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아버지와 지게
어릴 적만 해도 우리 마을엔 집집마다 지게가 있었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지게 없이는 못 산다'고 할만큼 대개는 남자 식구 수만큼 지게가 있었다. 들로 일하러 갈 때나 집으로 돌아올 때, 부모들은 아이를 지게에 태우고 다녔는데 걸을 때마다 흔들거리는 그 맛이란…. 봄이 오면 일찌감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지게를 지고 소 풀을 뜯으러 가거나 어른을 따라 밭에 거름을 날랐다. 농사일보다는 신나게 놀고 싶었던 아이들은 방과후에도 학교에서 딱지치기, 자치기, 공차기 등을 하며 놀다가 해가 저물어서야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농사철이 돼 고사리 손도 아쉬운 부모들은 재 너머 하굣길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렸다. 당시 농촌 아이들은 초등교 4, 5학년만 돼도 제법 한 몫 하는 일꾼으로 취급받았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있는 집에 가면 으레 자기 키에 맞는 장난감 같은 지게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집엔 어른용 지게만 두 개 있을 뿐, 아이들 지게가 없었다. 당시 초등 4, 6학년이었던 나와 형은 다른 친구들처럼 작은 지게를 만들어 달라고 아버지를 졸라댔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코 지게를 만들어주지 않으셨다. 언제나 "지게를 지는 사람은
- 김창운 경기 동일공고 교사
- 2001-05-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