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 마을 가는 길
광양과 하동에 이어 하루 쉬고 남해로 출발했다. 남해고속도로를 지나 시원하게 뚫린 19번 국도를 달려 드디어 남해로 들어섰다. 예전에 방문한 다랭이마을을 다시 보러 가는 길이다. 남해 들어서 얼마나 달렸을까? 도로가 조금 좁아진다. 오른쪽을 보니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은 비탈길에 말끔한 주택단지가 보였다. 깨끗하고 세련된 양옥집들이 언덕길 양쪽에 늘어서 있어 담박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보니 '미국 마을'이라고 쓰여있다. 남해는 독일마을이 유명한데 미국 마을도 있던가? 신기하기도 하여 나는 도롯가에 주차하고 내려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곳 주민이 보면 '웬 이방인이 무단 침입하여 수상한 짓을 하고 있나?'라고생각할 것 같다. 그만큼 미국마을은 훤한 대낮임에도 오가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인적이 드문 동네로 적막감이 도는 가운데 고즈넉한 분위기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다 어느 집 앞에 '한 달 살기 문의'라는 광고판이 눈에 들어와 보고 있는데 웬 영감님이 저만치 눈에 들어왔다. 평상시 어떤 일을 처리할 때는 아내는 늘 뒤로 빠지고 내가 앞장서 물어보거나 관련된 일을 처리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 아내가
- 신재옥 작가/전 교장
- 2025-04-18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