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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순천문학관을 찾아서

무진기행과 오세암

운무회명(雲霧晦冥)한 순천의 새벽하늘을 8층 숙소에서 바라보니 어제부터 쏟아지 듯 퍼부었던 비가 오늘은 잠잠하지만, 하늘은 심술 난 시어머니 저녁 굶은 상이다.

 

탁 트인 푸른 벌판이 끝없이 펼쳐있고 오른쪽으로 어제 보고 온 순천만국가정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이라는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성했다고 한다. 순천 도사동 일대 정원부지 34만 평에 정원을 꾸며놓았고,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광활하여 멀리 숙소에서 바라본 식물원이 하얀 모자를 쓴 인형같이 앙증맞게 보인다.

 

 

아직도 무엇이 서러운지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빗속을 뚫고 찾아 간 순천문학관은 자그마한 토속 초가지붕을 한 시골집을 연상시킨다. 그동안 다녔던 지역의 문학관의 규모와 비교하니 다소 초라해 보였다.

 

대부분 문학관은 기와를 얹은 한옥의 모습으로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어 격이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또는 빌딩 형태로 돈 좀 들인 느낌의 현대식 건물이었다. 나의 자본주의에 물든 편견일까? 이런 문학관에 대한 일종의 속물적 편견에 사로 잡혀 있기에 너무 투자를 안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너 동의 비슷한 모양의 황토벽에 초가를 씌운 집이 동서남북 사방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가운데 티끌 하나 없이 깨끗이 청소된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정비와 관리가 잘 되고 있음을 느끼며 먼저 김승옥 문학관으로 들어섰다. 향토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담한 부모님 시골집과 같아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진기행으로 익히 알고 있어 친숙한 마음으로 이게 웬 횡재인가 하며 발을 들여 놓았다. 작중 배경인 '무진'은 霧(안개 무)와 津(나루 진)을 쓰는 "안개 나루"라는 이름처럼, 짙은 안개가 늘 껴 있는 항구 도시이다. 무진은 인구 오륙만의 작은 도시로 앞바다는 수심이 얕아 작은 어항(漁港)이 있는 정도이다. 이렇다 할 논밭도 없어 어촌이나 농촌으로도 내세울 것 없는 그저 그런 도시로 나온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소설 속의 지역이지만,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전라남도 순천시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960년대의 순천은 남해의 순천만과 인접해 있지만 작은 어항들만 존재한다. 무진은 안개와 바다로 나타나는 일상에서 벗어난 곳, 비일상의 이상 세계를 뜻한다고 한다.

 

순천시는 순천 출신의 동화 작가인 정채봉 씨와 소설가 김승옥 씨를 기념하는 순천문학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김승옥 문학관에서 무엇에 홀린 듯한 정신을 간신히 수습하고 나서 바로 몇 걸음을 걸으니 정채봉 문학관이 쌍둥이 같이 똑같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는다.

 

 

오세암의 전설을 모티브로 만든 동화를 쓴 정채봉은 대표작 오세암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프랑스에도 번역되어 출간된 오세암은 아동 문학의 고전이며, 어른들도 공감이 가는 '성인 동화'의 대표작이다.

 

동화이기는 하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눈물이 앞을 먼저 가리는, 한편 매정한 어른들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많은 명작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한 정채봉 작가의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며 문을 나섰다.

 

순천여행에서 김승옥과 정채봉이라는 두 작가의 흔적을 밟은 것이 큰 수확이었다. 비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꼭 와 보고 싶은 문학관을 들러 뿌듯한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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