내환경개선을 포함한다. 96년부터 2000년까지 7913실이 확충돼 교사 1인당 편의시설 면적이 종전의 4.9㎡에서 8㎡로 늘어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7차교육과정 도입, 7·20교육여건 개선사업 등이 오히려 편의시설을 잠식하고 있고 무계획적인 공간확보에 따른 효율성 저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실시한 2003년 임용예정 초등교사 공채시험 결과 미달된 9개 지역에서 이 달 중이나 내년 1월중 추가모집 공채시험이 다시 치러진다. 추가시험이 치러지는 곳은 전남 충남 인천 경남 강원 경기 전북 울산 제주지역 등이다. 또 기간제 교사 충원이 비교적 용이한 도시지역의 경우 가급적 기간제 교사를 배치하고 농어촌 지역은 정규교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특히 내년도 초등교원 부족분 6146명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교육청 별로 수립대책을 세워 6일까지 교육부에 제출해 줄 것을 요망했다. 내년도에 초등교원 소요정원은 1만4599명이나 8453명만 확보돼 6146명이 부족, '최악의 초등교사 부족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2일 'DJ 민주당 정부 失政 백서4'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김대중 정부의 교육실정 사례로 학교 교육 붕괴, 국가 위주의 교육정책,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 남발, 교원정책 실패, 교육투자의 빈곤, 잦은 교육부장관 교체, 교원성과상여금, 실업교육 황폐화 등을 주요한 사례로 소개했다. 한나라당은 먼저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해버렸다"며 학교 교육 붕괴를 거론하면서 그 원인으로 교원 정년 단축을 들었다. 정년단축으로 인한 교원 부족으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하고, 퇴직한 교사들을 기간제 교사로 재 임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파행이 교권을 추락시키면서 교실 붕괴를 재촉했다는 것이다. 백서에는 2001년 현재 초등학교 법정정원은 14만 5431명인데 비해 현원은 13만 9371명으로 6060명이 부족한 실정이고, 교육부의 충원 계획에도 불구하고 2002년에는 1만 6625명이, 2003년에는 1만 9765명이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아래로부터의 개혁보다는 위로부터의 일방적 개혁과 일시에 전면적인 실시방법을 택함으로써 학교 현장에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두뇌한국 21과 7차 교육과정의 무리한 시행을 예로 들었다. 두뇌한국 21은 대학교수들의 집단적 반대 시위를 초래했고, 나눠 먹기식으로 변질됐으며 장관이 대학 선정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7차 교육과정은 학교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고, 수준별 수업의 부실 운영, 비현실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의 남발 사례로는 5년간 무려 7명이나 장관이 교체된 점, 2001년 1월 초·중학생의 조기 해외유학 전면 자율화방침을 발표했다가 7개월 뒤 '중졸 이상'으로 번복한 점, 잦은 입시제도변경 및 수능시험 난이도 조절 실패, 보충수업 전면 금지에서 보충수업 부활로 전환, 체벌금지에서 제한적 체벌 허용 조치 등을 들었다. 백서에는 김대중 대통령은 교육재정 GNP 6% 확보를 공약했음에도 2001년도에는 GNP 4.1% 확보에 그쳤다며 이는 96년도의 4.8%보다 낮은 수치라고 비판했다. 성과상여금과 관련해서 한나라당은, 수업의 효과를 측정하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여금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교원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위화감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학사 일정을 12월 말에 마치고 2월 수업과 봄방학을 폐지하는 학교가 확산되면서 "무의미한 봄방학을 없애고 교육과정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론 못지 않게,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학사 일정의 변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교원들은 "학교별로 학사 일정이 다르다 보니 교원연수와 계절제 대학원 수강에 차질이 있고, 전학생들이 교과진도를 맞출 수 없다"는 점을 주로 지적한다. 교원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지역교육청 단위별로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2월 31일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간다는 경기도의 한 교원은 "12월 26일부터 1·2급 초등교사 자격강습에 들어가는 교사 때문에 1주일 동안 보결수업을 해야한다"며 걱정했다. 이호연 교감(부천시 대명초)은 "학사 일정이 다른 학교에서 전학생이 오갈 경우 교육과정의 진도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감은 또 "지역교육청은 일관된 행사를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삼성 교사(부산시 강동초)는 봄방학을 없앨 경우 "모든 학사일정을 겨울방학 전에 마감해야 하는 데, 학생들의 평가를 졸속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모든 학사 일정이 끝난 후 교원인사, 반 편성 등 새 학기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는 한 무의미한 겨울방학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선희 교사(전북 우전중)는 봄방학을 없앨 경우 "혹한기인 12월말까지 수업을 해야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강수경 교사(울산시 약수초)는 "학교별로 학사 일정이 다를 경우 연수나 계절제 대학원 수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최홍숙 교사(충남 학봉초)는 "겨울 방학중 연수를 가야하는 교사 때문에 종전대로 21일에 방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다른 학교의 눈치를 봐가며 학사일정을 조율하는 학교도 있다. 강원도의 한 교사는 "5월 초에 봄방학 없어진다고 12월말까지 교육진도표를 짜놓으라고 지시하더니, 다른 학교가 안 하니 우리 학교도 안 하기로 했다"면서 못 마땅해 했다. 오하영 교장(충북 내곡초)은 "11월말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학사일정을 변화시키는 학교가 많다"며 그럴 경우 연수 등 학년초에 짜놓은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구자억 박사(한국교육개발원)는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돼온 2월 학기와 봄방학이 사라짐으로써 학사일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다가 2월 수업일의 축소로 교원인사를 앞당길 수 있고 새 학기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구 박사는 "2월 수업일의 완전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이전에 졸업식, 종업식 등을 치른다면 3월 개학식 이전의 2월은 무학적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학사일정 조정으로 인한 보완책으로 이호연 교감은 "지역교육청 단위로 학사 일정을 자율화 할 필요"를, 문삼성 교사는 "9월 신학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학교별 학사 일정 자율화는 2001년 3월 2일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이 개정됨으로써 촉발됐다. 학사일정은 시·도와 학교급별, 학교 별로 제각각 다르다. 예전과 다름없이 학사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는 가하면, 1월 1일에 겨울방학을 시작해서 2월 18일에 개학해 5일간 수업하고 23일부터 다시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 1월 11일부터 방학에 들어가서 2월 22일 개학해서 5일간 수업하고 이틀간 다시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 등, 경기도만 해도 9가지의 학사운영 사례가 있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중등학교는 내년 2월 학기와 봄방학을 없애기로 했고, 대구 시내 학교들은 2004학년도부터 봄방학을 없앨 추세이다.
대전법동초등교(교장 신달웅)이 현장 교사를 위한 각종 연수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좋은 수업을 위하여'를 발간해 관내 학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좋은 수업을 위하여'는 다년간의 실습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을 접목해 만든 연수자료로 교육행정기관은 물론 시내 117개 초등학교에 배부됐다. 또 학교 홈페이지에도 탑재해 모든 교원들이 활용가능하도록 했다. 신달웅 교장은 "4년동안 예비교사의 교육실습을 지도하면서 학습 지도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들로 꾸며져 있어 현장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포천 금주초등교 학생들은 모두 작가다. 전교생 146명 전원이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저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저서'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올 3월 글짓기 향상을 휘한 교내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1인 1책 갖기 운동' 때문이다. 일반 출판 시스템이라면 어린이들이 쓴 글을 단 한 권만 책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 하지만 개인 책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한 인터넷 벤처기업의 협찬을 얻어 책 출판이 가능하게 됐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올리고 책표지와 글꼴 등을 지정하기만 하면 금새 한 권의 책이 완성됐다. POD로 불리는 디지털 출판 시스템 덕택에 원하는 판형과 원하는 디자인으로 세상에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책에 표현된 어린이들의 글은 여과없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 그대로다. 자기들끼리 즐기는 퀴즈문제에서부터 제법 어른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산문, 유머, 친구와 학교생활 이야기 등 각양각색이다. 자신의 글이 어떤 다른 책 못지않게 출판돼 나온 것에 아이들의 감격은 컸다. 4학년 1반 강혜원 학생은 "우리가 읽고 있는 동화책과 같은 책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년에도 선생님이 책을 만들기로 약속하셔서 지금부터 열심히 글쓰기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학교측은 "아이들만의 소중한 동심을 담아내는 방법을 찾다가 책 출간을 구상하게 됐다"며 "글쓰기야말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