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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3] 美 소수인종 대입 우대 폐지, 이유는?

 

‘Affirmative Action.’ 흑인민권운동이 활발했던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고용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소수인종이나 경제적 약자에게 특혜를 주는 우대정책을 실시했다. 이어서 1965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정부기관은 지원자의 인종·신념·피부색·출신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인(affirmative)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원칙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문 차별금지 조치에 이어 대학의 소수인종 대입 가산점 제도가 실시됐다. 이런 적극적 우대조치들을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라 한다. 인종차별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발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 같은 조치 덕에 백인 중심의 주류사회에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동참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이 제도가 소수인종의 인권신장과 다양성 존중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이에 반하여 상대적으로 백인이나 이런 특혜에서 제외된 아시아계 등 또 다른 소수인종들의 역차별 문제가 계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누군가에게 특혜를 줄 경우 또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역차별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23년 6월 29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 입학정책이 법에 따라 시민을 평등하게 보호할 것을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역사적으로 불리한 배경을 가진 흑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교육 및 고용기회를 보장하고자 고안되었던 미 대학이 다양성 증진을 위해 널리 사용해 온 어퍼머티브 액션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학 입학 시 인종적인 이유로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인 Students for Fair Admissions는 흑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아시아계 지원자가 불리함을 겪고 있다며 미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결정으로  미국 대학들은 향후 입학전형에서 인종을 명시적 평가요소로 삼을 수 없게 됐다.

 

해당 정책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입시에서 학생들은 인종 기반이 아닌 개인의 경험 기반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이제 미국사회가 소수자에 대한 특혜조치를 폐지해도 될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히스패닉계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자신이 소수인종 우대 정책의 수혜를 받았고 이 정책이 자신의 미래를 열어준 것으로 평등을 달성하려면 불평등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에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기에 대법원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성으로 대학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 지침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소수인종 우대 조치가 자격이 없는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며 대학들이 성적 등 자격조건을 먼저 검증한 뒤, 인종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학은 다양성과 차이는 학문적 탁월함에 필수적으로 하버드대학은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꿈꿀 수 없었던 꿈을 꿀 기회를 얻는 장소여야 한다며 법원의 새로운 판례를 준수하며 하버드의 본질적 가치를 보존할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하였다.

 

소수자의 사회적 지위가 너무나 취약해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도저히 평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면 이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특혜를 주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의 합헌여부는 헌법해석이라는 법리적 문제가 아니라 현재 그 나라의 사회적 상황이 어디에 놓여 있느냐를 말해주는 현실적 문제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한국판 어퍼머티브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정책이다. 세계 10여 개의 국가가 고등교육기관 입학과 관련한 차별 철폐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입 우대정책은 주로 지역·사회경제적 배경을 기준으로 하며, 특정 고등학교 출신을 우대하기도 한다.

 

또한 장기 실업자나 소외계층을 위한 대규모 직업훈련도 우대정책의 일환이다. 프랑스 제1대학인 파리정치대학은 사전에 지정된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입학 절차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브라질은 20년 전 인종에 기반한 대입 할당제를 도입했을 때 일부 미국모델을 토대로 했다.

 

대학에서 흑인·브라운(혼혈)·원주민 학생비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었다. 흑인·브라운의 소득이 백인보다 낮은 사회적 배경이 반영되었다. 이처럼 미국이 흑인·히스패닉 등 주로 소수인종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각국의 우대정책은 지역 사정에 따라 인종·민족·성별·지역·계급·계층 등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설계됐다.


현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한국판 어퍼머티브 정책은 한국사회 여러 곳에 적용 중이고, 전문가 및 정부에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은 사회 각 분야에서 양극화의 심화·위기 속에 처해있다. 우리나라는 고용의 양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2006년부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2022년, 우리나라 공공기관 및 500인 이상 기업의 여성 고용비율은 38.1%, 여성관리자 비율은 21.8%에 불과하여 여전히 여성 고용비율이 낮은 상태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미이행 사업장 43개사의 명단을 관보에 게재하고 홈페이지에 6개월간 공개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지방소멸의 위기를 해결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맞춤형 산업육성책과 인재양성 및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교육환경 개선, 적극적인 출산지원책, 정주 여건 지원 등 종합적 지원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배려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 우선 대책이 필요하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교육기회와 문화 및 교통 인프라 문제에 있어 ‘어퍼머티브 액션’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지방지원책은 지역대학과도 연계되어 지방대학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지방대학에 막대한 국가재정지원을 선결적으로 하고 있는 모습이 대표적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이미 여러 법령에서 장애인·경제적약자·이주노동자·다문화가정 등 소수자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떠한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육적 어퍼머티브 액션은 출발선의 불평등을 보정하기 위한 지역균형인재전형과 기회균형전형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포항공대 김무환 총장은 우리나라 대입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다양성이라고 하였다.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남자, 여자, 지역별 분포 등을 감안해 신입생을 뽑을 필요가 있는데 이는 졸업 후 학생들이 만나는 사회는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로 나가기 전 다양성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교육의 영역은 정치·사회적 차원의 정책이 아닌 모든 학생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교육적 정책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대입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에서 어퍼머티브 액션이 필요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살펴 필요한 분야는 적극적 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취지에 어긋나는 특혜나 우대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대정책은 정치적 영향으로 고려되는 것이 아닌 정권과 무관하게 불평등의 해소와 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일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히스패닉계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사례를 기억하며, 불평등이 있음을 인정할 때에 평등이 달성되고,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것임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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