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폐기장 건립을 반대하며 한 달 넘게 등교 거부가 이어지고 있는 전북 부안 지역 초등생 900여명 등 학생 1000여명이 서울 한강둔치, 종묘공원에서 '핵 없는 세상' 평화행진을 벌였다.
이날 버스 26대를 나눠 타고 상경한 학생들은 핵폐기물 표시가 새겨진 노란 셔츠를 입고 오후 1시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핵폐기장 유치 철회와 대체에너지 개발의 뜻을 담은 노란 종이배를 한강에 띄웠다. 이어 종묘공원에서 현재 부안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풍자한 연극 공연 등 문화행사를 펼친 뒤, 오후 5시부터 조계사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뭘 안다고 집회에 데리고 다니냐"며 항의하는 행인들로 여러 번 마찰을 빚었다. 특히 연극 공연 중 부안군수가 나오는 장면을 보던 한 여고생이 "잘났다. 개××"라고 외치거나, 주민들에게 매 맞는 장면에서 "잘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와 행사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연극이 끝난 후 단상에서 한 여학생이 "우리는 자진해서 등교거부를 결정했습니다. 언론에서 왜곡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등교거부를 통해 소중한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핵폐기장이 철회되지 않으면 학교에 돌아가지 않으렵니다.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구합니다"라고 낭독한 데 대해서도 시민들은 "투사 같다""한쪽 의견으로 경직돼 있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언니들의 목소리와는 행사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초등생들은 그저 학교에 가고 싶은 표정이었다. 뙤약볕 아래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던 아이들은 "핵폐기장은 위험하대요. 그래서 반대해요"라면서도 "학교 가고 싶어요. 친구들 이름도 까먹었어요"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또 중학생 오 모 군은 "아침부터 학원에 다니며 공부해요. 우린 겨울방학이 없을 거래요. 그래도 어서 학교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