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창가에서> 다시 오를 수 없는 교단
교단 일생을 살고 퇴임한 지 만 2년이 됐다. 이제는 그 많은 세월, 날들의 엄격한 출근을 어찌 감당했었나 하는 가벼운 의구심과 다시는 오를 수 없는 교단에 대한 회한만이 가슴에 남아 있다. 사실 교단처럼 보람되고 아름답고 행복한 곳이 어디 또 있을까. 바닷가, 산간마을, 시골학교 그 대자연속, 동화 속의 그림자 같은 교단에서 내 꿈을 키우고 남의 꿈을 심어주고, 천진무구한 동심에 녹아 청춘도 잊고 인생을 잊고 산 곳. 바라만 보아도, 말 한마디에도, 조금만 쓰다듬어 주어도 울던 동심이 활짝 웃던 교실. 엄마 몰래 숨겨 온 오징어 한 마리 달랑달랑 흔들며 쫓아와 헉헉대며 내미는 그 고사리 손들이 그립다. 부임 초창기의 가정방문은 또 얼마나 행복했던가. 온갖 새들의 노래를 감상하며 연무 자옥한 산등성이를 넘어 복숭아꽃 살구꽃의 마을을 찾아 사립을 밀치고 들어서면 '아이고 선생님' 하며 촌부 아낙이 내미는 삶은 계란, 감자, 옥수수…. 처음에는 '자아실현' '적성과 진로' 운운해 보지만 학부모는 고개만 끄덕일 뿐, 깜빡이는 눈동자에는 '모르겠다'는 메시지가 역역하기에 할 수 없이 '상록수'의 그녀처럼 "배워야 잘 산다"는 말만 속삭여 주었었다. 다시 오를 수 없
- 박상혜 前 경기 매송중 교사
- 2002-11-07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