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나는 오늘 교사가 된 것이 너무 보람있고, 행복에 넘쳐 가슴이 후끈했다. 학부모에게 공개 수업을 하는 5교시, 3학년 2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 '은행잎 편지'의 감상 수업을 할 때였다. 이 동시는 가을이 되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면서 이사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아이가 나의 시 낭송을 듣고 '○○가 보고 싶어.' 하면서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평소 그 아이는 교과 공부는 잘 하는데 나에게 별로 살갑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또래 아이보다 의젓한, 규칙도 아주 잘 지키는, 퍽 이성적인 인간형이라고 생각해 왔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나의 시
낭송을 듣고 우는 거였다.
'선생님, 혜림이가 감동 먹었나봐요.' '어, 나도 울고 싶어.' 다른 아이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뒤에 있던 학부모들 중에는 화장지로 눈물을 찍어내는 분도 계셨다. 교과서에 제시된 시 자체에 감동해서라기보다는 철부지 개구쟁이들의 고운 마음, 예쁜 모습이 어머니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으리라.
부끄러운 얘기지만, 교육 경력 15년이 넘도록 교과 수업시간에 이렇게 감동적인 일은 처음이었다. 평상시 개인적으로는 시 감상을 즐겼지만, 시 감상 수업에는 좀 소홀한 편이었다. '너희들이 시(詩)맛을 알아?' 하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번 시 감상 수업에서는 시 속에 미처 담지 못한 글쓴이의 심정을 여러 가지로 상상할 수 있게 시각적, 청각적, 그리고 심정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시의 '공백'과 '여백'을 잘 찾도록 도운 거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놓칠세라 시를 지어 보게 했다. 좀 자신이 없는 사람은 감상한 시에서 몇 개의 시어를 바꾸어 써 보게 했다.
시 쓰기를 하고 나서 나는 또 감동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아이들은 시의 특성을 살려 자신의 체험과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를 낭송해 주자, 약속이나 한 듯이 감동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동심을 살려 주지 못한 것이 아쉬움과 반성으로
남는다. 이젠 시 감상 수업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시 창작 수업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야 말이다.
교사가 된 것이 난 참 행복하다. 그리고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 공부해서 남 주냐고? 아니다.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