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창가에서> 산새처럼 날아간 아이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자식을 잃고 난 후의 그리움과 고통을 표현한 정지용의 `유리창'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두툼한 여행배낭을 메고 밝은 웃음과 들뜬 표정으로 현관에서 떠나 보냈을 소중한 자식을 검게 타버린 시신으로 맞이한 부모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아침신문에서 보면서 내 가슴속에 눈물처럼 떠올려진 시이다. 꿈을 펴지도 못한 채 떠나간 18명의 어린 생명들. 그리고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과 한을 평생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는 부모들의 심정을 겪어보지 않고는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과 학창시절의 추억을 함께 하던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겪을 마음의 상처를 누가 치유해줄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잘못된 관행과 도덕적 불감증에 희생되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침 통학 길에 성수대교붕괴로 꽃다운 나이로 숨진 한 여고생의 책상에 놓였던 친구들의 편지와 국화꽃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씨랜드 참사로 사랑하는 자식의 혼을 한국에 덧없이 뿌리고는 국적마저 버리고 먼 이국 땅으로 가버린 부모의 뒷모습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
- 김유동 서울 세종고 교사
- 2000-07-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