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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해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210곳으로 집계됐다. 5년 전과 비교해 80% 이상 늘어난 수치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6학년도 입학예정자 0명 초등학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이 배정되지 않은 초등학교는 210곳이다. 2021학년도 116곳에서 5년 사이 81% 증가했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24학년도 168곳, 2025학년도 188곳에 이어 올해 200곳을 넘어섰다. 3년 연속 증가세다. 올해 수치는 1월 예비소집 이후 추가 변동이 반영된 최종 집계로, 학기 시작 직전까지 학생 이동이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45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38곳, 전북 23곳, 충북 21곳, 강원·충남 각 20곳 순이었다. 세종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발생했다. 수도권에서도 인천 5곳, 경기 4곳, 서울 1곳이 포함됐다. 초등학교 전체 신입생 규모도 처음으로 3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29만8178명으로 추산됐다. 2021년 42만7000명과 비교하면 약 12만9000명 줄어든 수치다. ‘신입생 0명’과 함께 ‘나홀로 입학’도 동시에 늘고 있다. 올해 신입생이 1명뿐인 초등학교는 209곳으로 집계됐다. 2021년 119곳에서 5년 사이 75% 이상 증가했다. 입학생이 전혀 없는 학교와 1명뿐인 학교를 합하면 400곳을 넘는다. 초등 저학년 학급 운영의 구조 변화가 이미 전국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고등학교로도 현상이 확산됐다. 올해 중학교 12곳, 고등학교 7곳이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초·중·고를 합하면 입학 예정자가 없는 학교는 총 229곳이다. 2024학년도 191곳, 2025학년도 212곳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초·중·고 모든 학교급에서 ‘입학생 0명’ 사례가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대도시에서도 정상 운영 학교 가운데 입학생이 배정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그간 대도시의 ‘입학생 0명’ 학교는 개축이나 통폐합 등 특수 사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일반 운영 학교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변화 양상이 읽힌다. 지역 간 격차뿐 아니라 같은 도시 안에서도 학교 간 규모 차이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특정 지역으로 학생이 집중되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일부 학교는 과밀을 겪는 반면 다른 학교는 급격한 소규모화가 진행되는 양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대도시까지 확대되는 점을 우려한다”며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환경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총과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가 공동주관으로 ‘건강한 우리몸 그리기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청소년들이 인체의 신비와 의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과학적 사고와 예술적 감각을 융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공모 주제는 ‘신비한 우리 몸, 의학의 미래’로 온몸, 팔다리와 같은 특정 부위, 심장과 허파와 같은 장기,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세포 등 우리 몸의 구조(모양)를 과학적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표현하면 된다. 공모 대상은 초등 4~6학년, 중학교 1~3학년으로 3월 31일까지 홈페이지(https://www.ourbodykma.org)에서 온라인 접수하면 된다. 시상 내역은 부문(초/중등)별로 ▲대상 1명(상장 및 상금 100만 원) ▲최우수상 2명(상장 및 상금 50만 원) ▲우수상 3명(상장 및 상금 30만 원)을 선정한다. 또 각 시도의사회별로 1명씩 총 16명에게 ▲특별상(각 시도의사회장 상장 및 시도 지원 상금 10만원)을 수여한다. 수상작은 7월 10~12일 열리는 제43차 대한의사협회 학술대회장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부처는 자유인의 삶을 말한다’는 40년 동안 교육 현장을 지켜온 국어학자 서재철 전 강원교총 회장이 불교 경전을 통해 자유의 본질을 탐구한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부처를 신화적 성인이 아닌, 실존적 질문에 치열하게 응답했던 사유자로 그려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는 세상을 등지는 초연함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서 관계를 맺고 살아가되 집착하지 않는 용기다. 비움과 공의 지혜를 포기가 아닌 더 넓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인식의 혁신으로 풀어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국어학자로서의 시선을 더해 언어와 실재의 간극을 짚어내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마음의 공간이 열린다고 강조한다.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소유 중심적 사고를 통과해 부처의 가르침을 일상의 문장으로 끌어온 점이 특징이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유가 아닌 존재에 대한 성찰이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홍콩한국국제학교 교장을 역임하는 등 평생 교육에 헌신해 왔다. 이번 저술은 보살의 길을 사회적 책임과 소명으로 연결해 교육자와 생활인이 지녀야 할 태도를 함께 고민하게 한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과거의 문장이 자신의 일상과 맞닿는 경험을 하며 마음 챙김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서재철 지음, 북랩 펴냄.
제26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회장에 전민현(사진) 인제대 총장이 취임했다. 사총협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임시총회 및 이·취임식을 열고 전 총장이 신임 회장으로서 사립대학의 위기 극복과 구조적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전 회장은 취임사에서 향후 10년을 대학의 생존을 결정할 '골든타임'으로 규정하며 3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사립대 학생들도 국공립대 학생들과 차별 없는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공정한 평가와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대학 자체적인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건전성 제고를 위한 자정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재정 기반 마련을 위한 입법 활동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전 회장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공교육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고,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일몰 조항 폐지를 위해 국회 및 정부와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특히 유학생들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산업계가 참여하는 ‘원팀 협력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전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장형 회장’으로서 사립대학이 인공지능 전환 시대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지성의 요람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사립대학 자율화와 관련한 헌법 소원 추진 계획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심의도 함께 진행했다.
현장 교사들에게 던져진 과제 지난 1월 교육부가 ‘모든 학교에서의 사회정서교육 확대를 위한 맞춤형 현장 지원 강화’를 발표했다. 사회정서교육의 효과를 인정하여, 이를 학교교육과정 전반으로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은 교육 당국이 사회정서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고군분투한 한 해였다. 사회정서교육 교사연구회와 중점학급 운영은 교육부의 지난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회정서교육이란 무엇이고, 이를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현장에 여전히 남아있다. 교과수업·창의적체험활동·생활지도 전반에 걸쳐 사회정서교육을 실천하라는 지침과 달리 현장의 교사들은 당장 매일의 수업과 업무를 소화하기에도 하루가 벅차다. 정책 입안자는 지침이 가져올 변화를, 현장은 지침이 불러올 현실적 부담을 먼저 고민하기 마련이다. 사회정서교육의 활성화는 이 둘의 괴리를 좁혀나갈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이 괴리가 좁혀지기를 희망하며,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실천적 단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의 세 가지 키워드 ● 첫 번째 키워드 _ 기술의 체화 사회정서교육의 첫 번째 키워드는 기술의 체화(體化)이다. 사회정서교육은 사회정서역량이 요구되는 영역과 각 영역별 세부 기술을 제시한다. 사회정서교육이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의 총체로서의 기술 체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즉 학습자는 학교에서 배운 사회정서기술을 실생활에서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정서교육 수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충분한 연습 기회 및 피드백 제공’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회정서교육 수업은 그 특색을 잃고 만다. 따라서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사회정서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지’와 ‘기술을 연습할 시간적·공간적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사회정서교육 수업은 일상 수업과 분리된 거창한 기획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차시의 수업 속에서 한 가지 사회정서기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피드백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업 초반에 활동 목적과 흐름을 소개하고, 활동 과정에서 교사와 또래의 짧은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의 사회정서기술은 점진적으로 정교화될 수 있다. ● 두 번째 키워드 _ 친(親)사회정서교육적 수업 만들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할지라도, 한정된 학교 일정 속에서 학생들에게 충분한 연습 기회를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장 교사들에게 사회정서교육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해치워야 하는 숙제’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미 가르쳐야 할 내용이 산적한 상황에서 사회정서교육은 또 하나의 낯선 과제로 인식되기 쉽다. 이를 위해 필자는 ‘친(親)사회정서교육적 수업 만들기’라는 다소 완화된 시선을 제시하고 싶다. 사회정서교육을 학교교육과정 전반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심리적·물리적 부담을 덜어 적극적인 수업 구현 시도를 격려해야 한다. 다음은 교과수업 속에 사회정서기술 연습을 자연스럽게 배치한 하루의 예이다. - 6학년 담임인 교사 A는 아침 활동으로 ‘수직선 위에 기분과 강도 표시하기’를 한다. 이는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감정 인식 기술’을 연습시키기 위함이다. - 국어 발표하기 단원에서는 발표하기에 앞서 다 함께 경청 구호를 외치고, 한 학생의 발표가 끝나면 다른 학생이 발표 내용을 자신의 말로 바꾸어 다시 말하게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지식을 선언적으로 외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타인의 관점 이해하기 기술’을 실습하게 된다. - 표와 그래프를 배우는 수학 시간에는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언어 사용 실태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표와 그래프로 나타내게 한다. 그리고 동일한 소재로 바람직한 디지털 시민의 자세에 관해 이야기해 봄으로써 ‘바람직한 의사결정하기 기술’을 연마한다. 위 이야기는 교과수업의 짧은 활동 또는 소재를 활용해사회정서교육을 수업에 녹여낸 구체적인 예시이다. 핵심은 다양한 교과수업 속에서 ‘충분한 연습을 통한 사회정서기술의 체화’라는 사회정서교육의 지향점을 녹여내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정서교육은 기존 수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밀하게 다듬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어·체육·도덕 등 여러 교과수업과 연계한 주제 중심 수업이나 프로젝트 형태로 설계한다면 교사의 부담은 줄이면서도 교육적 효과는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당국 역시 이러한 현장의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교사들을 지원해야 한다. 단순히 별도의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활용 및 내실화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학교마다 사회정서교육을 앞서 시도하는 교사가 있기 마련이다. 이들의 경험과 후기에 귀 기울여 작은 성공 사례들을 찾아내고, 앞선 프로그램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정비하는 방향으로 사회정서교육의 현주소를 업데이트해 나가는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 ● 세 번째 키워드 _ SAFE 원리와 수업설계의 나침반 적극적으로 사회정서교육 수업을 실천하더라도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나?’라는 물음이 들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SAFE 원리이다. SAFE란 효과적인 사회정서교육의 기준으로 계열성(Sequenced)·활동성(Active)·초점화(Focused)·명시성(Explicit)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정서기술이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게, 학생의 실제 활동 속에서,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지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 활성화를 위해 교육 당국에 제언하고 싶은 점은 SAFE 원리처럼 현장 교사들이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는 실질적인 틀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형 사회정서교육은 수업 흐름을 ‘배우기 - 익히기 - 나아가기’ 3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사회정서기술을 인지적으로 이해(배우기)하고, 반복적으로 연습(익히기)하며, 실제 삶과 수업 속 적용(나아가기)하여 숙련해 나가는 수업 흐름이다. 교사들에게 필요한 나침반은 수업 흐름이 될 수도, 수업모형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이 스스로 점검하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이 현장에 공유될 때, 사회정서교육 수업은 개인의 열정에 의존하는 시도를 넘어 학교교육과정 속에서 지속 가능한 실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정서교육 수업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 정리하자면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의 단초는 기존 수업에 사회정서교육의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친사회정서교육적 수업’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 높은 하나의 수업이 아니라, 교실의 맥락에 맞는 작은 시도를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은 사회정서교육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교사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은 교육 당국이 지원해야 한다. 특히 사회정서교육의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가정 연계이다. 사회정서교육의 성패는 결국 교실 안과 교실 밖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회정서교육 연수에서 많이 들은 피드백 중 하나도 ‘이렇게 좋은 교육을 학교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한들 가정의 협조 없이는 교육의 선순환이 불가능하다’라는 것이었다. 가정 연계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사회정서교육의 성패가 학교 못지않게 가정의 태도와 실천에 달려 있음을 공유하고, 그 책임을 함께 나누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홍보에만 머무르다 보면 자칫 ‘학생의 마음건강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교사 개인이나 학교에만 있다’는 오해를 야기하기 쉽다. 나아가 적극적인 수업 재구성 및 생활지도가 가능하도록 교사의 수업권과 생활지도 권리를 보호하는 방안 또한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정서교육을 개별 교사의 헌신이 아닌, 공교육의 책임 있는 실천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현장 교사들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인프라가 차근차근 갖추어질 때, 사회정서교육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학교교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거리의 상가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1층을 제외하면, 2층부터는 학원과 병원이 빼곡하다.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공부하라면서도, 동시에 마음 건강을 위해 사회정서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요즘 학교의 풍경과 닮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사회정서학습은 마음을 치료하라는 교육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사회정서학습과의 만남 중학교 도덕교사로 9년을 보낼 즈음, 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말로 ‘악한’ 아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아이들은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개도(開導)해 보겠다고 교무실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 무렵, 대학원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사회정서학습을 알게 되었다. 사회정서학습은 그동안 내가 목말라했던 것, 즉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사회정서학습을 공부하게 된 계기였다. 그 후 사회정서학습을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고, 이를 교실에 적용해 보며 동료교사들을 설득해 연구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교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지만, 동시에 아이들의 변화를 보며 가르치는 일이 가장 재미있었고 설레었던 시기였다. 물론 모든 동료교사가 이런 시도를 반갑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매일 쏟아지는 업무로 숨 돌릴 틈 없는 학교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즘 사회정서학습이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주요 교육정책으로 추진되는 모습을 보면, 그 필요성을 느낀 사람이 나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정서학습과 관련한 정책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건 아닌데”라고 속으로 되뇌는 일이 많아졌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인가, ‘지혜인가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고 싶다. 첫 번째 질문이다. 교사 앞에서 자신이 맞다고 우기며 대드는 학생이 있다. 보통의 학생이라면 교사에게 보이기 어려운 불손한 태도다. 걸핏하면 분노를 터뜨리고, 욕설을 하며, 늦잠으로 인한 지각도 잦다. 이 학생은 마음이 아픈 것일까, 아니면 태도가 불량한 것일까? 두 번째 질문이다. 학부 시절 교직 선택 과목으로 생활지도와 관련한 과목을 한두 개 들은 것이 전부인 교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사회정서교육을 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정서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공감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는 막막할 것이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하고 싶어 자료도 찾아보고 연수에도 참여했지만, 인성교육이나 학폭예방교육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원래 하던 것과 비슷하다면 왜 새로운 정책으로 부과되어 업무를 늘리는가? 이 두 질문은 서로 맞닿은 부분이 있다. 아이들의 행동을 마음이 ‘아픈’ 문제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그동안 가르치지 않았던 무엇을 새롭게 가르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정말 마음이 아픈가. 답부터 말한다면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래와 어울리며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찾고 꿈을 키워야 할 시기에, 책상 앞에 앉아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려야 한다면 누구라도 아플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아프다’는 말은 병리적 상태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삶이 버거워 힘들다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삶은 원래 고단하고 아프다. 교사에게 대드는 아이도, 성적 때문에 불안한 아이도, 학교 일에 지친 교사도 우리 모두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아프다. 물론 그중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낫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두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 많은 경우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니라, 삶의 어려움 앞에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지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회정서학습이 필요한 지점이다. 사회정서학습이 ‘교육’이 아닌 ‘학습’인 이유 화가 났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 친구관계를 맺는 법, 갈등을 해결하는 법,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법,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법…. 사회정서학습은 이런 삶의 지혜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사범대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운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이러한 삶의 방법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연수도 듣고 자료도 찾아봤지만 원래 하던 교육들과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지 않으니 교사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회정서학습이 ‘학습’인 이유는, 그 대상이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교사 자신이 삶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학생에게 그것을 가르칠 수 없다. 실제로 CASEL은 사회정서학습을 아동과 ‘성인’이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과정으로 정의하며, 이는 단발성 수업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 일상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연습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의학계를 중심으로 개발되었고, ‘학습’이 아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되었다. 그 결과 삶의 지혜를 함께 배운다는 의미는 희미해지고, 이미 지쳐 있는 교사들이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유도 없이 학생들의 마음 건강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서 ‘공조’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조(co-regulation)는 한 개인이 자신의 정서·행동·사고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자기보다 숙련된 타인과 함께 상호적으로 조절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공조와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자기조절을 잘하던 아이도 자기조절이 어려운 어른과 함께 생활하면 자기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음이 지친 교사가 아이들에게 삶을 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기는 어렵다. 교사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불합리한 업무 환경의 개선, 교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교권 보장, 그리고 개인적 어려움을 다루고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배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 중요한 요소들이 정책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회정서학습 정책의 성패는 지도안 개발이나 선도교사 양성, 연수의 투입에 달려 있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왜곡된 교육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지도하며 사회정서학습의 의미를 고민하는 교사들이 보람을 느끼고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모델, 교사의 헌신이 아닌 연구와 시스템으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모델에 대한 개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마음 건강과 공동체 영역이 추가됐다고 설명되어 있다(서완석 외, 2024). 그러나 내가 보기에 CASEL의 사회정서학습과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모델의 가장 큰 차이는 내용보다는 실행 방식에 있다. 미국에서는 교육 관련 집단들이 연구기관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모집한 교사들이 프로그램 개발을 맡는다. 많은 교사가 헌신적으로 지도안을 개발하지만, 낮에는 수업과 행정에 시달리고 밤을 새워 단기간에 만든 프로그램에는 근거에 기반한 최선의 방법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결국 실험 연구보다는 교사의 개인적 공부와 경험에 의존해 지도안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 결과 예전에도 해 오던 내용들이 ‘사회정서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시되고, 교사들은 이것이 무엇이 다른지 여전히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교사는 어떤 정책이든 가장 먼저 손을 뻗어 일을 맡길 수 있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교사의 하루는 충분히 벅차다. 우리 아이들의 사회정서적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면, 대학과 교과교육 연구자들이 효과적으로 사회정서학습을 실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 교사들은 그다음 단계에서 현장 적용성을 검토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오히려 교사들과 먼저 소통해야 할 것은 이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학교의 여건이 과연 마련되어 있는지, 그 환경이 얼마나 위태로운지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결국 이 정책도 허울만 남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왜, 지금 ‘사회정서교육’인가? 이는 한마디로 우리 학교 현장이 직면하고 있는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과 도덕적 행동의 약화라는 복합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학생 10명 중 3명은 일상이 힘들 만큼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고(매일경제, 2024. 11. 22.),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감 경험률은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외로움 경험률은 증가하고 있다(교육부·질병관리청,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2024. 3.). 또한 자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자살한 학생은 2019년 첫해에는 3%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2023년에는 7배로 폭증한 21%, 즉 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EBS 뉴스, 마음 건강 심층기획, 학생자살사망보고서 단독 분석, 2024. 11. 12.).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대 자살률이 40~50대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중앙일보, 2025. 9. 10.). 이와 같이 학생이 겪는 불안·우울, 충동적 공격 행동과 같은 어려움은 정서적 결핍과 감정 조절 실패 그리고 또래 갈등의 심화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몇몇 특별한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학생이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기본적인 사회정서기술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생들 스스로에게 고통일 뿐만 아니라, 교실 분위기를 해치고 결국 학업성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는 2024년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 모든 학교급에서 연간 15차시 이상의 교육을 의무화하였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미국의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우리 학교현장의 특수성과 공동체의식을 반영하여 ‘보편적 예방교육’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사회정서교육은 학생의 긍정적인 성장과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해 사회정서역량 강화를 돕는 예방 중심적이고 체계적인 학교 기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정서교육은 분절된 예방교육 잇는 강력한 접착제 하지만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묻는다. “현재의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도 벅찬데, 비슷한 내용의 교육이 명칭만 달리하여 추가됨으로써 교사의 업무 부담만 더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따라서 사회정서교육이 왜 단순한 ‘추가 업무’가 아닌 학교교육의 ‘기초체력’이자 ‘통합적 해법’으로서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그 성공을 위한 조건을 제언하고자 한다. 먼저 사회정서교육은 왜 필요한가? 첫째, 학생에 대한 위기대응과 관련하여 볼 때 ‘보편적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생활지도는 문제가 발생한 후 개입하는 ‘사후 처방’ 중심이었다. 사회정서교육은 모든 학생이 자기이해와 자기관리 능력,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 능력, 책임 있고 협력적인 공동체적 삶의 능력 등을 갖추게 함으로써, 학폭이나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사전에 막는 강력한 방어기제 역할을 한다. 둘째, 분절된 예방교육을 잇는 ‘강력한 접착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 등은 각기 다른 법령과 전담 조직에 의해 시행되지만, 그 지향 목표와 핵심 접근 원리나 내용은 같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이다. 사회정서교육은 이러한 개별교육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운영체제(OS)’ 역할을 한다. 국내외에서 발표된 증거 기반 사회정서교육의 효과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학생의 사회정서역량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집중력과 끈기, 회복탄력성, 자기조절력, 대인관계 능력, 갈등해결 능력이 향상되어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회정서교육의 성공 조건은 교사의 안녕과 인격 중심의 통합적 접근 학생 각자가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정서교육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2026년부터 각급 학교에서 15차시 이상의 교육이 형식적인 ‘시간 때우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사회정서교육은 교사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아니라 분절적으로 운영된 인성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과 같은 의무교육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형 교육’으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즉 사회정서교육이라는 하나의 OS 위에 이러한 의무교육의 모든 가치를 녹여냄으로써 학생의 정서적 안정, 올바른 삶 그리고 학업성취도 제고라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실과 학교의 최일선에서 사회정서교육을 자신 있게 운영할 수 있는 교사 역량 함양을 위한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의 우리 교육정책들이 그렇듯이 사회정서교육도 잠깐 강조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흐지부지되겠지’라는 냉소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불식시키고 열정을 갖고 능동적으로 사회정서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교사연수 강화, 교육자료 지원,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 지원 활성화 등이 요청된다. 무엇보다도 교사의 정서적 안녕이 최우선이다. ‘교사의 행복이 학생 행복의 전제 조건’이라는 말은 사회정서교육에서 절대 진리다. 감정 소모가 극심한 교사들에게 학생의 정서를 돌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역효과를 낸다. 교사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돌보고 ‘최선의 나(Best Self)’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학생의 사회정서 기술과 인격의 조화로운 발달(Social-Emotional and Character Development, SECD)에 기반한 통합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사회정서교육의 핵심은 다양한 사회정서기술의 습득과 실천에 있다. 그런데 만일 가치중립적인 특성을 가진 사회정서기술이 올바른 목적·대상·방법으로 안내받지 못하면 나쁜 목적이나 내용을 위해 악용되어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감정인식기술(SEL)에 그치지 않고, 이를 도덕적 가치(Character)와 연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격분한 순간에 멈추는 ‘메타 모멘트(Meta Moment)’ 기술을 가르칠 때, 이것이 왜 필요한지(절제라는 덕목)를 함께 다루어야 한다. 기술이 엔진이라면 인격은 나침반이므로 이 둘이 결합된 접근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정서교육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셋째, 학교 전체 차원의 접근(Whole-School Approach)이 요구된다. 15차시의 수업만으로는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없다. 교실 내에서의 언어 습관, 갈등해결 방식, 학교의 징계시스템 등이 모두 사회정서적인 원리에 따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학교 분위기(School Climate)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 사회정서교육은 학생들에게 단지 ‘참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행복하게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2026년 전면 시행되는 사회정서교육은 또 하나의 부담이 아니라 학생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와 위기상황, 교사의 소진 극복과 정서 회복 및 소통 역량 강화를 위한 강력한 안전벨트로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교사의 인식 전환과 정책적 지원은 물론 학부모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사회정서교육이 학교현장에 안착할 때, 비로소 우리 학교는 비극적인 뉴스 대신 아이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가득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힘이 곧 실력이 되는 시대, 사회정서교육은 그 시작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업성취도와 함께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극과 극의 교육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대한민국. 최근 우리 교육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것이 ‘사회정서역량’이다. 사회정서역량은 결국 나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역량이다. 하지만 감정은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것 역시 현실이다. 사회정서역량 증진의 열쇠, 뇌 사회정서역량 증진의 열쇠는 ‘뇌’이다. 그리고 지덕체(智德體)가 아닌 체덕지(體德智), 신체에 기반한 정서 조절 증진을 위한 체험적 훈련이 핵심이다. 21세기 인류 과학이 제시하는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는 뇌이며, 모든 정보는 뇌의 활동을 통해 처리된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가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짓는 열쇠가 되며, 좋은 뇌 상태를 만드는 훈련과 습관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뇌’는 그동안 의학 영역에서만 다루던 주제였지만, 인류 과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뇌과학 연구가 20세기 말 들어 급부상했고, 21세기에는 뇌융합적 흐름이 의학·공학·심리학·인지과학·교육학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제1차 「뇌연구촉진법」을 시작으로 10년 주기로 기본계획을 발표해 왔으며, 2018년 대한민국 제3차 뇌 연구 기본계획 비전을 ‘뇌 이해 고도화와 뇌 활용의 시대 진입’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의 뇌과학은 선진국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뇌 활용 분야의 국가 차원 자격제도인 ‘브레인트레이너’를 국가공인화했다. 20세기가 지식과 기술 중심의 외적 역량을 키우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보이지 않는 내적 역량이 핵심 화두가 되는 시대임이 분명하다. 중동 알자지라가 주목한 한국형 브레인트레이닝 2024년 1월 21일, 중동의 대표 방송사인 ‘알자지라(Al Jazeera)’는 ‘Training the Brain in Hyper-Competitive South Korea(초경쟁 한국 사회에서 뇌를 훈련한다는 것은?)’라는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아랍권 국가에서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알자지라는 2024년 1월부터 인간의 웰빙 향상을 주제로 다양한 나라의 사례를 소개하는 시리즈 ‘마인드셋(Mindset)’을 방영해 왔으며,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고 있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조명했다. 스포츠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취를 보이는 한국 양궁을 소개하며 그 배경으로 ‘브레인트레이닝’을 다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화풀이 캠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드류 앰브로스는 초등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조절을 훈련하는 ‘화풀이 캠프’를 참관한다. 프로그램은 뇌와 레크리에이션의 합성어인 ‘뇌크리에이션’ 시간으로 시작된다. 이는 놀이와 게임을 통해 뇌를 활성화하는 과정으로, 아이들은 몸을 깨우는 뇌 체조를 병행하며 신체를 충분히 이완하고 활력을 얻는다. 이어지는 ‘브레인 힐링(스트레스 날리기)’ 시간은 감정을 건강하게 발산하는 단계이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일으킨 상황을 글로 적어보고, 실제로 신문지를 찢거나 발차기하며 억눌렸던 감정을 마음껏 표출한다. 참관한 프로듀서는 한국 초등학생들의 스트레스 수준에 놀랐다고 전했다. 다음 단계인 ‘브레인 명상’은 호흡과 메시지 트레이닝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정화하는 과정이다. 신체를 충분히 활성화한 뒤, 뇌파가 안정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명상은 아이들의 감정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명상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전체 프로그램을 마치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며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은 화풀이 캠프를 통해 욕하거나 화를 내는 행동이 자신의 뇌와 몸에 해롭다는 것과 감정을 잘 조절하는 일이 곧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화풀이 캠프의 핵심 요소는 신체 기반 프로그램, 명상 훈련, 전문 자격 소지자이며, 그 중심에는 감정을 바라보는 과학적 접근 방식이 있다. 감정은 마음의 영역이 아니다 ‘감정(Emotion)’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기분’, ‘외부 자극에 대한 단기적 인지 반응’ 등 학문적 접근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다. 오늘날 과학에서 바라보는 감정은 긍정이나 부정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 작용 그 자체다. 감정 기제 중에서도 공포는 생존과 직결되는데, 뇌를 가진 척추동물에는 공포 반응과 부정적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amygdala)라는 영역이 존재한다. 편도체는 대뇌변연계에 속하며, 감정적 정보 처리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외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 신호를 뇌 전체로 전달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유도한다. 만약 편도체를 제거한 쥐가 있다면 어떨까. 고양이와 함께 두어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다가간다. 기존의 공포 기억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감정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 기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감정이 생존을 위해 진화한 움직임이라면, 신체 균형의 깨짐이 감정 변화를 초래한다. 생명 중추 기제가 뇌의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더 상위에 있는 감정과 인지 사고에도 신체의 영향이 크다. 즉 감정이 신체보다 먼저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 균형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생물체의 기본 기제인 ‘항상성(Homeostasis)’이다. 항상성은 환경 변화 속에서도 생명 활동이 유지되도록 일정한 상태를 지키는 성질을 말한다. 항상성이 무너지면 자율신경계의 균형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율신경계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호흡이다. 호흡이 불안정해질 때 감정도 흔들린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자율신경계 중 호흡이 특별한 이유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호흡 훈련을 통해 자율신경계에 변화를 주고, 인체 항상성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두뇌 훈련 분야 국가공인 자격인 브레인트레이너 공식 교재에 ‘호흡 훈련’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뇌교육은 뇌를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활용과 계발의 대상으로 본다. 신체 감각이 회복되고, 그 감각을 인식하는 두뇌의 인지 기능이 확장되면 감정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조절의 대상이 된다. ‘감정은 내가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다’라는 원리를 체득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정서역량 강화의 열쇠는 뇌의 올바른 활용에 있다.
설득력 있는 글쓰기 설득력 있는 글쓰기는 명확성과 일관성을 요구하지만, 강한 어조의 단어와 문장을 요구하기도 한다. 약하고 수동적인 단어들 대신 강하고 능동적인 단어들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정적인 문장 구성과 자세는 기획안을 약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기부하지 않으면, 목표한 만큼 자금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표현과 ‘기부한다면, 자금 조달이 가능해져 중요한 자선 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다’는 표현을 비교해 보자. 같은 뜻이지만 긍정적인 어조의 문장은 긍정적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획자가 원하는 것을 실행하도록 설득하고자 한다면, 지나친 선전 문구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허무맹랑한 과장된 주장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문장으로 기획안을 구성해야 한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맞춤법과 철자법을 지켜야 하는데, 잘못된 철자법은 오타뿐 아니라 고유명사, 잘 쓰이지 않는 단어, 난해한 전문용어의 오자를 포함한다. 비록 작은 실수라도 매우 큰 손해를 유발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실수는 성의 없고 부정확한 문건이라는 인상을 주고 기획안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글의 효과를 발휘하게 하려면 글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 바를 정의 내려라. 그리고 항상 자신의 숨은 의도를 확인하고 그 내용을 글 속에서 구체화하라. 글을 쓰는 목적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이 글을 씀으로써 얻고자 하는 결과는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먼저 구해야 한다. 글을 쓰고자 할 때 숨겨진 목표(sub agenda)를 명료하게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숨겨진 목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글의 어떤 내용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what is in it for me?)’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당신의 메시지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항상 자문해 보라. 다음 ‘예시❶’을 보고 생각해 보자. 예시❶ 제가 우리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이달의 인물로 선정되어, 이를 알려드리고자 연락드립니다. 상공회의소 측에서는 이를 축하하기 위해 10월 5일 오찬회를 열 예정입니다.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작성한 글일까? 글의 숨겨진 목표는 무엇일까? 몇 가지 예를 제시해 보면 상공회의소에서 준 상은 자원봉사자로서뿐 아니라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상임을 자랑하고 싶을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이 속한 회사가 자신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어준 것과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자 할 수도 있다. 오찬회를 통해서 회사나 회사의 제품, 회사가 지역사회에 공헌한 내용 등을 언급하는 수상 소감 발표를 할 예정일 수도 있고, 축하 오찬에 자기 손님으로 참석하게 하여 상공회의소의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숨은 목표도 담겨 있을 수 있다. 만약 글의 목표가 자신의 향상된 가치를 입증하고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것이었다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예시❷’ 글을 작성할 것이다. [PART VIEW] 예시❷ 제 직업의 전문성과 지역사회에 공헌한 바를 인정하여 ○○상공회의소가 저를 ‘이달의 인물’로 선정하였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수상식은 10월 5일 오찬회에서 있을 예정으로, 귀하를 오찬회에 모시고자 합니다. 이날 제가 간단히 수상 소감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때 우리 회사에 대하여, 특히 회사의 경영진 차원에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얼마나 많이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실로 우리 회사의 ‘좋은 이웃’ 프로그램 덕분에 지역자선단체를 도울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며, 이에 대한 감사 표시를 수상 소감 발표 때 공개적으로 하고자 합니다. 오찬회에 참석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참석해 주신다면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께 귀하를 소개하는 기회도 얻고 싶습니다. 어떤가? ‘예시❷’에서 숨은 목표도 파악될 수 있고, 글을 쓰고 받게 될 보상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을 통해 자신의 자리매김을 공고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사의 봉사 정책을 강조함으로써 본인과 관계자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보게 만들었다. TIP _ 설득력 있는 글쓰기 체크리스트 -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잘 포착했는가? - 명확하게 서술하고, 빠진 것은 없는가? - 논리에 허점은 없는가? - 설득력 없는 주장은 없는가? -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설득적인가? 출처 _ 정경수,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 원칙(2019) 알찬 기획안과 문제 설정 기획안을 쓸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문제 설정이다.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해결하는 방법도 바뀐다. 관점은 기획자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말한다. 비슷한 문제를 과거에 어떻게 해결했는지, 새로운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기획의 배경과 목적’에 정리한다. 둘째, 기획의 배경과 목적을 정리하였다면, 문제 해결 과정을 눈에 보이게 나타낸다. 이 과정은 구조화와 관련이 있다.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 해결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해결한 후에 얻는 이익 등을 제시한다. 각각의 항목을 주제별로 나열하면 기획의 ‘차례(목차)’가 된다. 셋째, 해결책을 가설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한다. 가설은 실행계획과 결과에 반영되므로 소요 시간과 기대 성과는 가능하면 정량적 수치로 표현한다. 실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가설을 만들고 사실과 사례를 근거로 들어서 가설이 해결책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째, 가설을 검증한 자료를 보여준다. 앞에서 만든 가설은 사례와 자료를 수집하면서 검증한다.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해도 검증이 완벽할 수 없다. 다섯째, 해결책이나 대안을 시뮬레이션하고 가설을 수정한다. 시뮬레이션하면서 실현 가능성과 더 좋은 방법을 찾는다. 가설은 직관적인 사고를 통해서 나오기 때문에 미흡하고 논리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기획안의 마지막 단계는 퇴고다. 문서 작성을 완료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사이토 다카시는 직장인을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에서 ‘퇴고가 단어와 문장을 바꾸고 내용을 더욱 좋게 고쳐 쓴다는 뜻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하였다. 기획안의 퇴고는 가설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부터 비용 및 위험 요인 등을 정확하게 읽어 내고, 실행 가능성, 투입한 비용과 효과, 이익 등을 더 명확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참고로 알찬 기획안인지 확인하고, 점검을 위해 필요한 기획의 3P에 입각한 체크리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기획안을 읽는 사람 - 기획안을 읽는 사람이 복수인 경우 최고 결정권자의 이해도에 맞춘다. - 기획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면 핵심만 간략하게 쓴다. - 이해도에 따라 난이도, 페이지 수, 첨부 자료를 결정한다. - 결정권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한다. - 기획안을 채택 또는 반려하는 의사 표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대비한다. ● 현재 상황/문제 - 기획의 목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기획안을 작성하는 기한을 확인한다. -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기획안은 짧게 정리한다. -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즉시 실행해서 성과를 얻는 해결책과 근본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없애는 방법을 제시한다. - 기획안을 검토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분량과 난이도, 첨부 자료를 결정한다. - 과거에 유사한 기획안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해결 방법과 결과를 정리한다. - 조사 대상과 방법이 적절한지 확인한다. ● 해결 방안/ 실행 계획 제안 - 실행한 후에 얻는 이익을 단기/중장기/장기 이익으로 구분해서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 브랜드 인지도 상승, 이미지 제고 등 정성적인 이익도 객관적인 판단 기준과 함께 제시한다. - 발표용 문서, 출력용 문서(하드 카피)가 필요한 경우 두 가지 모두 준비한다. 가끔 기획안을 작성할 때 부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부제를 사용하는 것은 기획안의 제목을 보강하는 효과가 있다. 부제를 쓰는 목적은 기획안의 주제를 더욱 명확히 밝히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는 공간과 풍미를 주는 것이다. 부제도 제목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문장일 필요는 없다. 부제는 제목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제목보다 약간 작은 글씨로 두 줄을 넘지 않게 한다. 부제는 단어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부제는 이차적 수준의 정보를 첨가하여 기획서의 주제를 명확히 해 주지만,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요소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기획의 실제 _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는 교육부의 ‘공간 재구조화 사업 실행계획’을 분석해 본다. 본 계획안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학교시설 재구조화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40년 이상 노후된 학교시설이 증가함에 따라 학습자 중심의 질적 공간 성능 향상으로 전환하고, 향후 유휴공간에 대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적자원 부족이 국가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지 않도록, 노후 학교시설 개축·리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전환시대에 부합하는 교수·학습혁신이 가능한 미래형 학교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정리되어 있다. 본 시행 방안은 급변하는 디지털·AI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한 인프라 확충과 관련한 기획안 작성에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 정리된 자료에서 강조하여 표기한 핵심 개념과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유사 주제와 관련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 공간 재구조화 사업 실행계획 Ⅰ. 추진 배경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학교시설 확충에서 학습자 중심의 질적 공간 성능 향상으로 전환하고, 향후 유휴공간에 대한 활용 방안 모색 필요 * 학령인구(초·중·고): (2023년) 533만 → (2025년) 510만 → (2030년) 407만 → (2035년) 322만 명(통계청) •40년 이상 노후 학교시설은 지속 증가하여(연평균 202만㎡) 학생 배치, 지속 가능성 및 건축물생애주기비용(LCC) 등을 종합 고려한 개선 필요 •저출생·고령화, 청년인구의 수도권 이탈 등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에 문제 해결 대안으로서 지역사회에서 학교 역할에 대한 기대 증가 ⇒ 학령인구 급감, 학교 노후시설 증가 및 지역에서의 학교 역할 강화 등을 종합 고려한 시도교육청 주도의 공간 재구조화 사업 추진 Ⅱ. 사업 실행계획(안) 1. 사업 개요 •(사업 목적) 노후 학교시설 개축·리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전환시대에 부합하는 교수·학습혁신이 가능한 미래형 학교로 전환 •(사업 물량) 40년 이상 경과한 학교 건물 중 1,700동(1동은 2,750㎡) •(시도교육청별 중장기계획 수립) 배정 물량, 사업비, 교육청별 노후시설 현황 및 자체 재정 여건, 지역특화 등을 고려한 자체 계획 수립 - 40년 이상 노후시설 현황 분석, 추진 물량 및 시기, 연도별 투자 계획(공간 재구조화 사업비 + 자체 예산), 5년 후 성과 목표 등 제시 - 계획 물량(사업비)이 배정 물량(사업비)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여 타당성 증명 필요 - 시도교육청 중장기계획에 근거하여 달성도를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반영하여 공간 재구조화 사업의 실행력 담보(2025~) 2. 추진 방향 ■ 교육과정을 뒷받침하는 공간 재구조화 •입학 초기 적응 활동, 놀이 및 신체 활동을 강화하고, 양질의 교육·돌봄 통합서비스 제공,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 재구조화(초등) - 공간 재구조화 대상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운영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교육) 및 돌봄(휴식·놀이 등) 공간* 의무 반영 * 늘봄학교 공간은 전용공간 확보, 공용시설 활용, 일반·특별교실 연계 활용 등 학교 •자유학기제 및 고교학점제를 통한 개별 맞춤형 교육과정 구현을 위해 다양한 규모, 유연한 공간 활용 및 다목적성의 학습공간 조성(중등) •사용자 참여 결과를 토대로 설정한 학교별 중점·특색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학교의 중점(특화) 공간과 연계공간 조성(공통) ■ 디지털·AI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한 인프라 확충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확대 및 에듀테크를 활용한 학생맞춤교육 등을 위해 네트워크 고도화, 충전 환경, 지원 공간 등 인프라 필수 개선 ■ 지역 중심으로서의 학교 역할 강화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른 지역소멸 위기에 학부모·지역주민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체육·문화·예술 공간 조성 - 특히 소규모학교나 폐교 위기 학교는 사전기획 단계부터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한 지역사회와 연계한 공간 조성(복합화 요소 강화) ● 시사점 •기획은 무엇인가 일을 준비하고, 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는 등 어떤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기획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행해야 할 일련의 프로세스를 계획에 녹이는 작업이므로, 전체 또는 세부에 걸친 구상을 정리하고 제안하는 창의성을 요구한다. 기획은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문제상황을 개선하고, 미래지향적 환경을 창조하거나 발전시키고자 하는 필요에서 시작한다. 교육부의 ‘공간 재구조화 사업 실행계획’은 학령인구 급감, 학교 노후시설 증가를 현실적인 문제상황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미래지향적 학교시설의 재구조화 및 학교교육 역할의 강화 등을 종합 고려한 시도교육청 주도의 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기획의 기본 프로세스는 논리화 작업(기획이 사리에 맞는가?) → 기획의 배경 설정(현재 상황 분석, 정보 수집 등) → 기획의 분석(전제 조건 확인, 과제 설정, 과제의 종합 및 정리) → 기획의 평가(과제 포인트 파악, 현재 상황과의 대조, 방향의 집약) → 현실화 작업(현실화 필요한 것 착상) → 기획의 구상(목표의 설정, 콘셉트의 정립, 아이디어의 발상) → 기획의 설계(구체적 시안 입안, 실시 계획 책정, 기획서 작성) → 기획의 성취(프레젠테이션, 기획의 실시, 피드백 실시)로 정리할 수 있다. •교육부의 계획안을 분석할 때 기획의 기본 프로세스에 입각하여 구상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따져보다 보면 자신의 기획 역량 및 관점이 진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나 교육청의 기획안에 자주 나타나는 단어(밑줄 처리한 단어)들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활용해 보는 연습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지난 호에서는 교원의 휴가에 대한 법적 근거와 개념·종류 등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교원의 휴가 종류 중 연가·병가·공가의 개별 원칙과 운영 방법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교원의 연가 1) 교원의 연가 사용 원칙 수업일* 중에는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5조에서 정한 제1호부터 제9호까지의 연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학교 업무 및 교육과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가를 사용할 수 있다. *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에 따른 수업일로서 학교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출근일을 의미 2) 재직기간별 연가일수 3) 재직기간 ① 재직기간은 「공무원연금법」 제25조 제1항 내지 제3항에서 규정한 재직기간(연금합산 신청 또는 기여금 불입여부에 관계없음)의 연월일수를 적용하며, 휴직·정직·직위해제기간 및 강등처분에 따라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기간은 재직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 다만 육아휴직(복무규정 제15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기간) 및 법령에 의한 의무수행이나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은 재직기간에 산입한다. ※ 시간선택제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재직기간에 합산하여 산정하며, 이 경우 근무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근무기간 전체를 산입함. ② 재직기간은 연가 사용 직전일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PART VIEW] 4) 연가일수의 가산 연도 중 결근·휴직(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휴직은 제외)·정직·강등 및 직위해제된 사실이 없는 교원으로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교원에 대해서는 재직기간별 연가일수에 각각 1일(총 2일 이내)을 가산한다. 1. 병가일수가 1일 미만인 교원(단,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18조 제2항의 공무상병가만을 사용한 경우 연가 가산 대상에 해당) 2. 연가실시일수가 3일 미만인 교원 ※ 연가가산은 1년간 성실히 근무한 데 대한 보상이므로 연도 중 임용되어 1년 미만 근무한 공무원에게는 해당되지 않음. 5) 연가의 미리 사용 ① 교원(연도 중 휴직·퇴직예정자 제외)에게 연가일수가 없는 경우 또는 당해 재직기간의 잔여 연가일수를 초과하는 휴가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다음 재직기간의 연가일수를 다음 표에 따라 미리 사용하게 할 수 있다. ② 다음 재직기간의 연가를 미리 사용하는 것은 해당 교원이 실제로 다음 재직기간의 전 기간을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연도 중 휴직·퇴직예정자는 연가 미리 사용 가능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③ 연가 미리 사용은 별도의 사전 결재를 받고, 나이스상 신청·승인을 해야 한다. - 휴직·연도 중 임용 등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이 존재하여 연가가 공제된 경우, 초과 사용된 연가에 대해서 연가 미리 사용에 대한 사전 결재 없이 쓴 경우에는 결근 처리한다. - 미리 사용한 연가일수는 다음 재직기간의 연가일수에서 빼므로, 다음 연도 연가를 미리 사용하였다는 근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6) 연가일수의 공제 ① 휴직(법정의무수행 휴직이나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휴직한 경우는 제외), 연도 중 임용된 경우 임용되기 이전 기간 등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을 제외하고 다음 산식에 의하여 산출된 일수를 부여한다. ② 이 경우 해당연도 중 사실상 직무에 종사한 기간은 월로 환산하여 계산하되, 15일 이상은 1월로 계산하고, 15일 미만은 이를 산입하지 아니하며, 산식에 의하여 산출된 소수점 이하의 일수는 반올림한다. ※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 •퇴직자의 경우 미근무기간 - 다만 사실상 근무기간의 연속성이 유지되면서 일반직·특정직,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으로 임용 등 다른 직종의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해 퇴직하는 경우는 제외 예) 6월 30일에 일반직 공무원에서 퇴직하고, 동일한 날(6.30)에 외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 •연도 중 임용자의 경우 미근무기간 •1개월 이상 연속된 교육파견기간(「공무원임용령」 제41조 제6항에 따른 수습행정관 파견기간은 제외) •연간통산 병가(공무상병가 제외) •정년퇴직예정자 퇴직준비교육기간 •연도 중 군입대한 경우 입대 후의 미근무기간과 복직시 군에서 근무했던 기간 •1개월 이상 연속한 국외교육훈련파견 등의 경우 그 파견기간 •대기발령 등으로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아니한 기간(소속 기관장으로부터 특정한 업무(국정과제 등)를 부여받은 경우 제외) •직제와 정원의 개폐나 예산의 감소 등에 따른 폐직·과원 등의 사유로 보직을 받지 못한 기간(소속 기관장으로부터 특정한 업무를 부여받은 사람은 제외) ③ 반일연가 1회는 4시간으로 계산하므로, 반일연가 2회는 연가 1일로 계산하여 공제한다. 따라서 반일연가 5회인 경우는 연가 2일과 반일연가 1회가 된다. ④ 지각·조퇴·외출·반일연가는 종별 구분 없이 각각의 시간을 모두 합산한 후 8시간을 연가 1일로 환산하여 공제한다. 2. 교원의 병가 1) 병가의 종류 ① 일반병가는 다음의 경우에 연간 60일의 범위 안에서 승인권자(학교장)가 승인할 수 있다. -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 감염병에 걸려 그 공무원의 출근이 다른 공무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② 공무상병가는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요양을 요할 경우 연간 180일의 범위 안에서 승인권자(학교장)가 승인할 수 있다. 다만 병가사유가 동일한 경우에는 연도의 구분 없이 180일의 범위 안에서 승인할 수 있다. - ‘동일한 사유’라 함은 동일한 사고·사안을 말하며, 최초의 질병·부상으로 인해 추가 질병이 발생한 경우 동일사안으로 처리하여 연도 구분 없이 180일의 공무상병가 사용 가능 2) 병가일수의 계산 ①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지각·조퇴 및 외출은 각각의 종별 구분 없이 누계시간으로 계산하여 누계 8시간을 병가 1일로 계산한다. ② 진단서를 제출하여야 함에도 제출하지 못한 병가일수는 이를 연가일수에서 공제하고 병가일수에는 산입하지 아니한다. ③ 2개년도에 걸쳐 30일을 초과하는 병가의 경우에는 연도별로 구분하여 각각 30일 이상인 경우에만 공휴일과 토요일을 휴가일수에 산입해야 한다. ④ 휴가기간이란 휴가시작일과 종료일을 말하므로 각각 다른 사유의 병가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연간 각 병가기간의 총합이 주말을 포함해 30일 이상인 경우에는 일반병가 사용 기간에 공휴일과 토요일을 휴가일수에 산입한다. [사례①] A질병으로 4일간(화·수·목·금) 병가를 쓰고, 다음 주 월요일 1일 출근한 후 화요일부터 B질병으로 25일(토요일과 공휴일 합산 시 36일)의 병가를 사용한 경우 - 각 병가의 시작일부터 종료일까지의 병가기간(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으로 합산하였을 때 총 병가기간은 40일이 됨. 이 경우 ‘각 병가기간의 총합’이 30일 이상이 되므로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하여 총 40일의 병가를 사용한 것임. [사례➁] 연간 사용한 각각의 병가일수 합산이 30일을 초과할 경우 토요일과 공휴일도 포함하여 계산 ① 병가를 3일(월·화·수) 사용 ② 병가를 5일 사용(수·목·금·토·일·월·화) ③ 병가를 15일 사용(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 ④ 병가를 10일 사용(월·화·수·목·금·토·일·월·화·수·목·금) ⇒ 연간 병가일수: ①3일+②7일+③19일+④12일=41일 3) 병가의 운영방법 ① 연간 누계 6일까지는 진단서의 제출 없이도 병가를 사용할 수 있으나, 7일 이상 연속되는 병가와 병가의 연간 누계가 6일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의료법」 제17조에 의하여 교부된 진단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 병가 전체를 합산하여 연도 중 최초 6일까지만 사전 진단서 제출 없이 병가 사용 가능 -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연가 활용 ② 동일한 사유의 병가는 최초 제출한 진단서로 갈음할 수 있다. 동일한 사유 여부는 기관장(학교장)이 진단서 등의 내용을 감안하여 결정하며, 연가사유의 고의적 병가처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동일한 사유의 질병임을 검진하기 위한 병가를 신청할 때는 기관장(승인권자)이 결정하되, 이후 진단서 등을 확인하여야 함. ※ 진단서 제출과 병가 승인 • 병가 및 병조퇴 등이 연간 누계 6일을 초과하는 경우, 병가 승인을 위하여 진단서 제출이 필요합니다. - 예를 들어 감기 몸살 등으로 진단서 없이 하루이틀 등의 병가를 사용했을 경우 6일까지는 가능하나 6일 초과부터는 진단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진단서를 미제출 시에는 연가일수에서 공제하여야 한다. • 연간 누계(6일)에 산입되지 않는 병가 사용에 대하여 소급하여 진단서를 제출할 수 없다. - 사례①: A질병으로 최초 6일간 병가 사용 후(진단서 제출하지 않음), A질병으로 병가를 추가 사용할 경우 → A질병에 대한 진단서 제출 - 사례②: A질병으로 최초 6일간 병가 사용 후(진단서 제출), A질병으로 병가를 추가 사용하는 경우 → 최초 진단서로 갈음할 수 있으나, 동일한 사유 여부는 기관장(승인권자)이 진단서 등의 내용을 감안하여 결정하며, 연가 사유의 고의적 병가 처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함. 다만 행정기관의 장은 직무수행 가능여부 판단을 위해 추가 진단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음. - 사례③: A질병으로 최초 6일간 병가 사용 후 B질병으로 추가 병가를 사용할 경우 → B질병에 대한 진단서 제출 교육부 및 인사혁신처 질의회신(2019. 10. 23.) ③ 일반병가와 공무상병가의 사용일수는 각각 별도로 운영한다. - 공무상병가기간 만료 후에도 직무수행이 어렵거나 계속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있다. - 공무상병가·일반병가·연가·질병휴직은 사용 요건을 충족한다면 휴가 승인권자(학교장)와 휴직 임용권자의 명령을 거쳐 사용할 수 있다. 단, 질병휴직은 질병·부상의 완쾌 등 휴직사유의 소멸 시 복직할 수 있으므로, 질병휴직기간 만료 시 동일한 사유로 연속하여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없다. ※ 휴직기간 만료 후 복직하여 정상근무 중 동일질병 또는 부상이 재발된 때에는 복직 후의 근무가 정상적인 상태로 상당기간 지속된 경우에만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있음. ④ 병가의 기간은 학교장(승인권자)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수행 가능여부와 진단서의 내용을 감안하여 결정하되, 학교장(승인권자)은 소속 공무원의 병가사용이 질병의 치료와 감염위험의 차단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기관장(학교장)은 병가기간과 관계없이 직무수행 가능여부 판단을 위해 필요시 추가 진단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음. 4) 공무상병가제도의 운영상 유의사항 ① 공무상병가의 실시에 있어서 공무상질병·부상사실 여부, 병가기간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의 규정에 의한 요양승인 결정 범위 내에서 기관장이 진단서와 해당 공무원의 직무수행 가능여부 등을 감안하여 결정한다. ※ 요양승인의 결정기간을 벗어난 기간에 대해 공무상병가를 승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② 공무상요양승인기간 중이라도 공무상병가일수 180일이 만료된 후에는 동일한 사유로 재차 공무상병가를 승인할 수 없다. ③ 인사혁신처에 공무상요양승인을 신청하여 심의 중에 있으면 그 결정서를 통보받을 때까지는 일반병가와 연가를 승인할 수 있으며, 이후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결정된 때에는 사용한 일반병가와 연가를 공무상병가로 소급 처리할 수 있다. 이는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본인이 원하는 경우 공무상병가로 소급 처리하지 않거나 일반병가·연가의 일부만 소급 처리할 수도 있다. ④ 일반병가 및 연가를 모두 사용한 후에도 공무상요양승인이 결정되지 아니하여 질병휴직 중인 경우, 휴직기간 중에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결정된 때에는 당초의 일반병가·연가·휴직처분을 취소하고 공무상병가로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임용령」 제57조의7 제6항에 따라 당초의 일반병가·연가는 공무상질병휴직으로 처리할 수 없다. ※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출근하지 못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병가·연가·휴직 등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경우 업무담당자는 해당 교원의 의사(意思)를 확인한 후 근무상황을 처리함. 병가·연가는 본인의 신청에 따라 부여하여야 함. 다만 갑작스러운 발병이나, 본인이 의식불명 등으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족이 휴가 신청을 대행할 수 있음. 3. 교원의 공가 1) 교원의 공가 사용원칙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 제7조에서 정한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공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공가를 사용할 수 있다. 2) 공가제도의 운영상 유의사항 ① 복무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학교장(승인권자)은 공가 사유에 대한 증빙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② 학교장(승인권자)은 공가 사유에 직접 필요한 기간 또는 시간*에 대하여 공가를 승인할 수 있다. * ‘직접 필요한 기간(시간)’에는 검사일의 당일에 왕복 소요일수(시간)를 가산할 수 있음. ③ 수검 의무가 없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 따른 건강검진의 확진검사와 「결핵예방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결핵검진의 확진 검사는 공가 대상이 아님. ※ 「산업안전보건법」 제129조부터 제131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건강진단 중 의무사항으로 규정된 확진검사는 공가 대상임. ④ 공무원 노조활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공가처리를 할 수 없다. - 「공무원노조법 시행령」 제3조의3 제2항에 따른 근무시간 면제자 - 노조의 단체교섭 및 협의와 관련하여 사진 촬영과 참관 등을 위해 참석하거나 사무처리를 위하여 동행하는 인원 - 노조의 자체규약 등에 의한 총회·대의원회·조합연수·조합행사·설명회·집회 및 기타 조합회의 등에 참석하는 경우 - 「공무원노조법」에 의한 근거 없이 최소 설립 단위의 정부 교섭대표 및 각급 기관과의 협의를 위해 참석하는 경우 등 ⑤ 제1급 감염병에 대하여 예방 접종을 받는 경우, 공가 부여 기준은 다음과 같다. -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제1급 법정감염병에 한정하며, 인플루엔자 등 일반 독감 예방 접종은 미해당 - 접종기관으로 이동·복귀시간, 접종소요시간 등 예방 접종에 직접 필요한 시간만큼만 부여 3) 공가의 사례 [사례①]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기술자격취득자의 경우 자격의 유지를 위한 개별법령에 따른 보수교육에 대하여는 공가 처리. 다만 공무원 임용시 「국가기술자격법」 기타 개별법령에 의한 자격취득이 공무원 임용요건으로 의무화된 경우에는 교육 파견 절차에 따라 처리 [사례➁] 구속된 경우 기소 전까지는 공가 처리 ※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헌법정신을 감안하고 불기소·기소유예 등의 경우에 대비. 다만 직위해제 등 인사조치를 신속히 취하여 공가기간을 최소화시켜야 함. [사례③] 징계·소청·행정소송 등에 있어서 업무담당 공무원의 출석은 출장 처리하고, 당사자 및 참고인은 공가 처리. 다만 그 내용이 공직 신분과 무관한 사항은 연가를 활용해야 함. [사례➃] 민사소송의 당사자로서 출석할 때는 연가를 사용하여야 함. 다만 민사소송 절차에 업무상 관련이 있는 공무원이 당사자(정당한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제기된 소송에 한함)일 경우는 공가 처리. 민사소송 절차에 업무상 관련이 있는 공무원이 참고인·증인 또는 감정인으로 출석요구에 응할 때는 공가 처리.
최근 교육전문직 선발 면접은 지식 확인을 넘어, 현장 적용 가능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2025학년도부터 역량 중심 면접을 본격화하며, ‘가치 선택, 정책 언어화, 실행 설계, 갈등 관리’까지 한 번에 평가하는 문항 구성을 강화하였다. 본고에서는 2025학년도 경기도 면접 복기 문항과 예시 답안을 바탕으로, 문항 의도와 평가 포인트, 3분 답변 구조화 방법을 연재 형식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세부 내용은 이어지는 글에서 문항 유형별로 구체화하겠다. 하부루타식 면접 _ 문항 및 문항 분석 ● 문항 다음의 셋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경기미래교육에서 중요한 이유(선택의 이유)를 말하고, 현재 경기도교육정책에서 실현되고 있는 정책을 말하고, 앞으로 이를 추진함에 있어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말하시오. (※ 각각 3분씩 2명. 뒷번호 먼저 발표, 다음 앞번호 발표) ● 문항의 핵심 요구 가치 선택, 정책 언어화, 실행 설계, 리스크 관리 ● 평가 목표 •교육가치 및 철학 기반의 판단 역량 3가지(공동재/공존/공정)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경기미래교육에서 왜 중요한지 ‘가치-목표-근거’로 설명하는 능력 •정책 이해 및 정합성 역량 선택한 가치를 현재 경기도교육정책의 정책-사업-제도 사례로 연결해 설명하는 능력으로 개인 의견 제시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정책 언어로 번역해 제시하는 능력 •현황 진단 및 비판적 분석 역량 추진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을 실제 행정·현장 관점(인력/예산/제도/학교업무/이해관계/격차/데이터 등)에서 현실적으로 짚는 능력 •정책기획 및 문제해결 역량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제시하는 능력(대상, 추진체계, 단계, 지원수단, 협업 구조, 일정, 성과지표까지 구체화) •리스크 및 갈등관리 역량 민원, 형평성 논쟁, 학교 자율성, 성과 압박, 개인정보/AI 윤리 등 예상되는 갈등을 사전에 관리하는 설계 역량 •성과관리 및 환류 역량 추진 결과를 어떤 지표로 확인하고, 어떤 방식으로 개선 환류할지 제시하는 역량이며, 제한 시간 3분에 맞게 핵심을 구조화해 구술하는 역량 [PART VIEW] ● 답안 구성 : 선택한 가치 명확히 선언 •선택 이유(50초) : 가치-목표-근거 순으로 압축 설명 •현재 정책 사례(50초) : 정책, 사업, 제도 중 1~2개로 구체화 •예상 문제점(35초) : 현장, 행정, 이해관계 관점에서 2가지 정도 •해결 방안(35초) : 추진 주체, 지원 수단, 단계, 지표까지 실행형으로 제시 면접 답변 예시(3분) ● 2번 발표 / 선택: 공동재로서의 교육 경기미래교육에서 중요한 가치로 저는 ‘공동재로서의 교육’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미래 사회로 갈수록 교육이 개인의 성공 수단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첫째, 경기교육을 공동재로 바라보는 관점은 교육의 책임 주체를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장시킵니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학습격차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곧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경기미래교육은 교육을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 자산, 즉 공동재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현재 경기도교육정책에서도 공동재 관점은 다양한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보장, 교육복지 지원, 지역교육협력체계 구축은 교육을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공공 영역으로 설계한 사례입니다. 특히 지역사회·지자체·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생태계 구축 정책은 공동재로서의 교육철학이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예상됩니다. 첫째, 교육을 공동재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교육을 개인 투자로만 인식하는 시각이 강해 정책 수용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둘째, 지역 간 재정·인프라 격차로 인해 공동재 정책이 오히려 불균형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교육청 차원에서 공동재로서의 교육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소통과 공론화를 강화해야 합니다. 정책의 취지와 효과를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둘째, 취약 지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 지원을 통해 공동재 정책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경기미래교육은 ‘특정 집단의 성취’가 아니라 ‘모두의 성장’을 담보하는 공공 기반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면접 답변 예시(3분) _ 1번 발표 / 선택: 공존으로서의 교육 경기미래교육에서 중요한 가치로 저는 ‘공존으로서의 교육’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미래 사회일수록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일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되기 때문입니다. 첫째, 현재 학교 현장은 이미 공존의 현장입니다.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 다문화·이주배경 학생, 특수교육 대상 학생, 정서·행동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한 교실에서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존이 교육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지 못하면, 갈등은 반복되고 교육의 질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존은 경기미래교육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경기도교육정책에서도 공존의 가치는 이미 다양한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습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 회복적 생활교육, 다문화·특수 통합교육정책은 서로 다른 학생이 배제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공존 중심 정책입니다. 특히 교실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관계 회복의 절차가 작동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공존을 선언이 아니라 실행 규칙으로 전환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관계 회복을 중심에 둔 생활교육정책은 공존이 교실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그러나 향후 추진과정에서는 문제점도 예상됩니다. 첫째, 공존정책이 현장에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공존의 가치가 추상적으로 전달될 경우, 교사와 학교마다 해석과 실행 수준의 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공존정책이 교사의 추가 업무로 인식되지 않도록, 수업과 생활지도를 직접 돕는 지원체계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존 중심 수업설계 자료, 갈등상황 대응 매뉴얼을 제공함으로써 현장의 부담을 줄이겠습니다. 둘째,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공존 실천사례를 공유하고 찾아가는 장학을 통해 학교 상황에 맞는 컨설팅을 제공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공존이 선언적 가치에 머무르지 않고, 경기미래교육의 일상적 운영 원리로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호 피드백 ● 문항 상대방 의견에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말하시오. (※ 상대방 의견 반영. 1분씩 2명 발표) ● 답안 구성 원칙 •상대방 핵심 가치 정확히 요약 •비판 금지 관점 확장·결합 •마지막은 항상 경기교육 전체 효과로 마무리 ● 면접 답변 예시(1분) _ 2번 → 1번 의견 발전(공존을 공동재 관점으로 확장) 선생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공존을 경기미래교육의 핵심 가치로 보시고, 교실 안에서 다양한 학생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관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공존을 생활교육과 수업 운영 전반의 기준으로 보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면, 공존의 가치를 학교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공동재의 관점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존이 필요한 학생 지원을 학교만의 과제로 두기보다, 지역복지·상담·의료기관과 연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면 공존은 개인의 배려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공존정책에 대한 학교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전체가 함께 아이들의 성장을 책임지는 경기교육의 신뢰 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면접 답변 예시(1분) _ 1번 → 2번 의견 발전(공동재를 공존의 실행 구조로 구체화) 저 또한 선생님 의견 잘 들었습니다. 교육을 공동재로 바라보며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 기초학력보장과 교육복지정책을 공동재의 실천사례로 연결하신 점이 설득력 있었습니다. 이를 더 발전시킨다면, 공동재로서의 교육이 현장에서 체감되기 위해 공존의 원리가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실행 구조가 함께 제시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동재 정책이 단순한 지원사업에 그치지 않고, 학교 안에서 서로 다른 학생이 함께 배우고 관계를 회복하는 공존 중심 운영 모델로 연결된다면 정책의 효과가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공동재의 철학과 공존의 실행이 결합된다면, 경기미래교육은 지원의 나열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답변 핵심 포인트 •상대 발표를 구조적으로 정확히 이해했다는 신호를 주고 •‘좋다’에서 끝나지 않고 왜 더 좋아질 수 있는지를 말하며 •마지막에 반드시 지역 교육 효과로 끌어올린다는 점입니다. ◆ 상호 피드백 예시 답안 _ 2번 → 1번에 대한 상호 피드백 ① 1번의 ‘공존’ 관점을 정확히 짚어 긍정·인정 ② 그 공존 논의를 한 단계 확장하거나 보완 ③ 지역 교육 차원의 효과로 마무리 선생님 발표 잘 들었습니다. 특히 학교의 공동 문화를 ‘공존’의 관점에서 설명하시며, 다양한 학생이 함께 배우는 현실을 정책적으로 풀어내신 점이 매우 공감되었습니다. 공존을 단순한 가치가 아니라 수업과 생활 전반을 지탱하는 기준으로 제시하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를 조금 더 보완한다면, 공존이 학교구성원들의 선의나 노력에만 기대지 않도록 구조화된 실행 기준이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공존이 필요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하는 기준, 갈등 발생 시 공존의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단계별 절차가 함께 마련된다면, 현장에서는 훨씬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지역 차원에서는 공존이 특정 학교의 문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학교 운영 원리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 결과 학교 간 문화 격차가 완화되고, 다양한 학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지역 교육 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Ⅰ. 미래 교육을 설계하는 힘 급격한 사회 변화와 기술의 발전은 교육 현장에 유례없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대전환’은 맞춤형교육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인프라 격차라는 과제를 남겼고, 교육활동 침해와 악성 민원의 증가는 학교의 본질인 ‘가르침과 배움’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와 복합적 위기를 겪는 학생의 증가는 교육정책이 더 이상 보편적 접근에 머물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위한 ‘정교한 설계’로 나아가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곡점에서 교육행정가와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실질적인 정책 언어로 풀어내는 ‘정책 설계 능력’이다.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글쓰기가 아니라, 교육과정과 지원체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현장에 안착 가능한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곧 정책논술의 본질이다. 본고에서는 서울교육이 직면한 5대 핵심 이슈를 실전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존과 상생’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만능틀(범용틀)을 활용한 이슈 정리부터 실제 시험에서 활용 가능한 개요 작성 프로세스 및 모범 예시를 공유함으로써, 현장의 변화를 정책으로 구조화하는 실천적 로드맵을 제안할 것이다. Ⅱ. 실전 이슈 분석 및 대안 도출 이 절에서는 만능틀(범용틀)을 실제 주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서울교육 핵심 이슈 5종을 정리한다. ● AI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현장 안착 현재 교육현장은 2025년부터 초·중·고 일부 학년과 영어·수학·정보 등 주요 교과를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의 단계적 적용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교 및 지역 간 무선망과 기기 관리 체제 격차로 인한 수업 안정성 저하, 교원연수의 양적·질적 불균등에 따른 활용 역량의 편차, 그리고 학습 데이터 및 개인정보 보호와 업무 증가에 대한 우려가 현장의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안착 방안은 세 가지 측면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먼저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의 기본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수업의 목적과 평가 연계성, 피드백의 범위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하고, 구체적인 수업설계 예시를 보급하여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 교원 지원 측면에서는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해 수준별 맞춤형 연수와 학교로 찾아가는 현장 지원(수업 코칭)을 체계화해야 한다. 아울러 선도교사 네트워크인 ‘터치 교사단’을 운영하여 동료 간의 배움과 나눔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원체제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수업 환경을 위해 무선망을 개선하고, 기기 관리(MDM) 및 유지보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수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장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헬프데스크를 운영하여 현장의 기술적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PART VIEW] ●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 최근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교육활동 침해로 인해 정당한 생활지도가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교원의 심리적 소진뿐만 아니라 다수 학생의 학습권 침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시행령 개정 등 법적 기반은 정비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여전히 민원 대응이 학교로 집중되어 교원에게 심리적·업무적 부담을 주고 있으며, 분쟁 발생 시 법률·행정 지원이 지연되거나 체감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보호 조치가 학생 지원 및 관계 회복과 단절되는 경향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예방이 최선이므로, 회복적 생활교육과 관계 중심의 학급 운영 등 예방교육을 강화하여 상호존중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교원 지원 측면에서는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률상담, 소송 지원, 사안 대응 컨설팅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심리 상담 및 치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원체제 측면에서는 민원 대응 매뉴얼을 정비하고, 학교-교육지원청-교육청 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민원 대응팀의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개별 교사가 아닌 시스템이 대응하는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 학생맞춤형 통합지원(기초학력 및 위기학생) 코로나19 이후 학습 결손, 정서·행동 문제, 가정환경 요인 등 복합적인 위기를 겪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6년 3월 시행 예정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조기 진단이 지연되어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담당 교사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여 지원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지역 전문기관과의 연계가 단발성에 그치고 정보 공유가 미흡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한 지원 전략은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기초학력 보장 수업 모델을 개발하고 보정 수업을 체계화하여, 진단평가 결과가 즉각적인 맞춤형 처방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교원 지원 측면에서는 수업 중 개별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기초학력 전담 인력과 협력 강사를 충분히 확보·배치해야 한다. 지원체제 측면에서는 학교 내 ‘다중지원팀’ 운영을 내실화하여 통합적 지원을 수행하고, Wee센터 등 지역 전문기관과의 촘촘한 연계망을 구축하여 협업 절차를 표준화함으로써 학생 한 명 한 명을 놓치지 않는 지원망을 완성해야 한다. ●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미래 교육 정책 학령인구 감소는 학교 소멸의 위기이자,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개별화 교육의 기회이다. 따라서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축소 대응이 아닌 교육의 ‘질적 전환’에 두어야 한다. 현재 작은 학교는 교육과정 다양화에 한계가 있고, 학교 간 격차 및 지역 소멸 위험이 교육 환경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유휴 공간 방치 및 시설 노후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설계 방안은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학생 수가 적은 장점을 살려 개별화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인근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활성화하여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교원 지원 측면에서는 순회교사 지원 및 공동 수업 설계를 돕고, 온·오프라인 혼합 수업 역량을 강화하여 소규모학교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지원체제 측면에서는 늘어나는 유휴 교실을 스마트 학습공간이나 메이커 스페이스로 전환하는 공간 혁신을 추진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 부장교사 기피 현상 해소 및 지원 학교현장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 리더의 공백은 학교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수업혁신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과중한 업무와 무거운 책임에 비해 보상이 낮고, 행정업무가 수업 및 기획 시간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또한 권한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여 부장 보직을 회피하는 문화가 구조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부장교사가 행정 처리가 아닌 교육과정 기획과 수업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 교원 지원 측면에서는 중간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리더십 연수와 갈등 조정 역량 교육을 지원하고, 우수한 리더십 사례를 발굴·확산해야 한다. 지원체제 측면에서는 교무행정지원팀의 기능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업무 경감을 유도하고, 불필요한 공문을 감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당 인상, 승진 가산점 정비, 연구 기회 제공 등 인센티브를 현실화하여 중간 리더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Ⅲ. 실전 개요 작성 실제 ● 첫째, 1단계인 ‘맥락 기반 문제 제시’이다. 정책논술의 성패는 초반 5분, 즉 개요(Outline) 작성에 달려 있다. 개요는 답안의 설계도이며, 설계도가 부실하면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구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실전과 동일한 긴장감을 가지고 훈련에 임해야 한다. 먼저 여러분에게 해결해야 할 ‘성찰적 문제’를 제시하겠다. 단순한 지식 확인이 아닌, 서울교육의 딜레마가 담긴 문제이다. 최근 디지털 대전환과 교육활동 보호 강화의 요구가 동시에 증대되는 상황에서,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서울교육의 과제는 무엇인가? 이에 따른 교육과정, 교사 지원, 교육환경 측면의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하시오. 이 문제는 수험생 여러분이 즉시 분석 범위를 설정하고, 대안의 축을 세우도록 유도하는 실전형 문제이다. ● 둘째, 2단계인 ‘개인 구상 및 개요 작성’이다. 지금부터 정확히 5분간, 오로지 자신만의 논리로 답안의 뼈대를 세워보기 바란다. 개요지에는 서론 4문장, 본론의 3가지 핵심 축, 결론 4문장을 배치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론의 작성 요령이다. 추상적인 단어 나열은 금물이다. 반드시 ‘정책 명칭(Key-word) + 실행 동사’의 형태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교사 역량 강화’라고 적지 말고, ‘맞춤형 연수 체계화 및 현장지원 컨설팅 운영’과 같이 구체적으로 적어야 실제 답안 작성 시 막힘없이 문장을 이어갈 수 있다. ● 셋째, 3단계인 ‘모둠 토론 및 통합’이다. 개인 작업이 끝났다면 이제 4인 1조로 모둠을 구성하여 집단지성을 발휘할 시간이다. 각자가 구상한 개요를 동료들과 공유하고 비교해 본다. 통합의 기준은 아이디어의 참신함보다는 ‘실행 가능성’과 ‘범주의 균형’에 두어야 한다. 세 가지 대안이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교육과정, 교원 지원, 지원 체제로 역할을 명확히 분담한다. 각 대안에 성과지표와 환류계획이 포함되었는지 점검하여 우리 모둠만의 ‘최적의 개요’를 완성해 본다. ● 넷째, 4단계인 ‘모둠별 발표’이다.0 이제 모둠별 대표가 나와 모둠의 설계도를 발표한다. 모둠판에 서론의 도입 명제, 본론의 3가지 핵심 정책 키워드, 그리고 결론의 비전 문구를 적도록 안내한다. 발표자는 왜 이러한 정책 대안을 선택했는지, 그 논거의 타당성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다른 모둠은 비판적 경청을 통해 ‘과연 저 대안이 교육지원청 수준에서 실제로 실행 가능한 것인지’, ‘구체적인 절차와 자원이 제시되었는지’를 꼼꼼히 점검하도록 한다. ● 다섯째, 5단계인 ‘피드백 및 총평’이다. 발표된 내용에 대해 함께 피드백하도록 한다. 서로의 우수한 점은 구체적으로 칭찬하되, 감점 요인이 되는 표현은 즉시 교정해야 한다. 특히 ‘교사가 노력해야 한다’와 같은 당위적 표현이 있다면, 이는 ‘교육청이 지원한다, 구축한다, 체계화한다’와 같은 행정적 실행 언어로 전환해야 함을 명심하도록 한다. 또한 본론의 3가지 대안이 특정 영역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배분되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Ⅳ. 모범 개요 예시(공존·상생 주제) 가. 제목(예시) 공존과 상생의 학교문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및 교육활동 보호 통합 지원 방안 나. 서론(기-승-전-결 4문장 예시) •기: 디지털 기반 수업의 확산과 교육활동 보호의 요구 증대는 학교 운영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승: 그러나 인프라, 역량 격차와 분쟁, 민원 위험이 동시에 누적되며 수업의 안정성과 학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전: 이러한 상황을 방치할 경우 교원의 소진과 학생 학습권 침해가 격차로 고착될 우려가 크므로 정책적 전환과 통합 지원이 요구된다. •결: 이에 서울교육의 현황과 문제를 분석하고, 교육과정-교원 지원-지원 체제 측면에서 실행 가능한 지원 방안과 성과관리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 본론❶(현황 및 문제점 3문장 예시) 첫째, 디지털 수업 환경은 학교 간 인프라와 관리 체제의 편차로 인해 수업의 연속성이 저해되고 있다. 둘째, 교원연수·현장지원의 불균등으로 활용 역량 격차와 업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셋째, 민원·분쟁 대응체계 미흡은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학생의 학습권과 관계 회복을 동시에 어렵게 하고 있다. 라. 본론❷(지원방안: 3축 + 지표·환류 + 리스크-보완) •첫째 - 교육과정: 디지털 기반 수업·평가 운영 기준을 표준화하고, 관계 회복 기반 생활교육을 교육과정 운영에 연계한다. 수업설계 예시와 평가 연계 모델을 보급하고, 학습데이터 활용 범위와 학생 보호 원칙을 가이드라인으로 정비한다. - 성과: 수업 참여도, 학습 향상도, 수업 중단률(기술 장애) 지표 점검 / 교육지원청 컨설팅 환류 •둘째 - 교원 지원: 수준별 맞춤형 연수와 현장지원(수업 코칭, 사안 대응 컨설팅)을 체계화하고, 심리·법률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 보완: 교원 업무 증가 우려는 지원인력 배치와 표준 서식 제공, 기술지원 전담 체계로 보완한다. - 성과: 연수 이수·적용률, 교원 소진 지표(상담 이용·만족도) •셋째 - 지원 체제: 인프라(무선망·기기·유지보수)와 민원 대응 절차를 구축하고, 학교-교육지원청-교육청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거버넌스를 마련한다. - 성과: 절차 준수율, 장애 대응 시간, 민원 대응 표준화 지표 / 정례 모니터링 환류 마. 결론(4문장 예시) •기: 학교의 변화는 구호가 아니라 실행 체계의 정교함에서 완성된다. •승: 디지털 전환과 교육활동 보호는 상충 과제가 아니라, 학습의 질과 관계의 안전을 동시에 높이는 통합 과제이다. •전: 서울교육은 표준화된 운영 기준, 촘촘한 교원 지원, 책임 있는 거버넌스를 통해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실천을 촉진해야 한다. •결: 이와 같은 통합 지원이 정착될 때 공존과 상생의 학교문화가 구현되고, 모든 학생의 성장과 학습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것이다. Ⅴ. 개인 실전 과제와 자기 점검 본고를 마치며 ‘개인 실전 과제’를 제시해 본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반드시 실전처럼 1회 분량의 답안을 작성해 본다. 시험 시간에 맞춰 개요 작성 5∼10분, 답안 작성, 검토의 순서로 시간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답안 작성 후에는 다음의 ‘자기 점검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를 평가해 본다. 첫째, 지시문이 요구하는 범위를 빠짐없이 다루었는가? 둘째, 자료에 제시된 용어와 논리를 충실히 근거로 활용했는가? 셋째, 본론이 교육과정, 교원 지원, 지원 체제로 명확히 범주화되었는가? 넷째, 각 대안에 대상, 수단, 절차가 구체적으로 포함되었는가? 다섯째, 성과지표와 환류계획이 제시되었는가? 여섯째, 예상되는 리스크와 그에 대한 보완책이 최소 1회 이상 포함되었는가? 일곱째, 마지막으로 문장의 종결 어미가 행정가의 실행 언어로 마무리되었는가? 이상과 같은 방식으로 정책논술을 단순한 ‘글쓰기 기술’이 아닌 ‘정책 설계의 절차’로 연습한다면, 시험장에서 어떤 낯선 주제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합격 수준의 답안을 안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멈춘 아이들 “선생님, 뭐라고 써야 하는지 답 보여주시면 안 돼요?” 수업 중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는 교사로서 큰 충격이었다. 40분 동안 질문을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었음에도 학생들은 끝내 ‘정답’만을 요구했다. 이는 단지 한 학생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모두가 간절한 눈빛으로 ‘생각’이 아닌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상은 우리 교실 전반의 현실이다. 최근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 ‘Brain rot(뇌 썩음)’은 사고력 저하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숏츠와 밈을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며, 깊이 있는 사고 대신 단편적인 자극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특정 교실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교육이 직면한 보편적인 현실이며, 오늘날 교실에서 ‘생각의 부재’는 심각한 교육적 경고로 작용하고 있다. ‘Chat GPT는 실수할 수 있습니다’ _ ‘선택하는 인간’이 필요한 시대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일부는 인간의 사고를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전히 AI가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문제상황에서의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의 영역이다. 고도로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사고력이 필수적이다. 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되며,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스스로 ‘선택하는 인간’을 길러내야 한다. 그러한 인간은 사고를 촉진하는 수업 속에서만 자라날 수 있다.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떤 사고를 키워야 할 것인가? 하지만 ‘깊이 있는 사고력’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어떤 사고가 필요할까? 이에 대해 고민한 문서인 2022 개정 교육과정, OECD 교육2030, 미래인재 핵심역량, IB 문서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하였다. 이 문서에서 공통으로 강조하고 있는 네 가지 사고능력을 ‘핵심 SAGO 역량’으로 정의했다. 어떻게 사고를 키워나갈 것인가? 사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노동이다. 특히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에게 사고는 낯설고 불편한 활동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두 가지 교육적 질문이 제기된다. [PART VIEW] ● 첫째, 학생들이 사고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실마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학생 삶과 연계된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학생 삶의 문제에서 수업이 출발할 때, 학생은 학습에 몰입하고 자연스럽게 사고하게 된다. 해결 방안 _ 삶과 연결된 DILEMA 주제와 프로젝트 단계 학생이 직접 겪는 문제상황에서 수업이 출발하면, 학습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의 삶 속 딜레마를 탐구의 출발점으로 삼아 사고를 촉진하고자 한다. 더불어 촉진된 사고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단계적으로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DILEMA는 프로젝트의 주제이자 프로젝트의 단계이다. 세부적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둘째, 사고는 어떻게 확장되며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사고의 확장은 사고가 필요한 복잡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이를 습관화할 때 길러진다. 또한 사고는 뇌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므로 이를 학급에서 공유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사고의 흐름을 가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결 방안 _ 사고를 습관화·가시화하는 생각농사 사고 전략 생각농사는 사고 루틴과 시각화 도구를 활용한 사고 전략으로 네 가지 사고를 키워주는 방법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고 루틴 _ 문제해결 상황에서 단계별로 구조화된 사고 과정을 모든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화 도구 _ 문제해결 과정에서 일정한 사고 흐름을 따르며, 그 과정을 가시화하여 학생 스스로와 학급 구성원들이 사고를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는 활동과 자료를 의미한다. 구체적 수업의 구성 사고를 키우기 위한 해결 방안을 바탕으로 핵심 SAGO 역량을 키우기 위해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4가지 프로젝트를 계획하였다. 각 프로젝트는 해당하는 주요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특정 역량에만 머무르지 않고, 네 가지 핵심역량을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키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주도적 사고를 키우는 수업 속으로 위의 4가지 프로젝트 중 주도적 사고를 키우는 두 번째 프로젝트를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 탐구의 시작: Dive In _ ➊ PAPS에 대한 우리의 딜레마 마주하기 탐구의 시작은 학생들이 마주한 딜레마에서 비롯되었다. ‘학교건강검사 규칙’ 일부 개정으로 4학년 학생들은 학생건강체력평가(PAPS)라는 새로운 과제를 앞두게 되었다. 시험 삼아 각 종목을 측정해 본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학생들은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힘든 운동은 피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딜레마를 느끼게 되었다. ● 탐구의 시작: Dive In _ ➋ 탐구질문 만들기 프로젝트 시작 전, PAPS에 관해 더 깊게 알아보고 싶은 내용을 질문 형태로 모은다. 이때 탐구질문 생성을 위한 생각농사 사고 전략으로 ‘ WHI 질문산책 기법’을 활용한다. 질문을 처음 만들어보는 학생들은 머릿속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때 문장의 기본 틀을 제시해 주면 사고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WHI 질문 산책(Why/How/If) 기법’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구체적인 탐구질문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데 효과적이다. 이후 학급에서 공통으로 등장한 질문들을 큰 종이에 정리해 게시한다. 학생들은 교실을 산책하며 친구들이 함께 궁금해한 질문을 읽고, 각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이나 답을 적어 나간다. 이 과정은 각자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학급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학급에서 공통으로 나온 질문들은 문장의 형태를 바꾸어 본 프로젝트의 탐구질문이 되었다. ● 탐구질문1 _ 운동은 왜 해야 할까? Look closer _ 건강과 운동의 관계 알아보기 학생들에게 운동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물으니 “건강에 좋아요!”라는 대답이 쉽게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건강에 좋은지는 설명하기 어려워했다. 먼저 ‘건강한 사람’의 의미에 대한 합의가 필요했다. 프레이어모델을 활용해 모둠별로 ‘아프지 않은 몸’, ‘스트레스가 없는 정신’,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을 건강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학생들은 디벗을 활용해 운동이 신체·정신·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모둠별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운동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었다. Explain _ 운동하는 짝을 관찰하여 보고하는 글쓰기 운동과 건강의 관계를 국어과의 ‘보고하는 글쓰기’와 연계하였다. 셔틀런하는 짝을 관찰하고, 신체 변화와 그 과학적 원인을 조사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 활동은 실생활 맥락에서 보고하는 글쓰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삶과 연결된 글쓰기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 탐구질문2 _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Look closer _ 기초 체력을 키우는 운동 조사하기이제 학생들은 운동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나의 PAPS 기록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알지 못한다. 먼저 학생들과 PAPS가 기초체력과 관련이 있음을 살펴본다. 이후 PAPS 사전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기초체력 중 가장 부족한 영역을 기준으로 모둠을 구성하였다. 각 모둠은 하나의 체력 요소를 중심으로 운동 방법과 주의 사항을 조사하고, 포스터로 제작해 공유하였다. 조사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정제한 자료를 패들렛(Padlet)에 제시하고, 구조화된 탐구방식으로 활동을 설계하였다. Explain _ 우리 학교 운동지도 만들기 학생들이 조사한 운동을 학교에서 직접 실천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가능한 장소를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우리 학교 운동지도’를 제작하기로 하였다. 사회과 성취기준 중 ‘지도’와 관련된 요소를 재구성해, 축척·방위·범례의 개념을 학습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학교 외부 지도를 그려보는 활동으로 연결하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드론을 활용해 학교 운동장의 항공 사진을 촬영해 주셨고, 학생들은 이 자료를 기반으로 지도를 제작하며, 자신들이 찾은 운동 방법과 장소를 연계해 주도적인 탐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지도가 실생활 속에서 활용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학습의 유용성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되었다. ● 탐구질문3 _ 꾸준한 운동 실천 방법은 무엇일까? Make connection _ 운동 실천 계획 세우기 운동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탐구를 마친 학생들은 이제 실천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실천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생각농사 사고전략 중 ‘ 실천의 나침반’을 활용하였다. 학생들은 먼저 구체적인 실천 계획(Suggestion)을 세운 뒤, 그 계획을 실행했을 때 기대되는 점(Expected)과 걱정되는 점(Worried)을 함께 떠올렸다.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것(Needed)을 고민하며, 단순한 계획 수립을 넘어 보다 실현 가능한 실행 방안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계획을 다각도로 점검하는 사고 루틴을 익히고, 실천의 주체로서 더 깊이 사고하며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Make connection _ 운동 실천을 돕는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앞 단계에서 활용한 ‘ 실천의 나침반’ 활동 중 W(걱정되는 점)에서 “운동을 하다가 지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이 많았다. 교사는 이 학생들의 걱정을 수업의 자원으로 삼아, 음악교과 성취기준 중 ‘음악의 쓰임’을 운동과 연결하여 수업을 재구성하였다. NotebookLM을 활용해 교사는 ‘음악과 운동 효과의 관련성’에 대한 신문기사를 발췌하고, 이를 학생들과 함께 읽었다. 이후 메트로놈 앱을 활용한 셔틀런 음원의 BPM 측정·분석을 통해 음원의 부적절함을 발견했다. 이에 학생들은 직접 좋아하는 노래의 BPM을 활용해 모둠별로 운동용 음원을 제작하고 실험해 본 결과 적절한 음악이 운동을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Act Reflect _ 운동 실천하기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완성 단계는 바로 운동 실천이다. 학생들은 앞서 세운 계획에 따라, 자신에게 부족한 기초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에서 꾸준히 운동을 실천해 나갔다. 교사는 실천을 돕기 위해 학생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충분한 운동 시간’을 아침과 점심시간에 제공하였다. 제공된 시간 동안 학생들은 계단 오르기, 철봉 매달리기 등 즐겁기보다는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에 집중하였다. 재미있는 놀이가 아닌 단조로운 동작의 반복이었음에도, 학생들은 스스로 정한 계획에 따라 하루하루 운동을 실천하고 기록했다. 기록을 서로 확인하며 누가 가장 잘했는지보다는 각자가 이전보다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를 확인하고 서로의 성장을 축하해주는 모습을 통해 학습자 주도성이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Act Reflect _ 프로젝트 성찰하기 프로젝트가 일회적 수업으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의 삶 속에 남아있게 하기 위해서는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농사 사고 전략 중 ‘ 생각의 성장일기’를 활용해 학생들의 성찰을 도왔다. 프로젝트 전과 후의 생각을 비교해 보고, 프로젝트 활동 중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 활동을 떠올리며 그 활동에 대한 나의 참여도와 느낀 점을 적어보도록 했다. 주도적 사고를 키워주기 위한 프로젝트였지만,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는 다양한 활동들로 인해 아래와 같이 핵심 SAGO 역량이 골고루 성장하였다. 사고하는 학습자로의 성장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어떤 배움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가?’ 본 프로그램은 이 질문에 대한 실천적 해답을 모색한 여정이었으며, 그 해답을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서 찾고자 하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사고하는 미래 인재’로 성장하였다. 이 경험이 교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의 삶에서 마주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학생들이 비판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며, 창의적 사고를 통해 타인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미래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실제로 해본 것만 남는다는 생각으로! 중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수업을 위주로 하였고, 3학년 수업을 할 경험은 많지 않았다. 올해 3학년 수업을 하면서 각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수업을 구상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였다. 각종 교과서를 살펴보니, 거의 모든 교과서에 ‘삼각비’ 단원에서 건물 높이를 측정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선생님이라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활동을 해보는 데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수업이 진행될까 하는 부분부터 나도 경험해 보지 않은 수업내용이기에 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이러한 과정들을 생략하고 교과서대로만 진행을 한다면 몸은 편할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 ‘삼각비’ 단원에서 배움이 일어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수업을 계획하였다. ‘삼각비’ 단원의 수업 흐름 ‘삼각비’ 단원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삼각함수’ 단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학생들이 깊이 있게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낯선 용어와 기호로 인해서 ‘삼각비’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삼각비’의 유용성을 느낄 수 있도록, 첫 시간에는 중학교 2학년 때 학습한 닮음 개념을 활용해서 ‘각도기’와 ‘자’로 높이를 측정하는 활동을 하였다. 특수각에 대한 삼각비는 외우고 있어야 하므로 학생들이 모둠에서 돌아가면서 외울 수 있도록 연습하는 시간을 주고, 카드를 만들어서 학급의 모든 학생이 답할 수 있게 연습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전화번호가 나오게 문제를 만든 후, 친구들과 교환해서 정답을 맞히는 활동을 하면서, 문제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생성형 AI와 함께 프로젝트 수업하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챗GPT와 대화를 나눈다.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고민되는 지점들은 생성형 AI와의 대화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업을 사전에 많이 고민했지만,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조금씩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생겼다.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 부분들이 있었기에, 나의 시행착오가 이 수업을 준비하는 다른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솔직하게 기록해 보고자 한다. [PART VIEW] ● ‘교실 높이 측정 수업’에서의 시행착오 삼각비 수업은 1차시와 2차시로 나누어서 수업했다. 1차시는 교실의 높이 측정, 2차시는 체육관에 있는 여러 장소의 높이 측정이었다. 1차시 수업이 변해가는 과정을 먼저 소개한다. 첫 번째 반에서는 클리노미터(clinometer)를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하였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빨대·바늘·실·각도기를 미리 준비했지만, 만드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서 이걸 만드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두 번째 반부터는 첫 번째 반에서 만든 클리노미터를 사용했다. 클리노미터를 활용하면서 알게 된 점은 ‘빨대 구멍이 커야 학생들이 보기 편하다’는 것과 ‘클리노미터 읽는 방법을 먼저 설명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만들어진 클리노미터 사용으로 시간이 단축되었고, 덕분에 측정하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측정하기 전에 ‘교실의 높이가 얼마인지’ 예측해 보게 했다. 키가 큰 친구들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서 대략적인 높이를 예상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이는 바람에 다소 소란스러워졌기에, 세 번째 반에서는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교실의 높이가 얼마인지 예측하게 하였다. 그러자 학생들은 “선생님 키가 얼마예요?”라고 물으며, 나의 키를 통해서 교실 높이를 추측하려고 하였다.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통해 ‘모르는 것’을 예상해 보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네 번째 반에서는 앞선 세 반에서 일어난 시행착오들을 수정하여 수업했다. 그래서 정돈된 모습이기는 하였지만, 수업 후에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교사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기에 학생들은 오히려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서로 질문하면서 방법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최대한 많은 사고실험을 통해 수업을 구상하되, 학생들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배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시 중학교 3학년 수업을 하게 된다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진행해야겠다는 성찰이 이루어졌다. ● ‘체육관에서의 건물 높이 측정’ 수업 2차시 수업도 소개해 본다. 처음에는 학교의 다양한 건물 높이를 측정하는 활동을 계획했다. 이 수업은 8월 말에 했는데, 폭염주의보가 계속 이어지던 때였다. 그럼에도 운동장을 돌면서 사진을 찍었지만, 수업하는 주에는 계속 비 예보가 이어져서 결국 운동장에서 사진 찍은 장소의 높이는 측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비가 와도 상관없는 ‘체육관’으로 옮겼다. 체육관에서 실제 높이를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을 선택하여 학생들에게 측정해 보게 하였다. 학생들은 클리노미터의 원리를 바탕으로 ‘각도기 앱’과 ‘줄자’를 활용해 수치를 측정한 후, ‘삼각비’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값이 실제 값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Smart Measure(스마트 메저) 앱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실제로 측정하고 어느 정도의 오차가 생기는지 알아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고서 작성하기 활동 후에는 기록을 남기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활동은 단순히 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를 하면서 배움이 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둠별로 활동지를 작성한다. 이 수업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선생님들과 사전 협의회를 거친 후에, 수업을 공개하고 이후에 사후 협의회를 가졌다. 사전 협의회를 하면서 비 예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체육관으로 장소를 옮길 수 있었고, 수업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수업을 나누는 것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한 번의 수업 나눔을 위해서 그 수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준비하고, 실제 수업을 한 후에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서 교사는 조금씩 성장한다고 믿는다. 실패한 수업인지 성공한 수업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한 명의 교사가 했던 수업의 후기가 이 글을 읽는 다른 선생님께 영감을 주어 수업에 대한 에너지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때 많은 학생의 꿈이 연예인이나 유튜버였다면, 이제는 ‘건물주’나 ‘돈 많은 백수’라고 당당히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꿈이 없어요’라며 무기력함을 고백하는 학생들을 더 자주 마주하곤 한다. 다양한 삶의 모델을 보여주고, 학생 스스로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책임이자 학교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분야나 학과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성취동기, 회복탄력성 같은 내면의 역량을 다지는 것이 진로 탐색의 본질임을 새삼 실감한다. 독서는 학습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도구이자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진로교육활동이다. 이러한 교육적 가치에 깊이 공감한 진로진학교사와 협력하여,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도서관 활용수업을 계획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꿈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 옹골지게 자기 빛깔로 비상하는 학생들을 만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수업 소개 2022 개정 교육과정 진로와 직업 영역은 ‘진로와 나의 이해’, ‘직업세계와 진로탐색’, ‘진로설계와 실천’의 총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진로와 나의 이해’ 영역은 관심 분야 직업인의 삶의 모습과 진로 경로에서 드러나는 진로 특성에 비추어 학생의 흥미·적성·가치관 등의 진로 특성에 대한 심도 있고 통합적인 이해가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영역의 핵심 아이디어는 성공한 직업인의 진로 특성, 자신의 진로 특성에 대한 통합적 이해와 계발, 진로에 대한 유연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 등이 중요하다. 또한 관심 분야 직업인의 삶에서 나타나는 진로 특성을 탐구하고 자신의 진로 특성과 연결하여 종합적인 이해가 이루어지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교과내용의 전반이 도서관의 풍부한 자료와 결합했을 때 교육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지필평가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모든 단원이 도서관 자료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ART VIEW] 수업 과정 및 내용 본 수업은 총 10차시로 설계되었으나, 학교나 학급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첫 단계는 ‘자기이해’에서 시작된다. 올바른 자아인식과 강점 파악을 통해 진로의 기틀을 마련한 뒤, 자신의 꿈과 부합하는 도서를 선정하여 정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어 신문기사나 인터뷰 등 다양한 자료탐색으로 직업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한다. 캔바(Canva)·미리캔버스·파워포인트(PPT)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진로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며, 이때 학생들의 수준 차이를 고려하여 표준화된 템플릿을 제공하여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독서를 매개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는 자기주도적 진로설계 역량을 기르게 된다. 제작된 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책을 통한 내 꿈 발표회’ 시간을 가졌다. 단순한 내용 전달을 넘어 자신이 선택한 책과 진로를 소개하며 친구들 앞에서 마치 자신의 비전을 선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발표 후에는 성찰일지를 작성하여 자신의 발표 내용과 준비 과정을 되돌아보는 자기평가를 실시했다. 이와 동시에 친구들의 발표를 경청하며 배울 점과 응원의 메시지를 나누는 동료평가도 병행했다. 동료평가는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친구들의 꿈을 지지하고 강점을 찾아주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중심으로 진행하여 서로의 성장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수업 후기 10차시의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의 피드백 속에서 발견한 핵심 단어는 ‘성취감’이었다. 이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선택한 텍스트에 몰입하며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주도적 과정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툴을 활용한 시각화 작업은 학습 몰입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으며, 대다수의 학생으로부터 ‘막연했던 진로계획이 구체화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꿈이 뭐냐’는 질문이 제일 어렵고 싫었는데, 도서관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담은 책을 읽으며 마음이 편해졌어요. 제가 뭘 잘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건 이번 수업이 처음인 것 같아요. 단순히 직업을 정하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을 공부하는 시간이라 정말 유익했어요.” (A 학생) “도서관 활용수업이라고 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기사나 인터뷰를 직접 찾아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캔바로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제 꿈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B 학생) “발표 준비가 막막했는데 선생님이 주신 템플릿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낼 수 있었어요. 제가 조사한 직업인에 대해 친구들에게 멋지게 소개하고 나니 정말 그 직업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에요.” (C 학생) 아이들의 미래를 깨우는 다양한 시도들 ● 사람책 공감토크 진로와 직업 교과를 통해 다각적인 시도를 이어오고 있으며, 그중 수년간 지속해 온 대표적인 활동은 ‘사람책 공감토크’이다. 이는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자신의 삶과 지혜를 공유하는 도서관 융합형 진로교육 모델로, 학생들이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직접 대출(경험)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책의 삶을 통해 학생들은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기회가 되었다. ● 필사를 통한 나만의 독서다이어리 만들기 ‘필사를 통한 나만의 독서다이어리 만들기’ 활동도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설정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필사는 집중력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특히 ‘공부의 힘’과 관련한 내용을 필사함으로써 진로목표를 내면화하고 실천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된다. 활동을 마친 결과물은 교과세특 및 창의적체험활동 자율활동에 연계하여 기재해 줌으로써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탐구 역량을 증명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생활기록부 기재 예시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박성혁)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의 필사를 통해 공부의 참 의미가 성공이 아닌 성장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에 대한 동기가 부여됨. 그동안 자신의 학습방법에 대해 반성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계획을 세움. 필사를 통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으며 자기주도적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고 독서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비로소 배우는 즐거움을 깨닫고 실천함. 독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중요한 활동이다. 진로와 직업 교과와 연계한 수업 및 활동들이 학생들에게 독서의 가치를 일깨우고, 독서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교문화를 조성하여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갖춘 균형 잡힌 인격체로 성장해 나가길 소망한다.
시(詩)의 언어 최근 최민자의 수필집 사이에 대하여를 읽다가 ‘모래 울음’이라는 글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결이 하도 고와 시처럼 줄을 바꾸어 보았다. 모여 앉아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말을 섞지도 얼싸안지도 않고 돌아앉아 버석거려본 것들은 안다. 부딪쳐봤자 상처나 주고받을 뿐이라는 것을. 정 붙이면 안 된다고 다시 또 나뉘고 헤어져야 한다고 가슴팍 쪼개가며 배워버린 이별. …(중략)… 모래가 운다. 채송화 한 송이 피워 올리지 못하는 저 쓸쓸한 불임(不姙)의 이름으로 싸륵, 싸륵 버석거리며 운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하며, 그녀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poetic prose)”을 써왔다고 평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으로 등단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고도의 상징과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했다. 최민자의 수필 또한 상당 부분이 시어로 가득 차 있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의 소설이 ‘시적’이라면 최민자의 수필은 ‘시 그 자체’이다. 우리말은 어휘와 표현 방법 자체가 비유·상징·함축·서정적 묘사로 이뤄진 시어(詩語)적 특성이 강한 언어인 것 같다. 시의 DNA를 품은 언어와 국가 우리는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는 나라이고, 대형 서점에는 시집 코너가 눈에 띄게 자리 잡고 있다. 작고한 개그맨 전유성 씨가 우리 대학 초청 강연에서 자신은 시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며 예비 교사들에게 늘 시를 읽으라고 강력하게 추천했던 기억이 새롭다. 시는 단지 문학의 한 장르가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창의성의 뿌리이다. 시가 삶 속에 녹아 있는 나라로는 러시아·이란·칠레·아이슬란드를 들 수 있다. 러시아인들에게 시는 ‘영혼의 양식’이다. 푸시킨·레르몬토프·아흐마토바 등 국민 시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여 동네 작은 서점조차 시집 코너를 정성스럽게 꾸민다. 올랜도 파이지스(Figes, 2002)는 나타샤 댄스: 러시아 문화사에서 러시아인들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시를 암송하며 정신적 위안을 얻는 문화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척박한 역사와 추운 겨울을 공유하는 우리에게도 시는 시대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이란은 ‘시가 공기처럼 존재하는 나라’이다. 페르시아 시는 이란인의 일상 언어와 사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Schimmel, 1992). 많은 가정이 하페즈(Hafez)나 루미(Rumi)의 시집을 경전처럼 비치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명절에 시집을 펼쳐 점을 치는 ‘팔-에 하페즈’ 문화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상징적이다(UNESCO, 2023). 칠레는 ‘시인의 나라(País de poeta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베르나르도 수베르카소(Bernardo Subercaseaux)의 칠레 사상과 문화의 역사(2003)는 칠레의 국가 정체성이 어떻게 시와 문학을 통해 형성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파블로 네루다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라는 두 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을 배출했다. 산티아고의 서점들은 이들의 시집을 포함한 커다란 시 코너를 가지고 있다. 인구 대비 출판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아이슬란드는 자신들을 ‘시인과 독자의 나라’로 정의하고 있다(Guðjónsson, 2022). 겨울철 시집을 선물하는 ‘욜라보카플로드(Jolabokaflod)’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BBC, 2013). 2011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는 비영어권 국가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 창의 도시로 지정되었다. 선정 사유 중 하나로 풍부한 시적 전통과 높은 창작 활동이 언급되었다. 기술의 시대, ‘시성비’와 시의 새로운 가능성 위에서 인용한 문헌 기록들과 달리 어쩌면 그 나라에서조차 인터넷과 AI 영향으로 시를 쓰고 읽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선조들은 모이면 시를 읊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마다 시화전이 유행이었고, 시집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1990년대에도 회식 자리에서 노래 대신 시를 읊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제 시낭송회는 드문 풍경이 되었고, 서정적 가곡과 함께 시도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시를 쓰고 읽는 추동력은 역설적이게도 ‘혹독한 겨울’ 같은 힘든 물리적 환경과 절대 고독이나 사회적 모순에 대한 분노와 같은 고통스러운 심리적 환경인 것 같다. 외적 자극을 무한대로 제공하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깊은 영혼의 세계를 돌아볼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겨울철 실내복보다 시를 찾는 마음, 시가 주는 치유력과 감동이 더 먼저 얇아지고 있는 것 같다. 우려와 달리 비유·상징·함축이 특징인 시적 표현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에게 오히려 가장 매력적인 소통법이 될 수 있다. Z세대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극도로 중시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김인애, 2024)에 따르면, 이들은 1.5배속 시청을 기본값으로 여기며 지루한 부분을 참지 못한다. 정보 과잉 시대에 필요한 핵심만을 빠르게 골라내려는 이들의 생존 전략은 본질적으로 ‘함축’과 ‘상징’을 지향한다. 그들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표현 방식이 한자성어와 시어(詩語)가 아닐까 싶다.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신조어의 범람 역시 최소한의 음절에 최대한의 감정을 담으려는 ‘시성비’적 발로다. K-컬처 열풍의 배경에도 직설을 넘어 시적으로 승화된 감각적인 언어와 영상미가 깔려 있다. 시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짧고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이 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고밀도의 콘텐츠인 것이다. 기성세대가 Z세대의 감각에 들어맞는 새로운 시적 표현을 개발하고 널리 사용한다면 세대 간의 벽이 낮아질 것이다. 사용하는 어휘는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시적 표현이 우리 일상을 채운다면 우리의 삶도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우리 언어의 품격도 더 높아질 것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개발한 창의적인 시적 어휘로 소통할 때, 한류는 일시적인 태풍이 아니라 상처받은 세상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훈풍이 될 것이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싸륵싸륵 우는 모래알 같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시라는 ‘채송화 한 송이를 피워 올리는’ 일, 그것이 오늘날 어른들이 걸어가야 할 ‘시적인 길’이 아닐까 싶다.
초광역 행정통합과 교육자치의 새로운 국면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 서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적인 행정 개편이다. 이 거대한 통합의 흐름 속에서 초·중등교육은 단순한 일반행정의 부수적 대상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교육-고용-정주로 이어지는 ‘지역 완결형 발전 모델’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핵심 동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극 3특’과 관련한 특별법안 논의에서 교육이 소외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본고에서는 일부 특별법안을 토대로 초광역 행정통합이 초·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과정·교원인사·교육행정 체제를 중심으로 조망하고,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입법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교육과정의 변화와 쟁점 _ 국가 수준을 넘어 ‘지역화’로 행정통합 이후 교육 현장에서 체감할 가장 큰 변화는 교육과정의 자율권 확대다. 이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특색을 교육에 녹여내는 ‘교육과정의 지역화’를 의미한다. ● 변화의 핵심 특정 교과의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지역 산업 및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교육과정 자율권이 확대된다. 특례법안에서는 자율학교·영재학교·특수목적고등학교 등 다양한 형태의 학교 설립 및 운영권 특례가 확대되어 교육생태계의 다양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한 교육특구 및 통합학교 등 정부 정책과 맞물려 지자체와 지역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커뮤니티 형태의 학교 거버넌스 변화가 예상된다. ● 주요 쟁점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가교육과정’과의 조화 문제를 야기한다. 학교 여건과 지역 특성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 어느 범위까지 자율권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적정성 확보가 시급하다. 그리고 특정 학교에만 특례를 집중하기보다 대다수 일반 학교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 특례를 검토하여 통합의 실질적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학교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있어 단위학교의 자치와 지자체·교육청의 책임을 명확히 분리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다. 교원인사 정책의 혁신 _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신뢰 기반’ 인사 초광역 통합 시 교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근무지 변경에 따른 생활권 변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강제 전보’ 방식에서 탈피한 혁신적인 인사 모델이 필요하다. ● 선택적 순환근무제의 명문화 광역 단위의 강제 전보를 금지하고, 본인의 동의를 필수로 하는 ‘선택적 순환근무제’와 ‘권역별 근무지 고정제’를 입법화하여 현장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 기피 지역으로의 전환(4대 핀셋 지원) 도서·벽지 등 기피 지역을 ‘기획지역’으로 재정의하고, 최신식 관사 제공(Housing), 조례 기반 통합특별수당 신설(Allowance), 자녀의 고교 진학 우선권 부여(Education), 희망 근무지 우선 배정권(Career)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공해야 한다. ● 지역 교육전문가 육성 신규 임용 인원의 10% 범위 내에서 지역 대학 졸업자 등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은 공정한 절차를 거쳐 준비해야 하며, 의무기간을 근무하게 함으로써 지역 밀착형 교육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 신규교사를 위한 새로운 인사 기준 마련 통합교육청이 출범한 이후 신규 채용되는 교사들을 위한 합리적인 인사 기준(전보·전직·승진 등)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는 오랜 난제로 여겨졌던 승진 문제를 혁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방교육행정 체제의 개편 _ 슬림한 본청, 강력한 교육지원청 통합특별시의 출범은 교육행정 조직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한다. 핵심 방향은 ‘이원화 책임제’의 도입이다. ● 현장 중심의 분권 통합특별시의 본청은 정책기획과 일반행정 총괄 업무로 기능을 슬림화해야 한다. 대신 교육지원청을 독립적인 지역 교육 집행 거점으로 삼아 인사와 예산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장의 임기 보장 및 공모제를 통해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 민주적 견제와 협력 이른바 ‘제왕적 교육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민참여형 숙의기구를 설치하고, 주요 결정에 대한 재의요청권을 부여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청과 특별시청 간의 칸막이를 제거하기 위해 ‘공동협력국’을 설치하고, 형식적인 협의회를 의결기구로 격상시키는 실질적 융합이 필수적이다. 교육재정의 확충 _ 안정적 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 모든 정책의 실행력은 예산에서 나온다. 초광역 행정통합이 교육의 하향 평준화가 아닌 상향 평준화로 이어지려면 별도의 재정 특례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 통합특별교육교부금의 설치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법정화한 ‘통합특별교육교부금’의 적정 비율을 결정하고, 교육 계정을 신설함으로써 특별시 교육의 안정적 운영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 규제 철폐와 인센티브 통합 관련 인프라 사업에 대해 10년간 투자 심사 및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지방채 발행 시 이자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등 과감한 재정적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핵심 전략 초광역 행정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과정이 아니다. 이는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지역사회의 인재로 성장하여 정착할 수 있는 ‘지역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통합이 교원들에게 불이익이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됨을 제도로 증명해야 한다. 또한 권한을 학교와 현장에 대폭 이양하는 ‘분권’과 지자체-교육청 간의 실질적인 ‘융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미래 교육의 해답을 지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학은 곧 개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생 변수’가 되곤 했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대학 졸업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직장을 잡았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이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한국판 드라마’의 신화가 세계적으로 회자되었다. 한국 교육이 한 편의 ‘드라마’로 표현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학교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경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 경제가 성장하지 못했다면, 교육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학교 문을 나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쳤다면,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도, 대한민국에 대한 교육 찬사도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칭송은 이제 드라마 전원일기 같은 추억일 뿐이다. 경제가 침체하고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학교교육은 별반 바뀌지 않고 고학력자들이 끊임없이 양산된다. 전체 고졸자의 70~80%가 대학에 진학해 미래의 부푼 꿈을 설계하지만,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4년제 대졸자가 좋은 직장은커녕 전문대 졸업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심지어 고졸자의 일자리마저 위협한다. 교육의 배신이자 교육의 실패다. 찬란한 교육 신화, 부모주의와 출세론 지금 대한민국은 ‘교육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교육열은 교육을 통한 희망사다리 오르기로 상징되는 ‘교육 출세론’과 ‘부모주의(parentocracy)’가 결합한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학교에서는 칠판 하나만 놓고 가르쳐도 학생들이 넘쳐났고, 졸업장을 받은 청년들은 쉽게 취업하는 황금기가 있었다. 지금은 환경이 확 바뀌었다. 대졸자의 30~40%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그냥 쉬는 30대가 30만 9,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국가데이터처, 12월 보도자료). 게다가 9급 공무원 시험에 외국 대학 유학파까지 응시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교육의 실패이자 딜레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입학자원이 급감하고, 4차 산업혁명 등 국내외 환경 변화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2021년 이후 대학 입학정원이 입학 가능 학생 수보다 커지는 역전 현상이 본격화하는 격변기임에도 현장의 발걸음은 더디다. “격변기에 가장 나쁜 일은 과거 방식을 갖고 대응하는 것(피터 드러커)”이라는 말처럼 우리 교육이 딱 그런 격이다. 왜 그럴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스무 번 가까이 칭송한 한국 교육의 우수성은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한국 교육은 우리가 못 살고 학교교육 환경이 엉망이었을 때는 ‘인기 드라마’를 방영했다. 반면 외국 대학도 부러워할 정도의 쾌적한 시설을 갖춘 대학이 많아진 현재는 ‘실패의 드라마’를 억지로 내보내고 있다. 초·중·고 교육은 대학 진학을 위한 관문이 된 지 오래다. 객관식 위주의 시험은 여전히 교실을 지배하고 커리큘럼 변화도 능동성이 떨어진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분들에게는 야박한 평가라서 송구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교육은 여전히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대학 문턱이 낮아진다고 해도 상위권 대학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대학 수십 개가 문을 닫아도 소위 ‘SKY 대학’ 입시 경쟁률은 별로 완화될 것 같지 않다. 자녀를 한 명도 채 두지 않은 젊은 부모들은 자녀 교육비 지출을 줄이지 않을 것이고, 교육 출세론에 대한 ‘희망 고문’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나쁜 일은 과거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 그러면 한국의 고등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고등교육이 변화하지 않으면 고3 담임은 계속 상위권 대학에 몇 명 진학시켰는지에 대한 평가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유능한 교사와 무능한 교사의 평가 잣대가 SKY 대학에 몇 명 진학시켰는지가 되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 ‘업적주의(meritocracy)’의 악령이다. 교육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한답시고 정원 조정 개입→자율→방관→개입을 되풀이하는 사이 대학은 자강(自强) 능력을 잃고 ‘눈치 대학’으로 변질됐다. 대학구조개혁의 기본은 교육시장 원리에 따른 수요 공급과 수요자의 선택권 보장이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대학의 질(교육·연구·사회 기여도)이 좋아지는 데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한 획일적 평가나 나눠주기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등교육기관 수를 장기적으로 최소 100개 이상 줄여 양적 팽창을 질적 팽창으로, 추격형 교육을 선도형 교육으로 바꾸는 파괴적 개혁이 절실하다. 그러나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정치권의 입김에 대학구조개혁은 답보 상태다. 정치인들은 개별 대학의 지역사회 기여도와 경제적 비중에 대한 실증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대학이 문 닫으면 지역 경제가 초토화한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과 대학의 성적표인 ‘교육 수요자 원칙’을 냉정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그 신호탄을 국민이 세금을 대주는 국립대가 쏴야 한다. 고등교육 재편은 중등교육 변화의 상수 고등교육 재편은 곧 중·고교의 커리큘럼 변화와 교수법 변화와 맞물린다. 그런 만큼 신중해야 하고 수술 칼날은 예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립대와 국·공립대 개혁을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립대는 단계적으로 줄여 지역별로 통합해 광역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궁극적으론 ‘1도 1국립대’ 개편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대학을 인위적으로 손본다면, 국민 세금을 대주는 국립대를 우선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글로컬 사업 등으로 거점 국립대만 잔칫집이다. 선후가 틀렸다. 국립대 개혁의 필요성은 전공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립대는 살아남기 위해 전문대 전공까지 카피했다. 몇 년 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의뢰해 근거 자료를 찾아본 결과 당혹스러웠다. 국·공립과 사립을 포함한 전국의 대학 중 114개 대학(원) 520개 학과(학부 307, 대학원 213)에서 전문대가 운영하는 학과를 중복 개설하고 있었다. 전문대가 처음 개설한 전공을 일반대학(대학원)이 카피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경광학·치위생·치기공·철도·물리치료·작업치료·방사선·뷰티·미용·응급구조·외식·조리·카지노·소믈리에·바리스타·반려동물·제과제빵 전공을 들 수 있다. 거점 국립대가 전문대 전공, 정책의 패러독스 2026년 현재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거점 국립대도 이 모양이다. 정책의 ‘빅 패러독스(Big Paradox)’다. 물론 국립대가 전문대와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전공을 더 심화해 학문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계획도 있을 수 있다. 백번 양보해도 그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는 20대 국회의원 시절 정책자료집(‘전문대학 10년의 변화와 박근혜 정부 전문대학 정책 진단’)을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행 법·제도 안에서는 4년제 대학의 전문대학 관련 학과 신설을 막기 어렵고, 오히려 확대되기 쉽다. 정부는 산업계에 대기업의 진출로 인해 중소기업 경영 악화 등을 막으려는 조치로 ‘중소기업 적합 업종제도’가 있듯이, 대학 교육에서도 전문대학만이 유지할 수 있는 학과를 법·제도적으로 보장해 전문대학이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은혜 전 장관은 물론 박순애 전 장관도, 이주호 전 장관도 고등교육 체질 개선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한민국 교육의 실패이자, 교육부의 실패이고, 고등교육의 실패다. 대학을 나왔다고 사회가 양팔을 벌리고 환영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공과 기업 수요의 미스매치(mismatch)는 고사하고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부족해서다. 한국 교육이 쌓아온 찬란한 신화는 앞으론 향수가 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가르치고 싶은 것만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교육의 딜레마는 계속된다. 이제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도, 사회도, 기업도, 공무원도, 학교도, 학부모도 모두 생각을 바꿔야 한다.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를 넘어 AI 중심의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 시대다.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전문대학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난 김영도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슈퍼 테크니션(고숙련 기술인)’과 ‘직업교육은 복지’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해 대학이 산업 인력을 책임지며 지역 혁신을 이끄는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 4년제 대학보다 9%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실용 교육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전문대학. 이제는 단순한 학위 기관을 넘어 인공지능(AI)시대를 선도하고 지방을 살리는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미국은 우주 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이 부족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업입니다.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배를 만들 인력이 없어 산업 경쟁력이 무너졌습니다. 반면 애리조나주는 사막이라는 불모지임에도 TSMC(220조 원 투자), LG에너지솔루션(4조 5천 억 원 투자) 등 거대 투자를 유치하며 지역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이 기업들이 애리조나를 선택한 핵심 조건은 ‘안정적인 인력 공급’이었고, 그 역할을 ASU가 자임했습니다. 대학이 기업 유치 단계부터 ‘우리가 인력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며 산업을 견인하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한국 전문대학도 지역 혁신의 중심에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확신을 얻고자 현장을 찾았습니다.” ASU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ASU 측은 솔직했습니다. ‘우리는 연구 인력인 엔지니어는 양성하지만, 공정을 실제 운영할 테크니션과 오퍼레이터는 충분히 길러내지 못한다’라며 한국 전문대학의 현장 교육 역량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국내 전문대 12개교를 포함해 총 14개 대학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ASU 총장과 제가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선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과 헬스케어 두 분야에서 교육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고 공유할 계획입니다. 단순한 학생들 연수 수준을 넘어 공동 커리큘럼 설계와 인증 체계 구축을 통해 한국 직업교육 모델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벌써 임기 1년 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성과를 꼽는다면. “규제 혁파를 통해 전문대의 지평을 넓힌 점을 꼽고 싶습니다. 임기 동안 성인 학습자 입학 정원 제한을 완화해 현장 인력이 언제든 학교로 돌아올 길을 열었고, 전문기술 석사 과정에 간호 분야를 포함시켜 고숙련 기술교육의 전 트랙을 완성했습니다. 이는 학문 중심의 석사 과정과는 다른 실증기술 연구·개발 및 사업화(R BD) 중심 과정입니다. 최근 영진전문대 전문기술 석사 졸업생이 창원폴리텍대 교수로 임용된 사례는 숙련 기술이 ‘설명 가능한 기술’로 정리돼 교육 현장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입니다. 남은 임기에는 학사 학위 전공심화과정의 정원 제한(현행 20%)을 확대해 성인 학습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직업교육의 법적 토대가 될 「직업교육법」 제정을 반드시 마무리하겠습니다.” 취임 초부터 「직업교육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특성화고(중등), 전문대(고등), 평생교육(고용부)으로 완전히 분절돼 있습니다. 특성화고 학생이 전문대에 진학해 숙련도를 높이려 해도 교육청의 ‘고졸 취업률’ 지표에 묶여 제도적 모순이 발생합니다. 「직업교육법」은 이 흐름을 하나의 연속된 트랙으로 묶고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단년도 사업 중심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 체계가 마련됩니다. 직업교육은 국가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식 도제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프랑스는 2018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한 법’을 통해 교육 바우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국민 개개인에게 연간 500유로(약 75만 원) 상당의 계좌를 지급해 원하는 시기에 대학이나 도제학교(CFA)에서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교육기관은 정부 공모가 아니라 학습자의 선택으로 평가받습니다. 우리도 공모 사업 위주 지원에서 벗어나 학습자 중심의 바우처 체계로 전환해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높여야 합니다.” “평생교육이 복지”라는 말씀도 그런 맥락인가요. “그렇습니다. 복지를 현금 지원으로만 생각하는데, 그것은 일시적 방편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복지는 개인이 다시 배워 스스로 자립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퍼주기식 복지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경제활동 기간을 늘리는 것이 ‘교육 복지’의 핵심입니다. 전문대는 이미 지역 주민 재도약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복지 예산의 일부를 평생 직업교육과 연계하고 전문대를 전 연령층이 드나드는 ‘커뮤니티 칼리지’로 공식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선진적 복지 모델입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전문대 인기는 높습니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근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급여 격차가 줄거나 역전되는 사례가 늘면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블루칼라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에서 로봇과 협업하며 공정을 관리하는 고난도 기술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알려지면서 전문대는 71%에 달하는 높은 취업률과 높은 입시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 취업률은 4년제 대학보다 9% 이상 높고, 정시모집 지원율은 16대 1에 육박합니다.” 그러고 보니 전문대에서도 AI 활용 교육이 활발합니다. “전문대는 AI 알고리즘 자체를 연구하기보다는 AI를 실무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활용 전문가’ 양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종종 ‘서울대생을 이기는 셈법’을 이야기합니다. 학업성취능력이 7인 학생이 AI 활용 능력 10을 갖추면 7×10=70의 성과를 냅니다. 반면 학업성취능력이 10이라도 AI 활용 능력이 1이면 성과는 10에 그칩니다. 이제는 학벌이 아니라 AI 활용 역량이 성과를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다만 AI 결과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교육을 병행해 AI의 답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앞으로 대학 간 경계를 허물고 AI 실무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인증제와 경진대회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저출산과 지역 소멸 위기 속 생존 전략은 무엇입니까. “인구절벽은 위기이지만, 전문대에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자체와 지역 산업체가 인력난에 직면하면서 지역 밀착형 전문대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전문대는 4년제 대학보다 지역 정주 비율이 10%가량 높습니다. 지역에서 배워 지역 기업에 취업하는 ‘밀착형 인재’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라이즈(RISE) 체계 안에서 지자체가 정주 인프라를 만들고 대학이 교육을 공급하는 구조를 통해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엔진이 될 것입니다.” 유학생 정책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유학생 30만 시대지만 이제는 ‘왔다가는 유학’이 아니라 ‘정주하는 유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역 중소기업과 산업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주형 인재가 필요합니다. 법무부와 협의해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제도를 공식화했고, 올해 3월부터 전국 24개 대학에서 첫 입학생을 받습니다. 전문대 유학생의 약 70%가 한국 정착을 희망하는 만큼, 교육부터 취업·비자 전환까지 책임지는 ‘정주 유학의 전초기지’가 되겠습니다.” 전문대에 대한 재정 지원은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초·중등 예산은 70조 원 규모지만, 고등교육은 15조 원 수준입니다. 전문대 예산은 9천억 원으로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초·중등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늘어나지만, 전문대는 16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었습니다. OECD 국가와 비교하면 5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고등직업교육 재정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안정적인 재정 트랙을 마련해야 합니다.” 향후 10년, 전문대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전문대는 2~3년 학위기관이라는 인식부터 깨뜨리겠습니다. 청년부터 은퇴자까지 언제든 찾아와 마이크로 디그리나 자격과정을 이수하는 ‘지역의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10년 뒤 전문대는 산업 경쟁력을 지탱하고 지역 정주를 이끌며 복지 기능까지 수행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그 제도적 기반을 닦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의 1913년 작품 색채 연구: 동심원이 있는 사각형(Color Study, Squares with Concentric Circles)은 각기 다른 색과 형태가 모여 이루는 조화를 담은 작품이다. 칸마다 담긴 원이 리듬처럼 어우러지며, 우리에게 편안한 울림을 전한다. 3월은 늘 ‘열림’의 설렘과 ‘낯섦’의 긴장을 동시에 준다. ‘추상미술의 아버지’ 바실리 칸딘스키가 1913년 캔버스 위에 수놓은 12개의 동심원은, 저마다 다른 빛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생명의 리듬이다. 칸딘스키에게 색채는 단순히 사물의 겉모습을 묘사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는 색을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이라 믿었다. 그에게 예술가란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가락이며, 색채는 그 피아노의 건반과 같다. 열두 칸의 사각형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듯한 동심원들은 관람객 마음의 건반을 두드리는 듯하다. 어떤 칸은 잔잔한 쉼표처럼, 어떤 칸은 강렬한 스타카토처럼 연주되면서 내면의 공명을 끌어낸다. 안락한 삶을 덮고 미지의 선율 속으로 칸딘스키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시작’에 관한 서사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서른 살의 나이에 교수직 제안까지 받았던 엘리트 학자였던 그는, 두 가지 운명적인 경험을 한다. 그리고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독일 뮌헨행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난다. 첫 번째는 클로드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을 마주한 일이었다. 우리가 알던 형태가 해체되고 오직 빛과 색채만이 남은 인상주의 작품을 보며, 그는 대상의 재현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인간의 감정이 요동칠 수 있음을 느꼈다. 두 번째는 볼쇼이 극장에서 관람한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이었다. 선율이 눈앞에서 색채와 선으로 흩어지는 공감각적(Synesthesia) 환영을 경험한 그는 음악에서 미술을 경험하며, 예술의 세계로 접어든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표현하는 공감각은 작품의 철학적 기반이 되었다. 3월의 문턱에서 칸딘스키와의 만남은 행운과 같다. 익숙한 세계를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용기를 주며 토닥토닥 지지해 주는 듯하다. 12개의 칸, 경계를 허물며 번져가는 생의 유동성 1913년에 제작된 색채 연구: 동심원이 있는 사각형은 사실 칸딘스키가 대중에게 보이기 위한 완성작이 아니라, 자신의 창작 과정을 조율하기 위해 작가들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일종의 습작이라 할 수 있다. 가로 31cm 남짓의 작은 종이 위에 수채·과슈·크레용이 뒤섞여 만들어낸 화면은 어지러운 듯하면서도 묘한 질서를 품고 있다. 작가는 12개의 사각형 그리드를 만들고 그 안에 동심원을 그려 넣었다. 하지만 이 선들은 자를 대고 그은 것처럼 매끄럽거나 계획적이지 않다. 붓질은 자유롭고, 때로는 다양한 호흡으로 작업한 듯, 작가의 감성이 남아 있다. 물감은 종이의 결을 따라 이웃한 칸의 경계를 침범하기도 한다. 작품 속의 원(Circle)들은 결코 정형화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다. 어떤 원은 옆으로 찌그러져 있고, 어떤 원은 배경색에 동화되어 형태의 경계가 모호하다. 빨간색은 노란색 옆에서 더 생동감 있고, 파란색은 보라색에 둘러싸여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는 사물을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재현’의 의무로부터 예술을 해방시키려는 칸딘스키의 의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명이 가진 본질적인 ‘유동성’을 증명하는 행위다. 색채들은 서로 부딪히며 시각적 진동을 만들어내고, 그 진동은 마치 12개의 악기가 제각기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완성해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여기서 원은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중심이면서 기초인 점에서 시작해 확장해 가는 듯하다. 점·선·면·형·색…. 언어에도 단어가 있어서 문장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듯, 시각 예술에서 이러한 조형의 요소는 소통의 기본 단위가 된다. 이를 유심히 관찰하고 무엇인가를 떠올리고, 사유하고, 나의 경험과 지식을 연결 짓는 것이 미술 감상의 방법이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을 꼼꼼히 보면, 기본 요소가 다른 존재와 함께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여 성장의 흔적 같기도 하다. 고정된 틀(Grid)은 존재하지만, 그 안을 채우는 생명력은 멈추지 않은 채, 화면 밖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하다. 불완전한 원들이 함께 그리는 우리 삶의 화음 이 작품은 오늘날 그의 어떤 대작보다도 현대인의 사랑을 받는 아이콘이 되었다. 미술사적으로 이 작품은 사물을 똑같이 그리는 것을 중시한 미적 가치인 ‘재현’의 의무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칸딘스키는 ‘모든 것은 하나의 점(dot)에서 시작된다’라고 설명하며, 점이 확장된 형태인 ‘원’을 우주의 신비와 끝없는 생명력을 담은 가장 완벽하고 평온한 형상으로 여겼다. 12개의 사각형 그리드(Grid) 역시 엄격한 틀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사각형을 담고, 작업을 할 때, 기울임·각도·방향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얼핏 보면 차가운 이성의 틀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원들은 자유롭게 배치되어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삶의 본질적인 ‘유동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칸딘스키는 이 작은 칸 안에서 색채의 ‘진동(vibration)’을 실험하며, 마치 12개의 악기가 연주하는 다채로운 교향곡처럼 우리의 시각을 자극하고 청각적인 에너지를 준다. 칸딘스키의 불완전한 동심원은 3월이라는 새로운 계절을 통과하는 우리에게 담담한 의미를 전한다. 첫째는 우리의 ‘고유한 개별성’에 대한 긍정이다. 12개의 동심원은 단 하나도 같은 색 조합이나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다. 어떤 것은 정열적인 빨강으로, 어떤 것은 명상적인 파랑으로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회라는 거대한 그리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이와 같다. 우리의 삶 또한 타인의 잣대에 맞춘 완벽한 원이 되려 애쓰기보다 각자가 지닌 내면의 색채로 고유함을 추구하면 어떨까. 둘째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조화’의 가치다. 칸딘스키의 실험이 보여주듯, 색채는 홀로 존재할 때보다 이웃한 색과 만날 때 생동감을 얻는다. 3월,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이웃들을 마주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충돌하고 섞이며 예상치 못한 삶의 빛깔을 만들어내듯, 우리의 삶 역시 각자의 사회적 동심원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봄, 우리의 일상에 칸딘스키의 동심원처럼 찬란하고 역동적인 진동이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