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교육’이 따라온다 법 제정안이나 개정안이 공람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있다. 교육, 기본계획, 시행계획, 전문인력 양성, 교육자료 보급, 점검, 평가 반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입법자는 거의 자동적으로 교육을 붙인다. 청렴이 중요하니 청렴교육, 안전이 중요하니 안전교육, 인권이 중요하니 인권교육, 민원이 중요하니 민원대응교육이다. 문제의 중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우니, 교육의 추가도 큰 저항 없이 통과된다. 최근에도 그렇다. 현재 의견수렴이 진행 중인 「청렴 및 국민권익보호 교육 지원법」 제정안은 청렴교육을 별도 법률로 체계화하려는 것이다. 5년 단위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공공기관의 교육 실적을 점검하며, 그 결과를 중앙행정기관 자체평가·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시도교육청 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자료와 전문인력, 경비 지원 및 교육전문가 양성의 근거도 함께 둔다. 문제는 청렴이 아니라 일률성이다 청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공직자의 청렴의무는 당연하고, 부패는 공공신뢰를 무너뜨린다. 예산·회계·계약·인사·인허가·감사처럼 권한과 재량이 집중된 직무에는 심화교육과 엄정한 책임
6월 3일,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언론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진보 10명, 보수 6명이 당선됐다고 평가한다. 수도권 3곳을 포함해 진보가 우세했다는 평이다. 현장 교사로서 교육감 선거는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교사는 이 선거의 유권자이면서 정치적 금치산자다. 후보자의 정책에 찬성도, 반대도 공개적으로 표명할 수 없다. 다른 공무직·일반직 노조들이 지지 후보를 공개 선언하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동안, 교원단체는 후보자와의 간담회 형식으로만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교육감 후보자들이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없는 현실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발언권 없는 유권자를 진지하게 상대할 정치인은 없다. 교사는 ‘투표는 하지만 목소리는 낼 수 없는’ 존재로,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교육감의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선 관료이다. 교사는 침묵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 교육감 선거는 정당을 표방할 수 없다. 그런데 언론은 선거 내내 진보·보수로 후보를 구분하여 보도한다. 후보들은 파란색·빨간색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불리하다 싶으면 흰옷으로 갈아입는다. 선거 용지에 정당과 기호가 표기되지 않는 등 깜깜이 선거라 부르지만,
평가에서 AI 활용과 관련한 이슈 AI 시대의 평가 관련 강연을 할 때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교수자가 평가 문항 제작, 보고서 주제 예시 추출 및 평가 루브릭 제작, 보고서 평가 및 피드백 작성 등을 작업하면서 AI를 사용하면 밝혀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사용을 금하면서 교수자가 사용하는 것은 AI 활용 윤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교수자의 AI 활용을 밝히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사용 내역을 밝힌다면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밝혀야 할까?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힐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AI 시대 교수자의 윤리와 활용 지침 학생이 AI로 글 쓰는 것을 금하면서 교사가 AI로 채점하는 것은 과연 정당할까? 뉴욕대학 철학 교수인 콰메 아피아(Kwame Appiah)는 “학생이 보고서 초안을 작성할 때 AI 사용을 막는 이유는 다른 기술처럼 글쓰기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과제 채점 능력을 갖고 있는 교사가 평가 연습을 할 필요는 없다”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Appiah, 2
생각을 글로 전환시키기 글을 쓸 때 초고는 빨리 작성하는 것이 좋다. 전체 모양을 갖춘 초고가 있어야 본격적인 퇴고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예상한 모습과 구체적인 초고 간에는 늘 간극이 있기 마련이고, 이 간극을 메워가면서 글이 바뀌게 된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바뀐 글은 대체로 들인 노력만큼 좋아진다. 글쓰기 교육의 대가인 윌리엄 진서는 글 수정의 중요성을 “글쓰기란 단번에 완성되는 ‘생산품’이 아니라 점점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표현하였다. 퇴고를 제대로 하려면 글을 쓰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퇴고 계획을 포함해야 한다. 전체 글쓰기에 필요한 시간을 산정한 다음 그중 반 이상을 퇴고에 할당해야 한다. 잘 쓴 글은 술술 읽히고 주장하는 바를 파악하기도 쉽다. 이런 글이 될 수 있도록 각자가 쓴 글을 고칠 때 내용과 표현 방식을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용 점검을 위해서는 개요나 문단을 살펴보고, 표현은 문장이나 구 혹은 단어 수준에서 점검할 수 있다. 개요를 위한 대략적인 구조는 전체적인 하나의 이야기처럼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하나의 문단에는 하나의 생각을 담는 것이 원칙이다. 이 생
이번 민선 5기 교육감 선거에서도 여전히 후보자의 정책과 전문성 검증보다는 정치 성향과 선심성 공약 중심의 조직적 선거운동이 당락을 결정했고, 후보들 사이의 고소·고발 등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념 갈등이 지속됐다. 이번이 역대 가장 비교육적인 교육감 선거라는 평가도 있다.1 특히 이번 교육감 후보자들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믿고 10~100만 원의 현금 등을 지원하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심지어 학부모 부담과 교육청 예산을 매칭해 최대 5,000만 원 펀드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재원조달의 책무 없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전해 주는 재원으로 운영되는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를 위해, 추가로 엄청난 선거 비용과 혼탁한 혐오 경쟁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해야 하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글은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에 부합하는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물어보고 개방형 공모제라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감이 갖춰야 할 덕목 _ 무엇이 우선인가?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자주
어떤 학자는 우리 정치 문화를 마치 전쟁하듯 한다고 하여 ‘전쟁 정치’라고 표현한다. 이런 전쟁 정치 문화는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조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교육 분야의 큰 사회적 이슈는 현장체험학습(이하 ‘체험학습’으로 약칭)이었다. 과거 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로 인해 교사가 형사처벌을 받았고, 이후 교사들은 형사 책임과 학부모 민원 등에 대한 부담으로 체험학습을 기피하고 있다.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최근 교육부는 「학교안전법」 개정을 통해 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교사의 면책 범위를 확대하고,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교원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 지원 체계 강화 방안도 발표하였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쉬움을 표하고는 있으나,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학생들의 신체활동에 관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자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응시자의 발표나 답변을 바탕으로 면접관 또는 다른 응시자가 추가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응시자가 다시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 현안에 대한 이해도, 문제 분석력, 정책 판단력, 의사소통 능력, 교육전문직으로서의 태도와 직무 적합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방식이다. 특히 상호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응시자들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질문하며 답변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개인 발표 능력을 넘어 경청 능력, 비판적 사고력, 협력적 소통 능력, 정책 융합 능력을 함께 확인한다는 점에서 최근 역량중심 면접의 중요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의 특징 질의응답형 심층면접은 정해진 질문에 답하고 끝나는 면접이 아니다. 응시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가”, “교육지원청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가”, “정책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와 같은 후속 질문이 이어진다. 따라서 이 면접에서는 단순히 많은 정책을 알고 있는 것보다, 제시된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답변을 논리적으로 보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질문받을 때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질문 속에 담긴 현장 우려를 파악
지방 교사,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그동안 교사라는 직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로 꼽혔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든든한 공무원연금, 그리고 정년 보장이라는 3대 축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지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 안정성은 역설적이게도 자산 관리 측면에서는 ‘달콤한 함정’으로 작용한다. 매달 쥐어지는 안정적인 소득에 안주하는 사이, 수도권과 지방 간의 자산 양극화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방 교사로서 실거주로 지방에 살아가다 보면 ‘주거’와 ‘투자’가 자연스럽게 동일시된다. 매일 출퇴근하는 학교가 있고 나의 일상이 펼쳐지는 지역이기에,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 집을 사고 그곳에 부동산 자산을 묻어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며, 굳이 내가 살지 않는 다른 지역 부동산 시세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실거주 관점에서는 좋지만, 자산 측면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아무리 살기 좋은 내 집일지라도, 인구가 빠져나가고 성장이 따라주지 않는 지역의 부동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가치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 거주자라고 해서 반드시 내 집을 지방에 마련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서른 살의 당당한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서게 됐습니다. 단순히 흘러간 시간의 궤적이 아닙니다. 지난 30년간 지나왔던 미학적 여정을 내밀하게 성찰하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영화의 미래를 향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도약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역시 인간의 본질인 감정과 영혼을 통찰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AI와 첨단 기술이 영화적 상상력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BIFAN이 미래영화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것입니다. 여러분을 7월 부천에서 기다리겠습니다.” 6월 9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장미희 조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1997년 출발한 BIFAN은 변방의 낯설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들을 예술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장르영화’라는 BIFAN만의 독보적인 영토를 구축했다. 내로라하는 세계 각국의 영화제가 기성 형식을 고수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 현실과 상상, 전통과 혁신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어 온 BIFAN은 30년이 흐른 지금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장르영화제로 우뚝 섰다. 제30회 BIFAN은 50개국 321편(장편 170편, 단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조호르바루에 도착했다. 말레이반도 최남단에서 싱가포르섬과 마주한 이 도시는 양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과 자본의 흐름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울창한 열대우림 사이로 내륙 교통망이 유기적으로 발달한 말레이시아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쿠알라룸푸르에서 탑승한 버스는 안락하게 조호르바루로 도착했다. 조호르바루 숙소 관찰기 _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경험하다 조호르바루는 세계도시 싱가포르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일일생활권이면서도 생활 물가는 훨씬 저렴하다. 그래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달 살기로 소문난 곳이다. 고심 끝에 싱가포르로의 국경 이동을 고려해 JB 센트럴역에서 가까운 현대적인 주상복합단지를 숙소로 정했다. 정형화된 호텔을 벗어나 공유숙소를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일도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덕분에 새로운 주거 공간이 가진 특성을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단지에 들어서자마자 이 공간의 철저한 방어적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이 출입을 경계하고 있었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며 정문의 제복 입은 경비원에게 스마트폰 예약 화면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별일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