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원이다 과외다 놀 시간 없이 공부에 내 몰리고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다고는 하나, 제도적으로나 이론적으로는 모든 게 아이들 중심이다.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 개성과 흥미 존중, 영재 교육, 부진아 지도, 맞벌이 자녀의 방과후 공부방 운영, 특기 적성 교육 등 등. 이렇게 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제도를 잘 마련해 주는 나라,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여기에 그늘에서 울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평교사'이다. 교육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바람직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나라에서는 우리 교사들이 교육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생각하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 보자.
혹자들은 교사의 '처우 개선'하면 봉급이나 올려 주고, 정년이나 연장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말 신바람 나게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다.
한 마디로 교사가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학부모와의 상담, 청소지도, 급식지도, 신체 검사, 교통지도, 학부모 인성교육, 각종 통계, 기타 행정업무. 아직도 과밀학급 해소가 안되어 50여명의 생활지도까지. 게다가 초등학교의 경우, 9개 내지 10개 교과 지도. 얼마 전부터 들어온 컴퓨터 교육. 교사의 특기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아이들의 흥미에 따라 클럽활동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또 최근에는 한자 교육까지 밀어 넣으려는 조짐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초등 교사는 용량초과다. 다 가르치라는 것은 대충 가르쳐도 된다는 생각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아니면, 초등 교육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우습게 보거나.
키 재고 몸무게 재서 기록하는데 머무는 일도 이제 그만 하자. 키 작은 아이 키워주고, 뚱뚱한 아이 체중조절도 안 해줄 바에야 신체 검사도 잡무이다. 요즈음 가정이나 대중목욕탕에 체중계 없는 곳이 어디 있는가? 여기에 우유 급식도 그렇다. 웬만한 집에선 다 배달시켜서 먹이는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억지로 먹이려고 하니까 교사들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과다한 업무를 이 지면만으로는 다 열거할 수조차 없다.
이렇게 많은 업무들은 당연히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지 않을까? 깊이 생각하고 연구할 겨를이 없다. 시간 내에, 일과 내에 빨리 빨리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도 인간일진대 어찌 이렇게 밀어붙이기만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거라고 한다면 왜 꼭 담임교사가 다 떠맡아야 하는가? 날로 고도화(?) 되어 가는 아이들의 인성문제도 상설 상담교사를 배치하여 자문을 구하는 방법도 있고, 각종 보고 공문이나 통계 처리 등의 행정 업무 등은 보조 교사를 확보하여 일부 돕도록 하는 방법도 좋겠다. 학급당 보조교사가 어려우면 학년 당 보조교사라도 좋을 듯하다.
제발 교사의 업무도 다이어트시켜서 숨통을 트이게 해 달라. 아이들에게 개성, 흥미, 적성이 있는 것처럼 교사도 그렇다. 교사의 흥미와 적성은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일이다. 우리 교사가 안 해도 될 일은 과감히 줄이거나 없애 달라는 얘기다. 교사들은 아이들과 웃고, 울고, 행복하고 싶은 것이다. 교사의 꿈, 그것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