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나는 오늘 교사가 된 것이 너무 보람있고, 행복에 넘쳐 가슴이 후끈했다. 학부모에게 공개 수업을 하는 5교시, 3학년 2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 '은행잎 편지'의 감상 수업을 할 때였다. 이 동시는 가을이 되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면서 이사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아이가 나의 시 낭송을 듣고 '○○가 보고 싶어.' 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평소 그 아이는 교과 공부는 잘 하는데 나에게 별로 살갑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또래 아이보다 의젓한, 규칙도 아주 잘 지키는, 퍽 이성적인 인간형이라고 생각해 왔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의 시 낭송을 듣고 우는 거였다. '선생님, 혜림이가 감동 먹었나봐요.' '어, 나도 울고 싶어.' 다른 아이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뒤에 있던 학부모들 중에는 화장지로 눈물을 찍어내는 분도 계셨다. 교과서에 제시된 시 자체에 감동해서라기보다는 철부지 개구쟁이들의 고운 마음, 예쁜 모습이 어머니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으리라. 부끄러운 얘기지만, 교육 경력 15년이 넘도록 교과 수업시간에 이렇게 감동적인 일은 처음이었다. 평상시 개인적으로는 시 감상을 즐겼지만, 시 감상 수업에는 좀 소홀한 편이
학원이다 과외다 놀 시간 없이 공부에 내 몰리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다고는 하나, 제도적으로나 이론적으로는 모든 게 아이들 중심이다.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 개성과 흥미 존중, 영재 교육, 부진아 지도, 맞벌이 자녀의 방과후 공부방 운영, 특기 적성 교육 등 등. 이렇게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제도를 잘 마련해 주는 나라,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여기에 그늘에서 울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평교사'이다. 교육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바람직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나라에서는 우리 교사들이 교육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생각하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보자. 혹자들은 교사의 '처우 개선'하면 봉급이나 올려 주고, 정년이나 연장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말 신바람 나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다. 한 마디로 교사가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학부모와의 상담, 청소지도, 급식지도, 신체 검사, 교통지도, 학부모 인성교육, 각종 통계, 기타 행정업무. 아직도 과밀학급 해소가 안되어 50여명의 생활지도까지. 게다가 초등학교의 경우, 9개 내지 10개 교과 지도. 얼마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