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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 백태 .. ‘‌눈만 흘겨도, 손등만 스쳐도 아동학대’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가 지난 16일 공개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사례는 충격적이다. 실제 이런 일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학생을 눈으로 흘겨봤다고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급식에 나온 반찬을 골고루 먹으라고 했다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교사도 있다. 


시험문제를 어렵게 출제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 여교사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팔에 댄 뒤 아동학대로 신고한 남학생,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고서도 아동학대로 맞고소한 학부모 등 교육현장은 지금 무차별 아동학대 신고에 고통받는다. 이러한 사례들은 교총이 지난 6월 1일부터 7일까지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권침해 및 학습권 침해를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무분별 아동학대 신고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급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발생했다. 

 

 

#01 
어느 유치원 교실. 엄마한테 가겠다고 뛰쳐나간 원아를 만류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드러누워 발을 구르는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이를 본 학부모가 ‘아이의 팔을 잡아끌었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선생님이 친구들끼리 박치기를 시켰다”는 유치원생의 거짓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교사도 있다. 학부모가 자녀 말만 믿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고 교사를 협박했고, 이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교사는 학교를 옮겼다.


한 학부모는 자녀가 양말을 뒤집어 신고 왔다며 아동학대로 항의했고, 옷에 밥풀이 묻어 있는 사진을 찍어 교사에게 보낸 뒤 “밥풀도 못 봤느냐”고 항의한 사례가 교총 조사에서 드러났다.   

 

#02
어느 초등학교 교실. 친구를 때린 학생에 대해 교사가 이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렸더니 되레 “우리 아이를 학대해서 그렇게 됐다”며 만약 교사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면 무조건 아동학대로 맞대응하겠다고 협박했다. 


더 놀라운 일도 있다. 학생이 교사에게 ‘미친 X’, ‘지X’ 등 욕을 하고 발로 차는 바람에 교사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 이후 교권침해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겠다고 하자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남학생이 여교사의 손목을 잡아 본인의 팔에 갖다 대면서 오히려 아동학대 당했다고 우기는가 하면 싸움을 말리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학급규칙에 따라 남학생과 여학생의 밥 먹는 순서를 가위바위보로 정하기로 했는데 남학생이 지자 아동학대를 운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팔을 다친 학생이 친구와 장난치는 것을 보고 “아픈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앉아 있는 게 좋겠다”고 타일렀으나, 이 말을 전해 들은 학부모는 “자녀를 앉아있으라고 했다”며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에게 명심보감을 쓰게 했다는 이유로, 시험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맛있는 급식 반찬을 적게 줬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들의 사례는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본인이 왕따 같다는 학생에게 “왕따 아니다”고 답해줬다. 그런데 얼마 후 학부모는 교사가 왕따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는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그 학부모는 변호사 선임에 나섰다. 이뿐 아니다. 교실에서 공놀이를 하다 떨어진 공이 굴러와 학생에게 던져줬는데 공을 받지 못 한 학생이 공에 맞았다며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한 학부모는 교사의 눈빛과 목소리가 공격적이고 날카로워 정서적 아동학대 가능성이 있다며 담임교체를 요구했다.

 

#03 
어느 중·고등학교 교실.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웠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학생을 가리키는 손동작을 했다가 손가락으로 밀쳤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에게 3일간 자리 이동을 시켰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들이 있다. 학습지도 활동지 내용을 피드백한 것을 두고 “학생에게 스트레스 줬다”며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주장한 학부모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공개한 한국교총 2030 청년위 교사들은 “지금 교육현장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교권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추락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적극 지도·훈육해야 할 교원들의 손발을 다 묶어버리고, 학생지도에 열정적인 교원이 오히려 신분상 피해를 입는 일이 비일비재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교육자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아동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고, 교권의 이름으로 결코 보호해서는 안 된다”며 “그러나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을 위해 교실 질서유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교사의 개입과 제지, 훈계 등의 지도는 법령에 따라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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